자원봉사자는 어느덧 30만이라는데,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무엇을 하는가?
- by 45대 문과대 학생회(준) ‘스윙바이’
얼마 전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앞 다투어 태안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해서 보도했습니다. 어민들의 생계 파탄, 생태계의 참혹한 파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그 속에 함께 하는 많은 시민들, 군인들, 이주노동자들. 더 이상 푸른빛이 아닌 검은 바다를 보며 지금까지 무려 3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에 왔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외국전문가는 방제작업에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저력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태안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도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대체 누가 이 비참한 상황을 초래했는가? 입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번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그리고 정부입니다. 두 기업은 앞으로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시킬지, 피해주민에게는 어떻게 보상을 할지에 대해서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직접적 사고를 낸 삼성은 직원들이 태안 봉사활동을 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현대는 고작 10억을 성금으로 냈을 뿐입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물에 떠있는 기름을 눈에 안보이게 하기 위해 대량으로 유화제를 사용했습니다. 당장 유화제로 단기적 성과는 보여도, 유화제로 가라앉은 기름의 80%가 바다 속에 내려가면 제거할 수 없기에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다고 합니다.
항상 국민 기업을 자처하던 삼성과 현대,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정부까지... 그러나 그곳의 주민들과 무너진 생태계를 두고 직접적인 노력에 나서지 않는 두 기업에 대해 언론들은 침묵했고, 해경은 선장 두 명을 조사하여 그들을 입건하고 그대로 사건은 끝이 났습니다. 학교 지원과 학생회비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우리와 30만명의 자원봉사자들도 대체로 자비로 봉사활동을 가는 상황입니다. 잘못은 항상 위(기업, 정부)에서 저지르고, 수습은 항상 힘없는 국민들이 하는 것... 마치 IMF때 ‘금모으기 운동’처럼 위기 상황엔 늘 국민들에게 감정적 호소로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는 그들. 도의적 사과도 않는 그 기업들을 그냥 두고 한국의 시민들은 검은 바다가 안타까워서 그저 ‘자원봉사’만을 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환경오염의 피해는 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환경이론이 있습니다. 그런 태안의 어민들과 서해의 생태계를 위해서 우리의 긴급 구호 봉사 활동(!)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연세대에서도 학생회 차원에서 27일(목)~29일(토)에 태안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른바 ‘맨손어업’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그/녀들을 위해 우리의 긴급 구호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저 봉사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 2의 씨프린스호 사건이 돼버린 태안을 앞으로도 기억하고자 한다면 두 기업과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앞으로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45대 문과대 학생회(준) ‘스윙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