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과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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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국학생행진의 입장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09-02-13 23:04  |  Hit : 1,850   추천 : 0  
노동자들의 단결은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투쟁으로 가능하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부쳐-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올 1년의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많은 활동가들은 큰 충격과 절망에 휩싸였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도, 그 이후에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의 선정적인 공세와 몇몇 진보언론의 침묵도, ‘총사퇴냐 아니냐.’ ‘정파싸움이다’ 라는 비생산적인 쟁점이 형성되는 것 그 모두가 충격 그 자체였다.
 
민주노총은 우선 피해자에게 극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였고 지도부는 며칠 동안 고심한 끝에 총사퇴를 했지만, 이것으로 민주노총이 이 사건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 뭘 더 하라는 것이냐, 더군다나 긴박한 투쟁이 요구되는 시국에!” 라고 되묻는 동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그 문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번 사건이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한 남한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연장선에 있음을, 또 이러한 남한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운동사회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맹목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고민 없이 ‘2차 가해자를 포함한 가해자 처벌’이나 ‘지도부 총사퇴’로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폭력 사건을 ‘부도덕한 몇몇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지배적인 담론과 대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사건 이후에도 제대로 된 해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남한 운동 내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음을 안다. 이 사건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IMF당시 일명 ‘밥,꽃,양’으로 불렸던 여성노동자들의 우선해고를 받아들이고,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 등 수많은 반성의 계기들을 진정한 변화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페미니즘을 몇몇 여성들의 처우 개선 요구로만 받아들였던 운동사회 내 ‘여성권’에 대한 공백이 이 사건의 진짜 이유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10여년에 걸쳐 지적되어 왔음에도, 많은 것이 너무나 늦게 변한다. 때문에 이석행 전 위원장이 사퇴를 반대하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국민의 편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남긴, 절절하지만 식상한 저 몇 마디는 민주노총이, 더 나아가 우리 운동사회가 이를 통해 무엇을 쇄신해야 할 것인지 과연 정말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운동사회의 몰성적인 부분이 문제다, 노동자운동이 페미니즘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라는 말은 여성 활동가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하고 싶다거나 이 사회에 여성이 반이니 여성의 요구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을 훨씬 상회하는 말이다. 페미니즘을, 여성문제를 노동운동의 자기과제로 삼는 것은 그것이 지배계급의 분열정책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제대로 투쟁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가들이 인식하고 있듯 노동자 내의 차이와 차별은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임금, 노동시간, 성폭력에 처할 위험, (인종 등에 근거하는)사회적 편견 등 갖가지 차별이 ‘차이’를 근거로 강화되고 있다. 지배계급의 전략이 ‘차이에 근거한 배제’라면, 무너지지 않을 연대-패배하지 않을 투쟁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전략은 ‘차이에 근거한 권리’의 확대로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유독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를 드러낼 때는 이것이 연대를 해친다고 여긴다. 여성이 노동하고 투쟁하는 현장에서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남편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 여성을 우선적으로 해고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생리 휴가/출산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성 노동자의 권리’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일하고 투쟁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이러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순간, 왜 그냥 ‘노동자’가 아니라 ‘여성노동자’를 강조하며 연대를 해치냐는 반문에 마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페미니즘으로 조직을 혁신하지 않으면 다시 패배할 것임을 다시금 강조하려 한다. 민주노총에게, 여러 운동조직에게, 그리고 우리자신에게도!! IMF 10년이 지나, 더 큰 경제위기가 왔는데 다시 여성들을 먼저 해고하여 앞선 사례를 반복할 것인가? 함께 투쟁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이 조직은 내가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조차 없고,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힘을 실어줄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줄 것인가? 지금 당장 이 문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대답’을 만들어야 한다. 운동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내부를 혁신하고 외부에서 서로를 견인할 때, 보수언론이 민주노총 때리기가 식상하여 이 문제를 자신들의 헤드라인에서 거둬들인다 할지라도 침묵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문제를 계속 드러낼 때, 투쟁의 희망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우리가 침묵하면 할수록 지지자들은 우리를 떠나갈 것이다.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긴 싸움을 시작하려는 우리는 오류에 눈감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고 고쳐가야만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빌미삼아 운동진영 내 무의미한 분열과 우경화된 노선을 책동하려는 세력들이 있는데 이 같은 경향은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자신들의 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정책과 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또 한 번 ‘고통분담’, ‘위기극복을 위한 희생’ 등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할 것이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지배계급의 공세에 맞서 민중들의 투쟁을 보위해야하는 이 때, 대책 없는 무력감과 회의주의로 당면한 임무를 방기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비정규악법과 최저임금법 개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삭감과 해고, 주거권과 생존권 박탈에 맞서는 투쟁을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을 끊어내는 내외적 투쟁과 함께 벌여내자! 단 한발도 후퇴할 수 없다. ‘오래된 위기’를 지금 당장 전환해 내기 위해 운동진영 전체가 머리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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