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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이 동결되었어도 안녕하지못한 우리들의 이야기
 작성자 : 연세 2만마일
Date : 2009-03-06 18:06  |  Hit : 2,025   추천 : 0  
☐ 2009 연세교육공동행동 ‘이만마일’ ① 차 기획자보

<등록금이 동결되었어도 안녕하지못한 우리들의 이야기>
경제 위기 속, 대학에서 고통분담을 강요당하는 이는 누구인가!
터무니없는 투기와 개발은 지금 당장 중단하라!


지금, 우리의 대학안녕합니까?
조금만 귀를 기울여 내 주변에 있는 선후배 동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요즘 대학에 다니는 이들 중에 힘들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랴, 학점관리 하랴, 남들에 뒤지지 않는 스펙 쌓으랴, 여학우들의 경우 더 심한 압박을 받게 되는 외모관리까지.
2000년 이후의 학번이라면, 누구나 새내기 때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요즘 1~2학년들은 왜 이렇게 학점에 목을 매고 팍팍하게 사냐? 쯔쯔’ 그러나 그 말이 결코 나의 불안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물어오는 선배조차도 지금은 너무나 바쁘게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매년 커져가는 불안 속에 대학생들이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안고 있는 문제는 너무나 많은데,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없는’ 묘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도 지난 몇 년이 잠잠한 채로 흘러갔습니다. 봄 학기 개강을 전후로 전국의 대학생들이 선포하던 교육투쟁의 의미를, 그 뜨거움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학내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학교는 특히 더 조용한 것 같습니다. 작년 말, 끝까지 눈치 보며 버티던 연세대학교측이 마지못해 선언한 등록금 동결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잠잠함이 결코 우리의 ‘안녕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등록금 동결에 가려진 우리 속사정
모든 대학에서, 그 어느 때보다 휴학생이 많은 학기라고 합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이나 각종 시험 준비를 하려는 대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높은 교육비 부담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위기 고통분담을 명목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임금을 동결 혹은 삭감했으니 부모님들의 수입은 더욱 빠듯해졌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구조조정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부도도 남의 얘기일 수 없으며, 지난 가을을 거치며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돈을 반 이상 날린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런데도 물가는 높이 상승하고 있으니, 등록금이 동결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우리에게는 ‘인상된 것’과 다름없이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매년 치솟아 온 대학의 등록금은 이미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래서 전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 해 동결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동결했으니) 내년에 또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올릴지 두렵다’는 얘기가 돕니다. 학자금 융자를 갚지 못해 20대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들이 해마다 몇 천 명씩 늘어가지만, 각종 은행은 학자금대출이야말로 수입이 보장되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는지 ‘저소득층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그럴듯한 명분까지 갖다 붙인 금융상품들을 앞 다투어 내어놓습니다. 연세대학교가 올해 처음으로 제시한 등록금 카드 납부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언뜻 편리하고 획기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등록금 카드 납부는, 실제로는 8~19.5%에 이르는 고리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도 은행도, 등록금이 얼마가 되었든 ‘울며 겨자 먹기’로 낼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조건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 속에, 연세대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대통령도 CEO 출신인 마당에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학 총장도 CEO와 같은 자세로 대학을 ‘경영’하는 게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세대학교에서도 도무지 이게 대학인지, 기업인지 가늠하기 힘든 사업들이 벌어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최근 학교가 입버릇처럼 ‘경제 위기라서 학교도 요즘 무척 힘들다’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펀드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적립금으로 펀드투자를 해온 대학들이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크게 손해를 봤으리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으나, 연세대학교 측은 손실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기와 거품으로 이루어지는 금융경제의 불안정성이 어떻게 실물 경제를-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파탄 내는지를 확인시켜 준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이 위기의 주범인 금융 투자를 계속한다는 것은, 학교 재정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둘, 천문학적 비용의 송도캠퍼스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송도캠퍼스 건설을 위한 토지 매입비만 42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몇 년째 떠도는 소문만 무성한 이 송도캠퍼스는 이공계가 가기로 학교에서 내부방침이 정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자금이 모자라 2010년 부분개교를 강행하면서까지 학교는 이를 기필코 건설하려고 합니다. 대학은 모자란 금액을 미래 학생들의 등록금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해오는 것으로 충당할 것입니다. 학교발전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말이죠.
셋, 연세대는 작년 백양로 지하를 대규모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자금 부족으로 당분간 유보되었던 백양로 지하 개발 프로젝트이지만 이후 자금이 마련되면 재개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후생복지관의 기능을 더하고 정문까지 새로 세운다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온 학교가 공사판이 됨과 동시에 서강대학교내의 홈플러스 못지않은 시설들이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물론 학교에서는 상업시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백억대의 건설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혹은 기업의 지원과 그에 따른 연세대의 기업에 대한 보답을 통한 방법 말고는 불가능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이를 재개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지워져가는 교육권리를 다시 외칩시다!
대학에게 ‘경제위기’란 자기 필요할 때만 찾는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위기란 명분으로 교직원의 임금을 동결하는 데 이미 성공했으며, 가까운 명지대에서 있었던 노동자해고와 비슷한 사태가 올 한 해 연세대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위기 극복 장학금 10만원’을 요청하는 편지가 재학생과 동문들 집집마다 날아든 것을 보아도, 연세대학교는 경제위기가 가져온 부담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함으로써 이 국면을 헤쳐 나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책임져야 할 비용은 학내에서 가장 만만한(!)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도록 하고, 투기와 개발로 캠퍼스의 겉모습을 그럴듯하게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학교본부에 맞서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냅시다! 거대한 기업처럼 되어가는 대학에서 인적 자원이 되어 서로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교육비 걱정 없이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합시다!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발전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대학에 문제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해결 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잠자코 있거나, 개인적으로 그 문제를 비켜 갈 방도를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시간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마주친 문제들의 진짜 ‘해결’은 우리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질 것입니다.


- 경제위기 속 금융투기, 대학 기업화로 인한 학생/노동자에 대한 비용 전가를 반대한다!
- 학생들이 대학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민주적 학내 구조를 보장하라!
- 노동자가 제대로 노동할 수 있는 권리, 대학생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2009 연세교육공동행동
[2만연세인 침내 어서다!]
공과대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문과대학생회, 법과대학생회, 사회대학생회, 총여학생회,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부자학교펀드감시단, 사회주의학생동맹, 살맛, 연세대학생행진

2009. 3. 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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