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름다운 준영(송혜교)도, 언제나 의리 있는 선배일 것만 같던 지오(현빈)도, 그 현실 안으로 한 발자국만 걸어 들어가면 결국 똑같이 구질구질한 인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는 일은 불편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이 드라마를 만들어낸 ‘KBS 공영방송’의 세상은 정말 어떨까. 어떤 불편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을까. 현재 출연료가 연체된 KBS 드라마는 <남자 이야기>, <그들이 사는 세상> 등. MBC는 <에덴의 동쪽>, <신데렐라맨>, SBS에는 <온에어>, <카인과 아벨> 등의 드라마의 미지급 출연료 총 금액은 52억(2009.7.17 기준)에 달한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은 방송국의 외주제작 시스템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드라마가 외주되고 있다. 때문에 원청과 하청이 달라,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금액과 외주제작비용이 맞지 않을 때, 방송사는 배째라, 식으로 버티고 있다.
과연 외주화로 연기자들만 곤란을 겪고 있을까.
최근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에서 외주화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대량해고를 선언(!)하는 가운데, 충성 경쟁 대열에 KBS도 한몫 거들고 있다. KBS는 420명의 연봉계약직 사원들을 제물로 삼았다. 지난 7월 7일, KBS는 ‘경영적자에 따라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경영적자가 문제라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게 아닐까? 이번에 계약해지를 일방통보 받은 연봉계약직들은 대부분 연봉 2천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 사원들이었다. 그들은 10년 이상 핵심업무를 맡아온,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야 맞았을 사람들이었다. KBS 시청자 서비스팀의 핵심업무이기 때문에 2006년 직접고용으로 모두 전환하였다. 그러나 이제 와서 다시 비핵심업무라며 외주화하겠다고 한다. KBS는 마음대로 핵심업무와 비핵심 업무의 기준을 입맛대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가진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이 공기업이다. 공기업으로서 부끄러운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KBS. 고용만큼은 안정될 것이라 여겼던 공공기관마저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앞장서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시대.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분 아래에 목줄자르기의 칼날을 더욱 잔인하게 갈고 있다. 이번 KBS의 ‘계약해지’, ‘자회사 전환’ 강제요구는 경제위기나 경영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려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외주화된 KBS 노동자들에게 남겨진 것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임금삭감과 고용불안 뿐이다.
“일자리가 희망”이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던 공영방송 KBS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옳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고, 외주화하고, 자회사로 강제이관 하는 만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원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는 비단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회사 이전’ 반대 싸움은 앞으로 벌어질 공기업의 대량해고 쓰나미에 맞선 싸움이기도 하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항상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싸움을 함께 지지하자!
그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싸움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