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형(성균관대)
여성들의 권리들과 피해들을 가시화하는 성폭력담론을 다루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과연 내가 주체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이를 조금이나마 이후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활동과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 그런 것을 찾는 과정 중에 성폭력상담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난 장벽을 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 사적/공적 영역을 나누는 것의 허구성, 그리고 그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지만 피해를 겪은 여성들이 과연 남성인 나에게 자신들의 피해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심지어 ‘당신 말고 여자상담원 바꿔요!’라고 말하는 상상을 혼자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학교선배가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던 책에서 나는 그 장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다. 남성이 여성주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왜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주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나에게 남기면서 내가 생각했던 여성주의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사고의 산물인가를 깨달았다. 자신의 고민과정 속에서 그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가는 과정 속에서 그러한 실천과 활동이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어떤 자리에서, 어떤 위치로 내가 그러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안겨주면서 어느 정도의 그런 나의 고민과 가치관에 시원한 해소감을 맛보았지만 사실은 아직도 그리고 지금도 그런 고민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나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여러 책들을 찾아보면서 남성페미니스트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았다.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인가. 무엇으로 그것을 판명되는가를 혼자 고민도 해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여성주의적인 삶을 내 삶으로 끌어안아서 페미니스트가 될 것인가를 한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있었다. 확실히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답, 아니 그 책의 생각은 그랬다. 여성주의를 고민하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남들이 그리고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비춰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아! 하는 탄성과 반성으로 머리를 하루 종일 긁적였다.
비록 내가 지금 군대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두려워서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의 최절정(?)인 대학교 2학년이기에 사회적으로 들어오는 압박으로 고민과 힘듦으로 하루를 사는 남성으로 살고 있지만 말이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