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포럼 후기 - 페미니즘 포럼

서울대 옥자


처음으로 대학생대회에 참여해 본 관악 07학번 옥자입니다. 평소에 여셩주의에 관심이 있었고,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고민해오던 사람들의 모임에 선배를 따라 기웃거려본 것이었죠. 그래서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기획단에서 학생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킬 만한, 논쟁이 될 만한 새로운 여성 정책을 제출하는 게 모임의 목적이라고 밝혔을 때는 여기에 온 게 잘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즘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구체적인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사람들과 몇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익숙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차츰 그 자리가 편해졌습니다. 이론을 먼저 공부하고 정책과 같은 현실적인 측면에 뛰어드는 게 순서라고 여겼었는데,  사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성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그건 어떤 이론과는 상관없이 내가 서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형성되어 이미 지니고 있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간의 반성폭력 내규를 평가, 수정하는 시간에서도 내가 속한 과/반방, 동아리 등 공동체를 돌아보면서 조금씩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죠. 우리가 여성주의를 알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도 그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의 상황, 그들의 정체성, 그들의 고민을 알고 균열을 낸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책을 함께 고민해보아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남은 일반적으로 평등해졌기에 더 이상 여성 운동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고시와 학점 경쟁에 몰두하는 여학우들에게 어떤 정책을 던져야 할지 난망했던 것입니다. ‘여성이 받는 차별, 억압이 더 이상 피해감으로 나타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간 피해자로서의 동일성을 강조했던 반성폭력 중심의 페미니즘 운동이 대중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판단은 제가 보기에도 적실한 것 같습니다.

어떤 여운단위보다도 여대생커리어센터의 여성정책이 여학우들에게 깊이 공감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 신자유주의적 개편, 여성의 빈곤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알파걸과 골드미스 등 여성 발전 담론이 대다수 여성의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토론 중에 나온 의견으로, 소위 ‘성공했다 ’라고 하는 여성을 초빙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내용의 강연을 해보자 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새로운 내용이란 ‘여러분도 노력하면 골드 미스가 될 수 있다!’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는가’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에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 등 여성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야만 우리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오던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다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늘 해오던 이야기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쟁점 중에 여성발전 담론 이야기를 특별히 한 것은 그 이야기가 제게 와 닿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이 학내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쟁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핵심 쟁점을 파고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도 살피고, 학내 운동, 정책을 평가하면서 무려 4가지의 쟁점을 제시한 것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모든 문제가 연관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쟁점을 다루려고 한 것은 각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더 많은 이야기를 축소시킨 결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됩니다. 다음 대대회때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더 알찬 이야기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애쓴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주 많이 노력해서 아주 조금 변하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더더욱 많이 노력해서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08/02/26 22:46 2008/02/26 22:46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74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 Previous : 1 : ... 159 : 160 : 161 : 162 : 163 : 164 : 165 : 166 : 167 : ... 236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