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노협을 통해 1980-90년대를 들여다보며 우리 생에서 다시 그렇게 불꽃같은 세월과 마주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전노협이라는 노동자계급의 강렬한 빛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굴의 투지로 삶 전체를 부딪쳐감으로써 자기를 철저히 부정함으로써 자유롭고자 했던 인간들이었다.
전노협 백서는 바로 역사 속의 그들에게 바친다.
설사 그들이 지금은 탕아가 되고, 적이 되고, 자신들이 경멸했던 산업사회의 쓰레기가 되고, 노동귀족이 되었다 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그들의 1980-90년대 삶에 바친다.
- 전노협 백서 중에서
1부. 들어가며
지난 5월28일 한국일보가 서울지역 4개 대학 학보사와 함께 대학생 1,0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987년에 6월 항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학생이 68%에 달했다. 그리고 6월 항쟁을 잘 모르는 이유에 대해서 이 중 57.3%는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으며, 23.4%는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했다.(한국일보, <대학생 10명 중 6명 "6·10항쟁 잘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기획연재에서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보다 우리들 스스로는 얼마나 ‘87년’ 이라는 역사적 계기에 대해서 사고하고 있었는지, 위 설문조사에서 관심이 없다고 한 57.3%의 관심을 촉구하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 23.4%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 평가해보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위의 설문조사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이 스스로를 87년 6월 항쟁의 투사이자 그 성과물로 표상시키면서 대대적인 ‘선전홍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만들어 가는 우리들이 6월 항쟁의 성격을 놓고 ‘맞대결’을 벌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8,9월 노동자대투쟁은 어떠한가? 모르긴 몰라도, 6월 항쟁에 비해 대중적 역사인식은 더욱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인 기념행사들이 추진되고 수많은 언론에서 기획연재하는 6월 항쟁에 비해서, 노동자대투쟁과 이후의 노동운동의 전개과정은 소외되고 억압되어 있는 의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것이며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체제 내적으로 극복하고자 지배계급의 노력 속에서 이러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빈곤과 폭력은 더욱 다양하고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공장의 남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일정한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 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우리는 주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며, 이에 따른 현재 노동운동의 새로운 국면과 더불어 각종 한계과 부침 역시 그 안에서 위치지어 지어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현재의 모순을 지양하고, 보다 민중적이고 대안적인 생산의 관계와 삶의 양식을 고민하며 대안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운동은 모순과 갈등, 즉 현실의 모순을 주되게 만들어 내고 있는 자본축적과 이에 맞서는 민중들의 투쟁의 양상을 중심으로 역사를 인식하고자 하는 데에서 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시기의 자본축적체제와 국가의 통치체제는 하나의 몸뚱이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머리이고, 특정 시기의 노동자들의 투쟁은 바로 그 ‘두 머리의 독수리’가 강요하는 ‘착취’와 ‘지배’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그 이후 20년의 노동운동 전개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양한 층위가 분석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축적 과정의 변모와 이 속에서의 헤게모니 국가의 역할을 살펴보고,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국이라는 (半)주변부 국가의 경제성장 전략 및 통치체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한국 지배계급의 정치-경제 전략 및 대중이데올로기 상의 변모를 분석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정권의 정책적 이데올로기적 공세, 노동현장에서의 노동통제 상의 변모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위와 같은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착취와 지배를 넘어서기 위해서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노동운동’이며, 이는 또한 노동운동의 ‘이념’, ‘주체형성’, ‘조직’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기획연재 역시 준비되었다.
<< 이번 기획연재가 현재의 노동운동 위기 극복 논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20년의 시야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재 실천을 보다 더 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객관화하여 되돌아보는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의 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총3회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이며 이번호에는 아래 목차 2부까지를 담았습니다. 웹상으로는 요약문을 담았으니, 첨부파일을 꼭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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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