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분당사태를 바라보는 시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비정규직철폐!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 을 중심으로

제도화, 주류화가 낳은 민중운동의 위기를 돌파하자!



지난 2월 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부결된 이후 분당 수순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심상정-노회찬 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세력은 3월 16일 창당대회를 목표로 <진보신당 연대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은 총선이라는 불가피한 일정이 있기에 총선 전 새로운 진보정당에 동의하는 제 세력들을 규합해 법적 창당을 이루고, 총선 이후 당의 방향성과 강령 등을 심도 있게 논의 해 내용적 창당을 이루자는 2단계 창당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존 당내 주류파였던 동지들은 “분당은 명백한 해(害)당 행위이며, 이에 대해선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분당을 향한 흐름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리자 “분당은 이혼이 아니라 별거”(권영길)라며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에서 분명히 “패배”했다. 당내 주류파들이 아무리 이를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안위해 본다 한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 패배는 단지 2007년 대선 패배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8년 역사의 패배인 것이다.(혹자는 04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들어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승리는 탄핵당한 노무현의 부활과 운명을 같이했다는 면에서 절대 자력을 통한 승리라고 볼 수 없다!!) 그 패배가 이명박이라는 초강력 신자유주의 정권을 낳았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운동세력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백하다. 지난 8년간의 오류를 철저히 반성하고 이명박 정권에 맞선 진보정당으로서의 이념적 좌표를 새롭게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달이 넘는 분당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이와 같은 진지한 반성의 흐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분당세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을 둘러싼 논쟁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은 엉뚱하게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의 문제로 옮아갔다. 물론 “당 내에 종북파는 없다”(김창현)라고 뻔뻔스럽게 시치미를 떼는 주류파들이 더 문제이기는 하나, 종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책임전가, 그리고 이를 넘어 분당사태를 빌미로 지배계급에게 좋은 먹잇감을 갖다 바치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동아일보, “[사설] ‘主思派 동아리’ 민노당”, 08.02.04) 게다가 당 내에서는 이를 틈타 레닌주의, 극단적 사회주의를 운운하며 좌익 이념 전반을 공격하는 ‘민노당式 실용주의’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패권주의 논란은 종국엔 거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되었다. 이러한 왜곡된 대선평가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몰아칠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설 진보진영의 대안 ‘이념’ 구축을 위한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시급히 답을 내놓아야 한다.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진보정당운동의 역사를 반성적으로 평가하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앞으로 거세게 몰아칠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위기비용의 민중전가에 맞서 어떻게 새로운 진보운동의 이념을 구축할 것인가?


문제는 “제도화/주류화에 의한 노동운동의 위기”에 있다!


지금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운동진영 전반이 겪고 있는 한계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긴 시야를 갖고 87년 이후 민중운동의 역사적 한계를 되짚을 수 있어야 한다. 87년 6월 항쟁으로 열려진 국면에서 민주노조운동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는 7,8,9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전노협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화라는 자유주의 세력에 의한 87년 항쟁의 치명적인 한계는 결정적인 국면마다 민중들의 급진적 투쟁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보수3당 합당을 통해 그 폭압성이 더욱 강해진 노태우 정권에 의해 노동운동은 91년을 기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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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8/02/26 22:42 2008/02/2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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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스코프스키 2008/03/02 21:53 # M/D Reply Permalink

    링크에 한 가지 실수가 있습니다. "민노당은 죽었다. 종북파는 있다", 레디앙, 08.01.14 의 기고자는 조희연이 아니고 조현연입니다. 수정 부탁 드립니다. 글 퍼가면서 수정 했으니 참고 바랍니다.

  2. 행진(건) 2008/03/05 20:17 # M/D Reply Permalink

    아, 네..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방을 향한 진군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을 열던
가슴 시리게 사무치는 총파업 기억으로
어깨를 맞대고 노동자의 힘 모아
마침내 전노협 전선에 우뚝 서라

투쟁은 가슴속에 살아 심장으로 뛰고
동지는 가슴속에 살아 해방을 노래하리
소나기 퍼붓는 옥포의 조선소에서
눈보라 휘날리는 서울 철로위로

어깨를 맞대고 노동자의 힘과 뜻 모아
잡은 손 놓지 못하는 놓지 못하는
노동해방의 약속으로. 전노협 전선으로.

2-5. 85년 후반~87년 6월 항쟁 : 개헌 정국과 5공화국의 몰락

85년 4월 대우차 파업, 5월 미문화원 점거 농성, 6월 구로동맹 파업, 7월 소몰이 시위 등을 지나며 형성된 정세는 전두환 정권을 동요시키며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5공은 다시금 강경정책으로의 선회를 도모하게 된다. 이러한 지배계급의 공세에 맞서서, 학생운동은 상당히 많은 쟁점들을 담고 있기도 한 개헌 문제를 점차 제기하며 이른바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개헌정국’을 열게 된다.

이러한 정국에서 86년 초 민청련 전 의장 김근태 씨에 대한 고문사실이 폭로되고, 7월에는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폭로, 결정적으로 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계기들은 정권의 도덕적 파산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사건들이었으며 4월의 호헌조치와 맞물려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하였고, 87년 6월 항쟁이 시작되었다. 역사적 사건이었던 6월 항쟁은 지배세력과 제야세력들에 의해 ‘협상된 이행’을 통해 형식적 민주화라는 이데올로기를 남기며 봉합된다.

2-6. 87년 노동자 대투쟁

비록 6월 항쟁은 봉합되어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 동안 억눌려왔던 노동자들은 6월 항쟁 당시의 대중적 열기 속에 그 분노를 폭발적으로 분출함으로써 6월 항쟁의 봉합으로 조성된 정치적 교착국면의 역동성을 대폭 강화하였다. 그리고 이는 85년 이후의 일시적인 이윤율의 반등에 따른 호황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을 뿐더러 억압적인 작업장체제에 대한 불만(그 당시 구호 중 하나가 ‘작업화 신고 조인트 까지 마라’) 역시 조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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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7/12/18 22:02 2007/12/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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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노협을 통해 1980-90년대를 들여다보며 우리 생에서 다시 그렇게 불꽃같은 세월과 마주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전노협이라는 노동자계급의 강렬한 빛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굴의 투지로 삶 전체를 부딪쳐감으로써 자기를 철저히 부정함으로써 자유롭고자 했던 인간들이었다.
전노협 백서는 바로 역사 속의 그들에게 바친다.
설사 그들이 지금은 탕아가 되고, 적이 되고, 자신들이 경멸했던 산업사회의 쓰레기가 되고, 노동귀족이 되었다 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그들의 1980-90년대 삶에 바친다.
- 전노협 백서 중에서

1부. 들어가며


지난 5월28일 한국일보가 서울지역 4개 대학 학보사와 함께 대학생 1,0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987년에 6월 항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학생이 68%에 달했다. 그리고 6월 항쟁을 잘 모르는 이유에 대해서 이 중 57.3%는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으며, 23.4%는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했다.(한국일보, <대학생 10명 중 6명 "6·10항쟁 잘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기획연재에서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보다 우리들 스스로는 얼마나 ‘87년’ 이라는 역사적 계기에 대해서 사고하고 있었는지, 위 설문조사에서 관심이 없다고 한 57.3%의 관심을 촉구하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 23.4%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 평가해보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위의 설문조사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이 스스로를 87년 6월 항쟁의 투사이자 그 성과물로 표상시키면서 대대적인 ‘선전홍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만들어 가는 우리들이 6월 항쟁의 성격을 놓고 ‘맞대결’을 벌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8,9월 노동자대투쟁은 어떠한가? 모르긴 몰라도, 6월 항쟁에 비해 대중적 역사인식은 더욱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인 기념행사들이 추진되고 수많은 언론에서 기획연재하는 6월 항쟁에 비해서, 노동자대투쟁과 이후의 노동운동의 전개과정은 소외되고 억압되어 있는 의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것이며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체제 내적으로 극복하고자 지배계급의 노력 속에서 이러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빈곤과 폭력은 더욱 다양하고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공장의 남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일정한 표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 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우리는 주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며, 이에 따른 현재  노동운동의 새로운 국면과 더불어 각종 한계과 부침 역시 그 안에서 위치지어 지어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현재의 모순을 지양하고, 보다 민중적이고 대안적인 생산의 관계와 삶의 양식을 고민하며 대안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운동은 모순과 갈등, 즉 현실의 모순을 주되게 만들어 내고 있는 자본축적과 이에 맞서는 민중들의 투쟁의 양상을 중심으로 역사를 인식하고자 하는 데에서 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시기의 자본축적체제와 국가의 통치체제는 하나의 몸뚱이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머리이고, 특정 시기의 노동자들의 투쟁은 바로 그 ‘두 머리의 독수리’가 강요하는 ‘착취’와 ‘지배’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그 이후 20년의 노동운동 전개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양한 층위가 분석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축적 과정의 변모와 이 속에서의 헤게모니 국가의 역할을 살펴보고,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한국이라는 (半)주변부 국가의 경제성장 전략 및 통치체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한국 지배계급의 정치-경제 전략 및 대중이데올로기 상의 변모를 분석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정권의 정책적 이데올로기적 공세, 노동현장에서의 노동통제 상의 변모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위와 같은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착취와 지배를 넘어서기 위해서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노동운동’이며, 이는 또한 노동운동의 ‘이념’, ‘주체형성’, ‘조직’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기획연재 역시 준비되었다.

<< 이번 기획연재가 현재의 노동운동 위기 극복 논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20년의 시야를 바탕으로 우리의 현재 실천을 보다 더 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객관화하여 되돌아보는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의 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총3회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이며 이번호에는 아래 목차 2부까지를 담았습니다. 웹상으로는 요약문을 담았으니, 첨부파일을 꼭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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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7/09/08 21:06 2007/09/0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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