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성신여대)

적당히 놀기도 좋은 봄이 아니런가


5월, 쌀쌀한 바람도 잦아들고 더위도 무르익기 이전이라 날씨도 노닐기에 적당하고, 중간고사도 끝난 이후인지라 놀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놀 수 있는 달이다. 우리 학교 앞에서는 해마다 아리랑 축제가 열리고, 서울시에서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그 외에도 연등축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 많은 행사들이 있지만 줄이겠다. 이 축제들에는 큰 무대와 화려한 조명, 여러 기업들의 후원까지 잇따른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변질되어 가는 대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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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축제들이 있다면, 대학에는 대동제가 있다. 대학문화는 프로 자본이 관리하는 세련된 축제들과는 다르게 아마추어적일지라도 도전하고, 자금이 부족하여 비록 화려함은 덜할지라도 ‘대학’ 특유의 넘실대는 생명력과 기발함·상상력들로 대동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역사가 있다. ‘대동’은 크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차이를 차별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경쟁과 배제가 아닌 우애와 연대로 나아가는 해방구. 그것이 ‘대동’의 참 뜻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동제가 해방을 향한 열망으로 만들어진 저항문화에 유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금세 자각할 수 있다. 과거 대동제는 군부독재의 삼엄한 사회 속에서 일종의 해방구, 일탈이었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는 독자적 문화가 다양하게 꽃피어 온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대학인들은 저마다 경쟁하며 개인화되고 그에 따라 공동체문화는 점점 쇠퇴해오고 있다. 이제 ‘대동제’하면 주점과 연예인만을 떠올리는 대학인들도 상당할 정도이다. 게다가 이미 다수의 대학 총학생회 등의 학생회에서는 축제 기획사에 행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불하며 단순히 소비자로서만 자리매김하게 되는 축제를 만들어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자본에 잠식되면서 과의 단합과 친목을 위해 진행하는 과 주점이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한 목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나친 호객행위에 스스로 성적대상화 되기도 하고, 서빙 하는 중에도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대안적 문화를 생산하자!


이렇게 신자유주의로 인해 상업화되고, 대학인들 스스로 성 상품화를 조장하게 되기까지 하는 우리의 대동제, 그리고 대학문화를 바라보며 다시금 우리의 삶을 문화대안으로 재구성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하여, 성신에서는 함께하는 대동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과발특위(과학생회발전특별위원회, 문화주체발전특별위원회로 행진게시판에 올려두었어요)를 만들어 사전에 각 단대별(단대운영위원회)간담회를 진행했다. 상업문화에 물들어가는 현재 대동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우애로운 대동제를 만들어가자는 결의를 할 수 있던 자리였다. 대동제 이전에 우애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다짐들은 좋은 것이었으나 과학생회와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전체 과에 환류가 되지는 않아 상업화 된 주점, 성 상품화의 문제들이 단번에 극복되지는 않는 모습들이 보였다. 간담회의 분위기는 단순히 ‘총학생회에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구나’정도로 느껴지기도 하여 아쉬웠다. 그래도 간담회 자료집에 있는 반성폭력 규약을 자발적으로 복사하여 주점에 비치하는 등의 실천들이 있어 온전히 패배적으로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점점 삶에 보편적 권리들을 녹여내기 위한 행동들을 벌여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점점 개인화되며 소실되어 가는 과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고자 전체 기조인 ‘우리가 만드는 행복한 대안에 스포트라이트!’에 맞춰 ‘우리 과가 만드는 행복한 대안’이라는 광장사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면, 등록금 걱정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 여성으로 밤길 조심하지 않고도 다닐 수 있는 세상, 취직 걱정 없는 세상, 배고프지 않은 세상 등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대안들을 종이에 적어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각 과의 통에 넣어, 가장 참여율이 높은 과에 과 기념품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여러 과들이 경쟁심(?)을 발휘하며 참여를 이끌어 내었고, 행복한 대안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밖에도 박탈당하고 있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들을 쟁취해야 함을 녹여내기 위해 총학생회 개/폐막제 및 인문대 영상제, 여성위원회와 성신학생행진의 문화제 등에서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양산하는 불안정노동과 여성의 빈곤화, 5.18이후 27년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빼앗기고 있는 민중들의 권리 등을 발언해내려 노력하였다. 실제 투쟁하고 계시는 성신여고 비정규직 동지, 기륭전자 동지들의 직접 발언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기륭전자와의 연대주점도 기획하였다. 학우들이 이러한 투쟁관련 발언들에 생소해 하면서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관심들이 투쟁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잘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의견들이 많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단지 발언을 섭외했다고, 그와 관련한 영상들을 틀었다고, 연대주점을 진행했다고 할 일 다했다는 생각을 하기를 지양하고 꾸준히 연대하며 이를 학우들과 함께 이야기해내기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들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애로운 대동제를 만들기 위한 짧은 노력들을 진행하였는데, 다른 학교들에서의 이야기들도 함께 듣고 싶다. 서로 대동제를 통해 풀어내는 대학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지않을까 싶다.     

대학인들이 함께 해방구를 열어가는 대동제. 정말 우리는 축제가 단순히 ‘노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삶의 해방과 닿을 수 있는 길임을 깊이 새기고, 창작·실험·도전해야 한다. 다양한 만남이 이해와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대동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대학사회에 화두를 던져보자!

Posted by 행진

2007/05/27 19:52 2007/05/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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