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_발간사]

2009년 상반기,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들

  수천억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사람 목숨도 아깝지 않은 건설자본과,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특공대를 투입한 정부가 다섯 명의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산참사. 그렇게 MB집권 2기는 시작되었다. 수수료 30원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너무나 버거웠던 ‘아름다운 기업’ 금호 아시아나 소속 대한통운은 문자로 노동자들에게 해고통보를 날렸고, 이것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화물노동자 박종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 측은 화물연대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2009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민주노조 사수!’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의 여름은 잔인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가족대책위 분들의 투쟁이 여름 내내 전개되었다. 스티로폼을 녹일 정도의 최루액을 매일같이 뿌려대고, 온갖 악선동을 퍼붓는 경찰과 사측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고자-비해고자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서로를 믿으며 싸웠다.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수사와 사측의 노조파괴공작 속에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2mb시대, 민주주의를 추억하는 사람들

  김대중, 노무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집권했던 시간을 두고 누군가는 진보정치 10년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사실 그들을 대통령을 만든 것은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보였던 ‘저항하는’ 삶이었다. 독재정권에 맞서고,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던 그들에게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꿈을 맡겼다. 그러나 그들이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IMF= I‘m fired.”라는 씁쓸한 농담이 오고갔던 97년 이후 두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언제 빠질지 모르는(먹고 튈지 모르는!) 투기 자본을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해외 금융자본의 투기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진보’, ‘정치’에 기댈 것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실용주의’ 이명박 정권을 택했다. 이념보다는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노무현과 김대중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녀들이 되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녀들이 추억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이명박이 해도 너무하다는 사람들의 분노는 어디로 어떻게 수렴될까.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기억은 제대로 해야 한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흘렸던 눈물이 청계천을 만들고, 한강르네상스를 만든 것 아닌가. 우리에게는 미화된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안이 필요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남한을 휩쓸었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환율이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빈곤율과 실업률은 치솟고만 있다. 국민연금은 연기금으로 1조 규모의 펀드투자를 한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부동산/금융 투기열풍이 되살아나고 있다.
신종플루에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타미플루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특허 유예를 ‘강제실시’하지 않는 이상, 현재 스위스의 로슈사가 독점 생산하는 타미플루의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특허로 인한 고비용도 문제다. 건강의 문제에 있어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뉘고 있다.
  ‘국민의 방송’ KBS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비정규직 200여명을 해고하거나 자회사로 전환시켰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후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한 것이다.


  정부는 덩샤오핑과 마가렛 대처처럼 규제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연일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를 무작정 밀어붙이면서 사업 홍보에만 20억을 쓰는 정부다. 셋 이상 모이기만 해도 불법집회 운운하고, 5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몇 백 명의 전경들이 둘러싸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 정부가 ‘서민의 정부’를 표방하려고 애쓰고 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지하철 광고 문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이 달라졌구나, 하고 안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을지언정, 이마트/홈플러스의 SS마켓(SSM; 슈퍼 슈퍼마켓)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고용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있던 일자리마저 잃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통제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부유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네이버 메인에 뜨는 무수한 가십 기사들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해고는 살인이다”, “용산참사 살인진압 책임지라”는 절규는 무겁다 못해 우리를 짓누른다. 이럴 때일수록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이번 행진 뉴스레터 29호에는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Posted by 행진

2009/09/15 18:06 2009/09/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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