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를 뒤흔든 로스쿨, 무엇이 문제인가?



1. 진행상황 가시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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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law school)은 법률 이론과 실무 지식을 동시에 교육하는 3년제 석사학위 과정인 법학전문대학원을 말한다. 법률 이론을 위주로 가르치는 기존 법대와 실무 위주의 사법연수원을 합쳐놓은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은 2005년 10월 사법개혁 법안 가운데 하나로 국회에 상정, 2007년 7월 초 로스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며, 2009년도 3월에 1회 신입생들이 입학을 하게 된다.

 지난 1월 30일 로스쿨 인가예비대학이 발표되었고, 2월 4일에 정식발표가 났다. 총 25개 대학으로 서울권역 15개 대학교 1140명, 부산/대구/광주/대구 권역 10개 대학교 860명으로 발표되었다.

 로스쿨의 예비인가 대학 발표와 관련하여 해묵은 논쟁들이 폭발하고 있다. 대학들의 선정기준과 관련하여 평가기준의 공개여부와 정원 등에 대한 논쟁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로스쿨 탈락 대학들을 중심으로 발표에 반대하는 집단행동 및 성명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학벌주의가 논쟁이 되기도 하며, 지방권역의 선정과 관련하여 지역발전에 대한 논쟁들이 이어지고 있다(선문대, 조선대, 경상대, 영산대 등). 그리고 로스쿨과 관련된 파급되는 쟁점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한데 특히 동국대의 탈락은 종교 논쟁을 불러오고 있으며, 정부의 개입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와중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인 김신일이 사퇴하고, 로스쿨 탙락 대학들의 총장과 관계자들도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대결양상은 정부/교육부 대 로스쿨 유치실패 대학 구성원/지역유지와 같은 구도로 펼쳐지고 있으며, 로스쿨의 발표가 다음 정부로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 현재 대결의 본질은 무엇인가?


 현재 로스쿨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의 본질을 잘 간취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로스쿨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옛 질서를 고수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ex: 예전처럼 사법고시제로 돌아가자!) 그리고 로스쿨과 관련된 선정기준 등을 더욱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현재 로스쿨이 도입되는 배경과 그 함의들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의 일환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자본의 초국적인 이동을 가속화시켰으며, 기업 간 분쟁이나 조절(ex_ M & A)을 법의 힘을 빌어 해결할 일이 증가했다. 그리고 국내법이 자본 간 분쟁을 조절하고 처리하는 것보다는, 국내 노동력의 관리에 측면이 맞춰지며 법의 위상 자체가 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은 기술관료적인 측면들로 해결되게 되었으며, 이러한 업무를 담당할 법조계 관련 직종들이 늘어나게 된다. 로스쿨의 도입을 통해 매년 2000명에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관련되는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노동력의 재생산 주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로스쿨에서 법률 이론과 실무지식을 동시에 3년 동안 교육하는 것은, 기술 관료적인 노동력의 수급주기를 급속하게 줄일 수 있어서, 현재의 과잉교육문제에 대한 지배계급들의 대안 책으로 제시된다.

 현재 대학/지역 간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소소한 논쟁들을 제외한다면, 논쟁의 본질은 발전주의의 지배계급들과 신자유주의 지배계급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 10년 간 신자유주의 개혁과정에서 빚어졌던 지배계급간의 갈등구도(재벌 구조조정, 사학법 개정 논쟁)들이 이권 다툼을 벌이다가 흐지부지 된 양상들과 다르지 않다. 고시제도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통해서, 기술 관료적 노동력을 수급하는 발전주의 전략의 산물이다. 고시제도는 이를 통해서 발전주의적 노동력을 수급할 수 있었고, 피지배계급의 몇 명이 지배계급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불만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의 지배계급들에게 노동력의 수급은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대학과 교육 장치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었고, 노동력의 수급과 관련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은 별다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과 관련된 현재의 쟁점들은 법을 둘러싼 체계들을 바꾸는 위상이기보다는, 발전주의 지배계급들이 신자유주의로 더 잘 편입되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재 서법연 등을 중심으로 로스쿨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내는 것들 역시, 이러한 양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논쟁과 쟁점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그것이 심각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고, 기술 관료적인 협상들을 통해서 이익을 나눠 갖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3. 어떤 입장을 가지고 로스쿨 논쟁에 개입해야 하는가?


 각 대학들과 캠퍼스에서도 현재 로스쿨과 관련해 대중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로스쿨의 도입에 따른 희비교차일 수도 있고, 사시합격자 수와 관련한 학교 발전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일 수도, 법체계 등과 관련된 논쟁일 수도 있다. 로스쿨이라는 쟁점에 한정되어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새로운 단계들에 대해비판하는 것으로 확장해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재편들이 향후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좀 더 긴 시야를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과 관련하여 당장 예상되는 지점은 로스쿨의 도입에 따라, 그리고 정원 수에 따라 학벌/학력주의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다. 물론 각 로스쿨 정원 중 1/3 이상은 타 학교에서 선출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대학으로 수험생이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는 로스쿨 도입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서열을 높이기 위한 체질개선(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이며, 로스쿨 이외의 특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따라서 로스쿨의 도입은 단순히 도입된 대학들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95년 이후의 끊임없는 대학구조조정이 한 순환을 마감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고, 학부시절의 교육은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과정' 정도가 되는 현상들도 많아질 것이다. 학부교육의 부실화와 각 대학의 대학원 교육이 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쏠림 현상 또한 강화되어, 학부-학원 교육 모두가 파행에 치달을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로스쿨의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고시낭인이나 사법고시를 위한 '사교육비용'이 얼마 간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된 조화를 넘어, 더더욱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의 엄청난 등록금(연간 3500만원 예상)과 법률인력 양성의 주체가 대학법인으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법이 갖는 공공성이라는 개념은 많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재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과잉교육이 진행됨에 따라 그에 따른 법 관련 서비스의 비용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 간 M & A나 법률 조정을 맡는 로펌들의 입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소위 진보진영들도 로스쿨의 도입에 대해서 찬성/반대로 입장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 현재의 쟁점이 신자유주의 지배세력과 발전주의 지배세력들의 대결담론으로 흐르고 있고, 이에 사회운동 진영이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재 대결의 본질을 파악해내고, 로스쿨의 도입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의 새로운 양상들을 잘 파악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들로 로스쿨의 도입을 비판해 나가고, 이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Posted by 행진

2008/02/26 22:43 2008/02/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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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F 2008/03/07 11:47 # M/D Reply Permalink

    좋은 지적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작게 한가지..과잉교육 등의 용어는 아는 사람만 알아서 풀어써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싶네요. 그리고 이러한 입장을 제대로 내는 곳이 안보이는데 행진 동지들 정말 선도적이십니다.

  2. 행진 2008/03/20 03:06 # M/D Reply Permalink

    답글을 달아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글을 쓰다가 몇 가지 개념어들을 풀어쓰지 않고, 그대로 실었던 것 같습니다. '과잉교육'은 한 마디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교육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중공업 등 기술분업적인 산업이 일반적으로 되어가면서, 그에 걸맞는 노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에 따라서 대중들에게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대학들의 수와 정원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이런 대학생들은 일종의 '잉여인구'로서 취급받게 되고, 교육 받은 것에 적합하지 않는 취업을 하는 경우들도 생깁니다. 생산직에 취직하기 위해서 대학학력을 감추거나 없애는 경우들이 이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큰 문제였고, 교육받는 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자행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공립대 툥폐합이나 정원 축소, 교육권의 박탈 등으로 교육에 대한 접근을 줄이고 있습니다. 로스쿨의 도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잉교육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현재의 교육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교육의 구성이나 내용들이 자본을 위한 것으로 구성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교육주기나 접근권 같은 것들이 변화는 과정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