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씨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에 고려대를 자퇴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당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작지 않은 결정을 내린 뒤라 이래저래 심란할 것 같은데,
새로운 출발을 하는 당신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려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내용을 찾아서 읽어봤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것이었지만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언론이 당신의 행동을 주목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요.
그 대자보에는 우리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시작되었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닌 경쟁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성적표에 숫자로 표시되었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지요.
시험공부는 나에게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답을 주지 않았고
대학에 가서 나이 더 먹으면 그래도 뭔가 보일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앞으로 더 힘들고 잔인한 길을 걸어가라 강요할 뿐입니다.
당신 말대로 대학은 자본에 필요한 부품을 제공하는 공장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이유는 학점과 졸업장으로 내 품질을 보증해야 하기 때문이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토익 공부해라, 성적 관리하고 자격증 따라는 말만 들리는 현실에 있다 보니
“꿈을 찾는 게 꿈이 되었다”는 부분은 슬프기도 하면서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건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를 두려워할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무대로 자신감 있게 당당히 경쟁해야 하는 G세대니까요.
4000원 짜리 알바해서 외국으로 어학연수 가는 글로벌한 세대입니다.
한편으로는
당신의 외침이 사람들에게 자조와 염세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상황이 암울하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겠지요.
시대가 너무 암울해서 아무것도 바뀔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일수록
저항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온 지난 역사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저항에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 편지를 만듭니다.
뉴스레터의 크기는 사회라는 거대한 탑 앞에 깔려 있는 돌멩이 하나 정도겠지만
잘못된 구조로 위태롭게 서 있는 그 탑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것을 알기에
우리는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많은 돌멩이들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 구조의 모순을 제기하고 바꾸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으니
당신도 자신의 용기 있는 선택에 대해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물러지지 않는다면 언젠가 탑 앞에서 돌멩이로 만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자퇴를 축하드립니다.
글 다운 받으실 때 파일이름을 적으시고 마지막에 .hwp를 붙이세요~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