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레바논 휴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결의문은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당분간 군사공격을 지속할 태세여서 실질적인 휴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작성되어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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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의안은 1만5천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해체하고, 레바논 남부를 통제하도록 돕는 다국적군을 지지한다."라는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스라엘이 주장해오던 것이다. 이처럼 ‘평화유지군’이 난민지원 등의 활동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성격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막는다기보다는 헤즈볼라의 해체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결의안은 레바논 내의 모든 무장단체가 무장을 풀고 무기소지와 거래를 전면 중단시킬 것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헤즈볼라를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무기소지를 금지하여 무력을 약화시키고 평화유지군을 이용하여 헤즈볼라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7월 하순 헤즈볼라의 정책중앙회의 위원인 알리 파이야드는 "헤즈볼라를 저지하려는 다국적군이라면 레바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방어해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그 같은 구상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다국적군의 파병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중동의 민심은 헤즈볼라에게


이와 같은 헤즈볼라 ‘축출’ 조치는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압박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중동 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에 대한 위협의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 중동 내에서 헤즈볼라의 인기는 상당하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 그를 추종하는 전사들은 이스라엘과 단순히 싸워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아랍권에서 광범위한 신망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의 보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니파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고,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친미 정권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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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스라엘 침략 전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에 맞서 승리를 얻어내면서 이 지역에서 반(反) 이스라엘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0년 이스라엘을 레바논으로부터 몰아낸 이후에는 무장조직을 해체하려는 압력을 받았지만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무장조직은 단지 레바논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군사작전으로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자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고 나서며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정당이며 의회 내에서 상당히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또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사회 복지와 의료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펼쳐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헤즈볼라의 지지 세력은 이번 전쟁을 거치면서 종교와 종파를 넘어서 레바논 전체로 광범위하게 뻗어나갔다. 7월 26일에 발표된 베이루트 조사정보센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바논인들의 87%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조사보다 29%가 상승한 수치다.  지난 4주간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학살과 기간시설 파괴, 이를 관망하였던 세계사회의 모습은 중동지역에서 정의와 인정이 지배할 것이라는 희망을 앗아가고 민중들에게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그간 아랍의 모든 정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인들의 분노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민중들을 설득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대부분의 아랍 정부들을 이스라엘의 무력 앞에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었으며, 지난 수십 년 간 이스라엘의 침략에 수많은 민중들이 희생당하는 등 실패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에 반해 강력한 저항노선을 천명한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기반시설을 파괴하며 레바논 정부가 그 책임을 헤즈볼라에게 묻기를 유도하였지만 지난 달 29일 사니오라 총리는 시아파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지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부의 분열을 기대하였지만 너무나도 잔인한 그들의 방식은 오히려 헤즈볼라를 주축으로 하는 저항세력의 확대를 불러온 것이다.

'테러'를 양산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세계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중동지역의 여러 분쟁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발단은 2차대전 후 유태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서의 2천 년 기록을 근거로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강대국들의 비호아래 이스라엘 국가를 건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을 위시로 한 서방국가들로서는 전통적으로 서방의 기독교 국가들과 대립관계에 있었던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제어하고, 석유에 대한 이권을 차지하는 데에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편이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으로 유태인들은 염원하던 ‘자신들의 국가’를 가지게 되었으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2천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던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또 다른 국제 난민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시기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은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들 또한 조상 때부터 살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로써 아랍 측과 이스라엘 측의 지루한 전쟁이 잉태되었으며, 이후 네 차례의 중동전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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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은 민족, 종교, 영토, 경제적 이권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작용하고 있는데, 또한 여기에는 미국의 중동 전략이 커다란 몫을 차지한다. 미국은 중동 지역 내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계속적으로 지지하고, 친미·독재 정권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친미 정권인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통점은 부패한 독재 정권이 집권하고 있고 이들을 미국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동지역 내에서의 자신의 패권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호하며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미국의 중동정책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 아랍국가들을 공격하여 자신의 영토를 늘리는 정책은 여러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테러’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있었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에 반대하는 농민운동으로 시작하였고, 9.11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역시 미국이 지원하는 독재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이른바 ‘테러’와 ‘무장조직’을 발생은 다름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 석유를 통한 이권을 얻기 위한 각종 정책들, 이스라엘의 핵개발은 눈감아주고 이란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세계 사회의 이중성, 그리고 그것들을 행하기 위한 각종 무력(군사적)조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랍 민중들을 핍박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더 많은 헤즈볼라 병사가 생겨난다. 모두들 결과가 어쨌든 그들이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진 전쟁을 하고 있다”는 한 이스라엘 병사의 말은 상징적이다.

이번 레바논 분쟁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공격하고 미국은 이를 관망하도록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작하고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는 공통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이스라엘이 인민저항위원회가 자국 병사를 생포한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우기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은 지난 1월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하마스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하마스 정부에게 패배한 부패한 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또한 헤즈볼라가 병사를 납치하자 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를 압박하며, 레바논에 미국의 조종을 받는 정권을 세우길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만행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 세력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이해와도 함께한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민주주의 증진법(ADVANCE Act)을 준비하며 세계45개 독재자들을 2025년까지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것은 즉, 세계에서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고 중동지역에서는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무력침공으로 이라크 정권을 교체하였고 대규모의 지상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전쟁과 군사세계화를 중단하라!


한 달여간 벌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인한 레바논의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천여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였으며 그중 삼분의 일은 12세 이하 어린이다. 3천5백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레바논 인구 4분의 1에 달하는 91만 여명이 난민이 되었다. 그중 22만 여명은 국외로 탈출하였다. 주택 6천9백 채, 공장 160곳, 공항·항구·발전소등 29곳, 교량 145개, 도로 600km가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파괴되었다. 레바논 산업시설 95%의 가동이 중단되었고, 특히 생필품 공장까지 생산을 멈추면서 그 여파가 레바논 국민의 생활고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최악의 환경 재앙도 낳고 있는데 폭격으로 파괴된 레바논 발전소 저유고에서 흘러나온 석유가 지중해 안을 뒤덮으며 막대한 오염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침략전쟁을 중단하고 레바논인들이 입은 엄청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점령지를 즉각 반환하고 자국 감옥에 가두고 있는 아랍인들을 석방하여야 한다. 그리고 차별과 억압이 아닌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상호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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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문제 해결방안은 바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힘의 논리의 강화, 즉 군사세계화를 멈추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각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면서 무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때로는 “악의 축과 테러세력,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인류 공통의 적에 대한 정의로운 개입”이 되기도 하고, 신의 뜻에 근거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퍼뜨리는 “성전(聖戰)”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시도는 수많은 민중들을 끔찍한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초 민족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불만들을 관리하기 위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서 군사세계화를 동반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제재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를 건설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 전체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데 중동전략의 대부분을 배치하고 있다. 2006년 한국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한-미 FTA와 평택전쟁기지 건설은 금융세계화와 군사세계화의 유기적 관계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중들을 착취하고, 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정책이 불러오는 것은 폭력과 혼돈의 세계일 뿐이다.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민중들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

Posted by 행진

2006/08/14 06:47 2006/08/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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