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끝난지도 이제 두 달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토론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동지들께 아래의 토론제안문을 드린다. 그리고 각 단위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모아갈 것을 함께 결의하고자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결과 면에서나 아니면 과정 면에서나 여러모로 많은 고민거리/토론거리를 안겨주었다. 학생행진(건)에서는 관련 주제 중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 이에 대한 초벌적인 입장을 아래 토론문에 담았다.

참고로, 토론문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목 : 5.31 지방선거 결과 분석 - 저들의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들어가며
지방선거 분석에 앞서 공유해야 할 대전제 하나
열린우리당의 참패
한나라당의 싹쓸이
진보정당의 부진
여성당선자 대거 등장
소결 : 저들의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위 글은 어디까지나 ‘초벌적’인 입장, 즉 ‘초안’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지들의 활발한 논의와 의견개진 속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그런 ‘열린’ 성격의 문서이다. 그리고 실제로 각각의 주제들은 만만치 않은 논점들을 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몇 쪽의 문서만으로 정리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여성당선자의 대거 등장’이 가져오는 효과들을 그 자체로 100% 긍정적이라든지, 혹은 100% 부정적이라든지 이렇게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여성들의 투표권 쟁취’가 불러일으킨 효과에 대해서 아주 단순하게만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처럼…) 이런 상이한 판단의 가능성들을 함께 충분히 고려하면서, 풍부하고 상상력 넘치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물론 이렇게 이루어지는 모든 논의와 정정의 최종 목표는 바로 ‘대중운동의 활성화’일 것이다.

상황은 여러모로 비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저들의 위기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낙관도, 비관도 어쩌면 무의미할 것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 속에서, 대중운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헌신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 동지들의 건투를 빈다! 투쟁!

ps1. 분량이 만만치 않게 느껴질 수 있겠다. ‘5.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다. 동지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ps2. 본 토론문이 쓰여진 시기는 7월 초중순이다.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글이 늦게 발표되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처 서술되지 못한 최근 한국 정치의 중요 현안들이 있을 수 있겠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토론문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Posted by 행진

2006/08/14 07:18 2006/08/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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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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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지역사회 문화교육터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사무실에서 11시에 기획단을 만나기로 했다. 다행히 회의는 2시전에 시작할 수 있었다.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기획단 사전 워크샵을 진행했다. 수 백 장의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고는 그 중에 기억나는 사진을 각자 한 장 씩 골랐다. 그 사진을 고른 이유와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 워크샵은 결국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작업이였는데, 자기의 사진에 자신을 생각을 담은 이야기도 지어보고, 이야기 속에 있는 세상을 지도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지도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가 이야기했다. 서로의 지도를 연결하자 한 사람이 그린 큰 지도처럼 보였고 다들 놀라워했다. 기획단 사전 워크샵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내 삶과 나의운동과 서로 얼마큼 떨어져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 구로 애경백화점에서 12시쯤 만났다. 기획단원들의 동선을 그린 결과 구로가 가운데 쯤 이였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백화점 어디쯤에서 조그만 테이블에 5명이 앉아 사전 워크샵때 진행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왜 문화적으로 운동이 재구성되야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문화운동이 뭔지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회의는 4시까지 이어졌다. 이야기가 풀리지 않자 회의 장소를 근처 맥주집으로 옮겼다. 술을 먹어도 별로 달라진건 없었다.

# 일상에서 운동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세적인 활동과 집회만으로 내가 활동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여성주의를 이야기 한다면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성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평화를,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를 이야기 한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화적 권리도 이야기해야 해야하지 않을까?

구체적인 대답을 필요로 하는 무수한 질문들이 생겼났다. 여름 문화학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을 뜻이 있는 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일 게다. 벌써 이런 고민을 실천적으로 해결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돕고 살자.

# 활력충전소 마지막날 정세토론을 때려치고 회의를 했다. 뒤풀이 시작하기전에 회의를 끝내는 게 계획이였다. 우리의 일상과 맞다아 있는 주제들을 몇 개 정하고 하나씩 맡아 준비하기로 했다. 평화, 여성, 노동, 빈곤, 대학문화, 가족이 주제로 정해졌고 사다리를 통해 하나씩 가져갔다. 이제 부터는 힘들고 괴로운 실무의 시작이다.

# 중앙대에서의 회의는 답답했다. 무엇을 할 지, 또 할 수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같은 이야기, 엉뚱한 이야기, 쓸데 없는 이야기들만 잔뜩했다. 결국은 각자가 기획한 텀이 어떤 마술을 발휘할까가 아니라 과연 이게 가능할 것인가하는 실무이야기만을 주로 했다. 우리의 상상력이 바닥났다는 사실에 더 답답해졌다.

# 문화운동은 문화활동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운동은 우리의 삶을 더 긍적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누구라도 필요한 자가 해야 할 일이다. 문화운동은 문화제를 하고, 문화제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난 문화활동가가 아냐’ 하고 문화적 상상력을 남에게 미룬다면 그 사람의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 집회를 좀 더 나은 방식으로도 만들어보고, 선전전을 더 잘 할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문화운동은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내가 가져야할 문화적인 권리를 남과 공유하는 것이고, 공유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싸워서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이 문화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당당하게-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 “문화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인천 노동문화제의 이름들이다.)

# 평화, 여성, 빈곤, 노동, 대학문화, 가족. 따로 떨어져 있는 주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까? 모두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이 이 여섯 개의 주제에 들어있다. 기획을 하며 우리가 생각한 것은  따로 떨어져 있는 이 주제들을 우리의 삶, 나의 삶속에서 하나로 인식하는 것 이였다. 삶속에서 각각의 주제들이 하나로 인식될 때 우리의 운동이 제대로 풀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 여름 문화학교를 준비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름문화학교의 이름, “여행”을 짓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고, 이름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데는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물론 모든 회의 때마다 지각한 시간을 합친것이다. 오해하지 말기를....)이 걸렸으며, ‘여름’ ‘문화’‘학교’를 고민하고 기획하는데는 앞에서 소요된 시간의 몇 배가 더 걸렸다. 이번 여행을 준비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여행 기획단을 대신해 빌어본다.

 # 마지막으로, “여행”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것이 탄생하기까지 간단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처음 고민을 하던 것은 ‘여름문화예술학교’였다. 과거 ‘좋았던’ 한때를 보냈던 문예패가 싸그리 망해가고 있는 지금, 남은 사람들이라도 모여서 문예역량도 강화하고 문화운동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는 워크샵을 기획했었다. 하지만 그간 수십번의 방학동안 진행된 워크샵을 한번 더 진행하는 것이 별로 도움될거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예동아리들만의 워크샵이 아닌 활동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워크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의 일상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니 판단은 아직 이르다. 괜찮으면 또 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거 고민하자.

Posted by 행진

2006/08/14 07:11 2006/08/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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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SUD연합노조 대표, 아닉 쿠페 초청 강연회를 다녀와서


전국학생행진(건) JC

지난 8월 8일 전교조와 철도노조의 주최로, 프랑스에서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노조연합체인 SUD노조의 강연회가 있었다. 아닉 쿠페가 설명한 것들, 예컨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노동운동조직들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들이라든가 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해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한국사회의 현실과 매우 닮아 있었다. 반면, 기존의 프랑스 노조운동과는 다른 대안적인 실험과 사회적인 투쟁을 통해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SUD노조의 문제의식과 성과들에서, 우리는 한국의 사회운동과 노동자운동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짧은 지면이지만, SUD노조의 문제의식과 실험을 살펴보면서 한국의 노동자-사회운동의 새로운 전망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하자.

1. 프랑스 노동운동의 지형과 SUD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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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5개의 노조연합체가 있다. 대표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일정한 완화와 개혁을 주장하는 입장을 갖는 CFDT가 있고,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기는 하지만, ‘전투적 코퍼러티즘(노조원의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중심으로 투쟁하는데, 이것의 목적은 보다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을 통해 소속조합원들의 실리를 중요하게 사고하는 경향의 CGT가 있다. 그 외에도 3개의 노조연합체가 더 있는데,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SUD노조는 이러한 프랑스의 일반적인 노조들과는 사뭇 다른 입장과 지향을 가진 노조연합체이다. 단적으로 SUD는 명확한 반신자유주의의 입장에서 강력한 사회적 투쟁을 통해 자본에 맞서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지향한다.

프랑스의 노조운동은 25년 전인 81년, 좌파정부인 미테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두 가지 지점에서 위기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노동조합운동들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차가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첫 번째는 신자유주의가 프랑스 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사회보장이 축소되고, 노동의 불안정화가 심화되면서 임금노동자들이 분열된 것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남성-정규직노동자들과 영세-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다. 기존의 노조연합체는 이러한 균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조직 노조원들(대기업-정규직-남성 노동자들 중심)의 이해를 방어하는데 치중하게 됨으로써 분열을 확대하였다.

이것과 이어지는 두 번째 위기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81년 좌파정부와 노조연합체들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지면서, 미테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과정에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좌파를 비롯한 노동자운동 전반은 대중적인 신뢰를 잃게 되었으며, 프랑스의 주류 노동조합 및 좌파정당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효과적인 비판도 하지 못하고 점차 대중과 유리된 채 보수화/관료화되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SUD노조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SUD노조가 만들어지게 된 1988-89년은 프랑스에서 채신노조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추진되던 시기였다. 당시 채신노조의 상급단체인 CFDT는 이러한 민영화를 채신부문의 적절한 현대화 정책이라며 찬성을 했고, 이에 반발해 민영화 반대투쟁을 조직했던 지도부와 조합원들을 축출시켰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축출된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노조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그리고 반신자유주의적 이념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연합체의 건설을 고민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SUD노조의 지향


SUD노조는 반전-대안세계화, 빈곤-불안정노동에 맞서 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는 운동,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맞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우선, SUD노조는 프랑스 대안세계화운동의 표상이기도 한, ‘ATTAC(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이 건설될 당시부터 이것의 주요한 일원이었으며, 지금까지 ‘ATTAC’과 긴밀한 연계를 맺으면서, 대안세계화운동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SUD노조는 신자유주의 정책가들이 말하는 이데올로기들과 정책들을 비판하고,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데 있어, ‘ATTAC’에 참여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고, 이 단체와의 공동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교류는 SUD에게 뿐만 아니라, ‘ATTAC’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ATTAC’에서 제시하는 대안과 비판을 대중 속에서 확장하는데 있어, SUD의 사회운동적 기반과 투쟁이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UD에서는 이렇듯, 대안세계화운동을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본이 초민족화 되고, 사회곳곳의 기반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다양한 국제적인 운동들이 ‘대안세계화’운동을 매개로 교류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UD에서는 자신의 소속노조의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경제적 투쟁을 넘어서, 환경·빈곤·실업·이주노동자문제 등 여러 문제에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또한, 프랑스 사회 역시도 신자유주의 이후, 여성의 빈곤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SUD노조에서는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권리와 그러한 권리를 정당화하는 사회전반의 여성 억압적이고, 성차별적인 가부장적 구조에 맞서 여성권을 확장하는 문제 역시도 주요하게 고민하고 있다. 단적으로, SUD노조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노조원 교육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과 사회적으로, 그리고 노동자운동 내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이중적인 차별과 관련한 교육, 그리고 여성권을 확장하는 운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내용이 필수적인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SUD연합노조는 다른 노조연합체에 비해서 여성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물론, SUD노조 역시 이와 관련해서 명확한 전망과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며, 앞으로 더욱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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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천들뿐만 아니라, SUD노조가 표방하고 있는 기본정신은 단적으로, SUD노조의 이름에서 표현되고 있다. SUD노조의 S는 Solidarity, 즉 ‘(사회운동들 간의)연대’를 의미하고, U는 Unity, 즉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의미하며, SUD노조의 D는 Democracy, 즉 ‘민주주의’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사회운동들과의 연대 및 노동자(민중)의 단결의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도 SUD노조가 주목하고 있는 매우 주요한 정신이다.

SUD는 노조 역시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SUD노조가 처음 건설되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노조조직 내의 관료주의였다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SUD노조는 투쟁 속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것을 중요한 자기과제로 삼고 있는데, 정보와 지식의 균형 문제, 그리고 권력을 조합원들이 통제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사고한다. 노조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SUD노조의 몇 가지 노력들을 살펴보면, 우선, SUD에서는 소속된 모든 노조가 노조의 규모에 관계없이, 단위 노조마다 한 표의 권리를 갖고 있다. 가령, 17,000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와 800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가 똑같이 한 표의 결정권만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SUD노조는 사용자 측과의 협상과정이나, 현안문제 등을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조직에서 권력이 형성되고, 위계가 형성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知的) 차이를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합원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 개개인이 정세를 판단하고, 자신의 입장을 조직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3. 몇 가지 쟁점에 대한 SUD노조의 입장


지금까지 언급했던 것 중에서 또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몇 가지 쟁점이 있다. 먼저, 국제연대과 관련한 SUD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면, 각종 자본의 국제기구와 금융의 세계화에 맞서서, 자신의 해당 기업과의 협상과 타협을 뛰어넘어 국제적인 자본의 횡포와 착취에 맞서서 연대투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프랑스계 기업 라파즈-한라의 하청기업인 우진산업 노동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해 라파즈-한라의 야만적인 착취와 횡포에 공동으로 맞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아닉 쿠페는 당장에 이런저런 것들을 약속할 수는 없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더욱 고민해보자는 것을 전제하면서, 앞으로 프랑스로 돌아가 라파즈를 비롯한 프랑스계 초민족자본의 행태에 대해서 프랑스에서도 이를 이슈화시키고, 해당 기업의 노조를 통해서도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다음으로,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년세대들의 정치적인 무관심이 주요한 문제라고 한다. 높은 청년실업과 청년세대들의 기존 노동운동에 대한 반감이 주요한 원인인데, 이와 관련해서 SUD노조는 몇 가지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SUD노조에는 학생조합이 존재하는데, 이는 SUD만의 특수한 조직구조이다. 소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서 이들이 사회적인 문제와 노동권의 문제에 보다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SUD가 주목하고 있는 대안세계화운동에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인데, 이러한 운동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는 SUD노조는 이 운동들 속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활기찬 조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SUD노조는 젊은이들에게 노조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노조에 보다 새로운 문제의식을 환류 시키고, 젊은 세대들의 능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SUD노조가 한 사람이 장기간,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중책을 맡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에 의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SUD노조는 노동자운동이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변혁적 지향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도 사회변혁 운동을 지향하던 세력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하는 세력이 되거나, 이러한 세력의 유력한 파트너가 되어버렸다. 이들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재편은 민중들의 권리를 파괴하고, 불안정한 삶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세력인 사회당(과 깊은 관련이 있는 CFDT)을 비롯해, 프랑스 공산당(과 깊은 관련이 있는 CGT)은 이러한 신자유주의를 주도하거나, 무기력하게 특정 집단(자신의 소속노조이거나, 노조내에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세력)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세력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정당은 노조라는 대중적인 기반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권력을 획득했는데, 이러한 노조와 정당간의 관계 속에서 노동자운동은 더 이상 사회의 대안을 형성하는 세력으로서의 역할과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노동자운동의 의제와 범위를 한정하고,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과 투쟁을 봉쇄하게 된다.

따라서 SUD노조는 정당과의 관계에 있어서 독립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사고하고 있으며, 정당의 정책이나, 입장이 노조의 문제를 결정하는데 개입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정당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입장과 방향이 같을 때는 언제나 함께 투쟁하고 있다. 이는 CGT나 ‘ATTAC’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운동이 자신의 사회변혁적 전망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노동자운동을 단순한 노동 조건의 개선과 방어를 위한 것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노동자운동이 대안형성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SUD노조는 ‘반신자유주의 헌장’같은 것을 이에 동의하는 다양한 단체들과 세력들과 함께 수립하고, 이것을 민중적인 의제, 그리고 대안으로서 제기하는 투쟁을 벌여나가는 한편, 이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과 공동의 행보를 취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4. 한국 노동자운동에 시사하는 바


IMF를 기점으로 한국사회의 노동자운동이 처한 현실 역시, 프랑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위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대안세계화 운동과 결합된 사회운동적 노동자운동이 생겨나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SUD노조의 문제의식과 실천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운동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서 고민해보도록 하자.

먼저, 남한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문제 중에서 대공장-남성-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코퍼러티즘적 노동운동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저항적 토대가 취약한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불안정 노동을 심화시키고, 이를 점점 확대해 나가는데,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자본의 전략에 맞서는 효과적인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 여전히 대규모 조합원 동원이 가능한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자운동이 진행되었고, 그로인해, 이른바 영세-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운동에서 주변화 되어, 자본이 만들어낸 노동자들 내부의 균열은 확대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과의 깊은 연계 속에서 동원중심의 일회성 투쟁을 통해 정부와 기업주에 압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일정한 양보를 끌어내는 ‘전투적 코퍼러티즘’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만들지 못하고 대중들과 노동자 내부에서 동시에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민주노총의 산별체계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한국노동자 운동의 위기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산별 중심으로의 전환은 결국, 기업단위의 경제투쟁을 동일산업부문으로 그 범위를 약간 확장하는데 그치는 것이며, 따라서 노동자들의 협상조건을 조금 더 개선하는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환의 계획 속에는 협상을 주도할 산별 중앙의 역할과 권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산별 체계 내에서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이해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산별체계로의 전환 논의는 여전히 지역에서의 연대투쟁의 강화와 사회적 운동의 확장이라는 문제가 맹점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에 앞서 지적했던 노동자운동의 고립을 넘어서 연대와 단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는 한국 노동자운동의 위기의 원인들을 하나도 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기층의 노동자들을 더 수동적으로, 그리고 객체로 만들어 결국, 노동자 운동의 자기 해방적 토대를 더욱 더 침식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

오늘, 한국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기 단위 중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국한된 투쟁을 넘어설 수 있는 운동의 기획이 매우 절실하다.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분할하고 있는 차별에 맞서서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적 문제와 쟁점에 다양한 운동들과 연대해 싸울 수 있는 노동자 운동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설 수 있는 운동, 대안세계화 운동의 주요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노동자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SUD노조와 같이 사회변혁적 지향을 분명한 자기과제로 갖는 운동, 그리고 역동적인 투쟁 속에서 끊임없는 민주주의적 실험을 하는 한편, 영세-여성-비정규직동자들을 주체화시킬 수 있는 운동, 그리고 여성, 빈곤, 환경, 이민자 문제 등에 대해서 대안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연대투쟁을 실천할 수 있는 노동자운동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6/08/14 07:02 2006/08/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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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보육노조와의 간담회

전국보육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김지희
전국학생행진(건) 회원 JS


현 정부는 출산의 위기를 극복하겠답시고 몇몇 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보육을 사회적으로 책임지겠다면 제시된 보육정책들이 또 다시 보육시설 내의 여성노동자들의 착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 슬픈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금 용기를 얻는다. 8월 10일 오후 2시, 학생행진에서는 보육노조에서 일하시는 분을 찾아뵙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다.

행진    안녕하세요? 저희는 전국학생행진(건)입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보육노조    저는 전국보육노동조합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고 있는 김지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희 노조는 2005년 1월에 출범했습니다. 아직 얼마 오래되지 않았지요.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교사, 청소부 등 시설관리노동자 등)이 들어올 수 있는 노조입니다. 현재 어린이집에는 생후 4개월부터 초등학생 방과 후까지, 굉장히 넓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형식적으로 정해져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근무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덕분에 근무시간 같은 경우도 대단히 탄력적이에요. 아이를 토요일에 맡겨 월요일에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러면서 어린이집이 '24시간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 경우 야간교사를 따로 둡니다. 이 야간교사들은 저녁 7,8시부터 그 다음 날 아침 7,8시까지 밤새 12시간 노동을 하게 되지요. 임금의 경우 최근 어떤 통계를 보니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나왔는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만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전형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지요. 그리고 거의 99%가 여성이지요.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남녀 비율 통계를 보니 아예 ‘100% 여성’이라고 나와있더군요.^^ 전형적인 여성 중소영세사업장이에요.

행진    24시간 노동이라… 참 충격적이군요. 이 외에도 교사들에게 주어진 ‘실제’ 점심시간은 11.1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접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업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겠죠. 노동시간과 非노동시간의 구분이 모호한 돌봄 노동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치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구요.

보육노조    그렇죠. 특히 요즘 많이 생기고 있는 간병이라든가, 보육이라든가 이런 업무들은 사회의 약자들이 주로 담당해온 일이에요. 그리고 집안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이 바로 그 약자였구요. 요즘은 간병과 보육을 나름대로 ‘사회화’한다고 하면서, 직업군이 창출되어 왔죠. 특히 IMF 전후해서 맞벌이부부가 이전보다 많이 생겨나면서 보육산업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보육산업이 생기고, 그리하여 보육이라는 것이 ‘노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간병과 보육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맨날 여자들이 하던거”라고 다들 ‘저평가’하는거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돌보는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만 따져봤을 때는 ‘가시적인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거든요. 그리고 아이를 한 명 돌보는데, 여성가족부의 ‘보육비용 연구자료’에 따르면 만 1세 아동의 경우 최소 7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한테 받을 수 있는 돈은 민간시설에서는 법적으로 최대 35만원밖에 안 되지요. 사실 부모들한테 그 이상을 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부당한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면 그 나머지라도 나라에서 책임을 저야 하는 것이지요. 그 책임을 지지 않으면 보육이 말 그대로 ‘버려진’ 사회이고… 그런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보육이 한창 필요할 때에, 정부가 그저 시설 자체만 많이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정부 책임하에 두지 않고 민간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 셈입니다. 지금 95% 이상이 ‘민간’ 어린이집입니다. 민간이 운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민간에게 운영하게 함으로써, 보육공공성 자체도 엄청나게 침해되고 노동자들의 상황도 아주 열악해진 것 같아요.

행진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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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어린이집을 보면, 국공립 어린이집이 4.8%고 나머지가 완전 민간입니다. 그리고 그 4.8%의 국공립이라는 것도 사실은 정부의 직영이 아니라 ‘민간위탁’입니다. 예컨대 건물만 정부 소유이고 그 실제 운영은 민간에서 위탁받아서 하는 식이죠. 절대다수가 민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운영실태를 보면… ‘근로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노조가 생긴 2005년 1월 전후로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 작성 붐이 일어났어요. 즉 그 전에는 근로계약서조차 없었던거죠. 그리고 그나마 괜찮은 어린이집, 예컨대 국공립 어린이집들부터 근로계약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건이 비교적 괜찮다는 곳에서 쓴 근로계약서를 봐도, ‘1년짜리 단기 계약직’에 그쳤습니다. 즉 근로계약서를 써봤자 비정규직이니,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겠지요? 사실 대부분의 민간 어린이집은 아직도 근로계약서 자체가 없어요. 원장이 “내일 나가”라고 명령하면 그냥 나가는 거죠. 이야기하다보니 한 가지 웃지못할 사례가 떠오르네요. 어떤 원장이 하루는 우리한테 전화를 한 다음 “1년짜리 근로계약서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거에요. 그러면 우리는 “달랑 1년 쓰고 버릴려고 하나요?”라고 반문했죠. 그런데 그 원장의 답이 가관이었죠.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하면서 1년을 못 버티고 나간다, 그래서 적어도 1년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강제장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완전히 우리 의도와는 거꾸로 이야기하는거죠. 이만큼 노동상황이 많이 열악해요. 설움도 많구요. 다들 “내가 지금 당장 짤려도 나 대신 내일 누군가가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을 못하는거죠. 현장의 관리자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매우 불안정한 사업장입니다.

행진    보육노조의 요구안 가운데, ‘평가인증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육노조    일단 ‘평가’라는 말 속에는 맥락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요새 워낙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라고 많이 왈가왈부 하면서, 심지어 여성가족부도 ‘공공성’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중에 ‘공공성’을 쓰는 데는 거의 유일무이하죠. 그리고 그 공공성을 지킨다면서 ‘평가’라는 기제를 도입하겠다고 여성가족부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 ‘평가’라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과 다른 것 같아요. 현재 존재하는 시설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그 평가에 따라 그 시설의 환경을 업그레이드를 충실히 하고, 또 민간 시설들의 보육여건이 낙후하면 그것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서 정부 책임 아래 두고, 이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원은 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경쟁만 부추기는 식입니다. 현재 평가과정을 받는 것이 ‘필수’는 아니라고 하는데, 원아모집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평가인증마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半강제적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평가를 수행한 후, ‘평가미달’인 것은 보육시장에서 ‘날려버리겠다’, 이런 의도를 깔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아이들이 각각의 시설에 다니고 있고 그 시설이 없어지면 갈 곳이 사실상 없지요. 그런데 정부는 각각의 시설을 정상화하려고 하기는커녕 날려버릴 생각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진    그 평가의 항목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보육노조    인천 같은 곳을 보면, 인천시가 ‘처우개선비’라는 수당과 관련시키면서 그 평가에 대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가를 위해 한 1년 정도 기획회의를 먼저 한다고 하네요. 외관이나 이런 것들도 다 뜯어고쳐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또 보육과정에서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 같은 것도 중요하게 다뤄진다고 합니다. 감독관이 파견되서 이를 살펴본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평가 그 자체를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니, 보육노조 안에서도 많은 이견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현재 노조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은, 평가항목들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가라는 것이 실제 필요한 지원은 하지 않은 채 경쟁만 부추기는 등 허구적인 면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만 죽어나는 거구요.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말씀드릴게요. 인천의 사례들을 보면,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아이들은 당연히 시설에 오지 않겠어요? 그러니 일단 아이들 보육은 하던데로 한 다음,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평가 관련된 서류준비에 모든 사람들이 동원되는거죠. 준비해야할 서류가 대단히 많다고 하더군요. 또 외관도 좀 보기좋게 고치고 청소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주말에 많은 선생님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합니다. “주중에는 보육노동을 하고, 주말에는 건설노동을 한다”라고 다들 그래요. 이러니 아이들 보육에 집중을 잘 할 수 있을리 만무하지요.

행진    이번 <새로마지 플랜>을 봐도 평가인증제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요?

보육노조    작년부터는 시범으로 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는데, <새로마지 플랜>에서 ‘평가인증제’ 관련하여 뭔가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보육노동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플랜>에서 걸리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기본보조금 도입’과 ‘보육비 상향선 다원화’이지요. 이 두 가지가 제일 많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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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보조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아까 아이 한 명 키우는데 적어도 70만원이 든다고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학부모가 35만원만 낸다고 했지요. 그러면 70만원에서 35만원을 뺀 나머지 35만원치가 문제인데, 이 나머지 35만원 부분을 정부에서 대갰다, 이렇게 말하는게 바로 기본보조금이에요. 아이들 머릿수 당 일정액을 정부가 가정에게 지원하겠다는 거지요. 즉, 부모가 내는 돈은 이전에 비했을 때 결코 줄지 않는다는 거에요. 물론 그 동안 그 나머지 35만원분이 제대로 시설에 지원이 되지 않으면서 많은 문제가 생겼죠. 아이들 급간식비를 무리하게 깎고, 또 사람들 인건비를 깎고… 그래서 고질적인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선심쓰듯이 말하면서 그 나머지를 (물론 얼마까지 지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겠다는 거에요. 사실 아이들 머리수 당 액수를 정해서 학부모들한테 주는 방식은 여러모로 비합리적인 점이 많아요. 만약 한 보육반에 8명이 원래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가 다 차지 않아 5명반 들어간다면 3명 분의 지원액의 나오지 않겠죠. 이렇게 기본보조금 지원 수준은 유동적이지만, 반면에 인건비는 고정적입니다. 아이가 5명이든 아님 8명이든 반드시 교사는 1명 이상 필요하거든요. 기본 보조금을 가지고는 임금을 비롯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이미 일본에서도 증명된 것이에요.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아동수당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육시스템이다. 보육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여성들의 정상적인 노동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주장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시설에 대한 직접 지원 대신) 아동수당이니, 보조금이니 하면서 각 가정에게 직접 돈을 지원하는 방식은, 보육의 공공성보다는 대다수 선거권자인 부모들에게 잘 보이려는 현 노무현 정권의 선택입니다. 어쨌든 기본보조금으로 시설을 정상화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저희가 볼 때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육료 상한선’ 관련해서는, 2004년 말부터 이미 이야기가 되어온 것이에요. 앞에서 말했듯이, 보육료가 원래 상한선이 있거든요. 그 이상은 보육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보육공공성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구요. 만약 상한선이 없다면 어디 고급시설은 100만원 이상 받고, 반면 다른 낙후한 곳은 적게 받는 대신 보육환경이 대단히 열악하고, 말그대로 부익부빈익빈이겠지요. 그런데 여성가족부에서 상한선을 없애고 자율화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본보조금을 받는 곳, 안 받는 곳 이렇게 나눈 다음, 보조금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곳에서는 이전보다 상한선을 더 높여서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끔 한다고 합니다. 결국 상한선을 다양하게 한다는 거고, 이것은 상한선을 없앤다는 말에 다름아니에요.

행진    <플랜>을 보니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언급도 있던데, 실현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보육노조    사실 여성가족부는 항상 의지가 없었죠. 이전에도 현재의 4.8% 수준에서 10%까지 높인다고 했는데, 물론 이 자체도 터무니없이 적긴 하지만 예산의 문제로 인해 이마저도 실행되지 않았죠. <플랜> 보면 국공립 확충에 대한 계획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몇 %나 될지 모르죠. 참고로 저희는 국공립시설이 적어도 50% 이상은 되어야 공공성이라는 것을 말할 자격이 있다, 이렇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는 차치하고, 과연 이름만 국공립인 것 외에 얼마나 공공적으로 운영이 될지 믿음이 안 가네요. 예컨대 정부 계획을 보면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더불어, 교사들에 대한 임금지원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어린 아이(영아)를 보는 교사들에게는 임금의 80%, 그리고 큰 아이를 보는 교사들에게는 30%를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는 이전의 90% / 50%에서 그 비율이 준 거에요. 그리고 여성가족부 계획에 따르면 2008년에는 모두 0%입니다. 임금 지원이 하나도 없는 것이 과연 어떻게 국공립 시설이 될지 모르겠네요. 인건비가 운영부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사실상 ‘민간’인거죠. 상식적으로, 정부 직영이 아닌 것을 가지고 국공립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다시 민간시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자기 이윤을 챙기려고 불법비리를 저지르고, 교사들을 부당해고 하는 등 민간/민간위탁 시설장들의 횡포와 부정으로 애꿎은 아이들고 부모, 보육노동자들이 모두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영’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행진    <새로마지 플랜>에 대한 간략한 총평 부탁드릴게요.

보육노조    제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저출산 고령화 위기 담론’이라고 상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손쉽게 내세우는 것이 바로 보육과 노인 요양 보험, 이 두 가지입니다. 보육과 노인 요양 모두 민간화되어있는 상황에서 기본보조금 같은 것 주겠다, 이렇게 나오고 있는데, 사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죠. 이도 이렇거니와, 저는 기본적으로 보육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저출산 문제’를 건드린다는 것이 제대로 되었든 되지 않았든 그 영향이 실제로 대단히 미미하고 현실성도 없다고 봐요. 그저 ‘보육’이라는 것이 가장 손 쉽고 가장 외곽에서 건드리기 쉬운 아이템이니까 뭔가를 하는 것처럼 시혜적으로 보여줄 뿐이죠. 저출산 위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출산율이 낮을 것을 가지고 사회의 위기를 운운하기 전에, 여성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전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여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사회구조를 여성주의적으로 바꾸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가 하고 있는 ‘보육’이나 ‘노인요양’같은 것은 어떻게 되었든 그 영향력이 미미할 뿐입니다.

결국 <새로마지 플랜>에 나오는 각종 경제적 지원이라는 것들은 정부의 무기력한 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여성의 삶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어떤 새로운 괴물이라고 보기는 좀 그런 것이, 이것이 아니라도 이미 여성들의 삶은 구조적으로 악화될 때로 악화되었죠. 또 사회구조를 바꾸지는 않은 채 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결국 출산과 보육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데올로기’가 강화될 따름입니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일만 더 늘어날 뿐입니다.

행진    ‘가사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보다 발본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저희도 그렇고 다들 어디서부터 출발할지가 막막한 것 같습니다. 일단은 보육노동자들의 투쟁에 열심히 연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겠어요.^^ 아까 99%, 그리고 정부 통계로는 100%가 여성이라고 나왔다는데, 여성에 대한 제약이 많은 사회구조 속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 또한 어려움에 종종 부딪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육노조    아무래도 여성이 중심에 설 수 있는 조직, 조직화, 투쟁방향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아직 조합에 가입이 안 된 사람들을 만나고 이 사람들을 조직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사실 모든 중세 영세 사업장이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요.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과 같은 영세 사업장이 많은데, 이 경우 시설장과 교사들, 노동자들 간의 관계가 문제가 되죠.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 같은데, 때로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면서 관계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어요. 예컨대 “내 딸 같은 애들” 운운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니가 이 월급을 받지 않으면 여기가 망한다.”라고 호소하거나, “너 아니어도 여기 들어올 사람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나가면 다른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도 쉬울 줄 아느냐” 식으로 협박도 종종 하지요. 이는 다른 중소 영세 사업장과 양상이 비슷한 것 같아요.

투쟁문화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다수 여성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죠. 팔뚝질하는 거나, 집회 나가는 거나, 전경과 대치를 하는 거나… 물론 이는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가능하긴 해요. 하지만 이 차원을 넘어서, 문화제라든지, 아니면 가두투쟁이라든지 모든 것에 있어서 여성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또 많은 고민이 드네요.

그리고 노동조합 운영 역시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부분이 앞의 것들보다 더욱 더 적응하기 힘들 것일 수도 있죠. 안에서 성폭력 문제가 생겼을 때 노조가 처리하는 방식들도 변화할 필요가 있고. 이런 부분이 좀 걸리죠. 노조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지침을 중심으로 해서, 위원장의 지시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방식이 많잖아요? 그런데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방식이 좀 동화되기 힘든 부분도 있죠. 여성들은 남자들이 한 10분 이야기할 것을 2,3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 우리는 생긴지 얼마 안 된 노조인데, 일단 각 지역에서나 전체 노동조합에서나 좀 어떤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를 하고, 각 단위의 입장을 모으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노력해온 편이에요. 그런데 이런 면이 기존의 노조 스피드와는 맞지 않게 보일 수도 있는거고…

행진    말씀 잘 들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네요.^^ 행진 차원에서도 고민과 실천을 가져가고 싶은데요,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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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일단 올해는 여성가족부가 주무부처이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를 대상으로 투쟁을 계속하기로 노조 내에서 합의가 되었습니다. 일단 8월 25일까지 조합원들이 주축이 되서 1인 시위를 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수요일마다 ‘온라인집회’를 해오고 있구요. 그리고 8월 26일에 전국 집중 집회가 있어요. 행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연대 투쟁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9월부터는 서울, 인천, 부산 등 각 지역별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투쟁을 벌일 예정입니다. 이렇게 투쟁의 경험을 쌓아나가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내년에는 좀 다른 단위들, 예컨대 사회복지노조나 자활노조 등과 연합을 해서 공통의 투쟁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이런 계획도 있어요.

행진    지금 많은 학생들이 선봉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꼭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네요.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Posted by 행진

2006/08/14 06:49 2006/08/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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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레바논 휴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결의문은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당분간 군사공격을 지속할 태세여서 실질적인 휴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작성되어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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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의안은 1만5천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해체하고, 레바논 남부를 통제하도록 돕는 다국적군을 지지한다."라는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스라엘이 주장해오던 것이다. 이처럼 ‘평화유지군’이 난민지원 등의 활동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성격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막는다기보다는 헤즈볼라의 해체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결의안은 레바논 내의 모든 무장단체가 무장을 풀고 무기소지와 거래를 전면 중단시킬 것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헤즈볼라를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무기소지를 금지하여 무력을 약화시키고 평화유지군을 이용하여 헤즈볼라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7월 하순 헤즈볼라의 정책중앙회의 위원인 알리 파이야드는 "헤즈볼라를 저지하려는 다국적군이라면 레바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방어해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그 같은 구상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다국적군의 파병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중동의 민심은 헤즈볼라에게


이와 같은 헤즈볼라 ‘축출’ 조치는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압박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중동 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에 대한 위협의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 중동 내에서 헤즈볼라의 인기는 상당하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 그를 추종하는 전사들은 이스라엘과 단순히 싸워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아랍권에서 광범위한 신망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의 보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니파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고,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친미 정권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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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스라엘 침략 전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에 맞서 승리를 얻어내면서 이 지역에서 반(反) 이스라엘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0년 이스라엘을 레바논으로부터 몰아낸 이후에는 무장조직을 해체하려는 압력을 받았지만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무장조직은 단지 레바논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군사작전으로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자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고 나서며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정당이며 의회 내에서 상당히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또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사회 복지와 의료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펼쳐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헤즈볼라의 지지 세력은 이번 전쟁을 거치면서 종교와 종파를 넘어서 레바논 전체로 광범위하게 뻗어나갔다. 7월 26일에 발표된 베이루트 조사정보센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바논인들의 87%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조사보다 29%가 상승한 수치다.  지난 4주간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학살과 기간시설 파괴, 이를 관망하였던 세계사회의 모습은 중동지역에서 정의와 인정이 지배할 것이라는 희망을 앗아가고 민중들에게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그간 아랍의 모든 정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인들의 분노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민중들을 설득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대부분의 아랍 정부들을 이스라엘의 무력 앞에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었으며, 지난 수십 년 간 이스라엘의 침략에 수많은 민중들이 희생당하는 등 실패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에 반해 강력한 저항노선을 천명한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기반시설을 파괴하며 레바논 정부가 그 책임을 헤즈볼라에게 묻기를 유도하였지만 지난 달 29일 사니오라 총리는 시아파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지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부의 분열을 기대하였지만 너무나도 잔인한 그들의 방식은 오히려 헤즈볼라를 주축으로 하는 저항세력의 확대를 불러온 것이다.

'테러'를 양산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세계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중동지역의 여러 분쟁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발단은 2차대전 후 유태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서의 2천 년 기록을 근거로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강대국들의 비호아래 이스라엘 국가를 건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을 위시로 한 서방국가들로서는 전통적으로 서방의 기독교 국가들과 대립관계에 있었던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제어하고, 석유에 대한 이권을 차지하는 데에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편이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으로 유태인들은 염원하던 ‘자신들의 국가’를 가지게 되었으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2천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던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또 다른 국제 난민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시기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은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들 또한 조상 때부터 살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로써 아랍 측과 이스라엘 측의 지루한 전쟁이 잉태되었으며, 이후 네 차례의 중동전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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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은 민족, 종교, 영토, 경제적 이권 등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작용하고 있는데, 또한 여기에는 미국의 중동 전략이 커다란 몫을 차지한다. 미국은 중동 지역 내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계속적으로 지지하고, 친미·독재 정권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친미 정권인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통점은 부패한 독재 정권이 집권하고 있고 이들을 미국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동지역 내에서의 자신의 패권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호하며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미국의 중동정책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 아랍국가들을 공격하여 자신의 영토를 늘리는 정책은 여러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테러’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있었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에 반대하는 농민운동으로 시작하였고, 9.11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역시 미국이 지원하는 독재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이른바 ‘테러’와 ‘무장조직’을 발생은 다름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랍인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 석유를 통한 이권을 얻기 위한 각종 정책들, 이스라엘의 핵개발은 눈감아주고 이란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세계 사회의 이중성, 그리고 그것들을 행하기 위한 각종 무력(군사적)조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랍 민중들을 핍박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더 많은 헤즈볼라 병사가 생겨난다. 모두들 결과가 어쨌든 그들이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진 전쟁을 하고 있다”는 한 이스라엘 병사의 말은 상징적이다.

이번 레바논 분쟁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공격하고 미국은 이를 관망하도록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작하고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는 공통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이스라엘이 인민저항위원회가 자국 병사를 생포한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고 우기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은 지난 1월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하마스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하마스 정부에게 패배한 부패한 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또한 헤즈볼라가 병사를 납치하자 레바논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를 압박하며, 레바논에 미국의 조종을 받는 정권을 세우길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만행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 세력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이해와도 함께한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민주주의 증진법(ADVANCE Act)을 준비하며 세계45개 독재자들을 2025년까지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것은 즉, 세계에서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고 중동지역에서는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무력침공으로 이라크 정권을 교체하였고 대규모의 지상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전쟁과 군사세계화를 중단하라!


한 달여간 벌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인한 레바논의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천여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였으며 그중 삼분의 일은 12세 이하 어린이다. 3천5백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레바논 인구 4분의 1에 달하는 91만 여명이 난민이 되었다. 그중 22만 여명은 국외로 탈출하였다. 주택 6천9백 채, 공장 160곳, 공항·항구·발전소등 29곳, 교량 145개, 도로 600km가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파괴되었다. 레바논 산업시설 95%의 가동이 중단되었고, 특히 생필품 공장까지 생산을 멈추면서 그 여파가 레바논 국민의 생활고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최악의 환경 재앙도 낳고 있는데 폭격으로 파괴된 레바논 발전소 저유고에서 흘러나온 석유가 지중해 안을 뒤덮으며 막대한 오염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침략전쟁을 중단하고 레바논인들이 입은 엄청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점령지를 즉각 반환하고 자국 감옥에 가두고 있는 아랍인들을 석방하여야 한다. 그리고 차별과 억압이 아닌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상호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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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문제 해결방안은 바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힘의 논리의 강화, 즉 군사세계화를 멈추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각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면서 무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때로는 “악의 축과 테러세력,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인류 공통의 적에 대한 정의로운 개입”이 되기도 하고, 신의 뜻에 근거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퍼뜨리는 “성전(聖戰)”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러한 시도는 수많은 민중들을 끔찍한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초 민족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불만들을 관리하기 위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서 군사세계화를 동반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제재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를 건설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 전체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데 중동전략의 대부분을 배치하고 있다. 2006년 한국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한-미 FTA와 평택전쟁기지 건설은 금융세계화와 군사세계화의 유기적 관계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중들을 착취하고, 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정책이 불러오는 것은 폭력과 혼돈의 세계일 뿐이다.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민중들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

Posted by 행진

2006/08/14 06:47 2006/08/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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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3호를 발간하며

이제 여름방학도 점점 끝나갑니다. 이번 여름, 다들 보람있게 보내셨나요?^^

뉴스레터도 벌써 3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지면을 짧고, 해야 할 이야기들은 많은 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곳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앞으로도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열정으로, 시대의 모순과 폭력들에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전국학생행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실릴 글은 5가지입니다.

첫 번째 글은 최근 또 다시 일고 있는 중동의 참혹한 전쟁에 대해서 썼습니다. 아니, 전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군요. 미국 주도의 군사세계화 속에서 평화를 위협받는 한반도의 상황은 결코 레바논의 문제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들의 총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연대’가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당장 레바논 침공을 중단하라!

두 번째 글은 보육노조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습니다. 현 정부는 소위 출산의 위기를 극복한답시고 몇몇 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보육을 사회적으로 책임지겠다면 제시된 보육정책들이 또 다시 보육시설 내의 여성노동자들의 착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 슬픈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이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금 용기를 얻습니다. 남한의 많은 동지들이 8월 26일의 투쟁에 함께 할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세 번째 글은 프랑스 SUD 노조의 아닉 쿠페 강연회에 다녀오고 나서 한 동지가 써 주신 감상문입니다. 비행기로 가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프랑스지만, 사회운동과 학생운동의 과제는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동운동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 남한의 상황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노동(자)운동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지들에게 이 글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네 번째 글은 여름문화예술학교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인하대의 한 동지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문화운동은 일부 문예패 동지들만의 권리/의무가 아닐 것입니다. 많은 동지들이 이번 여름문화예술학교에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나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과연 나는 어디쯤 있는지, 그리고 사회는 어디에 있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 생산과 표현의 기쁨을 누리면서 함께 그 답을 찾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은, 한 편의 긴 논문과 함께 하나의 토론거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지 두 달이 훌쩍 넘었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은 아직 남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 또 다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논문 분량이 좀 길지만, 글씨 크기와 줄간격을 넉넉하게 조절한 것을 감안한다면 읽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소견서’일 뿐이라는 점을 또 강조합니다. 앞으로 적지 않은 수정과 보충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 부탁드립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stu_link@hanmail.net으로 소견을 보내주세요.)

그럼 동지들, 마지막까지 뜨거운 여름 보냅시다!

Posted by 행진

2006/08/14 06:34 2006/08/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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