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합시다!
- 기륭투쟁에 부쳐 -




지난 2005년 8월, 구로 지역 공단에 만연한 최저임금과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에 앞장서고 있는 기륭전자에 대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투쟁을 시작한 기륭 여성노동자들의 기나긴 싸움이 어느 덧 1100일을 훌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심화될수록 비정규직으로 대표되곤 하는 불안정노동의 경향은 일반화될 뿐만 아니라, 다면화ㆍ구체화된다. 이것은 익히 알고 있듯이, 자본의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저하되는 상황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 그만큼 저들에게는 노동의 불안정화를 보다 ‘구체적인 정세와 구체적인 세력관계에 적합하게 끊임없이 재조직’하는 것이 사활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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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의 구체적인 정세는 어떠한가? 우선,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던 주요한 근거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 내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그 어느 분파를 막론하고 지배세력들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최근의 환율논란이나 이른바 ‘9월 위기설’ 논란에 대한 여ㆍ야의 이전투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들이 이에 대한 실질적인 타개책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방법상의 차이만 있을 뿐인)한미 FTA'나 ‘비정규직 악법’ 등의 반노동자ㆍ민중적인 의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주노총 등이 야심차게 진행해 온 ‘비정규직 전략 조직화사업’이나 이른바 ‘평택투쟁ㆍ한미FTA투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이에 맞서야 하는 대다수의 운동진영들이 실천적으로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황이 돌파구를 못 찾고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5월 이후 지속되어 온 촛불시위는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지배세력에 대한 거대한 대중적 불만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이지만, 기존의 사회규범 일반에 대한 불만ㆍ환멸을 넘어서는 지배계급의 전략에 맞서는 구체적인 운동으로 자기 스스로를 재조직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7/8월부터 공안탄압과 각종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운동의 기획이 전방위적으로 도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장기화되어 온 KTX, 이랜드-뉴코아, 기륭, 코스콤 등의 투쟁 역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열어제끼지 못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정권의 각종 탄압의 지속과정을 온 몸으로 맞부딪혀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투쟁사업장들은 비록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강고하고 끈질기게 서로간의 연대투쟁을 이어 온 노력들이 모여 그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정권의 더 큰 물리적 탄압은 정확히 이것마저도 고립시키고 해체시키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세적인 국정운영’을 천명한 정권의 입장에서 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운동진영에 대한 탄압의 가장 현재적인 방식이 바로 이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륭ㆍ이랜드ㆍKTXㆍ코스콤/성신여대 노동자들의 싸움이 남한 노동자 운동의 싸움일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 운동이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번 기륭 투쟁에서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것 중에 하나는, 남한 자본의 해외이전이라는 문제이다. 사실,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한 달에 받는 월급은 지극히 적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그 까짓 월급 얼마나 된다고, 그걸 안 주고 비인간적으로 저렇게까지 해고 하는가”라는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들의 주요 목적은 노동자의 임금 몇 푼을 절약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몸살을 줄이고 구조조정하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주식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구조조정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금융네트워크 및 이에 철저하게 포섭되어 있는 다층적인 하청체계의 선을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면, 기륭전자뿐만 아니라 구로공단ㆍ창원 등지의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이미 동남아ㆍ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고 있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강제하는 불안정노동의 일반화가 낳고 있는 경향 속에 기륭투쟁이 자리 잡아 왔다는 것이며, 이는 앞으로도 여기저기서 끊임없기 제기될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쟁의 전략이 남한 노동자운동에게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확인한 바 있듯이, 정권의 공안탄압/운동진영탄압은 남한 노동자운동의 실천적인 무기력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미 ‘공세적인 국정운영’ 운운하면서 이런 움직임들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 해 가을, 남한 노동자운동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바로 기륭투쟁이 그것이 될 것이다. 기륭 조합원들이 도심의 cctv 철탑에서 고공시위를 전개하고, 그야말로 몸과 마음의 뼈를 깎는 살인적인 단식투쟁을 전개하면서 다시 이른바 ‘사회적 여론’을 타게 되자, 사측에서는 “이만큼 사회적 관심이 집중 되었을 때, 너네가 적당히 양보하여 추석 전에 끝맺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노조에 대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아주 긴 시간동안 진행된 ‘기륭 투쟁의 승리’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은 운동주체들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측에서 함부로 말하는 것처럼 ‘적당히 양보’하여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회장 동지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진행한 것이 아닐뿐더러, 단적으로 말해서 기륭 투쟁을 중심으로 “단위사업장을 넘어서는 […] 희망을 던”지기 위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 선언ㆍ만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륭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투쟁을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지금의 싸움을 이렇게 끝 낼 추호의 마음도 없는 것이다. <만인선언ㆍ만인행동>은 9월 11일 저녁 6시, 서울역 앞에서의 ‘1차 예비 행동’을 시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기륭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은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인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8/09/10 12:07 2008/09/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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