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G20 투쟁을 전개하자!




4차 캐나다 회의 결과

6월 2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막을 내린 주요 G20 4차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선진국들이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부채비중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남부유럽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재정건전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유럽의 의견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식발표문에는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남부재정위기를 해소하기위해 재정긴축이 시급한 유럽과 하루빨리 세계경제를 재편해야 자국경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미국이 재정정책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또한 은행세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갈등 역시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세 안건자체가 폐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무역 균등화, 중국 위안화 절상 등의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었지만 효력 없는 합의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현실은 G20을 통한 국제적공조로 경제위기해소, 금융을 규제하겠다는 저들의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요국 정부들은 ‘전례 없는 국제 공조’에 따른 공격적 경기 부양으로 경제위기를 물리칠 수 있었다며 득의만만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차 회의 때만 하더라도 출구전략을 논의하던 지배계급들은 당장 터진 위기 앞에서 당황하며 출구전략 논의를 미루고 결정한 것이 고작 재정건전성확보, 재정긴축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고작이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모인 G20 정상회의도, 그리고 IMF도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재정건전성을 위해 힘쓸 때’입니다. 라며 해결책도 의지도 없이 그저 말뿐인 선언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저들은 지금까지 선언된 것들이 5차 서울회의에서 그동안 회의를 통해 합의된 결과물들의 구체적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며 온갖 수사를 갖다 붙이고 있다.  하지만 벌써 4번이나 회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해소와 금융규제를 위한 제대로 된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한 G20이 갑자기 5차 회의에서 ‘선언’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각국들의 자국의 이익을 두고 팽팽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5차 회의가 진행되는 11월 즈음 이 상황이 극적으로 타개될 것이란 희망을 품는다면 이는 공상일 뿐이다. 이와 같이 G20은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각 정권은 G20에 목을 매며 밑도 끝도 없이 G20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전 국민들이 G20을 올림픽처럼 환영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토록 G20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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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을 통해 노리는 것

각 정권은 G20정상회의가 경제위기를 비롯하여 모든 위기와 문제의 해결사인 마냥 홍보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은 지난회의 결과들이 증명하고 있다. 허나 더 큰 문제는 금융규제안에 대해서 내놓는 각 국의 안들이, 현재 위기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진전시키려는 방향 속에서 설정되고 딱 그 수준에서 각 국의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그 합의가 무엇이든 금융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저들의 기만은 계속될 것이며 한국에서 진행되는 5차 G20을 성대히 마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말하는 위기극복이란 위기전가와 다를 바 없다. 지난 2차 런던 회의에선 ‘경기부양’이 핵심적으로 논의되면서 신흥개도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1조 1천억 달러 출자가 합의되었고 이중 7천5백 불이 IMF에서 확충되었다. 즉 IMF를 통해 신흥개도국들에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들이 대부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사실들만 보더라도 ‘지원’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결국에는 G20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세계경제 재편의 질서를 신흥개도국들에게 제시하면서 모든 고통을 ‘전가’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는 것을 우리는 97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의 구체적인 사안들이 IMF와 기존 국제기구들에게 맡겨졌으며 이는 결국 국제금융기구의 자본과 기능을 강화를 하겠다는 것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더불어 5차 G20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스스로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로서 역할을 설정하면서, 개도국과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렇듯 의장국의 체면상 중립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 한국의 역할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세계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으로 개도국을 잘 달래주는 것에 불과하다. 즉 G20으로 금융을 앞세운 국경 없는 수탈을 이름만 바꾼 채 계속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부터는 논의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서 위기 극복 이후에도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각 국의 정상들이 한 치의 거리낌조차 없이 동의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G20의 5차 회의를 성대히 진행해야할 한국정부는 적극적으로 거리의 노점상을 몰아내 디자인 서울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며 추악한 한국의 노동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가 안정기에 접었으니 ‘금리인상’을 하라는 IMF와 OECD의 요구까지 모범국가답게 열심히 받아들이면서 서울회의 이전에 이를 추진할 예정이며,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온갖 공공요금을 인상시키며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렇듯 G20 스스로가 자신들의 기만성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20에 자신의 삶을 맡기고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거센 금융위기에 몸살을 앓았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해내야 한다.’는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 역시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G20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때문에 G20에 대응하는 우리의 투쟁은 그 목표와 방향이 명확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요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진행한다거나, 독재, 반민주와 같이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일반적 비판이나 G20회의테이블이 약소국 배제하는 절차와 체계를 비판하는 운동으로 G20투쟁의 내용을 채워갈 벌여선 안 될 것이다. 현재 국격 상승과 경제위기 해결을 내걸어 민중들에게 환상을 심으며 본질인 금융세계화 심화를 은폐하고 있는 G20의 본질적인 성격과 그 모순에 대한 비판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G20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국민들의 희망을 망치고 국익에 반하는 적으로 몰려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G20의 본질을 흐리고 대응을 지지부진하게 만들뿐이다. G20이 정당성의 확보를 위해 여러 의제를 가져다 붙이고는 있지만 결국 자본과 정권 자신들이 몰고 온 금융위기의 비용을 세계적으로 전가시킴과 동시에, 금융시장을 더욱 더 탄탄하게 만들고 확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즉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수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 금융세계화의 연명만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 바로 G20인 것이다. 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운동을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G20에 대항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민중운동진영 내에서의 G20대응투쟁은 금융세계화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G20을 ‘계기’로 투쟁을 벌여낸다는 것은 단순히 G20이 포괄하는 수많은 의제별로 대응하여 따낼 것은 따내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자는 이야기부터 사람들이 분노할만한 내용으로 투쟁하자는 대중추수적인 논의들 그리고 11월 투쟁 중간에 거치는 일정정도로 G20을 사고하는 모습 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직 운동진영 내에서 G20에 대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합의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G20에 맞선 공동대응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의제에만 매몰되거나 G20의 핵심이 금융세계화 심화, 세계경제구조 재편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된 채 각자 고립된 실천을 하려는 현재의 양상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것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의제별로 잘 대응하는 것 말고 왜 G20에 맞서서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로 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G20에 맞선 투쟁의 지지부진함이 지속된다면, 운동진영은 결코 민중들의 요구와 융합할 수 없으며 한 발 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금융세계화 비판을 핵심으로 두고 G20에 반대하는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G20정상회의로 세계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려는 지배계급들의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저들의 금융규제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만약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는 구조조정, 양극화와 같이 민중들을 더욱 착취하는 구조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노조탄압, 이주민․노점상등의 탄압이 심화와 같은 형태로 강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연대와 전략은 생각보다 강고하지 못하다. 만일 G20에 맞선 투쟁이 일회성으로만 그친다거나, G20반대투쟁의 의미를 잘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격상승을 해치는 자들로서 공격당하며 또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할 판이다. 또한 G20을 두고 개입이냐 혹은 반대냐 혼란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G20에서 저들이 이루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내는 것이 G20에 대한 올바른 개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더 이상 노동자민중에게 물러설 곳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을 수 있는 투쟁과 이를 뒷받침해줄 강고한 연대의 끈이다.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는 G20에 맞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떠한 실천을 만들어 나갈지, 또 어떠한 쟁점을 만들고 어떻게 대답을 내릴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공동의 합의와 계획을 통해 곧 다가올 G20을 예비해야만 한다.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이를 옹호하는 G20이 고용없는 성장 속에서 전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빈곤층을 확산시킬 것임을 폭로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유지를 위한 ‘저들만의’ 협상에 반기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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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10/08/07 16:52 2010/08/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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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 심화시키는
파견확대시행을 중단하라!


 지난 6월 24일 윤증현 기획부장관은 ‘하반기 경제운영정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파견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알선수수료 상한제 개선, 고용지원센터와 구직정보 공유, 위탁단가 현실화 등 민간고용서비스 규제 완화와 대형화, 전문화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파견범위 조정이 아니라 확대시행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곳곳에서 이번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파견확대와 관련하여 그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문제점들을 짚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이후 파견법이 시행되었다. 이름은 ‘근로자파견법’이지만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 편법적인 노동자파견을 급속히 확산시켜 법제정 이유가 곧바로 무색하게 됐다. 간접 고용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까지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는 이 같은 악법은 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효율적인 운영과 탄력적인 노동력 사용을 위해 시작된 파견법의 결과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와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형태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파견법의 범위를 현재 제조업과 건설업을 제외한 32개의 업종에서 홍보도우미와 단순 제조업무, 종사원, 택시운전원, 전기전자 부품조립원 등 최대 17개 업무에서도 파견이 추가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 경제운영계획 발표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는 ‘공공고용서비스 강화 및 민간고용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하였다. 합의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에 2012년까지 통합일자리정보망을 구축하여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 검색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종합인재서비스업’을 활성화하여 구인구직-직업정보제공-직업훈련 등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고용서비스들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까지 사회복지 통합망과 고용정보망의 연계가 추진될 경우 고용·복지의 통합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업무 효율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1년부터 구인기업에 대한 직업소개요금을 자율화하고 구직자로부터의 요금징수를 금지함으로써, 민간 직업소개 시 발생하는 비용의 현실성을 반영해 구직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을 방지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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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파견법‘확대’ 시행을 ‘조정’이라고 말하며 말장난을 하고있다는 반응들도 많다. 또한 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공공연하게 제조업까지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어 정책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금도 곳곳에서 불법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와 같은 발표는 불법파견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자본의 편에서 노동력을 그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더욱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고용선진화 방안 역시도 정부가 선전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규제를 대폭 풀어 민간고용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고용서비스 기업이 육성되면 산업 전체가 활성화되고 고용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용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려면 직업소개 수수료를 높이거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을 해야 고용 서비스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고용구조는 더욱 왜곡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구직자가 소개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기업은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채용 시 드는 비용이 결국 노동자 임금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창출의 중간과정이 클수록 중간착취는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간고용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불안정성을 확대하면서도 기업은 안정적인 인력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계획안에는 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와 그들의 권리는 없다.

 지금까지 위장도급=불법파견=사내하청=간접고용의 무차별 확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불법, 탈법을 밥 먹듯이 해온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온 정부가 계속해서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마치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인 양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고 노동시장전체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가득채운 형태로 재편할 파견업종 확대 시도 및 민간고용서비스산업 육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편법을 횡행하며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파견법 자체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

Posted by 행진

2010/08/07 16:41 2010/08/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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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퍼플잡’을 비판한다!


 



보라색은 희망일까?


작년 가을, 여성부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 및 일자리 창출, 여성 경제활동참가 확대 및 지위 향상을 이야기하며 퍼플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색(purple)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일과 가정의 조화와 남녀평등을 표방하는 퍼플잡(purple job)은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여성들이 재취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유연근무제도이다. 유연근무제도는 단시간 근로, 시차출퇴근제, 집중근무시간제, 요일근무제, 재택근무 등 육아 및 가사노동을 직장일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인 근무형태를 말한다. 시간제 근무 공무원에 대한 시범실시, 단시간 일자리 확산을 위한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기 위한 계획들이 제출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직업을 가지면서도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퍼플잡은 과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여성_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가족(특히 여성)이 수행하던 돌봄을 더 이상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힘들어지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패턴을 보면 M자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30대 초반을 전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갑자기 떨어지고 30대 후반 이후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가 집중되는 연령대(1990년대 후반까지는 20대 후반, 2000년대 이후에는 30대)에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이후에 다시 상승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곧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면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시간제, 파트타이머 등으로 불리는 단시간 노동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적합한 일자리로 여겨지는데 이는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에 대해서 남성의 노동을 보조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남성의 노동만으로는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여성의 역할은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인 책임자와 가정의 2차 소득원으로만 인식되는 사회구조의 결과이다.




 
이렇듯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의 부담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해야만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되는 퍼플잡은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여성인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하였고, 이와 동시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여성정책의 핵심적인 화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일-가정 양립정책의 내용과 추진 과정은 여성들의 취업과 출산․양육의 이중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발생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육․돌봄과 직장일을 둘러싼 문제에서 여성에게 제시되어온 선택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할 것인가’와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할 것인가’였을 뿐이다.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 부여되는 현실의 본질과 문제점을 건드리지 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여성이 갈수록 저임금에 불안정한 과 턱없이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강요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전가되는 재생산 노동의 책임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서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하려하는 일-가정양립 정책(퍼플잡)은 여성에게 이중부담을 강화하고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퍼플잡, 뭐가 문제일까?


재생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


정부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단절되는 것이라면 정말로 건드려야 하는 것은 재생산 노동의 책임이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의 문제이다. ‘재생산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며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보도록 하자.

‘생산’이 한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 ‘사회적 재생산’은 단지 그 사회 성원들의 생물학적 재생산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 체제는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과정과 그러한 생산자로서의 인구(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 사이의 특정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적 노동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19세기에 숙련 남성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를 확립하며 여성, 아동을 비롯한 그 밖의 노동력 취약 계층을 가족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기존의 자급자족적 가계로부터 생계수단을 박탈하여 노동시장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하는 과정인 동시에, 국가 주도 하에 노동 인구의 재생산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생산과 재생산은 특정한 관계를 맺고 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를 분리시킴으로써 재생산 영역을 비가시적이게 만들었다. 즉, 재생산 노동은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수행해야 하며, 누군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것을 마치 저절로 주어지는 것처럼 간주해 버렸다는 것이다. 재생산 노동은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국가의 경제,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도 않으며, 아무나 적당히 할 수 있는 노동으로 평가절하 되어왔다. 이와 같이 재생산 노동이 무급으로 수행되는 것은 자본에게는 생산비용인 ‘임금’으로부터 그 비용을 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많은 부담을 전가 받는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추가적인 성원, 특히 여성을 노동시장에 참가하도록 하며, 여성은 주로 저임금의 일자리나 더욱 조건이 열악한 비공식 부문에 참가하게 된다. 또한 여성은 줄어든 가계예산으로 자신과 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재생산 노동을 강화한다. 의료, 교육, 주거 등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의 삭감은 여성에게 더 많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게 한다. 구조조정의 효율성 증대란 실상 공적 영역에서 이뤄지던 것을 가계로의 비용 전가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더 오래, 더 열심히 가계 안팎에서 일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하는 ‘충격흡수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발전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의 위기’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문제 삼는다. 현재의 발전모델은 여성의 희생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으며, 여성이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추가적인 노동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재생산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구조조정이 기초적 재생산과 갈등적이며, 이러한 갈등이 발전과정 자체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재생산의 위기’로 규정된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여성의 노동을 무한하게 탄력적인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대할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정책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논리는 한국의 고용구조가 남성들에게 적합한 전일제-장시간노동에 기초해 있으며, 그러한 고용구조로 인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경력단절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여성노동시장이 확장되었고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부양자의 지위에 머무르며 양육을 전담해왔던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왜냐하면 실제로 작동하지도 않는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은 사회에 이데올로기적으로 아주 단단하게 뿌리내려서 여성의 노동을 남성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여성의 노동이 부차화되기에는 총체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남성의 노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수많은 여성들이 이미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이 일차적인 생계부양자라는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일자리를 대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대한 비판은 이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저임금, 불안정노동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더 이상 남성의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니 여성들도 일해야 한다→하지만 여성들이 남성처럼 풀타임으로 빡세게 일하기에는 가정도 돌봐야 하니 유연한 근로형태를 제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사와 육아의 일차적 전담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더욱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책이 확대되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이 여성노동의 수준으로 하향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라색을 남녀평등의 색깔이라고 하면서 퍼플잡이 여성고용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것이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의 형태를 유연하게 한다는 말은 결국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필요한 것은 더 유연한(불안정한!) 노동형태가 아니라 여성이 가정의 모든 일의 일차적인 책임자가 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재생산 노동을 사회화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만들기 위한 논쟁과 대안이다.




퍼플에 레드카드를 던진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여성들의 낙태를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절에는 나라에서 여성들에게 낙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피임도구도 공짜로 줬다던데, 인구가 줄어드니 일차적으로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또다시 여성의 몸이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시대의 필요에 따라 관리되고 강요당해온 것이다.

여성의 노동력도 마찬가지이다. 사상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그 충격을 완화하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재생산 노동까지 책임지며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강요받는 사람들은 역시 여성들이다. 사실 지금 퍼플잡이 추구하는 여성의 노동은 이미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패치워크 하듯이 각종 정책들을 덧대고 포장하는 정부의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묘한 퍼플에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던져야 한다.









Posted by 행진

2010/02/21 05:19 2010/02/2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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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더 나은 세계’인가?
 : 다보스포럼을 통해 본 세계경제




1. 들어가며 : 다보스포럼과 이명박은 세계 경제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기간 동안 [한국 대통령이 다보스서 제일 먼저 연설한 이유], [‘자유시장주의 철옹성’ 다보스 무너지다!] 등의 세계경제와 다보스포럼에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신문들에 주요하게 다뤄지며 보도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보스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다룬 인터넷 포털 싸이트 기사들 아래에는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비난 리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없게 다보스포럼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큰딸과 손녀를 데리고 갔다더라’ ‘한국에서처럼 국정수행을 졸속적으로 처리하고 왔다더라’ ‘국제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모가 부끄럽다’는 등의 내용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안에 관련된 기사들에 대한 반응은 기존의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기사들에 대한 반응과는 확연하게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가장 많이 찬성을 받은 리플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의 심각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런 중요함도 모르면서 그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무지한 네티즌들을 나무라는 식이었다. 물론 누구나 인지하듯 현재 세계경제는 정말로 위기이지만, (비록 비난의 내용이 올바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불만과 그로 인한 비난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의 각국 정부들은 정말 세계 경제를 구원하려는 것일까?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세계정상들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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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부터 밝히자면,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진 방향으로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것이고, 설령 극복이 가능하더라도 상층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 극복 시도 속에서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다보스포럼에 이어, 11월 서울 G20 회의에서도 다뤄질 (한국을 비롯한) 세계정상국가들의 위기극복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고, 그것을 적확하게 비판하기 위해서 쓰였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 그리고 앞으로 G20 등에서 다뤄지는 ‘그들만을 위한’ 경제위기극복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대안’을 토론하고 이야기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2.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의 ‘금융규제 논의’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연설’


2.1. 2010 세계경제포럼의 가장 큰 화두 : 금융규제

 얼마 전,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건설하자’라는 슬로건 하에서 진행되었다. 학계․정계․재계의 유명인사들 2500여명이 참가한 올 해 ‘다보스포럼’의 핵심의제는 금융규제방안이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금융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은행가의 할 일은 투기가 아닌 기업대출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금융업계가 과도한 이윤 추구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금융 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특별연설을 해서 이슈가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금융기관들의 대마불사(바둑에서 대마는 결국은 살길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 일, 부실한 금융기관들이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규모를 키워 살아남게 되는 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정치권 인사들뿐 아니라 금융계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소로스 회장(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도 금융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구체제는 깨졌다. 국제공조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측해서 유명세를 탔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금융기관들의 이른바 대마불사 신화는 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크게 주목을 받아왔던 미국계 초국적 금융기업의 수장들은 대부분 다보스에 아예 오지도 않았다.

 반면 영국 금융기관 로이즈 로드 레빈 회장은 “금융규제 개선은 필요하지만 더 이상 규제는 안 된다”며 금융기관의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장인 로버트 다이아몬드 역시 “은행을 규제하고 은행 업무를 축소하는 것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금융규제 강화 의견에 반대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비공개로 이루어진 회담에서도 새로 만들어질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 외에 주제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균형 발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아이티 재건을 지원하는 사안, 전 세계적인 실업률 상승, 경기회복 둔화 등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발언들과 그에 반발한 금융기관의 입장들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가는 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얼마 전 강력한 은행 규제책을 시사하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실제로 정책적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010년 세계경제에서 앞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 다보스포럼에서 이명박의 단독특별연설 : G20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아시아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게 된 이명박은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과제와 도전’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서울 G20 정상회의의 3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일명 조중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일간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한국의 국위선양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알려내느라 분주했다. 언론들은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G20의장국이 되었기에 한국 대통령 최초의 다보스포럼 단독특별연설이 가능했다는 것 등을 부각해서 보도하며, G20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자축했다. (모 경제신문에서 말했듯) 이제 정말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급이 올라간 국가가 된 것일까?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행한 특별 연설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연설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1. 지난 세 차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의 철저한 이행 2.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 3.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이 그 내용이다.



앞으로
G20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것은 G20에서 단순히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경제에 대한 강력한 법칙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G20의 위상을 위치 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G8 정상회의로는 금융위기에 대한 극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시아 및 신흥개도국을 포함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주요한 테이블로서 G20 정상회의를 사고하게 된 현실을 나타내준다. 그러므로 앞으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G20에 포함 되는 국가를 넘어 실제로 전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 G20의 논의가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것도 실제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세계경제에 가지는 큰 파급효과를 고려해보았을 때 (비회원국에 대한 포섭과 함께)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 세계금융시장에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은행규제책에 대한 발언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가를 넘어 고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안전망 구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실현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위기극복을 위해서 미국의 루비니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은행들의 겸업화를 일정부분 해체하고 국유화하자는 방향을 냈으나, 오바마 정부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방향은 앞의 방향에도 미달한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 방안은 위기를 불러온 금융자본의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금융자본에 대한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평이다.1) 앞으로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개혁방안에 대해서 더 주시해보아야겠지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해서 한국의 이명박 정부 등이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 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자본주의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분명 G20이라는 세계경제를 움직이게 될 큰 배에 이명박 정부가 타게 된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 배가 대체 어떤 배냐는 것이다. 과연 이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배인지, 아니면 앞으로 잘 나아가게 될 배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3.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떠한 상황인가?


 다보스포럼에 모인 이들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에 대해 ‘느린 회복’을 전망했다.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편 효과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는 여러 부정적인 변수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쌍둥이 적자의 문제가 있다. 동아시아 수출달러 환류-발권이익 메커니즘2)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미국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수입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대외수출 역시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감소하는 2010년 후반이 특히 위험할 것이다. 미국 연준은 올해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라 했고, IMF는 더블딥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폴 크루그먼과 같은 경제학자들도 더블딥 위험이 결코 작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늦춰지면서 소비가 약화되는 점, 신용경색으로 여전히 자본 투자가 많지 않은 점, 과도한 재정적자에 따른 경기부양책 지속 여부 불투명 등을 꼽았다. 작년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결국 경제가 V자형태로 신속하고 활발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고, U자형(느린 회복), L자형(장기침체), W자형(더블딥) 중의 하나이거나 이들의 조합이 될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늘고 있고, 우량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집을 압류당한 비율이 지난 3분기에 무려 10%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상 최악의 실업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장기침체에 가까운 느린 회복과정을 밟을 것이다. 기업이윤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요인들이 겹쳐지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까지 더해지면,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이것이 더블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대형은행 부실 이후 중소규모 은행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문제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는 은행만도 500개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3) 물론 단기간 안에 더블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겸업은행체제(상업은행+투자은행)의 성행, 정보기술산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녹색산업에서, 또 주택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될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은 경제위기로 돌아올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불안은 얼마 전 그리스에서 발발한 정부 재정위기가 글로벌 더블딥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들이 제출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존 국가의 재정악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인데, 재정적자뿐 아니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이들 국가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이 프랑스 독일 등 유로 지역 선진국 금융회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등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유럽 지역 은행들까지도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조세 수입 감소 등으로 09년 이후 유럽 각국의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 이미 점쳐진 현상으로 전 세계 경제 상황에 엄존하는 불안요소를 방증한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동요는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에서는 지난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이후에 경기하강속도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담이 프리미어 포럼(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으로 격상된 것 역시 세계경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원할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초민족적 투기자본의 대규모 이동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제 역시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알 수 없다.4) ‘해외투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가려진 ‘투기자본’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되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구조조정을 일삼다가, 이윤이 더 이상 나지 않으면 내다버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위기관리라는 명분하에 가장 먼저 양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취급받을 것이며 이 같은 방식은 금융화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향이 될 것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휴먼 리세션인데, 무고용 경기 회복과 청년실업에 대한 것을 말한다. 당장 미국에서는 25세~54세 미국인 중 5분의 1이 실업 상태이고, 유럽 또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단적으로 스페인은 14세~25세 인구 중에 42%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그러나 금융화 시대의 이러한 일반적 경향을 제어할 해결방안을 다보스포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4. 나가며 : 이제 공은 서울 G20회의로 넘어왔다!


 이번에 다보스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은 포럼이라는 특성 상 실제로 전 세계 국가에 어떠한 정책적 강제 등으로 작용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보스에서의 연설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 이를 실물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테이블은 바로 앞으로 6월(캐나다)과 11월(한국)에 열릴 G20 정상회의이다. 이는 G20에서의 논의가 향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을 이미 각 국의 지배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고용 없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고 자행해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경제위기 극복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더 나은 세계’가 아니라, G20에 속하는 각 국가의 지배자들과 소수 투기금융자본, 그리고 그 수혜를 받는 자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G20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테이블,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 각 국의 대통령들만의 테이블 정도로만 바라보고 있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분초를 다퉈가며 다보스 포럼에서 열심히 한국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며 많은 보수신문들에서는 극찬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명박은 졸속 국정수행이 아니라, 한국의 지배세력을 위해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싸움을 분초를 다퉈가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앞으로 9개 월 가량 남은 지금,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당장 다보스포럼과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비판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주위의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사실들을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그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보다는, 노동자 서민들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10/02/14 21:43 2010/02/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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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34호] 발간사

자아도취에 빠진 정권에 맞서는 2010년


“어둠 속에서 새로운 밝음을 찾아냈습니다.”

2010년 1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의 간략한 평가와 올해의 의지가 담긴 짧은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형식적으로라도 새해에는 자신의 과오를 고쳐나가겠다는 식으로 발표한 것과는 달리, 그의 메시지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묻어나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예전부터 그랬듯이 올 한해도, 설사 전 국민적 반발을 사는 일이 있어도 ‘자신감’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선진적인 국정 운영을 해 나가겠지요. 그의 말대로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주최국이 되고, 원자력 발전소 수출의 길을 열어 한국이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날이 갈수록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불안정노동이 확대되는 우리 사회의 서민들이 과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에게 ‘밝음’은 선진화고, 일류국가겠지만 이를 근거로 추진하려는 정책들은 우리의 삶을 어둡게 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단적인 예지만, 국가 품격을 높이기 위해 노사화합을 강요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전가하기도 하고, 공기업선진화를 내세우며 각종 사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비용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국가를 앞세운 담론들은 역사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가진 자들을 더 배부르게 만든 것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말한 선진화/일류국가 담론의 숨은 의의를 잘 경계하면서 2010년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올해의 첫 발간호인만큼, 이명박 정권이 새해 벽두부터 포부를 밝힌 선진화 담론을 주목하면서 올 한해를 넓게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정세동향으로는 중앙대에서 진행되려 하는 메가톤급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분석을 실었습니다. ‘백화점식 학과 재편’, ‘경쟁력 없는 학과 퇴출’을 이야기하며 계획되는 구조조정의 목적은 ‘일류대학’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일류국가’를 이야기하는 논리와 매우 비슷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곳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교육과 학문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의견을 담았습니다. 중앙대에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번에 실린 정세동향을 참고하면서 이후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비합시다.
이어서 연초부터 정신없이 일어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입장을 담았습니다. 일단 서두에 언급한 대통령 신년사와 연설을 토대로 이 정권이 지금의 상황을 평가한 것과 향후 방향을 밝힌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올 한해를 관통할 정부의 기만적 담론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 첫 날에 통과된 노조법 개악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고민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권리가 어째서 중요할 수밖에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극적으로 타결되어 얼마 전 장례를 치른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을 담았습니다. 총리가 유감 표명을 했지만 정부가 진심으로 이 사건을 책임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용산참사가 어째서 끝나지 않은 싸움인지,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로영일’(一勞永逸, 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래 안락을 누린다)이란 말을 하며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고 했습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이란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가진 자들을 위한 서민들의 노고를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우리를 더 불행하게 할 선진화 담론에 맞서 보편적인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을 2010년 학생사회에서부터 힘차게 만들어 갑시다!!

Posted by 행진

2010/01/15 01:58 2010/01/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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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년연설을 통해 본 2010년 예상도


■“2009년, 우리가 얻은 것은 자신감입니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연설에서 '더 큰 대한민국'을 내세우며 2010년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 3대 국정운영기조로 ▲글로벌 외교 강화 ▲경제 활력 제고 및 선진화 개혁 ▲친서민 중도실용을, 5대 국정과제로 ▲경제회생 ▲교육개혁 ▲정치선진화 개혁 ▲전방위 외교 및 남북관계 변화를 각각 제시했다.

  지난 해 신년연설의 기조 및 과제와 비교해보면 내용에 있어서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었으나, 지난 해 연설에서 '위기'를 29차례나 언급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국민들의 고통분담 강조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 연설은 '대한민국'을 14차례, '변화'를 13차례 언급하면서 2010년을 향한 긍정적, 희망적인 비전을 중점적으로 전달했다.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G20 정상회의 2010년 개최국', '원자력 수출 협정 체결'은 대한민국의 변화된 위상을 보여주었고, '선진 일류국가'라는 브랜드에 '외환보유고 6위', 사상최대 무역흑자, 내년 경제 성장률 4.5% 예상' 등 희망적인 수치들을 새겨 넣었다.


■  “올해 우리 정부는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여러 정책 중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면서 스스로를 ‘일자리 정부’라 명명하며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의 월평균 임금은 최저임금(83만6천원. 2009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초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2010년에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결국 더 많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를 20만개 창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수치만 높여서 강조할 뿐, 실제로는 올해에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자리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작년을 돌이켜보면,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 중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청년인턴 사업은 이로 인해 6만 6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혜택을 봤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곧 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땜질식 일자리 대책으로 일시적으로 공식 실업자 수를 낮추면서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OECD국가 중 실업률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고 선전하지만, 공식 실업자 수에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는 지난 11월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사실상 실업률이 12.6%를 기록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3.3%)의 4배 가까이 되는 실업률이 은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은 결국 당장 실업률을 끌어내리기 위한 불안정 일자리 만들기에 불과했다.

  올해 연설에서 추가적으로 실업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직업 훈련 체제 강화’나 ‘노동력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통합정보망 구축’ 등 어느 것도 궁극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을 비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신년 연설에서 실업과 단기적 취업을 오갈 수밖에 없는 현재 사람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복수 직업 시대’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생 하나의 직장만 갖는다는 고루한(!) 생각에서 벗어나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경제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 수단으로서 일자리를 바라볼 것을 당부하지만, 자아실현은커녕 경제 수단에도 미달하는 것이 현재 사람들의 일자리이다.


■ “'일로영일(一勞永逸)'의 자세로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초석을 확실히 다지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드러나는 자신감은 지지율 상승에 힘입은 것이다. 올해는 임기중반을 통과하는 해로 초기의 지지율을 다시 되찾기 위한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그 결과 촛불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이래로 급격히 하락했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50%대를 회복했으며, 모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내년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로영일의 마음으로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닦겠’다고 말하면서 신년화두를 ‘일로영일’로 삼았다. 청와대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일로영일(一勞永逸)’이란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정책을 택함에 있어서 지금 당장의 효과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 후손의 안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자성어를 택했다고 청와대는 그 취지를 밝혔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는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후대의 경제번영까지 생각할 줄 아는 ‘현인’으로 승격시켰으며, 이에 대조하여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당장의 잇속밖에 차릴 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로 격하했다. 올해에도 다시 한 번 어떠한 저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올해는 또 어디서 용산에서와 같은 불꽃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쌍용자동차 공장에서처럼 매캐한 최루액이 쏟아져 내릴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잘 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경제성장 정책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짓밟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노고와 어려움은 고통분담으로 함께 이겨내자고 말한다. 신년 연설에서 ‘세계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것은 ‘고통을 분담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국민들이 너무도 잘 참고 잘 호응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임금 동결을 감내해준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말까지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처럼 과대 포장된 2010년 경제성장률을 마치 고통을 분담하여 대한민국 특유의 저력으로 경제위기를 잘 이겨낸 결과 얻어진 것으로 만들면서, 더 큰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해에도 아낌없는(!) 고통분담을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경제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던 것에 반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1.7%(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사실상 ‘삭감’이다)에 머물렀다는 점을 볼 때, 그토록 지난 해 호소했던 ‘고통분담’이 민중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 전가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우리 목을 조여 올‘선진화’라는 환상을 벗어던지자!

  신년을 맞이하여 모 언론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0년 안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과반수에 이르렀다. G20 개최, 원자력 수출 등 지난 해 쏟아져 나왔던 몇몇 상징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진 일류 국가’로서의 이미지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에서 유포하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에 집단적으로 도취되어 있다면 정부에서는 끊임없이 이러한 환상을 부추기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당장의 고통 감내, 즉 ‘일로영일’ 정신을 내세워 우리의 생존권을 공격해 올 것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고 더블딥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와 연동되어 작동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얼마간은 경제위기가 계속될 것인데, 경기 침체의 장기화는 실업, 부채 증가 등 사람들이 삶의 질을 점점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화’, ‘선진화’를 외치면서 더 악화된 삶의 조건마저 장밋빛 미래를 위해 감내하게 만들 것이고 이에 대한 저항은 ‘생각, 행동양식의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다시 억압당할 것이다.

  “오늘 소담스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으며 새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듯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신년 연설에서처럼 그날은 유례없이 많은 눈이 내렸던 하루였다. 새해 첫 근무일에 예상치 못한 폭설로 서울의 온 교통은 마비되었지만 어쨌든 눈은 그러한 세상사에는 초연한 듯 쏟아져 내렸다. 이처럼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 위에도 ‘선진국’이라는 새하얀 이미지가 뒤덮으려 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당신의 고통은 대한민국이 아직 선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어떤 걸림돌도 제거할 기세이지만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는 언젠가는 녹아 없어져버릴 환상일 뿐이다. 경제 위기 시기 어느 때보다도 거세질 노동에 대한 공격에 맞서 진짜 우리의 삶을 선진화시켜낼 수 있는 대안을 이야기하자.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탄압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사실상 단기간, 저임금 일자리 양산에 불과함을 적극 알려내자. 우리의 생존권은 선진화 정책에 의해 오히려 억압될 것임을 폭로해내는 2010년을 만들어가자.


Posted by 행진

2010/01/15 01:46 2010/01/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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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 2주년을 맞으며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2년이 되었다.
  이명박은 취임한 이후 100일이 되지 않아 촛불정국이라는 거대한 반격을 맞았고, 그해 가을에는 미국발 경제-금융위기로 자신이 공약했던 경제성장에 대한 약속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2009년 1월 용산에서 철거민 다섯 분의 죽음은, 이명박 식의 몰아붙이기 국정 운영에 대한 분노를 자아냈다. 하지만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은 40~50%로 이전의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 소위 ‘친서민 행보’를 보이며 국정 운영에 쇄신을 꾀했고, 더블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다양한 흐름들이 존재했지만 이를 모두 공권력으로 짓밟았고, 특히 2009년 여름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살인적으로 진압했다. 이후 정권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대로 이명박 정권이 의도했던 바대로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더욱 가속화할 것인가?
  한국 사회에 대해 행정부의 성격이 갖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강력한 경찰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정권의 통치 역시 다양한 요인들; 경제적 조건, 이데올로기적 조건, 사회.문화적 조건, 국제 역학의 조건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권의 의지 자체가 한국 사회의 성격을 규정짓지는 못하며, 일견 강고해 보이는 이명박 정권에 불안정한 요인들은 수 없이 많다.

  우선 경기침체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 정권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였고, 최근 국정 지지율이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각종 경제 지표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달러의 경착륙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한 더블딥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경기 침체 시기에 비상적으로 썼던 조치들을 환류시키는 ‘출구전략’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대규모 금융위기에 따른 후유증들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며, 경제위기의 가능성은 정권의 통치를 가능하게 했던 물질적 기반들을 갉아먹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아프팍에서 겪고 있는 난항과 전쟁 동맹에 참여하는 한국의 포지션, 보스워즈의 북한 방문과 북한 무기 압류와 같은 사안들은 향후 국제 정세를 다른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제 관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정치적 조건들이 달라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조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중들의 민심이반이다.
  몰아붙이기 국정 운영이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민중들의 반감, 노동 악법으로 인한 노동 조건의 후퇴, 교육.복지 예산의 삭감으로 인한 빈민들의 불만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불만의 지점들이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폭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경제위기라는 조건은 현 정권의 국정 운영 기조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무리한 국정 운영이 어떤 지점에서 임계에 도달할지도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물론 민중들의 민심이반과 계급투쟁에서의 전화를 꾀하는 일이, 민중들의 불만이 2008년 촛불정세처럼 자연 발생적으로 터져 나오거나, 한나라당을 제외한 광범위한 세력들과의 공존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민중들의 불만을 모아낼 수 있는 민중운동의 역량 강화이며, 현 시기 계급투쟁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고 있는 노동 관련 악법들을 막아내기 위한, 노동운동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보인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투쟁을 통해서만 전체 민중운동의 역량이 증진될 수 있다.
  전국학생행진 역시 노동자.사회 운동에 연대하며 정권의 강력한 규정력을 뒤집을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만적인 ‘취업 후 상환제’나 대학의 기업화.상업화와 같이, 대학이라는 공간을 타고 들어오는 계급투쟁에 맞설 수 있는 학생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이명박 당선 2주년, 정권의 성격 및 그들이 처한 조건을 명확히 분석하고, 앞으로의 정세를 만들어 가기 위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뉴스레터 33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들을 실었다. 우선 12월 18일 세계이주민의 날을 맞이하여 진정으로 이주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들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2010년 학생회 선거에서는 유난히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도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주요한 쟁점은 무엇이고 학생사회의 정화능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계획이 무엇인지 다루도록 하겠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복수 노조 허용, 통합 공무원 노조 탄압 등 각종 노동 악법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 악법을 막아내며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싸움의 의미를 되짚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기획 [서평 아카이브 3]으로 존 벨라미 포스터의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에 대한 서평을 싣도록 하겠다.

Posted by 행진

2009/12/19 23:49 2009/12/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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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학생회 선거 부정 및 파행 사태를 돌아본다
-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들을 제안한다!



 

‘정치의 축제’가 ‘정치에 대한 불신의 장’으로?

“지성의 전당이자 기성사회에 대한 '소금' 역할이 기대돼왔던 대학 내 학생회 선거가 최근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후보 자격 시비는 단골 메뉴가 됐고 대리, 부정 투표에다 이권과 조직폭력배 개입까지 점입가경이다.” 
[연합뉴스 2009년 12월 8일]

  ‘대학 정치의 축제’로 불렸던 대학 학생회 선거, 올해는 선거 부정 및 파행 사태가 전국적으로 급증하였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의 봉인을 뜯고 사전에 열어보며 표계산을 했다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이 문제를 제기한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서는 선관위실에 도청기를 몰래 장착하여 녹음된 파일을 그 증거물로 제출하여 논란이 되었다. 한편 성균관대에서는 한 선본의 후보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문제제기가 있어 자진사퇴했다가, 선거가 무산되고 재선거가 실시되자 다시 후보등록을 하여 재출마했다. 이 선거 투표과정에서 선관위를 사칭한 이가 선관위 아이디를 받아내 전자시스템에 접속해 3백여 명분의 대리투표를 하고, 학내 한 건물에서는 유사 투표지 수백 장이 흩뿌려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진행되었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선거를 강행하였다.

  물론 선거 부정 및 파행 사태가 올해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학생사회 내의 자치활동과 학생회운동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동반된,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낯설지 않은 문제였다. 이 글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올해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는 양적문제라거나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는 외부적 요인 이상의 이유에서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학생사회 내 ‘정치의 부재’ 문제와 학생회에 대한 학우 전반의 신뢰가 극도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본의 부정행위, 선관위의 비민주적이고 비공정한 선거 운영은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작년 같은 촛불투쟁이 재점화된다 하더라도 (구성원간의 치열한 토론을 토대로) 학생회의 깃발을 내세우며 거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주체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거리로 나서는 경우가 더 증대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이런 경향에 맞서 학생들의 집단적인 움직임, 학생사회를 다시 왁자지껄한 대학생들의 정치의 장으로 세워내기 위해 헌신해왔던 많은 이들의 무수한 노력들을 한숨에 무위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태평하게 ‘비평’하고 그칠 수 없는 어떤 실천이 요청되는 문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민주성과 공정성의 부재

  선거에서 두드러진 첫 번째 문제는 ‘민주성과 공정성의 부재’였다. 홍익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봉인된 투표함이 개표 전 이미 뜯겨있었다는 제기가 들어와 개표가 연기되기도 하였다. 이에 선관위에서는 “명부와 표 개수가 일치하니 개표를 속개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선관위는 이와 유사한 입장으로 투표를 강행했다. 이런 선관위의 문제 처리방식에 대한 학우 일반의 여론은 선관위와 대별되었다. “내 표가 사라졌을 지도 모르고, 내 표가 다른 표로 바꿔치기 되었을 수도 있는 이 선거는 무효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던 총학생회에서 어떻게 이런 비민주적 판단을 할 수 있는가!” 이러한 반응은 선관위 책임론으로 이어져 ‘선관위 사퇴’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비록 이런 (결코 긍정적이지 못한!) 문제 때문이라 할지라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학생회 선거로 집중되었다. 그/그녀들은 ‘의아함’, ‘말도 안 됨’이라는 반응을 대체로 보였다. 첫째, ‘선거’라는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형식적 내용에 동의하는 상식적인 사람으로서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여 선거운동을 한 선본과 납득할 수 없는 처리과정을 보여준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다. 둘째, “기성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처럼 여전히 관념 속에 존재하는(물론 많이 사그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던 범주에서라도!) ‘대학생들의 정치’가 지닌 의로움, 정당함, 신선함이라는 표상이 다시 한 번 깨진 것이다. 이런 점은 선거에 한 표를 행사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학내 구성원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더러워진’ 선거에 대한 불신은 결국 무관심 혹은 적극적인 선거거부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선거-연장투표-재선거-연장투표’의 지난한 과정을 거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가 끝내 투표율 미달로 무산된 것은 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성과 공정성’은 선거로 당선된 선본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 요소이다. 과정이 미심쩍은 선거의 결과에 그 누가 신뢰를 보내겠는가.

선관위/선본들은 학생회 신뢰회복을 진정으로 고민했는가?

  선관위와 선본들에게 몇 가지의 질문을 던져보자. 사태의 심각성과 그 성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가, 사태에 대한 ‘선관위/선본으로서 책임’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현 시기 학생회의 방향과 신뢰회복을 위한 핵심과제가 무엇인가? 대체로 이들은 선거/투표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은 일차적으로 학우들의 반응(이런 선거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가?)에 준거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직접 발언하거나 혹은 인터넷 게시판, 대자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문제제기하였다. 상당한 불만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음에도 선본이나 선관위는 함구하거나 단순한 해명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선관위든 선본이든 ‘선거가 차질 없이 진행, 완료되는 것’ 이상의 책임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특히 선거 또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사회의 정치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이고 그 첫 발걸음이라는 점을 핵심적으로 사고했어야 했다. 부정/비리에 대한 고발과 상호비방이 불러일으킬 효과를 고려하여 선거완료 혹은 선거당선의 목표를 넘어서, 사태가 발생한 현 시점에서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을 긍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단기/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에 온 힘을 다했어야 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 진상규명과 재투표만으로는 절대 회복되지 않을 서울대 총학생회의 위상과 서울대 학생사회의 신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그 사실 자체는 의혹과 혼란으로 얼룩진 지금의 상황에서 분명하다 말할 수 있는 딱 한 가지입니다.” 
[서울대 학생행진 입장자보 “부정선거 의혹 진상규명과 학생사회 신뢰 회복을 위해 총운영위원회에 제안합니다!” 中]

  덧붙여, 적어도 이런 점을 인식했다면 이른바 ‘진보적’ 단체라 하더라도 “가재는 게편”격으로 선거가 무산, 파행된 것에 대해 ‘아쉬움’, ‘안타까움’으로 표현하지 말았어야 했다.

“2010 학생회가 학우들의 힘으로 잘 건설된 곳도 있고, 이러저러한 사건들로 안타깝게 파행이 되거나 투표율 미달로 보궐로 넘어간 단위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부산대 총학생회는 같은 경향의 선관위가 학생회칙을 어기고 휴학생도 피선거권을 갖도록 세칙을 개정하는 무리수를 둬 선거가 무산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방의 주요 국공립대 학생회 선거에서도 대부분 ‘운동권’ 후보가 당선했다.”  [레프트21]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생자치활동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자정능력의 위기이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의 경우 3명의 후보가 나와 비방유인물 시비로 1명이 중도사퇴했고 최종 선거 결과, 낙선자측이 타 후보와 선관위원장간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법원에 선거무효소송과 학생회장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낼 태세다. 경상대 총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낙선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인 명부 등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서울 법원에 냈다.”  [연합뉴스 2009년 12월 8일]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와 같은 당위적인 언사가 아니라 현실적 차원에서 생각하면 부정선거나 비리문제는 충분히 발생가능하다. 일각에서 분석하는 ‘총학생회의 각종 이권 개입 가능성’, ‘경력을 이용한 정계 진출 및 취업에 유리함’ 등의 이유도 한 몫 하는 듯하다. 그 해결책으로 “예산집행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작은 정권'인 총학을 견제할 기구를 학생들이 만들도록 해줘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견제기구가 있다고 해서 혹은 법적 규제가 있다고 해서 기존 정치판에 비리가 근절되는 것이 아니듯이, 보다 근원적인 진단과 처방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제기해야 할 질문은 “이런 비상식적 문제를 학생자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나아가 “학생자치 내 ‘자정능력’을 복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위 질문은 보다 실천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불신과 한탄의 모습이 언론과 각종 학내 구성원이 참여로 운영되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분출되지만, 거기서 잠깐 웅성이다 또 금방 흩어지고 게시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정보들과 관련한 글들로 도배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는 지금의 학생사회 (정치)의 단면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굳이 ‘선거’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내 구성원의 성폭력 사태에 대한 해결,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 등록금 인상에 대처하는 대학인들의 모습 등의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학생회 및 자치단위들의 입장과 해결노력 그리고 대학인들의 행동양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사회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제 문제들에 대해 대학인들이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토론과 논쟁의 장을 열어 휘발성 불만과 의견으로 그치는 현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것을 그저 ‘화려했던 80-90년대 대학가의 유물’로만 남겨둔 채 스쳐지나갈 것인가?

‘적극적인’ 대학생들이 할 일

  꽁꽁 얼어붙은 학내 연못마냥, 세찬 바람에 움츠러든 어깨마냥 그렇게 나의 생각을 내 안에 가둬놓고 겨울을 보내지는 말자. 인터넷 댓글이나 단짝 친구들과의 수다만이 아닌, 좀더 적극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고민하자! 이도저도 아닌 반응이나 무관심은 선거 부정과 파행 사태를 더욱 심화, 지속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다. 그 속에서 학생/학생사회 내에서의 나의 목소리와 권리는 더욱 축소되고 소외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시금 대학인이 ‘자치(自治)’를 되살리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단지 겨울방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2010년 한해 줄곧 이어져야 할 우리의 ‘실천’이다.

  하나, 학생회에 대한 신뢰회복과 학생회 선거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고민을 나누자! 

  -지난 선거에서 소속되어 있는 학생회에 부정, 비리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맞을지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자. 이는 단지 ‘문제처리’의 기술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학생회 선거 그리고 학생회의 역할과 활동방향이 어떠해야하는지를 함께 토론할 때 보다 근원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소속되어있는 학생회가 위의 문제를 겪지 않았더라도 (앞서 봤듯) 학생사회의 문제에 대처하는 양상, 그 문제점은 동일하다. 학내 문제사안(학내 구조조정, 성폭력, 자치활동 규제/탄압 등)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여기서 학생회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토론해보자.

  둘, 위의 이야기를 함께 토론하고 논쟁할 ‘공간’을 마련하자!

  -대중단위 LT나 자치단위의 토론자리가 있다면 좋다. 예를 들어, 함께 내년 학생회를 준비하는 집행부들과 함께 학생회의 상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토론해보기도 하고, 만약 3월 재선거가 예정되어 있다면 개강 시기 학생회 차원에서 학내에 유의미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구상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굳이 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소속된 다양한 공간에서 ‘특별 토론’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2월 새내기맞이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학생사회의 정치 등을 토론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의 방향을 잡는 것도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Posted by 행진

2009/12/19 23:41 2009/12/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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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9/12/21 11:24 # M/D Reply Permalink

    이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사람입니다. 제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오직 인터넷 뿐이지만, 이를 통해 제가 판단한 것과 글에서 보여진 입장과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네요. (물론 전반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글에서 언급한 성균관대 같은 경우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재선거 과정에서 대리투표와 유사 투표지 발생이 아니라, 두 선본이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해 자격이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선거과정에서 다시 등록했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학생사회가 어떤 문제제기도, 어떠한 자정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상 재선거의 그 짧은 기간동안 새롭게 후보등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란 생각을 해 볼 때, 재선거라는 것은 오직 자격이 박탈된 선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었죠. 그렇게 본다면 글에서 지적한 문제는 이에 비하면 부수적인 사태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오히려 재선거가 이미 시작되어버린 상황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양선본과 선관위 등 선거를 운영하는 누군가의 의도적인 소행이라고 보기 힘든) 위와 같은 범행은 어떻게든 처리하고 정상적으로 선거를 진행시키는게 원칙상 맞지 않을까요? (전적으로 외부자의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니 실제 학내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엽적인 문제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선거파행이라는 대처하는 세밀한 방식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 지적하고 갑니다.

노동자, 노조 탄압에 맞서 함께 싸우자!



더욱 더 거세지는 정부의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조합 탄압

  지난 11월 28일 공공부문 선진화 워크샵에서 이명박은 노사관계선진화를 운운하며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노조탄압의 수위를 높이기를 촉구 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공기관들에서는 철도를 비롯해 사회보험(건강보험), 발전, 가스 등에서도 잇단 단협해지를 통보 하였다. 심지어 노동연구원은 단협해지가 실제로 자행된 데 이어 직장폐쇄까지 단행하는 등 감사원 감사, 기획재정부 경영평가, 노동부의 단체협약개악 과정에서 정부주도 하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전체 사업장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통보하며 과거에 민중의례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이야기하더니, ‘신고제’인 노조설립을 ‘허가제’로 마음대로 바꾸고 급기야 노조사무실을 강제 폐쇄하고 위원장을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전교조 역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탄압과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조항의 신설이라는 치졸한 공격을 받고 있는 등 정부는 노조를 말살하고 무력화해 노동자들의 저항 없이 공공부문 사유화의 수순을 밟아 나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를 막아서는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불법으로 매도하여 부정하고 노동자, 노동조합 죽이기에 힘쓰고 있다.

투쟁으로 일어선 철도

  11월 24일, 철도공사가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단협해지를 통보하였다. 이는 철도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64년 만에 처음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5000여명을 해고한다는 사측의 억지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건 투쟁을 26일  파업으로 돌입 하였다. 철도조합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파업대오를 유지하며 쟁의행위찬반투표에서 76.6%의 높은 파업찬성률로 파업을 결의, 높은 조직률을 유지하며 강고한 대오를 형성, 사측의 악랄한 회유 협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파업참가자가 늘어나는 등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합법적인 파업임에도 조합원을 직위 해제했다는 등의 이유로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등 65명의 간부에 대한 법적대응을 했다. 그러나 법을 운운하는 경찰은 법을 지키기는커녕 간부 1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출석통지를 하며 파업을 접으라 협박을 하는 등 급기야 12월 1일 수사관 54명, 경찰기동대 5개 중대를 동원해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파업주동자 검거전담자’를 편성해 13일 김기태 위원장을 구속하고 파업에 가담한 철도노조 간부들에게 진짜 불법을 저지르고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교섭을 회피하는 철도공사와는 다르게, 노동권을 지키고자한 정당한 투쟁엔 불법을 덧씌워 흠집을 내어 단체행동권을 부정하고 불구속 입건했다.

  단체협약은 한 해 20여 명이 넘게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열악한 철도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해 온 철도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다. 철도공사는 171개 단협 조항 중 120 조항에 대해 근무체계 변경, 비연고지 전출허용(2002년 민주노조가 들어서면서 7년 동안 사라진 제도로, 사측의 자의적인 전출 강요하는 제도), 정원 관련 협의권 삭제, 휴일 휴가제도 변경, 전임자 축소, 성과성 연봉제(개별근로계약으로서 노조를 통한 집단적 임금협상이 아닌 회사와 노동자간 개별임금협상방식으로 임금협상을 노조가 아닌 개인이 하게 하여 노조의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것) 및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임금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정년퇴임을 앞두고 임금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감으로써 퇴직금 인하 등 실질적인 임금삭감안),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을 개악하거나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사측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개악안을 관철하려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저항하자 급기야 단협을 해지한 것이다. 이에 맞선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철도노조 사상 유례 없이 8일 이라는 파업을 단행하였다. 이에 위협감을 느낀 이명박은 철도공사를 제치고 자기가 직접 앞으로 나와 파업투쟁에 탄압을 진두지휘하며 ‘실업자가 만연한 때에 파업이 웬말이냐, 어렵게 살려놓은 경제를 또 위기에 빠트릴 수 없다’ 민중들의 귀에 캔디 같은 말과 언론과 자본, 정부가 함께 이데올로기 공세와 법적 탄압으로 파업을 중단시키며 준법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파업권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노동조합 탄압
 -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교섭창구 단일화(교섭단위 사업장 축소)와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11월 25일로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노동부, 노사정위원회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에 “노동부는 현행법이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일 시행 방안을 준비한다”고 선언하며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에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노동부 장관이 마련토록 위임해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고 법안 처리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자 국회를 우회해서 ‘행정적’으로 사태를 정리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행정법규를 통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겠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견해를 밝히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는 것은 노동자와 노조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근거해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조항이 자동 삭제됨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없이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과 함께 임태희 노동부장관의 견해에 대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한 규정도 아니고, 노동부 장관에게 교섭창구 단일화의 방법과 절차를 위임한 것이 아니라 법률 시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정책 수립을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어야 한다고 노동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부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법을 시행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6월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여야 정당과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가 무산되고 법안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번 국회에서도 4대강 예산, 세종시 수정 등 여야 정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가 추가될 경우 ‘정상적인’ 법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에서 요구했던 내용들을 변경해 복수노조를 허용 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 참여의 권리를 박탈시키고, 한 사업장만의 협상을 통해 산업별로 확대시키려던 노동자들의 투쟁을 축소시키고, 노조 설립시 노무관리 비용의 증가를 명목으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시켜 복수노조 허용이 보장하는 노동권의 확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식으로 애초에 논의되었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기업별 노사관계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기업에 대한 귀속감을 고취시켜 현장에 대한 노조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어용노조를 통해 사측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낳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의 권리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이제 정부와 사측은 지난여름 쌍용차투쟁처럼 복수노조가 합법화되지 않아도 사측 구사대 모임을 결성해 노조를 공격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아예 대놓고 기업을 위한 노조를 만들려하고 있는 것이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대 총파업을 선언했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야합에 동참하면서 노조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정부와 자본에 타임오프제(타임오프제는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교섭, 노사협의, 고충처리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노사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제안하고 대상 업무에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포함하는 수정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지도부들의 합의에 한국노총 산하 연맹들은 공식 의결구조를 거쳐 ‘합의파기, 재협상, 지도부 사퇴’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 탄압과 경제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자!

  정부와 자본의 총체적인 노동에 대한 공격은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고 하나로 똘똘 뭉쳐 노동자 계급을 분할하기 위한 모든 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노동권을 지켜내고, 확장해야 할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의 전제 조건으로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제시한 것은 다수의 노조 사이에 경쟁을 심화하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함이며 과반수 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한다는 방식은 애초에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로 논의된 단결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며 사업장에서는 기업이 어용노조를 조직하여 노동자들의 직접 행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우려도 충분한 상황에서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문제는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제약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또한 12월 1일, 검찰은 철도노조파업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지만 해고자 복직 등을 담고 있어 공기업 선진화 방안 저지를 위한 ‘정치투쟁’으로 봐야 한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부정하여 ‘불법’으로 규정해 수사한 것은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인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검찰은 헌법에 쟁의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보장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 회피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철도공사의 교섭 회피라는 노골적인 탄압과 폭력 그리고 불법적 태도에 대한 법적인 정당성에 대한 물어야 한다. 합법적 틀로서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려했던 철도노조의 투쟁에서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되는 공공부문에 대해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상승시키는 계기로의 전환을 제기하며 철도 파업을 봉합하기 위해 이명박이 담화에 나서 '청년실업'을 운운했던 기만적인 공격에 대응하여야 한다. 출혈경쟁을 강요하는 지배계급의 논리에 반대하면서, 높은 청년실업률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탄압을 정당화하지 말아야함과 지금의 공공부문과 노동자 노조에게 가해지는 탄압이 전체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화살이 될 것이란 것을 알려 나가자!

Posted by 행진

2009/12/19 23:35 2009/12/1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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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9/12/21 09:25 # M/D Reply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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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 정상회담 비판]
‘다른 세계’를 가능케 할 촛불을 밝히자!


 

세계적인 운동과 세계적인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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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장대비 속에서 66번째 촛불시위를 벌인 12일, 일본과 각국 일본대사관에서는 G8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동시다발 시위가 전개되었다. ‘G8 반대 세계행동의 날’로 선포된 이 날, 각국의 많은 시민들은 그간의 운동을 갈무리하고 향후의 투쟁을 결의하는 한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정상회의가 열린 7월 7~9일과 그 앞뒤 기간 동안 주최국인 일본이 시위대에 가한 폭력적인 진압을 비판했다. 일본경찰은 시위참가자 강제해산과 연행은 물론, 평화롭게 행진하고 있던 시위대의 트럭 창문을 깬 후 운전자를 끌어내는 등 과도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아예 각국 활동가들의 비자승인이나 입국을 거부하고 억류 및 출국조치를 하면서 원천봉쇄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G8이나 여타 국제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대한 탄압은 올해 일본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제노바에서 열린 G8 회담 당시에는 무장한 경찰이 시위에 참가 중이던 한 청년을 총으로 쏘아 살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저들이 전 세계 민중들이 요구하는 생존과 안정, 자유와 평등을 폭력적으로 묵살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해법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마치 군홧발로 촛불시민들을 짓밟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이명박 정권처럼 ‘신자유주의 경찰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일본, 그리고 그 비호 뒤에 모인 열강들은 전 세계 민중들로부터 대체 무엇을 지키고자 했던 것일까?

G8의 본질과 대안세계화 운동의 대응

선진 8개국의 모임(Group of Eight)을 뜻하는 G8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로 구성되어있으며, 이들의 GDP는 세계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군사비 지출은 90%에 육박한다. 따라서 G8은 구속력을 갖는 공식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이들이 연례 회담을 통해 결정하는 사항들은 IMF와 WTO의 ‘지침’이 되며 세계 정치경제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1차 석유위기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국제 통화체계의 위기,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에 직면한 중심부 국가들이 상호대립을 피하고 직접적인 정책조율을 도모하기 위해 1975년 결성된 G6(캐나다는 1976년, 러시아는 1996년부터 참가했다.)은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우두머리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에 고금리 정책과 노동유연화, 사회보장제도 해체 등으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의 확산도, 1990년대 이후 IMF와 세계은행 강화를 매개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의 강요도 모두 이들의 협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주변부 국가들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이러한 조치들은 보통 ‘외채탕감’이나 ‘발전원조’, ‘환경과 문화다양성의 보전’과 같이 자못 ‘휴머니즘적’인 언사로 꾸며져 의제로 올라가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수사 뒤에는 언제나 지원대상이 되는 국가들에 대한 폭력적인 구조조정과 무역․투자 자유화의 강요가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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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G8의 본질을 폭로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은 1999년 G8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쾰른에서 대규모 반대시위가 조직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국제적인 직접행동으로 시애틀 WTO 각료회의를 저지한 경험, 2001년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는 기치 하에 시작된 세계사회포럼의 경험은 G8에 대항하는 운동이 보다 발전할 수 있게 했다.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 G8에 맞서 10만 민중의 강력한 시위가 벌어지고, 또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칸쿤 WTO 각료회의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무산시킨 투쟁,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투쟁이 전개된 것은 그 직접적인 성과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세계화 운동은 ‘호화로운 만찬장에서 제3세계의 기아를 근심하는’ G8 정상들은 물론, 그들에 대한 읍소를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트리는 NGO적 경향(2005년 G8 개최국인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아프리카 원조, 에이즈 퇴치와 같은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표방하며 대안세계화운동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채탕감을 요구하는 ‘빈곤을 역사 속으로(Make Poverty History)’와 같은 NGO와 엘튼 존, 마돈나, U2 등 유명가수들이 출연한 대규모 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G8 반대투쟁의 자리를 대신했다.) 모두를 비판한다. 작년 독일 로스톡 G8 반대투쟁은 “제노바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끝장내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오직 전 세계 민중들의 단결과 연대뿐임을 분명히 했다.

저들이 극복할 수 없는 경제위기와 생태위기

올해 G8 정상회의의 주요 화두는 국제적인 금융 불안과 유가 및 곡물가 폭등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였다. 이는 현 시기 자본의 편에서 볼 때 사활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비롯된 미국 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달러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환율조정 등 중심부 국가 간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 또한 유가를 잡기 위한 석유증산 요청, 소비국의 에너지 절약 강제, 곡물가를 잡기 위한 농산물 수출규제 완화, 바이오연료 사용 감축 등 역시 절실하다.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성장세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할 수 있는 타협과 기술개발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과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어느 하나만 골라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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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도야코 회의는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했다. 금융불안정 및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 규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제3세계 식량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바이오연료 문제에 대해서는 “식량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토의정서’ 만료 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배출량 증가를 막는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 때문에 ‘해결책’이 합의되지 못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거론한 글로벌 정책공조가 순탄히 합의된다 해도 현재의 경제위기와 생태위기, 그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이윤율 하락을 반등시킬 생산혁신을 조직할 능력이 없고, 달러 발권이익을 통한 위기의 지연은 쌍둥이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지속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중심부 국가 간 정책공조 역시 당장의 경착륙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이는 오히려 1970년대 남미 외채위기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등의 형태로 수차례 반복된 주변부의 금융위기를 야기하여, 세계경제의 토대를 더욱 무너뜨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상승과 식량위기, 그에 뒤따르는 고통전가로 인해 민중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 역시 자명하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생태위기마저도 투자와 이윤확대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자본의 전략은 환경정화비용을 위해서도 더 높은 경제성장, 따라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로써 생태위험을 증폭시키고 착취를 강화할 뿐이다. (이상의 주장은 곧 있을 <2008 대안세계화 학생포럼>에서 훨씬 상세하게 분석될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고 위기를 지연하려는 G8은 기만과 무능의 잔치일 뿐이다.

이명박을 고꾸라트리고 대안세계를 향해 행진하자!

기만과 무능이라면 G8에 결코 뒤지지 않을 이명박 대통령 역시 폭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콩고물을 얻어먹고자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촛불집회 때문에 한국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케케묵은 논리를 다시 한 번 꺼내들며 촛불시민들을 공격했다. 또한 8월 초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을 갖고 그의 임기 내에 한미FTA를 비준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쇠고기 문제로 인해 (한미FTA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다”라고 말하며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임을 약속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권에 쇠고기 재협상의 의지란 조금도 없음을 천명했고,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사태에 대해 자신이 가진 해법이란 오직 한미FTA 체결을 통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세계경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 말고는 없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오직 더 많은, 더 밝은 촛불뿐이다. 우리는 한미FTA 반대투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촛불을 확산시키고 끈질기게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촛불은 격렬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시애틀에서, 제노바에서, 홋카이도에서 용감히 싸운 전 세계 사회운동과 만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끝장내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촛불이 꺼진다면 한국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건설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이명박 정권을 진짜로 퇴진시킬 수 있는 민중들의 깊고 너른 역량과 구체적인 전망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전진 속에서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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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8/07/18 00:14 2008/07/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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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15:19 2008/07/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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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첫 뉴스레터를

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아 나라를 세웠고, 그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업을 동시에 이루어 내었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힘으로 일구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사 中 -


오늘, 당신의 취임사 연설문을 읽다가 바로 저 문단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몇 번이고 이 두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몇 명의 얼굴들이 머릿속을 지나쳐 갔습니다. 생각을 다잡고 떨리는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누구나 하나같이 열심히 살진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말한 이 나라의 서민들은 참으로 우직하게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70년대에 가발을 만들던 여성 노동자들이 뿌연 먼지가 가득한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13시간을 묵묵히 일했습니다. 프레스기 앞에서 기계처럼 철근을 찍어대던 노동자들은 그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잘려나간 살점을 바라보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대형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하루 7-8잔의 커피를 들이부어 잠을 쫓아가며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얼마 전 해고된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퉁퉁 붓고 하지정맥류가 생겨도 병원 한 번 제대로 못가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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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22:50 2008/02/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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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욘용 2008/03/02 09:51 # M/D Reply Permalink

    그러게, 취임사 쓰면서 멈칫하진 않았나봐요 ㅋ

  2. ^^;; 2008/04/01 18:56 # M/D Reply Permalink

    당연 지가 안썼겠지요 ^^:;

 

전 국민의 영어노예화, 사회 불평등을 심화하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폐기하라!



한국사회에서 ‘영어’는 어떤 존재인가?


현재 ‘영어광풍’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고, 온 국민이 영어하나에 매달려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보건데, 영어는 우리에게 단지 하나의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영어는 이미 사회적 권력이 되었다. 진학과 취업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계층 상승의 통로에 ‘영어’가 버티고 서 있다. 영어를 획득한 자는 경제적 부와 권력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빈곤과 불평등을 감수해야만 한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토익, 토플 등 영어공인시험에 몰리기 시작했고, 한국은 한 해 900억 원 가량의 응시료를 ETS 등 미국 테스팅 업체에 갖다 바치고 있다. 이렇게까지 영어공부에 매달리는데도 영어로 대화 한마디 못하는 사람은 환자로 여겨지며, 이 환자들에게 ‘영어 주치의’를 배치해 주겠다고 메쓰를 꺼내드는 학원들이 판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영어를 통한 빈곤의 고착화, 공교육 파탄!


이 와중에 이명박 새 정권이 영어 공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나섰다. 영어 사교육 없이도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기본 생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전용(TEE; Teaching English in English)교사를 2013년까지 2만3천명을 신규채용하고, 영어 잘하는 대학생, 주부 및 지역 주민 등을 영어전용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등 가히 파격적인 교원정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고 수능에서 영어과목을 폐지하고 실용 영어가 강화된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마치 새 정권의 명운이라도 걸린 듯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핵심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외국을 많이 나가 보니까 영어 잘 하는게 확실히 이득이더라”는 이명박 당선자의 말에 담겨져 있다. 영어를 매개로 확장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적극 편입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말이 마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영어교육의 활성화를 주문하는 진정성 있는 말인양 오도되고 있지만, 실상은 비즈니스에만 유용한 실용영어만을 강조하면서 학문연구와 문화교류를 위한 영어교육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영어수업시수는 엄청나게 늘었으나 ‘문제의 소지를 유발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영어지문에 정치․경제․사회적인 내용들은 철저히 배제되어왔다.) 또한 여기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1등 국민,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은 2등 국민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이미 95년 이후 초등학교에서 시행된 영어교육은 대부분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영포아’(영어포기아)로 만들어 아동기에서부터 이런 계급 분할을 확실히 해 주고 있다. 이렇게 새 정권의 영어정책은 그들 교육정책의 또 하나의 축인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와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별적 포섭과 극단적 배제’의 논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새 정권의 ‘공교육 강화’라는 외침이 과연 진정성 있게 들리는가? 정책 발표 이후 또 다시 기세가 오른 영어 사교육 자본들뿐만 아니라, 어학연수․조기유학 문의 건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주장은 비웃음꺼리가 된다. 영어가 하나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계층상승의 사다리라고 대놓고 밝히는 영어정책이 만들 다음 상황은 남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받을 것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덩달아 학교마저 학원화 되는 기이한 현상들이 속출한다. 이것의 이면에는 ‘평가’라는 무시무시한 기제가 작동한다. 인수위는 현재의 교육부를 ‘해체’하고 초중등교육 업무를 지방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중앙정부의 기능을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가기능, 평가에 근거한 재정분배기능 등 강력한 제어권한을 갖고 단위학교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교가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겠답시고 전국 1등부터 전국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는 ‘전국단위학력평가’를 상시적으로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면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학교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영어 사교육을 못 받아서 실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은 내팽겨쳐지고 엘리트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런 교육방침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을 들이게 하는 학생(장애학생, 이주민 자녀 등)들은 입학자체가 거부되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다. 결국 ‘공교육’이 담보해야 할 최소한마저 내팽겨쳐지는 것이다.

 


전 국민의 영어노예화를 거부한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폐기하라!


지금의 영어교육은 학습자를 능동적인 언어의 주체가 아니라 노예로 만들고 있다. 영어교육을 매개로 전 세계에 지배력을 뻗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 사람들을 (영어를) 잘 알아듣고, (영어로) 잘 대답하는 유순한 노동력으로 길러내고자 한다. 여기서 시작된 ‘영어 과잉교육’은 주변/반주변부 국가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모국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 자체의 의미마저도 왜곡한다. 또한 각 학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어몰입교육은 학문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새 정권의 영어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사례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덧붙여 우리 대학생들은 영어교육정책을 비롯하여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을 가속화할 이명박 교육정책 전반에 맞서 물러섬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이 3월 국회에서 국립대 법인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면서 전국 대학들이 이에 발맞춰 등록금을 두 자릿수씩 올리고 있다. 대학에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다는 방안 또한 대학의 비민주성과 대학교육의 자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우리는 모든 교육주체들과 함께하는 힘찬 연대투쟁으로 화답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평등-자유-연대로 나아가는

전국학생행진(건)

Posted by 행진

2008/02/26 22:44 2008/02/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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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대선학생투쟁본부

민생파탄이 경제대통령을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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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민중언론 참세상

대선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후보의 독주는 온갖 비리 의혹과 정치 공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마지막까지 반전을 노리고 있는 개혁 세력은 온갖 합종연횡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여의치 않아 초조해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들이 출마했지만, 더 이상 이념도 정책도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경제 성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 경제 관료적인 이미지만이 혼탁한 선거판에서도 ‘표를 던저야 할 이유’로 남아있다.

10년 전 경제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를 구하겠다고 등장한 김대중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권은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재편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재편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것을 지연시키면서 부를 소수에게 집중시키는 한편 민생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한국 경제의 상시적인 불안정성을 가속화 했다. 하지만 민중들의 불만은 지배세력 이전투구 속에 왜곡되고 교란되어, 경제에 무능한 ‘386개혁세력들’에 대한 불만으로 조직되어왔으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유능하고 관료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갈망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러한 열망은 2007 대선에서 ‘경제대통령’에 대한 염원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대통령은 민생파탄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른바 ‘386들의 경제 무능’은 ‘경제대통령’의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생이 파탄 지경에 이른 원인은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의 비정규직의 확대,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로 빈곤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따른 장기불황이라는 조건에서 지배계급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의 결과이다.

이미 금융화 된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한 한국사회의 조건에서 보수와 개혁을 막론하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노무현 정권,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쉼 없이 다투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히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배 정치인 중 누가 차기 대권을 거머쥐든 경제성장 이라는 명목으로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추구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 하기위해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보호 장치의 해체가 가속화 될 것이며, 일상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정규직화와 저임금화 역시 훨씬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전략을 구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좌파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민중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세력들은,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낳은 생존의 위협 속에서 안정된 삶을 염원하는 열망을 자극해 인민을 동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비정규악법 철폐투쟁의 전면화로 지배계급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이와 같은 지형 속에서 대선학생 투쟁본부는 2007년 대선이 ‘신자유주의적 보수화냐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주체 형성이냐’라는 기로에 서있는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지배계급은 대선을 대중의 불만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수렴시키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허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증발성 높은 인기몰이에 집착하고 있으며 이는 정치에 대한 환멸을 가속화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심판해야 할 대상은 비단 노무현 정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는 전망을 공유하고 있는 지배계급과 대선 후보들이 되어야 하며, 이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여름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악법의 폐기 없이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이어, 비정규직 투쟁을 적극적으로 대선 공간에 제기하여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대선학생 투쟁본부는 지배계급의 발전 전망인 금융화로의 편입이 노동유연화를 사활적 과제로 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이것이 철회되지 않는 한 민중들의 생존권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내기 위해 비정규악법 철폐투쟁의 전면화에 앞장서고자 했다. 또한 시민들과 학생들을 만나 비정규 악법 폐기와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해결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받으면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알리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민중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은 신문을 나눠주면서, 비정규직 투쟁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주체를 형성하기위한 투쟁을 만들어 가자!


그러나 현재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보여주고 이는 것처럼, 지배계급의 성장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나라 경제가 망하면 국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과 결합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김근태의 말처럼 국민들이 ‘노망’이 들어서라거나, 우매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파괴적인 결과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고, 이것을 넘어서는 대안적 전망을 민중운동이 구축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이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낙관하며, ‘진보적 성장’을 내세워 정책대결에 골몰하거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외연확대 등에 치중하는 것은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진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대선 투쟁에서 확인한 바를 평가하고 민중운동의 혁신을 통해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보다 전면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경제성장을 통한 분배(양극화 해소) 담론과 분배(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 담론 양자 모두가 공유하는 성장-분배의 틀을 뛰어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전망을 민중운동이 함께 구축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현재의 여론조사 추세대로 대선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면, 08년에는 비정규악법이 중소기업까지 확대되고, 공공부문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민중들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대선주자들이 호언장담하던 신자유주의적인 민생 해법이 얼마나 허구적인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통령’ 이데올로기가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은 더 좋은 세상의 출발점일 수도 더 나쁜 세상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보수화냐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주체 형성이냐’라는 기로는 이제 우리 앞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와 있다. 지배계급에 대한 기대의 좌절과 분노가 정치에 대한 환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에 맞서는 주체가 형성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하자.

Posted by 행진

2007/12/18 21:41 2007/12/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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