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론의 환상을 넘어

노동자운동의 운명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서자!



○ 이명박의 지지율, 그 불안한 고공행진
 서민행보랍시고 오뎅먹는 사진을 찍어댄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명박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45.7%까지 올랐다. 세종시 논란과 김제동 퇴출 등이 이슈가 되며 고공행진이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노무현 사망 정국때의 지지율에서 훨씬 상향된 수치다. 여권 관계자들은 중도실용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 홍보하고 있는데, 핵심적으로는 최근의 경기 호조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수의 학자들이 '더블 딥'(경기 상승후 재하강)의 위기 신호를 경고하고 있긴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요인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불안정한 지지 기반 등 mb정부 고유의 한계 때문에라도 지금의 평온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 ▷연관기사: “한국경제, 수렁에서 빠져나왔나?”)

 
○ 77일의 교훈
 그 '불안한 평온'이 강요하는 착취를 단호히 거부하고 맞선 투쟁이 있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용산 철거민들의 투쟁, 박종태 열사와 화물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의 투쟁. 이들 투쟁은 싸우며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투쟁들이었다. 하지만 경제위기 하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존의 요구가 처참하리만치 짓밟히고 매도되는 순간에도 이를 제대로 엄호해야할 우리 운동은 그 실력과 한계를 보여줬다. 이는 결의 높은 공장 내 사투와는 달리 무기력했던 공장 앞 가두투쟁, 그나마도 미약했던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과 대중조직화 등으로 드러났다. '총고용보장'이라는 핵심요구를 걸었을지언정 그를 실현시킬 기획과 상응하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던 데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향후에 속출할 한계기업, 특히 초민족 자본의 횡포에 노동자들이 어떻게 맞설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을 점검해야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회사살리기 이데올로기 노동자운동 내부로부터 제기되는 양보론과 에 맞서가야 하는 지금, 여전히 정특위를 중심으로 투쟁 질서를 복구하고 민주노조를 재건하려는 필사의 노력이 요구되는 지금, 투쟁이 계속되어야하는 지금, 쌍용차 투쟁이 남긴 것이야 결코 글 몇 줄로 가름할 수 없지만, 평택의 전장에서 얻은 처절한 교훈을 가슴에 새기지 않고선 우리는 무엇도 새로 시작할 수 없다.


○ 반mb 연대로 승산이 있나?
노동자운동을 근간부터 흔드는 법안, 조치들이 임박해있다. 정부는 규모가 커진 통합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을 비롯해 올해 계속된 전교조에 대한 탄압, 건설/ 운수노조 등 산별연맹을 불법 낙인으로 제한해왔다. 특히나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노동조합법 개악은 허약해진 민주노조운동이 감내하기 힘들다. 답답한 국면을 돌파한답시고 운동 진영의 주류에서부터 '반mb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과의 제휴를 기획해오기도 했지만 그 약발로는 얼마 못 버티는게 당연하다. 10.28 재보선 결과 역시 그를 지지한다. 임종인 후보를 앞세우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합세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온 정성을 들일때부터 우려의 소리가 높았지만 끝내 불발로 그쳤고 결과도 저조했다. 민주당 등 개혁세력을 '활용' 할만한 주체적 여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적 연대'니 진정한 '진보대연합'이니를 되뇌이기 전에, 선거 연합보다는 밑천이 바닥난 노동자운동의 기틀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 모든 해고반대, 민중 생존권 쟁취를 걸고 전국적인 투쟁 전선을 구축하자!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서 싸운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여지없이 '정치 파업'과 '철밥통'의 비난이 떨어지고 있다. 1차적으로는 비정규직, 여성, 이주노동자,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해고와 임금삭감의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는 경제위기의 진행하에서 전민중의 문제로 확대 될 수 밖에 없다. 무엇으로 맞설 것인가? 노동자들이 제 살을 깎는 고통분담? 이명박도 허언을 늘어놓듯 사회복지확충을 통해? 오로지 노동자 민중의 굳건한 연대 투쟁을 만들어내고서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경제위기가 일시적이지 않다면, 당장 실업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의 사후대응이 아닌 해고 자체에 대해 거부하면서 저지선을 칠 수 있는 싸움이 필요하다. 거리에서, 일터에서, 무너진 대중적 지지기반과 투쟁동력을 다시 세우고 고용안정과 생존권의 요구를 전면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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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대회 특별호 목차


- 발간사. 경기회복론의 환상을 넘어 노동자운동의 운명을 걸고 한판 승부에 나서자!

- 입장1. 한국경제, 수렁에서 빠져나왔나?

- 입장2. 국경없는 수탈,세계화된 착취! 초민족적 투기자본에 맞서는, 세계화된 연대가 진짜 대안이다!

- 이주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피부색과 국적을 넘는 연대로, 노동자 권리 쟁취하자!

- 기고. ‘조두순 사건’과 ‘여성’에 대한 폭력

- 아프간 재파병을 막아내기 위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인터뷰. 20대가 전하는 이야기, 학생운동을 만나다!

Posted by 행진

2009/11/09 15:41 2009/11/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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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


자본주의의 위기, 노동자들이 할 일

 

     전 세계에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다.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이 위기는 그러나 전 세계의 금융만 위기에 빠뜨린 것이 아니다. 산업자본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경제가 이윤율 저하에 따른 금융화로 돌아선지 벌써 30여년이다. 그러나 그 동안 어떤 것이 금융화를 뒷받침하는 정책인지, 금융화는 어느 계급의 편을 들어주는 것인지, 또 이를 뒷받침하는 신자유주의는 무엇인지 제 때 분석하지 못한 채 ‘금융부문’ 이 모든 경제를 주도하게 놔두었으니, 투자은행들의 금융사기극으로 인해 전 세계 실물경제까지 위기가 미치는 것에 크게 놀라기도 뭣하다.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가 흔들리고, 기업도 흔들리고, 가계도 흔들린다. 자본주의에 필연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지금까지 노동자운동이 가졌던 태도와 대응들을 돌아보며 지금 이 위기에 가장 잘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찾아보자.

 

자본주의의 종말이 왔으니 노동자들이여, 기뻐하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지 약 두 달, 그 동안 곳곳에서 위기에 대한 분석과 입장을 쏟아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두 달 만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흑자 도산하는 중소기업은 왜 생기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읽고 나름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러한 수많은 입장 속에서 노동자운동으로 노동권을 쟁취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우리들은 그럼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우려되는 반응이 있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해 “우리가 망합니까? 자본이 망하지”라는 반응,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권을 비판하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위기를 진지하게 사고하지 못하는 태도, 이러한 우리의 반응과 태도는 포털사이트에서 “좌파들은 경제가 망하기를 기다리고 선동한다.”라는 근거 없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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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종말이 가까워오니 이제 그로 인해 억압받던 우리들은 살만하게 되었나? 평범한 임금노동자들도 ‘수익률’ 만 믿고 정기예금보다는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피해를 입었다. 소위 ‘개미투자자’ 들에게 미친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투자했는데, 망했다! 는 것만으로 금융위기가 심각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지들 중에서도 투쟁하기보다 펀드에 기대어 노후자금을 마련할 의도로 투자했다 돈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혹은 주위에 있는 다른 동지들이 펀드투자를 하는 것을 말리지 못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서야 금융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하자.

     이제 금융이외에 무엇이 더 위기에 봉착했는지 돌아보자. 물가는 올랐는데, 임금은 동결한다고 한다. 주가 폭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회사들은 위기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넘어서려고 한다. 해고와 비정규직화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월급에서 계속 꼬박꼬박 돈을 떼어 냈건만, 연기금은 펀드에 투자되었다 돈을 엄청 날렸다고 하고, 낸 돈만큼도 못 받게 되었다. 당장 1년 뒤의 삶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고, 10년 뒤의 삶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이것이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대가일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래도 어쨌든 자본주의가 망하면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세상이 오지는 않을까, 누군가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자. 나는 이렇게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고, 옆 사람을 조직하고 금융위기에 맞서 우리 노조는, 우리 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고, 지금 시기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은 대체 무엇에, 어떻게 맞서 투쟁하는 것인지 진정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하였는가?

     운동 없이, 대안 없이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것은 야만으로 가는 것일 뿐이다. ‘야만’은 가난한 자국민에게 가는 구호물자를 실은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아프리카에, 민주주의를 외치며 들고 일어났던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버마에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야만은 저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한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그들이 처한 처지는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벼랑 끝은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한 야만을 점점 더 양산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위기라면, 우리는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이 위기를 자초했는지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운동으로 이 위기와 이미 도래한, 더욱 심해질 야만적인 상황을 넘어설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

 


구제금융과 통화스왑은 진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보다 더 먼저 위기를 넘어설 방향을 제시한 이들이 있으니, 당연히 자본주의가 망하면 큰일이 나는 지배계급들이다. 앞서 펀드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던 이유는, 내가 넣은 펀드 안 망하게 주가가 올라줬음 좋겠는 희망이 너무 강하다 보면,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릴 수 있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금융자본부터 구해주는 구제금융이나 최근 남한과 미국이 체결한 통화스왑 등을 별 생각 없이 지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진정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위기를 전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자주 들려오는 ‘손실의 사회화’ 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미국의 금융개혁과 G20 정상회의 비판

    
미국이 긴급경제구제책으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다. 7000억 달러라는 큰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바로 국채를 발행하고, 그것을 판매함으로써 조달된다. 국채를 더 많이 찍어낸다는 것은 그 국가의 빚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미국의 국민들이 왜 ‘금융자본’을 나라 빚 = 결국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빚으로 해결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던 것이다. 금융자본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미국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끔 ‘사회화’ 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700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은 누가 구입하는가? 바로 미국 이외의 세계 여타 국가들이 사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미 상품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유지˙도모해야만 하는 일본˙중국˙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무역흑자를 통해 확보한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서 다시 달러를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미국경제가 유지되고 미국 내의 소비가 위축되지 않아 수출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의 사회화’는 한 국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를 되살리려면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올 11월 15일에 열릴 G20 정상회의(국제 경제 정상회의)에는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G8을 비롯하여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호주 등을 비롯한 G20국가 정상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브레튼우즈체제’ 를 만들어야 한다는 브라운 영국 총리의 말이 여기저기서 보도되는 가운데, 이 회의에서는 현행 금융감독체제의 개혁과 함께 IMF등 국제기구의 개혁 및 규제 권한 강화 등에 대해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모건체이스)을 은행지주회사로 만들어 예금은행을 통한 자금조달능력을 키워주면서 말로만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등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았을 때, 이 규제는 자제능력이 없어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아이를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새로운 놀이방식을 쥐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이야 사랑을 쏟고 도덕과 윤리가 어떤 것인지 알면 훌륭한 시민으로 거듭날지 모르겠지만, 자본은 그렇지 않다. 자본은 사람이 죽어가더라도 이윤을 획득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 한-미 통화스왑(SWAP) 비판

    
지난 10월 30일, 한국과 미국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것이 1000선을 붕괴시킨 코스피를 급반등시킨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미국에 지불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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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화스왑계약은 한국에 달러가 부족할 때 한국은행이 미국 FRB에 원화를 제공하면 달러를 받고, 계약만기 시에는 다시 빌린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를 돌려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앞서도 밝혔지만 최대 300억달러까지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데, 미국은 언제든 이 한도를 늘려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빌린 달러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미국에 지불해야 한다. 이명박은 이러한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 국채 매각 카드로 ‘협박’까지 했다고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이제 통화스왑으로 인해 미국의 국채를 자연스럽게 매입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 통화스왑라인을 구축한 나라들이 앞서 이야기한 7000억 달러의 국채를 주로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미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달러가 중요시되면서 미국경제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를 지속시키고 있다. 위기는 당장 지연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로의 배를 쇠사슬로 묶어둔 것과 같다. 다 같이 재앙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 남한의 시대착오적 정책 :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완화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남한은 그래도 최대한 그 시스템으로 개조하기 위해 계속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가 핵심적인 정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현재 증권사에게 선물사, 종합금융회사 등에서 하던 일을 가능하게끔 하고, 일정 요건만 갖추면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소액결제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되면서 월급통장 등의 개설을 유도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러한 회사는 ‘증권사’가 아니라 ‘금융투자회사’ 가 되며 금융권의 거의 모든 자금을 포괄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의 핵심 의도는 한국의 5대 증권사를 이러한 ‘금융투자회사’ 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투자은행과 같은 것을 한국에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금산분리도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던 쟁점이다. 이는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까지 자회사로 둘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고, 재벌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업의 부실, 금융의 부실이 서로에게 전이될 수 있고, 재벌체제는 더욱 강고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위기를 불러왔거나 위기를 심화시킬 계획들이 남한에서는 단 하나도 취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땅에 사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금융억압’ 을 걸고 투쟁하자!

    
위기 때문에 우리 삶도 빡빡하고, 지배계급들은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내놓지 못하고, 한국정부는 계속 위기의 한가운데로 자꾸 들어가려고만 하고… 어쨌든 이명박이 잘못하고 있는 줄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그가 무슨 말만 하면 인터넷에는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비웃을까를 고민한 듯한 말들이 주루룩 달린다. 하지만 그것이 진지하고 절박한 거리에서의 저항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개인적으로 미래를 보장받으려 하지 말고, 집단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삶을 쟁취해야 한다. 이명박을 욕하는 댓글에 웃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지 말고, 진지하게 저항을 호소해야 한다. 우리가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단결이다. 실제로 이를 증명해왔던 것이 노동자이다.

    
우리는 우선 공공부문 구조조정, 비정규직화, 임금동결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돈 놓고 돈 먹기를 최고로 여기는 금융화 국면이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을 지금까지와 같이 비정규직에게 비정규직 투쟁을 맡겨버리고 공공부문 투쟁도 1차적으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맡기고, 임금동결에 맞선 투쟁과 다른 의제들을 함께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역시 지금까지와 같이 계속 각개격파 당할 뿐이다. 우리는 임금문제, 비정규직 문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모두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1차적으로 금융화로 인해 파괴된 민중들의 삶을 구해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금융억압’의 요구를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제기해야 한다.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한국이 계속 금융화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을, ‘금융규제’라고 이야기하며 실제로는 ‘금융해방’을 목적으로 한 전 세계적인 해결책이 눈뜨고 통과되는 것을 우리는 우선 막아야 한다. 이걸로 당연히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터져 나온 강둑을 간신히 막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자본주의의 물결이 다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강둑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넘어설 대안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노동자가 가장 열심히 이야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투쟁하나 조직하기가 너무 힘들다, 내년에 임금투쟁을 할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다 좋은 말이지만 어떻게 하겠냐, 그렇게 결론짓지 말자. 오늘 투쟁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당신의 옆에 앉아있는 동지도 그렇지 않은가? 입을 열어 당장 토론을 시작하고, 오늘의 투쟁, 내일의 투쟁, 내년의 투쟁의 방향을 고민하자. 이곳에 앉아있는 우리부터가 진지하고, 절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차고, 활기차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동지들이 조직되고, 그리고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승리할 수 있다. 투쟁!




알고 계셨나요? 금융지식 일문일답

1. FRB

연방준비은행, 줄여서 ‘연준’ 이라고도 한다. 한국에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역할을 하듯이 미국에서는 FRB가 이러한 역할을 한다. 1913년에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FRB가 정하는 기준금리는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 것도 FRB가 경기가 회복되었다는 판단 하에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 연방준비은행의 활동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역시 세계 경제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전 의장인 그린스펀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난 것을 빌어 ‘그린스펀 효과’ 라는 말까지 생겨났고, 현재 의장인 버냉키의 결정에도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본이 이미 ‘대불황’ 혹은 ‘대공황’ 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에는 지금 연준 의장인 버냉키가 대공황 전문가라는 것도 있다.

2. 신브레튼우즈체제

지금의 변동환율제, 순수달러본위제 등의 국제통화체제를 변경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하자고 제안되고 있는 체제. 본래 브레튼우즈체제는 1944년에 전세계 44개국이 모여 고정환율제, 금-달러 본위제(달러를 세계화폐로 하되 금 1온스 = 35달러로 태환해준다는 원칙을 세운 것.) , 금융자본의 이동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국제통화체제이다. 이 체제는 서유럽지원(마셜플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으로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 낸 미국이 더 이상 금과 달러를 바꿔주지 못하게 되면서 붕괴했고, 이 때부터 금융자본의 이동이 서서히 가능해지고,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뀐 나라들도 계속 늘어났다. 이렇듯 본래 브레튼우즈체제가 무너진 현재의 통화체제의 불안정성이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하여 ‘신브레튼우즈체제’ 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세계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등 진정 새로운 체제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본질적으로는 현재와 같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자본에게는 이익이나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체제가 지속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8/11/10 15:30 2008/1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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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우려되는 현재의 산별노조 재편



지난 2월 25일 개최된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는 500명이 넘는 대의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15만의 산별협약쟁취 중앙교섭 돌파” “가자! 투쟁의 중심 금속노조”라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올 해 금속노조가 핵심 투쟁과제를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 가장 단적으로 알 수 있었던 이 자리에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2008년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을 중앙교섭에 참가시키고 산별교섭을 확보하기 위해 운명을 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자동차 완성4사는 대공장 자본들은 작년 확약서를 이행하고 산별교섭에 응해서 정상적인 산별시대 노사관계 확립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7월 11일, 금속노조 지도부는 GM대우 사측과의 대각선교섭을 통해 <의견접근안>을 발표하였고, 7월 16일 새벽 1시 10분경에 금속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 의견접근안>을 합의한 후, ‘새로운 파업지침’을 발표하였다. 전체사업장에 내려져 있던 부분파업을 철회하고 중앙교섭에 불참하는 사업장에 한해서 부분파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자 금속노조 지도부는 급히 <해설안>과 <문답자료>를 냈지만, 비판 여론은 가시지 않았다.
그 5개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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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재편, 지난 경과들

      <전노협>시절부터 꾸준히 쟁점이 되어 왔던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산별노조)’건설은 여기에 숨어 있는 쟁점은 무수히 많고, 무엇보다 시기별로 그 양상이 조금씩 달라져 왔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다 검토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만 최근의 경과들을 살펴보면, 1995년에 <민주노총>의 창립과 더불어 ‘산별 현실론’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게 되고,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맹․전국자동차총연맹․민주금속연맹의 통합을 통해 98년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연맹)이 출범하였다. 금속연맹은 2000년 4월에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자동차 완성4사(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의 총파업을 기획하기도 하는데, IMF 이후에 더욱 강화된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1년 2월에 4만 명 규모의 <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출범하게 된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2003년부터 성사되기 시작하였지만, 금속노조 출범 당시부터 상당수의 대기업노조가 불참한 약 4만 명 규모의 반쪽짜리 산별노조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산별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은 대기업 사용자측과 벌이는 ‘대각선교섭’을 병행하는 등 대기업 사용자들과 대기업노조를 산별교섭˙산별노조에 참가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결과 2006년 국내 최초의 사용자 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출범하였고, 2007년에는 <산별 중앙협약>을 마련하고 대기업 사용자들에게 ‘2008년부터는 산별교섭에 참여하도록 노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더불어 2007년의 자동차 완성 4사 노동조합에 이어 올 해 3월에는 4-5천 명 규모의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금속노조에 가입함으로써 약 240개 지회, 약 15만 명 규모의 산별노조라는 외양을 갖추는 데에 성공한다. 



08년 금속노조 산별교섭

     금속노조는 올 해의 산별중앙협약에서 GM대우 사측과 “2009년의 중앙교섭을 노․사공동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는데, “작년 중앙교섭 합의안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작년에 대부분의 대기업 사측과의 대각선교섭을 통해 “2008년에는 산별 중앙교섭 참여를 위해 노사가 산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해”본다는 합의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 지도부가 “올 해에는 GM대우가 의견일치안을 낸 것이 성과”라는 자평한 것은 작년에 맺은 모호한 수준의 중앙교섭 참가약속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을 성과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비판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즉, 애초에 08년 금속노조 투쟁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를 “중앙교섭 성사 그 자체”로 상정했던 것에 대한 진지한 반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분

요구안

합의안

조합활동

조합원 교육시간 연 24시간 이상간부교육시간 연 40시간 이상
(대의원, 상집, 현장조직위원 이상)

연 8시간
지회 상집 이상만 연 24시간
(조합원 교육시간 제외하고 16시간)

노동시간

10월까지 실행위원회 구성

2009년 2월 실행위원회 구성

노동안전

작업량, 인원, 시간, 내용 노사합의
안전보건담당 1인 유급
(주1일 이상)
산재불승인 시 치료 및 보상

안전중대영향 있을 시 노사협의
100인 이하 월 2일
300인 이하 월 3일
없음

비정규직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사내하청 처우 개선
비정규직 매년 5% 정규직화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보장
하청변경폐업 시 고용˙단협 근속승계

관계법령
없음 (현행유지)
없음
고용유지 노력
승계되도록 노력

불공정거래

50억 이상 표준하도급계약서 작성
단가인하 임률고정 금지

70억 이상
없음

임금

최저임금 99,4840원
기본금 134,690원

시급 4080원(월950,000원)
없음(사업장에서 논의)


     위 표에 나와 있듯이, 금속사용자협의회와 체결한 <중앙교섭 합의안>은 요구안에 한참 미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사용자협의회와 합의한 직후인 7월 16일에 발표한 새로운 파업지침에서 “중앙교섭에 참여한 사업장에는 ‘파업자제’라는 인센티브를 주고,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에만 한해 ‘부분파업’을 개시한다”는 전술을 결정한 것은 사업장을 넘어서는 공동투쟁의 의미를 살린다는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의 대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었다.

     올 해 금속노조 산별중앙교섭에서의 우려되는 현상들은 다수 지도부를 비롯한 노동자 운동 내부의 산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금속노조가 3월에 발표한 <산별시대, 노사교섭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산별 교섭 및 사회적 합의체제가 없는 가운데 국가와 자본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이 지속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노동조합은 자본과 국가와의 교섭보다는 총파업 등 투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지점은 지난 몇 년 동안 강화되어 온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인한 노동유연화(신축화)․구조조정의 안착화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그에 적합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점이어야 한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노동자운동은 지배세력과의 힘의 관계에서 현저하게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섭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을 위한 교섭’ 또는 ‘교섭을 위한 투쟁의 배치’는 올바른 전략일 수 없다. 그 단적인 예는 금속노조가 자동차 완성 4사 등 대기업의 중앙교섭을 촉구하기 위한 갖은 방도를 썼음에도,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협의회의 2008년 첫 중앙교섭테이블 열리기 바로 전 날인 4월 14일에 자동차 완성 4사가 일방적으로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서 드러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체적 쟁점들


주간 2교대제

      올 해 중앙교섭이 종료된 이후에 시작된 현대자동차 지부교섭에서 쟁점이 된 것은 ‘주간 2교대제’였는데, 이는 금속산업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금속노조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체결된 현대자동차 주간 2교대제 관련한 합의안의 핵심내용은 지금까지 주야 맞교대로 10시간-10시간으로 시행되던 노동시간을 8시간-9시간(8시간+1시간 연장근로)으로 바꾸어 주간에만 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10시간-10시간 노동시간 때의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함께 합의되면서 “오히려 노동강도의 살인적인 증가가 뻔하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사측은 노동안전교육시간, 중복휴일, 각종 공휴일․휴가 등을 제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단체협약 개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눈에 보이려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이렇듯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노동조건과 관련된 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중앙교섭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지부교섭으로 넘어가도록 했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산별노조˙산별투쟁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했다.


비정규직

     위의 표
에서 봤듯이, 이번 중앙교섭 합의안에서 비정규직 관련한 조항들은 거의 ‘법령에 따름’이거나 ‘방안을 마련’이라는 식으로 치부되어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 스스로 “비정규직 등 전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의 틀을 넘어야 한다”고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효과는 거의 발휘하지 못 했던 것이다.

     비단 중앙교섭 뿐 아니라, 실제로 대부분의 대공장들은 원청과 하청이 제각각 교섭을 진행하였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생산량’(Just In Time)이라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상, 하청업체들 역시 주간 2교대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하청 간의 불공정거래 등 하청업체의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에서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훨씬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의 수 자체가 증가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형태가 자본의 입맛에 따라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보자. 현재와 같은 산별노조˙산별투쟁이 계속 된다고 했을 때, 과연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에 걸맞은 노동자 주체 조직은 과연 가능할까?

 

 

Posted by 행진

2008/11/10 15:20 2008/11/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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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시대, 노동자운동의 전망과 과제

정세에 기반 한 운동을 위하여

     미국 발 금융위기가 자신의 파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대중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 역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대중적으로도 어느 정도 상당히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지극히 개인적인 수준에서 찾거나, 기껏해야 당장의 불만을 표출하려는 마음은 많지만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걱정하거나, 이명박의 실정이 담긴 인터넷 뉴스기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먼저, 97년 이후 계속된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자·대중 대부분의 삶이 힘들어 진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등장한 이명박에게 많은 사람들이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내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제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거·정당정치로 대표되는 주류정치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보내지만, 그렇다고 이를 대체할 만한 무언가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의 공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상당히 존재하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무능함이 지속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할 때, 광범위한 대중적 불만은 ‘특정한 단일 이슈’나 ‘단일하게 대표되는 특정 이미지’에 대한 거부나 저항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방향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게 될 가능성 역시 상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의 사회적 갈등 과정에서 ‘민주주의·사회정의를 위한 존재’로서의 ‘민주노조’라는 인식이 지극히 취약해 져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앞서 밝힌 부분과도 연결되겠고, 무엇보다 ‘노동자 운동 자신의 철저하지 못함’에서 기인하는 것이 크다. 현재 우리 노동자 운동이 처해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치밀하게 살펴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동을 조직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조건

     06년 금속노조의 임금구조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조합원 내 임금격차는 심각한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는데,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4배 이상 나고 있다. 특히, 전체 임금의 구성비를 보면 기본급의 비중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체 총액의 35.1%, 비자동차의 경우 39.9% 수준이며, 나머지 60~65%는 각종 수당과 초과근로, 특별급여로 구성되어 있다. 8시간 일해서 받는 기본급이 아닌 초과근로를 반드시 해야만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아주 기형적인 임금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자들 간의 경쟁’이라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반복된다. ‘비정규직 노조와 같은 조직이 되거나, 연대를 하면 혹시 나의 임금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경쟁과 분할’이 빈번해지는 것은, “왜 동료와 경쟁하려 드느냐”며 다그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덧씌운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운동의 전반적인 방향 속에서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지배세력은 자신들에 대한 대중적인 불만과 적대를 다른 누군가에게로 돌리려 할 것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사정간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대타협에 참여하지 않는 세력에겐 불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만들어 진 사회적 갈등’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허구적으로 전가시키는 방식일 것이다. “이익집단인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라는 오래된 래퍼토리부터, “한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이주노동자”라거나 “꼭 돈 벌지는 않아도 되는 여성들이 파업한다”등 말이다. 즉, 이미 강화되고 있는 노동자 내부의 갈등을 더욱 활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실리’를 위해서,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의 대립을 매개로 조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노동자 운동 스스로가 이러한 지배세력의 전략에 치명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별, 가능성과 한계의 사이에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자주 외치는 “단결과 연대”는 추상적인 구호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단결’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이를 가로막는 현상적인 결과가 아닌 이유를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정세적인 투쟁을 적극적인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산별재편 역시 그러한 흐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가 분명함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별이 중요하다”는 말만 강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같다. 특히, ‘시기집중 임단투’에서 좀 더 많은 실리적 이득을 챙기는 것만을 위한 산별노조라면 더욱 그렇다. 단적으로 주간 2교대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야간노동과 연장근로 등을 통해 갈수록 늘어나는 노동시간을 적절히 막아내면서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노동시간 대신 노동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시간을 보다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야간노동을 통한 노동재해와 이에 따른 손실액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무한정 야간노동을 강요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대신 주간 2교대제를 합의하되, 자본에게 손실이 되는 부분을 메울 수 있는 노동에 대한 착취의 새로운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즉, 문제는 ‘주간 2교대제’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주간 2교대제인가’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별재편 역시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산별노조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야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금융위기 속에서의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복원’이라는 방향으로 노동자 운동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산별시대, 노동자운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금융위기를 비판하고 극복하는 산별노조

     ‘어떤 산별노조를 건설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산별노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기업(대우조선 등)과 기간산업(철도 등)에 대한 민영화˙사유화 정책은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연금을 이용한 금융시장 투자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에 대한 시장화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폭락하고 있는 증권시장을 회복시킨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을 이용한 투자를 하고 있기까지 하다. <산별 공공노조>는 ‘공공부문 선진화’로 불리우는 공기업 민영화에 맞서는 투쟁을 이러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통해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공공성 파괴’에 대한 구호를 병렬적으로 늘여놓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우선, 이 두 가지 현상 간의 관계가 어떠한 지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한 노동조합 내부에서의 노력과 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대중적 요구로서 제기할 수 있는 운동의 경로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노동자운동의 거점으로서의 산별노조

     이러한 문제의식의 유력한 경로 중의 하나로서 ‘지역’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주간 2교대제나 산별노조에 대해서 말했던 것처럼 ‘지역 자체’를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역시 문제는 ‘어떤 지역운동인가’이다. 지역공동체만의 특수한 발전을 위한 것도, 지구당 차원에서 표 몰이만을 위한 것도 ‘지역운동’이라 불리우며, 그 이름을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회서비스 여성노동자나 이주노동자 등 단일한 사업장만으로 묶이지 않는 불안정 노동자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서, 갈수록 노동을 분할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이 세밀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내하청, 용역 및 도급, 파견 등 관리체계를 더욱 분할하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층위를 다양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자본의 관리체계를 내부적으로 극복하고, 일상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하면서 공동의 운동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이는 지역을 매개로 하는 연대의 일상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이 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사업장˙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더라도 같은 지역의 조직틀 안에서 일상적인 활동과 투쟁을 함께 하면서 연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산별노조 지역본부나 지역지부가 자기역할을 분명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금투쟁의 혁신을 위한 산별노조

     물론, 임금투쟁에 매몰되어 당장의 자기 실리적인 이득만을 위해 임단협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요즘에는 시기별 집중 임단협을 넘어 자기 사업장의 이슈만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기 분산 임단협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호한 비판이 필요한 것과는 별개로, 현재 노동자간의 갈등과 대립은 ‘임금’을 매개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들 간의 분할을 조장하는 지배세력의 입장에서 ‘임금’만큼 이를 관리하기에 쉬운 고리도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의 실리적˙관성적 임금투쟁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고민되지 않는다면, 금융위기에 따라 갈수록 실업률과 대량해고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서 대중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커다란 곤란’에 부닥칠 수 있다. 더불어, 지배세력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목 아래, 생산직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비정규직화 시키는 것을 목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존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지양할 수 있는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반대로 임금문제가 노동자간 단결의 가장 기초적인 매개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이 활발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즉, 노동자운동 내부의 분할과 갈등의 증폭을 일차적으로 예방하는 동시에 ‘단결’의 구체적이고도 정세적(전술적)인 차원으로의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정최저임금의 현실화 및 산별최저임금 체결, 지자체 교섭 등을 통한 지역 내 저임금 해소도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임금체계가 필연적으로 낳고 있는 같은 산업 내에서도 기형적으로 차이가 나는 임금차이를 축소할 수 있는 ‘요구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전면화함으로써, 임금투쟁이라는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이 대사회적인 정치투쟁으로 발전토록 할 수 있는 고민도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장과 이른바 상층에서의 ‘교섭전략’을 넘어 운동들 간의 진지한 고민과 집단적 논의, 그리고 지역으로부터의 조직을 통한 운동의 과정을 통할 때 그 의미를 보다 뚜렷이 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8/11/10 15:10 2008/11/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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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사유화/시장화에 맞선

사람답게 살 권리!

노동자의 이름으로 요구하고 쟁취하자!


 

민주노총이 ‘총력 결의 투쟁’을 약속한 양치기 소년?

정부는 촛불의 역풍이 불기 시작하자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던 말을 금세 바꿔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며 기만적인 공세를 펼쳐오고 있다. 3차까지 발표된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최근 추진되는 물/에너지 분야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이 착수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동․사회단체들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에 민주노총의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반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연대> 제안을 시민단체가 외면하며 연대체 결성이 좌초 된 것을 시작으로 , “하반기 총력투쟁”을 벌여보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무색하게도 노동자 운동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올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등에 브레이크를 걸기위해 내걸었던 파업 투쟁 선언이 공문구가 되고, ‘사회공공성 지킴이’라는 캠페인 격의 사업 역시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파급력 없이 끝났다. 올해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논의해볼만한 많은 쟁점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IMF 이후 소위 ‘공공성 투쟁’이 답습해왔던 한계에 우리가 아직도 여전히 몸을 담그고 있음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공공성’ 투쟁- 필패의 전략은 이제 그만!


 “어떻게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을 사고팝니까!”라고 촛불의 시민들이 분노했다. 보통은 국가가 어느 정도 중립적인 외관을 띄면서 공공영역을 제공함이 마땅하다는 인식들이 있고, 최근 추진되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분노도 바로 국가가 이러한 역할을 포기했다는데서 연유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국가가 국민들의 일반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어디 흔한가? 아니 유사 이래로 ‘공공성’이란 게 존재한 적이 있기나 했는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공부문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어디까지나 착취를 재생산하고 불만을 잠재우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 해야만 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보장될 최소한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유지의 방편으로 포섭된 ‘공공부문’의 ‘두 가지 모순적인 측면’을 고려치 못한다면 끊임없이 지배세력의 전략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생존을 요구하며 벌인 투쟁은 마치 ‘보통 시민’들의 이해와 충돌하는 것 인 양 호도 되고, 공공 부문 투쟁 역시 ‘철밥통’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리 노동운동이 지난 10년 동안 벌여온 ‘공공성 투쟁’을 자성해보면 운동 외부의 공격과 별개로 실천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맞서 일자리를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만 매몰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들을 겸허히 짚고 반성하며 지금 사유화/시장화에 맞서는 투쟁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만 한다.

일각의 주장과 같이 금융기관을 국유화한다고 경제 위기가 사라질리 만무하듯이, 노동자/민중이 실질적으로 공적 시스템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공공부문을 누가 소유하든 어떻게 사회화하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장화/사유화 저지 투쟁은 결코 한 두 번의 투쟁으로 단박에 쟁취 할 수 없는, 사람답게 살 제반의 권리,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합당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공성’으로 뭉뚱그려지는 ‘사회 복지 확충’급의 요구에 우리의 투쟁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도 노동자의 편에 선 적이 없는 ‘국가’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광범위한 연대투쟁을 통한 노동자-민중의 권력을 만들어 가는 것만이 마침내 이 투쟁의 답일 수밖에 없다.

초유의 민생파탄 경제파탄!

신자유주의의 엔딩에서 노동자들이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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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뭐래도 지금의 물/에너지/의료/교육 등의 시장화/사유화가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더욱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관되게 신자유주의를 추종해온 개혁 세력도 ‘공공성’을 제 이름처럼 들먹이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공공성 쟁취’만을 지상 목표로 삼는 것을 넘어, 신자유주의 체제가 더욱 잇속을 밝히며 민생 파탄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맞서는 구체적인 민중의 삶의 요구들을 말해야 한다. 그들이 밝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전망이 민중들의 교육받을 권리, 돈 없어도 사회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 생태를 파괴하지 않고 에너지를 이용할 있는 권리를 모조리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것이다.

초유의 경제 위기, 그리고 이명박이 벌이는 촛불에 대한 복수, 그리고 그 앞에 선 전례 없이 취약해진 우리의 노동자 운동. 이것들이 지시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때다 하며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한없이 뒷걸음질 치기를 요구하는 정세 속에서 총파업 허언(虛言)으로 얼마나 위기를 미룰 수 있을 것인가? 시장화-사유화 저지에 맞서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들을 당장 내 일자리와 무관한 그저 ‘좋은 말’들로 남겨 둘 것인가? 지금에 있어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투쟁은 경제위기를 버텨내야 하는 지배계급이, 그리고 민생 파탄 속에 절박해진 생존의 요구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두 계급의 화해할 수 없는 접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간 지배계급이 몰두해온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명박의 엄지손을 꺾을 수 있는 힘은 사업장을 넘어선 우리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뿐이다!

Posted by 행진

2008/11/10 15:00 2008/1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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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경제위기의 희생양 삼지 말라!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법무부는 ‘비전문외국인력정책 개선방안’(이하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개선방안에는 고용주들의 불편 사항을 개선해주는 한편, 5년 이내에 체류외국인의 10% 이내로 ‘불법체류자’를 줄이고 권리를 대폭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 년 내내 단속추방, 삭감되는 임금

9.25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법무부, 경찰, 노동부, 해경 등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을 가동하여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단속하고, 특히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물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규제 △숙련된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고용주들이 근로계약기간을 결정 △수습기간을 늘려(현행 3개월) 임금을 삭감하고 기숙사비, 식사비용 등을 노동자 부담으로 변경 △한국어 시험 외에 추가 시험제도 도입 △의무사항이던 각종 보험을 임의로 들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증가하는 이주노동자, 그러나 심해지는 통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내년 말까지 2천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하루에 1~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일하는 빈곤층(working poor)'도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유럽연합(EU) 재계 단체인 '비즈니스유럽'도 내년 유럽에서 100만 명 이상이 직업을 잃을 것이라 내다보았다.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 정책들은 특히 주변국의 경제를 망가뜨리고 실업률 증가 등으로 각국 서민들에게 고통이 돌아가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계속 될수록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하다가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인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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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8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 등지에서 ‘코리안드림’을 품고 이주한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無권리로 활용해왔다. 정부의 방치 아래 계속된 체불임금과 살인적인 노동환경은, 산업연수생 제도 등으로 한국에 온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미등록’ 처지가 된 노동자들을 한국경제는 암암리에 활용해 온 것이다. 정부는 음지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합리적인 정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과로로 쓰러져도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여전히 직장을 옮길 수가 없고,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을 해지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이 너무 많다며 최저임금 10% 감액 적용 기간을 늘리고, 기숙사비와 식대를 본인 부담으로 돌리겠다는 정책은 벼룩의 간을 빼먹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여전히 야만적인 단속을 자행하고 있고, 잡혀간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 없는 빽빽한 ‘보호소’에 갇혀 있다가 강제출국 당한다.

각국 정부와 국회는 왜곡된 세계경제를 바로잡을 능력이 없다. 또한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적당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이주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그/녀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도 없다. 하기에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추세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며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성(性), 인종 등의 차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이주노동자에게 범죄자 이미지를 덧씌우고 그들이 잠재적인 사회적 위험인 것처럼 선전하는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주식의 시세차익을 바라보고 들어온 외국인투자자는 환대하고, 이주여성들은 한국사회에서 ‘순종적인 며느리, 아내, 엄마’가 되는 조건 하에서만 인정하며, 정직하게 노동해 온 이주노동자들을 홀대하는 외국인력 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_ 연대!

정부는 그간 ‘불법체류자’의 증가가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각종 사회·문화적 갈등을 유발하여 합리적인 외국인정책 수행을 어렵게 하고, 불법 외국인노조가 체류합법화를 요구하며 한-미 FTA체결 반대, 이라크 파병반대 등 정치적 집회에까지 참여하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정부는 지도부를 3차례 표적단속 하였고, 고등법원도 인정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발언하고, 한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 받고 단결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것은, 민중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연대’를 몸소 보여주는 일이다.


위기에 맞서 연대로, 이렇게 투쟁합시다!

▸우리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도 소중합니다.

▸영장도 없이 무단으로 침입하여 끌고 가는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이 비

인간적으로 내쫓기고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이 개악되는 것에 반대합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전면 합법화를 쟁취합시다.

▸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함께 할 수 있게 하고,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합법

화를 쟁취합시다.

▸이주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녀들과 함께 여성의 노동에 대한 권

리,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합시다.

 




Posted by 행진

2008/11/10 14:55 2008/11/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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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건리를 無Gun里(총이 없는 마을)로!


무건리를 無Gun里(총이 없는 마을)로!


 

평택, 그리고 무건리

지난 2006년 우리는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극단적인 국가의 폭력을 목격했었다. 동아시아 안보를 지킨다며 전쟁기지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대추리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2006년 국방부는 파주의 무건리와 오현리 일대에 703만평의 땅을 매수하겠다고 발표하고, 2009년까지 부지매입을 완료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이미 무건리와 오현리의 주민들은 1980년 파주에 350만평 규모의 무건리 훈련장이 설치되며, 그 곳에 살던 직천리 79세대 300여명, 무건리 150세대 550여명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그 이후에는 주민들의 생활 공간에 포탄이 날아와 터지기도 하고, 훈련이 실시되는 기간에는 대규모 전차가 마을도로로 이동하기도 했다. 2002년 6월 13일에 발생한 故신효순, 심미선 장갑차 압사사건도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 중이던 미군 궤도차량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2005년 2월 26일에는 훈련 중인 미군 아파치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건이 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주민들은 농지 훼손ㆍ농작물 파손ㆍ가축유산 등의 피해를 겪었지만, 국방부에서는 어떤 대책마련이나 보상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다시 한 번 강제로 쫓겨날 위험에 처해있다. 2007년에 들어 국방부는 되려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민들을 협박하기 위해 매수한 농지를 파괴하고 노골적으로 주민들의 영농을 방해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상수도까지 파괴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국방부는 무건리와 오현리 일대의 토지에 대해 토지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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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강제적으로 진행하며, 그 부지에 포함된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기 위한 첫 번째 수순을 진행하였다. 9월 16일 경찰은 이러한 일방적인 감정평가에 항의하는 주민들 7명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파주경찰서 앞에 모여 연행자의 석방을 평화적으로 요구하던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 28명마저 불법 연행하였다. 그리고 18일에는 주민 3명과 김종일 무건리 공대위 집행위원장 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현재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무건리에 대한 감정평가를 저지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 동아시아 전략

 

현재 미국이 전쟁기지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은, 세계 각지의 분쟁과 소요에 맞서 신속하게 군대 등을 투입한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속 기동군’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윈-윈’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 속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2008년 몰락한 것으로 증명되는 금융세계화를 마지막으로 부여잡으려는 발버둥에 다름 아니며, 달러자금을 환류하는 지역으로서 동아시아에 대한 통치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쟁기지를 확장하며 미국의 헤게모니와 금융세계화를 지키려고 시도하는 것은, 장작을 지고 불섶에 들어가는 행위일 따름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문제는 결코 해당 지역의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배계급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식은 각종 경제조치를 명목으로 민중들을 수탈하는 것과 함께, 계속되는 전쟁의 위협과 공포를 통해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적인 전쟁과 현재 우리가 겪는 폭력들은, 무건리 참극의 원인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안보와 경제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민중들의 지식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첨단장비를 동원하며 폭력적으로 집회를 가로막는 것,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으로 서울 한복판에 용역깡패를 투입하여 주민들이 사는 집을 철거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대추리의 그리고 무건리의 다른 모습들이다.



동아시아에서의 불안정성 증폭

이러한 가운데 전쟁과 테러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무너지는 가운데, 정치적-군사적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동아시아에서의 수출달러를 환류시키는 방식으로 미국의 재정적 불안정성을 지탱해 왔던 지금까지의 방식이 금융위기의 본격화 속에서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이것이 미국에 선행하는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가져오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 차원에서의 반전투쟁의 공동의 경험이 사실상 거의 미비하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한-미, 미-일 간의 경제적․군사적 동맹이 가져 올 파괴적 효과는 어떤 방식으로든 폭발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경각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일상적인 전쟁의 위협은 생존 자체를 파괴하는 것으로, 전쟁의 이유로 드는 ‘경제성장ㆍ안보ㆍ국가경쟁’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것은 전 세계 민중들에게 닥쳐온 위협이며, 무건리의 투쟁이 노동자-민중 모두의 문제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남한과 일본이 공히 민중운동의 심대한 침체일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자. 그럴수록 이에 맞선 대안은 반전과 평화주의를 통해, 무건리 투쟁에 연대하고 신자유주의의 군사세계화에 맞서는 근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공동으로 전쟁의 참화에 휩싸일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 안에서, 반전-반핵을 매개로 평화를 지키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길만이 우리가 계속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 무건리를 진정으로 무기 없는 마을(無Gun里)로 만드는 길이다!!


 

Posted by 행진

2008/11/10 14:50 2008/11/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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