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생행진 건설준비위원장 오민혜
 

지금 우리에겐, 긴 호흡과 강한 걸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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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제가 끝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1학기 내내 분주했던 캠퍼스에 여유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3-4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빽빽하던 달력에 모처럼 찾아온 짧은 여유가 반갑습니다. 하지만 우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이 시기를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넋 놓고 있는 사이에 또 한 번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빨리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면 숨이 거칠어지고, 다시 달리려 하면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허세욱 열사의 49재를 일주일 남짓 남겨둔 지금, 초민족적 자본과 명운을 같이 하는 한-미 양국의 공모(共謀)가 거의 완성되어가는 지금, 발전과 성장이란 이름이 민중들의 불안정한 삶을 포장하는 지금, 내달리던 발걸음을 결코 멈출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속력을 늦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일, 내달리는 발만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시금 지배계급이 두려워할 속력을 낼 수 있도록, 긴 호흡과 강한 걸음을 준비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2007년 6월, 또 한 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지배계급에 맞서 반격합시다! 


노무현 정부는 ‘국익’이 따르면 재협상하겠다, 피해부문에는 보상하면 된다는 말로 다시 한 번 한-미 FTA의 본질을 가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자본은 이미 특정 민족이나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국익’이라는 말로 마치 자신의 이익과 남한 민중들의 이익이 같은 것인 양 눈가림하고 있습니다. “FTA 때문에 어떤 부문에서는 피해를 입지만 어떤 부문에서는 이익을 볼 수 있다”며 민중들을 분할하고, 그 이익이 언젠가 전체 민중들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진실을 흐리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타결 후에는 몇 주 동안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FT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빼앗았고, 이렇게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비웃는 처사에도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해 온 노무현 정부의 구조조정은 거짓된 희망 속에 민중들에게 불안정을 떠넘기는 과정이었습니다. 2007년 6월은 또 한 번 구조조정이 몰아닥치는 달입니다. 한-미 FTA 체결과 비정규직 확산법안 시행을 앞두고 우리는 국익이라는 허상, 개방을 통한 성장, 경쟁력 확보라는 환상을 뒤집어야 합니다. 불안정한 경제와 민중들의 불만을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지배계급들이 민중들의 피땀을 담보로 자신의 기름진 생명을 연장하고 있음을 밝혀야 합니다.   

위기를 돌파하는 투쟁으로 FTA를 막아냅시다!


거리를 가득 메운 민중들의 외침이, 군부세력과 타협한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갇혀진 87년,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우리 삶의 모든 근간을 흔들어놓은 97년,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 만연하는 빈곤과 불안. 이제, 지배세력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습니까? 무엇을 더 양보할 수 있습니까?      

전국학생행진(건)은 한-미 FTA와 비정규직의 확산, 전쟁기지 건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조응하는 노무현 정권 아래 자신의 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하는 흐름임을 발언하며 이에 맞서는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타결을 막아내지 못한 것은 저들이 옳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쉬운 길을 택하려는 이들, 개혁세력에 대한 단호한 비판 없이 심지어 손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들에 맞서 우리 민중들 스스로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위기를 돌파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더 단단해져야 하는 때가 바로 오늘입니다.
망각의 역사를 끊어버리고 산화해 간 허세욱 열사를 기억합시다.
뿌리 깊은 관성의 쳇바퀴를 끊어버리고 오늘의 투쟁을 만듭시다.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6월, 한-미 FTA 체결을 막아내는 투쟁에 함께 나섭시다!

Posted by 행진

2007/05/27 19:11 2007/05/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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