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확대시행을 중단하라!
지난 6월 24일 윤증현 기획부장관은 ‘하반기 경제운영정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파견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알선수수료 상한제 개선, 고용지원센터와 구직정보 공유, 위탁단가 현실화 등 민간고용서비스 규제 완화와 대형화, 전문화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파견범위 조정이 아니라 확대시행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곳곳에서 이번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파견확대와 관련하여 그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문제점들을 짚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이후 파견법이 시행되었다. 이름은 ‘근로자파견법’이지만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 편법적인 노동자파견을 급속히 확산시켜 법제정 이유가 곧바로 무색하게 됐다. 간접 고용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까지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는 이 같은 악법은 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효율적인 운영과 탄력적인 노동력 사용을 위해 시작된 파견법의 결과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와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형태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파견법의 범위를 현재 제조업과 건설업을 제외한 32개의 업종에서 홍보도우미와 단순 제조업무, 종사원, 택시운전원, 전기전자 부품조립원 등 최대 17개 업무에서도 파견이 추가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 경제운영계획 발표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는 ‘공공고용서비스 강화 및 민간고용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하였다. 합의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에 2012년까지 통합일자리정보망을 구축하여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 검색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종합인재서비스업’을 활성화하여 구인구직-직업정보제공-직업훈련 등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고용서비스들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까지 사회복지 통합망과 고용정보망의 연계가 추진될 경우 고용·복지의 통합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업무 효율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1년부터 구인기업에 대한 직업소개요금을 자율화하고 구직자로부터의 요금징수를 금지함으로써, 민간 직업소개 시 발생하는 비용의 현실성을 반영해 구직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을 방지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파견법‘확대’ 시행을 ‘조정’이라고 말하며 말장난을 하고있다는 반응들도 많다. 또한 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공공연하게 제조업까지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어 정책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금도 곳곳에서 불법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와 같은 발표는 불법파견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자본의 편에서 노동력을 그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더욱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고용선진화 방안 역시도 정부가 선전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규제를 대폭 풀어 민간고용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고용서비스 기업이 육성되면 산업 전체가 활성화되고 고용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용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려면 직업소개 수수료를 높이거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을 해야 고용 서비스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고용구조는 더욱 왜곡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구직자가 소개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기업은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채용 시 드는 비용이 결국 노동자 임금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창출의 중간과정이 클수록 중간착취는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간고용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불안정성을 확대하면서도 기업은 안정적인 인력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계획안에는 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와 그들의 권리는 없다.
지금까지 위장도급=불법파견=사내하청=간접고용의 무차별 확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불법, 탈법을 밥 먹듯이 해온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온 정부가 계속해서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마치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인 양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고 노동시장전체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가득채운 형태로 재편할 파견업종 확대 시도 및 민간고용서비스산업 육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편법을 횡행하며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파견법 자체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