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지난 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는 다 해결된 듯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고, 한국도 주가가 연중 최고를 갱신하고, 경상수지 누적 흑자가 사상최대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나옵니다. 지난해 촛불 투쟁을 거치며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민적 신임도가 떨어졌던 이명박 대통령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보금자리주택 공급 조기 확대’ 등 기만적인 친서민 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하반기 들어 지지율 상승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대통령 특별기자회견까지 열며 내년 G20정상회의 유치가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의미라고 선전하면서 국민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들이 말하는 발전전망은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며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가진 자들만의 위한 재개발로 인해 철거민들이 돌아가신지 벌써 300일 다 되어갑니다. 추석 때 정운찬 총리의 방문은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용산참사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정권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철거민에게 중형을 내리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경찰의 방패로 막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은 해고와 임금삭감의 광풍을 맞아야만 했고 이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건 싸움을 펼쳐야만 했습니다. 비정규직법안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지 의미를 잊은 채 국회를 떠돌고 있고 최저임금 삭감 시도, 기만적인 청년인턴제 도입 등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피와 땀을 흘려야만 하는 착취와 폭력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항-연대로 생동하는 학생사회의 복원을 위한 학생회 선거투쟁을 결의합시다!
노무현, 김대중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노동자, 농민, 학생 등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평화’, ‘개혁’이라는 수사를 달면서 추모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리해고제 도입, 한미 FTA추진, 평택미군기지 이전 등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적극 편입해 가며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 민중을 참혹한 삶의 굴레로 몰아넣었던 ‘신자유주의 전도사’들이 더 이상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인 불만이 또 다른 정치세력, 좀 더 민주적이고 서민적으로 보이는 몇몇 정치인에게 수렴되는 것은 또 다시 우리의 삶을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한편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받아 안아 광범위한 반MB투쟁을 외치며 지난 10여 년 간 쌓아온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동요시키고 또 다시 민주 vs 반민주의 전선으로 회귀하려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사망 정국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확인했듯 정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내용 없는 정권 반대투쟁은 대중들의 분노와 열망을 급진화 시켜나갈 수 없으며 또 다시 무기력을 남길 것입니다. 진보적인 세력의 연합과 같은 외연의 확장만이 아니라 反이명박 전선의 내용을 채워나갈 보편적인 저항이데올로기를 밝혀나가고, 기층에서부터 ‘정치의 공간’을 확장시켜 대중들의 운동으로 상승시켜나가야 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회 선거에서 복지와 이미지를 남발하며 학생사회의 자치와 연대의 가치를 파괴하고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는 이들과도 학생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대중적 쟁점을 던지며 학생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단호하게 논쟁해야만 합니다.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으로 변모하고, 대학생들은 불확실한 미래로 오늘의 삶을 자기계발에 투여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학생사회는 집단적으로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면서 시대의 모순에 저항해온 투쟁의 기억을 잊고 반MB, 청년실업, 등록금 등 사회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각 자 개별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흩어져있는 대중들의 분노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학생사회 안에서 모아내고 집단적으로 분석하고 논쟁하면서 실천을 만들어 나가는 정치의 기획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학생회 선거에서 학우들에게 더 이상 자기의 미래와 희망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가자고 이야기합시다!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곳, 학생사회를 구성하는 자치공간을 정치의 공간으로 끊임없이 전화시켜 나가고 그 안에서 혼자만의 자기계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노의 합력을 창출하지 않고서는 넘어설 수 없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야기하는 배제와 착취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선동합시다! 집단적인 논쟁과 실천태를 학우들에게 제안하고 저항과 연대의 가치로 다시금 생동하는 학생사회를 2010년 힘차게 만들어 나갑시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