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정리
이스라엘의 학살과 지금
지난 해 12월 27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시작한 이후 22일, 2009년 1월 18일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였다. 지금껏 이스라엘은 유엔의 휴전 제의를 줄곧 무시해왔고, 오히려 유엔시설을 폭격하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한편 이집트의 중재로 열리게 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테이블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협상에 대해 2008년에 맺은 휴전협정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언제라도 하마스의 로켓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간헐적으로 공습이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60여년의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지역을 전쟁에 휩싸이게 했고, 미국과 시오니스트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은 더욱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정책과 이스라엘
미국에게 중동지역은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석유 자원의 풍부함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며, 냉전 이후 친미 국가들을 선별적으로 포섭하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포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9/11이후 불량 아랍 국가와 테러 단체를 지목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더욱더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중동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침략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헤게모니 장악과 미국 주도의 여러 차례 평화협상은 이스라엘을 이 지역의 온전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 속 유대인 생활 근거지를 통해 종교, 종족 갈등을 불러일으켜 양 민족 간의 공존이 불가능함을 인식시키고, 팔레스타인인의 국가창설에 대한 정당성과 가능성을 무력화시켜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불법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원주민을 추방하고, 고립장벽을 쌓아 왔으며, 수십 년간 중동지역의 분쟁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에 팔레스타인/아랍민중의 저항(인티파다)이 국제사회와 이스라엘/미국을 통제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고 (인명피해/경제파탄/정치의 붕괴)파괴만 심화/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대부분의 아랍정권 또한 지역안정을 위해 정치적인 입장을 제출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에 대해 더욱 강력한 경제봉쇄를 시도하며 패권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제는 전면전이다!”라는 전쟁의 정의/시작/휴전/협상 모두 누구의 의지대로 만들어져 왔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항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세계 각국의 반응은 폭발적이고, 미국과 전 세계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추앙받고 있다. 과연 오바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하여 중동지역의 평화를 안겨다 줄 수 있을까? 지금 그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결코 그렇지 않다. 미첼 특사를 파견하여 중동지역의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총선을 통해 의회를 차지한 하마스와는 대화를 하지 않고 압바스 수반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하마스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예방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위기가 발생하는 지역에 ‘전쟁과 파괴’로 사회 전반을 무너뜨리고 책임지지 않았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테러’라는 이름으로 막아 세우고 있다.
또한 우리는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 시절 연설했던 내용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될 것이며, 절대 분리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미 이스라엘의 영토임을 분명히 해놓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오바마도 중동패권에 대한 중요성과 이스라엘과 동맹관계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취임 직후 세계적 통치 안정화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을 중단시켜 경제위기 속 전쟁비용 증가를 막고, 당분간의 봉쇄정책을 풀어 하마스의 저항을 저지하는 방법 수준이 될 것이다. 이는 갈등의 증폭을 키우며 분쟁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손을 놓은 채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안 된다.
반전평화운동의 요구와 저항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인 학살, 그리고 주요국들의 침묵으로 인해 파괴/마비되어 버린 팔레스타인 영토와 시설의 복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다시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구현하겠다는 유엔의 무기력함과 주요국들의 배신/기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 분쟁지역을 바라보는 입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유엔 휴전 결의안의 기권과 반대표를 던지고, 학살과 파괴를 묵인했다는 점은 최소한의 인권 유린사태를 넘어 중동지역의 패권 인정과 배제된 지역에 관여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동의 화약고는 미국과 시오니스트, 주요국들의 지원 아래 언제나 터질 가능성을 남겨둔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지경이다.
전 세계의 반전평화운동이 이스라엘의 침략/학살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더욱더 전쟁과 폭력이 짙어지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요구는 더욱 면밀하게 전쟁의 성격을 분석하고, 분명하게 외쳐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어느 누구의 힘도 닿지 못하고 있기에 전 세계 반전평화운동만이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호흡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철수하고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봉쇄를 풀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이동할 수 있게 불법 점령지를 떠나야 한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대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테러 전쟁’과 중동패권전략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전쟁은 전투의 시작과 끝으로 협소하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즉, 몇 명의 사람이 죽고, 얼마나 도시와 시설이 파괴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숫자와 파괴력으로만 읽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점령과 충돌의 요인을 밝히는 것에서 반전평화운동은 시작되어야 하고, 전 세계의 분쟁과 갈등이 왜, 어떻게 드러나는가가 지금의 전쟁성격을 분석하고 대응하는데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전쟁과 무기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에겐 “반전/평화”라는 구호만큼 공세적이고, 지배계급에게 위협되는 것은 없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