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성의 출혈적인 착취를 동반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전략을 거부한다!


최근 여대생들 사이에서 ‘취집’이란 말이 신조어로 등장하고 있다. ‘취직+시집’이 합쳐진 말로, 불황기 조혼 트렌드를 반영하는 말이다. 결혼정보업체에 여대생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불황속에서 여대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직업소개소에는 막일이라도 좋으니 일을 달라는 중년 여성들로 붐비고, 그녀들은 아이돌보미․식당청소일․가사도우미등 저임금에 단기일자리라도 마다않고 일을 소개받는다. 그녀들이 갖게 되는 일이라고는 ‘직업’이라기보다 ‘알바’와 비슷한 불안정한 일자리들뿐 이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애들 학원비라도 벌려면 당장 손에 10만원이라도 쥐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직업소개소를 찾는 여성들 중에는 불경기에 직업을 잃은 여성들 또한 많다. 경제위기가 심화된 지난해 말에 여성을 우선 해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28일 ‘한국 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이 발표한 2008년 주요 상담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 해고 상담건수가 12월에 10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사내커플인 여성에게 임신을 했으니 사표를 쓰라며 업무를 주지 않거나, 연차를 쓰면 연봉계약을 할 때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다양한 성차별 해고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우선적인 해고가 이뤄지고 있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누가 여성발전 담론을 운운하는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은폐하면서 여성의 권익이 향상됐다고 호언장담하던 지배계급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위기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위기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며 구조조정에서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여성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조건의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고, 청년실업의 절망 속에서 취업하기가 더욱더 힘든 여대생들의 ‘취집’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여성노동의 불쾌한 진실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위기의 쓰나미 속에서 그녀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각개격파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여성의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

정부는 갖가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세우는 가운데, 여성인력 활용정책․ 서울시 ‘여행’ 프로젝트 등 특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주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과 맞닿은 일련의 여성일자리 창출계획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을 확대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한 이래 사회서비스 담론이 확장되었고, 2007년부터는 정부의 계획대로 사회서비스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그대로 받아 안은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 70여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가장 적극적인 전략으로 사회서비스부문을 택했다. 작년보다 1만 5,500여개가 늘어난 12만 5,500여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단 계획이다. 사회서비스는 설비투자 비용의 부담이 없고 대인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빨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서비스의 특성을 이용해서 정부는 공적투자 없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비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이는 공익적 일자리의 확대로 추구되어야할 보육, 간병등의 사회서비스 분야에 싸고 유연한 여성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실업자와 빈민․영세자영업자층까지도 흡수하는 노동력 관리전략을 구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의 핵심은 바로 바우처 제도의 확대이다. 바우처제도에서 사회서비스 이용자는 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일종의 전표를 지원받고, 여기에 일정액의 본임부담금을 지불하면 특정 서비스 기관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적 시설을 직접 만들지 않고 비영리 단체, 기업등에 위탁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는 정부가 주체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우처를 통해 살수 있는 서비스 공급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즉,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할 사회공공성 확대로서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서비스 기관들에게 일정 전가하는 방식으로 아웃소싱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바우처제도는 서비스 지원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고, 급여의 형태나 재원․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관된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전반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서비스 확충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이다.
 
 돌봄의 상품화와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박탈
 
 사회서비스는 그동안 일정하게 비공식 부문의 노동으로서 충당되어왔고, 그 비용은 개별 가족에게 전가되어 왔다. 따라서 그동안 가족이 책임져온 재생산 영역을 공식화하여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 보살핌의 책임이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만 누구나 가족 재생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런 일을 전담하던 여성들도 원하는 노동을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 확충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 ‘돌봄 노동’을 사회화하는 데 목표가 있기보다는 관련 서비스 및 노동자를 통제․관리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고, 이미 수행되어온 ‘돌봄 노동’의 일부를 제도화하고 있다. 또한 대체로 여성들이 간병인, 보육교사, 가사도우미등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에 대한 평가제도를 통해 자격화하는 계획만 있을 뿐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은 빠져있다. 현재 간병노동자의 고용형태는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한채, 직업소개소를 통해 병원이나 가정에 파견되어 병원이나 소개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만 임금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받는 등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고용이라 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년도 안되는 단기간 계약직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데다 파트타임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가서 몇시간 동안 일을 하고 또 다른 이용자의 집으로 가서 일을 하며 수요를 찾아 전전하고 있지만, 노동시간에 따라 시간급을 받는 방식이니 임금이 불안정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이 있을때만 일을 하는 방식은 노동자가 아무리 많이 일하고 싶어도 바우처 이용자가 없으면 실직상태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서비스 이용 발생의 불확실성과 불균등성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서비스가 확장된다면 시장화 논리에 따라 서비스 제공기관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상품화된 서비스를 넘어서 진정한 ‘사회’서비스를 요구하자

최근 산업 예비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민중운동 진영에게도 사회서비스는 유력한 일자리 창출 분야로서 부각되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민주노총, 진보신당 등은 공공부문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다는 근거를 들어 일자리 창출 요구로서 사회서비스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대부분 성별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노동이라도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간과하고, 정부 정책 비판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여성과 민중들의 요구는 다시 지배계급의 의도안으로 포섭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원리로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정부정책에 포섭되지 않는 사회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분야 외에 공공재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회서비스 확충을 요구할 때만이 사회서비스 사업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왜 확대되는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다시 던지며 이 문제를 바라보자. 빈곤과 저임금․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면서 가족이 담당하던 돌봄의 책임은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인구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요구를 드높였다. 그러나 지배계급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세우는 정책은 노동자들을 더욱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의 굴레에 밀어넣고 있는 기만적인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전략이 위기를 해결할 한 줄기 빛이 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했다면, 우리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허구성과 그들의 거짓된 선전의 부당성을 알려나가는 작업을 중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사회공공성보장으로서의 사회서비스 요구가 무엇을 근거로 왜 공적 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창출 담론에 그친다면 일자리로서의 사회서비스는 언제든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활성화 전략 하에 추진되고 있는 현행 사회서비스 제도가 바로 저임금 노동시장 확대의 종착지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전민중의 보편적 권리이자 여성의 권리로서 보육, 간병, 노인돌봄의 공적책임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투쟁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빈곤층에 대한 보편적이고 공적인 사회서비스 확충의 요구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라는 구체적인 방향 또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요구안 마련을 통해 어떤 사회서비스 제도와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3.8여성의 날 투쟁에서부터 경제위기 여성전가에 대해 맞서자!

정부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면서 기만적인 임금-고용의 빅딜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들에게 1만 8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청년 인턴제 시행, 노동자 파이 나누기 식의 잡쉐어링(job sharing) 정책으로 정부는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있다.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위기극복전략의 탈을 뒤집어 쓰고 확장되고 있고, ‘조금씩 양보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지배계급이 말하는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동반한다.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 되고 있는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속에서 우리는 여성노동권을 어떻게 발언해야 할까.

여성이 일할 권리를 온전히 돌려받는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이기적으로 여성만을 특권화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연대로 합력을 창출해야할 이 어려운 시기에 여성노동권을 쟁취하기위한 투쟁은 노동자계급을 분할하려는 전략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지배계급들의 극복전략에 맞서 구조적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여성노동권을 발언하지 못한다면 노동자 민중의 근본적인 권리확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는 3.8여성의 날 투쟁에서부터 여성들의 출혈적인 착취를 동반하는 지배계급의 위기극복전략에 맞서는 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경제위기 극복전략으로써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계획은 여성노동자들을 더욱더 거친 벼랑끝으로 내몬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각개격파하고 있는 여성들의 연대를 모아낼 수 있는 3.8 투쟁을 벌여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9/02/08 23:11 2009/02/0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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