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세계화 운동을 남한 곳곳에 뿌리내릴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을 선언하며!!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되어 실물부문의 경기침체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장기화된 불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초민족적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놀음을 위해 노동권, 주거권, 식량, 생태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질서로 종속시키고 파괴해 왔다. 전반적인 이윤율 하락 경향 속에서 적절한 실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철저하게 금융의 논리에 종속되어 투자되고,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변해온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본질이다. 파생상품을 확산시키면서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금융거품을 형성해 온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친 덫에 걸려 체제 자체를 위협할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지배계급들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리면서,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 위기를 지연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는 대규모 해고와 임금삭감,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 등의 일이 개별 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을 확대하는 자본의 전략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등을 통해 불안정한 세계 금융질서에 더욱 더 밀착하면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러한 지배계급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현재 운동진영은 너무나 앙상한 모습이다. 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계급투쟁이 역사적 패배를 맞이하면서 80년대 초중반이 지나야 시작된 남한 사회주의 운동은 너무나도 빨리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념과 운동의 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한 변혁운동은 ‘신자유주의’라는 지배계급의 전략에 맞설 ‘피지배계급의 재조직화와 주체형성의 전략’을 밝히지 못하면서 파견법, 정리해고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문간・기업간 격차도 커졌는데 이러한 분할선을 따라 노동자・민중들은 분열되어 연대와 단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우선해고를 수용했다. 최근에 벌어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이러한 역사적 과오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지배계급의 위기가 곧바로 민중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줄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 당 할 것 없이 각급 대중조직이 대중과 운동의 융합의 표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계급주체 형성에 실패한 것에 대한 결과이다. 대중운동이 일시적으로 고양된다 하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전체운동 상의 조직적인 성과와 전략적인 혁신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현실, 이는 학생운동이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중들의 요구를 학생대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학생‘부문’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대규모 조직력에 대한 환상에 빠지거나, 대중운동 차원에서 의미없는 분별정립을 하면서 끊임없이 축소되어왔다. 다양한 계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터져 나올 대중운동을 담을 그릇으로서, 또한 이를 급진화시킬 대중조직이 실천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학생행진의 초기 문제인식인 ‘反신자유주의 대중운동 협의체’라는 전술도 수정을 요구받았다.

건설준비위원회로서의 3년을 거쳐 본조직으로 출범하는 전국학생행진은 이제껏 지속되어 온 운동의 위기를 끊어낼 이념의 혁신과 재건을 도모하는 학생활동가 조직으로서 자기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노동자민중의 인종/성별/나이/학력 등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전 세계적 착취구조를 만드는 지배계급들에 맞서, 차이를 권리로 확장하는 가운데 특정 부문의 이익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세계화 운동의 문제의식이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때로는 그 공간을 뛰어넘어 대중의 한 가운데에서 운동을 다시 조직해 내면서,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민중들의 권리를 세계화하는 첫 발을 내 딛자.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하는 바이다.

전국학생행진은
금융화와 궁핍화에 맞서고, 금융세계화를 보호하고 통치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하면서
민중의 생존권과 평화권을 위해 투쟁한다!
또한 페미니즘 없이는 어떠한 운동도 지속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며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고, 여성권과 노동권을 쟁취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시장화 흐름에 반대하며 집단적 자기통치의 조건으로 민중의 지식권을 쟁취한다!

이를 위해,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복구하고
정세분석 및 토론, 대중정책 기획, 실험 및 평가를 통해
대안세계화 운동의 기지가 될 공간과 주체를 형성할 것을 결의한다!

폭력과 착취로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재적 형태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종식시키고 민중들의 대안이 거대한 물줄기로 쏟아져 내리게 할 장구한 싸움이 단단한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전국학생행진 회원 모두는 견결하게 투쟁할 것이다.


2009년 2월 22일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총회 참가자 일동


Posted by 행진

2009/03/11 04:34 2009/03/11 04:34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 Previous : 1 : ... 72 : 73 : 74 : 75 : 76 : 77 : 78 : 79 : 80 : ... 236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