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동향2] 이주노동자 투쟁의 현황과 과제



0)들어가며

2008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 도입 4년이 되던 날, 이주 노동자들과 연대동지들의 정리 집회 앞에 버젓이 놓인 플래카드에는 이주 노동자들을 범죄 집단화 하며 추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개인이 어느 한 집단의 특성으로 쉽게 일반화 하는 현실에는 다른 집단에 대한 타자화/적대가 실려 있다.1) 이러한 분할과 그에 따른 배제는 위기에 대한 분노를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지 못하게 하며 그럼에 신자유주의의 위기관리 전략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데올기와 함께 경제위기라는 상황들이 맞물려 이주 투쟁의 여러 쟁점들을 형성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고용허가제 시행 4년을 맞아 이주 노동자 투쟁의 현황과 견지해야할 지점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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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이주 노동자 운동에 대한 탄압

지난 3월 노동부와 법무부의 보고를 받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나친 온정주의가 만연해서는 안된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라며 강경대응을 지시했다. 도대체 언제 법무부와 노동부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서 '지나친 온정주의'를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응을 보노라면 이전의 대응이 온정적이었던 것 마냥 느껴질 만큼 가혹하기는 하다. 법무부는 이전에 보기 힘든 재빠름으로 지역별 이주 노동자들의 수를 촘촘히 파악했으며 5~7월 집중단속 기간에 지역에 8~9천명에 달하는 '할당량'을 주문했다.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각 보호소(라는 이름의 수용소)의 상황은 칼잠을 자야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합동/집중 단속이 시기를 넘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살인적 단속과 추방이 반복되는 것은 4년째 진행된 고용허가제가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전혀 보장해주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2) 고용허가제

이주 노동자들은 86년 아시안 게임과 87년 노동자 대투쟁2)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어떠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도 없던 정부는 계속되는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과 더불어 열악한 상황에 대한 저항들에 1993년 11월 산업연수생 제도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어 놓게 된다. 명백한 노동자를 일을 배우려온 학생들로 만들어 교육에 대한 대가로서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산업연수생 제도는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여러 자생적 투쟁을 거쳐 01년 평등노조 이주지부 건설/명동성당 농성등 여러 투쟁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36만에 육박하던 이주노동자들의 80%가 미등록 상태가 되고 정부는 03년 고용허가제를 준비하게 된다.3)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의 정주를 막고 등록에 따른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고용허가제 시행 4년을 맞아도 결국 되풀이 되는 비극에 대해서 밖에 할말이 없는 것은 고용허가제가 기존의 문제를 한치도 해결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자본의 필요에 따른 불안정 저임금 노동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이에 맞서는 투쟁들 또한 유례없는 탄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와 더불어 이주 노동자들을 옥죄는 출입국 관리법 또한 영장 없이도 불심검문과 단속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9월 이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정에 있다. 이는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함으로서 반인권적 단속과 추방을 탄압으 도구로 삼던 출입국 관리소등의 행동을 법제화 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주 노조 설립이후 끊이지 않았던 지도부에 대한 단속도 반복되어 지난 5월 2일 이주노조 지도부 2인이 단속 이후 강제 출국되는 사건도 있었다. 더욱이 이번 지도부 강제 추방은 지난 3인 지도부 강제 출국 이후 농성을 지속하며 간신히 쌓아올린 이주 노조의 지역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다.

3)이주 노동자들의 손으로 노동을 허가하는 싸움을!!

-역할과 과제

이주 노동자는 앞서 이야기한 탄압들과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스스로 투쟁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투쟁의 주체들이 대부분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신분으로 공개적인 활동을 펼치기 힘든 상황 이며 투쟁하는 것 자체가 비자 외 활동으로 분류되어 신분이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조건 이외의 것들도 존재한다. 이주 노동자들의 출신국이 다양함에 따라 주체들 간의 의사소통문제가 그 하나이며 한국어/한글에 대한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종종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이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제한하며 연대단위와의 긴장감을 필요로 하게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걷어내는 투쟁과 연대가 앞으로의 이주 투쟁에 있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탄압을 막아 내는 투쟁들을 함께 진행하며 언어 장벽의 곤란함을 포함하는, 그것을 넘어서 이주 노동자들이 온전히 스스로의 투쟁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현실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비자/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한 싸움을 확산 시켜야 한다. 사업주의 입장에서의 고용을 허가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권의 보장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쟁취되었을 때, 그리고 쟁취하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운동이 온전히 바로설 수 있는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나아가며

국제주의/분할과 배제 그리고 시민권/신자유주의와 이주 노동/이주노조운동의 역사와 사례 등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할 것이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고용허가제 4년을 넘기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수준에서 다루어 보았다. 이주 노동과 관련한 경제적 분석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공세들이 작동하는 것이 현실에서 탄압과 투쟁들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에 위에 나열한 의제들과 그 작동을 연결해 사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5)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이주를 선택한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것은 살기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아이러니이다. 하지만 결국 모두 '인간답게 살겠다'라는 처절한 외침들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목소리들을 짓밟는 작금의 현실이 신자유주의가 야만임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제7의 인간]에서 존 버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 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이러한 끊임없는 단속과 강제 추방 속에서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출국을 각오하고 싸우며 강제추방 후에도 본국의 노동자들과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떠올리며, 그 뒤를 이어,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투쟁할 동지들과 어깨를 걸자. 투쟁하는 노동자들 또한 불사의 존재이며, 계속 추방되더라도 다시 태어나고, 일어서며, 지혜로워지며, 죽지도 않는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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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주 노동자들의 주요 출신국의 범죄율이 소위 선진국들보다 현저히 낮으며 이중 많은 부분을 생계형 범죄가 채우고 있다. 이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표현이다. 각 유형별에 있어서 최근에 위장결혼의 증가율이 높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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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87년 투쟁의 성과로 임금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이 추진되자 자본은 유순한 '외부'의 도입-이주 노동자-과 내부에서의 외부 창출-비정규 노동을 비롯한 여러 분할-을 꾀하게 된다.


3) 04년 시행을 앞두고 이주 노동자들은 모두 신고를 해야 했고 이를 피하려던 장기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이후 대대적으로 진행된 단속에 쫓기다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가 적지 않았다.


4)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숫자는 20만 명으로 고용허가제 시행 당시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5) 관련한 자료로 행진 학술자료실 108번에 등록되어 있는 글들을 참고

Posted by 행진

2008/09/10 12:02 2008/09/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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