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기념일들 중에는 민중들의 싸움을 통해 생긴 날들이 많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3.1절, 치열하게 싸운 학생들의 독립운동을 기리는 학생의 날(11월 3일), 광주 민중들의 저항을 잊지 않기 위한 5.18과 같은 날들이 대표적이지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역시, 누군가가 하사한 날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타올랐던 여성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날입니다. 기념의 의미가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고 잊지 않는 것’이라면, 아직은 여성의 날을 기념할 수만은 없습니다. 102년 전 그녀들이 외친 여성의 권리는 아직 세상에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여성들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날을 마음에 간직하고 기념하기에는 현실에서 계속되는 여성들의 싸움이 너무나도 간절합니다.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고, 더 크게 벌여내야 헙니다


2007년, ‘아줌마’라는 말 대신 ‘투사’로 불렸던 그녀들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세상과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없는 사회를 그리며 저항한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입니다. 보통 여성들은 출산을 기점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 다시 취업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임금이 낮고 비정규직인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대형마트의 캐셔(계산원)를 그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더욱 힘든 노동 환경에 처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화 노동자들도 또 하나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이 고령의 여성인 대학교 내 미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꼬박 일합니다. 게다가 휴식공간이나 식비마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대학교의 미화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여기저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화여대의 미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노동조합 활동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울 권리조차 빼앗기고 있는 것이 지금의 여성들의 삶인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현실을 은폐하며 이명박 정부는 여성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며 퍼플잡이라는 오묘한 이름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퍼플잡은 지금도 불안정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더욱 규칙 없게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는 조악한 포장지일 뿐입니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며 여대생들에게 출산을 서약시키고, 낙태 단속을 강화하며 여성들에게 출산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일상적인 성폭력까지…. 이렇게 아직도 여성들은 고된 하루하루의 연속선에 놓여있습니다.

  1908년에 하루 10시간만 일하겠다고, 임금을 인상하라고, 노동조합 결정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그녀들의 말이 102년이 지난 지금도 거리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맙시다.


           

대학생들이 나서서 페미니즘을 말합시다!


여성들의 싸움이 소리 없이 계속되고 있는 시대에, 대학생들의 실천이 소중합니다. 대학생은 아직 사회인이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죠. 하지만 대학이 사회와 분리된 무결한 공간이 아니기에 사회의 문제들이 대학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대학에서부터 페미니즘이 시작되는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만들어봅시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많은 대학생들과 페미니즘을 고민하고 싶어 뉴스레터를 발간합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궁금증이 해소되고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또, 건강한 토론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네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에서는 여성의 날을 만들게 한 여성들의 투쟁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02년 전 그녀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의 ‘퍼플잡’을 비판한다!>에서는 현 정부가 여성들에게 제시하는 것들이 얼마나 한계적인지 비판했습니다. <페미니즘이 시작되는 곳_ 여기는 대학입니다.>는 대학에서 왜 페미니즘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대학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담았습니다. <새내기들과 함께 하는 3.8 주간>은 대학에서 3.8을 맞아 해볼 수 있는 여러 아이템을 제안합니다. 전국의 각 대학들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의 씨를 뿌리는 화창한 봄날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페미니즘의 열매가 전국에 주렁주렁 열리기를 고대하며 전국학생행진도 치열하게 살겠습니다!




여성에게 위기를 전가하지 말라!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대학에서부터!

다시, 페미니즘이다!


Posted by 행진

2010/02/21 06:02 2010/02/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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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_교양] 3.8 여성의 날의 유래와 의의

 

3.8 여성의 날의 유래와 의의




만약 우리가 남성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다면,

산전산후 휴가를 받고 아이를 탁아소에 맡길 수 있다면,

모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성(Sexuality)과 수태를 조정할 권리가 있다면

이것 모두는 바로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피나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3‧8여성의 날 기념대회 연설 中




1908년 3월 8일 루저스 광장, 미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은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고 외쳤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동시적으로 발생한 경제공황 속에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일하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그녀들은 정작 인간이자 노동자, 시민으로서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었습니다.

여성들의 봉기는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유럽대륙으로도 퍼져나갔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물가가 오르자 '주부들의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은 처음엔 악독한 상인들을 위협하거나 시장의 상품 진열대를 부수기도 했지만, 곧 그런 행동들만으로는 생계비용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참정권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되었죠.


여성노동자들의 저항을 기억하고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독일 사회주의자이자 여성운동가인 클라라 제트킨(Clara Zetkin)의 제안으로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을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20세기 산업국가에서 열악한 노동현실에 분노한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했던 것을 기억하고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도모하고자 여성운동진영이 의식적으로 노력한 성과인 것입니다.

그 후 1년이 지난 1911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여성의 날이 준비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정부와 사회에서의 여성의 평등에 대한 문제들을 분석했습니다. 드디어 첫 번째 여성의 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는 시위가 열렸고 그를 막으려는 경찰들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들의 집단적인 저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여성해방 운동의 역사와 여성의 날


어떤 사람들은 여성의 날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한 것은 여성의 투표권이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지금은 이런 요구들이 달성되었으니 여성의 날은 여성을 위해 이벤트를 열고 선물을 하는 기념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면 그런 이야기들은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여성의 날은 전 세계 여성들이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는 날이며, 그 의미가 여성의 참정권 요구로만 그친 적은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3․8 여성의 날 참정권 요구만이 아니라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남녀차별 철폐, 여성빈곤 타파, 전쟁 반대 등 당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억압에 맞서 함께 연대하며 투쟁한 날이었습니다. 1915년 멕시코와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 반대 및 물가안정 운동, 오스트리아․에스파냐에서 일어난 군부독재 반대운동, 1943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무솔리니 반대시위를 비롯해, 1979년 칠레의 군부정권 반대시위, 1981년 이란 여성들의 차도르 반대운동, 1988년의 필리핀 독재정권 타도 촛불시위 등이 그 대표적인 투쟁입니다.





특히 1917년 여성의 날은 러시아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첫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더욱 뜻 깊은 날이 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식량 구입을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여성이 빵 가게의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기나긴 줄을 서 있던 여성노동자들과 병사 부인들이 시위대가 되어 페트로그라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행렬은 또 다른 곳에서 여성의 날 집회를 하고 있던 여성노동자들과 동맹파업자들과 합류했고, 전쟁과 그로 인한 물가 인상, 노동자들의 비참함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주의 여성 활동가들은 열악한 여성들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냈을 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와 병사아내들 스스로가 조직되어 자신들의 요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이 여성해방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주장했고,
혁명과 여성운동의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이처럼 3․8 여성의 날은 여성해방을 앞당기는 투쟁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 만의’ 사안과 요구를 넘어서, 민중을 억압하는 폭력에 맞서 전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저항과 연대의 날이었습니다. 그 시대가 만들어낸 사회적 조건에서 가장 착취 받고 박해 받았던 여성들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을 때 역사가 바뀌어왔다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여성, 그리고 사회가 바뀌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성의 날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결코 작지 않죠.



연대의 원리로 투쟁하는 여성의 날을 만들어갑시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와 전쟁의 시대에서 여성들은 더욱 빈곤해지고, 더욱 많은 폭력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여성들 대부분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면서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난 뒤에는 피곤한 몸을 쉴 틈도 없이 여성이 ‘집안 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 시달려야 하죠. 복지와 공공서비스는 축소되거나 그마저도 돈을 주고 사야하는 일이 되었고, 사회가 보장하지 않는 복지의 공백은 다시 여성들의 희생으로 채워집니다. 값 싸게 고용할 수 있고, 쉽게 해고되며,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가정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여성! 만약 그녀들이 멈춘다면 세계가 어떻게 될까요?


드러나지 않게 세상을 지탱하고 있었던 여성들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움직이려 하고 있습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여성들이 그녀들 스스로의 힘으로 국제적인 연대를 시작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아래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인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은 2005년에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행진에 나섰습니다. 상파울루에서 3만 여명의 여성들이 ‘인류를 위한 여성의 지구적 헌장’을 선포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는 몇 달 동안 지구촌 50여 개 국을 거쳐 부르키나파소까지 도달했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 각기 다른 직업, 신체적 특징, 성적 지향을 지닌 그녀들은 전 세계를 행진하면서 자신들을 억압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경을 넘는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여성행진’은 올해에도 3‧8 여성의 날에 맞춰 제 3회 국제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처음보다 더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전 지구적인 행동에 동참 할 것을 밝혔습니다. 한국 역시 세계의 여성들과 함께하는 행진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2010년에도 신자유주의 속에서 억압받는 전 민중들과 함께 힘차게 투쟁하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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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05:56 2010/02/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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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여성의 날! 여성들의 세상을 위하여~

    Tracked from 그린비출판사 2010/03/08 13:47 Delete

    오늘은 3월 8일, 여성의 날입니다. 언뜻 들으면 여성부에서 급조하여 만들어 낸 날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절대 그렇게 만들어진 날이 아니라는 거,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00년대 초반엔 다들 아시겠지만, 노동 환경이 참으로 열악한 시기였습니다. 지금 같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임금은 적게 받던 시기였죠(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은 아버지라고 생각해 남성의 임금이 훨씬 많았기도 했구요, 여...

 

 

이명박 정부의
 
‘퍼플잡’을 비판한다!


 



보라색은 희망일까?


작년 가을, 여성부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 및 일자리 창출, 여성 경제활동참가 확대 및 지위 향상을 이야기하며 퍼플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색(purple)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일과 가정의 조화와 남녀평등을 표방하는 퍼플잡(purple job)은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여성들이 재취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유연근무제도이다. 유연근무제도는 단시간 근로, 시차출퇴근제, 집중근무시간제, 요일근무제, 재택근무 등 육아 및 가사노동을 직장일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인 근무형태를 말한다. 시간제 근무 공무원에 대한 시범실시, 단시간 일자리 확산을 위한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기 위한 계획들이 제출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직업을 가지면서도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퍼플잡은 과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여성_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보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가족(특히 여성)이 수행하던 돌봄을 더 이상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힘들어지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패턴을 보면 M자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30대 초반을 전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갑자기 떨어지고 30대 후반 이후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가 집중되는 연령대(1990년대 후반까지는 20대 후반, 2000년대 이후에는 30대)에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이후에 다시 상승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곧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면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시간제, 파트타이머 등으로 불리는 단시간 노동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적합한 일자리로 여겨지는데 이는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에 대해서 남성의 노동을 보조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남성의 노동만으로는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여성의 역할은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인 책임자와 가정의 2차 소득원으로만 인식되는 사회구조의 결과이다.




 
이렇듯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의 부담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해야만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되는 퍼플잡은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여성인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하였고, 이와 동시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여성정책의 핵심적인 화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일-가정 양립정책의 내용과 추진 과정은 여성들의 취업과 출산․양육의 이중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발생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육․돌봄과 직장일을 둘러싼 문제에서 여성에게 제시되어온 선택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할 것인가’와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할 것인가’였을 뿐이다.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 부여되는 현실의 본질과 문제점을 건드리지 못한 결과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여성이 갈수록 저임금에 불안정한 과 턱없이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강요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전가되는 재생산 노동의 책임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서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하려하는 일-가정양립 정책(퍼플잡)은 여성에게 이중부담을 강화하고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퍼플잡, 뭐가 문제일까?


재생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


정부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단절되는 것이라면 정말로 건드려야 하는 것은 재생산 노동의 책임이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의 문제이다. ‘재생산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며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보도록 하자.

‘생산’이 한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 ‘사회적 재생산’은 단지 그 사회 성원들의 생물학적 재생산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 체제는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과정과 그러한 생산자로서의 인구(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 사이의 특정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적 노동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19세기에 숙련 남성노동자 중심의 고용구조를 확립하며 여성, 아동을 비롯한 그 밖의 노동력 취약 계층을 가족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기존의 자급자족적 가계로부터 생계수단을 박탈하여 노동시장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하는 과정인 동시에, 국가 주도 하에 노동 인구의 재생산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생산과 재생산은 특정한 관계를 맺고 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를 분리시킴으로써 재생산 영역을 비가시적이게 만들었다. 즉, 재생산 노동은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수행해야 하며, 누군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것을 마치 저절로 주어지는 것처럼 간주해 버렸다는 것이다. 재생산 노동은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국가의 경제,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도 않으며, 아무나 적당히 할 수 있는 노동으로 평가절하 되어왔다. 이와 같이 재생산 노동이 무급으로 수행되는 것은 자본에게는 생산비용인 ‘임금’으로부터 그 비용을 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많은 부담을 전가 받는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추가적인 성원, 특히 여성을 노동시장에 참가하도록 하며, 여성은 주로 저임금의 일자리나 더욱 조건이 열악한 비공식 부문에 참가하게 된다. 또한 여성은 줄어든 가계예산으로 자신과 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재생산 노동을 강화한다. 의료, 교육, 주거 등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의 삭감은 여성에게 더 많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게 한다. 구조조정의 효율성 증대란 실상 공적 영역에서 이뤄지던 것을 가계로의 비용 전가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은 더 오래, 더 열심히 가계 안팎에서 일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하는 ‘충격흡수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발전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의 위기’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문제 삼는다. 현재의 발전모델은 여성의 희생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으며, 여성이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추가적인 노동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재생산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구조조정이 기초적 재생산과 갈등적이며, 이러한 갈등이 발전과정 자체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재생산의 위기’로 규정된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여성의 노동을 무한하게 탄력적인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대할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정책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논리는 한국의 고용구조가 남성들에게 적합한 전일제-장시간노동에 기초해 있으며, 그러한 고용구조로 인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경력단절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여성노동시장이 확장되었고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부양자의 지위에 머무르며 양육을 전담해왔던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왜냐하면 실제로 작동하지도 않는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은 사회에 이데올로기적으로 아주 단단하게 뿌리내려서 여성의 노동을 남성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여성의 노동이 부차화되기에는 총체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남성의 노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수많은 여성들이 이미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이 일차적인 생계부양자라는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일자리를 대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대한 비판은 이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저임금, 불안정노동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더 이상 남성의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니 여성들도 일해야 한다→하지만 여성들이 남성처럼 풀타임으로 빡세게 일하기에는 가정도 돌봐야 하니 유연한 근로형태를 제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사와 육아의 일차적 전담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더욱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책이 확대되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이 여성노동의 수준으로 하향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라색을 남녀평등의 색깔이라고 하면서 퍼플잡이 여성고용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것이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의 형태를 유연하게 한다는 말은 결국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필요한 것은 더 유연한(불안정한!) 노동형태가 아니라 여성이 가정의 모든 일의 일차적인 책임자가 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재생산 노동을 사회화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만들기 위한 논쟁과 대안이다.




퍼플에 레드카드를 던진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여성들의 낙태를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절에는 나라에서 여성들에게 낙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피임도구도 공짜로 줬다던데, 인구가 줄어드니 일차적으로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은 또다시 여성의 몸이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시대의 필요에 따라 관리되고 강요당해온 것이다.

여성의 노동력도 마찬가지이다. 사상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그 충격을 완화하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재생산 노동까지 책임지며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강요받는 사람들은 역시 여성들이다. 사실 지금 퍼플잡이 추구하는 여성의 노동은 이미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패치워크 하듯이 각종 정책들을 덧대고 포장하는 정부의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묘한 퍼플에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던져야 한다.









Posted by 행진

2010/02/21 05:19 2010/02/2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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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 연세대 3.8 여성의 날 실천단 기조

-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일상의 변화로, 성폭력 없는 공동체를 만들자!

- 여대생의 이름으로, ‘일과 가사의 양립’ 퍼플잡 반대한다!

- 페미니즘으로, 대학을 다시금 움/직/이/자/!


* 실천단 계획


● 2월 마지막 주

- 2월 28일 실천단 초동주체모임(광장사업 준비, 자료집 기획, 실천단 첫 교양 기획을 논의합니다.)


3월 첫 주

- 실천단 자료집을 발간합니다.

- 3월 3일 저녁에 실천단 사전 교양을 진행하고, 광장사업 자보를 함께 만듭니다.

- 3월 4,5일 낮에 중도 앞에서 광장사업을 진행합니다.

- 3월 8일 102주년 여성의 날 문화제 참석합니다. 각 과/반에서 새내기학교 일정으로 넣어서 많은 새내기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입니다. 여성의 날 장소에는, 광장사업 때 활용했던 자보들을 게시합니다.


3월 둘째 주

- 실천단 차원의 강연회를 진행합니다. (연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과/반에서 페민스쿨(여성주의 토크박스)을 진행합니다.








성균
관대




Posted by 행진

2010/02/20 22:47 2010/02/2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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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에
함께하고 싶다면?


3.8 여성의 날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지만 주요하게 함께할 수 있는 일정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외의 일정들은 추후에 소개드리겠습니다!




3월 6일 (토)


"이명박정부의 여성 정책 반대!
여성의 권리로 여는 102주년 3.8 전국여성대회"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다양한 부스행사와 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장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사전행사

돌봄노동자 희망대회_ 오후 1시

 :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더해 이를 시장화하고,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사회서비스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모아냅시다! 돌봄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문제들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듣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천을 모아낼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돌봄노동의 부담을 사회화 할 수 있는 요구들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돌봄노동자 희망대회'에 함께합시다!


부스행사 _  오후 1시 부터 쭉~

 : ‘퍼플잡이 아닌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를!(가)’ 퍼플잡 반대 선언운동을 비롯해서 기념품과 자료집을 판매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부스행사가 준비됩니다!


기자회견 _ 오후 2시 30분
"출산강요반대! 퍼플잡 반대!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요하는
이명박 정권 규탄! 대학생기자회견"이 진행됩니다!




102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대회_ 오후 3시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여성들의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퍼플잡'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것을 강요함과 동시에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한 저출산 해결을 명목으로 여성들의 출산을 통제하려는 정권의 태도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왔기 때문임을 밝혀야 합니다. 이제 여성들이 출혈적으로 수행해오던 재생산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것을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함을 이야기 합시다. 많은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여성들의 노동의 권리와 재생산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즐거운 실천을 만들어 갑시다!


*여성대회 주요요구*

- 여성 노동유/연화 강화시키는 유연근무제ㆍ여성해고반대!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확충!

-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

- 4대강 예산 반대! 축소된 민생 복지 예산 확보 및 강화!

- 낙태단속강화 반대! 출산 강요 반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쟁취!

- 보육ㆍ교육 공공성 강화!

- 생산의 주체, 여성농민의 권리는 식량주권 보장으로!

- 장애여성, 이주여성,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의 노동권 보장!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 2010 지방선거, 여성의 권리 실현하는 여성정치 세력화!




3월 8일 (월)


102주년 3.8 여성의날 문화제
_ 오후 6시






Posted by 행진

2010/02/20 20:01 2010/02/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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