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2006 여름문화학교 후기

관악 인문 05 미경


여름문화학교 웹자보를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새로움’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이미지, 스토리텔링을 통한 ‘나를 찾아가기라는 워크샵’, 여섯 개의 주제를 알아보고 소통하는 ‘여섯 개의 숟가락’, 그리고 고민과 소통의 결과를 문화로 표현하는 ‘길거리 문화제’까지! 새롭고 신선한 실험들,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느꼈고 그 시도들을 함께 하고 배워 오고 싶었다.

특히 반신자유주의 선봉대를 다녀와서 머릿속을 꽉 매웠던 고민들이 문화학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여행”은 일종의 탈출구이자 해방구였다. 선봉대 기간 동안 정작 대중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점들, 정작 대중에게 말하기가 어려운 점들이 고민으로 남았다. 소위 ‘운동권 개그’를 하면서 대중과 나는, 우리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대중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9박 10일 동안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던 나와 선봉대 이후의 나는 동떨어진 모습인가 하는 고민들. 그렇게 선봉대 이후의 나의 삶과 운동이라는 것, 이 사회와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혼란과 궁금함을 가득 안고 타는 목마름으로 “여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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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나를 찾는 워크샵에서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와 사회, 내가 사회를 보는 시각을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학교 미술시간에 느꼈던 부담감이나 속박 없이 정말로 ‘자유롭게’ 종이를 접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에서 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고 더욱 편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문화학교 프로그램이 모두 ‘나’에서 시작하여 처음 만난 동지들과 ‘나’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행”은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가족, 노동, 여성, 빈곤 등 나의 삶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우애로운 방식의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사진을 골라서 고른 이유와 느낌을 이야기 하는 이미지텔링을 했는데 사진속의 모습을 신자유주의시대의 억압, 착취로만 해석하려는 나의 한계를 발견하고 부끄러웠다. 아무리 살아있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라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다양한 시각, 다양한 감수성으로 나의 문제의식과 고민에서 우러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속의 공간에서, 인물에게 나는 어떤 개입을 할 수 있을까 논의하며 끊임없이 ‘나’라는 자신과, 나의 일상과 운동을 고민할 수 있었다.

집회하러 가든, 놀러 가든 지하철에서 노숙인, 구걸인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해방적인 관계맺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의 일상과 운동이 이분화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어느새 집회에 가고 소통을 기획하는 등의 운동이 ‘일’로 여겨지고 운동과 여가시간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 같다. ‘운동 외의 여가시간에는’ 대중문화나 소비문화를 별다른 반성 없이 향유하기도 하고 지금 운동하고 있는 자신과 미래의 모습을 분리시키며 신자유주의시대의 이데올로기들을 따르기도 한다. 처음(사정상 주제가 네 개로 줄고 모두 하게 되기 전) 여섯 개의 주제 중 노동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대학 졸업 후에 어떤 노동을 해야 즐거운 인생을 누릴 수 있을지,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이 노동을 통해 참된 해방을 누릴 수 있는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운동과 즐거움, 운동과 나의 해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던 것이 나의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각자의 활동공간을 지도로 표현하고 하나로 연결하면서, 또 무심코 지나쳤던 시장에서 가족, 여성, 노동, 빈곤의 주제들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찾아내는 과정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봐 왔던 투쟁들을 ‘나’로부터 출발하는 삶의 고민으로 가져오고 타인의 해방과 나의 해방을 진지하게 맞대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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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결의하면서 언제나 ‘나는 행복 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제리 루빈이 혁명이 재미있어야 한다며 “웃음이 우리의 정치적 깃발이다”라고 한 말을 계속 떠올리고 있다. 사회의 변혁을 꿈꾸고 해방세상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를, 체제를 교체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운동은 새로운 생활방식, 새로운 사고, 새로운 원리를 우리 삶에 가져오는 일이다. 교육투쟁을 함께 하자고 말하는 것이 등록금 인상률을 몇 퍼센트 낮춰내는 것만이 아닌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상을 구성하는 원리들을 바꿔내자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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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강. 나의 소중한 자치 공간, 반에서 많은 학우들과 부대끼게 된다. 할 얘기가 너무 많다. FTA3차 협상, 평택, 건설노동자투쟁, 노무현 정권 퇴진……. 여전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당당해져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고 투쟁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운동이며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문화운동이라는 것이 낯설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행”에서 얻은 이런 고민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문화운동을 고민하는 것은 나를 찾고 너를 만나 함께 거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즉 함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삶을 구성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만난 동지가 했던 ‘살며, 사랑하며, 투쟁하며’라는 말을 계속 발음해 본다. 2학기에 끈질기게 살며, 사랑하며, 투쟁하며 노무현 정권을 퇴진시키겠다는 결의로^-^

Posted by 행진

2006/09/07 08:14 2006/09/0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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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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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지역사회 문화교육터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사무실에서 11시에 기획단을 만나기로 했다. 다행히 회의는 2시전에 시작할 수 있었다.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기획단 사전 워크샵을 진행했다. 수 백 장의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고는 그 중에 기억나는 사진을 각자 한 장 씩 골랐다. 그 사진을 고른 이유와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전 워크샵은 결국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작업이였는데, 자기의 사진에 자신을 생각을 담은 이야기도 지어보고, 이야기 속에 있는 세상을 지도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지도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가 이야기했다. 서로의 지도를 연결하자 한 사람이 그린 큰 지도처럼 보였고 다들 놀라워했다. 기획단 사전 워크샵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내 삶과 나의운동과 서로 얼마큼 떨어져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 구로 애경백화점에서 12시쯤 만났다. 기획단원들의 동선을 그린 결과 구로가 가운데 쯤 이였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백화점 어디쯤에서 조그만 테이블에 5명이 앉아 사전 워크샵때 진행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왜 문화적으로 운동이 재구성되야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문화운동이 뭔지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회의는 4시까지 이어졌다. 이야기가 풀리지 않자 회의 장소를 근처 맥주집으로 옮겼다. 술을 먹어도 별로 달라진건 없었다.

# 일상에서 운동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세적인 활동과 집회만으로 내가 활동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여성주의를 이야기 한다면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성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평화를,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를 이야기 한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화적 권리도 이야기해야 해야하지 않을까?

구체적인 대답을 필요로 하는 무수한 질문들이 생겼났다. 여름 문화학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을 뜻이 있는 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일 게다. 벌써 이런 고민을 실천적으로 해결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돕고 살자.

# 활력충전소 마지막날 정세토론을 때려치고 회의를 했다. 뒤풀이 시작하기전에 회의를 끝내는 게 계획이였다. 우리의 일상과 맞다아 있는 주제들을 몇 개 정하고 하나씩 맡아 준비하기로 했다. 평화, 여성, 노동, 빈곤, 대학문화, 가족이 주제로 정해졌고 사다리를 통해 하나씩 가져갔다. 이제 부터는 힘들고 괴로운 실무의 시작이다.

# 중앙대에서의 회의는 답답했다. 무엇을 할 지, 또 할 수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같은 이야기, 엉뚱한 이야기, 쓸데 없는 이야기들만 잔뜩했다. 결국은 각자가 기획한 텀이 어떤 마술을 발휘할까가 아니라 과연 이게 가능할 것인가하는 실무이야기만을 주로 했다. 우리의 상상력이 바닥났다는 사실에 더 답답해졌다.

# 문화운동은 문화활동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운동은 우리의 삶을 더 긍적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누구라도 필요한 자가 해야 할 일이다. 문화운동은 문화제를 하고, 문화제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난 문화활동가가 아냐’ 하고 문화적 상상력을 남에게 미룬다면 그 사람의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 집회를 좀 더 나은 방식으로도 만들어보고, 선전전을 더 잘 할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문화운동은 사람을 만나는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내가 가져야할 문화적인 권리를 남과 공유하는 것이고, 공유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싸워서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이 문화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당당하게-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 “문화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인천 노동문화제의 이름들이다.)

# 평화, 여성, 빈곤, 노동, 대학문화, 가족. 따로 떨어져 있는 주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까? 모두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이 이 여섯 개의 주제에 들어있다. 기획을 하며 우리가 생각한 것은  따로 떨어져 있는 이 주제들을 우리의 삶, 나의 삶속에서 하나로 인식하는 것 이였다. 삶속에서 각각의 주제들이 하나로 인식될 때 우리의 운동이 제대로 풀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 여름 문화학교를 준비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름문화학교의 이름, “여행”을 짓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고, 이름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데는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물론 모든 회의 때마다 지각한 시간을 합친것이다. 오해하지 말기를....)이 걸렸으며, ‘여름’ ‘문화’‘학교’를 고민하고 기획하는데는 앞에서 소요된 시간의 몇 배가 더 걸렸다. 이번 여행을 준비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여행 기획단을 대신해 빌어본다.

 # 마지막으로, “여행”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것이 탄생하기까지 간단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처음 고민을 하던 것은 ‘여름문화예술학교’였다. 과거 ‘좋았던’ 한때를 보냈던 문예패가 싸그리 망해가고 있는 지금, 남은 사람들이라도 모여서 문예역량도 강화하고 문화운동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는 워크샵을 기획했었다. 하지만 그간 수십번의 방학동안 진행된 워크샵을 한번 더 진행하는 것이 별로 도움될거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예동아리들만의 워크샵이 아닌 활동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워크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의 일상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으니 판단은 아직 이르다. 괜찮으면 또 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거 고민하자.

Posted by 행진

2006/08/14 07:11 2006/08/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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