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폭력에 대한 짧은 생각

전국학생행진(건) 회원 M
 

1. 글을 쓰며


나는 전국학생행진 회원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뉴스레터 편집국 측으로부터 ‘폭력’에 대한 글 청탁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글 형식을 어떻게 할지 조금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참 고민해본 후 나서, 나는 “나 개인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편집국 측에 양해를 구했다. 이 주제에 대해서 학생행진 차원에서 토론이 이루어진 적도 없거니와, ‘폭력’이라는 것은 여러 토론거리 중에서도 대단히 ‘까칠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개인의 입장’을 뉴스레터라는 매체를 빌려 ‘행진의 입장’인 양 일반화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글의 위상을 한 단계 낮추더라도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번 선봉대에서도 ‘폭력투쟁’에 대한 논의가 잠깐 오고갔었는데, 앞으로 학생행진에서 이에 대한 토론을 많이 했으면 한다. 물론 우리의 곤란함이 몇 번의 토론을 통해 일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곤란함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함께 토론해보면서 그것을 ‘언어화’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각종 오해와 편견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적인 소통과 정치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

2. 소위 '미시적 폭력'에 대한 나의 생각


‘폭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무래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가폭력’이다. 노무현 정권의 무자비한 평택 침탈, 하중근 열사의 죽음… 우리는 폭력의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또 ‘폭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얼마간 논의되었던 ‘미시권력’ 혹은 ‘미시파시즘’이라는 화두이다. 물론 캠퍼스 별로 차이가 좀 있다. 어떤 캠퍼스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기층에서 하루를 멀다하고 계속 이야기되어왔어며, 또 어떤 곳에서는 이것들이 별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내가 활동해온 캠퍼스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편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 같은 논의가 그닥 생산적인 모습을 띤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차라리 이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을 뚝 끊고 그저 하루하루 묵묵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국가폭력’의 경우는 사실 너무나 뚜렷한 분노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당위적인 말 이외에는 할 말이 별로 없다.(물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이에 반해 ‘미시권력’과 ‘미시파시즘’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말이 좀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뭔지 잘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은, 당대비평의 『우리 안의 파시즘』과 같은 책들을 짬이 날 때 몇 장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당대비평은 1990년대 말, ‘우리 안의 파시즘’ 논의를 학계에 공개적으로 제안하였다.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이름 자체가 보여주듯이, 이것의 관심사는 ‘우리의 의식 심층에 내면화된 일상적 파시즘의 위험성’이다. 이 일상적 파시즘의 위험성은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반공주의, 민족주의, 규율과 복종을 내면화시키는 학교교육, 가부장주의, 그리고 많은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학생운동 문화까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논자들은 이것들이 모두 과거 군사독재에 따른 긴 어둠의 터널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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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6/09/07 08:16 2006/09/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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