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유연화 심화시키는
파견확대시행을 중단하라!


 지난 6월 24일 윤증현 기획부장관은 ‘하반기 경제운영정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파견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알선수수료 상한제 개선, 고용지원센터와 구직정보 공유, 위탁단가 현실화 등 민간고용서비스 규제 완화와 대형화, 전문화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파견범위 조정이 아니라 확대시행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곳곳에서 이번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파견확대와 관련하여 그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문제점들을 짚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이후 파견법이 시행되었다. 이름은 ‘근로자파견법’이지만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 편법적인 노동자파견을 급속히 확산시켜 법제정 이유가 곧바로 무색하게 됐다. 간접 고용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까지 간단하게 회피할 수 있는 이 같은 악법은 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효율적인 운영과 탄력적인 노동력 사용을 위해 시작된 파견법의 결과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와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형태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파견법의 범위를 현재 제조업과 건설업을 제외한 32개의 업종에서 홍보도우미와 단순 제조업무, 종사원, 택시운전원, 전기전자 부품조립원 등 최대 17개 업무에서도 파견이 추가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 경제운영계획 발표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고용서비스발전위원회는 ‘공공고용서비스 강화 및 민간고용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하였다. 합의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에 2012년까지 통합일자리정보망을 구축하여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 검색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종합인재서비스업’을 활성화하여 구인구직-직업정보제공-직업훈련 등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고용서비스들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2012년까지 사회복지 통합망과 고용정보망의 연계가 추진될 경우 고용·복지의 통합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업무 효율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1년부터 구인기업에 대한 직업소개요금을 자율화하고 구직자로부터의 요금징수를 금지함으로써, 민간 직업소개 시 발생하는 비용의 현실성을 반영해 구직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을 방지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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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파견법‘확대’ 시행을 ‘조정’이라고 말하며 말장난을 하고있다는 반응들도 많다. 또한 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공공연하게 제조업까지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어 정책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금도 곳곳에서 불법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와 같은 발표는 불법파견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자본의 편에서 노동력을 그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더욱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고용선진화 방안 역시도 정부가 선전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규제를 대폭 풀어 민간고용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고용서비스 기업이 육성되면 산업 전체가 활성화되고 고용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용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려면 직업소개 수수료를 높이거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을 해야 고용 서비스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고용구조는 더욱 왜곡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구직자가 소개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기업은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채용 시 드는 비용이 결국 노동자 임금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창출의 중간과정이 클수록 중간착취는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간고용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불안정성을 확대하면서도 기업은 안정적인 인력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계획안에는 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와 그들의 권리는 없다.

 지금까지 위장도급=불법파견=사내하청=간접고용의 무차별 확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불법, 탈법을 밥 먹듯이 해온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온 정부가 계속해서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마치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인 양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고 노동시장전체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가득채운 형태로 재편할 파견업종 확대 시도 및 민간고용서비스산업 육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편법을 횡행하며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파견법 자체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

Posted by 행진

2010/08/07 16:41 2010/08/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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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무엇을 남겼나?


지방선거 결과 스케치_북풍 누른 노풍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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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언론들과 여론조사 모두 한나라당 대세론을 이야기 했지만, 투표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개표 전 기세등등하게 대거 당선을 예상한 한나라당은 참담한 표정이었다. 서울시장에서 오세훈 후보가 간발의 차로 당선된 것부터 시작해서 전체 기초단체장 당선자 수에서 민주당이 앞선 것까지 사실상 ‘이변’이 일어났다. 많은 언론들은 '북풍을 누른 노풍의 승리'라고 떠들어댔다. 언론은 안희정과 이광재, 김두관을 두고 노무현의 '좌희정', '우광재' 그리고 '리틀 노무현'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그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시작된 강경 대북제재는 ‘북풍’을 불어오기는커녕 한나라당에게 ‘역풍’으로 돌아왔다.

 진보정당들도 성적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야권연대를 적극 추진했던 민주노동당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3명(창당 이후 첫 수도권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139명을 당선시키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야권 단일 후보가 당선된 인천과 강원, 경남 등 3곳 광역단체와 서울 강서와 경기, 성남 등 28곳의 기초단체에서 민주당과 공동지방정부를 실험하기로 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25명의 지방의원을 당선시켰다. 창당 2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과 1만 5천명 정도에 불과한 당세를 감안한다면 선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 사건으로 혼란이 가중된 것을 비롯하여 중앙당의 불명확한 선거 전략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얻지 못하는 불만족스러운 선거 결과에 대한 내부 평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반MB 표심의 확대, 국민의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54.5%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의 투표율이 증가했다. 선거과정에서 화두가 되었던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한반도 전쟁위협의 고조와 이명박 정권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을 ‘투표’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분열된 보수층에 비해 진보ㆍ민주진영의 후보 단일화 전술이 효과를 발휘했음도 부정할 수 없다. 현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세력을 선택하려는 국민들의 심리를 후보 단일화라는 틀이 흡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진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은 비단 이번 선거만의 일은 아니다. 2006년에는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다. 엄밀히 말해 이번 지방선거결과를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정당지지율로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뒤지지 않고 있고, 수도권 지역만 보더라도 한나라당이 여전히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 패배-민주당 승리라는 표면적인 결과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단순히 ‘민심의 진보화’ 혹은 ‘계급의식의 확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정권심판’ 요구는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민주당을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세력이라기보다는 집권 정당에 대한 현실적인 견제세력으로 사고하고 있다. 정당을 지지하는 기준이 집권 정당에 대한 반발에 머무는 한 언제든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의 역사가 이미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여당과 다르지 않은 야당이라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순간, 지지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때문에 현실의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진보진영은 대중들의 분노와 불만을 동원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안일함을 넘어, 전반적인 삶의 불안정화와 비민주적 상황에 맞서는 확고한 이념과 대안을 모색하려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서민중심과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했지만 국민들에게 선거기간 반짝하는 공약 이상의 진지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졌을지는 의문이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타 정당에 대한 비난이나 후보이미지로 표심을 잡으려는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지금 당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로 인해, 범야권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대중들은 곧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진보진영은 현 정권에 대한 ANTI 세력으로 머물기보다는 경제위기와 불안정노동, 저임금과 불평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으로 아래로부터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동원하는 것과 정치공학을 통한 자리 얻기에만 열을 올렸다. 반MB연대에 대한 환상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우경화는 선거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체성을 상실한 진보정당 운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연대를 추구해야 한다는 ‘민주대연합’의 핵심은 민주당 주도의 후보단일화 전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이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민주노동당은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민주당으로부터 구청장 후보 등을 양보 받아 당선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는데, 이것을 마냥 ‘승리’로 평가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민주당 집권 10년은 이명박 정권이 실행하는 정책의 토대를 닦은 기간이었다. 금산분리 완화, 한미 FTA 추진, 자본시장통합, 각종 기업에 대한 해외매각 등 한국 사회를 신자유주의로 깊숙하게 편입시킨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작품이었다. 이들이 이제와 ‘왼쪽’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아주 기회주의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이들의 본질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연합을 추진하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전술적 판단이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쳤다. 선거 이후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더욱 우려스럽다. 이번 선거결과를 발판삼아 2012년 민주당과의 공동 집권과 공동내각을 구상하겠다는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당내에 공존하는 ‘미국 민주당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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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진보신당은 원칙 없는 반MB연합에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5+4회의에 참가하고 지역별로 야권연대에 동의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에는 5월 30일에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심상정 후보가 국민참여당 후보였던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를 공식선언하는 일이 생겼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는 끝까지 입장을 고수했는데, 오세훈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한명숙 후보를 제치고 당선하자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보인 여러 가지 한계들로 인해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중앙당의 방침과 대표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되었고, 선거 이후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는 중이다. 진보신당이 선거기간동안 여러 가지로 좌충우돌했던 것은 지방선거의 의의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대연합이 아닌 독자 행보를 하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되, 진보신당의 정책이나 방향은 민주당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 등의 입장을 분명하게 내세운다기보다는 ‘복지확대’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선거 전략으로는 ‘진보정당’으로서의 명확한 위치를 확보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진보정당에 대한 사표심리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일단 민주당을 찍으라고 주장하는 진보정당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단절 없이는 민중들의 정치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 같은 이념을 희생시키는 것은 ‘진보정치’가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목표 자체가 반MB연대에 의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대중운동들로부터 대안세력을 만들어가는 노력보다는 표심을 잡기에 급급한 모습의 진보정당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엄호하는 진보세력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에 많이 당선됐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을 억압하고 빈곤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가 역전될 리 만무하다. 한나라당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이명박 정권의 정책기조는 변화하지 않을 예정이다. 소리 소문 없이 생존권과 노동권을 박탈당하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 존재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억압하는 폭력의 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위 ‘국민의 힘으로 당선되었다는’ 민주당은 노동자-민중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역할 정도는 수행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현재 경제위기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을 관리해야하는 이해관계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에서 상층중심의 야권연대를 통해 타협과 합의를 이어나가는 방식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실리적인 이익을 찾으며, 잘못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면 진보의 미래는 없다. 초유의 경제위기 하에서 어렵더라도 대중적 투쟁을 엄호하면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분열을 넘어 단결을 구축하려는, 그야말로 ‘재정비’가 필요하다. 다시금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원칙과 이념을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진보정당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Posted by 행진

2010/06/23 22:21 2010/06/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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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선언 10주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최근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남한과 북한 정권은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고 국제 사회는 북한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러다가 전쟁 나는거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익숙할지도 모르는 남북 위기 국면이 다시 도래한 것이다. 왜 한반도는 계속해서 전쟁의 위협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까? 이런 대결구도를 끝내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일차적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통일’이다. 하지만 이 ‘통일’이라는 한 단어에는 수많은 쟁점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통일을 염두에 둔 안보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2000년 당시 6.15 남북공동선언(이하 6.15 선언)을 크게 반겼던 세력들은 6.15 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통일 및 한반도 평화에 핵심적이라고 말한다.(올해는 6.15 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과연 한반도의 평화가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 ‘통일을 염두에 둔 안보전략’이나 일부 세력들이 한반도 평화에 핵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6.15 선언’으로 올 수 있을까? 6.15 선언 10주년, 그리고 천안함 사건을 맞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자 한다.


햇볕정책과 6.15 남북공동선언

  6.15 선언의 성격에 대해 분석하기 전에 짧게 6.15 남북공동선언이 무엇인지 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1990년대 미국의 대북 전략은 정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봉쇄와 접촉’, ‘당근과 채찍’ 등으로 집약될 수 있는데(페리보고서의 이중경로 전략) 특히 클린턴 때는 북한정권의 급격한 붕괴를 상정하기보다는 유화국면 속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북한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 개방을 이끄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 선언이 있게 된다.

  남한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이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이야기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남북 정상들은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회담이 서로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총 5가지의 합의사항을 발표한다. 이 내용은 남북통일의 원칙(자주적 통일, 남한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 인정 등), 이산가족 문제, 비전향장기수 문제, 남북 경제와 문화 협력,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방문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선언은 당시 세계적으로도 중대한 계기로 인식되면서 남한과 북한에 곧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6.15 선언으로 상징되는 유화적 흐름 속에서 체결된 ‘북미공동코뮤니케’는 곧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문제삼으며 파기되었고, 2001년 미국의 ‘악의 축’ 발언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위기로 치닫게 되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많은 세력들이 남북이 매우 평화롭게 보였던 시기인 2000년을 떠올리며 ‘6.15 합의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1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치러지는 등 6.15 선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서술했듯이 이 선언이 남북의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6.15 선언이 어떠한 국제적 정세속에서 맺어진 협정인지, 그것을 용인한 미국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6.15 선언의 성격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의 가장 큰 업적, 바로 6.15 선언이다. 이 6.15 선언은 그 당시 ‘햇볕정책’이라 이름 붙여진 남북한 화해와 관련된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햇볕 정책은 큰 틀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동아시아 전략에 공조하는 것이었다. 앞서 서술했던 것처럼 남북관계는 미국의 태도와 정책기조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계속되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헤게모니 국가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강력한 군사력으로 경제력을 뒷받침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변수’를 관리하는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던 것이다. 미국의 포용정책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바뀔 수 있는 일시적이고 종속적인 성격일 뿐이다.

  이런 포용정책은 본질적으로 통일정책이 아니라 분단관리정책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미군(군인은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며 전쟁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철수라는 조건이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국 주둔의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자랑하기도 하는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 자체가 평화공존의 모순이다. 그런데 많은 세력들은 이런 포용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제출해왔다.

  현재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두고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10년을 되돌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김대중-노무현 10년이 지금보다 괜찮았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문민정부 이후 ‘통일’은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흡수되면서 봉쇄정책(적극적 대결)이냐 포용정책(분단 관리)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을 뿐 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을 펼쳤던 정권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김대중 정권은 평화 대통령으로 인식되었다. 결국 포용정책은 김대중 정권 시절 민중들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달호, 최옥란 등의 열사들을 잊게하고 김대중을 평화의 수호자/민주의 수호자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외전략은 세계자본주의의 질서에 거스르는 국가와 세력에 대한 제재와 공격을 강화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종국에 이들을 금융세계화로 편입하든 말살하든 간에 현재의 금융세계화 체제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6.15선언 합의 이행 구호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현 상태 유지 이상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6.15선언 합의 이행과 같은 구호가 아니라 현 체제가 양산하는 전쟁위기에 맞서 민중들의 평화권을 되찾기 위한 활동, 그리고 금융-군사세계화를 주도하는 미국과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남한 정권에 대해 비판을 전면화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칙

  위에서 대략적으로 6.15 선언을 바라보는 관점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향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좀 더 구체적으로 ‘평화’를 위해 우리가 견지해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이명박 정권의 대북 봉쇄정책 및 대결기조 철회가 선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재임 초기부터 북한에 대해 꾸준히 대결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고, 군사적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것은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PSI 참여 등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천안함 사태에서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북한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기도 했고, 조사 결과 발표 후에는 마치 군사적 보복이 해결책이라도 되는양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에 대해 대결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을 군사적 대결 대상으로만 보고, ‘보복외교, 도발외교’를 일삼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태도는 결국 군사적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천안함 관련 북한 제재/봉쇄정책 즉각 철회하라!
- PSI 참여 중단하라!

  둘째, 한-미-일 군사동맹 해체를 요구하자!

  하지만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대북 대결기조를 철회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시기에는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을 취했지만 그것이 결국 진정한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바로 미국의 동아시아 관리정책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신흥시장으로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미국 주도 하에 경제통합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역적 수준의 군사강국이 분명치 않으나, 여러 가지 불안정성이 존재하고 있어 대규모 군사적 경쟁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지역이다.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도전국이 될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고, 아시아-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군사벨트를 형성하고자 했을 때, 동북아의 한-미-일 삼각동맹은 지역동맹으로 확장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전략에 전극 편승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한-미동맹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기존의 한-미동맹이 반공이념과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면, 전략동맹은 이를 넘어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모든 제반 분야에서 상호 신뢰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 이러한 전략은 한-미 및 한-미-일의 공조강화를 통해 미국중심의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구도를 고착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남한이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경제 통합과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르는 위험으로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우리는 한-미동맹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것을 낱낱이 폭로해 가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은 바로 한-미-일동맹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미-일동맹 폐기를 외쳐야 한다.
- 주한미군 철수하라!
- 키리졸브/팀스피리트 등 한미합동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 침략전쟁에 이로울 뿐인 ‘전략적 유연성’ 반대한다!
- 군사동맹이 아닌 평화동맹을!

셋째, 일방적으로 남한이 군비 및 군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전 세계가 무한 군사경쟁을 펼치고 있었던 냉전 시기를 살펴보자. 냉전이 가장 첨예해진 시기에도 미국과 소련은 군비 축소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협상이 지속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몇몇 제한적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실제적으로 획기적인 군비축소나 핵폐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전쟁 위기와 냉전 체제가 종결된 것은 협상에서의 화해, 협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전 체제의 종결은 비로소 소련이 붕괴하고 난 후에야 이루어졌다.

  즉, 양국간의 협상이 군비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군비증강의 변명이나 눈가리개로 주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평화운동 집단은 미-소 협상을 통한 상호 군축합의를 넘어서, 자국 정부에 의한 일방적ㆍ단독적 군비축소(unilateralism)를 촉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갔다. 특히 1980년대 초 정점에 이른 유럽의 반핵평화운동은 핵실험의 중단, 군사기지의 제거, 특정 군사전략의 폐기 등 자국정부의 일방주의적 행동을 촉구했다. 일방주의적 행동을 위한 요구는 원칙적으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압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으며, 정부의 행동은 뉴스 미디어와 여론에 의해 감시될 수 있다. 반면 운동이 다자간, 양자간 국가적 협상을 요구한다면 협상과정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우며, 협상 과정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협상의 실패에 대한 비난은 상대편에 대한 책임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

  군비축소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다. 원칙적으로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이명박 대통령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군비를 축소할 것이냐’이다. 유효한 군비 축소란 ‘일방적’일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이 하면 나도 하겠다는 ‘포괄적’ 군비축소는 사실상 군비축소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즉 현재의 남북간 군사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남한이 먼저 군비축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군대나 군비 축소를 위한 국가 간 협상에 기대하기에 앞서 남한에서부터 일방적인 군비 및 군대 규모가 축소될 수 있도록 하여 남북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 국가간의 합의는 언제나 불안정했고, 여기에 민중들의 평화적 열망이 담기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합의가 현실로 이어지기란 만무하기 때문이다.
- 군비의 증가가 아닌 민중들의 삶에 대한 지원을!
- 천안함 사건 빌미로 한 전력증강 발표 철회하라!


  위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칙과 요구들을 살펴보았다. 이 원칙들을 전제로 하여, 진정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신자유주의 정권의 사탕발린 수사도, 단순한 정권간의 합의도 아니라는 것을 널리 알려나갈 수 있도록 하자. 정권에서는 해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6.25 ‘전쟁’을 상기시키며 은근히 북한의 군사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더군다나 올해는 6.25 전쟁이 60주년이어서 더욱 그 흐름이 눈에 띄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 역시 군사 도발에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복’ 논리로 또다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진정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차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2010년 6월을, 민중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직접행동을 통해 정권이 광고하는 호국보훈의 달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평화의 달로 만들어가자!


Posted by 행진

2010/06/23 11:55 2010/06/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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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의료민영화, 어떻게 맞설 것인가?


 

본 글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기고한 글입니다.
건강한 세상, 더 큰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학생 [매듭]은 현재 2010년 여름 건강현장활동(7/19-25)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http://knotforhealth.tistory.com/97을 방문하세요.



의료민영화, 이대로 현실화?

  의료민영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참여정부 때부터 '의료산업화' 혹은 '의료선진화'라는 거짓이름으로 시작된 의료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인수위 시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남한 의료의 체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당연지정제 폐지(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과 국민건강보험과의 계약을 강제하는 제도로서, 공공병원의 비율이 10% 이하인 남한에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유지시켜주는 필수적인 제도이다)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가 2008년 촛불의 여파로 인해 잠잠해진다. 2009년 다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 속에 포함되어 흐름을 타던 의료민영화 시도는 12월에 발표된 KDI(한국개발연구원)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영리의료법인(현재 남한의 모든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이어야만 하며, 자본의 출입과 이윤 배당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윤은 병원에 재투자된다)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각기 다른 결론을 내며 모순에 부딪히면서 표류하고 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2009년 12월 10일 관계부처합동 명의로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를 보면 정부가 제시하는 경제정책 6개 분야 주요과제 중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핵심으로 들어가 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교육기관이나 외국의료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ㆍ개정,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이 핵심 요지다. 아니나 다를까, 2010년 상반기 임시 국회에는 어김없이 의료민영화 5대 악법(의료법 개정안, 의료채권법, 보험업법 개정안,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주도 특별법)이 모두 상정되었다. 또한 지난 5월 17일에는 치료를 제외한 검진, 예방, 관리에 관련된 의료서비스는 모두 민영화시키는 법안인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진보적 보건의료 및 사회운동단체가 7년여 시간동안 맞서오던 의료민영화가 단 몇 달 사이에 국회를 통과할지도 모르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의료민영화에 찬성하기보다는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도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예상 외로 고전하며 민주당에게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6월 국회에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 및 친노 세력 역시 궁극적으로 의료민영화 찬성 쪽에 힘을 싣기 때문이다(물론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소수의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사회운동단체들의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의료민영화 반대를 당론으로 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들의 대부분은 과거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 현재의 민주당과 친노세력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른바 반MB 연합의 맹목성이 잘 드러난다). 지방선거 결과로 인해 조금 늦춰질 뿐, 의료민영화는 하반기부터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지난 6일 청와대가 보건복지비서관으로 정상혁 교수를 내정한 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주장하며 의료민영화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정상혁 교수를 그런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당연지정제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던 이명박 정부의 변명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또한 의료민영화 추동 세력 중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장관 윤증현이 지난 5월 3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시 협의를 시작했다."라고 밝힌 것만 보아도 곧 의료민영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의료민영화의 두 축 중 하나인 영리의료법인 도입(다른 하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이 구체적인 정책안으로 도출될 경우, 이 문제는 올 하반기 G20과 함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영리 의료법인은 미국 베스트 병원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곳이 하나도 없으며(낮은 질), 비영리법인에 비해 사망률은 2% 가량 높고 병원비는 19%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높은 비용). 또한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단순히 의료공급체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과 긴밀히 연관되어 사실상 의료를 시장화시키고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는 데 있어 단초가 될 가능이 크다. 이미 시장주의적 의료가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미국의 평균 수명은 OECD 국가 중 24위, 천 명당 영아사망률은 27위로 건강수준은 매우 낮다. 또 전 국민의 15.3%(4,570만 명, 2007년)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보험 미적용으로 추가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18000여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의료비 부담으로 매년 2백만 명이 개인 파산하며, 이는 미국 전체 개인 파산의 50%에 달한다(파산자의 75%는 의료보험 가입자이다). 반면 총의료비 지출은 2007년 기준 GDP의 16.0%로 매우 높다(OECD 평균 9.1%). 이 중 대부분이 보험자본과 의료자본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의료민영화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출되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OK’ 정책안은 많은 난점들과 위험을 안고 있다. 함께 살펴보자.

'건강보험 하나로 OK',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지난 6월 9일, 국민 1인당 월평균 1만1천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면 선택진료비, 병실 차액, 초음파, MRI, 각종 검사의 의약품, 노인틀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OK’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이들은 먼저 비용부담 방식의 변화를 꾀하여 현재 국민 1인당 월 평균 보험료 약 1만1천원을 더 내면 보장률을 90% 이상 수준으로 일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민중의 생존권을 위해서도, 병원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현 상황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행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전국민건강보험을 통한 공적 의료재정체계와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공공병원 비율 10% 이하)로 구성된다. 민간중심 공급구조는 행위별 수가제(진료 행위당 수가를 지급하는 제도로 과잉진료를 유발한다)가 결합되어 의료공급자의 영리추구행위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배의 재정확충을 통해서 보장률을 90%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 재정은 82%, 1인당 보험료는 79%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강화는 5.2%에 불과했으며, 연간 가계직접부담액은 43% 증가하여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영리추구적 공급체계를 건드리지 못하는 재정확충을 통한 보장성 강화는 필연적으로 의료시장의 팽창을 가져올 것이며, 영리추구적 의료공급자만 배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건강보험 하나로 OK' 안에는 보험자본과 제약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이 없다. 우리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민간보험자본과 제약자본에 대한 통제 없는 의료체계 개혁은 한계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오바마는 당초 건강보험 개혁안에서  공공의료보험을 만들어 민간의료보험과 경쟁시키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조항은 빠지고 보험 미가입자를 의무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보험자본에게 더 큰 시장을 열어준 셈인데, 여기에 있어 보험자본의 로비와 압력이 상당했을 것이라 예측된다). 보건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며,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을 통해 더욱더 중심적 위치를 점하는 보험자본과 제약자본에 대한 인식이 없는 대안은 오히려 호랑이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보험료를 (우선적으로) 인상하여 재정을 확충하자는 제안 또한 문제가 있다. 이미 현재의 보험료 수준도 감당하지 못하는 체납인구가 상당한 규모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들이 보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낙관할 수 없다. 또 정말 보험료를 적게 내서 보장성이 낮은 것인지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 복지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동시에 기업과 국고 지원의 부담비율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확충은 국가와 자본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을 요구해야 하지 민중들이 적정한 부담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국가와 자본의 부담을 확대하는 것은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급역관계의 변화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계급역관계를 역전시켜내는 투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보험료 인상에 그치는 수준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욱이 만약 의료민영화가 전면화 된다면 보장성이 강화된 건강보험도 무용지물이 된다. 민중의 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할 의료민영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썩은 동아줄에 매달리기보다는, 보다 날카롭고 거센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의 기치 아래 모든 노동자-민중이 결집해야 한다.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의 의미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의료민영화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막아내는 싸움에 함께 해야 하는 당위성은 너무도 명백하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단순히 의료를 이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의료채권법,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등과 결합해 금융 자본에게 병원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세계화의 모순이 곳곳에서 체제를 뒤흔들고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마저 금융화시킨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더욱이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이 공공보험 설립안이 빠진 채 보험 자본에게 시장만 키워주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번 보험 자본에게 넘어간 우리의 건강을 되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되돌린다 하더라도 많은 대가가 필요하다(2009년 폴란드는 의료민영화를 철회하는 대가로 투자보호협정에 따라 네덜란드계 보험 자본인 Eureko에게 18억 유로를 지불해야만 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격 역시 거세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의 원인을 복지로 몰아세우며 민중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생존권 투쟁을 모아내는 싸움으로서,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Posted by 행진

2010/06/23 11:48 2010/06/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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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두완 2010/03/18 14:17 # M/D Reply Permalink

    대학은 직업훈련소가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바꾸어 말하면 인격들 도야하고 이나라 역군이 되어

    이나라를 완잔한 민주국가로 만들고 우리 민중의 자내 깨나 염원인 남북 평화통일을 완성하라는 지상명명 배움의 터다. 여러 학생들이 MB철학 부재로 좁디 좁은 한국 땅에서 노가다 사업 즉 흙파는 공사로 젊으과들취업난이 가중되고 잇을 뿐입니다. MB의 아집과 독선으로 젊으니들 취업이 난관에 봉착하엿습니다. 지난 민주정부 10연간 계획하여왓던 러이사와 중국 대륙을 통한 구라파 실크로등와

    러시아와 시베리아 공동개발, 러시아의 값싼 가스는 북한을 통과하고 남한이 물류센터로 발전하면 한국이 동남아 하브로 부상하여 동남아 각국은 한국을 통해 값싼 가스와 값 비싼 해상을 이용치 않고 한국을 통해 구하파로 물품을 보낼것입니다.

    여러분, 즉 학생들이 탈 정치라는 마술에 중독되어 현실도피애 허우적 거리다가 오늘날 무서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것입니다. 앞으로 이나라 운명을 좌우할 학생들이 정치 도피면, 이나라 앞날은 볼장 다 볼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정치란 투표로 결정될 문제입니다.
    우리 같은 내일 모래면 90인데 무슨 개인적 희망이 잇겟습니다.
    그러나 여러 학생들은 앞날이 청청합니다. 우리 촌로가 바라는 것은 다만 후손에게 평화를 물러주는것이 유일한 소망입니다.
    여라분은 조국의 위기를 방관만 할것이 아니라, 적극 참여하여 MB도당의 사기정책에 부레크를 걸고

    11년 전의 민주정부로 환원하는것입니다. 곧 닥처올 6.2지자체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야5+4)

    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전부를 석권할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80% 이상을 석권할 수 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줌 밖에 안되는 소위 진보를 가장한 진보신당 족속들 즉 노희찬, 심상정, 울산

    출신 국회의원 조가놈들 네마리가 수도권 광역단체장 한곳을 양보하고 호남에서 전북이나 전남에서

    후보 출마포기를 전제조건을 네세워 결국 야5+4의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취후발악도 서슴지

    않고 잇습니다. 문제는 노희찬, 심상정을 서울과 경기 광역단체 후보로 내새우면

    그쪽 정서가 이치들 받아 주겟습니까? 선거 결과 어부지리는 역적 찌꺼기당 한나라당으로 귀착

    될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일찍이 강기갑 대표는 만노당은 기초단체장 세곳과 이희정의원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울산 한곳 요구는 가장 합리적이며 현실성이 잇는 제안입니다. 선거는 이상만 갖이고 결정될 문제가 아니며, 엊그네 야5+4 회의에서 66개 수권 기초단체장 선정에세 민주당이 강남,중구, 광진,중량,양천, 성동,등 서울지역 6개 구청장과 오산, 하남등 5개 시장 후보를 다른 야당과 시민단체 추천 후보에게 내주는 절충안에 부천, 안산등은 경쟁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식에 합의에 도달한데, 진보신당 노희찬대표도당은 민주당에 사실상 광역단체장을 몰아준다고 야권 단일 후보안을 전면 거부한다. 노대표는 87년, 92년 대선에서 노태우와 얼간이 YS로 부터

    팔짜 고칠 수십억대를 받아챙긴 희대의 사기한이며 대선 부로커인 백모놈의 대선 사무장을 자낸자라고 유력한 시민단체 고문이 전한다. 이치들을은 승산도 없으면서 무엇을 빨야고 서울이나 경기를 원하고 잇는가! 자기들 상정인 역적찌거딩으로 부터 대박을 노리고 잇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희찬도당의 한나라당 용병의삼가는 역적 해위를 숙지하고 잇음에도 민형사상 책임문제로 기피하고 잇을뿐이다. 그러니 여러학생들은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여러분들이 총궐기하여 이치들 파렴치범들의 선거 판도 파괴행위를 규탄만아 아치들 선거 부로커들의 파렴치행위를 막을 수 잇다.

    다음은 어떻게 하면 선거 기피증에 중독된 학생들을 선거에 투표관심을 갖게하는가?

    97년 12월18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1월 초 각대학 선거 분위기를 분위기를 알여고

    여러 대학에 가보앗더니 대학에 모의 대선 판이 붙엇는데, 처음에는 별로 참가자가 많지

    않앗으나 차즘 모의 투표자 증가에 DJ당선을 확신할 수 잇엇다. 권영길 후보 보다 DJ투표자가 앞도하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 19일 대선에서도 권영길 후보 보다 노무현 후보가

    압도으로 많앗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4월 경 부터 모의 투표 계신판 설치면 생소한 신참 투표자들도 호기심 반으로 투표하면, 그동안 투표기피증에 중독된 학생들도 대거 이에 동참하리라 본다. 좋으면 빨리하여라! the sooner, the better 라는 격언이 잇듯이 앞으로

    이나라 운명은 여러분의 선거 참가에 잇다고 하여도 지니친 말이 아니다.

    야러분들의 대거 참여면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잇기때문이다. 가자 투표장으로!



    민주화운공기념사업회, 시민주권, 노모현 재단,한겨레 신문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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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_후기] 2010 전국대학생대회

  지난 2월 9, 10일 이틀에 걸쳐 중앙대학교에서 "전국대학생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교육투쟁, 정세전망, 대중운동사례발표, 새내기마당, 페민스쿨, 문예마당 등 총 6개의 다채로운 주제로 열린 이번 대학생대회에 전국에서 수백명의 대학생들로 강의실은 발디딜 틈이 없었답니다.^^ 참가자들이 각 주제 별로 참가 후기를 보내주셨으니 그 뜨거웠던 토론의 현장을 직접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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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마다 학기 초가 되면 등록금 투쟁으로 온 학교가 떠들썩하지요. 물론 등록금 문제는 이 땅의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교육비에 대한 문제제기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도 한 만큼, 살인적으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해요.
  하지만 대학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는 단지 등록금만을 문제로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중앙대만 하더라도 경쟁력 없는 학과를 퇴출시키고 오로지 우리 사회에서 '돈이 될' 것 같은 학문 만을 육성시키는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열심히 학교를 다닌 것 뿐인데, 학교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학과를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우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도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런 제 마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 잘 깨닫고 있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대학생대회 교육투쟁마당에 함께 하면서 제가 평소에 고민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뻥~ 뚫린 것 같았어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 때문에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요구받고, 또 교육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달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다른 학우들에게 대학 구조조정을 이야기할 때, '이래저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정당한거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록금 문제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들기도 했구요. 이번에 배운 걸 바탕으로 올 한해 중앙대 대학 구조조정 반드시 막아낼거예요~!!!




  올해도 들뜬 마음으로 전국대학생대회에 전일참가 했습니다! 작년, 그러니까 2009년 전국대학생대회에서 얻었던 ‘아, 대중운동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느낌,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업계획을 짤 때 09년 자료집을 뒤적뒤적거리며 마스터플랜을 짜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올해도 역시 부푼 기대를 안고 달려갔습니다!

  전국대학생대회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날씨는 흐리고 비가 왔었고, 중앙대학교는 학과 구조조정 때문에 학내 곳곳에 플랑이 나붙어있었습니다. 2010년의 시작이 이만큼 어둡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메인마당인 정세토론에서 나왔던 자세한 설명들을 통해 저의 이러한 느낌을 비교적 잘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지겹게 들었던 “그래 알았다. 그래서 투표할거야? 안 할 거야?”라는 질문. 바로 그 지점에서 ‘운동’의 프레임을 확장할 수 있는 의회주의에 대한 시각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어려웠지만, 그곳에서 오갔던 어떤 거대한 이야기들은 사실 바로 ‘내가 몸담은 학생사회, 즉 과/학회/동아리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며 정치를 복원해나가자!’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뿌리 깊은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해줄 수 있었습니다.



  대중운동 사례발표에서 나왔던 조건과 상황이 각각 다른 3개 대학의 사례들을 보는 것이 현재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09년 각 캠에서의 대중운동들을 통해서 과거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을 돌아보며 현재의 상황에 맞는, 그리고 과거의 편향성을 경계하면서 만들어져가야 할 새로운 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또한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사례들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반복하는 것이 대중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각 사례들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전망들을 도출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각 3학교의 대중운동 사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눈여겨보았던 것은 성균관대의 사업이었습니다. 이는 대구대 캠의 사회과학대학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동질감이기도 했지만, 박제화되고 침체되고, 형식적인 ‘학술제’에 대한 실망과 함께 훌륭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팀을 구성하고 단 학회 단위별로 제안하고 충분한 참여를 이끌어 낸 것 또한 대구대 캠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학내에서의 교육투쟁, 페미니즘, 대학사회라는 의제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을 통해서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 학내 반성폭력 운동의 동의지반, 자유주의적 각 개편들에 대해서 대중들과 소통되고 함께 기획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등을 모색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연세대 문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영이라고 합니다! ^-^
지난 9,10일 처음으로 전국대학생대회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첫날 2010 교육투쟁과 정세토론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제 2학년으로 올라가는 만큼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내용을 학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대중운동 실력을 쌓고 활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대중운동실력쌓기 텀을 기대하며 두근두근했습니다. 페민스쿨과 문예마당도 정말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ㅠㅠ; 한 가지밖에 택할 수 없기에 2학년이 되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새내기를 맞이하는 2010가지 방법>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학내에서 속해 있는 단위들에서 새내기맞이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활동가'로서 새내기를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제게 2010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내기맞이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막연히 '밥 좀 사주고 같이 놀아주고 예뻐해 주다보면 어떻게든 되려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내기맞이의 A부터 Z까지 시기별로 정~말 상세히 설명해 놓은 자료집과 발제를 통해 비로소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써있는 대로만 하면 진짜 잘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노력도 정말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
  발제 후 자유롭게 생각을 발언하는 시간에서는, 전국에서 온 동지들의 수많은 고민과 상황 공유가 이뤄졌습니다. 각자 자신이 속한 단위에서 겪은 어려움, 느꼈던 희망,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을 얻어 가고, 앞으로의 활동의 비전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어서 과/반/동아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노력하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딱딱했던 공통마당, 메인마당에 비해 좀더) 소박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논의가 산으로 가버린 아까운 시간을 보냈던 대중운동 사례 발표 시간의 아쉬움도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새내기를 맞이하는 2010가지 방법>을 통해 많은 것을 얻긴 했지만, 그래도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일은 분명 무척 험난한 길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많이 부딪히고 속상한 일도 많이 겪겠지만,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2007년에는 연세대에서 자기 혼자서만 반 신자유주의 선봉대에 전참했는데 2년 만에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하고 있는 걸 보라고, 너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가라고 말했던 같은 캠 선배의 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점점 사람들이 떠나고 약해지고 있는 기층단위들을 다시 세우려고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크게 보람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시 걱정보다도 토끼 같은 새내기들을 만날(♡), 그리고 이제 정말로 선배가 될 기대와 설렘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모든 동지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가는 2010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09년에 처음 새내기를 만나면서, 제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페미니즘이었습니다. 새내기들 3명이 모두 재수생 남자아이들이었고, 덕분에 동아리 구성원들은 전체적으로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당시 페미니즘을 09학번들에게 어떻게든 '각인'시키려는 노력은 너무 강압적으로 진행되었고, 덕분에 새내기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필요성은 알겠어도 페미니즘을 삶으로서 접하기보다는 너무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기억하게 된 듯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 페민스쿨은 '미리 접했더라면...'하고 생각할 만큼,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09년도에 저의 페미니즘은 <'사적인 페미니즘'='일상' Vs. '공적인 페미니즘'='연대와 학습'>라는 부당한 대립각 속에서 많은 질곡을 겪곤 했습니다. 이번 페민스쿨은 그 대립각을 적절히 깨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그 동안 페미니즘과 관련된 기획이 '세미나'나 '회의'에서 그치고, 일상에서의 '이야기'로 보충되어왔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페민스쿨은 일상의 것을 어떻게 공론화하여 개인에 대한 지탄이 아닌 전체 공동체가 같이 사고해야 할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적절한 예시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족과 노동의 경우, 어렵다고 판단되어질 수도 있겠지만, '변혁의 무기로서의 페미니즘'으로 여타 페미니즘의 의제들을 포괄하며 활동에 대한 의욕이 있는 새내기들에게는 다른 부분보다 더 쉽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특히 제가 만난 남자 새내기들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가족과 노동을 통해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애' 와 관련된 부분은 특히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현재의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규정하는 공동체 내 연애에 대한 '금지'나 '두려움'이 아니라, 어떻게 포괄적인 페미니즘적 인식 속에서 어떻게 대안적인 연애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될 지에 대한 기획들을 제안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페민스쿨은 다양한 기획과 논의를 제안함으로써 새내기를 페미니즘으로 만나는 것이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 즐겁고 기대되는 일로 만들어주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활기차게 페미니즘을 활동 속에 녹여내서, 내년에 페미니즘을 즐겁게 사고하는 새로운 새내기들과 함께 페민스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0 대학생 대회의 대중운동 실력 기르기 마당은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새내기를 맞이하는 방법, 페민스쿨, 그리고 문화제 기획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캠에서 문화제의 기억이 많지가 않았고, 그것을 기획하는 것에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하며, 어떤 아이디어들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서 문화제 마당에 갔었습니다. 새내기 마당이나 페민스쿨에 비해서 사람은 적었지만, 소수 정예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발제를 듣고, 모여서 나름의 기획 회의들도 했었답니다.
  왜 문화운동만이 아니고, 문화와 예술이 같이 들어가 있는 문화예술운동인지에 대한 내용부터 문화제 기획의 실제와 예시가 결합된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으로 계획을 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로가 겪었던 문화제의 기억들을 공유도 해보고, 좋았던 기억들뿐만 아니라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마지막에는 실제로 문화제 마당에 있는 우리가 기획해보는 기회도 만들었었는데, 20~30분에 모든 계획을 다 하려고 하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3.8 문화제, 해오름제, OO인의 밤 등등 여러 문화제 소스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하나씩 택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서로 모여서 기획 의도, 목적, 마스터플랜, 심지어는 문화제 외의 사업들(문화제의 기억들을 모을 수 있는 것)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마당을 겪으면서 배우고 생각했던 것은 문화제 기획은 거창하지 않고,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들을 하는데 앞서 가장 먼저 하는 목적을 세우는 것, 의도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부분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겁니다. 문화제 기획을 통해서 문화예술운동이란 무엇이며, 문화제를 통해서 많은 건강한 기억들을 남기는 데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서, 대학생 대회 시작할 때 많은 무기들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 중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봅니다. 모두 그 날 배우고 느꼈던 것으로 대중운동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10/02/16 19:32 2010/02/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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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계화 운동을 남한 곳곳에 뿌리내릴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을 선언하며!!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되어 실물부문의 경기침체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장기화된 불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초민족적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놀음을 위해 노동권, 주거권, 식량, 생태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질서로 종속시키고 파괴해 왔다. 전반적인 이윤율 하락 경향 속에서 적절한 실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철저하게 금융의 논리에 종속되어 투자되고,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변해온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본질이다. 파생상품을 확산시키면서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금융거품을 형성해 온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친 덫에 걸려 체제 자체를 위협할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지배계급들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리면서,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 위기를 지연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는 대규모 해고와 임금삭감,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 등의 일이 개별 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을 확대하는 자본의 전략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등을 통해 불안정한 세계 금융질서에 더욱 더 밀착하면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러한 지배계급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현재 운동진영은 너무나 앙상한 모습이다. 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계급투쟁이 역사적 패배를 맞이하면서 80년대 초중반이 지나야 시작된 남한 사회주의 운동은 너무나도 빨리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념과 운동의 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한 변혁운동은 ‘신자유주의’라는 지배계급의 전략에 맞설 ‘피지배계급의 재조직화와 주체형성의 전략’을 밝히지 못하면서 파견법, 정리해고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문간・기업간 격차도 커졌는데 이러한 분할선을 따라 노동자・민중들은 분열되어 연대와 단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우선해고를 수용했다. 최근에 벌어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이러한 역사적 과오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지배계급의 위기가 곧바로 민중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줄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 당 할 것 없이 각급 대중조직이 대중과 운동의 융합의 표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계급주체 형성에 실패한 것에 대한 결과이다. 대중운동이 일시적으로 고양된다 하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전체운동 상의 조직적인 성과와 전략적인 혁신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현실, 이는 학생운동이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중들의 요구를 학생대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학생‘부문’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대규모 조직력에 대한 환상에 빠지거나, 대중운동 차원에서 의미없는 분별정립을 하면서 끊임없이 축소되어왔다. 다양한 계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터져 나올 대중운동을 담을 그릇으로서, 또한 이를 급진화시킬 대중조직이 실천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학생행진의 초기 문제인식인 ‘反신자유주의 대중운동 협의체’라는 전술도 수정을 요구받았다.

건설준비위원회로서의 3년을 거쳐 본조직으로 출범하는 전국학생행진은 이제껏 지속되어 온 운동의 위기를 끊어낼 이념의 혁신과 재건을 도모하는 학생활동가 조직으로서 자기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노동자민중의 인종/성별/나이/학력 등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전 세계적 착취구조를 만드는 지배계급들에 맞서, 차이를 권리로 확장하는 가운데 특정 부문의 이익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세계화 운동의 문제의식이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때로는 그 공간을 뛰어넘어 대중의 한 가운데에서 운동을 다시 조직해 내면서,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민중들의 권리를 세계화하는 첫 발을 내 딛자.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하는 바이다.

전국학생행진은
금융화와 궁핍화에 맞서고, 금융세계화를 보호하고 통치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하면서
민중의 생존권과 평화권을 위해 투쟁한다!
또한 페미니즘 없이는 어떠한 운동도 지속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며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고, 여성권과 노동권을 쟁취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시장화 흐름에 반대하며 집단적 자기통치의 조건으로 민중의 지식권을 쟁취한다!

이를 위해,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복구하고
정세분석 및 토론, 대중정책 기획, 실험 및 평가를 통해
대안세계화 운동의 기지가 될 공간과 주체를 형성할 것을 결의한다!

폭력과 착취로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재적 형태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종식시키고 민중들의 대안이 거대한 물줄기로 쏟아져 내리게 할 장구한 싸움이 단단한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전국학생행진 회원 모두는 견결하게 투쟁할 것이다.


2009년 2월 22일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총회 참가자 일동


Posted by 행진

2009/03/11 04:34 2009/03/1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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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2차 행진운영위 엿보기

지난 8월 24일, 행진(건) 12차 운영위원회가 경북대학교 생활도서관 ‘열린글터’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5월 19일 광주순례단 일정과 맞물려 광주에서 진행되었던 10차 운영위에서 앞으로는 서울과 서울 외 지역에서 1차례씩 번갈아가며 운영위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답니다. ^^;;)

보통 행진 운영위는 2개월여마다 열립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방대하고, 확인해야 할 바가 조금은 많지만, 대부분 중요한 사항들입니다. 이번 뉴스레터 개강호에서는 9/10월 정세전망과 대중운동계획이 논의되었던 12차운영위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개강을 맞이하는 여러 동지들의 실질적 고민도 나눌 겸 뒤풀이 자리를 슬쩍 취재해 보았습니다.

애초의 기획은 개강을 앞두고 있는 동지들의 고민을 들어보려고 했는데, 술잔도 한 순배 돌고 이야기도 이어지다 보니 단순히 개강에 한정되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 같습니다. 지면관계상 뒤풀이에서 오갔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 일부만을 담았습니다. 당시의 진지하고 생산적인 이야기들을 다 전달하지 못해 아쉽네요. 12차 운영위 안건지도 다시 한 번 꼭 확인해보시구요, 개강을 보다 힘차게 맞이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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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준위장 민혜: 뒤풀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이야기하다보면 편해질 것 같네요. 용길 동지부터 한번... ^^;;

(편의상 경어로 정리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경북대 용길: 편하게 이야기하면 되죠? 교지에서는 행진에서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월례포럼의 문제의식을 살려서 9월은 군가산점제, 11월은 대선 10월은 잘 기억안나네요...^^;; 캠퍼스 전체적으로는 여러 부문영역단위 문예패, 교지, 생도 등등 부문영역별 문제의식을 가지고 포럼 진행할 계획임. 현재는 언론 포럼을 계획중이고, 학교가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광장’을 형성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중들과 부딪치고 마주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이주투쟁에 4년째 결합하고 있는데 현재 많이 동력이 떨어지지만, 기존 연대 단위들과의 연대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겠다. 경북대 간병인노조 투쟁에도 더 열심히 결합할 계획이다.

고대 태민: 방중에 이랜드 투쟁이 참 자주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 발언이나 선동 외에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방학이라 여기저기 웹자보 같은 걸 올리면 리플을 달기도 하는데, 그걸로 그치곤 해서 아쉬웠다. 개강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질 텐데 학우들을 만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성대 민혜: 한편으론 학우들 만나기가 좀 무섭기도 하다. 방중에 현장 활동이 많다보니 내 활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좋았는데... 수업듣기 너무 싫다. --;; 개강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우들을 만나는 게 단순 보고형식이 되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설레긴 하는데... 잘하고 싶다.

연대 현석: 방중에 이랜드투쟁에 주로 결합하면서 연세의료원 투쟁에 제대로 결합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반신자유주의 선봉대 가기전날 타결되었는데(2000명이상의 대규모 파업이었는데...), 참 많은 고민이 들었다. ‘연세춘추’에서는 연세의료원 파업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활동하고 있는 교지 ‘문우’를 통해서는 어떻게 알려나갈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이 든다.

동아대 상균: 저희도 고민지점이 비슷한데, 여름에 현장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지만, 관건은 개강을 맞아 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여러 학우들이 현장활동에서의 경험이나 느낌들을 공유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얼굴이 너무 타서 학우들 만나기가 두렵다. 동아대는 2학기에 축제, 학술제 등의 사업이 집중되어 있는데, 1학기때 투쟁 흐름이 2학기에 끊기는 느낌이 든다. 2학기 때 싸이클 사업에 매몰되어 투쟁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해 항상 아쉬웠는데,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이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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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용길: 부산교대나 동의대 부산대 등등 다른 대학의 동지들과도 상시적으로 만나나요?

상균: 단위 일정이 바쁜 이유도 있지만, 현재 상시적인 소통체계 같은 건 없다. 집회나 사업으로 만나는 편이다. 부산지역의 투쟁을 논의하거나 이런 자리는 아직 없고, 작년 메이데이때부터 2년째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2학기 때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는데. 430/메이데이 끝나고 서로 잘 못 만나게 아쉽다. 잘못이었던 것 같다.

경북대 용길: 겨울 현장활동에 대한 고민을 한번 해봤는데, 부산/대경지역 민중연대투쟁단과 같은 형식을 함께꾸려보면 좋지 않을까? 연대의 경험, 공동의 사업 발굴 등등 의의가 많을 것 같다. 서로의 운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함께 고민해보자.

동아대 태엽: 겨울에 지역 차원의 활동이 저조한데... 그러다 보니 새내기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장활동을 기획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역운동의 활로를 찾기 위한 사업들이 중요하다.

건준위장 민혜: 매시기 사업들의 흐름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건 우리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서울 역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각각의 사업이나 투쟁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활동에 대한 장기적인 시야와 안목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여러 실무에 지치거나 각각의 사업의 성패에 연연하기 보다는 한 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상반기에 성과도 많았지만, 예를 들어 연세의료원 투쟁이랑 이랜드투쟁이랑 마주치지 못하고 광주시청투쟁이랑 이랜드투쟁이 마주치지 못하는 건 지금의 한계인 것 같다. 그래서 선봉대처럼 전국을 순회하는 투쟁도 중요하고, 자신이 속한 지역에 기반한 투쟁을 펼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요즘 학생운동이 흥을 북돋와 주거나 기특한 애들 정도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방중의 성과가 2학기 대중사업 싸이클 속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자.

고대 태민: 캠퍼스 내 논쟁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학교에 운동단위들은 많은데 대중운동으로 외화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광장만들기처럼 정치의 공간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성대 민혜: 선거 공약이었던 ‘아고라’ 사업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마주침을 기획해보자는 취지로 여러차례 주제를 던졌는데 아무런 답글이 없었다... 6월달에 농활문제를 가지고 금잔디광장에서 포럼을 했었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학우들이 지나가다가 듣기도 하고, 유인물도 나눠주고... 등등.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성신 골룸: ‘메이데이’는 올해 2기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학로 마로니에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했다. 처음 취지는 학내나 집회 뿐 아니라, 직접밖에 나가보자는 의미였다. 마로니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쉬기도 하고 혼자 노래도 하고 기타도 치고...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관객이랑 무대가 단절되지 않은 분위기라 좋은 것 같다. 올해의 경우에도 느낌이 좋았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공감하는... 그런 경험들이 소중한 것 같다. 일상적인 발언들 속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자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갈 필요가 있겠다. 아무도 안 들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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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재명: 대학로에서의 거리공연 참 참신해요!! ^^;; (약간 취기가 오른 듯한...)  국립대 법인화 관련한 쟁점을 여론화시키는데 대한 고민이 있다. 사실... 올해 총학생회가 국립대 법인화를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문제로 바라보기보다는 등록금인상 때문에 막연한 반대...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쳤다. 강원대 삼척대 통폐합이나 캠퍼스 이전과 관련한 학교발전이데올로기의 문제 등이 올바르게 문제되지 못했다. 교육투쟁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어떻게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할 것인가? 학내 여러 단위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공감은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합의가 부족하다. 반전투쟁하면서 반전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한미FTA 투쟁하면서 입장이 다르고... 안타깝다.

우리가 그동안 타 단위와의 연대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선험적으로 재단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올해는 연대하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는데, 한계도 있었지만 단절되었던 그동안을 되돌아보면 성과도 분명이 있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개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강하면 연대에 대한 노력을 다시 기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개입하는 과정..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람 한명 한명에 얽매이지 않는 꾸준함이 필요한 것 같다.

건준위장 민혜: 다시 운영위 자리에서 만날 때까지 각자의 공간에서 열심히 살자. 그리고 서로의 풍부한 경험들을 앞으로 홈페이지등을 통해 공유해나가자. 짠~~~

Posted by 행진

2007/09/08 21:16 2007/09/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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