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 세계화의 전사가 되란다
살아남으려면 너희들 스스로 / 무장을 갖추라 한다
그 모든 전쟁에서 / 너희들이 만든 그 모든 전쟁에서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죽어야만 얻을 수 있는 영예를 얻었고
다쳐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도 얻었지
폐품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그 고마운 자유도 얻었지
승전국의 병사들과 패전국의 병사들은
너희가 만든 그 더러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었나
- 노래, 「시대」의 가사 중.


“전쟁을 멈춰라!” 이것은 진보와 평화를 염원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외쳐왔던 말이다. 그리고 「반전평화」라는 것은 미국의 전세계적인 군사패권전략이 노골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평택에서, 이라크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의 모든 곳곳에서 싸워 얻어나가야 할 소중한 보편적 가치이다.

물론 전쟁은 인류 역사상, 조금 좁게 볼 때는 자본주의의 역사상 계속해서 발발해왔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반전평화」는 과거의 「반전평화」 운동과 비교해봤을 때 그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진정으로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서, 「반전평화」 운동에 임하는 우리들은 이 구체적인 지점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현재의 전쟁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정세적인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이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실천이 빠진 「반전평화」 운동은 무기력함과 관성에 빠지기 쉽다.

이런 점에서, 90년대와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 문제들 - 아프리카와 남미에서의 수많은 국내 분쟁들, 미국의 이라크 침공, 그리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평택 문제 등 - 은 「신자유주의」 문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즉 현재의 「반전평화」 운동과 「反신자유주의」 운동은 다른 목표를 가진 별개의 운동이 아닌 것이다. 이 점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하여, 이 기획글를 쓰게 되었다.

(참고로 이 글에서 미처 다 설명하지 못했지만, 전국학생행진 집행부는 더 자세한 설명을 담은 몇몇 논문들 - 예컨대 「무장한 세계화」라는 표현을 만든 끌로드 세르파티 Claude Serfati 씨의 글이나 메리 칼도 Mary Kaldor 씨의 글을 요약번역한 텍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파일로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필요한 분이 있으시면 stu_link@hanmail.net으로 연락주세요.)

자본주의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봤을 때, 전쟁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동시에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강대국들의 지배권을 굳건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냉전 대결을 벌이면서, 미국은 자신의 정치적 지배력을 세계 자본주의 진영 곳곳에서 유지하기 위해, 온갖 테러와 전쟁을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1965년 미국은 2만2천명의 병사를 투입해 도미니카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진압했다. 이 결과 도미니카의 수도 산토도밍고의 길거리에서는 3천 명의 사람들이 사살당했다. 또 10년에 걸친 베트남 침공에서 미국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부패한 (하지만 친미적인) 남베트남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베트남인 한 명당 0.25톤에 달하는 폭탄을 베트남 영토에 퍼부었고,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인도차이나에서 죽어갔다. “때로는 그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 나라를 파괴할 필요도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논리였다.

냉전 시기 동안 계속된 군비 경쟁의 결과, 소련은 결국 파산했다. 그리고 소비에트 진영의 많은 국가들은 일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 그리고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등을 보면서, 사람들은 “냉전이 끝나면 지구의 평화가 도래할 것이다.”라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자 순진한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현재의 전쟁은 오히려 냉전 시절보다도 더 예측불가능하고, 신속하고, 더욱 잔인하게 벌어지고 있다.

70년대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불황과 위기에 빠진 후, 이를 극복한답시고 지배세력들이 새롭게 내놓은 전략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광풍 속에서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극단적인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려왔다. 「고용 없는 성장」과 「빈부의 양극화」라는 세계화의 덫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은 최소한의 삶의 희망을 잃어간 채 체제에 대한 증오를 키워간다. 그리고 저항한다. 이러한 저항은 전 세계 각지에서 정치질서들을 뒤흔들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토대인 에너지 네트워크(예컨대 석유)와 금융 네트워크, 사적 소유권들을 위협한다. 이제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세력들에게 있어, 이러한 저항들을 어떻게든 진압하는 것이 가장 관건적인 문제가 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서, 미국과 동맹세력들(대표적인 것이 남한 노무현 정부)의 국익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세계화는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이 세계화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국가 안보의 가장 큰 목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세계 곳곳에 배치된 미국의 무장 군인들은 19세기의 식민화 시대 때 영국해군이 그러했듯, 중요한 시장들을 보호하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관철시키는 「세계경찰」의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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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탈냉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각종 전쟁들의 의미이다. 미국, 미국의 하위파트너인 동맹세력들(일본 정부, 남한 정부 등), 그리고 금융세계화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 군수산업체들(록히드 마틴社, 보잉社 등)은 ‘공통의 이해’로 똘똘 뭉친 채,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정의」를 위한 전쟁을 수행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수많은 전쟁들의 작동 메커니즘이다. 이 점에서 남한의 평택과 이라크의 바그다드는 결코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무기고에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임무를 완수하길 좋아한다. 나는 문제 해결사다.”
-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신임대표,
조만간 있을 한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중.


노무현 정권은 영광스럽게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부응하는 세계 최초의 미 동맹국이 되었다. 만약 미국과 노무현 정부의 계획대로 평택의 전쟁기지 건설이 완료된다면, 이제 몸집이 한결 가벼워진 주한미군은 한반도 붙박이군의 수준을 넘어 전 세계 분쟁지역에 민첩하게 투입될 수 있는 유동군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평택과 오산은 각각 항구와 공군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병력과 장비가 들락거리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쉽게 말해 주한미군은 전 세계 아무데로나 파병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라크에 군대가 파견되었듯.

결국 평택에서의 싸움은 평택 주민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남한 전체,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서라면 ‘선제공격’까지 불사하겠다고 하지만, 그 민주주의와 자유의 본질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확산’, 바로 이것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재편을 통해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 질서로 안정적으로 통합시키는 것,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이 더욱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것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던 정권에 대해서 미국이 무력개입까지 불사한 경험은 셀 수 없이 많다. 개입 이후 미국은 해당 국가에서 민중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가 확보되었다고 선언했지만, 그 결과는 IMF가 권고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실행 후 파탄날대로 나버린 민중들의 삶이었을 뿐이다.

결국 FTA 반대 투쟁과, 평택 탈환 투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금융세계화」와 「군사세계화」는 신자유주의를 이루는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고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 「반미-반전-반세계화」라는 거대한 싸움에 헌신적으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운동 모습을 돌이켜봤을 때, 아쉬운 점이 많다. 반전평화라는 이름 아래 벌어졌던 많은 운동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흐름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부시나 노무현 등의 위정자들의 양심과 도덕에 기대는 청원하는 그런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거나, 또는 마이클 무어 씨의 「화씨 9.11」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부시 개인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기도 하였다. (물론 「화씨 9.11」은 비교적 괜찮은 영화이지만^^) 하지만 전쟁은 단순히 몇몇 정치가들의 도덕과 결단으로 좌우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스템, 영화제목으로 표현하자면 강고한 매트릭스(Matrix)의 문제인 것이다. 전쟁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 신자유주의 - 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반대 속에서, 우리의 반전평화 운동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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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다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으로서, 『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조엘 안드레아스)』를 또한 소개한다. 이 책은 건국 시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침략과 살육으로 점철된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고, 미국을 ‘전쟁중독’으로 몰아가는 소수들의 집요한 네트워크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즈음에는 신자유주의 군사세계화 국면에서 일어나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84쪽의 얇은 분량에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으로 만만치 않은 주제를 날카롭고도 평이하게 다루고 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읽어보시길~^^

(앞에서 말했듯이 전국학생행진 집행부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몇몇 논문들 - 아쉽게도 시중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번역되지 못하였다 - 이 필요한 분은 이메일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Posted by 행진

2006/04/24 05:31 2006/04/2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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