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리실 역은 ‘생태위기역’입니다.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 추선영 옮김 / 책갈피 / 초판 2007.7.5







전 지구적 생태 위기

  경제성장과 이윤이 모든 것에 앞선다고 생각했던 근시안적 태도의 결과로 2009년, 민중들이 직면한 위기는 실로 막대하다. 전 세계의 생존 가능성 문제가 수시로 신문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서히 침몰하는 몰디브 섬에서 어업과 관광업에 종사하던 주민 40여만 명이 입은 심각한 타격. 폐국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투발루. 인근 국가에서 이주를 받아주지 않아 물이 차오르는 섬 안에서 도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 반 이상의 국민들도 있다. 2009년 12월 15일자 경향 신문은 “기후변화 앞에 평평해진 세계”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둘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15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는 농민과 노동계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기후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향후 금융 및 산업구조가 재편될 경우 노동자들부터 변화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을 기회로 덴마크, 미국, 영국 등은 밀실 협의를 통해 최빈국이나 섬나라 민중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의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향 신문의 헤드라인처럼 이대로도 ‘기후변화 앞에서’ 전 세계는 평평해질 수 있을까?

  21세기의 첫 몇 년 동안 지구에 대한 자본주의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2001년 미국의 중심에서 일어난 9.11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 이후, 전 세계 민중들은 중동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이 수차례 일으킨 전쟁과 지구온난화가 상징하는 생태 위기의 가속을 보아왔다.
  생태계가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지만, 속류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자기 방어를 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대안으로 삼아 비용이 들지 않는 에너지를 채택하면 된다고 선전하거나, 에너지 가격을 다시금 조정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에 관련한 금융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 이들의 주목적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 사회주의가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는 어떤 전환과정에나 필요한 근본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는 이윤에 대항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본의 역량을 넘어섬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생태 위기의 원인도 정면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대안세계를 꿈꾼다면, 생태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를 밝히는 문제는 시급한 과제이다.

계급 對 생태?

  계급을 배제한 환경주의는 한계를 가진다. 오늘날 많은 저명한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운동이 계급투쟁보다 우위에 있고, 계급투쟁을 극복한 대표적 운동이라고 자임하는 정치적 관점을 가진다. (사실 역으로도 같다. 현재 대다수 노동운동의 관점도 이와 상이하거나, 미달하기도 한다.) 영국 녹색주의 지도자 조나단 포리트는 독일 녹색당의 등장을 "좌와 우로 나뉘어 장황한 논쟁이나 하는 계급투쟁의 불변이라는 신화"를 끝장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환경문제의 원인을 대부분 소비자의 소비 습관, 출산율, 산업화의 특징으로만 돌리고 만다.
  우리는 급속한 환경 파괴가 자본주의 사회와 (계급투쟁을 규정하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축적 과정의 고유한 일부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오직 지구만 대변하고 계급과 그 밖의 사회적 불평등을 무시하는 생태 운동은 인간의 생산적 에너지, 건조 환경, 지구의 생태 자체의 무제한적 상품화를 지향하는 자신들의 관점으로 환경문제를 대체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자본주의의 지배적 힘의 관계는 강화된다.

  저자는 고목림이 처한 위기와 미국 태평양 북서부의 목재 산업에 관련된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위의 주장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타당하게 드러나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여기서 노동-환경주의 전략이 합의되지 않은 채로 투쟁을 지속한다면, 노동자와 환경운동가가 일자리와 생태를 부당하게 견주는 데에 국가장치는 필연코 개입하여 부당한 쟁점을 부추기며 제 몫을 챙겨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對 생태!

  차등적 가치 평가는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에게는 매우 핵심적 요소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예산관리국은 "노동자의 직업상 위험 증가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을 근거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달러로 환산한 적이 있다. 이런 전제하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생명의 가치는 기업의 CEO 1년 연봉을 훨씬 밑도는 금액밖에 되지 않았다.
  일부 경제학자들 역시 인간 생명 가치를 개인의 소득 능력을 기초로 산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여성의 생명은 남성의 생명보다, 흑인의 생명은 백인의 생명보다 훨씬 못한 것이 된다. 이 말을 환경적 용어로 옮기면 가난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면 그 위험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는 뜻이다. 즉, 심한 오염 유발 시설을 가난한 이웃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접근이다. 이는 사실 매우 보편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현상이다.
  - 본문 105-106쪽

  생태학과 자본주의가 대립한다는 관점은 현재의 생태 위기의 원인을 인간 본성에 돌리거나 근대성, 산업주의, 경제 발전 등에 돌리는 태도와는 구별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내적으로 생태를 파괴할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책 전반에서 상세히 서술한다. 저자의 의도는 독자로 하여금 자본주의와 생태계가 두 발로 설 수 있다는 것이 왜 허구인지,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점점 더 심화시켜 나가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지만, 생태 위기를 유발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더 철저히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행동 원칙으로서 저자는 오늘날 환경 운동 전반이 겪고 있는‘일자리 對 자연’이라는 걸림돌을 계급에 기반한 진보적 대응을 통해 넘어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책만으로 생태 위기의 계급적 기원을 드러내기엔 미달하는 부분이 많다.
  생태 위기에 맞서 진보적이고 계급 지향적으로 대응하려면 생태적 전환 강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은 추상적이지만, 이는 즉각적으로 실천적인 쟁점을 촉구한다. 이것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공동의 강령을 중심으로 ‘어떻게 힘을 합칠 지’는 우리의 몫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일반화’시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대안 세계화 운동을 온전히 실행해내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것들 - 멸종, 산재 사망, 자신의 신체에 대한 여성의 직접 통제권 문제, 유독성 폐기물을 빈곤층 거주지에 내다 버리는 문제, 황폐한 도시, 제3세계 빈곤,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방사능 오염, 사막화, 토양침식, 수자원 오염 등 - 과 분리된 현재의 경제학처럼 삶과 사회를 다른 한편에 놓아둔 채,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과오를 범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대안세계화 운동을 지지하며

  최근 경제학자들이 이 비판에 대응하기 시작해, 자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거나 환경을 시장 체제에 좀 더 완전히 통합시키는 등의 작업에 몰두하는 환경경제학의 하위 분야가 급속히 성장 중이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치료가 병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 시장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자연환경을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 흡수하려 한다면, ‘성에 안 차는 과거의 식민주의를 새로운 식민주의가 대체하듯 경제가 환경을 지배하는 또 다른 제국을 만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환경경제학 연구의 실제 목적은 하나다. 지구에 가격 매기기. “환경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분석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제 환원주의의 모순은 오랜 역사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통제권을 소실케 하며, 군사와 금융의 세계화를 촉진해왔다. 생태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나는 ‘자연자본’이라는 신상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자연을 자본화하는 신자유주의에 제동을 거는 일은, 기간 전국학생행진에서 실천해온 운동과 일맥이라 생각한다.

  또한 역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남한의 독특한 위상은 운동적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투적 노동운동의 역사와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반대가 상징하는 강력한 생태 운동, 그리고 통일 문제와 결부돼 반제국주의 투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남한 사회는 (전 세계 독점금융자본의 헤게모니와 미 제국의 지배에 여전히 종속된 채) 갑작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생태 위기를 뒷전에 두지 않고 남한 사회에 걸맞은 계급투쟁과 생태주의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사고하는 일은, 우리가 발 디딘 현재 사회에 제대로 조응하는 유물론적 실천으로서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는 (완성된 제언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두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욱 운동가들에게 유익한 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9/12/19 21:52 2009/12/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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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 정상회담 비판]
‘다른 세계’를 가능케 할 촛불을 밝히자!


 

세계적인 운동과 세계적인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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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장대비 속에서 66번째 촛불시위를 벌인 12일, 일본과 각국 일본대사관에서는 G8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동시다발 시위가 전개되었다. ‘G8 반대 세계행동의 날’로 선포된 이 날, 각국의 많은 시민들은 그간의 운동을 갈무리하고 향후의 투쟁을 결의하는 한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정상회의가 열린 7월 7~9일과 그 앞뒤 기간 동안 주최국인 일본이 시위대에 가한 폭력적인 진압을 비판했다. 일본경찰은 시위참가자 강제해산과 연행은 물론, 평화롭게 행진하고 있던 시위대의 트럭 창문을 깬 후 운전자를 끌어내는 등 과도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아예 각국 활동가들의 비자승인이나 입국을 거부하고 억류 및 출국조치를 하면서 원천봉쇄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G8이나 여타 국제회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대한 탄압은 올해 일본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제노바에서 열린 G8 회담 당시에는 무장한 경찰이 시위에 참가 중이던 한 청년을 총으로 쏘아 살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저들이 전 세계 민중들이 요구하는 생존과 안정, 자유와 평등을 폭력적으로 묵살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해법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마치 군홧발로 촛불시민들을 짓밟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이명박 정권처럼 ‘신자유주의 경찰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일본, 그리고 그 비호 뒤에 모인 열강들은 전 세계 민중들로부터 대체 무엇을 지키고자 했던 것일까?

G8의 본질과 대안세계화 운동의 대응

선진 8개국의 모임(Group of Eight)을 뜻하는 G8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로 구성되어있으며, 이들의 GDP는 세계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군사비 지출은 90%에 육박한다. 따라서 G8은 구속력을 갖는 공식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이들이 연례 회담을 통해 결정하는 사항들은 IMF와 WTO의 ‘지침’이 되며 세계 정치경제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1차 석유위기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국제 통화체계의 위기,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에 직면한 중심부 국가들이 상호대립을 피하고 직접적인 정책조율을 도모하기 위해 1975년 결성된 G6(캐나다는 1976년, 러시아는 1996년부터 참가했다.)은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우두머리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에 고금리 정책과 노동유연화, 사회보장제도 해체 등으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의 확산도, 1990년대 이후 IMF와 세계은행 강화를 매개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의 강요도 모두 이들의 협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주변부 국가들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이러한 조치들은 보통 ‘외채탕감’이나 ‘발전원조’, ‘환경과 문화다양성의 보전’과 같이 자못 ‘휴머니즘적’인 언사로 꾸며져 의제로 올라가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수사 뒤에는 언제나 지원대상이 되는 국가들에 대한 폭력적인 구조조정과 무역․투자 자유화의 강요가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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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G8의 본질을 폭로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은 1999년 G8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쾰른에서 대규모 반대시위가 조직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국제적인 직접행동으로 시애틀 WTO 각료회의를 저지한 경험, 2001년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는 기치 하에 시작된 세계사회포럼의 경험은 G8에 대항하는 운동이 보다 발전할 수 있게 했다.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 G8에 맞서 10만 민중의 강력한 시위가 벌어지고, 또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칸쿤 WTO 각료회의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무산시킨 투쟁,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투쟁이 전개된 것은 그 직접적인 성과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세계화 운동은 ‘호화로운 만찬장에서 제3세계의 기아를 근심하는’ G8 정상들은 물론, 그들에 대한 읍소를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트리는 NGO적 경향(2005년 G8 개최국인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아프리카 원조, 에이즈 퇴치와 같은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표방하며 대안세계화운동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채탕감을 요구하는 ‘빈곤을 역사 속으로(Make Poverty History)’와 같은 NGO와 엘튼 존, 마돈나, U2 등 유명가수들이 출연한 대규모 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G8 반대투쟁의 자리를 대신했다.) 모두를 비판한다. 작년 독일 로스톡 G8 반대투쟁은 “제노바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끝장내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오직 전 세계 민중들의 단결과 연대뿐임을 분명히 했다.

저들이 극복할 수 없는 경제위기와 생태위기

올해 G8 정상회의의 주요 화두는 국제적인 금융 불안과 유가 및 곡물가 폭등으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였다. 이는 현 시기 자본의 편에서 볼 때 사활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비롯된 미국 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달러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환율조정 등 중심부 국가 간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 또한 유가를 잡기 위한 석유증산 요청, 소비국의 에너지 절약 강제, 곡물가를 잡기 위한 농산물 수출규제 완화, 바이오연료 사용 감축 등 역시 절실하다.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성장세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할 수 있는 타협과 기술개발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과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어느 하나만 골라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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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도야코 회의는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했다. 금융불안정 및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 규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제3세계 식량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바이오연료 문제에 대해서는 “식량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토의정서’ 만료 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배출량 증가를 막는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 때문에 ‘해결책’이 합의되지 못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거론한 글로벌 정책공조가 순탄히 합의된다 해도 현재의 경제위기와 생태위기, 그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이윤율 하락을 반등시킬 생산혁신을 조직할 능력이 없고, 달러 발권이익을 통한 위기의 지연은 쌍둥이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지속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중심부 국가 간 정책공조 역시 당장의 경착륙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이는 오히려 1970년대 남미 외채위기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등의 형태로 수차례 반복된 주변부의 금융위기를 야기하여, 세계경제의 토대를 더욱 무너뜨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상승과 식량위기, 그에 뒤따르는 고통전가로 인해 민중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 역시 자명하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생태위기마저도 투자와 이윤확대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자본의 전략은 환경정화비용을 위해서도 더 높은 경제성장, 따라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로써 생태위험을 증폭시키고 착취를 강화할 뿐이다. (이상의 주장은 곧 있을 <2008 대안세계화 학생포럼>에서 훨씬 상세하게 분석될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고 위기를 지연하려는 G8은 기만과 무능의 잔치일 뿐이다.

이명박을 고꾸라트리고 대안세계를 향해 행진하자!

기만과 무능이라면 G8에 결코 뒤지지 않을 이명박 대통령 역시 폭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콩고물을 얻어먹고자 정상회의에 참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촛불집회 때문에 한국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케케묵은 논리를 다시 한 번 꺼내들며 촛불시민들을 공격했다. 또한 8월 초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을 갖고 그의 임기 내에 한미FTA를 비준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쇠고기 문제로 인해 (한미FTA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다”라고 말하며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임을 약속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권에 쇠고기 재협상의 의지란 조금도 없음을 천명했고,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사태에 대해 자신이 가진 해법이란 오직 한미FTA 체결을 통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세계경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 말고는 없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오직 더 많은, 더 밝은 촛불뿐이다. 우리는 한미FTA 반대투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촛불을 확산시키고 끈질기게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촛불은 격렬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시애틀에서, 제노바에서, 홋카이도에서 용감히 싸운 전 세계 사회운동과 만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끝장내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촛불이 꺼진다면 한국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건설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이명박 정권을 진짜로 퇴진시킬 수 있는 민중들의 깊고 너른 역량과 구체적인 전망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전진 속에서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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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8/07/18 00:14 2008/07/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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