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맹 탈출 프로젝트 >>
최근의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사태 분석
남한에서 한 끼 식사를 가장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라면. 지난 2월 말, 그 라면값이 50원 인상되었다. 그리고 인상 전, 라면 사재기가 일어났다. 물론 라면 한 개의 50원이 모이면 그렇게 작은 돈은 아니겠고, 몇 년 사이 500원에서 1000원에 더 가까워진 라면 가격에서 50원이 더 오른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사회가 좀 더 여유로운 곳이었다면 이렇게 50원에 치열해져 미리 최대한 라면을 많이 사놓기 위해 머리를 쓰고 날짜에 맞춰 마트에 가는 일은 적지 않았을까. 라면을 미리 사놓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사회를 ‘알뜰한 소비자가 많은 곳’ 으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인해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집트에서는 배급되는 빵을 받으려 줄을 서는 과정에서 싸움이 나거나 쓰러져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울한 것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이러한 식품 값 상승세가 10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직후 밀 값에 이어 쌀값도 하루만에 30%가 가격이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은 점점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라면 가격이 50원, 100원씩 슬금슬금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의 소비자 물가가 완만히 오르는 것과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농산물과 그에 따른 식료품 가격 인상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이를 애그플레이션이라 한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에서 상황이 이 정도일 뿐, 세계체계 속에서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곳들은 훨씬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에서 IMF의 구제금융 이후에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대대적인 보도가 나왔던 적은 거의 처음인데, 그만큼 지금의 인플레이션으로 드러나는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는데,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를 들면 ①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곡물 소비 증가 ② 바이오 연료 붐으로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 가격 상승 ③ 지구온난화, 기상악화, 경작지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의 세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인들은 분명 사실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원인 만으로 하루 만에 쌀값이 30%나 인상되고, 이렇게 단 기간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최근의 현상의 원인 중 어디에서나 ‘맨 마지막에’ ‘잠깐’ 언급되는 ‘유동성 증가에서 비롯된 투기자본의 유입’ 이라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곡물 재고량이 최저라고 하지만, 정말로 지금 이 ‘재고량 부족’ 이 지금 지구에 60억 명 분의 식량이 필요한데, 50억 명분 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거대곡물회사인 카길이 남은 곡물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곡물의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바다에 버리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지금 이 지구에서 무려 120억 명 분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짜 ‘주된’ 원인은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
‘유동성 증가에서 비롯된 투기자본의 유입’이 의미하는 바
매우 짧은 말이지만, 그리고 몇몇 경제에 밝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간단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말은 하나의 암호와도 같다. 대체 ‘유동성’ 은 뭔가? 유동성은 왜 증가하고 있는 것인가? 투기자본은 어디로 유입하고 있다는 말인가? 등등. 이것을 차근차근 풀어가 보자.
-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작년에 일어났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뉴스를 잘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경제 위기의 시작점이 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모기지대출)은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660점 이상은 프라임(Prime), 660점 미만 620점 이상은 알트-에이(Alt-A), 620점 미만은 서브 프라임(Sub-prime)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이렇듯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은 신용조건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집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금리가 높은 미국의 대출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고금리’ 인 이 프로그램에 전 세계 투자 기관들이 돈을 많이 묻어놓았었다는 것,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금리 인상 정책으로 미국의 부동산 투기 붐이 급격히 꺼졌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투기를 했던 이들이 고금리가 부담이 되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뗀 것이고, 그러자 주택 가격이 폭락하였다. 이에 따라, 서브 프라임 등급의 대출자들이돈을 빌릴 당시의 집의 시세보다 훨씬 떨어지게 되었고 이들은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흑인,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서브 프라임 대출자들은 집을 잃었고, 투자 기관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 회사는 손해 분을 감당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모기지 사태는 2007년 8월, 급락한 주택 시세로 인해 투자분을 회수하지 못한 미국 10위권인 아메리카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merica Home Mortgage Investment)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위기가 된 것은 모기지 업체 - 전 세계 투자기관 - 동네 은행의 고수익 펀드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로 지금의 세계 경제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렇게 금융경제로 온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은 이윤율 저하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이 금융적 팽창을 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바로 이 사태의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되겠다.
- 미국의 금리 정책
세계 자본주의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라들이 아무리 자국의 금리를 조정해도 미국의 통화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미국에 비해 콜금리를 계속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였는데 이도 금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IT 버블 붕괴로 인해 2003년까지 저금리 정책을 도입했으나, 2004년 6월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1.00 % 였던 금리를 서서히 올려 2006년 6월 5.25% 까지 올린 이후 1년 동안 변동 없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앞서 말했듯 이 고금리 때문에 부동산 투기 붐이 꺼졌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인 2007년 9월부터 미국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전 금리 변동폭은 보통 0.25% 였는데 비해, 지금은 한번에 0,50% 혹은 0.75%씩 금리를 내리고 있다. 3월 18일에 다시 금리를 0.75% 인하하여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이다. 이를 1.5%까지 내리는 것이 미국 FRB의 현재 목표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인해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기본적으로 고금리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저금리는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취해진다! - 금리가 높으면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금리가 낮으면 돈을 은행에서 더 빌려가겠죠? ^^) 바로 이를 ‘유동성의 증가’ 혹은 ‘과잉유동성’ 이라고 한다. 보통 통화량이 이렇게 늘어나면 수요가 늘어나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이 경제학의 보통 이론이다. 또한 이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통화량 증대 - 과잉유동성 확대가 바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아직 암호는 반밖에 풀리지 않았다. 계속 가보자.
- 달러 약세
달러 약세는 2003년부터 지속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미국의 경기 침체 때문이다. 수출을 위해 일부러 달러 약세를 부추기기도 하고, 미국경제의 신뢰도가 약화되어 달러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엔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 투기 자본은 더 높은 이자를 찾아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다른 나라의 화폐를 사고자 하므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달러 약세가 원자재 가격 (석유, 금 , 농산물)의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달러화에 픽스되어 있는 상품들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달러가 약세인데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되면 달러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손해이므로 투기 자본은 달러를 팔고 다른 곳에 투기를 하기 마련인데, 바로 지금 투기 자본들에게 가장 좋은 투자처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석유, 금, 농산물인 것이다. 이것이 애그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모기지론 사태로 당연히 동네 은행의 투자 상품에 투자를 했던 한국의 사람들도 피해를 봤다는 것, 그리고 애그플레이션의 영향 역시 앞서 이야기 하였다.
여기에서 최근 요동치고 있는 환율 이야기도 잠깐 짚고 넘어가자. 이것도 앞서 설명한 것과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에 빠져들면서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했고, 때문에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외국 시장의 달러들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계속 나왔던 용어이지만 이 ‘유동성’은 기업의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안정성’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이다. 즉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투자 대상을 바로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여기서, 글을 읽으며 각 사안들의 연결고리를 잘 찾고 그림을 제대로 그려온 사람이라면,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분명 미국의 저금리 정책 때문에 ‘과잉유동성’ 상황이라고 했는데, 여기에서는 유동성의 부족 때문에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는 통화량이 부족해서 유동성의 위기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인한 모기지 사태, 이를 이은 베어스턴스 부도로 갑자기 유동성 위기가 일어나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본들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다른 투기처로 이동할 뿐이고, 베어스턴스 등의 구제를 위한 미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역시 통화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가 아닌데도 돈을 시장에 푸는 것이 되므로 과잉유동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내 부족한 달러를 어디에서 메꿀까, 라고 했을 때 한국이라는 신흥 시장이 가장 만만한 곳이라는 것! 이것이 세계적인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달러 강세 - 원 약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 발 금융위기에 매우 빠르게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 투기 자본이 갑자기 원을 대규모로 팔고 달러를 사들여 최근의 환율급등이 일어났고, 이러한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었다.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외자 철수가 있지만, 또한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그 몫을 늘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벌어져 그 사이의 재정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변동은 이 자금의 철수를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급격한 철수는 채권가격을 하락시키고 이자율을 급등시킬 수 있다. 최근 재정부는 금리 인하, 한국은행은 최소한 금리 유지로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금리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로 대립 중이다.
그들의 위기 극복 전략.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제 위기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의 인기를 하락시키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전세계적으로 보면 식량위기에 처해 있는 나라들은 지배계급 또한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배계급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민중들이 굶는 것’ 이 아니다. ‘민중들이 배고픔으로 인해 일으키는 소요’ 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공포이다. 앞서 예를 든 아르헨티나,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예멘에서는 수도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물가안정을 잡지 못한 정부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고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의해 28년 동안 독재를 해왔던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커다란 위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대선 주자들간에 서브프라임 해법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지금의 사태는 쉽게 지배계급이 우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경제 살리기’ 하나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런 대외적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경제 성장 6%를 달성하느냐가 큰 고민일 것이다. 우선 물가안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한 이명박 정부는 ‘생필품 52개 품목 집중관리’ 와 ‘곡물 ․사료 등 수입 원자재 관세 폐지’ 등을 그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모든 언론에서 ‘실효성 없을 것’ 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생필품 집중 관리’ 와 평상시 시행했다면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곡물 관세 인하’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뒤 결국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자신의 정책 기조와 맞게끔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가안정이 7%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시급해진 상황” 이라는 발언은 마치 자신의 기존 정책기조를 바꾼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이명박은 23일 세계 4대 경제지와의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화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뿐”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역할을 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았을 때 “기업과 근로자들의 화합” 은 생존권을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억누르기 위함이었음을, “민영화를 통한 위기극복” 은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기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라. 자본의 저항은 엄청나고 이미 올린 가격을 기업이 다시 내리지는 않는다. 결국 임금동결이 인플레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이며, 이미 많은 기업에서 올해 임금동결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지배계급은 경제위기를 또 다시 민중들에게 전가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앞에 서민들이 주로 사는 생필품을 관리해주겠다는 허울 좋은 정책을 방패로 한 채로 말이다.
위기를 올곧게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 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위기’ 에는 누가 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우리에게 피부로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경제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크게 타격을 받아 온 것을 떠올리면 답은 쉽게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지만 지배계급은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 파산한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 대책을 세웠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는 회사 하나 파산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냐, 금융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집권기에 느리지만 국민 총생산이 서서히 증가했고, 결국 최근 누구나 잘 살게 될 거라는 기준처럼 여겨졌던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섰지만 이상하게도 돈이 없어 식료품을 훔친 이들의 가슴 아픈 뉴스는 더 자주 인터넷 뉴스에 뜨는 것만 같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지금의 경제 상황에, 경제 정책에, 의문을 가져보자.
뉴스의 헤드라인에 ‘경제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중요시’ 한다고 떠도 내용을 들여다보니 결국은 그렇게나 비판받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지배계급이 위기를 어떤 식으로 전가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FTA투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때 ‘맞아, 다른 건 둘째치고 농민문제는 정말 심각하지’ 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이 현재 ‘물가안정을 위한 관세인하’ 가 농민들을 다 죽이는 정책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이쪽과 저쪽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지배계급은 어떨 땐 농민에게, 또 어떨 땐 소위 도시 중산층에게, 점점 위기를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비판하든 안 하든 결국엔 펀드 투자를 권하며 민중들을 모두 금융세계화 질서에 포섭시키는 것이 모든 경제뉴스나 경제지가 하는 일이고 그 속에서 서브프라임 - 미국의 저금리 정책 - 달러 약세 - 인플레이션 - 위기 전가의 방법을 제대로 분석해주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기사에서 선동하는 ‘펀드 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 는 것의 ‘누구나’ 가 왠지 뻥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서 도대체 어디가 거짓말인지를 찾아보자. 그러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의 진짜 주된 원인이 결국은 ‘투기 자본’ 이 농산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투기 자본이 자신의 이윤을 증대시켜나가는 것이 경제 위기를 초래하고, 그 위기는 또 다시 지배계급이 아니라 민중들 개개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배계급의 만든 무수한 눈가리개를 걷어내고 이 구조를 온전히 볼 수 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의 저항은 시작된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