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어렵기만 하다.
처음 마르크스를 알게 된 것은 중 3때였던 것 같다. 친구가 들고 있었던 공산당 선언이( 물론 읽지는 않았다.) 느낌만으로도 좋은 책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후 마르크스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몇 년 뒤 대학을 들어오고 나름 머리가 컸으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나의 사랑 마르크스는 할배로 변하고 말았다. 도대체 마르크스 할배는 왜 이런 걸 적었단 말인가. 혼자서 이를 갈면서 오기로 쉬운 해설서부터 시작해볼까 하고 마음먹은 후 지난 학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원숭이도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제목에 혹해 책을 봤지만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말았다.(결코 필자가 원숭이 보다 지능이 낮은 건 아니다.) 사실 지난해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위기다 뭐다 해서 자본론에 대한 쉬운 해설서를 표방하고 있는 책들이 시중에 간간이 나오곤 했지만 정작 대중들을 만족시킬 만한 해설서는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상구씨의 책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물론 해설서 한 권을 읽음으로써 심오하고도 오묘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했다 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이다. 하지만 책 한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돌아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모두 알았다 할 순 없지만 정신없이 읽는 사이에 우리는 사람들의 노동력이 착취 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만은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노동자에게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사회
책에서 정의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지며, 자본 주변에 사람이 모여서 인간관계를 맺고 생산하는 사회이다. 즉, 인간의 삶이 자본에 종속되어 돌아가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특징은 생산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다는 점이다. 이윤 추구의 목적 속에 인간이 향유하기 위해 노동력으로 만든 생산물은 모두 상품이 되어 소비되고 자신이 만든 생산물을 사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화 시켜 팔 수밖에 없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는 교환의 편이성 때문이지만 겉모습으로만 보기에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지금의 세상은 돈에 신적인 지위를 부여했고, 사람들은 돈을 수단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를 마르크스는 화폐의 물신성이라 한다. 비본질적인 것이 본질적인 것을 지배하는 현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돈에 구속되는 것은 인간이 인간의 생산물에 구속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에 대해 낯설어 진다는 것인데, 자신의 의지와 운동의 결과물이 생산물라면 당연히 자신의 일부로 받아 들여 져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존을 담보로 자신의 노동을 팔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자신의 노동을 판매한다는 것이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 과정에 있어서 노동을 하는 주체 즉 인격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격이 가질 수 있는 재산(소유)을 포기하고 인격으로서의 자유의지를 포기한다. 노동의 대가는 당연히 노동을 실천한 사람의 것이지만 빵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인격을 판매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는 소유의 주체가 아니게 되었으므로 그 행위의 결과는 그의 것이 아니게 된다. 이는 노예제에서의 노예의 인격성 부인과 그에 따른 재산권 박탈과 유사하다.
자본은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피와 오물을 뒤집어 쓰고 태어난다.
“자본은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피와 오물을 뒤집어 쓰고 태어난다.”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는 나쁜 거였어. 사람보다 돈이 우선되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거야. 이는 개발 이익을 노린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벌어졌던 용산 참사에서도 주주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긴 쌍용 자동차 사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모든 가치를 창조한다고 한다. 자본주의 생산의 3대 요소라 불리는 토지, 자본, 노동 중 인간의 노동이 없다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상품 생산의 본질적 부분인 노동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 창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폭력과 착취의 야만성을 교묘히 감춘 채 돌아가고 있는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우리는 지금의 화려한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근간이 유명한 CEO나 기업주가 아닌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동력이라는 것을 말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와 민중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우리는 집 한 채 가지기 위해서 수십년을 일해야 하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한다. 자본주의가 가진 잘못은 확실하다.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서점을 가득 메운 돈 불리는 방법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말하자. 당신들이 하루 아침에 버는 돈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대가라는 것을 말이다.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자본주의 착취의 더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현재에도 유효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자본론이 너무 어려워 읽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지적 수준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Right Now~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