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재정적자,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지방정부의 빚잔치

지난 7월 12일 경기도 성남시 이재명 시장은 LH공사와 국토해양부에 갚아야 할 5200억 원이 없다며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경기도에서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아 이른바 ‘부촌’으로 불리던 도시에서 발생한 일이었던 만큼 사람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성남시 발전연합회는 시장이 시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성남시 상황은 ‘과대포장’된 것이라며 시장의 ‘섣부른 행동’을 공식 비판했다. 여기저기에서 성남시 시장의 충격적 선언에 맞대응했지만 충격적 사실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성남시의 빚은 여전히 5천억 원이며, 성남시는 현재로서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성남시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성남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한 부채문제를 겪고 있다. 제 2, 3의 모라토리엄 선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전국 지자체들의 부채 규모는 거의 100조 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막대한 액수이다. 특히 인천시 같은 경우는 부채가 거의 3조까지 늘어나 예산규모의 30%에 육박하여 제 2의 성남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지방 부채 중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약 42조 정도이며 이는 공기업 전체 예산의 140%에 달하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지방공기업 세 곳 중 하나는 부채비율이 300%가 넘어선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 수치는 더욱 가관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중 80% 가량이 재정자립도 50%를 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지자체로서는 예산의 반 이상을 지원받거나 빌려오지 않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군 단위는 열에 아홉이 30%에도 못 미치는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전라남도 내 지자체 자립도는 평균 11%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1997년 이후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 놓여 ‘자치단체’로서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을 수 있는 도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료 :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예산개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보다시피, 지방재정의 경향적 부실화와 지역 간 재정 불균형 현상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 쯤 되었으면 어쩌다 지방정부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따져봄 직도 하다. 대다수의 재정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비전 없는 지자체 운영으로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다고 이야기 한다. 공무원들이 해외 탐방이랍시고 호화여행을 다녀온다거나, 청사신축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붓는다거나, 공약 지키겠다고 온갖 선심성 행정을 남발하는 행태들이 바로 방만한 재정운영의 예이다. 비전 없는 지자체 운영이란 낮은 재정자립도를 극복하려는 지자체만의 특화된 전략 없이 관성적인 행정운영만 반복하는 지방 관료들의 행태를 말한다. 요컨대 돈을 벌어들여 재정자립도를 향상시킬 고민은 하지 않고 해외탐방이니 업무환경개선이니 하며 돈만 계속해서 축낸다면 재정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철저한 긴축관리를 통한 세출 절감 및 감시제도 도입과, 지역별 특성화 사업을 통한 세출 증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문제의 원인이 수입 없이 지출만 했기 때문이라면, 역으로 문제의 해결은 쓰는 돈을 줄이고 벌어들이는 돈을 늘리자는 나름 그럴듯한 발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현재의 지방정부 부채위기의 뒤에는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라는 거대한 괴물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념과는 달리, 금융세계화는 고삐 풀린 자본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민중을 착취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서구 열강들이 노동력, 자원, 시장을 찾아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던 것에 반해, 그리고 냉전 시기의 미국이 철의 장막 이편의 나라들을 모두 자본주의화 시키기 위해 온갖 공작을 일삼았던 것에 반해, 현재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몇몇 세계도시(Cosmopolis)만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여길 뿐 지구 대부분의 지역들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요구에 따라 지역체계는 점차 재편된다. 한 국가 안에서, 깔끔한 국제공항과 회의 시설, 그리고 금융/통신/법률서비스로 무장한 세계도시가 형성되고 그 외의 도시들은 이로부터 분리된다. 전자는 후자와 운명을 공유하지 않는다.


금융세계화에 급속하게 편입 중인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과 몇몇 수도권 도시들은 정보화/서비스화를 통해 나름의 세계도시적 자태변환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에 그 외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들은 이러한 흐름에서 배제되어 도태되고 있다. 세계도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유무역지구와 같은 반민중적 정책 등을 통해) 외자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경우가 간혹 있기도 하지만, 그 역시 매우 일부일 뿐 대다수 도시들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 혁신 클러스터, 이명박 정부의 혁신 도시 등이 제기된 이유도 정확히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태되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시한 나름의 해결책이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나, 지방 특성화 사업을 통한 재정자립도 확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는 실패했고 후자는 ‘나비도시’ 함평과 같은 소수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배제된 자들의 경쟁으로서) 지역 발전 이데올로기는 남아있지만 지역 현실에 맞는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각 지방정부가 택한 방법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토목-건설 사업이나 전시행정을 경쟁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도, 그리고 이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된 것도 이러한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뿐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흐름 속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금융위기는 현재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에 결정타를 날렸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방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대부분의 경기부양 자금들은 건설-토목 사업을 대폭 늘리는데 사용되었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켜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 산하의 도시개발공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2007년 8000억에서 2008년 14조 8000억으로 1년 새에 약 14배 늘어났다. 특히 인천도시개발공사 같은 경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2년 사이에 3조 3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신규 발행했다. 이는 2008년 1600억 원 이었던 채권 발행 잔액보다 20배 이상 많은 액수였다. 게다가 이러한 막대한 세출은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과 함께 이루어졌다. 2009년 한 해에만 지자체의 세출이 12조 2000억 원 증가한 반면, 세입은 7조원이나 감소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실 건설-토목 사업을 대폭 늘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경기가 부양되어 투자되었던 돈이 회수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도 토지 및 아파트 분양수익으로 차입금을 갚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굴러가고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은 벗어났다고 하나 부동산 시장은 낙엽이 나풀나풀 떨어지듯 살며시 낙하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웰카운티 3차’ 분양은 외국인 전용 120가구에 단 1가구만 청약이 들어온 상태이다. 성공을 장담한 것 치고는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이제 지방정부로서는 정말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었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도, 인천이 제 2의 성남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그리고 소수의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지방 대부분의 도시들이 재정위기로 인해 심각한 곤란을 겪으리라는 예측도 모두 이러한 상황에 근거를 둔 것이다.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투쟁의 정당함, 투쟁의 유효함

상황이 이러니 누가되었든 해법을 내놓기는 내놓아야 한다. 보수주의자들처럼 전통적인 ‘작은 정부’론에 입각하여 공기업 민영화나 사회보장축소를 주장하건, 소위 재정전문가들처럼 수줍게 지역 특성화 전략과 세출감시제도를 제안하건, 우리에게는 솔직하게 위기를 인정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금 억울한 감이 있다. 우리는 현재의 금융위기/재정위기가 모두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기인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곧 돈 있는 자들의 아욕과 탐욕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다. 지구 대다수의 지역이 ‘무방비도시’가 되고 인간의 삶에 ‘잔혹’이 일상화되어도, 코스모폴리스만 안전할 수 있다면 태평천국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신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단죄 없이 위기 비용을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우리는 절대로 저들이 만들어 낸 위기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We won't pay for their crisis!”). 그리스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제도를 후퇴시키는 긴축정책에 반대하여 벌이고 있는 투쟁과, 남한의 노동자들이 위기 비용 전가에 반대하면서 생존권 보장과 고용ㆍ성장 정책을 요구하는 투쟁이 그 어떤 해법보다 정당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이 곧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파괴적 몸부림을 제어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생존권 투쟁에만 머무른다면, 후안무치한 신자유주의자들과 무지한 재정전문가들을 넘어설 수 없다. 특히나 현재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가의 재정지출확대(‘서민경제 살리기’, 사회보장제도의 양적 확대 등)만을 요구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경제적 파산과 정치적 혼란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회보장 축소나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진과세 확대를 통해 과세를 증대하거나 혹은 과세를 개혁하는 등 재정운용을 효율화하여 평등주의적인 정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중요한 점은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생존권 투쟁을 넘어 현재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의 메커니즘을 변혁할 수 있어야 하는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투쟁의 정당함과 투쟁의 유효함이 서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행해져야 하고 행해질 수 있는가? 답변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를 무엇으로 생각하건 관계없이, 이 주제를 토론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발리바르의 말처럼 “실패한다면,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을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10/08/07 17:07 2010/08/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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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_후기] 2010 전국대학생대회

  지난 2월 9, 10일 이틀에 걸쳐 중앙대학교에서 "전국대학생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교육투쟁, 정세전망, 대중운동사례발표, 새내기마당, 페민스쿨, 문예마당 등 총 6개의 다채로운 주제로 열린 이번 대학생대회에 전국에서 수백명의 대학생들로 강의실은 발디딜 틈이 없었답니다.^^ 참가자들이 각 주제 별로 참가 후기를 보내주셨으니 그 뜨거웠던 토론의 현장을 직접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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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마다 학기 초가 되면 등록금 투쟁으로 온 학교가 떠들썩하지요. 물론 등록금 문제는 이 땅의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교육비에 대한 문제제기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도 한 만큼, 살인적으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해요.
  하지만 대학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는 단지 등록금만을 문제로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중앙대만 하더라도 경쟁력 없는 학과를 퇴출시키고 오로지 우리 사회에서 '돈이 될' 것 같은 학문 만을 육성시키는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열심히 학교를 다닌 것 뿐인데, 학교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학과를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우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도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런 제 마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 잘 깨닫고 있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대학생대회 교육투쟁마당에 함께 하면서 제가 평소에 고민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뻥~ 뚫린 것 같았어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 때문에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요구받고, 또 교육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달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다른 학우들에게 대학 구조조정을 이야기할 때, '이래저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정당한거야'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록금 문제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들기도 했구요. 이번에 배운 걸 바탕으로 올 한해 중앙대 대학 구조조정 반드시 막아낼거예요~!!!




  올해도 들뜬 마음으로 전국대학생대회에 전일참가 했습니다! 작년, 그러니까 2009년 전국대학생대회에서 얻었던 ‘아, 대중운동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느낌,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업계획을 짤 때 09년 자료집을 뒤적뒤적거리며 마스터플랜을 짜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올해도 역시 부푼 기대를 안고 달려갔습니다!

  전국대학생대회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날씨는 흐리고 비가 왔었고, 중앙대학교는 학과 구조조정 때문에 학내 곳곳에 플랑이 나붙어있었습니다. 2010년의 시작이 이만큼 어둡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메인마당인 정세토론에서 나왔던 자세한 설명들을 통해 저의 이러한 느낌을 비교적 잘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지겹게 들었던 “그래 알았다. 그래서 투표할거야? 안 할 거야?”라는 질문. 바로 그 지점에서 ‘운동’의 프레임을 확장할 수 있는 의회주의에 대한 시각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어려웠지만, 그곳에서 오갔던 어떤 거대한 이야기들은 사실 바로 ‘내가 몸담은 학생사회, 즉 과/학회/동아리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며 정치를 복원해나가자!’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뿌리 깊은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해줄 수 있었습니다.



  대중운동 사례발표에서 나왔던 조건과 상황이 각각 다른 3개 대학의 사례들을 보는 것이 현재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09년 각 캠에서의 대중운동들을 통해서 과거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을 돌아보며 현재의 상황에 맞는, 그리고 과거의 편향성을 경계하면서 만들어져가야 할 새로운 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또한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사례들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반복하는 것이 대중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각 사례들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전망들을 도출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각 3학교의 대중운동 사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눈여겨보았던 것은 성균관대의 사업이었습니다. 이는 대구대 캠의 사회과학대학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동질감이기도 했지만, 박제화되고 침체되고, 형식적인 ‘학술제’에 대한 실망과 함께 훌륭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팀을 구성하고 단 학회 단위별로 제안하고 충분한 참여를 이끌어 낸 것 또한 대구대 캠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학내에서의 교육투쟁, 페미니즘, 대학사회라는 의제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을 통해서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 학내 반성폭력 운동의 동의지반, 자유주의적 각 개편들에 대해서 대중들과 소통되고 함께 기획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등을 모색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연세대 문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영이라고 합니다! ^-^
지난 9,10일 처음으로 전국대학생대회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저에게 첫날 2010 교육투쟁과 정세토론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제 2학년으로 올라가는 만큼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내용을 학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대중운동 실력을 쌓고 활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대중운동실력쌓기 텀을 기대하며 두근두근했습니다. 페민스쿨과 문예마당도 정말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ㅠㅠ; 한 가지밖에 택할 수 없기에 2학년이 되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새내기를 맞이하는 2010가지 방법>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학내에서 속해 있는 단위들에서 새내기맞이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활동가'로서 새내기를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제게 2010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내기맞이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막연히 '밥 좀 사주고 같이 놀아주고 예뻐해 주다보면 어떻게든 되려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내기맞이의 A부터 Z까지 시기별로 정~말 상세히 설명해 놓은 자료집과 발제를 통해 비로소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써있는 대로만 하면 진짜 잘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노력도 정말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
  발제 후 자유롭게 생각을 발언하는 시간에서는, 전국에서 온 동지들의 수많은 고민과 상황 공유가 이뤄졌습니다. 각자 자신이 속한 단위에서 겪은 어려움, 느꼈던 희망,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을 얻어 가고, 앞으로의 활동의 비전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어서 과/반/동아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노력하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딱딱했던 공통마당, 메인마당에 비해 좀더) 소박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논의가 산으로 가버린 아까운 시간을 보냈던 대중운동 사례 발표 시간의 아쉬움도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새내기를 맞이하는 2010가지 방법>을 통해 많은 것을 얻긴 했지만, 그래도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일은 분명 무척 험난한 길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많이 부딪히고 속상한 일도 많이 겪겠지만,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2007년에는 연세대에서 자기 혼자서만 반 신자유주의 선봉대에 전참했는데 2년 만에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하고 있는 걸 보라고, 너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가라고 말했던 같은 캠 선배의 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점점 사람들이 떠나고 약해지고 있는 기층단위들을 다시 세우려고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크게 보람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시 걱정보다도 토끼 같은 새내기들을 만날(♡), 그리고 이제 정말로 선배가 될 기대와 설렘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모든 동지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가는 2010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09년에 처음 새내기를 만나면서, 제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페미니즘이었습니다. 새내기들 3명이 모두 재수생 남자아이들이었고, 덕분에 동아리 구성원들은 전체적으로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당시 페미니즘을 09학번들에게 어떻게든 '각인'시키려는 노력은 너무 강압적으로 진행되었고, 덕분에 새내기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필요성은 알겠어도 페미니즘을 삶으로서 접하기보다는 너무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기억하게 된 듯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번 페민스쿨은 '미리 접했더라면...'하고 생각할 만큼,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09년도에 저의 페미니즘은 <'사적인 페미니즘'='일상' Vs. '공적인 페미니즘'='연대와 학습'>라는 부당한 대립각 속에서 많은 질곡을 겪곤 했습니다. 이번 페민스쿨은 그 대립각을 적절히 깨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그 동안 페미니즘과 관련된 기획이 '세미나'나 '회의'에서 그치고, 일상에서의 '이야기'로 보충되어왔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페민스쿨은 일상의 것을 어떻게 공론화하여 개인에 대한 지탄이 아닌 전체 공동체가 같이 사고해야 할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적절한 예시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족과 노동의 경우, 어렵다고 판단되어질 수도 있겠지만, '변혁의 무기로서의 페미니즘'으로 여타 페미니즘의 의제들을 포괄하며 활동에 대한 의욕이 있는 새내기들에게는 다른 부분보다 더 쉽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특히 제가 만난 남자 새내기들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가족과 노동을 통해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애' 와 관련된 부분은 특히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현재의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규정하는 공동체 내 연애에 대한 '금지'나 '두려움'이 아니라, 어떻게 포괄적인 페미니즘적 인식 속에서 어떻게 대안적인 연애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될 지에 대한 기획들을 제안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페민스쿨은 다양한 기획과 논의를 제안함으로써 새내기를 페미니즘으로 만나는 것이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 즐겁고 기대되는 일로 만들어주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활기차게 페미니즘을 활동 속에 녹여내서, 내년에 페미니즘을 즐겁게 사고하는 새로운 새내기들과 함께 페민스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0 대학생 대회의 대중운동 실력 기르기 마당은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새내기를 맞이하는 방법, 페민스쿨, 그리고 문화제 기획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캠에서 문화제의 기억이 많지가 않았고, 그것을 기획하는 것에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하며, 어떤 아이디어들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서 문화제 마당에 갔었습니다. 새내기 마당이나 페민스쿨에 비해서 사람은 적었지만, 소수 정예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발제를 듣고, 모여서 나름의 기획 회의들도 했었답니다.
  왜 문화운동만이 아니고, 문화와 예술이 같이 들어가 있는 문화예술운동인지에 대한 내용부터 문화제 기획의 실제와 예시가 결합된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으로 계획을 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로가 겪었던 문화제의 기억들을 공유도 해보고, 좋았던 기억들뿐만 아니라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마지막에는 실제로 문화제 마당에 있는 우리가 기획해보는 기회도 만들었었는데, 20~30분에 모든 계획을 다 하려고 하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3.8 문화제, 해오름제, OO인의 밤 등등 여러 문화제 소스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하나씩 택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서로 모여서 기획 의도, 목적, 마스터플랜, 심지어는 문화제 외의 사업들(문화제의 기억들을 모을 수 있는 것)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마당을 겪으면서 배우고 생각했던 것은 문화제 기획은 거창하지 않고,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들을 하는데 앞서 가장 먼저 하는 목적을 세우는 것, 의도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부분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겁니다. 문화제 기획을 통해서 문화예술운동이란 무엇이며, 문화제를 통해서 많은 건강한 기억들을 남기는 데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서, 대학생 대회 시작할 때 많은 무기들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 중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봅니다. 모두 그 날 배우고 느꼈던 것으로 대중운동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10/02/16 19:32 2010/02/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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