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한미FTA와 한국 농업의 미래


 “미국 농민들과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농민이 생산한 옥수수 4달러어치로 팝콘을 만들어 팔면 소비자가 사먹는 값은 140달러입니다. 그럼 남은 돈 136달러는 누가 가져갑니까. 곡물 메이저, 가공업자, 초국적 기업들 몫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정치권과 짜고 농산물 수입국들에 압력을 가한다고 생각하는데, 총장님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담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생전에 수파차이 파닛팍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게 보낸 항의 서한 중

1.한미FTA 협정과 농업 분야


농업 분야는 한미FTA협상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2월 2일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의 농산품 관세와 장벽을 낮춰 미국 농업생산자들이 최대한 이익을 얻도록 협상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식품산업계의 열렬한 응원이 이어졌다. 캘 둘리 식품협회회장은 "한국은 이미 6번째로 큰 미국 농산물 수출시장인데, FTA가 체결되면 미국 식품회사는 한국시장에 더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 불 전국돈육생산자위원회(National Pork Producers Council) 회장도 "하루 육류단백질 섭취량의 44%를 돼지고기로 충당하는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정부 역시도 농산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협상을 이루겠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번 워싱턴에서의 1차 협정을 보면, 「세이프가드(농산물 특별 긴급수입제한)의 도입」, 「기존 저율관세할당수입제도(TRQ, 수입초과 물량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제도)의 유지」가 주요쟁점이 되면서 양국간의 농업분야 통합협정문 작성에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사실 위의 것들은 이미 기존의 WTO 규정 속에서도 응당 보장이 되어야 하는 제도들이다. 즉 이와 같은 ‘소극적 수준의 요구들’이 FTA 협상에 있어 일종의 반대급부로서 도마 위에 오른다는 것은, 이미 <큰 틀>에서는 한미 양국 정부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차 협상의 한국대표단이 마치 미국과 큰 논쟁을 벌이며 국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양 그려지는 것은 ‘언론에 의한 왜곡’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농업 분야의 구체적인 협상의제나 과정 또한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이에 반발하여, 농업 단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의제에 쌀문제 등이 포함됐는지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하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낙농육우협회, 전국한우협회 등 9개 농업 단체는 12일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미국의 한국 축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쌀 문제가 농업협상분과 및 동식물검역협상 분과의 협상 의제로 포함돼 있는지 공개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2. 한국 농업의 현실


한국농업은 이미 파탄날대로 파탄났다. 많은 농민들이 빈곤의 구렁텅이로 내몰려, 절망 속에서 농촌을 떠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가 8가구 중 2가구는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 가구당 농가부채는 3000만원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토지에 대한 소유는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되면서, 대다수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있다. 더 이상 농사에 희망이 없다면서 밭을 아예 갈아엎는 농민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환자나 다름없는 열악한 농업조건에서 농업회생 대책을 내놓아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의 쌀개방에 이어 올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WTO-DDA협상과 한칠레FTA 등을 통해 농산물 시장을 완전개방해 온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 농산물은 80%정도 시장개방이 된 상태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결과, 한국의 모든 농축산물이 전면 개방되었다. 그리고 현재 쌀만이 유일하게 「최소시장접근물량 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다.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식량자급률은 26.91%이며, 이마저도 쌀을 제외하면 2.7%에 불가하다. 정부의 식량감산정책으로 인해 곡물재배면적은 계속 하락하였다. 또한 ‘추곡수매제’와 같은 ‘국내농업 보조금제도’의 폐지는 농가소득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정부 통계로도 지난 10년 동안 농가부채는 250%나 증가했으나 이에 반해 소득은 65%정도만 상승했다. 그나마 이것도 UR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인데, 만약 한국의 주곡인 쌀이 전면 개방된다면 한국의 농업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전체 농가 중 80%가량이 쌀농사를 짓고 있는 현실에서 쌀이 ‘전면개방’ 된다면, 한국농업은 그야말로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것과 같다.

지난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이 칠레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은 67% 증가했고 축산물은 47% 증가했다. 칠레산 포도 수입액은 51.3%, 2005년 키위수입액은 177% 증가, 2003년 포도주 시장 점유율 6.5%에서 2005년 17.6%로 증가로 인해, 국산 포도주값 25% 낮춰서 팔아도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 2008년까지 폐원 신청이 된 과수원이 전체 복숭아밭의 36%(5,700ha), 시설포도밭의 34%(560ha), 키위밭의 16%(140ha)에 이른다. 폐원한 농가는 콩이나 참깨를 심어. 다른 작목의 과잉을 만들고 젊은 농가는 5년 뒤 다시 복숭아 농사를 짓겠다고 하고 있다. 한칠레 FTA로 인해 농민들은 농사지을 수 있는 작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 농산물로 옮겨가도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짓던 농산물을 다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WTO, FTA등을 통해서 진행된 개방농업정책은 농민들에게는 생존권의 파탄을 가져오고 있으며, 전 국민적으로는 식량을 온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해가고 있는 것이다.

3.한미FTA체결이 한국농업에 미칠 영향


노무현 정부는 무역겨래 활성화로 “교역량 증가에 따른 공산품, 제조업 분야의 고용창출, 수출증가”, 서비스부문의 국제 경쟁력이 향상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농업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농업생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대규모 영농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생산력의 향상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국가경제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농업을 희생해야 한다고 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미FTA의 추진은 결국 국익, 국가 경쟁력 발전을 핑계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를 관철시키는 노무현 정권의 ‘고전적인 수법’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민중들의 삶을 짓밟아서라고 보장하고자 하는 그 국익은 바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이며, 농업분야에서는 <초국적 거대곡물기업>의 이익일 뿐이다.

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던 멕시코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일 'KBS스페셜'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NA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에서는 FTA 속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총체적으로 파탄나는지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미국과 비대칭 FTA를 맺었던 멕시코의 사례는 그야말로 한판의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통계조작을 통한 허위 연구결과 발표, 기만적인 전국순회 공청회, 대대적인 홍보 팜플렛 배포와 TV 광고까지 동원한 여론몰이, 모든 과정의 비공개, 거수기 노릇을 했던 의회의 모습 등…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체결될 당시의 상황은 현재 한미 FTA의 진행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된 FTA로 인해 멕시코 농민 13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급증했다. 현재 멕시코에서 ‘국민경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싼타페’와 같은 경제특구 외에는, 멕시코의 도시들은 노점상들로 채워져 있다. 1994년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이후 최소 800만명의 농민들이 도시로 유입되고 농촌은 폐허로 변했다. 옥수수의 도매가격이 지난 11년 간 197% 오른 데 비해, 옥수수로 만드는 주식인 토르티아의 가격은 같은 기간에 698%나 상승했다. 민중들에 대한 대대적인 착취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얻는 것은 카길 등의 초국적 거대농산물기업들이다. 이들은 생산부터 유통망까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과정 전반을 장악하였다. 이렇듯, FTA는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대가로 초국적 독점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었다.

그렇다면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한미 FTA가 체결되면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낙농, 우유, 사과, 배, 오렌지, 밀, 콩, 수산물, 심지어 쌀까지 추가개방에서 제외되는 품목은 단 하나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개방이 진행될 경우, “쌀 제외 시 농업총생산액(20조원)”은 2조 3천억원 감소할 것이며, “쌀 포함 시 농업총생산액”은 8조 9천억원 감소(총생산액의 45%)할 것이다. 최소 10만 농축산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농업총생산액의 절반이 감소된다는 것은 농업의 총체적인 붕괴를 의미하며, 이러한 농촌의 몰락 속에서 도농간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농협, 농업정책자금, 유통 분야의 피해도 예상이 되는데, 농협의 경우, 공금고와 정책자금 수신 등 30%에 달하는 주요 수입원이 사라지고 농가목돈마련저축 등 비과세 통장이 사라지게 된다. 또 신용사업의 이익금을 지도사업비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교육, 생산 등 농민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제약받게 된다. 그리고 카길 등 미국계 유통회사들이 몇 안 되는 우리의 도매법인을 쉽게 인수할 수 있어, 가락동 도매시장 등은 <수입농산물 유통시장>으로 전락하고, 더욱이 유통의 독점을 통한 피해는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4. 초국적 곡물기업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한미FTA


지난, 한칠레 FTA 협상과정, WTO 각료회의 등이 진행되었을 때, 항상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왔던 이야기는 이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며, 즉 “국가 경쟁력 발전”을 주요한 무기로 해서 대대적인 언론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그것이 국익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궁극적으로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작 한 마디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농업문제를 분석함으로써, 한미 FTA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할지를 고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국익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허구성 역시도 폭로하고자 한다.

미국에서 한미FTA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의 농민과 한국의 농민이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한국의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와 미국의 '전미가족농연합회(NFFC)'는 9일 한미 FTA 1차 본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건물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한미 FTA의 체결로 한국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카길, 몬산토, 델몬트 등 소수의 초국적 농업기업들일뿐 미국의 소농과 가족농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는 한미FTA가 단순히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한미FTA는 오로지 초국적 농업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오히려 대부분의 농민들의 삶을 파괴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국제식량 시장은 소위 ‘세계 5대 곡물 메이저’로 불리는 미국계 카길과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프랑스의 드레퓌스, 남미의 붕게, 스위스의 앙드레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 농산물 생산지와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이를 각국 정부와 기업에 판매해 엄청난 이윤을 거두어들이는 농업 분야의 공룡들인 것이다. 이들 메이저가 손대는 것은 밀 같은 곡물만이 아니다. 씨앗에서부터 농약. 살충제. 가공 식품.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식량과 관련된 분야 전체는 물론 선박 회사나 저장 시설까지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금융 산업까지 진출해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인 미국계 카길은 1998년 말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던 곡물 메이저 콘티넨털까지 인수해 세계 곡물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72개국에 1천개가 넘는 공장을 두고 세계 각국 노동자 10만 명을 부리고 있으며 전세계 1백여 나라와 거래를 하고 있으며, 한국 수입 곡물 시장에서도 6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식량 자급률이 30% 이하인 우리나라에서 전체 수입 곡물의 60%를 단 하나의 곡물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밥상이 사실상 카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결국 한미FTA는 이러한 초국적 곡물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는 WTO, FTA는 민중의 생존권, 식량통제권을 박탈하고 초국적곡물기업의 손아귀에 민중의 목숨을 맡기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5. 민중의 식량통제권, 건강권을 침해하는 한미FTA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는 A씨는 불안하다. 밥상에 오른 음식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식품선택에 까다로운 A씨는 생협을 통해 유기농식품을 주문해왔지만, FTA로 농업이 몰락하면서 원하는 만큼 식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 오늘은 감자와 두부가 유전자조작이 아닌지 유난히 신경쓰인다. 미국의 끈질긴 요구로 유전자조작식품표시 해당 품목에서 먹을거리들이 하나둘 제외되더니 이젠 표시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한미FTA를 통한 농업개방은 농민들의 삶을 파괴한다. 그리고 민중들에 의해서 식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 나가고 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어디서든지 생산하고 구입할 수 있는 권리, 가진 재산에 상관없이 식량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먹을 수 있는 권리는 철저하게 박탈될 것이다.

미국의 농축산업자들이 다가올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반대로 한국의 농민들은 다가올 태풍에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맞서야 할 판이다. 이는 결코 농민만의 위기가 아니며, 전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위기이다.

우선,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큰 쟁점이 되었던 광우병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축산업은 공장식 대량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물을 공산품으로 취급한 공장식 대규모 축산업 폐해의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이다. 광우병은 소에게 육식사료를 줌으로써 발생하는 병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워싱턴, 텍사스, 그리고 최근 앨라배마에서 발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한미FTA 개시 전제조건 중의 하나로 광우병 때문에 금지했던 쇠고기 시장을 덜컥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하자마자 일주일 뒤인 3월 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강행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국민을 인간광우병(BSE)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미국은 식품수출을 쉽게 하기 위해 직접적인 관세 인하와 위생 및 검역조치(SPS) 기준 완화 수단을 사용한다. 각 나라마다 농산물이나 식품을 수입할 때 위생검사와 검역을 거치도록 하고, 그 기준은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이 미국 농산물을 수출하기 전에 검사하는 절차를 대폭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측은 "한국은 유전자조작과 같은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사용된 옥수수·콩·콩나물·생감자 등에 유전자조작 여부를 표시하는 라벨을 달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유전자조작 식품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GMO(유전자 조작식품)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전세계 GMO 재배면적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35%, 옥수수의 25%가 GMO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전자조작식품을 전통적인 종자개량식품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콩'이면 '콩'이지 그게 유전자조작을 했건 안 했건 차별하지 말라는 말이다.

유전자조작 식품·유기농 식품 등에 대해 라벨링 제도를 실시하는 것, 광우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쇠고기 부위나 조류독감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가금류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고려 없이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가공식료품 전체 수입량의 44%를 미국에서 수입할 정도로 한국의 식품에 대한 미국 의존도는 높다. 그런데 사실 미국의 식품산업은 카길과 콘티넨탈이라는 거대 '농식품복합체'가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한미FTA체결은 한국의 식량수급을 소수의 초국적농식품복합체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은 타격을 입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한 식품에 대한 선택권도 위험에 빠진다. 결국 미국정부는 철저히 미국 농식품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6. 한미FTA의 진행방향과 우리의 투쟁의 과제


한미FTA 협상에서 농업분야에 미치는 피해를 살펴보면, 단순히 농민들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문제를 뛰어넘어서 민중의 건강과 식량통제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의 본질은 초국적 자본에게는 무한 이윤과 이윤 확장을 위한 무대를 제공해주고, 농민을 비롯한 민중에게는 빈곤과 식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농업분야뿐만 아니라 한미FTA를 추진함으로써 진정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은 거대한 자본을 통해서 민중들을 착취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초국적 자본이다. 초국적 자본은 민중에게는 끝없는 빈곤을 선물하고 노동권, 여성권, 교육권 등 다양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적인 대세”이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묵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세계 민중들은  WTO, FTA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시애틀에서 홍콩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전세계 민중들의 연대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7월에 한미FTA 2차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더 이상 눈뜨고 바라볼 수 없는 저들의 폭력에 맞서 거침없는 투쟁을 벌여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6/06/28 06:04 2006/06/28 06:04
, , ,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7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