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수렁에서 빠져나왔나?



1. 경기 호전의 희소식?
 한국 경제가 2009년 2분기부터 경제하강 속도가 줄어들 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와 코스피 지수의 급등은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의 상징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도한다. 외환 보유액 역시 안정화되어 있으며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외화 유동성 공급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거라고 선전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과 일반 국민의 시각은 엇갈렸는데, 기업들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한 반면 국민들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환율 등 수출 환경 개선으로 기업 실적은 좋아졌을지언정 경기회복과 함께 민중들의 삶은 동반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2. 어디서 비롯됐나?
 경기회복의 척도로 제시되는 코스피 지수 역시, 전 세계 정부의 금융 지원 등 투기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아시아 시장으로 몰리면서 벌어진 투기 과열일 뿐이다. 열심히 생색내고 있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취한 몇몇의 조치도 일시적인 '몰핀'에 불과하다. 건설 규제 완화와 거대형 토건 프로젝트 진행, 경제의 활력소를 가장해서 4대강 살리기의 선전을 해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과잉은 실제로 강남 재건축 위주의 반등일 뿐 다른 곳은 크게 변동이 없으며 이는 투기를 조장하는 정부의 정책과 언론플레이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지표 역시 지난 성장률이 너무 낮았던데 대한 기저효과로서 대폭적인 환율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민중들의 세금과 피땀을 담보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천문학적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쓴 것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지만 자본주의 자체의 이윤율 하락을 상쇄할 수는 없다. 경기가 몇 번의 급락과 만회를 거듭하더라도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벌어질 노동자들에 대한 수탈을 우리가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3. 누구의 희생을 대가로 하나?
 이명박 정부 역시 사활을 걸며 진행했던 것이 바로 노동탄압과 구조조정 등을 통한 기업 살리기였다. 경제위기로 인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면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수출 중심의 재벌기업들은 오히려 경제 위기로 더욱 많은 이익을 보았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했고 부품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를 인하함으로써 삭감한 생산비용이 매출액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재벌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정부가 노동자들의 세금으로 임금 삭감에 따른 소비 축소를 만회해주며, 또 부자감세를 통해 보조하면서 각종 방법으로 재벌기업들의 배를 불렸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재정지출 확대하고 조기집행을 서두르면서 경기회복 발판을 마련하였다’는 평가의 진실이다.

 노동자 운동 내부에도 '내수 증대'를 통한 고용창출을 운운하며 자본주의가 내재한 구조적인 한계를 일시적인 극복으로 대처하려는 잘못된 분석들이 횡행하지만, 이는 위기를 유예할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저들이 떠들어 대는 경기회복은 결코 노동자-민중의 삶을 오히려 피폐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며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민중들의 곤궁한 삶이 그 허구성을 면면히 입증하고 있다. 자본주의 안에서는 결코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위기의 시대! 대안적인 사회를 만들 노동자운동을 조직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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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9/11/09 15:37 2009/11/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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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전망] 


왜 미국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경제는 몸살에 걸리나요?




1. 들어가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경제상황은 계속 요동치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현재의 위기는 실물경제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며 확산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위기를 맞아 미 재무부에 자금요청을 하고 또 추가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응해 오바마 정부는 ‘신뉴딜 정책’과 제로 금리를 기반으로 한 ‘무제한 달러 공급’을 핵심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천억 규모의 금융 구제안이 시행중인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2라운드 혹은 ‘디플레이션’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헝가리ㆍ크로아티아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집단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동유럽발(發) ‘2차 세계 금융대란’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서유럽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은 총 1조6000억 달러(국제결제은행 추산)에 이르는데, 만약 이들 국가가 연쇄적으로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게 되면 서유럽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급격히 늘어나고, 이는 다시 서유럽의 금융불안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언론에서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는 1,500원대로 치솟은 환율, 초민족자본의 탈출 러시, 외화유동성 부족 등 널려있는 악재들은 ‘제2차 금융위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외에도 한미 FTA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미국 중심의 금융세계화에 더욱 깊숙이 발을 들여놓으려는 한국으로서는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며 동시에 미국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 글에서는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파악하고,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향방을 가늠해보도록 한다.

2. 한국과 미국 경제관계의 역사와 본질

한국이 미국과 정치ㆍ경제ㆍ군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다. 1945년 한국의 해방 이후 주변에 있던 소련과 중국은 현실 사회주의의 2대 강국이었고, 미국은 동아시아에 사회주의의 물결이 넘치지 않도록 전략을 세웠다. 경제적으로는 한국에 소비물품 중심의 원조를 하였고, 정치ㆍ군사적으로는 주한 미군을 배치하고 한국 정치에 대한 관여를 심하게 한다. 이것은 1950년대까지 이어지는 데 자본주의 세계의 최강국으로서 미국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인들의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게 하여 사회주의로 경도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한편 단순한 원조정책은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를 미국경제의 구조와 긴밀히 연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방향은 지금까지도 한국 경제의 특징으로 남아있지만, 이후 세계 자본주의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해간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가 호황에 있을 때에는 한국의 경제상황 역시 나아지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미국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경제는 감기에 걸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한국경제가 미국에 편입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서, 한미 경제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 1960년대 초~1970년대 말: 발전주의의 시대

냉전시기 동아시아가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자본주의의 싹을 무럭무럭 기르는 것이었다. 이에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경제구조가 확립되어 가는데, 한국ㆍ대만ㆍ홍콩ㆍ싱가폴은 ‘동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서 급격하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해 들어간다. 1965년 체결된 한일회담은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받거나 수출자유무역지구를 설립하여 외국으로부터 직접투자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모인 자본을 바탕으로 군부독재정권이었던 박정희 정권은 ‘조국 근대화’라는 명목아래 강력한 국가 중심적 경제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런 정책은 주로 자본을 집중하여 한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었고, 이로 인해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형태인 ‘재벌’이 등장한다. 당시 추구했던 공업화의 내용은 1960년대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1970년대 중화학 공업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산업들은 미국ㆍ유럽ㆍ일본과 같은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발달한 산업들에 비해 이윤창출이 작은 부분들이었다.

한편 지금도 한국경제의 가장 큰 특징인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는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자국시장을 활짝 열어주되 한국에 시장개방을 강요하지 않았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수출주도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였고 자국시장은 개방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제품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다. 한국경제는 미국의 지원과 국가중심의 강력한 경제정책으로 신흥공업국(NICs)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1960~1970년대의 한국경제를 일컬어 ‘발전주의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사회는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점차 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농촌에서 유입된 인구로 도시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국가 중심의 동원을 강화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반공주의’가 강화된다. 이런 반공주의는 미국의 영향 아래 있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던 이데올로기였고, 이를 위해 국가를 중심으로 한 폭력과 억압이 심화된다.

□ 1980년대~1990년대 중반: 미국의 개방 압력과 3저 호황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와 독일ㆍ일본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의 추격으로 인해 미국은 최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잃어나간다. 또한 경제가 계속 악화되며 1970년대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미국은 1980년대부터 케인즈주의 경제정책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실시한다. 또한 쌍둥이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되자 미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제 3세계 국가들에게 노골적인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경제위기를 기회로 미국 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구조를 바꾸어나간다. 물론 냉전이 지속되는 시기라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던 한국은 라틴 아메리카와 같이 완전한 경제적 압박을 하지는 못한다. 한편 무역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의 엔화를 평가절상하는 내용의 플라자협약은, 80년대 중반 한국에서 ‘3저호황’(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으로 나타나게 된다. 즉 저금로 많은 자본을 빌릴 수 있고, 저달러로 수입 비용이 줄어들며, 저유가로 생산단가가 낮춰지게 된 것이다. 3저 호황으로 무역 흑자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토대로 한국의 구조조정은 늦추어진다.

그런데 89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소련ㆍ헝가리ㆍ체코 등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정치적 의미는 퇴색하였고, 미국의 한국시장 개방 압력은 가속화되었다. 어릴 때 들어봤을 법한 무시무시한 수퍼 301조’는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하는 국가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그 ‘수퍼 301조 협약’을 89년 미국과 한국은 맺는다. 92년에는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미국계 초민족자본의 ‘국내 증권시장 투자‘가 가능해졌고,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농업 등의 분야가 대폭 개방된다.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이에 가입하였고, 96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하며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에 강력하게 편입해 들어간다. 이런 흐름들 속에서 세계화나 경쟁 같은 담론들이 강하게 유포되어 가고, 국내 법제도 역시 신자유주의를 주도하는 미국계 금융자본에 유리하게 바뀌어 간다.

□ 1990년대 후반~2000년대: IMF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90년대 중반 이후 ‘4마리의 용’이라고 불리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자본의 불안정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97년 12월 급격히 줄어든 외환보유고를 지탱할 능력이 없었던 한국정부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맺은 ‘IMF 구조조정 협약’을 계기로 한국경제는 이전과는 다른 체제에 진입한다. 즉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거의 완전히 개방되었고,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 주식의 총 보유한도가 점점 증가하게 된다.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계 자본은 적극적인 투자/투기를 통해 헐값에 매입하게 된다. ‘바이 코리아’(Buy Korea)의 결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그 수익률 또한 막대했다. 그 결과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가액은 91년 당시 약 2.4조원 대, 97년 10조 원대였다가 99년에는 약 76.6조 원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2000년 주식시장 거품이 거지면서 그 해 12월에는 약 56.6조 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증가하여 04년 173.2조 원, 05년에는 급기야 260.1조 원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외국은행 자회사 및 외국증권사 현지법인 설립이 허용되었고, WTO 양허계획에 맞춰 각종 규제와 제도가 철폐되었다.

2003년 이후로 여러 국가들의 다자간 협상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와 도하개발아젠다(DDA)는 제 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저항에 부딪힌다. 이 때문에 국가와 국가가 직접협상(양자간 협상)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증가하는데, 한국에서는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동시 다발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DDA가 포괄하는 협정의 대상과 개방 수위를 훨씬 높여, 한국의 경제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FTA는 한국경제의 구조를 완전하게 금융자본이 가장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바꿔놓을 것이다. 한미 FTA가 시행된다면 이미 그 불안정성이 가시화된 세계 자본주의에 긴밀하게 통합하게 되며, 한국에서 초민족적 자본의 활동과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초민족적 자본의 이득 면에는 민중의 삶과 권리가 파괴되는데, 이미 IMF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등 노동 불안정성이 심화되었고, 복지제도가 공격 받으면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수는 한국인구의 6분의 1에 가깝게 되었다.



3. 향후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위에서 한국경제가 미국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되는 상황을 역사적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런 연관은 향후 한국경제가 나아가는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주식시세가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 시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 하루하루의 전망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향후 경제위기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단상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키워드 ① : 동아시아와 미국경제

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가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세계 최강국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동아시아의 역할이 크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이중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메커니즘으로서 동아시아 외환보유고 증가에 기반을 둔 달러환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여 얻은 달러가 미국의 증권시장에 다시 투자되거나,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미국으로 자본이 도피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동아시아는 이에 걸맞은 체계로 바뀌어 가는데, 기존의 신흥공업국에서 벗어나 금융자본의 유출입을 쉽게 하는 신흥시장으로 탈바꿈한다. 미국에 의한 달러환류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의 달러가 다른 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이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미국의 발권이익(seigniorage, 액면가치와 발행비용의 차액)때문이다.

동아시아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1990년대 말 금융위기의 이후에 급격히 증가했던 데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정부정책상 외환보유고를 증가시키기 위해 통화안정채권이나 외평채의 발행을 통해 인위적으로 달러보유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하게 늘어난 외환보유고는 집중적으로 미국 재무부 증권에 투자되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의 지속적인 생산이 줄곧 미국 시장의 팽창에 의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미국 시장의 성장지속과 동아시아의 성장지속은 서로에 대한 긍정적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게 되는 주원인 중 하나는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이면서, 또한 이를 가지고 미국 경제의 소비의 지속을 지탱해주는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IMF 구조조정 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세계적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매우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었지만,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렇게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체적으로 외환 보유고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동아시아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떠안는, ‘미국의 금고’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메커니즘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달러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수출달러 환류를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지위, 즉 세계자본주의의 최종 소비자로서 미국의 지위가 언제 소멸하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의 경제위기 극복방향은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과 인수ㆍ합병을 주도함으로서 금융자본을 구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정책기조가 약간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현재의 위기를 몰고 온 ‘금융화’를 더욱 지원한다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시작하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그 직격탄을 맞는 것은 미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동아시아일 것이다.

키워드 ② : 자본시장통합법은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나?

장기화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5대 증권사를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처럼 거대한 ‘금융투자회사’ 로 만들어,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겠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이 지난 2월 4일부로 시행되었다. 07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련된 기존의 6개법을 통합하고 관련 제도를 크게 바꾼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지금까지 증권사ㆍ자산운용사ㆍ종금사ㆍ선물회사ㆍ신탁회사 등이 각각 판매하는 금융상품도 다르고 적용받는 법률도 달랐지만 이제 업종의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즉 증권사가 지금까지 선물사, 종금사에서 하던 일도 할 수 있고,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금융상품도 자유롭게 판매하며, 결제송금서비스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CMA(자산관리계좌)와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의 임금도 금융의 변화에 긴밀히 연결시켜, 증권사(투자은행)가 모든 노동자를 금융투자자가 되게 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의 후속조치로 각종 법령 개정을 추진하여 법 시행에 따른 제반조건을 보완하고,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완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주식 보유규제 및 금융지주회사 제도 합리화 방안>(금산분리완화방안)의 요지는, 국내외 산업자본(기업)이 현재 4%로 되어 있는 시중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10%까지 늘릴 수 있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나 사모펀드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증권회사나 카드회사를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까지 자회사로 둘 수 있게 허용했고, 이에 따라 금융과 비금융회사들이 섞여 있는 기업집단(=재벌)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기업과 금융회사가 함께 위험을 공유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주회사는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해 왔다. 하지만 금산분리가 완화된다면 재벌체제가 더욱 강고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부실, 금융의 부실이 서로에게 전이될 수 있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동반 위기 폭발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활성화와 금융투자기관 대형화를 초래할 자본시장통합법으로 한국에서의 금융화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급격히 붕괴되어 이미 작년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파산하거나 독자 생존을 포기했고, 자본시장과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목표는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은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속되는 이윤율 하락과 금융거품까지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육성으로 한국경제가 독자회생할리는 없다. 이번 경제위기의 시발점이 통제되지 않는 파생상품의 확산으로 형성된 금융거품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오히려 금융시장 육성은 금융위기의 위험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자본시장 육성을 통해 금융세계화에 때맞지 않게 편승하는 조치는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하고, 민중의 생존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키워드 ③ : 한-미 통화스왑(SWAP)은 환율불안을 해결할 것인가?

2008년 10월 한국과 미국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맞교환)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것이 치솟았던 환율을 크게 하락시키고 1000선을 붕괴시킨 코스피를 급반등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 계약은 한국에 달러가 부족할 때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기금(FRB)에 원화를 제공하면 달러를 받고, 계약만기 시에는 다시 빌린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대 300억 달러까지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데, 미국은 규모 확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한 연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빌린 달러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미국에 지불해야 한다. 이명박은 이러한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 국채 매각 카드로 ‘협박’까지 했다고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이제 통화스왑으로 인해 미국의 국채를 자연스럽게 매입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ㆍ멕시코ㆍ싱가포르와 통화스왑을 체결했고, 비슷한 시기 긴급경제구제책으로 쓰이는 7000억 달러 또한 국채 발행으로 해결했다. 이렇게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달러가 중요시되면서 미국경제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를 지속시키고 있다. 위기는 당장 지연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로의 배를 쇠사슬로 묶어둔 것과 같이 다 같이 재앙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통화스왑은 환율불안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외환사정이 호전되려면 현재로서는 그 유일한 길이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확보인데 이에 대한 전망이 별로 밝지 않다. 지금은 1997~98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에는 원화의 평가절하와 수출 호조가 뒤따랐다. 미국 등 아시아 외 지역경제의 상대적인 안정 속에서 당시 막 붐이 일던 정보기술 제품의 대대적인 수출이 가능하였기에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지금은 비록 원화가치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나 지역의 경제도 부진하여 수출이 크게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정부와 자본은 한미 FTA 체결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을 통해, 금융규제를 점차 완화가고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더더욱 미국계 초민족적 금융자본에 종속되고,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본을 유출시키면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경제는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첩되어 한국경제는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투자손실은 물론이고,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무역적자가 증가하면서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전망은 금융위기의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한국경제는 벌써 환율인상ㆍ물가인상ㆍ신용경색ㆍ주식시장 하락ㆍ금리인상 등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본격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자본이탈ㆍ거대자본 파산 역시 예상할 수 있고, 이는 실물경제 전 부분에 걸친 고용불안과 임금 삭감으로 민중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 이미 IMF 때 우리는 ‘환란(患亂)’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주류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이 금융선진화를 이야기하며 미국경제로의 긴밀한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박정희 정권 시절과 같이 국가 중심의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실물(산업)자본을 키우는 것이 현재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 역시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와의 긴밀한 연관 속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 시기에 만들어진 유산이 현재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미 경제구조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긴밀히 편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만으로 상황을 역전시킨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한편 세계최강대국이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편입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의견 역시 제시되고 있다. 2008년 7월말 현재 중국의 미국 재무부 증권 보유액은 5187억 달러로 외국인 보유액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2007년 말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2562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 금융이 양적인 면에서 크게 확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히려 중국이 강하게 미국경제의 운명에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것은 중국의 외환보유고의 상당부분이 대미 수출 시장 팽창에 의존하고, 이는 다시 미국 소비시장 팽창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 역시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 위기 부담을 계속 넘겨받으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성장은 새로운 최강대국이 형성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왔던 한국경제는, 현재 금융위기 속에서 ‘감기’를 넘어 ‘몸살’, ‘중병’에 걸릴 지경이다. 한미 FTA에 반대하고 미국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단순히 ‘반미감정’에 호소하는 일부 ‘반미세력’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국가가 민중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 FTA에 반대하고 미국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불안정한 금융세계화에 몸을 내맡기지 않겠다는 생존의 목소리이다. 현재 우리는 이런 목소리를 높여 나가며 한국과 미국의 부정적 관계를 끊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메커니즘이 만들어진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 분석을 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넘어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의 시작이다!

Posted by 행진

2009/03/11 13:51 2009/03/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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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FTA, 금융세계화, 한국경제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체결이 ‘수출증대’와 ‘외국인 투자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경제를 다시 살려낼 것이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물론 우리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 글은 정부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금융의 세계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략하게 살피게 될 것이다.

사실 굳이 정교하게 논리를 펼치지 않더라도, 즉 이제까지의 ‘경험’에 기초해 생각해봤을 때도 FTA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멕시코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봐도 이는 분명하다. 또 IMF 협약 이후 한국 경제가 살아났는가?

과거 김대중 정권은 한국 경제가 ‘IMF 조기졸업’에 성공했다면 자신의 개혁을 자랑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업매각, 금융개방, 그리고 (소위 ‘벤처붐’을 타고 잠깐 빛을 발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기성 투자가 만든, 그야말로 일시적 효과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의 대가는 무엇이었는가? 그 일시적인 효과를 위해, 김대중은 한국 경제를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편입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한국 경제에 유입된 초민족 금융자본은 한국 경제의 종속성과 불안정성을 더욱 극단적으로 심화시킨다. 그리고 소위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온갖 반민중적 정리해고/구조조정/불안정노동化를 추동해내고, 이로써 엄청난 이윤을 누린다. 하지만 이러다가도 한국 경제 내에서의 수익성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거침없이 한국 경제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러한 자본유출로 인해 한국 경제는 궁극적으로 파국에 치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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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바로 금융세계화의 원리에 대한 요약 설명이다. 이제 이것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FTA를 옹호하는 정부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해보기로 하자.

너무나도 진부한, ‘수출증대’ 논리


WTO개방을 옹호할 때마다, 쌀개방의 필연성을 설파할 때마다, 정부의 논리는 한결같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수출주도형 제조업으로 먹고산 나라이기 때문에, 쇄국정책을 고수하지 않고 세계 흐름의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쌀과 같은 것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대신 자동차나 TV를 많이 팔아 외화를 벌자는 것이다. 이 논리는 너무나도 진부하면서도,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또 너무 자명하여 논쟁을 ‘봉합’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동학에 주목할 때, 우리는 정부가 계속 강조하는 ‘비교우위’ 논리 - 농업을 양보하는 대신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기 - 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사실 정부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미 한미FTA는 대단히 해학적이다. 농업에서 피해가 생긴다는 것은 정부도 사실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고 다만 제조업에서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가 자신있게 제시하는 근거인데, 여러 가지 통계는 이조차도 ‘근거 없는 낙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설령 관세를 철폐해서 미국시장 진입이 좀 용이해진다고 해도 이미 미국의 수입관세는 불과 2~3%에 그친다. 따라서 이를 철폐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반면 미국보다 높은 국내 관세가 철폐된다면 미국 제품의 국내시장 경쟁력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제품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만 봐도 FTA 이후 한국에 유리한 결과가 낳을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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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는 농업은 어떻고, 제조업은 어떻고 등 분야별 손익계산을 따지는 이런 식의 논의를 지양할 것이다. 대신 여기서는 보다 본질적인 비판을 가하고자 한다. 즉 초민족적 금융자본 주도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이미 ‘수출경제’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인 것이다! IMF 프로그램으로 한국 경제가 금융자유화된 이후, 현재 한국 경제는 외국계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주식의 매입을 통해 회사의 실질적인 막후 지배자로 자리잡는다. 특히 김대중 때의 공기업 사유화 및 해외매각 정책으로 인해, 거대 핵심 공기업의 주식 또한 외국계 초민족자본이 대거 장악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민족자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출이 아무리 증가해도, 그것이 일국 경제상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고 환율을 대거 평가절하하면서 제조업의 수출이 잠깐 증가하기도 하였지만, 이 시기에도 경제성장률(GDP)는 여전히 저조했다. 이미 초민족자본이 수출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증가는 내수 소비 및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분배 악화와 빈곤 심화


신자유주의와 FTA가 야기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파괴 또한 금융자본의 동학과 연결지을 때 그 본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흔히들 신자유주의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리해고/비정규직化를 두고 노동자들 임금이 몇 푼이나 된다고 사람들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자르나?”라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주주들(즉 금융자본가들)의 주요 목적은 노동자의 임금 몇 푼을 절약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몸살을 줄이고 구조조정(downsizing)하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주식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허리띠를 잠시만 졸라매자,”라는 약속은 영구적인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자본가들의 투기적 이윤 속에서 민중들은 최소한의 삶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경제를 분석함에 있어서, 우리는 (주식과 외환시장이 주요 무대인) ‘금융 영역’과 ‘실물경제 영역’을 일정 부분 분리해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뉴스를 보면 항상 말미에 주가 변동 일일보고가 나온다. 그것도 일기예보와 함께 연달아 나오는데, 사람들을 이를 보면서 주가가 한 나라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아주 핵심적인 수치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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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본질을 ‘성장과 고용·분배’라고 간단하게 설정해보자. 이렇게 봤을 때 금융영역의 성장과 주가의 상승이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더욱 더 규제벽을 낮추고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유입되는 해외자본 중 단지 5%만이 생산자본으로 투입된다. 나머지 대부분을 이루은 초민족적 금융자본은 공장을 지어 상품을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들은 새롭게 산업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의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투기를 위한 자본이 엄청나게 넘나드는 동안, 정작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는 그런 역설적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고용 없는 성장'과 ‘빈부의 양극화’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특징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FTA가 이러한 경향을 극단으로 밀어붙일 것은 자명하다.

소위 '재벌 개혁'에 대해


김대중 때 신자유주의 개혁이 힘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였다. 물론 이는 허구적이었다. 현실에서는 재벌의 폐해라 불려졌던 독점적 성격이 없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초민족 금융자본에게 중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어쨌던 이윤이며, 초민족 금융자본은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할 것이다. 실제로, 금융화 속에서 대우와 같이 공중분해되고 여기저기 팔린 것도 있는 반면, 상위 몇 개 그룹은 오히려 이전보다 독점적 성격이 강화되었다. 재벌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인수·합병, 즉 ‘빅딜’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양 엄청난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그 기업의 상장 가치가 치솟기 마련이며 여기서 이익을 얻는 것은 주주권을 가진 초민족적 금융자본들이다. 민중들이 그 부담을 감내하는 동안, 금융자본들은 너무나 위험한 ‘돈놓고 돈먹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전세계적 추세와 한국 재벌의 속성 사이에는 분명 ‘긴장감’이 있다. 그래서 재벌의 투명성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것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자본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일 뿐이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족벌적 연계를 끊고 재벌을 금융세계화에 걸맞게 법인자본으로 전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초민족적 금융자본일 뿐이다. 법인자본의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이며, 금융화의 핵심은 경영에 대한 소유의 우위라는 이 두 가지 원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보자. 문제의 본질이 너무 훤히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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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삼성을 두고 다들 왈가왈부하고 있다. 재벌의 비대화를 막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것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삼성의 경우… 1995년 반도체 호황 때문에 삼성전자가 갑자기 커져버리면서 이건희 일가의 지분을 다 합쳐도 삼성을 지배할 수 없게 되자, 이재용의 지분을 늘려 에버랜드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버랜드가 순환출자를 통해서 삼성을 지배하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대 만약 참여연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재용의 지분과 순환출자를 무효화한다면, 삼성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에게 지배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액주주운동, 그리고 김영삼 정권 때의 ‘금융실명제’가 가지는 본질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참여연대식의 주장에 반대해서 재벌의 긍정성에 주목하자는 웃지 못할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재벌이 법인화한다 하더라도 이건희가 누리는 지배적 지위에는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적어도 민중들이 보기에는… 물론 소유와 경영을 동시에 가져가려는 그 사람들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겠지만…) 90년대 들어 금융실명제 등이 시행되면서 ‘개혁’의 긍정성에 주목하자는 흐름이 운동 사회 내부에서조차 나왔지만, 이제 우리는 ‘재벌개혁 vs. 재벌수호’라는 논쟁지형이 가지는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해야 한다. 요컨대 ‘재벌해체’ 논쟁은 허구적인 측면이 많으며, 양자 입장 모두 민중의 권리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젠 현실을 바로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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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아르헨티나가 이미 겪은 절망적 상황이 바로 머지 않아 닥칠지 모르는 우리의 절망적 미래이다. 결과가 불 보듯 뻔한데, 아직까지도 FTA에 찬성할 것인가? 이젠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때이다. 금융세계화는 한국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며, 민중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정부는 어설픈 통계자료를 가지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자신의 반민중성에 보다 솔직해져라. 물론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지 않은가?

Posted by 행진

2006/10/13 13:36 2006/10/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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