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특호_각론3] 교육

2010년 대학교육의 쟁점과 투쟁과제


0. 들어가며

현재 대학의 변화는 자본주의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된 공간이 대학이었고, 이에 따라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ㆍ대학의 운영방식 및 자금조달 체계ㆍ학생들에 대한 통제 방식 등이 변화하였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도 대학교육의 변화는 자본과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들과 궤를 같이하며 진행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장 비판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 공간 역시 대학이며, 한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실험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 역시 대학이다. 고등교육의 확대를 이뤘던 힘은 단순히 자본주의의 발전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한편으로는 지식권을 얻고자 했던 민중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자본의 이해에 편입되는 경향을 제어하고, 민중들에게 지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투쟁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교육투쟁을 만들기 위해서 자본주의와 대학의 본질에 대해서 연구하였고,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 대학의 중요한 특징인 대중대학의 설립과 과잉교육-과소교육의 양립을 분석해왔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시민교육을 통해 민중의 지식권을 확장하고, 지적차이를 줄이는 투쟁의 내용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교육투쟁의 내용을 학생대중들의 불만과 결합하고 상승시킬 수 있는 요구와 대중정책이 부족하였고, 우리의 교육투쟁은 매우 앙상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투쟁의 내용이 부실해지며 학내 정치활동의 내용과 실천 역시 함께 앙상해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대를 맞이하여 지금까지의 교육투쟁을 돌아보고, 대중정치활동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드는 기획이 요구되고 있다.
 

1. 최근 교육투쟁의 양상과 과제

이전까지 학원자율화와 학생자치권력 증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육투쟁은, 1990년대에 들어와 높은 교육비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본부에 대한 투쟁과 협상으로 이루어졌던 교육투쟁은, ‘개나리 투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학인들의 주요한 3-4월 싸이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학인들은 집단적인 저항을 경험할 수 있었고, 대학의 높은 등록금 문제를 전 사회적 이슈로 만들 수 있었다. 한편 3월 말, 4월 초에 배치되었던 ‘대학인 총궐기’와 같은 투쟁은 대학인들이 공동으로 대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등록금 의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인 저항으로서 교육투쟁은, 이런 방식이 등록금을 낮추거나 동결시키기에 유용한 방법이냐는 의문이 대중들에게서 형성되었다. 즉 학교본부와 합리적으로 협상을 잘 하거나, 높은 등록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교육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담론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대학의 자치 공동체들이 파괴되며 집단적인 저항을 경험할 수 있는 골간이 무너지고, 교육투쟁에 소수의 주체들만 나서게 되면서 대중적 투쟁보다는 대학당국으로부터 몇 가지 실리를 얻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행진에서는 교육투쟁의 방향 전환을 위한 계획들을 세워왔다.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한국사회의 불안정 노동과 대학인들의 주체화 양식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대학의 기업화ㆍ상업화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교육담론인 ‘소비자 중심주의’와 ‘학교ㆍ학과 발전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대중들의 이데올로기적 전변을 꾀하려 시도했다. 07년 한미 FTA 반대, 08년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투쟁의 포문, 09년 경제위기의 민중 책임전가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면서, 정세를 알려내는 투쟁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한편 이런 과제를 학내에서 뿐만 아니라, 학생운동 세력들의 공동 교육투쟁 기구였던 교육대책위원회(교대위)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행진의 시도는 대학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전체의 모순을 함께 인식하고, 불만을 상승시켜 낼 수 있는 기획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등록금 사안을 넘어서는 쟁점을 형성하려 했던 우리의 시도는, 대중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우회한’ 세력으로서 비춰지기도 하였으며, 이후의 투쟁들과 연결고리를 잘 발견하지 못하였다.
한대련과 같은 세력은 학생운동단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록금투쟁을 과제로 설정하였고, ‘등록금 넷’과 같은 시민ㆍ정책 단체와의 공동행보와 정책청원 운동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런 행보 속에서 교대위가 사실상 기능을 정지하였으며, 진보적 교육운동단체가 생산한 정책을 학생들의 대중동원을 통해 관철시키는 전략이 주된 교육투쟁의 흐름이 되었다. 물론 이들의 투쟁이 등록금 문제를 전체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었으며, 당장 대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을 생산하였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 연결된 수다한 쟁점들을 간과하고 등록금 투쟁을 교육운동의 모든 것으로 표상시켰다는 점이나, 입법 가능한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교육투쟁이 대중운동을 질곡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비판할 수 있다. 한편 대학공간을 무리하게 생산현장과 유비시키며 교육투쟁을 무리하게 노동자 운동과 유비시키려는 세력도 존재하였다.
2010년대 교육투쟁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교육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현황들을 살피고, 이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정세와 연결되는 지점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교육투쟁의 방향을 도출하고 과제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실질적인 교육투쟁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는 대중정책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교육투쟁 각론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2. 대학교육의 현황과 쟁점

○ 이명박 정권 시대 교육부문의 변화와 대학
이명박 정권의 취임 초기에 정권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영어 몰입교육’ 파동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은 초중등 부문에 대해 경쟁과 획일화, 그리고 계층 재생산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부문의 개악을 시도하였다. 전교조 탄압ㆍ교원 평가제 도입ㆍ영어수업 인증제ㆍ일제고사 실시ㆍ자립형 사립고등학교 및 학교 선택제 등의 교육정책은,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경쟁을 강화시키고 있다. 2009년에 들어와서는 초중등 교육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축소하고, 국민공통 기본 교과 일부와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줄이는 것(초교 10→7, 중·고교 13→8개)을 골자로 하는 ‘미래형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를 통해 과외 없이도 대학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창의성ㆍ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공통교육의 내용을 줄임으로서 오히려 대중들의 과소교육과 지적차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10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 회계연도 16개 시·도교육청별 예산 절감 현황 및 절감 예산 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시로 5053억 5521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 가운데 4942억1362만 원의 예산이 영어 교육 강화 정책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그리고 기숙형 공립고 설립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예산을 절감하는 과정에서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환경 개선 예산, 특수교육 진흥 사업과 저소득 계층 지원금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공교육이 축소되면서 계급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교육의 기능은 초중등 부문으로까지 확산되었고, 학교 수업으로 채워지지 않는 교육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등교육의 내용ㆍ운영방식ㆍ체계ㆍ성격이 초중등 교육의 그것을 위치 짓는 현대 교육제도의 특성상, 이명박 정권이 펼치고 있는 교육재편의 내용은 지난 김대중ㆍ노무현 시절 대학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의 변화는 역으로 고등교육의 이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줄 것이다. 현재 대학부문에 대해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큰 틀은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달라진 계급투쟁의 조건 속에서, 고등교육의 변화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금융ㆍ경제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학의 역할, 이명박 정권의 특질, 교육투쟁 주체들의 조건 등을 고려하며 향후의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 최근 대학 구조조정 양상의 의미
정권은 특정 대학과 학과에 대한 지원과 집중을 강화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해체시키고 있고, 이전과 다른 점은 전체 대학과 대학인의 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지난 6월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 11월에 ‘부실 사립대’ 30여 곳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런 대학들을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것의 근거는 고교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4%에 육박하는 현재,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신입생 충원율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20여 곳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ㆍ학과 간 경쟁과 함께 퇴출되지 않는 대학의 유사학과와 통폐합을 유도하고, 2010년부터 사립대학 법인을 해산 할 때 잔여재산으로 공익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국공립대학의 변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오던 대학들을 줄이며 운영 체계를 재편하고 통폐합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1일 제주교대가 제주대와 통폐합 되었고, 지난 4월에는 교대가 인근 국립대와 통폐합 할 경우 25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지역의 교대를 자기 대학에 유치하려는 국ㆍ공ㆍ시립 대학들의 경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정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울산과학기술대학교를 법인으로 새로 설립하였다. 인천대는 인천전문대와의 통합을 추진하며 인천 송도캠퍼스로의 이전이 마무리된 상황이고, 서울대는 2011년 3월까지 법인화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국회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기 대학 구조조정 양상의 하나로 ‘대학설립 자율화 정책’과 대학-대학인의 수가 급증한 것을 살펴보았다. 현재 대학인의 수를 감소하려고 하는 교육정책의 내용이, 신자유주의적 교육 양상과 다른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똑같다. 즉 대학 및 학과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성격의 재편 중 하나가 학부제의 폐지와 학과제로의 전환이다. 학부제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과 자치 공동체 파괴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연세대는 2010년 바로 학과제 전환이 이루어지며, 건국대ㆍ경희대ㆍ고려대ㆍ서울대ㆍ한국외국어대ㆍ한양대 등에서도 학과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부제 전환 이후 교수집단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학과제로의 재전환 요구가 있었지만, 최근의 변화가 이런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학과제로 전환하는 목적은 학과마다 합격 평균 점수와 지원자 수를 비교하여, 그것이 작은 과일수록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이는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하고 경쟁을 유발하여, 학과 구조조정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학 자체가 기업의 운영과 목적에 닮아가는 현상과 대학에서 생산한 지식이 자본의 이해에 걸맞은 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현상이다. 물론 이 두 가지 현상은 따로 떨어뜨릴 수 없다. 전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은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설립이다. 대학에서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대학 내에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연구성과를 직접 활용하여 수익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이후, 많은 대학에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하고 있다. 작년 2월 한양대의 ‘HYU홀딩스’가 첫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8년 삼육대의 ‘SU홀딩스’, 서울대의 ‘서울대기술지주주식회사’, 서강대 ‘SGU홀딩스’ 등이 대학기술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에서 자본금 100억 원을 들여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미 대학은 산학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노골적으로 제휴를 강화해왔고,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버젓이 학교에 들어오거나 각종 연구소가 대학 안에 설립되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과 기업 연계의 심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후자의 경우에서 대표적인 것은 대학 안에서는 계약학과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기업 혹은 정부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실무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된다. 계약학과는 학생선발부터 커리큘럼 개발, 강사진 운영과 졸업생 채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한다. 성균관대 대학원 과정에 있는 '초고층·장대교량학과'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는 계약학과의 사례이다. 서울대 역시 첫 계약학과인 ‘E-MBA’를 경영전문대학원 안에 신설하였다. 학부과정에서도 2009년 로스쿨로 법대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 이후에 ‘자유전공학부’ 등을 신설하여,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각종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지식의 상업화 경향은, 사회과학ㆍ인문과학에도 더욱 침투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다른 분야에 통폐합되거나, 더욱 기업의 입맛에 맞추는 지식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캠퍼스가 설립됨에 따라, 연세대에서는 2010년 3월 개교를 인천대는 전체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송도캠퍼스에 이전하려는 주요한 목적은 규제조치가 덜한 곳에서,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약학과나 BT 계열의 특정학과를 설립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이 나타나며 민중들은 자신들이 지녀야 할 지식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단 한번도 ‘진리의 상아탑’인적이 없었지만, 최소한 시민들이 가져야 할 권리를 알려줬고,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노골적으로 기업에 연계하면 할수록 시민들을 위한 교육의 내용은 사라져가고, 모든 교육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교육으로 대체되어 간다. 현재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지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본래의 의미가 아닌, 학벌과 빈곤 그리고 계층을 재생산하는데 모두 맞춰져 있다.
 
○ 불안정노동과 빈곤은 대학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대학은 현대의 어느 조직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구성원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의 운영과정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국사회의 경향인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양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우선 1989년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정책이 실시된 이후, 해마다 치솟은 등록금은 대사회적인 문제로 되었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등록금을 비롯해 교재비ㆍ생활비ㆍ사교육비 등을 합해 연평균 1000만원에 이른다. 현 시기 대학의 등록금이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경향 속에서 대학의 운영이 ‘자율’에 맡겨지고, 대학자금에 대한 운영과 수익관리가 주요한 항목으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생긴다면 가장 쉽게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등록금이다.
등록금 마련을 보조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제도는, 오히려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해 2009년 1만 38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켰다. 이에 정부에서는 7월 30일 친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2010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이후 재학기간 동안에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없이 학업에 전념하게 하고,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대출금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권의 생색내기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기초수급자 및 소득 1~7분위(연간 가구소득 인정금액 4839만 원 이하)에 적용되는데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 교육원칙에 따르고 있으며, 그간 기초수급 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제공되던 무상장학금의 지원이 중단된다. 그리고 취업 후 상환이라는 명목으로 등록금을 인상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다. 한편 연평균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한데, 어디에서 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에 우리는 미국에서 부동산 시장에 몰렸던 금융자본이 새로운 투자처의 하나로서 학자금대출에 집중 투자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학자금대출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장학재단’으로 일원화 되는데, 이는 금융자본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편 노동정책이 변화하게 됨에 따라 나타나는 대학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가에서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IMF 이후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받았던 직종은 공무원이었다. 교원 역시 일종의 공무원이고 교원을 양성하는 교/사대에 대한 경쟁률이 높아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인턴교사제를 시행하여 16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교원임용의 경쟁률을 높이는 한편, ‘교원 평가제’를 실시하여 취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평가 시스템을 가동시키겠다고 하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사대의 대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현실이 아니다. 청년인턴제가 공공부문에서 점차 민간 기업에 확대 시행되면서 한시적 일자리만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던 전문 직종 학과의 학생들에게도 해당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에서는 전문 직종 학과의 학생들이 인턴을 하는 등 직종경험을 쌓는 것을 필수 커리큘럼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는 예비적 인력들을 활용하여 임금을 낮추고 취업노동자와 예비노동자들을 분할시키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한국사회의 실업률을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학사 후 과정(Post-Bachelor Program)'이 점차 증가하며, 예비실업자를 학교에 묶어놓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민중에 대해서 적용되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41개 대학을 선정하고, 학교당 1억 원 이상 총 5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대학들은 여성 재취업ㆍ청년 실업자 취업ㆍ소외계층 창업 등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이수하여도 청년인턴제ㆍ희망근로프로젝트의 확대 속에 불안정 노동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 대학본부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방식
대학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대학은 변화에 저항하는 구성원들을 배제하거나 포섭한다. 대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구성원들을 통제하는데, 경쟁 이데올로기를 통해 졸업준비요건ㆍ필수과목지정ㆍ학칙 등 학사과정의 엄정화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서 자치권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학내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고, 재계약을 위한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구성원들 간의 적대와 분할을 조장한다.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이 이루어지며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널리 사용한 방법은 대학 당국이 앞장서 학교발전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대학 구성원들이 이를 내면화하게 함으로써 가능했었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하여 ‘마녀사냥’에 가까운 공격을 당했고, 대학인들의 자치권은 점차 파괴되어 갔다. 학내 공간과 게시판 사용이 제한되었고 ‘정치적 색깔’을 가진 모든 행사는 불허통보가 내려졌다.
이런 모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대학당국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어만 간다. 그런데 지난 김대중-노무현의 인민주의 정권 시절과 달리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는, 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학내 게시판을 비롯한 언론에 대한 통제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입을 막고, 학교에 대해 명예훼손을 하면 학생들에게 징계까지 내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8월 중앙대에서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린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예술종합대학은 정권에서 직접 커리큘럼에 개입(이론 수업의 축소)하고 총장 선임과 같은 운영에도 개입하고 있다. 한예종의 사례는 대학 전체의 기업화ㆍ상업화 경향으로 포괄할 수 없는 것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적 방식과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내 노동자들에게는 해고의 위험으로 이들을 통제하는데 명지대 행정조교의 대량해고 사태, 고려대학교에서는 88명의 비정규 강사를 해고한 사건 등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학 당국의 통제력이 증가하는 것에 맞서 학생 자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은, 단지 교육부문의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운동세력들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대학의 변화가 무매개적으로 대학의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위와 같은 통제력의 증가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정권의 통치방식이 대학의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3. 2010년 교육투쟁의 방향과 과제

대학의 변화에 대해 섣불리 찬반의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면 대학ㆍ대학인의 수가 줄어들고, 학과제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추진되는 최근 움직임에 대해 섣불리 찬반의 입장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대학의 변화가 민중들의 삶과 지식 그리고 노동과정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이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민중들이 고통 받는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투쟁 속에서, 우리의 교육투쟁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교육투쟁의 큰 틀과 방향은,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을 막아내기 위해 내걸었던 바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세적 조건을 고려하며 어느 부분에 맞추어 알려낼 것이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대학인들의 요구안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현재 대학의 기능과 변화에 대해 비판하고 교육투쟁의 주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과제들을 찾아보자.

○ 교육비용 민중전가 저지: 등록금 인하, 취업 후 상환제 반대
2009년 금융-경제 위기 아래에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였지만, 2010년에는 경기회복설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전면시행으로 등록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교육비용의 상승은 교육에 대한 접근 자체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수다한 교육의 문제 중에서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되고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조건 속에서, ‘지배계급의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비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교육투쟁의 주체들을 조직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높은 교육비용 그 자체에 대해서만 발언하기 보다는, 그런 교육비용이 책정되는 원인과 맥락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맞설  수 있는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심화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외에 다른 곳에 대한 투자ㆍ사용이 증가하고, 여기에서 생긴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심해지는 과정이 오히려 등록금이 올라가는 중요한 기제라는 것을 설득시켜내자. 한편 대학에서 등록금을 올리며 사용했던 주된 논거는 교육의 질을 높여 대학과 개별학생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대학-학과를 나와도 불안정 노동을 피해갈 수 없고, 높은 등록금은 낮은 임금 및 해고위험과 함께 민중들을 착취하는 기제로 함께 활용될 뿐이다. 이렇듯 등록금이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며, 교육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저지: 민중의 지식권 쟁취, 대학기술지주회사 반대, 대학의 금융투기 중단, 기만적 기본이수 과목 재정립, 졸업인증제도 전환 촉구
고등교육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며 여기에 걸맞은 노동력을 수급하기 위한 과정에서 확대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민중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장하고, 시민적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식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게 되었고, 고등교육이 대중들에게 확대되었다. 현재 대학의 운영과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의 내용이 기업화-상업화 되어가며, 대학이 자본의 이해에 더욱 긴밀하게 편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에서 발전이데올로기와 같은 지배계급의 공세가 거세이지면서 대학의 구성원들 역시,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있다. 학우들이 내면화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전변시키며, 대중들의 지식권ㆍ교육권을 확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대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는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대학인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학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확장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자.
대학운영이 자본의 이해에 종속되는 것은 대학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혹자는 대학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학에서 수익을 창출하여 발전을 위하여 쓴다면 무엇이 문제일 것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곧바로 각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등치할 수는 없다. 자본의 운영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은 곧 대학 안에서부터 차별과 배제의 원리가 내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것은 학과 통폐합이나 학사과정의 재편과 같은 집단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동반하게 되며, 대학을 다니는 것이 계속 불안정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자기 과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한편 대학자금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쓰는 것은 대학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교육비용의 증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려내도록 하자.
대학 운영과정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을 야기한다. 이는 지식이 대학에서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고,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과 관련된다. 그런데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을 막아내자는 설득을 하는 것은, 운영과정의 기업화-상업화를 비판하는 것보다 좀 더 어려운 일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기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면 좋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특히 가치중립적인 지식이라고 여겨지는 이공계열에서는 기업 기술로 바로 쓰일 수 있는 지식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사회에서 대학이 어떠한 역할을 했고,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민중들이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착취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지식을 배움으로서 가능했고 이를 배울 수 있는 공간 역시 대학이라는 점을 설득하자. 대학이 ‘테크노크라트’적 기술수련 기관이 되며 기업에서 체득해야 할 지식을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업이 지불해야 할 교육비용을 대학에 전가한다는 것을 알려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화-상업화 된 지식이 과연 전 민중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질문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공학분야에서 개발하는 GMO 관련 지식이, 오히려 초민족적 농업 자본에게만 이득이 될 뿐이고, 생태를 파괴하는 메커니즘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지식의 기업화-상업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기본이수 과목 재지정ㆍ수업에 대한 개입과 같은 것을 대학본부에 요구하며, 대학이 자본에 편입되어가는 현재의 경향을 제어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불안정노동 경향을 제어할 수 있는 교육투쟁
우리는 교육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대학이 한국사회의 전체 변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살피고, 이에 적합한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를 위해 대학인들이 습득하는 지식과 삶의 모습; 대학의 모습이, 졸업 후 그/녀들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대학의 교육비용이나 기업화-상업화 현상에 대해서도 좀 더 설득력 있게 비판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전체의 불안정노동 경향이 심해지고,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인들이 인턴과 같은 한시적인 일자리를 거쳐야 하는 것은 필수가 되어간다. 대학이 아무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업에 들어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런 식의 구조조정을 위해 등록금을 아무리 높인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 전체의 불안정노동은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대학이 금융화 양상에 걸맞게 변해가면 갈수록 불안정 노동은 더욱 심화되어 간다.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이 기업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가면서, 취업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갱신하기 위한 '평생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직종과 이를 보장해주는 학과도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우리는 위에서 '4개월짜리' 인턴교사가 대폭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호텔경영학부와 같이 전문직을 보장해준다고 여겨지는 학과를 나온다 하더라도, 청년인턴과 같이 한시적 일자리로 취업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한편 대학과 불안정노동의 관계는 단지, 대학 안에 있는 대학인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문제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언급하고 있듯이 사회에서 지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것을 유념한다면,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은 민중들의 불안정노동과 빈곤을 정당화하고, 더욱 많이 착취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지식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은 항상 그 지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동반해야 한다. 특히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과 생활관습들이 어떻게 사회적 노동으로 전화되는지를 살펴봐야 하며, 지식에 대한 권리는 항상 노동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가운데에만 온전하게 습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자. 현재 대학의 지식과 노동 문제가 가장 대표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인, 청년실업과 정부가 뉴딜정책이랍시고 내놓는 한시적 일자리 정책들을 매개로 교육투쟁의 요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노동에 대한 권리가 급격하게 파괴되고 20대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식권과 교육권을 연결하는 활동들을 만들고, 대학과 대학인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대학인으로서 ○○○한 노동'을 하기를 원한다는 구체적인 요구나,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체 노동자ㆍ민중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을, 대학인들의 삶과 연결 짓는 '의식적'인 노력이 좀 더 많아야 할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민중들의 이데올로기를 전변시켜내는 활동은, 당연하게 3~4월이라는 기간을 넘어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4. 나가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 우리들은 대학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대학에 다니는 의미나, 대학의 본질을 잘 알고 학교를 마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모습이란, 실제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과나 단과대에 한정된 특수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학인들은 자신이 어떠한 처지에 처해 있고, 대학이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언어화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바꿔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며, 사회와 대학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살아가기 쉽다. 교육투쟁의 구체적인 계획과 발언의 얼개를 세우고, 함께 지식에 대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도록 하자. 한 순간 실리를 따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지배계급에게 점유당하고 있는 대학과 지식을, 민중들의 손으로 되찾아 올 수 있는 교육투쟁을 만들자!

Posted by 행진

2009/11/24 12:56 2009/11/24 12:56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test 2010/01/02 21:15 # M/D Reply Permalink

    울산과기대는 신생 국립대학교입니다. 울산대학교는 사립대학이고 울산과기대와는 전혀 상관 없는 학교입니다.

  2. 행진 2010/01/03 15:29 # M/D Reply Permalink

    수정하였습니다^^

[쟁점2] 

교육, 실업, 경제위기의 삼각함수




0. 대학 천태만상(千態萬象)

  캠퍼스에 봄이 흘러넘치면, 각 대학에서는 설렌 모습의 새내기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활기가 넘치는 캠퍼스의 한 편에는 또 다른 걱정이 솟아난다. IMF 이후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쉽지 않으면서 대학은 일종의 ‘취업 학원’으로 변모하였고, 많은 대학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더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되었다. 최근 경제위기가 더욱 심해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되었고, ‘낭만이 넘치는 캠퍼스’의 모습은 3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진다. 낭만이 사라진 공간에서 남은 것은 학점관리ㆍ어학점수관리ㆍ경력관리와 같이 길고 긴 스펙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대학인들은 자기계발의 환상과 도태의 공포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기의 노동력을 경영하고 관리하며, '열심히 사는 대학생'으로 자신의 투자가치를 높이고 있다.

확대

한편 우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모습 역시 10년도 채 안 되는 변화의 모습이다.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들어서고, 단과대 건물에 기업의 실험실과 연구실이 버젓이 들어오고, 학내에 각종 상업 시설이 들어오는 모습. 학부제 도입ㆍ졸업인증시험ㆍ영어점수 획득 등 학사과정이 더욱 엄격해 지는 모습. ‘평생직장’은 없다며 직장을 잡은 후에도 주말에는 영어학원에 나가는 등 ‘평생교육’을 받는 모습. 캠퍼스에 5~6학년과 졸업생들이 많아지고, 더 이상 기초과학에는 관심이 없게 된 모습. 이러한 모습은 어디에서 기원하고,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는가? 2009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예상될 정도로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학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러한 지점들을 예상하며 대학을 다니는 것은 우리가 공부하는 것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갖느냐?

  흔히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렀고, 대학인들은 ‘지식인’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대학은 학문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각종 세상사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진리를 추구한다고 ‘생각되었’다. 혹은 대학은 ‘가난한 수재들의 공동체’로서 유일하게 계층상승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 개천에서 용 나는 장소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8년 대학 진학률은 83.8%에 이르며 아무도 대학인을 지식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모든 대학인들이 취직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진리의 상아탑’은 옛말이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인 재원과 자원을 갖추고 있어야만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캠퍼스의 낭만’과 같은 말도 옛말이 되었다. 그런데 대학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도 사실 그 본질은 경성제국대학이 성립된 1920년대나,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70~80년대나, 2000년대 현재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재의 모습은 오히려 대학의 본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대학의 본질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 우리는 ‘근대경제체제=자본주의체제’라는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만 한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과 같은 가치들을 내면화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지배계급이나 귀족들만 독점하고 있던 지식을 분배할 것을 요구하였고, 19세기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 ‘지식의 분배’였다. 한편 산업혁명 이후 기계제 생산 방식이 널리 확산되며, 그전까지는 숙련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던 핵심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기계로 넘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전까지 무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대장장이의 기술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이런 기술은 도제 과정을 거친 몇 명 제자에게만 전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계로 무기를 만들게 되면서,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었고, 기계를 관리ㆍ운영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대규모 기계제에 적합한 대규모의 노동자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육성하는 교육이 필요로 했다. 이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기계를 이용하여 생산을 하는 자본이었다.

이렇게 지식의 배분을 원하는 시민들의 투쟁과 교육된 노동자들을 원하는 자본의 요구가 만나며 초등교육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 학교교육이 확대된다. 노동자들에게 들어가는 교육의 비용을 줄이는 것은 ‘공교육’을 이용하는 것인데,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담하며 ‘대중교육’ 확장되어 간다. 초등교육 기관에서는 기본적인 글 읽기 및 산수와 같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식만을 제공한다. 한편 20세기에 들어서면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이를 유통ㆍ판매 등과 연결하기 위해 회계ㆍ재무관리ㆍ마케팅 등의 활동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런 일들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 계층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을 양성하게 위해 중등교육ㆍ고등교육 역시 확대된다. 상급학교로 진출함으로서 사무ㆍ관리를 담당하는 지식노동자가 되는 것은 육체노동자에 비해 고임금을 보장하였고, 중등 이상의 학교교육은 빈곤과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층상승의 통로로 인식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지위와 임금이 학력에 의해 규정되기 시작한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모든 대중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본의 필요에 따라 대중들 내부의 경쟁을 강화하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분할을 교육을 통해 정당화한다.

미국과 서유럽과 같은 중심부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던 대중교육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과정에 발맞추어 확대된다. 한국 역시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자본주의 체계로 빠르게 변화해가고, 대학 역시 자본주의체제에 부합하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기능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대학의 역사와 기능은 자본주의체제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학은 자본주의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으로서, 그리고 이에 적합한 노동력을 생산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경제위기의 양상과 이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다니는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지 알아보는데 필수적이다.  

 

2. 금융화에 발맞추는 대학

  2009년 많은 대학들에서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높은 등록금에 힘들어 하고 있다. 등록금은 이미 물가인상을 주도하는 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사실 신자유주의에 맞춰 대학이 변해가는 징후는 바로 등록금 인상이었다. 즉 대학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 재정을 차등지원하고, 알아서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한편 높은 등록금을 부추기는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교육의 변화과정을 보아야 한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대학 구조조정인데, 구조조정의 방향은 전 사회적으로 진행되는 '금융화'와 발맞추게 된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1) 대학의 운영 자체를 금융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 2)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 및 통제 방식이 변해가는 것. 이런 두 가지 모습은 서로를 보충해가며 현재 대학의 모습을 특징짓는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한 대학기술지주회사이다.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하여 2008년 2월 통과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은 최근 더욱 완화되어 더욱 많은 대학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대학기술지주회사인 한양대의 ‘HYU홀딩스’가 첫 매출을 기록하였고, 서울대 역시 ‘서울대 기술지주 주식회사’를 출범하여 ‘매출 1조원 목표’의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경희대와 고려대 및 동국대 등도 2009년 안 설립을 추진 중이고, 각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학은 일종의 기업이 되어 자금구조를 최대한의 수익을 얻는데 사용하고, 기업과의 연계를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 역시 기업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데, 이미 이공계의 대학원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된 산학협동 과정이 사회과학ㆍ인문과학에도 침투하여 지식의 상품화 현상이 강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다른 분야에 통폐합되거나, 더욱 기업의 입맛에 맞추는 지식을 생산하게 된다.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지점은 갖가지 지점에서 나타난다. 최근에 금융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많은 대학에서는 자금을 주식투자와 같이 단기간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문이나 교직원들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기부를 받거나, 심지어 등록금의 일부를 사용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 또는 캠퍼스 내에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잡 셰어링'이라는 명목으로 학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하려는 시도들 역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대학의 재단이 기업의 소유가 되며 둘 사이의 연계가 강화되는 것을 넘어, 현재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금융투기'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하고 있고, 이는 학교의 발전이 곧 구성원들의 발전과 동일하다는 '학교 발전이데올로기'로 이어진다. 학교 발전이데올로기는 대학과 그 구성원들의 배타적인 이익을 옹호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고, 이런 전략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거나 반대하는 세력들을 '외부세력'으로서 배제한다.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의 금융화ㆍ기업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학생들도 잘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화에 대학들이 발맞추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장작을 지고 불 속에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따름이다. 또한 대학의 지식이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맞춰짐에 따라, 지식의 내용과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기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점점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대학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3. 대학은 실업률 관리기관?

  2009년 2월 대학의 졸업식장의 풍경을 취재하는 기사들은 '실업', '취업난', '졸업자 감소'와 같은 단어들이 뒤따르는 대학의 우울한 자화상이 담겨있었다. 대졸취업률이 역대 최저에 치달은 상황에서, '잡 셰어링(job sharing)'을 통해 대졸 초입을 깎고 신규인력을 창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 하고 있다. 몇몇 신문에서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84%에 달하는 현재 상황에서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대한민국 대다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기술ㆍ기능을 연마해 빨리 사회 적응에 나서야 한다고 설교하였다. 하지만 학력격차는 노동시장에서 곧 임금격차로 나타나고, 상급학교에 진출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 자체의 폭이 줄어든다! 따라서 실업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진학률이 이렇게 상승한 이유는 문화ㆍ의식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캠퍼스에 '장수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이 금융자본 중심의 경제구조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주식ㆍ양도성예금ㆍ모기지 등 금융관련 상품이 증가하고, 벤처사업을 육성한다며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금융을 육성하여 한국경제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과 달리, 금융자본은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영역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금융시장을 육성함으로서 사람들을 많이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위에 따라 주식의 허구적인 가치가 상승ㆍ하강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경제위기의 양상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실물자본에까지 옮겨가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고용되어 있던 노동자들도 해고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은 개개인이 능력 없는 탓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단순히 '눈높이'를 낮추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문제는 금융자본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경제체제의 문제이고, 몇몇 경제전문가들이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현재의 체제를 바꿀 수 없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취업률이 최고의 홍보수단이 된 대학들은, 심각해진 실업문제와 관련하여 대안을 내놓고 있다. 숙명여대는 취업하지 못한 졸업자와 졸업예정자를 위한 무상 프로그램인 '학사 후 과정(Post-Bachelor Program)'을 시행하고 있다. 동문멘토링ㆍ취업캠프 등 프로그램으로 '백수 졸업자'의 취업 지원을 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한국외대는 7월 '졸업생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어학강좌와 경영회계실무 등을 교육할 예정이고, 성공회대도 내년 여름방학부터 '모의회사프로그램'이라는 졸업자 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한다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한다는 측면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양산되고 있는 '예비실업자'들을 학교에 묶어놓아 취업률 통계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한편 이것은 정부에서 취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뮬러 펀딩(Formula Funding)' 등과 맞물려 정부지원을 획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실시하며 이미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청년 인턴제 정책'과 맞물려, 각 대학의 실업대책 역시 낮은 임금의 임시직을 양산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에 걸맞은 노동력을 양성하며 급격히 증가한 한국의 대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업률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인들에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들어가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개인의 경쟁력과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억지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무한히 늘어나고, 실업 인구는 적체되어 가고 있다. 대학들은 실업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하며 문제를 유예하고 봉합하는 데 적극 동참할 뿐이다.  

 

4. 어떤 대학생활을 할 것인가?

  우리가 대학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은 무엇 때문에 대학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진리 추구’ 혹은 ‘학문 연구’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혹은 남들이 다 가니까 어쩔 수 없어서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목표’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 실업률은 점차 증가하지만, 역설적으로 교육을 받는 시기는 점점 늘어간다. 대학은 금융화ㆍ기업화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며 경제위기에 대응한다고 하지만, 일부 사람들만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해야 할 지식은 오히려 인간을 구속하고 있다.

현재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스펙을 쌓는 것 보다, 대학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를 하는 것의 의미를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아직 대학생활의 여유가 남아 있다면, 졸업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면 위와 같은 것들을 성찰할 수 있는 활동을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취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변혁적인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것, 거리에 몸을 맡기고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천을 하는 것, 최대한 학내에서 자치활동을 많이 해보는 것. 이를 통해서 대학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지식에 짓눌리지 않게, 교육을 받는 것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행복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이상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부르지 않고, 대학 자체가 기업이 되고 있는 현재. 대학-실업-경제위기의 삼각함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Posted by 행진

2009/03/11 04:40 2009/03/11 04:40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선특호_각론4]교육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에 맞서
   Real-교육권을 찾는 교육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0. 들어가며

학기 초 성균관대의 사회복지학과 폐과 시도, 방학을 앞두고 시행된 성신여대의 학과 통폐합 그리고 서울대의 독자적 법인화 추진 흐름까지…. 08년 올 한해도 대학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굳이 7.30이니 5.31이니 하는 것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학을 정점으로 한 남한 교육체제 전반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은 이미 오래 지속되어, 학생사회의 해체를 야기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이미 대학인들은 교육과 취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주체화하는 '멀티족'이 되어가고 심지어 대학 간/학과 간 경쟁에 자신의 이익을 투영하여 지지/옹호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이미' 변하고 또 변한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쟁점 형성이란 게 가능한 걸까?”, “어떻게 하면 그/녀들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심각히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09년도 학생회 선거를 목전에 두고,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교육투쟁의 위기’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다시금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real 해법'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1>등록금 투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08년 교육투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리의 관점을 재확인하고 2>현 시기 남한 교육의 변화상, 특히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대학재편의 쟁점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3>09년도 학생회 선거를 경유하며 우리가 선도적으로 제기해야 할 입장과 쟁점을 모색토록 한다.

 

1. 교육투쟁의 ‘전략적 혁신’이 필요하다
 
1) 등록금 문제해결에 올인(All in)한 08년 교육투쟁
 
2)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교육투쟁의 ‘전략적 혁신’을 이야기한다

2. 08년 남한사회의 교육과 대학의 모습
 
1) 이명박 교육정책의 키워드 = 통제되는 ‘자율화’&획일적인 ‘다양화’
  2) 일제고사/학교다양화 정책을 통해 가시화되는 전국적 ‘학교서열화’
  3) ‘자율’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대학의 몸부림, ‘기업화’와 ‘무한 구조조정’

3. 09년 교육투쟁, 무엇을 할 것인가
  1)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우리의 키워드 = “평등한 교육권-보편적 지식권”
  2) Real-교육권을 찾기 위한 09년 교육투쟁의 과제

 

>>글 전문을 보시려면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Posted by 행진

2008/10/30 16:09 2008/10/30 16:09
, , ,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135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교육분석]막 나가는 교육, 이래도 괜찮나?"

- 08년 대학교육 재편의 천태만상(千態萬象) -




1. 자본의 입맛에 꼬옥 맞춘 대학교육의 천태만상

대학교육에 대한 자본의 입맛은 까탈스럽기 그지없다. "대학 졸업자들을 기업에 적응시키는 재교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둥, "전인교육도 중요하지만 기업 생리에 맞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둥 참 말이 많다. 과거 군사정권의 정당성 확보라는 정치적 목적과 산업자본의 수요 충족이라는 경제적 목적, 그리고 대중들의 계층상승 욕구가 결합되어 양적인 팽창을 거듭해왔던 남한 대학은 대중교육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1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자본의 축적위기로 인해 이러한 ‘타협’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대학이 이러한 외부적 환경과 수요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빌미로 대학을 재편하고 있다. ‘다양화/특성화’라는 명분으로 장사가 안 되는 대학과 학과를 대폭 없애고,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교육은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변하고 또 변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데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정부였다. 양적인 구조조정과 편중된 재정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소수만 살아남으라 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며 NURI사업을 통해 지방대학의 기업 예속화를 강요하면서 한편 교육개방을 통해 교육시장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은 현 국면에서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교육모순의 격화로 인해 표출될 수밖에 없는 대중의 불만을 호도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반영되는 데, 08년 대학의 캠퍼스에 펼쳐지는 풍경 또한 이러한 설명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까다로운 입맛의 기업들과 함께 만드는 맞춤교육

한창 '계약학과'가 인기란다. 성균관대는 올해부터 대학원과정에 '초고층·장대교량학과(Department of Mega Buildings and Bridges)'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Department of Embedded Software)’를 신설하였다. 그리고 조만간 '보험금융석사과정'(MBA) 또한 개설할 예정이다. 서울대 역시 개교 이래 첫 계약학과인 ‘E-MBA(Executive MBA)’를 경영전문대학원 안에 신설하였다. 계약학과는 2003년 개정된 산업교육진흥법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서, 기업 혹은 정부기관의 계약을 통해 '실무형 고급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된다. 심지어 선발부터 교육과정 개발과 강사진 운영, 졸업생 채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거나 기존 계약학과를 직원의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각 대학별로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하나, 기업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교육시켜서 좋고, 대학은 그 반대급부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따로 없다.

유행에 민감해져라! 학과 통폐합 리모델링

반면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는 메뉴들은 점차 메뉴판에서조차 치워지고 있는 추세이다. 연초에 성균관대는 지원자가 적은 사회복지학과를 폐지하려다 구성원의 반발로 취소하기도 했고, 성신여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맡긴 연구용역을 통해 학사 개편을 추진하였다는 사실은 실로 낯 뜨거운 장면에 다름 아니었다. 동국대도 매년 학과별 평가를 통해 평가 결과가 낮은 학과에 대해선 정원을 줄이고, 우수한 학과엔 정원을 늘려주는 '입학정원관리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주요 평가항목은 입학경쟁률, 재학률, 취업률 등인데, 사실상 사회적 수요에 따른 구조 조정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예감했듯이, 대학본부로부터 정원감축을 통보받은 학과는 철학·사회학·물리학·수학·독어독문학·윤리문화학과·기계공학 등이었다.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한 지방의 대구가톨릭대의 경우, 3~4년 전부터 실시중인 ‘폐과 예고제’를 통해 철학 등 기초학문 분야 10여개 학과를 이미 없앤 바 있는데, 지방대에서 시작된 폐과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이 최근 국립대와 서울지역 사립대에 이르며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도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교원확보율, 학생 충원율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각 대학에 재정을 차등 배분하는 '우수인력양성사업', ‘우수인력양성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등 갖가지 대학정책을 펼치면서 지원금을 미끼로 하여 비인기학과 위주의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각 학교들의 학과 구조조정의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상위서열의 대학이라고 해서 '돈 안 되는 학문'에 대한 구조조정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서울대 인문대학 또한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의 ‘3사(史)과 통합’을 예고한 바 있고,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들먹이면서 학과 별로 세분화된 전공을 융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된 학문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기대와는 달리 ‘학부제 전환’ 해프닝의 또 다른 버전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재정지원과 연동된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의 시책으로 너도나도 학부제 체제로 전환하였다가, 지금에 와서는 원래의 취지에 맞는 제대로 된 내용을 교육하지도 못하고 인기/비인기학과로의 진입을 위한 경쟁만을 초래한 바 있다.

한편, ‘학문융합 추세에 맞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도입되어 올해 대학 수시모집에서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명품 전공’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자유전공학부’이다. 각 대학에서도 자유전공학부 혹은 자유전공학부와 비슷한 성격의 학과 등 전형을 통해 우수 인재를 들여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학금 등의 각종 특전을 주고 지원을 집중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 지원하는 이들을 끌리게 하는 것은 고시 준비에도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몇몇 대학들을 들여다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데 최적의 조건들을 갖춰 놨다. 로스쿨 진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재학 중 국가고시 합격자에게 장학금 지원 혹은 고시 관련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기도 하며, 편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 이미 시행 중인 자유전공학부가 ‘취업전공학부’로 전락한 선례 또한 있는 마당에 실제 운영은 프리로스쿨, 프리메디컬스쿨, 혹은 고시준비의 과정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자율’이라는 포장지, 까보니 ‘기업화’!

교육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들어 사립, 국공립 할 것 없이 '기업화'의 흐름이 도드라지고 있다. 교육기관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교육' 보다도 오히려 '돈 벌이'와 '경제적 효율성'에 집착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들이여, 마음껏 돈을 벌라!

최근 노골적으로 사학의 영리행위 허용하고 있는 추세인데, 학교기업에서 백화점, 부동산임대업, 골프장, 도박장 운영 등의 업종을 통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터놓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적립금으로 주식투자까지 허용하여 ‘자율’을 내세워 대학의 기업화를 전면 지원하고 있다. 교과부는 작년 대학들의 적립금 투자 규제를 완화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하였다. 개정안은 대학 적립금의 최대 50%까지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사립대에 누적된 적립금은 6조 5122억 원(07년 현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50%인 3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펀드 투자로 사용가능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 연세대는 이화여대와 함께 이미 03년 ‘삼성 아카데미 YES’펀드를 설립하여 ‘공격적인 투자’로 자금운용을 하고 있다. 그 외 대학들의 적립금 자금운용 현황(06년)을 살펴보아도, [고려대](적립금 3784억원) △정기예금, 채권 등 50~60% △사모펀드 20~30% △금융파생상품 5%, [서강대](적립금 1634억원) △정기예금 10% △회사채, 채권형 펀드,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어음 등 90%이며 심지어는 [서울대](적립금 약 2천억원) △채권 40% △주식 15%% △사모펀드 15%, △해외투자펀드 10% △머니마켓펀드(MMF) 10% △금융파생상품 10%의 상황이다.

며칠 전, 국내 최초의 대학기술지주회사 ‘HYU 홀딩스’가 한양대학교 내에 설립되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35억여 원을 출자해 설립한 ‘HYU 홀딩스’는 통화잡음제거 기술을 보유한 ㈜트란소노와 과학교육컨텐츠를 보유한 ㈜크레스코 등 2개 자회사를 통해 해당 업계의 기업체에 관련 기술을 판매하게 되며, 2012년까지 12개의 자회사를 설립, 매출 규모 조만간 자본금 100억 원대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런 대학기술지주회사는 개정된 <산업교육진흥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하여 대학연구 성과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분의 51% 이상을 대학이 소유해야 하고 나머지 49% 이하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등 10여 곳의 대학들도 ‘학문의 상아탑을 넘어 수익창출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앞 다퉈 설립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것들이 ‘록금 외에 별다른 재원확보책이 없는 대학들의 자구책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등록금이 싸지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발표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과제>의 ‘사립대학 교비회계 수입의 산학협력단회계 전출 일부 허용’은 대학등록금이 학교교육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있을 경우, 매칭펀드(matching fund) 방식으로 교비회계에서 산학협력단회계로 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학협력단을 통해 사업을 하다가 손실을 입을 경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회계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되어 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특히, 등록금 자율화로 등록금이 계속 오르고, 산학협력이 보다 강화되는 추세 속에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학교법인이 재산을 처분할 때 처분재산이 10억 원 미만인, 경미한(!) 경우 기존의 사전신고가 아닌 사후보고만 하면 되고, 재산처분의 보고가액도 상향 조정하여 앞으로는 보다 많은 액수의 학교법인 재산 처분을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이제 여타 사업들처럼 대학도 돈을 벌기 위해 설립하고 운영하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문 닫는 ‘영리법인’이 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자율화의 최상위버전, 국립대 법인화!

교과부는 23일 국립대의 재정 운영 자율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립대학 재정ㆍ회계법(안)>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서울대 등 국립대의 발전기금은 현재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 수익사업을 할 수 없고, 사용할 때도 관할 지역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도록 되어있는데, 이르면 2010년부터 외부에서 기부 받는 발전기금의 경우 앞으로 특수법인을 설치해 교육 목적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채권투자나 부동산임대 등 수익사업 용도로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익사업을 위해 교비회계와 산학협력단회계, 발전기금회계간 재원 간에 상호 전입/전출을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투자한 외부자본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건물 및 시설을 사용하여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길까지 터놓고 있다.

재정회계법은 사실상 국립대 법인화의 사전단계, 과정이라 불린다. 교과부는 전국 54개 국공립 대학 가운데 이미 여건이 되는 대학은 먼저 법인화를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재정회계법으로 돌파한다는 전략 속에서 촛불국면 속에 폐기된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올 하반기 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상황에서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지난 8월,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9월 중 ‘법인화 추진 위원회’를 구성한 뒤 임기(2010년 7월) 안에 서울대의 법인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혀 대학가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대들은 “서울대 법인화 땐 지방 국·공립대 망한다”며, 애당초 독점적 지원과 지위를 가진 서울대가 독자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할 경우 기업 등의 대규모 기부 등 모든 돈과 힘이 서울대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지방의 다른 국·공립대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는 진단 때문이다.

교과부 말대로 ‘정부의 행정 규제가 대폭 축소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대학자율화’인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를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해 인사, 조직, 재정, 운영 등의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국립대에도 경쟁과 자율의 운영방식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립대 법인은 학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이사회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총장은 최고경영자가 되어 대학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최근 종종 튀어나오는 '총장직선제 폐지' 주장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하나의 독립적 기업으로서 학교를 경영해나갈 CEO로서의 총장은 대학법인의 이익을 위해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휘둘림 없이(!) 대학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막 나가는 교육, 이러다 맛 가겠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 대학의 ‘자율화’, ‘다양화’는 이처럼 천태만상(千態萬象; 세상 사물이 한결같지 아니하고 각각 모습·모양이 다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정부의 정책은 성공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이것을 결코 ‘자율적인 운영과 그 결과로서의 다양화’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들이 ‘획일적’으로 대학의 기업화로, 대학교육의 기업예속화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결코 대학 구성원의 자율적인 동인이 아닌 재정지원이라는 미끼 혹은 학교발전이데올로기의 강조를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교육의 사사성(私事性)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지’로서의 대학은 온데간데없고 대학의 운영자들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고, ‘학문의 상아탑’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허물고 대신에 산학협동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대학을 직접 지배, 통제하면서 ‘자본의 입맛에 맞는’ 지식생산만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고양하는 지식을 학습하는 모습은 대학가에서 나날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런 ‘우리의 입맛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디 내뱉을 수밖에 없다. “막 나가는 교육, 이러다 맛 가겠다!”

Posted by 행진

2008/09/30 15:38 2008/09/30 15:38
, , , ,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131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