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등록금을 어찌할 것인가?
- 진보진영의 등록금 정책을 비판한다 -
지난 3월 28일, 시청 앞 광장은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목소리들로 가득 찼다. 이 날 투쟁을 위해 각 대학별로는 학생총회가 열리기도 하고, 교대위 총학생회장단들은 삭발농성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대학 등록금이 브레이크를 상실한 채 몸집을 불려온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올 해는 특히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말이 현실화 된 상황인지라 그 불만의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진 듯 하다.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유가상승이 현재 붉어지고 있는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라 하지만,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의 2배를 상회한다는 교육물가 상승을 빼놓고는 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 전반적인 교육비용의 상승은 단지 학생들만의 고민을 넘어서 학부모와 교육노동자들의 고민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번 4.9총선에 임하는 웬만한 정당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 내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교수노조 등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등록금 후불제부터 시작해서, 이제 민노당 교육공약의 슬로건이 된 학자금 무이자 대출과 등록금 상한제가 그것이다. 진보신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300대 기업이 등록금 책임져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위와 같은 구호들은 당장에 터져 나오는 등록금 폭등에 대한 불만을 지연시키고 관리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문제 해결에는 조금도 기여할 수 없는 방안들이다. 등록금 후불제,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에 대한 기업 책임 등 일견 대안적인 것처럼 보이는 등록금 정책들은 사실 전반적인 맥락에서 “교육의 소비자주권”이라는 지배적인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류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지라 어쩌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학자금대출 무이자 청원운동의 정치학」이라는 글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글이 주장하는 바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 중요한 지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학자금대출 무이자 청원운동의 정치학」에서도 주장하듯이 이와 같은 운동들이 “등록금을 사실상 인정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과 관련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런 요구는 이명박 교육정책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그림자’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명박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사기”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사기’이다. 그러나 등록금 폭등의 원인을 문제 삼지 않는 한 진보진영의 대안도 ‘사기’일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진보진영의 등록금 정책을 이명박의 등록금 정책과 비교해 보면서 살펴보자.
등록금 150만원 vs 반값 등록금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에게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당장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대운하, 영어교육, 노동정책 등 이명박의 정책 모든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보진영이 유독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태도가 다르다. 대체 이명박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무엇이길래 그러는 걸까?
○ 학자금 융자제도 맞춤형 전환 및 다양한 장학제도 활성화 - 소득 5분위 대학생까지 등록금 무이자 융자 |
위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민주노동당이 그간 주장해 오던 학자금 무이자 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소득분포에서 하위 5분위 까지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전면 무이자를 주장했던 민주노동당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득 상위계층이 학자금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면 전면 무이자나 다름없다. 또한 졸업 후 소득과 연계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융자제도가 실현된다면 사실상 ‘대학 졸업 후 일정 소득 이상이 되면 장기 저리로 등록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제안되고 있는 등록금 후불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로 교내 장학금 대폭 확대 ○ 정치인 후원금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여, 개인의 대학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액 공제하도록 하고, 이를 교내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함 |
위와 같은 정책은 이미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등록금 정책의 향후 과제로서 제시했던 내용(세액공제 제도 등 대학 기부금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과도 일치한다.(민주노동당 등록금특별위원회, 『등록금 고통해소, 민주노동당-학생대표단 간담회』, 3p) 이런 주장들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그 동안 너무 부족했고,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확보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육비용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대학 기부금 문화 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의 수익용 자산을 늘려야 한다거나,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300대 기업이 등록금 책임져라”는 요구도 사실 이와 같은 맥락에 서 있다.
또한 등록금 상한제 요구는 △등록금 금액상한제(가계 연소득의 특정범위를 넘을 수 없게 책정 또는 가계 연소득의 1/12을 넘지 못하게 책정)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물가범위 이상으로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하는 제도) △등록금 차등 책정제(각 가계의 소득 수준에 맞게 등록금 책정) 와 같이 세부적으로 제시되는데, 이 중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경우, 물론 인상 제한 폭이 많이 차이 나지만, 기존 정당들에서도 내놓았던 정책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등록금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 올리는 대학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계획을 내놓았고, 구 열린우리당에서도 2006년에 등록금 인상 폭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최순영 의원은 여기에 동의서명을 했다.) 물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상한제를 요구하는데 있어서의 핵심은 금액상한제(가계 연소득의 1/12를 평균내면 149만원이 나오고,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민노당의 핵심 구호가 “등록금 150만원”이다.)이지만, 이것 또한 폭등하는 등록금에 일정한 규제를 가하고자 하는 수다한 ‘산수놀이’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렇게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등록금 정책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등록금 정책의 밑바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제시하는 수치와 규제 범위가 다를 뿐이다. 그러니 진보진영이 당당하게 이명박을 향해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당장 시행하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양 쪽의 등록금 정책에서 공통분모만 모아서 그 논지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학 등록금 부담이 날이 갈수록 |
→ |
원인은 취약한 대학 재정구조에 있다 |
→ |
게다가 장학제도까지 부실하다 |
↗ ↘ |
소득 수준에 따른 다양한 등록금 감면 혜택 |
민간 재정 활용을 통한 대학재정 확충 |
이런 논의 구조 속에서는 당장의 등록금 부담 덜기 위한 즉흥적 정책 제시만 있지, 그렇게 걷힌 등록금과 대학재정 등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쓰이는지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등록금 투쟁에서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등록금 상한제와 같은 규제책들이 위기의 지연, 아니 위기의 은폐에 불과한가? 이는 최근 대학들의 구조개편 양상을 뜯어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아래 근거들에 비추어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실현되면 더 문제다!”
최근 많은 대학들의 구조조정 양상을 살펴 볼 때 가장 큰 특징은 대학이 산업체 등과의 계약에 의해 학과를 설치, 운영하는 ‘계약학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학과는 협약기관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있고 수업방식이나 시간도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이를 기업 소속 직원의 재교육 현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문대의 경우에는 ‘산업체위탁교육’이라는 형태로 비슷한 형태의 학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노동자를 채용할 때마다 재교육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면에서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런데 이 계약학과들의 특징은 바로 학생들은 등록금을 50%정도만 내면 되고, 나머지 50%는 학교와 기업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계약학과의 사례를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성결대학교와 계약학과 신․편입생 모집 ((주)KT와 계약)
▶지원자격
▶특전 |
성균관대학교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계약 하에 반도체학과 신입생 모집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관련 첨단 고급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을 목표로 함.
▶구체적 특전 |
“이렇게 무릎을 꿇으면 되나요?” - 매일신문, 2005.03.28. |
이런 사례들을 보면, ‘기업들이 등록금을 부담’해서,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에 개정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많은 대학들이 기업과의 긴밀한 산학협력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그래서 사실 교육과정의 구체적 내용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민주노동당의 ‘등록금 상한제’와 진보신당의 ‘대학 등록금의 기업 책임’ 정책은 위와 같은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리는 없지 않나?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은 그야말로 기업을 위한 노동력 양성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나 지금의 산학협력은 거의 ‘산-학 융합’에 가까운 것으로서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가 서로를 침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영남이공대 아웃백스테이크학과와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과의 간극이 드러내는 것처럼 곧바로 직업 간 서열화와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위의 성결대학교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산학협력이 기업체 직원연수 프로그램의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퇴사는 곧 ‘학위수여 불가’로 연결된다. 산업체위탁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명지전문대학의 경우에도 ‘위탁교육을 의뢰한 산업체의 장이 제적처리를 요구하는 경우 / 재학기간 동안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산업체를 퇴직하는 경우’에는 제적 처리된다. 교육에 대한 권리가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꼴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대충 눈치 챌 수 있듯이 지금의 대학 구조개편은 단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20살 새내기’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핵심은 ‘평생학습체제로의 전환’이다.(한나라당 교육정책에서도 ‘평생학습계좌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기업에 취직한 노동자들도 끊임없는 재교육으로 자신의 직업능력을 발달시켜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 이것은 개별 노동자의 자발적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살인적인 노동시장의 경쟁구조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 너도 나도 평생에 걸쳐 학습하려 한다. 물론 평생학습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자본의 이익에 철저하게 봉사하는 불안정노동의 구조 속에서 강화되는 평생학습은 자기욕구에 기인한 것도 아닐 뿐더러, 학력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평생에 걸친 교육비용의 문제’를 야기 시킨다. 이제 민중들에게 자녀 사교육비 걱정에 더해 ‘성인교육비’의 문제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한다면? 전 생애에 걸쳐 부과되는 대학교육비용을 과연 국가가 감당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등록금을 상환 받지 못하는 제도 시행 초기단계에서는 국채를 발행해서 등록금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에 따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엔 등록금 후불제 또한 조금 다른 형태의 학자금 대출제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 제도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등록금 폭등의 원인은 바로 “대학의 기업화, 금융투자”에 있다!!
그렇다면 전국을 강타한 대학 등록금 폭등의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아래 서강대의 사례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아탑마다 돈벌이… '대학의 기업화' 바람 거세진다
서강대는 3일 국내 대학 최초의 기술지주회사인 '서강 미래기술 클러스터(SIAT, Sogang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씨앗'으로 발음)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SIAT는 연구소 중심의 자유전공 대학원 프로그램과 기술지주회사, 벤처금융회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학 클러스터 형태다. (…) SIAT는 메디컬솔루션, 에너지·환경, 반도체 설계,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융합, 디자인공학, 기술경영의 7개 중점 연구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과정이 공학, 순수과학,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에 의해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실질적 융합기술 전공으로 평가된다. (…) 이에 따라 SIAT의 7개 융합기술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은 기술지주회사인 '서강테크노홀딩스'에 공급되며, 기술지주회사는 기술과 사업성 심사 후 개별기업에 사업화를 의뢰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한다. 서강대는 SIAT의 기술사업화를 위해 벤처금융회사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에 대학자금 2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알바트로스 펀드'에는 서강 동문 벤처기업 5~6개사가 최소 75억원을 투자하기로 해 초기 자본금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강대 공학부 유기풍 학장은 "100억원의 초기자본금을 바탕으로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미 1차 기술사업화 과제가 발굴돼 SIAT 연구소에서 제품화 개발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08.03.05. |
앞에서 이야기 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이 올 해 개정되면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서강대 외에도 한양대, 서울대, 경희대, 연세대 등도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계약학과 정도의 산학협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 되어 기술개발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활발한 금융투자를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여기에 대학원생들이 기술개발인력으로 바로바로 활용될 수 있다.
여기서 서강대가 대학자금 25억원을 바로 벤처금융회사에 출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내 사립대의 재정구조에서 등록금 의존비율이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학자금은 바로 등록금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사립대학들이 매년 법인자산으로 100억원 이상씩 적립해 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영리기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을 정해두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그 수익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같은 기사) 그러나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학재정을 내맡겨 놓은 상황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약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또 다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등록금 인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원의 우수인력들이 대학기업의 단기적인 기술개발 요구에 따라 불안정하게 교육받고 일하는 구조가 심화될 것이다. 이는 이미 대덕연구단지 등에 만연한 ‘비정규직 과학기술노동자’들의 모습만 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학의 연구성과에 대한 권리가 곧바로 기업의 특허권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과학기술의 기업독점이 심해지고 그 혜택이 특정계층에게 편중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이 기업을 만들고, 학생들의 학업과 연구성과는 그대로 기업의 지식독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대학들이 급속도로 기업화되고 있다. 그런데 대학들은 ‘특성화’, ‘산학협동’을 빌미로 몇 개 학과만 딱 찍어서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고, 나머지 학과에는 거의 등록금 폭탄을 날리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선택받은 학과에만 재정지원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학과는 자연 도태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학교육에 대한 평가․인증․퇴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바로 이런 취지에서이다. 이런 산학협동과정에 대한 비판 없이는 절대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들의 화살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비판은 커녕 오히려 기업들에게 읍소하고 있지 않는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면,
“대학의 기업화 / 금융투자 반대!”를 외치자!!
총선을 앞두고 등록금과 관련된 온갖 정치상품들이 난무하고 있다.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할 것 없이 모두다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근본적으로 교육의 상품화를 비판하지 않는다.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지 않는 보편적인 민중의 권리로서 교육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값이네, 150만원이네, 인상률 제한이네 하는 식의 흥정만이 난무한다. 150만원 등록금으로 받는 교육으로 인해 150만원짜리, 아니 88만원짜리 일자리밖에 얻지 못하는 불합리 한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학의 기업화로 인해 지식생산이 왜곡되고, 자본의 지식독점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기 ‘교육시장화’라는 닭이 지나간다. 그런데 모두들 ‘등록금 인상’이라는 깃털만 뽑고 있다. 그나마도 다 뽑는 것도 아니고 하나 두개씩 찔끔찔끔 뽑고 있다. 한 두번씩 그렇게 찔끔거리면 닭도 눈치가 있어서 푸닥거리를 하며 도망치기 마련이다. 아니 아예 지붕 위로 올라가 우리를 조롱하게 될지도 모른다.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자. 명심하라. 닭을 잡을 때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한다. 닭을 잡겠다고 깃털이나 뽑고 있는 바보 짓을 하지 말자.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면 “대학의 기업화 / 금융투자”라는 모가지를 비틀자!!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