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1]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자본에게
우리의 몫을 내놓을 수는 없다!


1. 모든 부문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라!

5월은 누구의 삶도 쉽사리 보장할 수 없다는 정부의 엄포와 함께 시작되었다. 4월3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마련했고, 우선 채권단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1천5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C등급 판정을 받는 기업은 워크아웃, 즉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고 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워크아웃이란, 채권금융기관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 작업으로 대개 대출금 출자전환, 상환유예, 이자감면, 일부부채 탕감 기간을 주고, 동시에 계열사의 정리, 자산매각, 주력사업 정비, 신규 투자자금 유치를 유도하는 작업이다. 즉 은행이 기업 스스로 회생하기 힘든 상황에 돈을 빌려주거나 빚을 탕감해 줄테니 노동자들을 다시 부려먹어 수익을 내고, 빚을 갚을 수 있는 구조의 기업으로 탈바꿈하라는 요구이다. 한편 퇴출 절차를 밟게 된 기업은 금융기관이 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는 등의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빌려준 돈에 대한 권리를 가진 채권단이 계열사 간 합병이나 지분매각을 통해 회생이나 청산 절차를 밟고, 남은 자본을 회수 혹은 매각하게 됨을 말한다.

이처럼 정부는 이미 평가를 한 건설/조선사와 중대형 해운사에 이어 나머지 업종의 모든 기업으로 자본살리기를 확대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45개 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14곳은 다음달 말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과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이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반영돼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은행들이 나름대로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조정을 못하게 되면 결국 시장에서 응징과 책임추궁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 진동수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 -

 

위의 말에서 보이듯이 현재의 구조조정 양상은 개별적인 기업의 대응으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10년 전 IMF 때와 같이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은행(채권단)을 통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고, 회생절차 마저도 국민들의 예금을 통해 자본살리기를 실시하는 것이다. 물론 은행 건전성 테스트 또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권 구조조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지배계급의 모습에서 경제위기는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세계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산업이 보여주듯 GM대우는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해고, 무급순환휴직으로 사실상 실업자 양성소가 되었으며 쌍용 자동차는 2646명 해고 안을 발표한 후 결국 8일 2400여명 해고절차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코레일은 실적 저조를 만회하기 위해 공기업 중 최대인 5115명 정원 감축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러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전 부문으로의 구조조정 계획은 등급을 통해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을 선별하여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통한 극복을 시도 하고 있다. 진정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은 벼랑 끝 생사기로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아래에서 구체적인 쟁점과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구조조정, 무엇으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는가.

우선 가장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쌍용 자동차를 보도록 하자. 2004년 쌍용자동차 인수당시 헐값에 이미 수익을 얻은 상하이차는 이후 지속적인 노동자 해고와 기술유출의 시간만을 보내며 수익을 챙겼고, 경영진은 더 이상의 이윤 통로가 발견되지 않자 먹튀자본의 모습을 보여주며 철수해 버렸다. 수 년 간 방치되어 온 쌍용 자동차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수출조차 막히자 적자가 불어났고, 파산하기 직전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기업을 청산하는 가치보다 존속 유지시켜 가동하는 가치가 높다는 법원 판결이후 곧바로 경영진, 정부는 2400여명 해고 절차를 접수했는데, 채권단의 신규자금 2,500억원 수혈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통해서만 지급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이미 사내 하청업체를 정리해오던 회사 측은 전환배치 이후 일을 쉬게 된 비정규직을 전원해고 했고, 그것도 모자라 전체인원의 1/3을 잘라내겠다는 강수를 고집하고 있다. 먹튀자본으로 무너진 노동자의 삶이 기업 살리기란 이름의 ‘노동자 죽이기’로 옮겨가고 있다.

 

GM대우는 900명 비정규직 일자리에 600명 정규직을 배치하는 전환배치를 완료했고, 남은 300명 비정규직 일자리에 비정규직 600명이 들어가 900명이 돌아가면서 일을 하게 되었다. 라인 속도도 줄이고 가동률도 60% 남짓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8개월에 1번씩 일을 할수도 있고, 임금은 20~3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GM대우 회사측은 이마저도 무급순환휴직(임금 지급없이 노동자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쉬는 상황)이라는 이름으로 고용을 보장하는 길이라며 버티지 못할 거면 알아서 나가라고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전환배치->무급순환휴직->희망퇴직 강요->정리해고 순으로 인원감축/임금축소/복지후퇴 등 다양한 방법의 손실메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구조조정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GM대우는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약 2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실이 2조3300억 원 규모에 달해 2008년 결산 기준 8757억 원 규모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황당한 내용은 구조조정이 무엇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이렇듯 대규모 전환배치로 노리는 것은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는 것이고, 차근차근 전체 노동자들을 향한 해고가 다가오고 있다. 단번에 시행되는 집단해고가 노동자의 조직적 투쟁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쌍용 자동차, GM대우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GM대우 회사 측이 정규직 임금 10% 삭감과 복지조항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 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 만도는 전체 생산직 노동자 456명 중 220명을 정리해고 했다. CVC캐피탈이 소유하고 있는 위니아 만도는 23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기고, 경영상의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진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계 초민족 기업인 ‘파카하나핀’의 계열사 파카한일 유압도 197명 중 113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며 쟁의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매출이 감소하자, 전체 노동자의 57%를 감원하겠다는 막무가내 칼부림이 자행된 것이다. 이처럼 위니아 만도와 파카한일 유압을 소유한 투기자본은 단기 순익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주식가치를 높이고 매각 혹은 청산으로 자본을 챙긴 뒤 철수하기 일보직전에 있다.

 

 

3. 구조조정 저지 투쟁과 경제파탄의 주범 금융화에 맞선 투쟁!

97년 IMF 구조조정 당시 해외매각과 투기자본의 국내 침투는 심각하게 높아졌고, 삶이 팍팍해졌지만 “열심히 일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버틴 채 살아왔다. 10년 전의 칼날이 잔인하다고 느꼈지만, 또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마음을 잡고, 자리를 잡으며 많은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고 달려왔다. 그러나 더욱더 황폐해진 삶과 바닥만을 마주한 채 누구의 손도 잡지 못하고 2009년 5월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형태의 해고와 금융투기 자본을 막아내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지배계급의 말처럼 기업을 회생시키고, 경영을 정상화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인원 감축을 통해 손실을 떠넘기는 것이며, 당장 자금이 필요하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청산되고 매각된다. 뿐만 아니라 대출자금을 갚기 위해 금융권이나 정부의 지시에 따라 빚을 갚기 위한 구조로 기업을 바꿔내고,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혹은 싼 값에 고용되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들을 이용해 진행된다.

 

위기를 기회로! 라는 말은 자신들이 발생시킨 경제위기를 노동자들에게 해고하기 쉽고 더 많이 착취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하는 기회로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지배계급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줄 수 없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경제위기는 노동자들이 불러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확실하게 이야기하면 “경제위기 책임은 노동자에게 없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땐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려 노동자들을 부려먹다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금융투기로 입은 천문학적 금액의 손실 그리고 발생시킨 경제위기를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저들에게 결코 우리의 몫을 내어줄 수 없다.

 

또한 투기자본은 바닥으로 꺼진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주식이 오르면 되팔아 그만큼의 차익을 남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초민족 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매각된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처했고, 수 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났음은 10년 전 역사 속에 교훈으로 남아있다. 구조조정을 불러 온 경제위기의 책임이 노동자에게 없음을 확실히 알려내자. 열심히 일한 대가를 생존권 박탈로 만들어버리는 저들의 공격에 투항이 아닌 투쟁으로 저항하자. 지배계급이 유포하는 고통분담과 양보교섭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자본과 기업살리기가 아닌 노동자 서민 살리기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주장으로 구조조정 저지투쟁과 경제파탄의 주범 금융화에 맞서는 투쟁을 만들어내자.

 

첫째로, 위에서 살펴보았듯 많은 구조조정의 경우 투기자본의 먹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려나가자. 특히 쌍용 자동차의 대규모 해고절차와 GM대우의 향방을 예측하고 투쟁을 조직할 수 있으려면 구조조정 정리해고 반대 투쟁이 바로 금융 투기 자본의 맞서야 함은 핵심중의 핵심이다. 쌍용 자동차 정리해고 안이 나온 후 주가가 오른 사실은, 손실을 노동자 해고로 줄이고, 다시 공장을 가동시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GM대우 역시 노동자들을 쉬지 않고 부려먹어 수익을 남겼음에도 파생금융상품 손실로 공장가동을 줄이고, 해고로 지어지고 있다. GM 본사가 의도적으로 GM대우의 파생금융상품 손실을 일으켜 그만큼의 자본을 GM 본사로 흡수시킨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한 노동자 분할은 금융 투기자본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자동차/조선/건설업 등의 주요산업은 연관되어있는 소재ㆍ부품이 엄청나게 많기에 수많은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 위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먹튀 자본이 어떤 것도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원청-하청/정규직-비정규직/여성-남성/정주-이주 노동자의 단결을 만들고, 분할에 빠져 각개격파 당하지 않기 위한 이데올로기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반대투쟁은 바로 생존권 투쟁이자 투기자본을 멈추게 하는 투쟁이 되어야만 가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권 신용 공여액이 높은 대기업 그룹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가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음을 긴장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대기업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는 그만큼 금융권의 건전성과 유동성 확보로 경제위기의 뇌관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에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테스트와 대기업 그룹이 신용 공여액을 어떻게 갚아나갈 수 있게 하느냐가 맞물려 진행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서민의 예금을 마음껏 이용하고, 등급 평가 후회생 가능한 기업에 자금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민중의 생존과 결정에 따라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4. 나아가며

우리는 IMF 당시 헐값으로 투기자본에 매각된 기업들이 어떻게 회생했고, 지금 또 다시 무엇을 희생시키며 살아남으려 하는지 바라보고 있다. 지배계급과 투기자본이 훑고 지나간 자리, 그곳엔 삶도 터전도 분노도 사라진 굳어버린 땅 뿐이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라는 말이 저들에게는 빠르고, 쉽게 곁가지를 쳐내는 것이지만 노동자 민중에게는 자신의 피와 땀을 모조리 빼앗기고 버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위기 극복은 기업과 자본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 살리기가 되어야 합니다” 라고 외치는 우리가! 먹고튀는 자본과 책임회피 정부, 남은 것이라도 빼먹겠다는 저들한테 우직하게 삶을 살아 온 민중들과 함께 새로운 터전을 일궈 나가는 싸움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Posted by 행진

2009/05/15 01:16 2009/05/1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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