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성명] 2008 대중운동의 쟁점들

08년 대중운동을 돌아보며

 

2008년을 마무리하고 2009년을 맞이하는 지금, 1년의 대중운동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이미 많은 캠행진과 단위들에서 대중운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고, 하지 못한 단위들이 있다면 빠르게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동지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해서 엄밀히 작성된 글은 아니며, 평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글이다. 이 글은 전국학생행진(건)(이하 ‘행진’)에서 주되게 이야기해왔던 입장을 정리하고, 대중사업들이 그에 걸맞게 진행되었는지를 평가해 보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09년의 과제들을 도출하고, 더욱 가열찬 대중운동을 만들어 가자!!

 

1. 08년 정세와 행진의 입장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던 조건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로의 깊숙한 편입과 관련되어 있다. ‘IMF 환란 극복’이라는 수사를 내세우며 등장한 김대중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권은,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한국사회를 금융축적에 적합한 구조로 바꾸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였고, 이에 따르는 불만을 인민주의적 통치 형태를 통해 봉합하려고 하였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에 대한 불만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앞세운 이명박, 즉 지배계급 내 보수분파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배세력 내의 개혁분파이든 보수분파이든 장기화된 불황과 같은 ‘특정한 정세’에서 어느 분파가 집권하더라도 대중들이 보내는 지지의 토대는 취약하다. 노무현과는 또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적 요소를 동원하여 당선된 이명박 역시 조직된 지지세력을 대규모로 규합할 수는 없었고, 본격화된 경제위기의 심화 속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의 폭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진영은 이명박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나 정서적 반대를 넘어, 그 객관적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했다. 하지만 경제-정치의 위기와 함께 운동의 위기가 촉발하였고, 운동 세력들은 각개약진하며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합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주의ㆍ상층력 중심의 교섭력 강화라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몰정세적 전략은 전체 운동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것은 소위 ‘종북파’ 논쟁을 거치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로 드러났다. ‘주류’ 당-노조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총자본 대 총노동의 싸움을 강조하는, ‘현장주의’ 세력들이 등장하여 계급정당 건설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과제로 보고 있지만, 이런 행보가 정세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지배계급의 재민주화 전략과 함께 공격을 받았던 학생운동 역시, 전체운동의 위기와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다. 90년대 초중반 지배계급으로부터 도덕성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받은 학생운동은, 보편적인 저항정신의 상실 속에서 학생사회의 해체라는 상황으로 끊임없이 침잠할 뿐이다. 위기에 대응하여 학생운동의 과제를 등록금 투쟁과 같이 학생들의 사안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하고, 노동자 운동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학생사회를 규정하는 다양한 심급의 조건들에 분석과, 운동의 위기라는 상황에 대한 엄밀한 정세 판단이 없이는 학생운동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학생대중들의 상태를 선험적으로 규정하거나 예비노동자로서만 간주하는 편향은, 대중들을 움직이게 하는 구체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 채 위기를 그저 체험하게 된다.

2008년 행진은 운동의 위기라는 상황에 대응하며, 다시금 보편적인 이념과 전망으로 운동을 ‘재건’할 것을 밝혔다. 이는 사회운동의 재건에 복무하는 학생운동이라는 말로 정식화되었다. 이를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정세적 계기들 속에 운동주체들을 형성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정세적 계기들로서 공공성 투쟁ㆍ불안정노동 철폐 투쟁ㆍ민중생존권 쟁취 투쟁 등에 주목하였다. 특히 이명박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에 대한 분석과 투쟁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전국학생투쟁위원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강화하여 지역운동을 활성화하자’를 주요한 투쟁방향으로 밝히고, 지구별 차없서 등의 사업에 결합하며 학생운동 세력들과의 연대투쟁을 도모하였다. 물론 지역운동이라는 과제는 08년 상반기에 갑자기 도출되지 않았다. 그것은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다종다기한 분할과 착취전략이 생산과 재생산 영역 전반;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관철되는 방식을 살피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실내용을 밝혀내는 과정이었다. 또한 운동의 위기를 넘어, 아래로부터 운동 주체형성을 도모하는 거점으로서 지역을 사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운동이라는 과제를 밝히는 과정에서 지역은 생산 현장에 대비되는 일종의 생활 영역으로 인식되며 부당한 쟁점이 형성되었다. 또한 캠이 속해 있는 지역의 민중운동과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식되기도 하였고, 캠이나 단위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운동은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이나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에 대한 오해도 계속해서 존재했다. 행진은 공공성이라는 것이 국가와 자본의 대립 속에서, 국가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님을 밝히고, 또한 공공부문을 국가와 자본을 벗어난 시민사회 영역으로 보는 제 3섹터론 역시 비판하였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공공성 쟁취 투쟁과 등치될 수 없음을 밝히고, 정세적ㆍ전술적 계기로서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민중의 통제권을 높이는 투쟁으로서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회공공성 투쟁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민중 통제권’ 쟁취와 같이 원론적인 수준의 인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 지속되었다. 물론 이는 전체 운동의 연대-연합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 촛불 정국과 같이 우발적인 정세들로 인해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었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 역시 비정규직 사업장에 연대하며, ‘비정규직 철폐’의 사안으로 한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불안정노동의 심화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금융우위의 축적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민중들의 삶 전반이 통제당하는 것을 가리키며, 따라서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반대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즉 노동유연화의 결과에 대한 투쟁이 아닌 원인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것이며, 인간학적 차이를 타고 들어오는 분할 착취전략에 맞서 이주노동자ㆍ여성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계급주체를 발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에는 그간 밝혀왔던 입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정정하고, 가장 큰 정세였던 ‘촛불정국’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운동의 과제를 밝혀나갔다. 촛불정국은 ‘금융위기와 대안좌파의 과소결정’이라는 현 정세를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정세였고, 시민들의 저항으로 이명박 정권의 구조조정 공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촛불정국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전열을 다진 지배계급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다시 발동시키며, 한미 FTA 체결 촉구ㆍ공공부문 선진화 방안 등을 내세웠다. 이에 행진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와 대결하고 사유화/시장화 저지투쟁을 통해, ‘反 MB’ 정서를 ‘反 신자유주의’ 연대 운동으로 전화시킬 것을 결의하였다. 이와 함께 대안세계화 운동에 복무하는 학생대중운동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복구하고 대중운동의 경로를 창출할 것을 결의하였다.


2. 2008년 대중운동을 돌아보며

2008년은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 개혁분파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찰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이명박 정권의 첫 집권기였다. 또한 금융위기라는 형태로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되었던 한 해로서, 한편으로는 운동의 위기가 비가역적으로 드러났던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행진을 포함한 운동진영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08년을 보냈어야 했다.

정권은 집권하기도 전에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였고,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자사고 설립/영어 몰입교육 등 교육부문은 그 시작이었다. 2008년 교육투쟁은 시장화/사유화 저지 투쟁의 전초전이었고, 한해를 관통했던 전술 또한 공공부문에서의 투쟁을 주요한 정세적 계기로서 삼으려 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은 해당 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 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복지부문을 포함한 재생산 영역 전반에 걸쳐 있는 것으로, 민중의 삶 전반에 걸쳐 통제를 강화하는 시도였다. 행진은 이 중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에 주목하여, 재생산에 대한 통제가 여성들의 불안정 노동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밝히려고 하였다. 이런 문제의식을 ‘여성운동 네트워크’ 등과 함께 공유하고 ‘3.8 여성의 날’ 투쟁을 함께 진행하며, 사회서비스 시장화 문제를 알려나갔다. 불안정 노동과 성차화된 착취에 주목하면서, 꾸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를 진행하며 여성노동권을 알려나갔다. 특히 2008년은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고 장기 투쟁사업장이 늘어났던 한 해로서, 기륭/홈에버/재능/대학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해왔다. 또한 민중의 삶 전반에서 빈곤의 문제가 나타남을 인식하고, 주거권-노점 등 생존권 문제에도 주목하였다.

2008년 전국학생투쟁위원회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대사회적으로 알려나가기 위한 투쟁이었다. 행진은 단독으로 ‘허세욱 열사 1주기 투쟁’을 기획하며, 07년을 관통했던 한미 FTA 정세를 알려내었고, ‘4.20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과 ‘빈곤과 차별없는 서울 만들기’ 등의 사업에도 결합하며 투쟁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전학투위는 각 학생운동 세력 간의 인식차이를 극적으로 드러낸 투쟁이었는데, 투쟁 방향으로서 ‘지역운동’이라는 언명에 대해 지역과 현장을 부당대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 역시 고용형태로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제로 협소하게 인식되었는데, ‘총자본 대 총노동’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인식한 세력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 속에서, 당면 투쟁 과제를 ‘단사에 대한 연대투쟁’으로만 한정하였다. 또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의 경우에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운동진영 내에서 재생산 영역/여성노동권과 같은 의제들이 거의 인식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간 행진의 문제의식을 아우르며 결성했던 ‘전국학생투쟁위원회’는 당면 정세를 대중들에게 알려내는 선도적인 투쟁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인식차이를 좁히고 논쟁을 만들어 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메이데이 바로 다음 날인 5월 2일 시작되었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개월간의 ‘촛불정국’을 만들어 냈다. 신자유주의의 경향으로서 궁핍화와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과잉결정되며 생성된 ‘촛불정국’은, 운동진영들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나타나는 계기이기도 했다. 촛불정국 기간 동안 계속해서 ‘시민과 노동자’ 혹은 ‘시민과 운동권’을 나누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해 왔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을 무조건 찬양하고 조직된 운동진영들의 투쟁을 폄하하거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운 운동의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행진을 비롯한 각 운동진영은 이런 촛불정국의 형세에 뒤늦게(?) 결합하였고, 개입하는 행동 역시 일정한 혼란이 있었다. 물론 시기별 정세에 따라 초반에는 ‘깃발을 숨기고’ 대중들 속에 산개되어 분산된 단위로 선전-선동을 하기도 했으며, 점차 학내의 대중들과 함께 집회에 결합하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와 떨어질 수 없는 한미 FTA 체결 반대와 반신자유주의의 내용을 알려냈다.

촛불정국에서 행진은 의미있는 투쟁을 벌여냈다. 촛불집회에 헌신적으로 결합하였고 학내에서 동맹휴업을 주도하며 대중들과 투쟁을 함께 만들어갔다. 또한 ‘미국 농업체계와 광우병’을 주제로 강연회 등의 교육사업을 벌였으며, 광우병 문제의 본질을 알려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름에 진행된 ‘대안세계화 학생포럼’과 ‘반신자유주의 촛불 선봉대’ 역시 촛불정국에 대한 개입으로 진행되었으며, 촛불을 전국적으로 퍼뜨리고 노동자 투쟁과 만나는 촛불을 선동하였다.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너르게 퍼져있는 ‘反 MB’ 정서를 ‘反 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바꾸어내기 위해 시도했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지구별로 주경복 선본에 결합하며, 이명박 정권의 시장화/사유화 정책을 저지하는 흐름을 만들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조직적ㆍ정치적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의 지점이 있다. 특히 주경복 선거와 같은 경우 선거에 결합하는 정세적 근거는 무엇이며, 주경복 선본이 유의미한 연대체였는지, 지역-지구 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이와 함께 촛불정국 속에서 행진은 예를 들면 회원수의 증가 등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였다. 물론 단기적인 양적확대가 운동의 성과로 소급될 수는 없을 것이며, 정치적 목표였던 ‘反 신자유주의’ 전선 형성에 행진의 개입이 어느 정도로 유의미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여타 운동진영에 비해 정세에 빠르게 대응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선전단’의 역할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정세에 대한 바빠른 대응이라는 과제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촛불정국을 거치며 잠시 주춤했던 정권의 시장화/사유화 전략은, 촛불이 사그라들기 무섭게 재개되었다. 8월말부터 정권은 ‘선진화 방안 로드맵’을 발표하며 민영화를 위한 수순을 밟아나갔으며, 비정규직 개악한 확대 시행 및 한미 FTA 체결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新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촛불네티즌과 운동진영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사이버 모욕죄’와 ‘집회ㆍ시위 구역 설정’ 등 반동적인 법안들을 상정하려 시도하였다. 하반기 행진은 지배계급의 공세에 맞서는 투쟁에 결합하며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에 연대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들에 동참하며 유의미한 연대-연합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9월 성신여대에서 벌어진 대학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며, 학내에서 대중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승리로 만든 것은 모범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성신여대에서의 투쟁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결합과 시기시기의 전술 수립 속에서 유의미한 대중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었고,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값진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 행진은 ‘서울 사회공공성 연석회의’ 등의 투쟁에 함께하며, 운동의 연대-연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이런 연대체를 통해 일제고사 거부 투쟁 등을 함께 했으며, 최근에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관련하여 공정택 퇴진운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하반기를 강타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지배계급들의 허구성을 알려내기 위한, 회원모임-월례포럼-강연회와 같은 일상적인 교육사업을 지속하였다.

물론 행진에서 펼쳐낸 1년의 대중운동이 위에 서술되어 있는 것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1월 전국대학생대회와 총회, 5월의 광주순례단, 7월의 빈곤철폐 현장활동과 문예운동게릴라캠프/교육캠프, 여성행진의 사업들을 진행하였다. 물론 행진 활동가들이 학생회/동아리/문예패/생자도 등 대중단위를 통해서 활동을 벌여나갔으며, 대중과 융합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들을 하였을 것이다. 하반기에 진행한 학생회 선거 평가는 다음 글에서 평가를 할 것이다.


3. 2009년 학생회 선거 평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미국발 경제위기 등의 영향을 받아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했다’는 분석이 들려온다. 건국대ㆍ경희대ㆍ고려대ㆍ국민대ㆍ숙명여대ㆍ한국외대ㆍ충남대 등 올해 비운동권 학생회가 수권하던 곳에서 한대련 계열의 선본들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회 선거를 둘러싸고 학교 당국의 개입ㆍ부정선거ㆍ세칙에 근거하지 않은 무원칙적인 행위 등이 난무했던 올해, 우리는 학생사회가 일련의 사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잃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총학생회 중심의 학생대중운동을 벌여내었던 이전의 상황과 같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과반학생회ㆍ단과대 학생회ㆍ각종 위원회 등 총학생회와 톱니를 맞춰야 할 대중단위들은 급속도로 해체되었고, 그 위상 또한 복지를 담당하는 기구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 폭발적인 대중운동의 성과를 학생운동의 자산으로 구조화할 수 있었던 80년대와는 다르게, 지금의 학생대중운동은 촛불 정국으로 터져나온 정권에 대한 불만 등 정치적 쟁점들을 확장하거는 데에 일정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단편적인 분석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위 비권 학생회라고 부르는 단위들에서도 ‘등록금’과 ‘촛불’에 대해 발언하며, 동맹휴업을 함께 하고 거리에 나섰으며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구분이 허구적임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학생회 선거 시기에 행진에서 내었던 입장들은 얼마나 유효했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풀 수 있었는가?

행진에서는 ‘학생회 선거의 의의와 목표’를 통해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경제/정치/운동의 위기 속에서 학생운동 역시 대중과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현재 학생운동이 서 있는 조건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간의 학생회운동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운동/학생회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인들의 삶을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통치로 이끌기 위한 학생운동의 혁신을 지체 없이 단행하는 장(場)으로 만들 것을 결의하였다. 이를 위해서 1) 학생회라는 공간을 어떻게 대중운동의 경로로, 대안세계화 운동의 거점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을 결의하였다. 이는 금융화에 대한 비판을 전면화하고, 대중교육을 비판하면서 지식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페미니즘을 저항의 언어로 재구성하자는 등 신자유주의 비판을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2) 학생회라는 공간이 대안세계화 운동의 이념에 걸맞는 조직체계를 갖도록 개조하는 목표를 세웠다. 학생운동을 포함한 전체운동의 위기 속에서 각 운동들은 독자적으로 구조화되어 상호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고, 대중운동 없는 대중조직의 분열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안세계화운동의 주체형성에 가장 중요한 물적 토대로서 '지역'을 사고하고, 지역에 기반한 사회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전체 운동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3) 셋째로 학생회라는 공간을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훈련하는 장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 과정이 만들어내는 폭력과 기본적 권리의 박탈에 맞서 분절화-개별화 되어 있는 대중, 그/녀들간의 상호갈등과 적대로 표상되는 대학사회에서 대학 내 제 구성원들이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고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한 직접행동에 나서기 위한 공존과 연대의 원리를 밝힌 것이다. (행진 뉴스레터 선거 특별호 참고)

이런 내용을 담아 ‘위기에 맞서 연대로, 당신은 리얼리스트!’라는 모토를 내걸고, 학생회-학생사회/불안정노동/교육/페미니즘 각론을 제출하였다. 제출된 모토와 각론이 선거지형에서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냈는지를 평가할 때에는 두 가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특히 미국 발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후 ‘금융위기’와 ‘연대’라는 화두가 대중들을 설득하고 주체화시킬 수 있었는지가 평가되어야 할 것이고, 두 번째는 대학의 대중의식지형과 운동주체들의 주체적 역량이 더 열악해진 시점에서 ‘선거의 의의와 목표와 모토, 각론이 선거 공간을 통해 쟁점화 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토론되어야 한다. 이는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학생회 선거의 물질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엄밀하게 따져보는 것과도 연관될 것이다.

모토가 ‘바른 말’로 남는 것이 아니라 대학인들에게 행동양태를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많은 경우 행진의 모토가 추상적이고 바른 말로 남아버렸다는 평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는 결국 위기가 사람들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포착하고, 대중들의 의식이 존재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을 하게하고 ‘연대’의 실천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풍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성신여대처럼 미화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이 있었던 곳은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모토를 풀어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투쟁의 경우 학내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서로의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하기에 좋은 조건이기도 했지만 학생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선전선동하고, 학생들이 동참하고 지지할 수 있는 실천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수정이들의 싸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교육과 계몽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종다기 한 전술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대중들이 위기에 처한 자본의 속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설 수 있는 다양한 실천, 저항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문제이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것은 조선일보도 알고 있고, 지배계급부터 모든 운동진영에 이르기까지 ‘위기’를 말하고 있다. 행진이 발전시켜 온 금융・군사세계화에 대한 분석은 정세적인 투쟁 속에서 지배계급의 위기담론과 변별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행진은 그간 학생회 선거에서 ‘친근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강박당하며 복지 공약을 남발하거나, 은연중에 학내/외를 가르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정책을 낸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였다. 학생회 선거를 진행한 각 단위에서는 이주노동자한글학교/대학 비정규직 권리찾기 Project/리얼포럼/펀드 브레이크/빈곤 없는 **대 만들기 등의 공동 공약은 이런 고민에서 제출한 것이다. 즉 소박하더라도 학생사회의 재구조화에 기여하고 대중들과 함께 하며, 신자유주의가 파괴하는 권리들을 되찾기 위한 대중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공약들은 2009년에 각 학생회와 대중단위에서 활용될 것이고, 대중정책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물론 복지공약을 남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선본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것’, 입장만을 ‘남발’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사회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중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선거를 진행했다면, 대중들과의 융합을 위한 끊임없는 활동태를 고민해야 하며, 싸이클 속에 들어있는 소위 ‘조합사업’에 대한 재정비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선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선거는 대중운동에 대한 긴장감과 실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며, 학생사회의 재구조화라는 과제는 하염없이 축소될 것이다. 또한 추후의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진행하는 선거라고 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쟁점과 단위의 정세적인 사건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편향은 정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빠르게 대응을 하며 선거 시기의 논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 학생회 선거라는 열려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행진에서 제출한 각론과 대중정책들은 학생회 선거뿐만 아니라, 각 단위에서 진행한 자치학교나 ‘금융위기 해결 실천단’과 같은 사업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내었다. 대중정책들을 풀어내기 위해 진행된 사업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대중운동에 대한 긴장감을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었는지 꼭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평가를 통해서 08년도 대중운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힘찬 대중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4. 남겨진 과제들

연말연초! 현재 계급투쟁의 핵심대립지점은 어디이며, 우리의 대중운동은 어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가? 경제위기는 실물경제로 이어져 인천-부평의 GM 자동차 공장이 휴업에 돌입하였고, 공장 공동화 현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감축이 예상된다. 대학가에서는 새삼스럽게 청년 실업과 교육연한의 증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청년인턴제’의 도입 등을 통해 문제를 봉합하려고 하고 있다. 정권에서는 우선 금융분야에 대한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데,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swap에 이어, 얼마 전 한-일ㆍ한-중 통화swap 체결을 통해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또한 실물경제의 심각한 타격에 대한 정책으로서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에 대한 20조원 기금 조성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자동차ㆍ건설부문을 선제적으로 하는 이른바 실물경제에 파급되고 있는 위기의 폭이 예상을 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정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듯이, 지배계급은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민중들을 공격하는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역별/연령별(60세 이상) 최저임금 차등부과 및 숙식비 공제 한도를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최저임금을 낮춤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또한 기간제와 파견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연장하고, 32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업무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크게 개악될 예정이다.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를 기간제 근로자 사용계약에서 제외했지만, 개악안에서는 20시간 미만으로 적용 제외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노동유연화 기조와 연관된 이러한 정책들은 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눈가리개’일 뿐이며, 노동자의 고용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예정이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예산안에서는 기초수급생활자의 수를 대폭 줄이고, 의료급여의 혜택 역시 축소하고 있다. 복지영역에 대한 공격은 이명박 정권의 큰 기조인 시장화/사유화 흐름과 맞물려, ‘예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속적으로 민중들에게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을 퍼뜨리며 이데올로기전을 퍼뜨리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언론 장악 시도에서 보이듯이 민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운동진영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진보연대 등은 최근 민주당과 함께 ‘민생민주국민회의’를 꾸리고, 사안별 연대를 통한 광범위한 ‘반이명박 정선’을 추동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안별 연대라는 명목으로 원칙없은 조직확장에만 주력하는 것이 운동의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고, 당면정세에 대응한 합력창출마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원론적으로 다시 강조를 하면 현재 중요한 것은, 운동의 위기를 넘어 다시금 운동을 ‘재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념과 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학생운동 역시 ‘사회운동의 재건’이라는 과제에 복무할 수 있는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는 정세적 계기들 속에서만 확립될 수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반 신자유주의 전선’을 형성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른 말이 아니다. 행진에서는 촛불정국을 거치며 확산된 ‘반 MB 정서’를 ‘반 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시장화/사유화 저지투쟁이나 촛불 정국 등을 그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투쟁의 계기들을 찾아나가며 구체적인 언어로 대중들에게 말해야 하며, 구체적인 대중정책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강의실ㆍ자치공간을 돌아다니며 선전선동을 단행하고, 목표와 과제를 잘 설정하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한글학교/학내 비정규직 권리찾기/월례포럼/빈활과 같은 실험들을 해나가야 한다. 대중운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캠 행진의 위상과 임무를 잘 설정하고 활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운동을 활동가들끼리 진행하며 자족한다거나, 투쟁 동아리화가 되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편향이다. 행진의 강화는 행진 활동가들의 강화로, 이는 다시 대중운동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지금까지 08년 행진의 입장과 대중운동들을 간략하게 돌아보고, 현재의 정세와 09년도 대중운동의 과제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다시 한 번 언급하듯이 이 글은 평가를 위한 하나의 자료일 뿐이며, 엄밀하고 구체적인 평가는 동지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연말연초의 설레는 기분에 들떠 부유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난 시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평가와 결의를 하기를 권한다. 09년도 풍성한 대중운동을 결의하며 글을 마친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35 2008/12/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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