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최저임금개악법 저지하고,

인간다운 삶 보장하는 생활임금 쟁취하자!


0. 들어가기

  시리도록 추운 연말. 경제 위기의 폭풍과 물가 오름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08년의 겨울은 더 추운 것 같다. 이 추위를 강타하는?! 따스함을 전하는 손길이 곳곳에서 후원금과 나눔 행사로 한창이다. 정말로 따스한 마음을 모아 이땅에 함게 살아가는 내 이웃에게 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술책이나 이제껏 팔리지 않은, 남은 물품들을 나누어 주는 행사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차디찬 겨울을 녹일 따스한 나눔을 하고, 그래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질 것처럼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거리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생계는 더욱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기준을 결정하는 한국사회의 빈곤선은 열악한 최저생계비 수준에 머물고 있고 빈곤선이자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기준선으로 작동하는 최저생계비는 가구의 수가 늘수록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그 위기를 가족에게 전가하는 식의 한계적 임금결정 방식이고, 노동자들의 최저한도의 임금기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4,000원, 월 836,000원(주 40시간 기준)이라는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절대적 빈곤율과 상대적 빈곤율 모두 증가하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좌초된 현실을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겠다고 하고 있으나, 부유층에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의 감면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는 지난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대표발의로 한나라당-민주당이 함께 최저임금제도 개악법을 제출하였다.

  물가 폭등,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정부와 자본, 보수정당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또 다시 가장 약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과 민중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 98년 IMF때 온 국민의 금모으기로 위기를 극복하려던 시도, 08년 숭례문 화재 때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숭례문을 재건하자던 이명박 대통령의 막말도 그랬다.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제도 개악법이 다시 경제위기의 상황을 민중에게 전가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 역시, 해고나 생계의 위협을 느끼면서 근근히 버텨왔던 노동자들, 고령자, 장애인, 청년신규취업자, 이주노동자 등 민중 전반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1. 최저임금제도란?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주고 노동자 내부의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것,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고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이 정도 이상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최저 수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최소한의 생활수준’은 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가능한 수준임을 의미하며 최악의 생활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의미한다.

  남한에서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당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당시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운용하지 않고 있다가 70년대 중반부터 지나친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행정지도를 해왔으나 저임금이 일소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저임금의 제도적인 해소와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 제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판단되는 1986년 12월 31일에 최저임금법을 제정, 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부터 실시하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2008년 10월 국제노동기구의「1928년 최저임금결정제도 협약, 제26호」를 비준한 국가는 103개이며 「1970년 최저임금결정 협약, 제131호」를 비준한 국가는 51개국이며, 최저임금제도는 협약 미 비준 국가를 포함해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은 지난 2001년 12월 27일 위 두 협약을 모두 비준하였다.

  [국가가 노 ․ 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서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여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지속적인 상승으로 근로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했고, 최근금융위기로 중소기업에 부담이 가중되어 최저임금법 위반과 취약계층의 고용기회의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여,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취약계층의 고용기회 확대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던 한나라당 김성조의원의 발의문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법이며 여전히 부족함을 토로하는 제도였던, 최저 임금제도를 개악함으로 해결 가능하단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2. 남한의 최저임금 수준과 적용범위

  남한의 최저임금 수준과 적용범위는 전체 노동자 임금 총액 및 평균임금 대비는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31~35% 수준이며 임금 총액의 20~25% 수준이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풀타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OECD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하고, 제조업 생산직의 시간당 보수비용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로 스페인과 함께 가장 낮다. 또한 최저임금 영향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인턴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종사 노동자가 매우 많으므로 실제로 법정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위반이나 적용제외로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11.6% 중 정규직은 5.3% 이고 비정규직은 94.8%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혼자인 여성은 49.6%, 고졸이하가 89.8%, 55세 이상이 29.2%, 25세 미만이 21.5%로 기혼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어리거나, 나이가 많을 수록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법정 최저임금의 수혜자는 4.5%이고 나머지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이거나 최저임금법 위반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며,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 중 기혼자가 무려 73.2%, 35~54살 인구가 40.1%, 55살 이상은 28.9%이다. 이는 실제로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미혼 단신 근로자가 아니라 부양할 가족을 둔 청, 장년기 노동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최저임금제도 개악법

1) 최저임금 감액적용 확대 및 적용제외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법 감액적용 대상으로 3개월 이하의 수습노동자, 감시단속 노동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자단체와 한나라당 등에서는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를 감액 대상에 포함 하였고, 수습노동자의 감액기간을 6개월로 연장 및 감액율 상향조정, 감시단속 노동자 적용제외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고령을 이유로한 최저임금을 감액. 더군다나 현재의 고령인구 대부분이 국민연금 수혜대상자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고령인구를 최악의 빈곤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특히 OECD 발표상 우리나라의 상대적 노인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한 고령자 가구)은 2006년 45%로 OECD 국가 중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2005년 OECD 평균 상대적 노인 빈곤율이 13%인 점을 볼 때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감시단속 노동자(경비원)들이 대부분 고령의 노동자라는 점을 감안 한다면 최저임금의 목적이 ‘최소한의 생계임금 보장’이라고 했을 때, 연령 등을 이유로 감액․ 적용제외 대상을 확대할 경우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정부는 2005년 최저임금법 개정 당시 스스로 ‘연소자, 양성훈련생, 수습노동자 적용제외’를 ‘수습노동자(3개월 미만)감액적용’으로 단일화했었다. 당시 정부는 생산성과 업무숙련도의 차이를 이유로 한 감액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연령 또는 훈련생 여부가 아니라 수습기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그 3개월도 모자라 6개월이나 연소자, 수습, 훈련생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불안정한 노동을 야기시키도록 사용자들 편에 서서 감액기간을 조정하게 합법적으로 배려해주는 정부가 노동자들에게선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피눈물을 흘리게 할 것 같다.

2) 상여금 숙식제공 (현물급여) 포함
 현행 최저임금법은 상여금과 각종수당, 현물급여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사용자 단체와 한나라당은 상여금과 숙식제공과 같은 현물급여를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숙식비는 ‘임금’이 아닌 ‘복리후생비용’으로 보는 것이 노동부의 행정적 해석이다. 최저임금에 ‘임금’ 이외의 항목을 포함하자는 것은 특히, 숙식제공의 대상자가 대부분 이주노동자라는 점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정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공안 탄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체불과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는 필요에 의해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이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다. 아울러 이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및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ILO 제111호 협약)> 위반하는 것이며 중소기업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고임금’이 아닌 ‘인력난’의 차원에서 수요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이 같은 조치는 이주노동자의 취업유인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부족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3)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사용자 단체와 한나라 당은 각 지방자체단체 별 혹은 도-농 간 최저임금액을 차등해 적용할 수 있는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을 요구, 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은 최저임금이 높은 특정지역으로의 노동인력 집중현상을 보이며 지역간 - 도 - 농간 불균형 발전을 부채질 할 것이다. 게다가 여전히 지역에서는 사용자들이 암묵적으로 최저임금 이하나 근근히 최저임금을 맞추는 정도로 임금체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위태로워질 것이란건 불보듯 뻔하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호주, 캐나다, 중국, 브라질 등 국토 규모가 연방 수준으로 넓어 지역 간 노동인력의 이동이 어렵고 경제적 격차가 큰 일부 국가에 한해 도입되고 있는 것을 볼때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불일치하며, 예외적인 사례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에도 1978년 이후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4) 최저임금결정체계
 사용자 단체 등은 현행 노-사-공익 각 9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 체계를 ‘노-사 배제, 공익위원 결정 체계’로 전환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결정제도는 각국 실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임금위원회(심의회), 중재재판소, 의회, 단체협약 효력확장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는 임금위원회(심의회)와 단체협약 효력확장 방식이며, ILO 역시 대표성 있는 사용자단체 및 노동자단체와의 충분한 협의(협약 제4조 2호), 사용자단체 및 노동자단체의 대등한 참여(협약 제4조 3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익위원이 노 - 사의 이익을 모두 대변하며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수도 없거니와 현재와 같이 공익위원 선출의 민주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사 배제’는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 자체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 보여지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위원회 결정의 공신력을 낮추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4. 나가며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 받아야 할 제도였던 최저임금제도가 입법취지를 잃고 새로운 개악으로 거듭나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바로 눈앞에 도래했다. 정부와 자본은 최저의 삶을 보장하는 제도마저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최저임금개악으로 선제 공격을 날렸다. 이제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들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선, 저임금 불안정 노동구조에 대한 분석을 대중운동과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임금격차의 현상을 폭로하고 임금결정의 사회적 기준이 어떠한 문제점을 지니는가를 폭로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계비 문제와 연관된 임금 현실화 최저생계비 등 빈곤선을 끌어올려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여론화, 의제화를 지역사회 내에서 형성하여 공동의 실천과 토대를 마련해 가야 할 것이며, 세 번째로는 노동자 조직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비단 최저임금개악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 개악이 통과되면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기준선들이 무너져 복지는 바닥으로 내려않을 것이며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입법취지를 잃은 최저임금개악법은 더욱 많은 비정규직과 차상위계층, 들을 만들어 내며 그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았던 사람들 마저 거리로 내몰리고 말 것이다. 뼈빠지게 일하면서 근근히 먹고사는 사회가 아니라 최소한의 현실적인 생활임금을 받고 살수 있는 사회! 생활임금이 현실화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금 거리로! 투쟁의 깃발을 올려야 할 시기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50 2008/12/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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