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09년 대학 등록금, 동결 동결 동결 …

  성신여대, 고려대, 상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11월 속속 내년도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등록금 동결’은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 국립대인 서울대 뿐만 아니라 지방의 주요대학들도 동결 선언에 가세했다. 이는 대학들이 발표한대로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여건을 고려한 조치로서 미발표 대학들 또한 내년 등록금은 동결 혹은 동결은 아닐지라도 인상폭 최소화와 장학금 확충 등이 실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따뜻하지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각 대학들은 경쟁하다시피 등록금 인상을 추진해왔고 이에 반대하는 대학생, 국민들에게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혹은 ‘(남는 돈이라 폄훼되는)적립금은 그 나름의 용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에 사용할 수 없다’며 냉대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손병두 대교협회장(서강대 총장)이 등록금규제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주요대학들 또한 09년 등록금인상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등록금 동결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니 주머니 사정상 희소식일지라도 찜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말 많고 탈 많은 09년도 대학 등록금 동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등록금 동결의 배경이 하반기에 폭발한 경제위기였다는 점을 상기하며,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경제위기의 폭발, 책임과 비용은 민중에게로

  지난 9월 가시화되었던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침몰시켰고, 한국에서도 실업의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배계급은 이에 대해 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데, ‘고통분담’ ‘선(先)경제발전’ 등의 이데올로기전과 동반하여 노동자민중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자 하는 법안들을 상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이에 따르면 기존 수습기간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 수준의 임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6개월로 연장하는 등 마치 임금을 낮춤으로써 일자리를 더욱 많이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침체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인턴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노동유연화를 의도하는 정책들은 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눈가리개’일 뿐이며, 노동자의 고용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주류 언론들은 ‘기업입장에서는 고용유연성이 떨어지는 정규직의 채용이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확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유연화가 이뤄져야만 한다’며 노골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를 갈라치기 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강권하는 현 상황은 노동자 내부의 각종 분할을 극복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향모색이 중요한 시점임을 지시한다.

09년 교육투쟁을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배계급에게 묻는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09년도 교육투쟁 역시 전체 정세에 대응하는 전체 전략/전술의 구상 하에 배치되어야 하며 그것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배계급에게 묻는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투쟁을 통해 ‘위기 비용의 민중전가 반대’라는 맥락에서 ‘등록금 인하’를 외칠 수 있고, 지배계급이 우리에게 떠넘기는 책임과 위기비용에 반대하는 구호들을 외치며 투쟁의 요구들을 모아나가야 한다.

등록금 동결과 맞교환(swap)된 것은 무엇인가?
  다시 돌아가, 등록금 동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학입장에서도 자기 딴의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단순히 한 발 물러선 것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동결 선언은 경제위기라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08년 하반기 경제위기 국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정위기를 맞이한 미국, 호주, 한국 등 전 세계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결책은 구조조정이라는 사실이다.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대학들이 ‘오히려 체질개선의 기회’라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각 대학들이 재정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를 구체적으로 예상해보자.

등록금 동결을 거래조건으로 묵인되는 대학의 상업화/기업화에 반대하자!
  우선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등록금넷, 한대련 등의 단체가 주축이 되어 동결을 넘어 “등록금 인하”를 주요 구호로 하여 09년 ‘등록금 대항쟁’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학생회 선거 당시에도 소위 운동권/비운동권이 공통적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기에 “등록금 인하”라는 구호는 좌우를 막론하고 공동의 요구로 외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싼 등록금 깎자!”의 동의지반으로 구성된 투쟁이기 때문에 함께 투쟁에 나서는 주체 내에서도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이견 - ‘합리적 대학경영을 위해서는 학과통폐합도 가능하다’, ‘산학협동 강화를 통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록금이 싸지려면 교직원 등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 등 - 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굳이 반대하거나 선긋기를 할 필요는 없으나, 등록금/교육비용의 문제로 협소화되는 교육투쟁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각 캠별 지형과 상황에 근거하여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편 경제위기 상황은 (적어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대학이 적극적인 이익창출을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의 경우 법인화를 위한 각종 절차를 밟고 09년 2월말까지 서울대 법인화의 큰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서울대 기술지주 주식회사’를 출범하고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매출 1조원 목표’의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며 서울대 이름/로고 등 상표 등록도 하는 등 대학의 ‘(이윤획득 가능한)법인화=기업화=SNU.com’에 최선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쟁점화될 예정에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대를 매개로 법인화 투쟁이 기존의 상층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떻게 대중투쟁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등록금 동결의 위한 교직원 임금삭감?
  특히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학생의 ‘교육권’과 교직원의 ‘노동권’을 부당하게 대립시키는 대학본부의 도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대학 예산 삭감으로 초빙교수, 강의교수 등은 줄이고 대신 시간강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원을 확대하거나 대학시설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당한 대립과 해결방식에 맞서 ‘위기 비용의 민중전가 반대’라는 목표에 수렴되도록 하는 투쟁방향과 구체적 대응형태가 각 캠별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법 개악과 관련시켜 학내 시설관리노조와의 연계를 통한 기획(ex. “등록금Down!임금Up!” 문화제 등)일 수도 있고, 3.8 여성의 날을 경유하며 여성노동권의 제기와 결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과 맞바꾼 각종 위기 모면책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함께 대응하기 위한 학내구성원들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구상하며 실험을 전개하자!

청년인턴제 등 청년실업 해결의 기만성을 폭로하자!
  새삼스럽지만 ‘청년실업’ 문제와 대학 5~6학년생 증가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26세 이상의 대학생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전체 대학구성원 중 4학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청년실업 대책으로 청년 인턴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청년인턴제’를 내놓으며 위기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청년인턴제’에 대한 비판을 가시화하여, 과잉교육과 과잉인구의 창출이라는 현 정세를 실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알려낼 필요가 있다. ‘청년인턴제’에 대한 정세적인 비판을 통해 정부의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명확히 묻자!

Posted by 행진

2008/12/30 10:52 2008/12/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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