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더 나은 세계’인가?
 : 다보스포럼을 통해 본 세계경제




1. 들어가며 : 다보스포럼과 이명박은 세계 경제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기간 동안 [한국 대통령이 다보스서 제일 먼저 연설한 이유], [‘자유시장주의 철옹성’ 다보스 무너지다!] 등의 세계경제와 다보스포럼에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신문들에 주요하게 다뤄지며 보도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보스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다룬 인터넷 포털 싸이트 기사들 아래에는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비난 리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없게 다보스포럼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큰딸과 손녀를 데리고 갔다더라’ ‘한국에서처럼 국정수행을 졸속적으로 처리하고 왔다더라’ ‘국제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모가 부끄럽다’는 등의 내용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안에 관련된 기사들에 대한 반응은 기존의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기사들에 대한 반응과는 확연하게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가장 많이 찬성을 받은 리플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의 심각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런 중요함도 모르면서 그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무지한 네티즌들을 나무라는 식이었다. 물론 누구나 인지하듯 현재 세계경제는 정말로 위기이지만, (비록 비난의 내용이 올바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불만과 그로 인한 비난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의 각국 정부들은 정말 세계 경제를 구원하려는 것일까?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세계정상들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부터 밝히자면,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진 방향으로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것이고, 설령 극복이 가능하더라도 상층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 극복 시도 속에서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다보스포럼에 이어, 11월 서울 G20 회의에서도 다뤄질 (한국을 비롯한) 세계정상국가들의 위기극복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고, 그것을 적확하게 비판하기 위해서 쓰였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 그리고 앞으로 G20 등에서 다뤄지는 ‘그들만을 위한’ 경제위기극복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대안’을 토론하고 이야기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2.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의 ‘금융규제 논의’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연설’


2.1. 2010 세계경제포럼의 가장 큰 화두 : 금융규제

 얼마 전,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건설하자’라는 슬로건 하에서 진행되었다. 학계․정계․재계의 유명인사들 2500여명이 참가한 올 해 ‘다보스포럼’의 핵심의제는 금융규제방안이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금융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은행가의 할 일은 투기가 아닌 기업대출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금융업계가 과도한 이윤 추구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금융 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특별연설을 해서 이슈가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금융기관들의 대마불사(바둑에서 대마는 결국은 살길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 일, 부실한 금융기관들이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규모를 키워 살아남게 되는 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정치권 인사들뿐 아니라 금융계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소로스 회장(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도 금융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구체제는 깨졌다. 국제공조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측해서 유명세를 탔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금융기관들의 이른바 대마불사 신화는 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크게 주목을 받아왔던 미국계 초국적 금융기업의 수장들은 대부분 다보스에 아예 오지도 않았다.

 반면 영국 금융기관 로이즈 로드 레빈 회장은 “금융규제 개선은 필요하지만 더 이상 규제는 안 된다”며 금융기관의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장인 로버트 다이아몬드 역시 “은행을 규제하고 은행 업무를 축소하는 것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금융규제 강화 의견에 반대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비공개로 이루어진 회담에서도 새로 만들어질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 외에 주제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균형 발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아이티 재건을 지원하는 사안, 전 세계적인 실업률 상승, 경기회복 둔화 등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발언들과 그에 반발한 금융기관의 입장들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가는 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얼마 전 강력한 은행 규제책을 시사하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실제로 정책적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010년 세계경제에서 앞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 다보스포럼에서 이명박의 단독특별연설 : G20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아시아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게 된 이명박은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과제와 도전’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서울 G20 정상회의의 3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일명 조중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일간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한국의 국위선양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알려내느라 분주했다. 언론들은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G20의장국이 되었기에 한국 대통령 최초의 다보스포럼 단독특별연설이 가능했다는 것 등을 부각해서 보도하며, G20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자축했다. (모 경제신문에서 말했듯) 이제 정말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급이 올라간 국가가 된 것일까?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행한 특별 연설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연설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1. 지난 세 차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의 철저한 이행 2.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 3.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이 그 내용이다.



앞으로
G20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것은 G20에서 단순히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경제에 대한 강력한 법칙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G20의 위상을 위치 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G8 정상회의로는 금융위기에 대한 극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시아 및 신흥개도국을 포함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주요한 테이블로서 G20 정상회의를 사고하게 된 현실을 나타내준다. 그러므로 앞으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G20에 포함 되는 국가를 넘어 실제로 전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 G20의 논의가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것도 실제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세계경제에 가지는 큰 파급효과를 고려해보았을 때 (비회원국에 대한 포섭과 함께)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 세계금융시장에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은행규제책에 대한 발언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가를 넘어 고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안전망 구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실현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위기극복을 위해서 미국의 루비니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은행들의 겸업화를 일정부분 해체하고 국유화하자는 방향을 냈으나, 오바마 정부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방향은 앞의 방향에도 미달한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 방안은 위기를 불러온 금융자본의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금융자본에 대한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평이다.1) 앞으로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개혁방안에 대해서 더 주시해보아야겠지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해서 한국의 이명박 정부 등이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 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자본주의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분명 G20이라는 세계경제를 움직이게 될 큰 배에 이명박 정부가 타게 된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 배가 대체 어떤 배냐는 것이다. 과연 이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배인지, 아니면 앞으로 잘 나아가게 될 배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3.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떠한 상황인가?


 다보스포럼에 모인 이들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에 대해 ‘느린 회복’을 전망했다.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편 효과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는 여러 부정적인 변수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쌍둥이 적자의 문제가 있다. 동아시아 수출달러 환류-발권이익 메커니즘2)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미국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수입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대외수출 역시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감소하는 2010년 후반이 특히 위험할 것이다. 미국 연준은 올해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라 했고, IMF는 더블딥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폴 크루그먼과 같은 경제학자들도 더블딥 위험이 결코 작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늦춰지면서 소비가 약화되는 점, 신용경색으로 여전히 자본 투자가 많지 않은 점, 과도한 재정적자에 따른 경기부양책 지속 여부 불투명 등을 꼽았다. 작년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결국 경제가 V자형태로 신속하고 활발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고, U자형(느린 회복), L자형(장기침체), W자형(더블딥) 중의 하나이거나 이들의 조합이 될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늘고 있고, 우량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집을 압류당한 비율이 지난 3분기에 무려 10%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상 최악의 실업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장기침체에 가까운 느린 회복과정을 밟을 것이다. 기업이윤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요인들이 겹쳐지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까지 더해지면,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이것이 더블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대형은행 부실 이후 중소규모 은행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문제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는 은행만도 500개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3) 물론 단기간 안에 더블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겸업은행체제(상업은행+투자은행)의 성행, 정보기술산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녹색산업에서, 또 주택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될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은 경제위기로 돌아올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불안은 얼마 전 그리스에서 발발한 정부 재정위기가 글로벌 더블딥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들이 제출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존 국가의 재정악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인데, 재정적자뿐 아니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이들 국가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이 프랑스 독일 등 유로 지역 선진국 금융회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등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유럽 지역 은행들까지도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조세 수입 감소 등으로 09년 이후 유럽 각국의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 이미 점쳐진 현상으로 전 세계 경제 상황에 엄존하는 불안요소를 방증한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동요는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에서는 지난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이후에 경기하강속도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담이 프리미어 포럼(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으로 격상된 것 역시 세계경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원할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초민족적 투기자본의 대규모 이동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제 역시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알 수 없다.4) ‘해외투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가려진 ‘투기자본’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되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구조조정을 일삼다가, 이윤이 더 이상 나지 않으면 내다버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위기관리라는 명분하에 가장 먼저 양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취급받을 것이며 이 같은 방식은 금융화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향이 될 것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휴먼 리세션인데, 무고용 경기 회복과 청년실업에 대한 것을 말한다. 당장 미국에서는 25세~54세 미국인 중 5분의 1이 실업 상태이고, 유럽 또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단적으로 스페인은 14세~25세 인구 중에 42%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그러나 금융화 시대의 이러한 일반적 경향을 제어할 해결방안을 다보스포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4. 나가며 : 이제 공은 서울 G20회의로 넘어왔다!


 이번에 다보스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은 포럼이라는 특성 상 실제로 전 세계 국가에 어떠한 정책적 강제 등으로 작용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보스에서의 연설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 이를 실물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테이블은 바로 앞으로 6월(캐나다)과 11월(한국)에 열릴 G20 정상회의이다. 이는 G20에서의 논의가 향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을 이미 각 국의 지배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고용 없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고 자행해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경제위기 극복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더 나은 세계’가 아니라, G20에 속하는 각 국가의 지배자들과 소수 투기금융자본, 그리고 그 수혜를 받는 자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G20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테이블,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 각 국의 대통령들만의 테이블 정도로만 바라보고 있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분초를 다퉈가며 다보스 포럼에서 열심히 한국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며 많은 보수신문들에서는 극찬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명박은 졸속 국정수행이 아니라, 한국의 지배세력을 위해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싸움을 분초를 다퉈가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앞으로 9개 월 가량 남은 지금,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당장 다보스포럼과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비판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주위의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사실들을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그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보다는, 노동자 서민들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10/02/14 21:43 2010/02/14 21:43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국경없는 자본이 정말 우리의
‘삶’을 발전시켜 줄 수 있을까?

- 초민족적 외국투기자본의 노동권 파괴


들어가며


 요즘 한국에서 외국기업의 이름을 듣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외국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을 보는 일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 그만큼 요즘 기업들과 자본들에게는 국적이 없다. 국경과 지역을 넘나들면서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정부들은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전 세계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 특히 자국에 들어와 투자활동을 벌이는 것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경제의 발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우리의 ‘삶’을 발전시켜주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배층들이 만들어놓은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이윤을 뽑아내지만,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참담하다. 이윤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장이 폐쇄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기술만 쏙 빼내가고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는 기업 때문에 한꺼번에 몇 천 명이 해고당하기도 하며,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주 때문에 임금이 삭감되기도 한다.

이렇게 초민족적인 투기자본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지금의 체제와 환경은 기업의 주인들과 ‘가진 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노동자들의 삶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왜 그런 일이 생기게 되었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고민해보도록 하자.





노동자들이 LA, 파리로 간 이유


 지난 1월 세계 최대 악기박람회인 남쇼(NAMM SHOW)가 열리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앞마당에는 전단지를 돌리며 메마른 ‘투쟁가’를 토해내는 콜트악기와 콜텍 노동자들이 있었다.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도 없다!”가 장단 맞춰 쇳소리로 터져 나온다. 인간의 본능을 처절하게 대변하는 음악들이다. 이 노동자들의 일터는 실상 2007년(콜텍 대전 공장)과 2008년(콜트 경기 부평 공장)에 문을 닫았다. 실직자들이 이역만리를 가는 까닭엔, 12시간 비행 거리만큼이나 긴 설명이 필요하다.

1970년대 세워진 콜트 악기와 자회사 콜텍은 세계 기타 생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했지만, 2006년에 당기순손실을 입는다. 흑자경영 10년만이다. 2007~2008년 사이 국내 공장도 모두 문을 닫는다. 당시 콜트악기 쪽은 “경영적자와 노사 갈등 때문에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 ‘위장폐업’이 아니냐는 사회적 여론이 거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해고가 부당하다고 2008년 결정하고 2009년 법원 판결도 쏟아진다. 콜트의 해고 무효 확인 행정소송(2심)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하고, 민사소송(1심)에서도 “해고가 무효하며 원직 복직시킬 때까지 월평균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판결이 나왔다. 콜텍 역시 지난해 11월 해고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받았다. 복직투쟁 1100일이 다 되어가지만 회사는 뻔뻔하게도 모든 판결에 대해 항소 ․ 상고했다. 결국 회사의 노동자들은 20년 기타 제조 남성 숙련공의 한 달 치 월급을 훌쩍 넘는 200만 원 짜리 왕복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이런 ‘원정투쟁’은 급히 유행이 된다. 또 다른 무리가 1월 19일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발레오공조코리아(충남 천안) 해고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일터도 지난해 말 사라졌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가 그룹 차원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오는 2월엔 승림카본(경기 안산) 해고 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난다. 회사 경영권을 쥐고 있는 독일의 다국적 자본 ‘슁크’가 노조와 갈등을 거듭하다 2007년 직장을 폐쇄한 것이다. 우유팩 제조업체인 페트라팩(경기 여주) 해고 노동자들도 2007년 스위스로 원정투쟁을 떠나 석 달간 천막농성, 단식투쟁을 한 적이 있다.

위에서 본 여러 노동자들의 사연은 다른 것 같아도 어딘지 닮아 있다. 자본 철수 이후, 생계는 물론이거니와 책임 ․ 윤리 경영 따위의 호소는 경영진의 귓등에도 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내 경영진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거나 결정권이 없다. 권한 있는 경영진은 만날 수조차 없다. 그림자도 없는 ‘허깨비 자본’은 노동자를 철저히 무력화한다. 그 때문에 발레오공조 ․ 승림카본 노동자들은 결정권 없는 국내 경영진을 넘어 그들의 ‘주인’과 직접 만나고자 한다. 국내 자본인 콜트 ․ 콜텍의 노동자들은 외국의 거래처나 고객을 직접 만나 호소하려 한다. 국경을 넘는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질수록,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피할 수 없는 세계 여행도 일반화된다.



외국투기자본, 그게 뭐야?


 수십 명의 구속자와 수천 명의 해고자를 발생시킨 작년의 쌍용차 구조조정은, 외국 투기자본(줄여서 ‘외투자본’이라고 하기도 한다)의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투자는 외면한 채 기술 유출에만 몰두하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회사를 부도내 버렸고, 이후 법정 관리인에 의해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상하이 자동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기술 유출 등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한국 정부가 상하이자동차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현재 쌍용차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저비용 생산 구조(저임금 고강도 노동 시스템)를 갖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만큼 여론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캐리어, 발레오공조, 위니아만도 등 초민족자본이 투자한 제조업 기업들에서 현재 자본 철수가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피해를 겪고 있다. 미국계 초민족 자본인 유티씨의 계열사인 캐리어는 몇 년째 시설투자는 하지 않은 채 수백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며 영업망만을 유지한 자본 철수 절차에 돌입했고,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의 한국 계열사인 발레오공조는 아예 공장 폐쇄를 단행했으며, 초민족적 사모펀드 씨브이씨의 소유인 위니아만도는 자본철수 협박 속에서 노동자를 정리해고 중이다. 현재 구조조정에 대해 투쟁하는 곳 대다수가 초민족자본 투자 기업일 정도로 한국에서 초민족 자본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세계적 이동 때문에, 초민족자본은 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하는데 유능하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면, 초민족자본은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들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 네트워크를 보유함으로써 한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공장에서 생산을 대체해 버릴 수 있다.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 제어할 고삐가 없는 외투자본들은 밑바닥 경주(race to the bottom)를 벌이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한다. 기준이 엄격한 곳에서 저임금과 해고가 자유로운 곳으로 옮겨 다닐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리를 총체적 파괴하고 축소시키며 열악한 조건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외투자본은 국제적 경제 여건에 따라 공장 폐쇄와 이전을 아주 자유롭게 감행한다. 2008~2009년 세계경제위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초민족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경제 조건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과감하게 공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는 현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본사의 자원을 집중하여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고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본 철수 협박 및 신규 투자 등을 조건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크게 빼앗는 것은 물론이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생산이 감소하는 곳에서는 정리해고 공장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동시에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 지엠, 폴크스바겐, 혼다, 닛산, 포드, 피아트 등의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최근 국내에서 대규모 해고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캐리어 에어컨, 발레오공조 등도 앞에서는 위기인척, 뒤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외국투기기업들은 충분하게 저임금 노동을 이용하며 노동법에 대해서도 특혜를 누린다. 바로 각국 정부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FEZ), 아시아 및 남미의 수출가공구역(EPZ)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자금 혜택은 물론 노동법을 면제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2002년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은 구역 내 초민족 기업들에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의 일부 조항들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는 노조활동 탄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지불 등에 대해 정부가 눈을 감는다.

이와 관련해 남한 정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 본부’를 설치해 개별 외국 자본이 투자하면 어떤 인센티브와 얼마만큼의 지원을 받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산정해 미리 알려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에 대해 조세․현금․입지 지원 등 각종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지식경제부의 외국인 투자기업 정보에 따르면, 1월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투기업은 1만7580개다. 이렇게 많은 외투기업에 관해 남한 정부는 무한한 지원만 제공할 뿐, 자본 철수 등에 뒤따르는 고용 문제 등에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 투자 유치에는 열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장을 철수하고 떠나는 외투기업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과 쪽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 자본은 (각종 세제 혜택 등이 주어지기 때문에) 100% 신고하고 있고, 이를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본 철수의 경우에 따로 신고하는 외국 자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저 짐을 싸서 떠나버리면 그만인 셈이다.

이제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많은 사람들은 외투기업들이 자국에 들어오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정부 및 지배층들이 유포하는 ‘경제 살리기’의 해법이 바로 투기자본들이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08-09 금융위기와 쌍용자동차 사태를 거치면서 그것이 해법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투기자본들이 자유롭게 전 세계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금융구조/금융화가 작년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고, 자신의 이윤만을 위해 기술 유출만 하고 발을 빼버린 투기자본 때문에 2500여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발레오공조코리아, 페트라팩, 콜트․콜텍, 캐리어 에어컨 등등 수많은 기업들의 노동자들이 각각의 외투기업에 대항해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작년 쌍용자동차 투쟁도 ‘상하이’라는 초민족적 투기자본에 맞선 싸움이었다. 이런 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좀처럼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까?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각각의 기업주에 맞서서 싸우는 것 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빼앗아가고 있는 외국투기자본 전반, 외국투기자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금융화 체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흐름을 만들어가야만 진짜 해결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서울에서 G20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결국 이 회의는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고 있는 투기자본들이 더욱더 활발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의 위기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구조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규제완화, 시스템 개선 등으로 결국 투기자본들이 더욱 활개 치게 된 것이다. 이 G20을 적극 유치하고 홍보하고 있는 정부, 그리고 이 기회로 우리 경제가 한 발 도약해야 한다며 환영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자본에 맞서서 지금의 금융화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가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나온 원정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문제, G20에서 논의될 사항 등을 지금 우리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갈수록 외국투기자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나중에 근무하게 될 기업이 외국투기자본의 기업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고, 갈수록 심화되는 금융화 속에서 투기자본들의 이윤만 보장되고 우리의 권리는 야금야금 없어져 갈 것이다. 우리의 노동의 권리,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를 원한다면! 지금의 자리에서부터 실천을 시작해나가자.

투기자본들의 횡행,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G20-금융화 체제는 노동자서민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이 현 체제의 체질개선을 통해 더욱 안정적으로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체제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세계화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그/녀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가 바로 우리의 대안이다. 초민족적 투기자본들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기업이 철수했을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외국투기자본의 문제점과 외투자본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파괴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자신의 공동체에서부터 알려나가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일차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10/02/14 21:27 2010/02/14 21:27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국경 없는 수탈, 세계화된 착취!

초민족적 투기자본에 맞서는, 세계화된 연대가 진짜 대안이다!



1. G20 정상회담, 금융세계화를 위한 그들만의 잔치에 노동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2010년 G20 정상회담이 남한에서 열린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적으로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는 G20의 주최국이 되었다며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우리의 경제회복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세계무대에서 남한의 지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루살이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대안일 수 있을까.
 현재 세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기구라고해도, 누구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나 ‘금융화’의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G20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금융규제’를 주된 논의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위기의 원인이었던 파생금융상품 시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G20은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모델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현 세계경제에 최선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수탈을 정당화하였다. 그러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때문에 한국은 IMF사태를 맞이하였으며, 전 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었으며, 빈곤층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에서는 바로 이것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라고 이야기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G20의 무용성을 풍자하는 만평


2. 남한 곳곳을 들쑤시는 ‘먹튀 자본’들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숭배하는 자들에게 남한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97년 IMF 이후 확대되어온 외국인 투자의 실체가 ‘먹고 튀는’ 것임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엄청난 단기 시세차익과 기술유출을 얻고 철수한 론스타(외환은행, 극동건설), 칼라일(한미은행), 상하이차(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시세차익, 기술유출, 자본유출 등을 노리는 투기성 외국자본의 유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먹튀 자본’의 문제를 단순히 주식시장에서의 숫자놀음쯤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단기간에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 노조탄압과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일삼는다. 노조무력화, 자본유출, 인위적 물량조절을 통한 흑자 정리해고 등 양상도 다양하다. 이는 개별 사업장을 넘어 전체 노동자에 대한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3. 외국인 투자기업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세계자동차부품업체 8위인 프랑스 기업 포레시아의 한국공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사측은 재로를 차곡차곡 쌓아두고는 경제위기를 핑계로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같은 사업장에 있는 한국노총 사업장인 '대기포레시아'에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민주노총 산하 포레시아지회를 고립시키려 했다. 21명을 해고하고 나서는 인원이 모자라 연장근무 및 특근, 철야 근무가 이뤄졌다. 희망퇴직을 했던 조합원 일부는 다시 계약직으로 돌아와 일하고 있다. 노조탄압과 노동자 간의 분열을 통해 노동유연화를 추진한 것이다. 위니아 만도의 경우에는 2007년, 2008년 유동성 위기가 오자 사원아파트를 매각하고, 2009년 2월 601명 직원 중 생산직 220명 정리해고 계획을 노동부에 신고했다. 또한 유상감자(자본금 규모를 적절하게 줄임으로써 기업가치와 주식가격을 올리는 것, 매각이나 합병을 용이하게 하며 투기자본의 경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고율배당을 통한 자본유출 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청산, 매각하는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기업인 GM대우의 상황은 또 어떠한가. 무리한 금융투자를 일삼던 GM은 자동차 산업의 침체와 함께 휘청거렸고, GM대우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14일, 프릿츠 헨더슨 신임 GM사장이 한국에 왔다. GM대우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의 담판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라이센스 이전, 물량보장 등 GM대우의 장기적 생존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요구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엄청난 손실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산업은행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청와대로 달려가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예상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 급등해 손해를 본 것뿐인데 산은은 GM이 의도적으로 GM 대우에 손실을 끼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GM대우 고위 관계자는 “산은은 2대 주주인데도 정부를 등에 업고 필요 이상의 경영권 간섭을 해왔다”며 “자본주의의 가장 큰 룰인 대주주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연대 투쟁을 세계화하자!
 현재 남한에서는 약 17만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을 필두로 전국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것이 지배계급이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노동시장이다. 정부는 ‘세계 금융질서 주도국’이라는 환상에 젖어 더 많은 초민족적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해외매각 등을 추진하는 것을 자기목표로 삼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대안은 다르다. 투기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결코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 틈만 나면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을 일삼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에게만 있다. 자본 유출입에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노동조건에 관한 표준을 요구하자! 또한 먹튀 상하이차 지분소각,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영웅적인 싸움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면서, 해고와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투기자본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세계화하자! 이것이 민중들이 열어가는 새로운 모습의 세계화일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9/11/09 15:34 2009/11/09 15:34
, , , ,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209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