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G20 투쟁을 전개하자!




4차 캐나다 회의 결과

6월 2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막을 내린 주요 G20 4차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선진국들이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부채비중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남부유럽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재정건전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유럽의 의견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식발표문에는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남부재정위기를 해소하기위해 재정긴축이 시급한 유럽과 하루빨리 세계경제를 재편해야 자국경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미국이 재정정책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또한 은행세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갈등 역시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세 안건자체가 폐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무역 균등화, 중국 위안화 절상 등의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었지만 효력 없는 합의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현실은 G20을 통한 국제적공조로 경제위기해소, 금융을 규제하겠다는 저들의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요국 정부들은 ‘전례 없는 국제 공조’에 따른 공격적 경기 부양으로 경제위기를 물리칠 수 있었다며 득의만만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차 회의 때만 하더라도 출구전략을 논의하던 지배계급들은 당장 터진 위기 앞에서 당황하며 출구전략 논의를 미루고 결정한 것이 고작 재정건전성확보, 재정긴축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고작이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모인 G20 정상회의도, 그리고 IMF도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재정건전성을 위해 힘쓸 때’입니다. 라며 해결책도 의지도 없이 그저 말뿐인 선언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저들은 지금까지 선언된 것들이 5차 서울회의에서 그동안 회의를 통해 합의된 결과물들의 구체적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며 온갖 수사를 갖다 붙이고 있다.  하지만 벌써 4번이나 회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해소와 금융규제를 위한 제대로 된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한 G20이 갑자기 5차 회의에서 ‘선언’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각국들의 자국의 이익을 두고 팽팽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5차 회의가 진행되는 11월 즈음 이 상황이 극적으로 타개될 것이란 희망을 품는다면 이는 공상일 뿐이다. 이와 같이 G20은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각 정권은 G20에 목을 매며 밑도 끝도 없이 G20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전 국민들이 G20을 올림픽처럼 환영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토록 G20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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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을 통해 노리는 것

각 정권은 G20정상회의가 경제위기를 비롯하여 모든 위기와 문제의 해결사인 마냥 홍보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은 지난회의 결과들이 증명하고 있다. 허나 더 큰 문제는 금융규제안에 대해서 내놓는 각 국의 안들이, 현재 위기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진전시키려는 방향 속에서 설정되고 딱 그 수준에서 각 국의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그 합의가 무엇이든 금융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저들의 기만은 계속될 것이며 한국에서 진행되는 5차 G20을 성대히 마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말하는 위기극복이란 위기전가와 다를 바 없다. 지난 2차 런던 회의에선 ‘경기부양’이 핵심적으로 논의되면서 신흥개도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1조 1천억 달러 출자가 합의되었고 이중 7천5백 불이 IMF에서 확충되었다. 즉 IMF를 통해 신흥개도국들에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들이 대부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사실들만 보더라도 ‘지원’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결국에는 G20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세계경제 재편의 질서를 신흥개도국들에게 제시하면서 모든 고통을 ‘전가’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는 것을 우리는 97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의 구체적인 사안들이 IMF와 기존 국제기구들에게 맡겨졌으며 이는 결국 국제금융기구의 자본과 기능을 강화를 하겠다는 것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더불어 5차 G20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스스로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로서 역할을 설정하면서, 개도국과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렇듯 의장국의 체면상 중립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 한국의 역할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세계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으로 개도국을 잘 달래주는 것에 불과하다. 즉 G20으로 금융을 앞세운 국경 없는 수탈을 이름만 바꾼 채 계속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부터는 논의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서 위기 극복 이후에도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각 국의 정상들이 한 치의 거리낌조차 없이 동의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G20의 5차 회의를 성대히 진행해야할 한국정부는 적극적으로 거리의 노점상을 몰아내 디자인 서울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며 추악한 한국의 노동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가 안정기에 접었으니 ‘금리인상’을 하라는 IMF와 OECD의 요구까지 모범국가답게 열심히 받아들이면서 서울회의 이전에 이를 추진할 예정이며,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온갖 공공요금을 인상시키며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렇듯 G20 스스로가 자신들의 기만성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20에 자신의 삶을 맡기고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거센 금융위기에 몸살을 앓았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해내야 한다.’는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 역시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G20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때문에 G20에 대응하는 우리의 투쟁은 그 목표와 방향이 명확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요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진행한다거나, 독재, 반민주와 같이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일반적 비판이나 G20회의테이블이 약소국 배제하는 절차와 체계를 비판하는 운동으로 G20투쟁의 내용을 채워갈 벌여선 안 될 것이다. 현재 국격 상승과 경제위기 해결을 내걸어 민중들에게 환상을 심으며 본질인 금융세계화 심화를 은폐하고 있는 G20의 본질적인 성격과 그 모순에 대한 비판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G20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국민들의 희망을 망치고 국익에 반하는 적으로 몰려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G20의 본질을 흐리고 대응을 지지부진하게 만들뿐이다. G20이 정당성의 확보를 위해 여러 의제를 가져다 붙이고는 있지만 결국 자본과 정권 자신들이 몰고 온 금융위기의 비용을 세계적으로 전가시킴과 동시에, 금융시장을 더욱 더 탄탄하게 만들고 확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즉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수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 금융세계화의 연명만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 바로 G20인 것이다. 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운동을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G20에 대항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민중운동진영 내에서의 G20대응투쟁은 금융세계화반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G20을 ‘계기’로 투쟁을 벌여낸다는 것은 단순히 G20이 포괄하는 수많은 의제별로 대응하여 따낼 것은 따내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자는 이야기부터 사람들이 분노할만한 내용으로 투쟁하자는 대중추수적인 논의들 그리고 11월 투쟁 중간에 거치는 일정정도로 G20을 사고하는 모습 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직 운동진영 내에서 G20에 대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합의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G20에 맞선 공동대응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의제에만 매몰되거나 G20의 핵심이 금융세계화 심화, 세계경제구조 재편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된 채 각자 고립된 실천을 하려는 현재의 양상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것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의제별로 잘 대응하는 것 말고 왜 G20에 맞서서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로 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G20에 맞선 투쟁의 지지부진함이 지속된다면, 운동진영은 결코 민중들의 요구와 융합할 수 없으며 한 발 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금융세계화 비판을 핵심으로 두고 G20에 반대하는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G20정상회의로 세계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려는 지배계급들의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저들의 금융규제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만약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는 구조조정, 양극화와 같이 민중들을 더욱 착취하는 구조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노조탄압, 이주민․노점상등의 탄압이 심화와 같은 형태로 강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연대와 전략은 생각보다 강고하지 못하다. 만일 G20에 맞선 투쟁이 일회성으로만 그친다거나, G20반대투쟁의 의미를 잘 밝혀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격상승을 해치는 자들로서 공격당하며 또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할 판이다. 또한 G20을 두고 개입이냐 혹은 반대냐 혼란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G20에서 저들이 이루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내는 것이 G20에 대한 올바른 개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더 이상 노동자민중에게 물러설 곳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을 수 있는 투쟁과 이를 뒷받침해줄 강고한 연대의 끈이다.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는 G20에 맞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떠한 실천을 만들어 나갈지, 또 어떠한 쟁점을 만들고 어떻게 대답을 내릴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공동의 합의와 계획을 통해 곧 다가올 G20을 예비해야만 한다.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이를 옹호하는 G20이 고용없는 성장 속에서 전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빈곤층을 확산시킬 것임을 폭로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유지를 위한 ‘저들만의’ 협상에 반기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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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10/08/07 16:52 2010/08/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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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얼마 전 그리스에서 온 소식이 신문경제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나타나는 이 ‘위기’는 유럽을 포함한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총리부터 그리스의 국민들까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세계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기에 세계는 그리스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리스에서는 위기 비용을 뒤집어 써야 할 노동자들이 생존을 건 총파업을 시작했다. 3월 3일, 그리스 정부의 재정긴축안 발표에 따른 노동자들의 봉기이다. △부가가치세 인상(19%→21%) △공무원의 특별보너스 30% 삭감 및 복지수당 삭감폭 확대(10%→12%) △2010년 연금 동결 △유류세·담뱃세·주류세 추가 인상 등을 담은 추가 긴축안이 발표된 이후, 각 50만명과 200만명을 조합원으로 둔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 등 양대 노총은 정부의 재정 긴축안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아테네의 시내버스, 전차, 지하철, 교외철도 등 대중교통은 24시간 멈추었고, 교사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병원 역시 비상근무 체제로 운영됐고, 중앙·지방정부의 대민 서비스 업무도 오후부터 중단됐다. 그리스 인구 5명 중 1명이 일손을 멈추었다. 위기를 해결한다며 긴축재정을 하려는 그리스 정부의 모습에 최고 수위의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이러한 파업의 시초인 그리스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그리고 이 위기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는 어떤 것이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인가?






그리스 위기의 시작


유럽 내에서의 경제통합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일 때, 그리스는 유럽의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무리한 과정을 밟으면서 유로존에 합류했다. 국가 안의 재정적자와 부채의 규모를 숨기면서 단일화폐동맹을 맺기 위해 투기 세력들과의 연합을 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는 2001년 100억달러의 달러 및 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채무를 졌는데, 이 채무는 국가부채로 잡히지 않았다. 그리스가 들어온 원금 100억달러로 골드만삭스와 통화스왑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는 약 10억 달러의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 계약으로 그리스 정부로부터 3억 달러나 받았다고 계약에 정통한 은행가들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국제 금융회사의 도움을 받아 첨단 금융상품과 회계기법으로 국가 장부와 통계를 조작하면서 재정적자나 공공부채의 규모를 속이고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의 ‘환상’을 쫒아 유로단일통화권에 가입함으로 인해 그리스는 국가 차원의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단일통화인 유로화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고작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높이는 일 뿐이다.








이러한 와중에 골드만삭스의 주도로 파생상품 전문가들이 그리스 사태를 활용해 돈을 버는 상황도 생겨났다. 상호 정보교환 등으로 그리스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예측한 그들은 2008년 이후 그리스 국채에 대한 CDS(대표적인 신용파생상품인 신용부도 스왑. 투자 상품의 부도 시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보험료)를 엄청나게 사들였다. 그리스 국채 CDS는 당시만 해도 0.2%에 불과한 헐값이었는데, 그리스 위기가 불거지면서 CDS를 매입하려는 채권자들이 폭증하여 CDS는 3%에 다다랐다. 한편으로는 CDS를 고가에 팔고 한편으로는 헐값에 쏟아지는 국채를 매입하는 전략으로 돈방석에 앉은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담합을 통해 보험 성격의 CDS를 투기적 거래에 활용하여 그리스의 위기를 더욱더 증폭시킨 사례이다.




<CDS(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이란, 국가나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채권의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입하는 보험증서라고 보면 된다. CDS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수수료를 받지만 부도가 발생할 경우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거래되는 CDS의 프리미엄(가산금리)은 국가와 기업의 부도 리스크를 반영하는 신용등급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자세한 것은 전국학생행진 일반자료실『2009 경제위기대응 자료집』을 참고하시길.>




현재 그리스 정부는 긴축재정과 동시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채발행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선뜻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게 하기 위하여 3월 4일, (독일 국채금리보다 무려 3% 높은) 6~7%의 높은 금리에 50억 유로 국채를 발행하였다. 그리스 정부는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부채의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채가 또다시 ‘투기’의 위험을 불러오고 있는데, 이러한 위험성에 그리스 정부는 국채입찰 당시 '헤지펀드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연기금, 생명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들은 국채를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헤지펀드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채권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 헤지펀드들은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리스 정부가 헤지펀드 투자 금지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자태변환하며 이익을 내려는 투기세력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헤지펀드 투자금지만으로는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위기를 전가 받는 민중들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문제는 금융세계화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그리스 위기의 원인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사회보장비의 과다한 지출이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복지비용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줄여 국가 재정을 확충하면 경제가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경제위기는 국가의 재정구조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경제위기는 시장의 자율이 중시되는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도, 사회보장 망이 잘 구축되어있는 국가에서도 일어난다. 공공복지의 확대가 한 국가를 위기로 몰고 갔다는 분석은 (복지를 인기몰이에 활용한다는)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앞세운 보수진영의 책임전가일 뿐이다. 오히려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축소시키고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시켜 ‘투기’가 활성화될 때,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도미노처럼 경제위기가 몰아친다. 기초적인 생활조건의 하나인 ‘집’이 없어 빚을 내어 집을 구해야만 했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파산당하고 금융시장에서의 혼란이 최고로 가중되었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예이다.

더불어 이러한 시각 하에 그리스위기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역시 위험한 논리이다. 공기업을 팔아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으로 국가위기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공공부문이 책임졌던 민중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것이며 더욱더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대다수 민중의 삶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는 온전히 ‘자본’을 살리기 위한 해결책으로만 가능할 뿐, 전 민중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안을 향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달 말, 그리스가 지구 어느 편에 붙어있는지 모른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또 한 번 누리꾼들이 조소를 흘렸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세계는 하나다. 그리스가 들어보기는 했지만 지구상 어디 붙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문제 생겨도 우리 주가가 떨어진다"면서 "외국이 도와주고 싶어도 노조가 반대하니 나라는 어려워지고, 이것 때문에 (우리) 주가가 떨어진다"며 "우리나라는 직접 관계가 없다. 금융 거래도 없고 상품 파는 것 얼마 없다. 그래도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면서 세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 금융세계화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위기’를 조성하고, 이러한 ‘위기’를 담보로 자신의 이윤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복되는 위기와 위기의 지연 속에 제 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제 3의 그리스 위기가 우후죽순으로 폭발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고통감내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유포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리스의 자본 역시 ‘노동조합의 투쟁’이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은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스의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조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5백 유로[약80만원]세대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정도밖에 벌지 못합니다. 우리는 먹고살기도 빠듯합니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우리가 가져갈 돈을 더 줄이려 합니다. 유럽연합은 우리한테 경제 위기의 대가를 지불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소리치고 있다.
“우리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부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라!”


지금 그리스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투쟁’은 바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자본이 만들어 놓은 위기와 그것의 책임전가를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노동자 스스로가 제시하고 실천하고 있다. 투기자본의 이윤추구에 노동자가 희생될 수 없다. 그리스 노동자민중이 소리치고 있듯이, 우리도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그들의 싸움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자.
“노동자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Posted by 행진

2010/03/15 21:12 2010/03/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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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헌 2010/04/06 18:55 # M/D Reply Permalink

    글씨체 알아보기 어려워요; 그리고 글씨도 좀 작은거 같아요;

 

누구를 위한 ‘더 나은 세계’인가?
 : 다보스포럼을 통해 본 세계경제




1. 들어가며 : 다보스포럼과 이명박은 세계 경제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기간 동안 [한국 대통령이 다보스서 제일 먼저 연설한 이유], [‘자유시장주의 철옹성’ 다보스 무너지다!] 등의 세계경제와 다보스포럼에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신문들에 주요하게 다뤄지며 보도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보스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다룬 인터넷 포털 싸이트 기사들 아래에는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비난 리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없게 다보스포럼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큰딸과 손녀를 데리고 갔다더라’ ‘한국에서처럼 국정수행을 졸속적으로 처리하고 왔다더라’ ‘국제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모가 부끄럽다’는 등의 내용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사안에 관련된 기사들에 대한 반응은 기존의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기사들에 대한 반응과는 확연하게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가장 많이 찬성을 받은 리플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의 심각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런 중요함도 모르면서 그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무지한 네티즌들을 나무라는 식이었다. 물론 누구나 인지하듯 현재 세계경제는 정말로 위기이지만, (비록 비난의 내용이 올바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불만과 그로 인한 비난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의 각국 정부들은 정말 세계 경제를 구원하려는 것일까?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세계정상들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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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부터 밝히자면,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진 방향으로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것이고, 설령 극복이 가능하더라도 상층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 극복 시도 속에서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다보스포럼에 이어, 11월 서울 G20 회의에서도 다뤄질 (한국을 비롯한) 세계정상국가들의 위기극복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고, 그것을 적확하게 비판하기 위해서 쓰였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와 다보스포럼, 그리고 앞으로 G20 등에서 다뤄지는 ‘그들만을 위한’ 경제위기극복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대안’을 토론하고 이야기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2.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의 ‘금융규제 논의’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연설’


2.1. 2010 세계경제포럼의 가장 큰 화두 : 금융규제

 얼마 전,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건설하자’라는 슬로건 하에서 진행되었다. 학계․정계․재계의 유명인사들 2500여명이 참가한 올 해 ‘다보스포럼’의 핵심의제는 금융규제방안이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금융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은행가의 할 일은 투기가 아닌 기업대출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금융업계가 과도한 이윤 추구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금융 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특별연설을 해서 이슈가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금융기관들의 대마불사(바둑에서 대마는 결국은 살길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 일, 부실한 금융기관들이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규모를 키워 살아남게 되는 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정치권 인사들뿐 아니라 금융계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소로스 회장(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도 금융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구체제는 깨졌다. 국제공조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측해서 유명세를 탔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금융기관들의 이른바 대마불사 신화는 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크게 주목을 받아왔던 미국계 초국적 금융기업의 수장들은 대부분 다보스에 아예 오지도 않았다.

 반면 영국 금융기관 로이즈 로드 레빈 회장은 “금융규제 개선은 필요하지만 더 이상 규제는 안 된다”며 금융기관의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장인 로버트 다이아몬드 역시 “은행을 규제하고 은행 업무를 축소하는 것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금융규제 강화 의견에 반대했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비공개로 이루어진 회담에서도 새로 만들어질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 외에 주제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균형 발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아이티 재건을 지원하는 사안, 전 세계적인 실업률 상승, 경기회복 둔화 등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발언들과 그에 반발한 금융기관의 입장들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가는 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얼마 전 강력한 은행 규제책을 시사하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실제로 정책적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010년 세계경제에서 앞으로 가장 큰 화두는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 다보스포럼에서 이명박의 단독특별연설 : G20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아시아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 의장을 맡게 된 이명박은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과제와 도전’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서울 G20 정상회의의 3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일명 조중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일간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한국의 국위선양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알려내느라 분주했다. 언론들은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G20의장국이 되었기에 한국 대통령 최초의 다보스포럼 단독특별연설이 가능했다는 것 등을 부각해서 보도하며, G20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자축했다. (모 경제신문에서 말했듯) 이제 정말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급이 올라간 국가가 된 것일까?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행한 특별 연설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연설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1. 지난 세 차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의 철저한 이행 2.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 3.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이 그 내용이다.



앞으로
G20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것은 G20에서 단순히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경제에 대한 강력한 법칙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G20의 위상을 위치 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G8 정상회의로는 금융위기에 대한 극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시아 및 신흥개도국을 포함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주요한 테이블로서 G20 정상회의를 사고하게 된 현실을 나타내준다. 그러므로 앞으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G20에 포함 되는 국가를 넘어 실제로 전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앞으로 G20의 논의가 세계의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G20 범위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것도 실제로 G20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이 세계경제에 가지는 큰 파급효과를 고려해보았을 때 (비회원국에 대한 포섭과 함께)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 세계금융시장에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은행규제책에 대한 발언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가를 넘어 고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안전망 구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실현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위기극복을 위해서 미국의 루비니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은행들의 겸업화를 일정부분 해체하고 국유화하자는 방향을 냈으나, 오바마 정부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방향은 앞의 방향에도 미달한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 방안은 위기를 불러온 금융자본의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금융자본에 대한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평이다.1) 앞으로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개혁방안에 대해서 더 주시해보아야겠지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해서 한국의 이명박 정부 등이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 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자본주의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분명 G20이라는 세계경제를 움직이게 될 큰 배에 이명박 정부가 타게 된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 배가 대체 어떤 배냐는 것이다. 과연 이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배인지, 아니면 앞으로 잘 나아가게 될 배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3.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떠한 상황인가?


 다보스포럼에 모인 이들은 대체로 세계경제위기에 대해 ‘느린 회복’을 전망했다.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편 효과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는 여러 부정적인 변수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쌍둥이 적자의 문제가 있다. 동아시아 수출달러 환류-발권이익 메커니즘2)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미국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수입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보다 더 나빠져 대외수출 역시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감소하는 2010년 후반이 특히 위험할 것이다. 미국 연준은 올해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라 했고, IMF는 더블딥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폴 크루그먼과 같은 경제학자들도 더블딥 위험이 결코 작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늦춰지면서 소비가 약화되는 점, 신용경색으로 여전히 자본 투자가 많지 않은 점, 과도한 재정적자에 따른 경기부양책 지속 여부 불투명 등을 꼽았다. 작년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결국 경제가 V자형태로 신속하고 활발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고, U자형(느린 회복), L자형(장기침체), W자형(더블딥) 중의 하나이거나 이들의 조합이 될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늘고 있고, 우량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집을 압류당한 비율이 지난 3분기에 무려 10%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상 최악의 실업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장기침체에 가까운 느린 회복과정을 밟을 것이다. 기업이윤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요인들이 겹쳐지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까지 더해지면, 2차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이것이 더블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대형은행 부실 이후 중소규모 은행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문제은행으로 지목하고 있는 은행만도 500개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3) 물론 단기간 안에 더블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겸업은행체제(상업은행+투자은행)의 성행, 정보기술산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녹색산업에서, 또 주택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될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은 경제위기로 돌아올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불안은 얼마 전 그리스에서 발발한 정부 재정위기가 글로벌 더블딥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들이 제출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존 국가의 재정악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인데, 재정적자뿐 아니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이들 국가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이 프랑스 독일 등 유로 지역 선진국 금융회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등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유럽 지역 은행들까지도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조세 수입 감소 등으로 09년 이후 유럽 각국의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 이미 점쳐진 현상으로 전 세계 경제 상황에 엄존하는 불안요소를 방증한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동요는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에서는 지난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이후에 경기하강속도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담이 프리미어 포럼(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으로 격상된 것 역시 세계경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원할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초민족적 투기자본의 대규모 이동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제 역시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알 수 없다.4) ‘해외투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가려진 ‘투기자본’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되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구조조정을 일삼다가, 이윤이 더 이상 나지 않으면 내다버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 가운데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위기관리라는 명분하에 가장 먼저 양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취급받을 것이며 이 같은 방식은 금융화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향이 될 것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휴먼 리세션인데, 무고용 경기 회복과 청년실업에 대한 것을 말한다. 당장 미국에서는 25세~54세 미국인 중 5분의 1이 실업 상태이고, 유럽 또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단적으로 스페인은 14세~25세 인구 중에 42%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그러나 금융화 시대의 이러한 일반적 경향을 제어할 해결방안을 다보스포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4. 나가며 : 이제 공은 서울 G20회의로 넘어왔다!


 이번에 다보스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은 포럼이라는 특성 상 실제로 전 세계 국가에 어떠한 정책적 강제 등으로 작용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보스에서의 연설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 이를 실물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테이블은 바로 앞으로 6월(캐나다)과 11월(한국)에 열릴 G20 정상회의이다. 이는 G20에서의 논의가 향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을 이미 각 국의 지배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고용 없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고 자행해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경제위기 극복은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더 나은 세계’가 아니라, G20에 속하는 각 국가의 지배자들과 소수 투기금융자본, 그리고 그 수혜를 받는 자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G20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테이블,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 각 국의 대통령들만의 테이블 정도로만 바라보고 있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분초를 다퉈가며 다보스 포럼에서 열심히 한국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며 많은 보수신문들에서는 극찬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명박은 졸속 국정수행이 아니라, 한국의 지배세력을 위해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싸움을 분초를 다퉈가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앞으로 9개 월 가량 남은 지금,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당장 다보스포럼과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비판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주위의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사실들을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그들만을 위한 ‘더 나은 세계’보다는, 노동자 서민들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10/02/14 21:43 2010/02/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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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경제위기, 어디에서 왔는가?



지난해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거대 금융자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최근엔 거대금융자본 - 초민족 은행 - 을 적으로 삼은 ‘인터내셔널’ 이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자본주의의 심장을 적으로 삼는 영화를 만들다니 아이러니하지만 (게다가 정의의 편은 인터폴과 뉴욕지방검사라는 공권력이다!) ‘눈에 보이는 적을 해치워도’ 금융자본의 세계 지배는 계속되는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은 “아무리해도 세상은 안 바뀌는군.” 하고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액션영화에 비해 폭력성․선정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이 영화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긴 것은 금융자본을 비판하는 어떤 내용의 영화도 최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싶은 정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 게다.

어설프게 초민족 금융자본을 비판한 영화와는 달리 10년도 전부터 진지하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분석하며, 금융위기가 초래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파괴를 막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온 경제학자들, 대안세계화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국가는 금융자본의 지배가 쉬워지게끔 온갖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을 밝혀 케인즈주의 하 큰 정부, 신자유주의 하 작은 정부라는 허구적인 쟁점을 해체하려 하였고,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맞선 시위를 조직하고 세계사회포럼을 개최하여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가 전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으며, 금융자본을 비판할 수 있는 경제지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교육 사업을 진행하여 비판적 시각과 저항의 언어를 민중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남한 전체가 경제위기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저항의 언어’ 가 절실히 필요하다.


1. 경제위기가 도래한 이유

대학생인 나에게 최근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 이슈는 뭘까? 우선 몇 달 전에 비해 엄청나게 급등한 환율로 인해 성인이 되어 해외에 한번 나가보겠다는 꿈은 저 멀리 사라졌다. 몇몇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이 그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리고 있지만 사립대학 등록금은 평균 7.1% 상승하여 물가상승품목 중 상위권을 차지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취비용도 점점 더 많이 들지만 부모님의 월급은 동결되거나 삭감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청년실업이 문제된 것이야 옛말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1년짜리 일자리인 ‘청년인턴제’ 이고, 돈 많이 벌 때 임금 팍팍 안올리던 대기업은 위기가 오니까 대졸자 초봉을 깎을 ‘결의’를 했다. 누구든 여기에 몇 줄이고 더 힘든 경제상황을 나열할 수 있겠지만,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자. 어쨌든 이렇게 아직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까지 팍팍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작년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로 점점 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리먼 파산과 더불어 메릴린치, AIG와 같은 투자은행과 보험회사가 매각되거나 국유화되더니, 지금은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더 세를 키울 거라 여겨졌던 BOA(Bank of America)와 거대금융그룹이었던 시티은행, 미국경제를 선도했던 GM과 GE까지 주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진행상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지경에 이른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조금 더 앞으로 돌아가, 2000년 이후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위기의 원인을 찾아보자.

IT붐

2000년, 미국은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말기, 한창 고어와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하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IMF위기를 막 극복할 즈음이었다.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의 희망은 IT산업이었다. 재정적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역플라자 현상이 일어나자 미국으로 많은 양의 자본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자본이 당시 각광받는 산업이었던 IT관련 주식으로 몰리게 되고, IT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주식시장은 크게 성장한다. 당시 Yahoo와 같은 포털사이트 주식이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산업혁명과 IT를 비교하며 산업혁명에는 뒤졌지만 IT혁명에는 뒤질 수 없다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빠르게 보급, IT벤처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IT붐을 보고 ‘신경제’라 일컬으며 희망을 갖던 사람들은 그러나 IT붐은 새로운 경제발전 메커니즘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만들어낸 거품(버블)이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어떤 산업이든 기업이든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면 버블이 생겨난다. 주식의 평가기준은 모호한데, 사람들은 ‘미래수익’을 예상하며 주식에 투자하고, 그러면 그 종목에 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특성 상 실물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것보다 훨씬 단기적인 수익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를 잘 설정하여 가치를 순식간에 높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주식의 차액을 챙기는 것이 최근 주식투자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의 가치는 다른 기업보다 훨씬 가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 대체 인터넷 안의 가상공간은 어느 정도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느냐? - 특히 과하게 고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버블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고, 2001년 IT주가는 크게 하락, 결국 신경제는 붕괴한다.

부동산의 증권화

IT붐이 꺼지자 미국은 즉시 경기침체에 빠져든다. 여기에서 미국의 FRB는 조치를 취한다. FRB는 오랫동안 경기침체기에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돈을 시중에 풀어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호황기에는 고금리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해 왔다. 의도한 대로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빌려서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문제이다. FRB의 저금리 정책은 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어온 부동산 호황과 맞물린다. 시장에 풀린 돈은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기에 왜 부동산경기는 계속 호황이었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미국 정부는 다양한 세금제도상의 특전과 보조금으로 주택소유를 지원해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데 여러 혜택을 주었고, 모기지(주택저당금융)론이 바로 그러한 방법이었다. 즉 사람들은 국가정책의 도움으로 부채 증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있었는데, 부동산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저금리정책의 영향을 받아 2002년부터 주택경기는 더욱 활성화되고, 모기지론이 급증하게 된다. 그 중 특히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 2002년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의 3.4%만을 차지했던 서브프라임 등급은 2006년 말에는 13.7%가 된다.

이 모기지론이 최근 금융위기의 핵심에 있다. 2002년 이후 금융혁신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여러 파생상품들이 생겨나는데, 이 금융혁신의 핵심이 바로 ‘부동산의 증권화’이다. 같은 대출이지만, 남한에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다면, 미국은 모기지 회사에서 대출을 받는다. 모기지 회사는 은행이 아니라 모기지론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특수한 금융기관인데, 은행이 아니므로 사람들의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발명해 낸 것이 바로 모기지를 증권화하여 증권회사에 판매하는 방법이었다. (증권회사는 이것을 가공하여 다른 금융기관에 판매한다.)

모기지회사와 증권회사가 판매하는 증권이 바로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MBS(주택연계증권)'와 ’CDO(부채담보부증권)' 이다. 이러한 증권과 이 증권에서 파생된 또 다른 증권 등이 전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갔고, 세계경제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자, 모기지 회사, 증권회사, 금융기관, 기관투자가를 비롯하여 증권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의 순으로 긴밀히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2007년부터 우리 눈으로 확인했듯이 무너지기 쉬운 연쇄 구조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금융혁신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채 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던 것과 동시에, FRB는 2004년부터 2006년 중반까지 여러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에서 5.25%까지 인상시켰다. 그러자 결국 주택거품이 폭발했다. 주택판매, 주택건설, 모기지 대출, 주택가격이 모두 급락하기 시작했다. 2007년 2∼3월 모기지 대출회사의 부실화와 파산 위기라는 서브프라임 발 금융위기의 태풍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이자율 상향조정의 첫 번째 물결이 강타했다.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모기지 대출은 보통 3년 이상 운영되며 3년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서브프라임 대부기관은 처음 2년 동안의 1% 수준의 매우 낮은 미끼금리가 이후에 변동금리가 적용되면 18% 수준까지 재설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즉 많은 사람들이 빌릴 당시의 금리가 낮았어도 몇 년 후 변동된 금리대로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모른 채, 주택가격의 상승이 낮은 금리를 상쇄해줄 것이라 믿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계부채를 계속 늘려왔다.

그런데 금리는 올라가고, 그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꺼져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서브 프라임 등급의 대출자들이 돈을 빌릴 당시의 집의 시세보다 훨씬 떨어지게 되고 이들은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흑인,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서브 프라임 대출자들은 돈을 갚지 못하여 담보로 잡혀있던 집을 잃고 (당시 연체율이 약 20%로 급상승한다.), 역시 빌려준 돈을 제 기간에 받지 못한 투자 기관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 회사도 타격을 입었다. 2007년 4월, 미국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회사인 뉴 센트리 파이낸셜이 파산 신청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 시작된다.

2007년 8월, 미국에서 역시 급락한 주택 시세로 인해 투자 분을 회수하지 못한 미국 10위권인 아메리카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merica Home Mortgage Investment)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프랑스계 투자은행 베엔뻬 빠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두 종류의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하자 세계적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의 가격폭락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MBS 시장이 사실상 소실되었고, 이는 모든 층위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을 동결시켰다.

앞서 언급했던 연쇄구조는 빠르게 무너진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들이 순식간에 파산위기에 몰리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에 투자한 개인들도 손해를 입고,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쳐 실업이 늘어나고… 하지만 이렇게 금융업에 너무 깊게 발을 들여놓은 회사들이 파산하고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은 모든 경제영역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왜 평범하게 일한 사람들이 소위 ‘금융의 탐욕’으로 먹고 살 권리를 빼앗기게 되는 걸까? 우리는 어느새 금융자본에 지배당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2. 왜 금융자본이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나?

때는 70년대, 미국에서는 71년 닉슨이 금창구를 폐쇄하였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났으며 미국이 베트남과의 정전을 합의한 2년 뒤인 75년에 베트남 전쟁은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이 난다. 70년대 들어 케인즈주의는 약발이 안 먹히기 시작했고 그동안 케인즈주의를 비판해왔던 세력들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를 ‘신자유주의’라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1979년, ‘불의의 일격’ 또는 ‘볼커의 반혁명’ 이라 불리는 사상최대의 금리인상이 이루어진다. 남한에서 70년대는 박정희의 시대였다. 79년, 그의 독재는 부마항쟁을 비롯한 민중들의 저항이 아니라, 김재규의 총성으로 끝마치게 되었다. 우리는 아주 나중에서야, 70년대 말에 박정희가 그의 경제정책을 발전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바꾸려 했던 것, 그것이 79년 4월에 실시된 ‘경제안정화종합시책’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의 대공황 이후 억압받고 있던 금융자본이 반격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70년대이다. 보통 70년대를 신자유주의의 과도기, 80년대부터 본격화된다고 본다. 초기에는 대부자본(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이익을 취하는 자본)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진행된다. 이를 또 두 가지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73~79년의 저금리 대부자본 중심의 금융화, 두 번째는 79년부터 86년까지의 고금리 대부자본 중심의 금융화이다. 마지막 단계인 86년 이후부터는 증권시장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가공자본 중심으로 금융화가 전개된다.

대부자본 중심의 금융화

7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자국 내 투자가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이제 막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산업자본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79년까지의 저금리는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에 다다를 정도의 초저금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은행이 입는 손해는 커지고, 이와 동시에 달러가 시장에 엄청 풀리고 여러 가지 국제 정세가 더해져 달러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특단의 조치를 택한다. 이것이 79년 ‘볼커 반혁명’이다. 이로부터 금융화의 두 번째 국면이 전개된다. 이 조치로 인하여 마이너스였던 실질금리는 82년 최고 8~9%까지 상승한다. 금리가 높으니 당연히 전 세계의 달러들은 다시 미국으로 집중되기 시작하고, 금리가 높아지니 제 3세계 국가들은 갑자기 엄청난 이자를 감당해내야만 하게 되고, 결국 산더미 같은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외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더 이상 빚을 갚을 능력도 없는 제 3세계 국가들은 국가파산을 하거나 아예 돈 갚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조치와 모라토리움 선언들을 떠올려 보면 된다.) 이렇게 남미를 중심으로 제 3세계 국가들의 경제는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자 초기엔 고금리를 받았던 은행들도 위기에 처한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파산신고를 하고 더 이상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하면 은행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고금리에, 가뜩이나 산업도 잘 되지 않으니 새롭게 돈을 대출하지도 않는다. 빌려가는 사람도 없고, 돈을 빌려간 사람은 돈을 갚지 않아 미국의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금융화의 단계는, 86년 무렵, 즉 대부자본이 줄줄이 파산하고 고금리 정책이 끝이 나는 시기부터 시작한다. 이전에 산업자본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재정을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리가 높으니 은행에서 더 이상 돈을 빌려서 쓰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그 재정은 어디서 마련하게 되었을까? 미국의 법인자본이 생겨날 때 취했던 방법, 바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86년 이전에는 ‘유로달러’ 시장으로 재기를 노렸던 영국이, 이번에는 자국의 주식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각종 금융규제 조치를 철폐 하는 ‘빅뱅’을 일으켰다. 이에 각국도 앞 다투어 주식시장을 개방하고 금융규제를 없앰으로써 이제 은행 중심의 금융화 국면은 끝이 나고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화가 도래하게 된다.

가공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사회로

이제 가공자본, 즉 주식시장이 경제를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 이전 시기는 대부자본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형식, 은행이 중심이 된 금융세계화였다. 반면, ‘가공자본’ 이란 말은 현실의 가치를 가지지 않고, 장래 수익을 낳게 하는 원천으로서 가공적인 자본의 형태를 말한다. ‘미래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대부자본과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인데, 예를 들어 내가 어떠한 주식에 일정한 돈을 투자를 하면, 투자한 돈에 대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낸 이윤에 대해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식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는데, 한편으로 금융자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식을 사야 산업자본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자본(주식)을 통해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배당금, 경영권, 시세차익이다. 본래 금융세계화 전에는 앞서 설명한 대부자본을 비롯하여 배당금, 시세차익을 노린 가공자본의 이동이 철저히 금지되고, 경영권만을 목적으로 한 가공자본의 이동은 허용된다. 여기서 배당금과 시세차익을 노린 주식투자를 금융적 목적의 주식투자, 즉 포트폴리오 투자라 하고 경영권을 목적으로 한 주식투자를 산업적 목적의 주식투자, 즉 해외직접투자(FDI)라 한다. 이 두 형태의 가공자본을 구분하는 기준은 조금 애매한데, 다소 인위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대충 10% 또는 15% 정도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면 금융적 목적이 아닌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자로 간주되어 허용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핵심은 이러한 가공자본을 비롯한 금융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 즉 금융해방이다. 지금까지 대부자본(은행)이나 가공자본(주식)에 가했던 온갖 규제들을 풀고 자유화하는 것인데, 국제적 이동 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그러하다. 예컨대 은행은 과거에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못했으나 점차 이를 가능케 하고, 이자율의 상한선 규정도 풀리고, 은행이 부동산시장에 투자하지 못했던 것을 풀고, 이런 세세한 제도들을 하나하나 다 없애가는 것이다. 미국에서 글래스-스티걸 법은 80년대부터 점점 해체되어가다, 99년에 완전히 폐지되었고, 남한에서는 겸업은행을 만들고자 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최근 발효되었다. 물론 그 전부터 각종 규제가 해체되어 왔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규제를 푸는 목표는 물가나 환율의 안정을 통해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앞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서 이야기했는데, 60년대 말에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초민족 법인기업은 외형상으로는 산업자본이지만 금융그룹처럼 움직이게 된다. 즉 ‘산업을 지배적인 요소로 하지만 금융그룹’ 이 되어간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인 GM, 가전제품회사인 GE 등도 금융적 활동을 통해 돈을 벌었고, 바로 최근까지 금융부문에서 낳는 이윤이 4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이 회사들의 위기는 이러한 금융부문으로의 무분별한 확장이라고 이야기된다.) 남한에서도 쉽게 예를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인 현대에서 ‘현대 캐피탈’이 나오고, 이 활동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는 사례가 그러하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의 이익이 여러 제도와 이념을 통해 비호되고, 전통적인 산업자본도 금융그룹의 성격을 띠면서, 금융은 거의 모든 부문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금융의 헤게모니 역전 전략은 사회제도도 변화시킨다. 단적으로 IMF구조조정과 같이 위기에 처한 국가의 체질개선 조치가 있다. 선진국들은 위기에 처한 제 3세계 국가들을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국가경제의 구조를 바꾸도록 종용한다. IMF는 외채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돈을 갚기 위한 효율적인 경제구조로 재편하라는 압력 또한 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적인’이란 얼마나 그 나라에서 돈이 나오느냐, 이지 그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잘 사느냐가 아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보통 사람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M&A (기업들을 인수, 합병하는 것)를 보자. IMF에 의한 인수합병 절차는 단순히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하나로 뭉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업들을 정리 및 다운사이징하여 금융적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투자 가치를 상승 시키는 것이다. 또한 해고와 임금삭감을 통한 구조조정은 위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수많은 위기극복 전략 중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고통을 많이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그 뒤에 다시 승승장구한 기업이 많았지만, 매번 ‘IMF보다 힘들다’는 말들이 나왔던 것을 떠올려보자.

또한 각국의 금융시장들은 철저히 개방된다. 물론 여기서 명목은 그 나라에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개방된 그 나라의 주식시장에 거대자본들이 들어와서 거품을 형성하여 재미를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제 ‘신흥공업국’ 은 ‘신흥시장’으로 변화하는데, ‘신흥공업국’이 산업 영역에서 새롭게 부상한 국가를 뜻한다면, ‘신흥시장’ 은 새로운 ‘주식시장’ 을 의미한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신흥시장이 바로 남한과 대만이고, 이러한 국가들에서 외국자본은 자국에서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바로 자본을 회수하고, 최근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다. 환율이 몇 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폭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신흥시장에서 외환위기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각국의 목적은 자신들의 나라를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외국자본들에 의해서 자국의 존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제 3세계 국가들은 점점 더 금융화를 가속화하게 된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위험요소를 더욱 끌어들이는, 생명을 건 줄타기를 하며 생존해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3. 사이비 대안 말고 진짜 대안을!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많은 것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30여년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처럼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이 흐름이 당연하다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우리도 막을 수 없어’ ‘이것 말고 무슨 대안이 있단 말이야?’ 등등의 얘기들을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혹은 윽박지르면서 말이다.

위기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추진했던 세력들도 뭔가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온갖 언론에서도 이 정책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본은 하나도 내주는 것이 없이 노동자들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면서 해고를 막는 방법이다. 위기의 부담은 노동자들이 나눠서 지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더욱 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청년인턴제도, 1년짜리 비정규직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우습게도 한나라당 김문수 같은 자들이 청년인턴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도 나이든 노동자들이 빨리 일자리를 그만두고 그 자리를 젊은 사람들로 채우라는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 다시 노동자 내부에서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경제학자들과 활동가들은 이러한 사이비 대안이 아니라, 진정한 대안을 찾으려 해 왔다. ‘위기라고 해서 사람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면 안 돼. 기업에 투여하는 공적자금을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금으로 주자.’ ‘돈 많은 사람만 더 돈을 많이 불릴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해. 금융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많이 걷자.’ ‘이런 상황을 우선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해. 교육 사업을 하자’ 등등으로 말이다. 이런 시도 중 현실화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으로 유럽에서는 자본의 이익을 비호하는 유럽헌법을 부결시켰으며, 남미에서는 FTA와는 다른 대안무역협정을 맺기도 하였다.

남한에서는 아직 크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활동가들은 WTO협정에 반대하는 남한 농민들의 활동으로 희망을 얻기도 하고, 몇몇 이들은 작게나마 자신의 권리를 찾기도 했다. 너무나 거대한 문제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대안은 실은 가장 구체적인 사람들의 삶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우리의 삶이 구체적으로 나아지려면 어떻게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가? 어떤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하는가?’ 이렇게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보자.

이 글에서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사람들의 삶을 팍팍하고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이 원인에 맞선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갈수록, 그리고 구체적으로 노동자 민중이 어떤 부분에서 힘에 겨워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알아갈 수록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지가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의 결론인 ‘금융자본에 맞서자!’라는 막연한 방향성은 점점 더 구체화 될 것이다. 출혈적인 경쟁만을 해 왔던 지금까지의 삶의 원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삶으로 만들어가자. 그러면 우리의 세계는 더 크게 열릴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9/03/11 14:06 2009/03/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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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계화 운동을 남한 곳곳에 뿌리내릴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을 선언하며!!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되어 실물부문의 경기침체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장기화된 불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초민족적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놀음을 위해 노동권, 주거권, 식량, 생태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질서로 종속시키고 파괴해 왔다. 전반적인 이윤율 하락 경향 속에서 적절한 실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철저하게 금융의 논리에 종속되어 투자되고,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변해온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본질이다. 파생상품을 확산시키면서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금융거품을 형성해 온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친 덫에 걸려 체제 자체를 위협할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지배계급들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리면서, 민중들의 고혈을 짜내 위기를 지연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는 대규모 해고와 임금삭감,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 등의 일이 개별 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을 확대하는 자본의 전략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 등을 통해 불안정한 세계 금융질서에 더욱 더 밀착하면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이러한 지배계급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현재 운동진영은 너무나 앙상한 모습이다. 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계급투쟁이 역사적 패배를 맞이하면서 80년대 초중반이 지나야 시작된 남한 사회주의 운동은 너무나도 빨리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념과 운동의 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한 변혁운동은 ‘신자유주의’라는 지배계급의 전략에 맞설 ‘피지배계급의 재조직화와 주체형성의 전략’을 밝히지 못하면서 파견법, 정리해고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문간・기업간 격차도 커졌는데 이러한 분할선을 따라 노동자・민중들은 분열되어 연대와 단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우선해고를 수용했다. 최근에 벌어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이러한 역사적 과오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지배계급의 위기가 곧바로 민중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줄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 당 할 것 없이 각급 대중조직이 대중과 운동의 융합의 표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계급주체 형성에 실패한 것에 대한 결과이다. 대중운동이 일시적으로 고양된다 하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전체운동 상의 조직적인 성과와 전략적인 혁신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현실, 이는 학생운동이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운동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중들의 요구를 학생대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학생‘부문’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대규모 조직력에 대한 환상에 빠지거나, 대중운동 차원에서 의미없는 분별정립을 하면서 끊임없이 축소되어왔다. 다양한 계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터져 나올 대중운동을 담을 그릇으로서, 또한 이를 급진화시킬 대중조직이 실천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학생행진의 초기 문제인식인 ‘反신자유주의 대중운동 협의체’라는 전술도 수정을 요구받았다.

건설준비위원회로서의 3년을 거쳐 본조직으로 출범하는 전국학생행진은 이제껏 지속되어 온 운동의 위기를 끊어낼 이념의 혁신과 재건을 도모하는 학생활동가 조직으로서 자기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다. 노동자민중의 인종/성별/나이/학력 등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전 세계적 착취구조를 만드는 지배계급들에 맞서, 차이를 권리로 확장하는 가운데 특정 부문의 이익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단결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세계화 운동의 문제의식이다.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때로는 그 공간을 뛰어넘어 대중의 한 가운데에서 운동을 다시 조직해 내면서,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민중들의 권리를 세계화하는 첫 발을 내 딛자.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하는 바이다.

전국학생행진은
금융화와 궁핍화에 맞서고, 금융세계화를 보호하고 통치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하면서
민중의 생존권과 평화권을 위해 투쟁한다!
또한 페미니즘 없이는 어떠한 운동도 지속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며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에 저항하고, 여성권과 노동권을 쟁취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시장화 흐름에 반대하며 집단적 자기통치의 조건으로 민중의 지식권을 쟁취한다!

이를 위해,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복구하고
정세분석 및 토론, 대중정책 기획, 실험 및 평가를 통해
대안세계화 운동의 기지가 될 공간과 주체를 형성할 것을 결의한다!

폭력과 착취로 연명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재적 형태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종식시키고 민중들의 대안이 거대한 물줄기로 쏟아져 내리게 할 장구한 싸움이 단단한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전국학생행진 회원 모두는 견결하게 투쟁할 것이다.


2009년 2월 22일

전국학생행진 본조직 출범총회 참가자 일동


Posted by 행진

2009/03/11 04:34 2009/03/1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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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타결과 비정규악법 시행!

그 어느 해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예상되고 있는 2007년의 여름을 맞았습니다. 87년 6월 항쟁 20년을 맞아 너도나도 민주화의 주역이라 말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의 기만적인 모습이 보이는 지금, IMF 10년을 지나 더 큰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중들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한미FTA 타결을 성사시키려고 애쓰는 지금, 민중들의 삶은 갈수록 빈곤해지고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중들의 삶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선을 앞두고 소위 ‘민주화의 후예’를 자칭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은 서로의 이전투구 속에 민중들의 민주주의를 계속해서 축소시키며 자신들의 언어에 가두어 두고 있는 2007년의 7월 입니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투쟁으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이 대안세계화의 길로 더 큰 연대와 변혁을 만들어 내려는 2007년 7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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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안세계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은 그러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지난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가 겪었던 한미 FTA, 불안정노동, 군사세계화에 대한 저항적 담론 형성의 어려움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투쟁이 세계적 경쟁을 두려워하는 ‘쇄국’의 담론을 넘어서기 힘든 현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광범위한 연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장기화되는 현실에서 집회에 결합하는 것을 넘어선 연대운동의 장기적 전망을 수립하기 힘든 현실, FTA 폐기 투쟁과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을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과제로 함께 발언해낼 수 없는 현실, 전 세계에서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사세계화의 문제가 민족국가의 이익과 안위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지 못하고 추상적 평화의 외침에서 그치는 어려움. 이들은 그대로 한미 FTA 저지 투쟁,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 평택 전쟁기지 건설 반대 투쟁 등 신자유주의에 맞선 핵심적 투쟁들에 있어서 대중의 저항이데올로기 형성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에 맞선 장기적 대안 모색과 투쟁의 과정을 구상하지 못하고 당면한 부당함에 대한 투쟁만으로 그치게 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이론적, 실천적 난관을 말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대안세계화의 실질적 언어를 찾아가기 위한 ‘2007 대안세계화 학생 포럼’을 제안드립니다!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이론적, 실천적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적 전망을 밝히기 위한 전략과제를 도출합시다!


07년 여름방학에는 올 해의 시기적 특수성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의 언어와 실천을 발굴하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장기적 전망을 수립하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007 대안세계화 학생 포럼’에서의 열띤 논의 속에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과제를 도출하고 투쟁의 언어를 마련합시다. 그 속에서 이론적 학습과 토론을 통해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중운동의 이론적 실천적 역량을 강화합시다.

전국학생행진(건)의 핵심 방중 싸이클로서 자기교육-대중운동의 훈련을 강화하는 사업으로 안정화해갑시다!


여름 방학이라는 시기는 2007년 특히 전국학생행진(건)의 본조직 건설의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점점 대중과의 접점이 협소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대중 속에 위치시키고 함께 교육하고 대중운동의 언어와 양태를 발굴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와 함께 협의체적 논의와 투쟁의 과정을 발굴해나가는 것이 바로 학생운동의 현재적 난점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며 대중운동 속에서 행진을 건설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지역-지구별 연대와 공동 투쟁의 경험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합시다!

매년 정세적으로 가장 필요한 주제들을 가지고 지역-지구에서의 토론과 투쟁의 활성화를 통해 자기교육과 토론의 역량을 강화하고 방중 실천사업 및 하반기 투쟁을 장기적으로 예비할 수 있는 사업으로 ‘2007 대안세계화 학생 포럼’을 만들어갑시다!

대안세계화 학생포럼은,


각 지역 별로 행사를 준비하여 지역의 상황에 맞게 진행됩니다. 전국모임에서 제안 된 전반적 행사의 구성은 반신자유주의 전략과제의 수립을 위한 포럼과 강연입니다. 포럼과 같은 경우, 각 주제별로 포럼 기획단을 꾸려 포럼 전반의 준비를 함께 합니다. 강연은 사회운동포럼의 시민강좌단을 섭외하여 대안세계화 학생포럼의 기획에 맞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그 외에 각 지역별로 공동체 프로그램, 문화제, 캠프 등이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습니다.

대안세계화 학생포럼에서 전략과제 수립을 위한 주제들.


여성노동권 : 87년 전후 여성노동자운동의 역사속에 남겨진 쟁점들을 확인하며 신자유주의에 맞선 여성운동의 방향은 어떠하여야 하는지 논의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의 전망과 과제 : 노동의 불안정화가 만연한 시대. 칼날 같은 해고통보와 생존의 위협이 끊이지 않는 시대. 지금까지의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에서의 쟁점과 평가를 진행하며 앞으로 반신자유주의 전략과제로 중요하게 불안정노동 철폐 운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반전-반핵-평화 : 신자유주의 세계화속에 전쟁의 폭력과 위협이 만연한 지금의 시대를 분석하며, 아래로부터의 반전-반핵-평화 운동의 전망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합니다.

반빈곤 : ‘빈곤’이라하면 절대적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문제 같지만, ‘빈곤’이라는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대 민중들의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의료, 건강, 주거등에 대한 기본권 축소를 비롯해 물 사유화 등은 삶의 조건 전반을 하락시키고 있는 지금, ‘반빈곤운동’을 통해 삶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온 민중의 권리로 발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역운동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운동의 이념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가 생활하고, 사회화되는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공간인 ‘지역’에서 어떠한 이념으로 어떠한 운동들의 기획이 필요한지 논의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장소는 곧,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드리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07/06/29 20:20 2007/06/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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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서기


미국 헤게모니가 처음으로 위기에 처했던 1970년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본 축적의 위기를 생산과 고용이 아닌 금융적 팽창으로 해결하려 하는 금융세계화는 IMF, 세계은행, GATT 등 국제 금융,무역기구들은 자본의 초민족화를 각국에 강요하면서 금융자본의 영역을 일국차원을 넘어서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같은 과정에서 기존의 좌파정당과 노조는 선거정치와 코포라티즘에 매몰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포섭되거나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봉장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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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WTO가 더욱 강력하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동하기 위해 나타나면서 대안세계화 운동이 맹아를 보이기 시작한다. 대안세계화 운동은 세계화에 대해 배타적인 자국산업보호주의와 어설프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교정하려 한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한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파괴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여, 대안을 세계화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다양한 공간에서 펼치고자 하는 대안세계화 운동. 그 대안세계화 운동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대안세계화 운동의 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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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계화운동의 맹아가 된 사건을 들자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가 발효된 날인 1994년 1월 1일에 멕시코의 치아빠스 지역에서 봉기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NAFTA로 인해 멕시코 혁명이후 80년 이상을 지속해온 토지공유테를 초국적 자본들의 토지 이용을 용이하게 하려는 이유로 폐지하여 주민들의 생존과 자치를 위해 봉기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멕시코 정부로 인해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투쟁을 인터넷으로 세계에 알려내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조하는 이들의 투쟁은 무기력하게 세계화에 휩쓸려가던 세계의 운동진영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근거지에서 국제적인 회합을 개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들을 매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여전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후 이러한 흐름은 1998년 OECD가 추진한 다자간투자협정(MAI)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동행동으로 이어졌다. 단기성 투기까지도 투자의 권리로 인정하는 등 초국적 자본에 무한한 권리를 부여하려던 이 시도는 전세계적인 사회운동의 저항에 직면하여 결국 무산되는 크나큰 성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1999년 WTO의 활동범위를 대폭 확대시키는 뉴라운드의 출범을 무산시켜낸 ‘시애틀 전투’로 이어졌다. 목표, 위상 등 동일하다고 할 수 없는 다양한 단위들의 직접행동이 뉴라운드를 무산시킨 것이다. 이러한 직접행동은 이후 프라하, 제노바 등에서도 이어졌다.

세계사회포럼


시애틀 투쟁은 큰 성과를 남겼지만 해결해야할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WTO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보였던 시애틀 투쟁의 내부에는 신자유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각국의 사회운동가들도 있었고,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자신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하여 투쟁에 나섰던 미국노총(AFL-CIO)도 있었으며, 단지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제3세계의 농민들과 노동자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각자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상이한 판단을 가지고 있는 조건 속에서 새로운 세계화의 전망과 이를 위한 운동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애틀 투쟁의 성과는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또 다른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대안을 토론하기 위한 ‘세계사회포럼’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결국 2001년 첫 번째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에서 개최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세계사회포럼은 참여자들의 구성, 조직화 방식과 형태, 주요 이슈 등 모든 측면에서 그 이전의 국제적 운동들과 다른 특징을 보였다. 세계사회포럼은 정당이나 노조 등 기존에 있었던 모든 유형의 운동들도 참여했고, 지방-지역-민족-초민족적 형태로 결성된 집단들도 포함되었다. 또한 이 모두를 총괄하고 지도하는 상부단위를 만들지 않고 활동을 벌여나갔으며,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의운동이 결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여성, 이주자, 노동, 반전 등 서로 다른 문제들이 하나의 모순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운동들이 서로 다른 운동들과의 결합 속에서 자신의 실천과 사고방식을 변화시켜나가는 방향으로 전체운동의 수평적 교류를 실험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운동의 원리는 전 세계 사회운동이 ‘세계사회포럼 호소문’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모든 인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요구목록’을 재작성하는 원칙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사회포럼에서는 1) 상호배제적인 권리가 아니라 상호증식적인 권리, 2) 따라서 보편화(확장)될 수 있으며, 3) 인문들의 자율적인 운동을 통해 쟁취될 수 잇는 권리라는 원칙 속에서 모든 인민들의 권리가 재작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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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은 기존의 운동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저항의 보편성, 새로운 저항의 주체를 형성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편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정식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한편, 현재 세계사회포럼에서는 단순히 운동의 전망과 입장에 대한 토론과 공유, 즉 말 그대로 ‘포럼’에서 더욱 전진하여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투쟁을 벌여낼 방안 등을 중심으로 자기발전을 꾀하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3대륙 (라틴아메리카-베네수엘라, 아프리카-말리, 아시아-파키스탄) 에서의 잇따른 개최를 통해 보다 활발한 교류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유럽의 대안세계화 운동


유럽연합을 출범시킨 마스트리히트조약, 유럽연합을 확대하려는 암스테르담조약(1997)·니스조약(2000)에 이어 2004년 회원국 정상들이 그 초안에 서명한 헌법조약은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다양한 조직들을 단일화하고 체계화하여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제도적으로 공고화하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입법권과 집행권을 모두 기술관료집단인 각료평의회와 집행위원회가 장악한 반면 유럽의회는 실제로 자문기관에 불과하여 ‘민주주의의 결핍’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유럽헌법조약은 유럽의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제헌의회에 의해 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헌법’일 수 없었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유럽경제인회의와 같은 초민족자본가단체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위가 명시됨으로써 유럽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배가 보장된다.

한편 유럽헌법조약에서 제시되는 ‘시민권’의 내용도 지극히 제한적인 것이었다. 조약에 따르면 노동자의 기본권은 노사정 협약에 의해 크게 제약되고 피임·낙태·이혼과 같은 여성의 기본권도 카톨릭의 권위에 의해 제약된다. 특히 유럽연합의 시민은 회원국의 국적을 지닌 자로 한정됨으로써 유럽 이외 국가 출신의 이주자를 배제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그에 뒤이은 유럽통합은 결과적으로 전후 호황기에 구축된 노동 안정성과 사회복지 모델의 쇠퇴를 의미했다. 이러한 ‘사회적 민족국가’의 위기 속에서 한정된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를 종족 공동체의 성원에 국한하여 배분함으로써 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낙후된 삶의 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요지의 인민주의적 선동이 가세하면서 이주자에 대한 배제와 폭력이 점증한다. 프랑스 민족전선, 이탈리아 북부동맹,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 극우정당은 이민 반대나 유럽연합 반대와 같이 인종주의와 인민주의적 반세계화 논리를 동원하여 세계화와 유럽연합으로 인해 피해가 가장 극심한 하층 노동자와 청년실업층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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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이나 <공산주의재건당>(PRC)과 같이 대안세계화 운동을 추동하는 핵심적 사회운동들은 유럽헌법조약에 반대하여 ‘대안적 유럽’을 주창하며 노동권과 여성권을 핵심으로 시민권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광범하게 조직하고 있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은 금융세계화에 대한 발본적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하게 시민교육운동을 자신의 주된 과제로 천명하는 한편 정당이나 노조의 사회운동적 개조, 사회운동적 마르크스주의의 부흥에 복무함으로써 오늘날 유럽에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진원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재건당은 ‘자율적이고 동시에 세계에 개방된 유럽, 자본주의적 세계화와는 다른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모델을 가진 유럽’을 주창하며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과의 결합, 정당의 사회운동적 개조를 이러한 전망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들이 주축이 된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4년 10월에 열린 유럽사회포럼에서 채택한 사회운동 호소문을 통해 유럽헌법조약이 구현하고자 하는 유럽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통합의 신자유주의적인 기획인 유럽헌법조약 체결시도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는데 큰힘이 되었으며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유럽헌법조약의 부결이라는 결과를 이끌기도 했다.

남미의 대안세계화 운동


1990년대 후반부터 촉발되기 시작한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사회운동은 기존 정당과 노동조합이 선거정치에 매몰되거나 코포라티즘을 수용하면서 대중운동을 분할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편,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는 사회운동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즈음하여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체결 논의를 중단시켰는데, 당시 차베스 대통령은 정상회의장 안팎에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을 주장한 바 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비롯한 역내 좌파 정권의 미래는 ‘무적의 제국’으로서 자신의 권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비가역성’이라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간섭과 자본의 초민족화라는 구조적·객관적 조건에 의해 크게 제약된다. 실제로 FTAA 협상 타결 실패 이후 미국은 하위-지역 협정을 병행 추진하며 경제통합을 시도 중이다.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미국 자유무역협정(DR-CAFTA)을 법제화하고 파나마와 여타 안데스 3개 국가들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이다. 한편 역내에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 8개 회원국을 확대 규합한데 이어 2004년 10월에는 안데스공동체(CAN)와 정치·경제 협정을 수립했다. 또 2004년 12월에는 총 12개국이 남미공동체(SACN)를 결성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거의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자주적인 경제정책을 실용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브라질과 협상중이거나 모종의 협정에 가입하고 있다. 따라서 ALBA가 실질적으로 역내 국가들에 끼치게 될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사회운동들은 최근 들어 각 국에서 좌파 정권이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는 현상이 남미 대륙에서 폭발하고 있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좌파 정권에 대한 정치적 자율성’과 ‘각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을 재천명하며 대안적 지역통합의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미주사회동맹이 제출한 ‘미주대륙을 위한 대안’은 차베스 대통령이 제시한 ALBA와 최근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이 발의한 인민무역협정(TPC)에도 참조되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들은 ALBA 협정이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각 국 정상들이 주도하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 주도의 FTAA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지역적인 교류의 가능성을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제시하며 FTAA 반대 투쟁을 조직하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대안세계화 운동을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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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각각의 운동들이 민중적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 관계를 맺으면서 활동해나가는 대안세계화운동은 앞으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등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고착화하기 위한 시도에 맞서서 어떻게 운동을 해나갈 것인가가 바로 이와 관련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학생행진(준) 역시 자신의 공간, 영역에서 다양한 단위들과 민중적 대안을 만들기 위한 교육과 그에 기반한 구체적 실천들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대안세계화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6/10/13 13:50 2006/10/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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