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메가톤급 구조조정,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앙대 메가톤급 구조조정안이 지난 12월 29일에 발표됐다.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학부)를 40개로 줄이는 한국 대학 사상 초유의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안을 두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바람직한 또는 어쩔 수 없는 변화다, 기업의 논리로 학문의 다양성을 침해한다는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대학교들은 중앙대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임이 틀림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어떻게든 대학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것이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거세어질 대학의 거대한 변화,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계열별 경쟁을 유도하는 5계열 책임부총장제

"일류 대학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처럼 백화점식 학과를 갖고 어떻게 경쟁하겠나? 너무 다양해 선택과 집중이 안 되고,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분야도 있으니 중앙대 특성에 맞게 구조조정하자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일부 손대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백지 위에 다시 그려야 제대로 된 개혁이 된다고 보았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단과 대학별 구조조정위원회도 구성했고, 본부 구조조정위도 가동했다. 심지어 외부 컨설팅 회사에 외국 대학들과 비교해 미래 지향적 대학 모델을 만들어달라고 해 그 의견도 이번 안에 담았다."
- 중앙대 박범훈 총장 인터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 행정적 편의 개선. 이것이 중앙대학교에서 말하는 주된 구조조정의 이유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현재 단과대 체제가 5계열 책임부총장제로 재편된다. 각 학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집중육성학과 7개, 개편대상학과 26개, 통폐합대상 28개 학과를 선정하여 18개인 단과대를 10개로 줄인다. 이를 ▲인문·사회·사범 ▲자연·공학 ▲의·약학 ▲경영·경제 ▲예·체능 등 5개의 계열별로 묶어 5명의 '책임 부총장'이 예산과 교원임용, 인사, 교육, 연구지원 등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 목표는 ‘명품학과 12~15개를 집중육성하기 위한 자율 경쟁체제 도입’이라 한다. 학교본부가 그 이상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각 계열 간/학과 간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정도는 누구든 예상할 수 있다.

"기업이든 대학이든 투입한 자원에 비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 경영이다. (대학과 기업은) 다를 게 없다."
- 박용성 이사장 인터뷰 中 [조선일보, "대학이 문화센터냐… 학과 완전히 다시 짜겠다.", 2009.06.09]

 학교본부가 제시한 이번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평가’이다. 평가를 통해서 학과 통폐합을 이끌어내고, 평가를 통해서 학과 간 경쟁을 유발하며, 평가를 통해서 학과를 죽이고 살리는 학교 ‘경영원리’가 구조조정 혹은 학문단위 조정으로 표현된 것일 뿐이다. 그 중심에 5계열 책임부총장제가 있다. 각각의 부총장이 예산 및 연구지원을 차등화해서 단위별 경쟁을 시키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평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이들 학과/학문을 평가할 것인가? 소위 잘 나가는 경쟁력 있는 학과는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이외의 학과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당장에 폐과시킬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강력한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합법적으로 도태시키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경쟁력 있는 학과라는 것은 곧 취직에 유리한 학과, 기업이 원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학과를 의미한다. 대학에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지식을 이윤추구를 중심으로 재편시키는 힘, 상시적인 평가는 대학의 기업화를 추동할 것이다.

 사실 현재 발표된 구조조정안 자체만 보아서는 각 과가 어떻게 변화할지 제대로 예측할 수 없고, 노골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과만 남기겠다는 의도를 투명하게 읽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들이 대학교의 운영원리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대학이 변화할 지를 예측가능하게 해준다. 즉, 당장의 구조조정 계획안에서 살아남은 과도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시에 충분히 ‘사실상 포기학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오히려 지금 제출된 구체적인 안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 5계열 책임부총장제라는 대학 운영원리가 의미하는 바를 통해서만 구체적인 학과 개편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시대에 따른 학문 수요의 변화, 대학 기업화는 필연인가

“비싼 등록금 받고 사회에 나가서 써먹지도 못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죄 받을 일이다. 교수들 스스로 뒤떨어진 것 인정하고 매달려야지, 그렇지 않고 예전처럼 안일하게 가르쳐 졸업생을 실업자로 만들어 놓으면 학문 분야도 손해가 된다.”
- 중앙대 박범훈 총장 인터뷰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경쟁력 없는 학과가 도태되는 것이 문제인가? 이러한 질문은 학문과 교육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생산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즉, 학문의 수요자가 기업과 사회라는 것이다. 일면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가 어렵다’는 불만과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은 얼핏 보면 같은 것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학에서 실용적인 학문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도 아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이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아무리 기업에서 써먹기 좋은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친다 해도, 너도 나도 그러한 변화를 꾀하는 가운데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학교가 아닌, 내가 다니는 학교만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때 내가 더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비해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은 전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지만 사실 정확히 ‘기업만’의 문제이다. 금융화되는 사회에서는 소수의 고급지식노동자가 필요한 한편, 그 외의 모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과 정부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교육체계, 그 중에서도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인 것이다. 때문에 대학의 변화는 변화된 산업구조에 맞는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대학구조조정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문수요의 변화’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 전반적인 문제인 실업을 개인의 스펙 부족으로 정당화하고,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운데 대학은 조금 더 기업이 원하는 노동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배출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지식과 교육은 이윤추구를 위한 것으로만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수요는 결국 기업경영에 필요한 지식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은 일상적으로 평가받고, 잘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는 것을 당연한 삶의 원리로 삼는 수 많은 노동자군을 생산할 수 있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변화가 아니라, 명확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필요한 대학의 변화다.


대학 위기의 원인

 대학구조조정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배경은 교육에 대한 위와 같은 관점이 밑거름이 되는 한편,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비대화․부실화는 사학 자본들의 난립과 경쟁으로 인해 심화․확대되었으며, 경쟁력 이데올로기가 학생, 교직원사회에 퍼지면서 대학과 학문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한국에서 대학은 과거 산업 자본의 수요 충족과 대중들의 계층상승 욕구가 결합하여 양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고도의 산업성장과정에서 대학은 국가와 자본에게 고급 노동력의 공급을, 개인에게는 부와 지위의 획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줌으로 해서 양적팽창의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불황으로 인해 이제 대학에서 양산한 노동력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대학은 ‘과잉노동력’을 양산하며 계층상승은커녕 안정적인 일자리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980년대까지 정부는 고등교육의 확대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일관하다가 5공화국 들어 이른바 7․30교육개혁조치로 대학의 문호를 개방한다. 이후로 꾸준하게 대학의 규모가 증가하다 90년대 중반에 또 한 차례의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95년 5․31교육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96년도 이후부터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정원과 대학수가 증가했고, 19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10년 만에 대학생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학의 양적 팽창은 산업성장과정에서 시장의 필요와 정부의 정책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대학의 변화는 필연이 아니라, 자본과 정부의 ‘선택’이었다.

 때문에 현재 대학의 위기라고 불리는 상황은 자본과 정부의 선택이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게 된 것일 뿐이고, 때문에 새로운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대학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점점 기업의 입맛에만 맞는 지식을 생산하고 그것을 이 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동일시하는 현상,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 경쟁하는 천편일률적인 ‘인재’만을 길러내는 것이 진정한 대학의 위기 아닐까. 

우리에게 교육과 학문은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학문의 수요자는 기업인가? 아니, 학문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관점 자체가 이미 기업의 시선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로 자라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내가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즉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위험한 이유는 결국 모든 교육과정이, 세상에서 ‘지식’이라고 인정받는 것들이 모두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중앙대학교에서는..

 12월 29일의 구조조정안 발표는 중앙대학생들에게 충격적이었다. 08년 때부터 조금씩 구조조정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이에 학생대표자들이 총장님께 사실 확인을 요구했는데 총장님의 대답은, ‘허위사실 유포하는 자를 데려오라’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날벼락 같은 학과통폐합 계획안이 언론을 통해 뿌려진 것이다. 일찍부터 학생들은 학교에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자 수차례 요구했다. 그런 요구를 무시하고 특히 구성원들이 학교에 없는 ‘방학’기간에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한다는 것은 대화하겠다는 의지조차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개편 대상 학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학우들에게 돌아온 것은 평가된 ‘결과’일 뿐이었다. 학교는 방학동안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3월에 최종안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방학 기간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학 자체를 뒤바꾸는 대규모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중앙대 학생들은 ‘구조조정에 맞선 학생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긴급 토론회, 질의서 발송, 학생 요구안 수합, 확대운영위원회 개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구조조정계획이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학내 구성원들이 ‘정보’를 알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도록 각 과별 간담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더욱 본격화될 대학구조조정에 맞서, 대학 기업화의 진실을 폭로하자!

 “향후 10년간 대학과 기업의 불편한 동거가 아니고 찰떡 궁합의 행복한 상생이 될 것입니다.
10년을 지켜보신 후에 이와 관련된 글 하나를 써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경향신문 기사 ‘대학과 기업의 불편한 동거’에 대한 반박, 중앙대학교 이사장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은 자신만만하다. 개혁의 결과는 기업 개혁의 결과와 같이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그 실적은 중앙대의 대학서열 상승, 취업률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중앙대 구조조정은 앞으로 대학이, 교육기관의 발전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대학이 필요한지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이 싸움은 중앙대 학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대학생,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문제다. 우리 모두, 우리들에게 필요한 학문과 교육에 대한 논쟁을 시작할 때다!   



[참고자료]

1. 인문/사회계열
1.1. 인문대학
민속학과가 폐지되고 역사학과에 통폐합 될 예정이다. 아시아문화학부, 유럽문화학부가 기존 학과들의 통합을 통해 신설되었다. 아시아문화학부 내에는 인도문화가 신설되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기초학문분야인 인문학을 육성하겠다고 학교 본부는 천명했고, 실제로 완전폐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1.2. 사회과학대학
낮은 평가를 받은 복지계열학과가 사회복지학부로 통합되었고 신문방송학과와 광고홍보학과가 합쳐진 미디어홍보학부가 생겨났다. 공공인재학부 역시 이곳으로 배치되었으며 도시계획․부동산학과가 안성 캠퍼스의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에서 변경되었다. 심리학과, 문헌정보학과, 사회학과는 좋은 평가를 받아 학과체제로 존속되었지만 정치외교학과/국제관계학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폐과대상이 되었다.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의 대부분의 학과들이 학부제 모집으로 통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구조조정안에서 전반적으로 학부제 모집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유독 인문/사회계열, 자연계열에서 저평가를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학과들이 학부제로 묶이는 경향을 보였다. 학교 측은 ‘기초학문분야 육성을 위해’ 학문단위 광역화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뚜렷한 목표나 전략이 없이 단지 비슷하기에, 또는 행정적인 편의라는 이유로 묶는 학부 광역화는 걱정되는 부분들이 많다.

1.3.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와 가정교육과가 폐지되었다. 그 이유는 평가안에서 ‘下’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국어교육과, 수학교육과가 신설. 교육학과의 경우는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1년 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고 한다.

2. 경영/경제계열
경제학과, 경영학과, 통계학과가 한데 묶였다. 또 글로벌지식학부가 신설되었다. 글로벌지식학부의 경우 총 정원이 145명이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앙대가 처음으로 도입한 학과이다. 실업계 고교 출신 직장인들 중 3년 이상 일한 사람들에 한해 수능성적 없이 입학할 수 있게 한 제도. ‘학사MBA’라 불리고 있으며 경영학을 배우며 평일 야간, 주말 등에 주로 운영된다.

3. 자연/공학계열
흑석캠퍼스의 자연대학과 안성캠퍼스의 응용생명과학부가 통합되어 자연과학대학이 되고 공과대학이 같은 계열로 묶이게 되었다.

3.1. 공과대학
공과대학은 신설되는 학과가 많고 그만큼 없어지는 과도 많다. 건축학부만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건설환경공학과, 도시공학과가 폐과되며 건설플랜트공학과가 신설된다. 건설플랜트공학은 건설환경공학과 도시공학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공학 인프라 구축-해외 담수시설, 원전 플랜트 공사 등- 을 주되게 연구한다.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존재를 생각했을 때 대학에서 생산된 지식이 두산 계열사에 직접적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계공학부와 신설학과가 합쳐져 E/S공학부가 신설된다. 추가되는 전공은 로봇공학, 의료공학으로서 기계공학부의 세부전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3가지 전공이 동등한 지위로 설정이 되어있다. 전자전기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가 합쳐지고 인공지능 전공이 신설되어 IT공학부가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화학신소재공학부와 신설된 에너지환경공학의 구성으로 에너지공학부가 탄생한다. 공과대학은 그 어느 단과대학보다 학과 통폐합-재배치가 많은데 이는 ISB계열을 주력사업에 둔 두산그룹이 공과대학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건설플랜트공학과, E/S학부, 에너지공학부 등의 신설에서 두산그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즉 두산그룹의 사정에 따라, 또는 시장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학과 재조정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안정성에 처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3.2. 자연과학대학
지난 10월 19일 문제의 한국일보 기사에서 ‘사실 상 포기’대상에 들어갔었던 자연과학대학이 공과대학과 같은 계열로 묶이게 되었다. 수학과와 물리학과가 합쳐져 수학물리학부를 신설되고, 99년 정경대에서 적을 옮겼던 통계학과는 또다시 자연과학대학에서 나와 경제․경영 계열로 가게 되었다. 또한 화학과와 생명과학과를 합쳐 화학생물학부를 만든다. 2캠퍼스의 산업과학대학/생활과학대학의 과들이 응용생명과학부로 재편되는데, 생명공학과를 통합시켜 의생명공학 전공을 새로이 두게 되었다. 앞서도 지적했다시피, 자연과학대학 역시 ‘순수학문 육성을 위해 학부제로 광역모집’되는 주된 단위가 되었다.

4. 예체능계열
4.1.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와 디자인학부, 미술학부, 음악학부, 전통예술학부로 구성된다. 이 중 공연영상창작학부는 문예창작, 연극, 영화, 사진, 현대무용 전공으로 나뉜다. 연극, 영화전공의 경우 이미 3년 전에 미디어공연영상대학으로 바뀐 적 있는 연극영화학부가 다시 분리되어 구조조정되는 다소 어이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06년 당시 학교 측은 정경대 신문방송학과와 예술대 연극학과, 영화학과 3과를 통합하여 미디어공연영상대학을 만들었다. 당시 미공영대는 연극․영화학과가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받은 정부지원 121억 원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창조적 융합 교육을 위해’, ‘공연 영상 중심의 교육을 통한 차세대 전문 인력 육성’이 그 목표였다고 한다. 그러나 3년 만에 계획은 뒤바뀌어 신문방송학과는 사회계열로, 연극․영화학과는 예술대로 재편성되었다.

4.2. 체육대학
안성 캠퍼스의 사회체육학부와 흑석 캠퍼스 사범대학 체육교육과가 통합되어 체육학부 단일 학부 대학으로 구성된다. 사회체육학과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이며 체육교육과의 특성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행진

2010/01/15 01:54 2010/01/15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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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특호_각론3] 교육

2010년 대학교육의 쟁점과 투쟁과제


0. 들어가며

현재 대학의 변화는 자본주의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된 공간이 대학이었고, 이에 따라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ㆍ대학의 운영방식 및 자금조달 체계ㆍ학생들에 대한 통제 방식 등이 변화하였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도 대학교육의 변화는 자본과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들과 궤를 같이하며 진행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장 비판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 공간 역시 대학이며, 한국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실험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 역시 대학이다. 고등교육의 확대를 이뤘던 힘은 단순히 자본주의의 발전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한편으로는 지식권을 얻고자 했던 민중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자본의 이해에 편입되는 경향을 제어하고, 민중들에게 지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투쟁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교육투쟁을 만들기 위해서 자본주의와 대학의 본질에 대해서 연구하였고,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 대학의 중요한 특징인 대중대학의 설립과 과잉교육-과소교육의 양립을 분석해왔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시민교육을 통해 민중의 지식권을 확장하고, 지적차이를 줄이는 투쟁의 내용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교육투쟁의 내용을 학생대중들의 불만과 결합하고 상승시킬 수 있는 요구와 대중정책이 부족하였고, 우리의 교육투쟁은 매우 앙상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투쟁의 내용이 부실해지며 학내 정치활동의 내용과 실천 역시 함께 앙상해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대를 맞이하여 지금까지의 교육투쟁을 돌아보고, 대중정치활동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드는 기획이 요구되고 있다.
 

1. 최근 교육투쟁의 양상과 과제

이전까지 학원자율화와 학생자치권력 증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육투쟁은, 1990년대에 들어와 높은 교육비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본부에 대한 투쟁과 협상으로 이루어졌던 교육투쟁은, ‘개나리 투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학인들의 주요한 3-4월 싸이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학인들은 집단적인 저항을 경험할 수 있었고, 대학의 높은 등록금 문제를 전 사회적 이슈로 만들 수 있었다. 한편 3월 말, 4월 초에 배치되었던 ‘대학인 총궐기’와 같은 투쟁은 대학인들이 공동으로 대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등록금 의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인 저항으로서 교육투쟁은, 이런 방식이 등록금을 낮추거나 동결시키기에 유용한 방법이냐는 의문이 대중들에게서 형성되었다. 즉 학교본부와 합리적으로 협상을 잘 하거나, 높은 등록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교육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담론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대학의 자치 공동체들이 파괴되며 집단적인 저항을 경험할 수 있는 골간이 무너지고, 교육투쟁에 소수의 주체들만 나서게 되면서 대중적 투쟁보다는 대학당국으로부터 몇 가지 실리를 얻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행진에서는 교육투쟁의 방향 전환을 위한 계획들을 세워왔다.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이 한국사회의 불안정 노동과 대학인들의 주체화 양식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대학의 기업화ㆍ상업화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교육담론인 ‘소비자 중심주의’와 ‘학교ㆍ학과 발전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대중들의 이데올로기적 전변을 꾀하려 시도했다. 07년 한미 FTA 반대, 08년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투쟁의 포문, 09년 경제위기의 민중 책임전가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면서, 정세를 알려내는 투쟁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한편 이런 과제를 학내에서 뿐만 아니라, 학생운동 세력들의 공동 교육투쟁 기구였던 교육대책위원회(교대위)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행진의 시도는 대학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바탕으로 한국사회 전체의 모순을 함께 인식하고, 불만을 상승시켜 낼 수 있는 기획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등록금 사안을 넘어서는 쟁점을 형성하려 했던 우리의 시도는, 대중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우회한’ 세력으로서 비춰지기도 하였으며, 이후의 투쟁들과 연결고리를 잘 발견하지 못하였다.
한대련과 같은 세력은 학생운동단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록금투쟁을 과제로 설정하였고, ‘등록금 넷’과 같은 시민ㆍ정책 단체와의 공동행보와 정책청원 운동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런 행보 속에서 교대위가 사실상 기능을 정지하였으며, 진보적 교육운동단체가 생산한 정책을 학생들의 대중동원을 통해 관철시키는 전략이 주된 교육투쟁의 흐름이 되었다. 물론 이들의 투쟁이 등록금 문제를 전체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었으며, 당장 대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을 생산하였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 연결된 수다한 쟁점들을 간과하고 등록금 투쟁을 교육운동의 모든 것으로 표상시켰다는 점이나, 입법 가능한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교육투쟁이 대중운동을 질곡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비판할 수 있다. 한편 대학공간을 무리하게 생산현장과 유비시키며 교육투쟁을 무리하게 노동자 운동과 유비시키려는 세력도 존재하였다.
2010년대 교육투쟁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교육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현황들을 살피고, 이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정세와 연결되는 지점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교육투쟁의 방향을 도출하고 과제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실질적인 교육투쟁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는 대중정책으로서 교육투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교육투쟁 각론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2. 대학교육의 현황과 쟁점

○ 이명박 정권 시대 교육부문의 변화와 대학
이명박 정권의 취임 초기에 정권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영어 몰입교육’ 파동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은 초중등 부문에 대해 경쟁과 획일화, 그리고 계층 재생산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부문의 개악을 시도하였다. 전교조 탄압ㆍ교원 평가제 도입ㆍ영어수업 인증제ㆍ일제고사 실시ㆍ자립형 사립고등학교 및 학교 선택제 등의 교육정책은,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경쟁을 강화시키고 있다. 2009년에 들어와서는 초중등 교육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축소하고, 국민공통 기본 교과 일부와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줄이는 것(초교 10→7, 중·고교 13→8개)을 골자로 하는 ‘미래형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를 통해 과외 없이도 대학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창의성ㆍ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공통교육의 내용을 줄임으로서 오히려 대중들의 과소교육과 지적차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10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 회계연도 16개 시·도교육청별 예산 절감 현황 및 절감 예산 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시로 5053억 5521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 가운데 4942억1362만 원의 예산이 영어 교육 강화 정책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그리고 기숙형 공립고 설립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예산을 절감하는 과정에서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환경 개선 예산, 특수교육 진흥 사업과 저소득 계층 지원금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공교육이 축소되면서 계급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교육의 기능은 초중등 부문으로까지 확산되었고, 학교 수업으로 채워지지 않는 교육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등교육의 내용ㆍ운영방식ㆍ체계ㆍ성격이 초중등 교육의 그것을 위치 짓는 현대 교육제도의 특성상, 이명박 정권이 펼치고 있는 교육재편의 내용은 지난 김대중ㆍ노무현 시절 대학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의 변화는 역으로 고등교육의 이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줄 것이다. 현재 대학부문에 대해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큰 틀은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달라진 계급투쟁의 조건 속에서, 고등교육의 변화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금융ㆍ경제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학의 역할, 이명박 정권의 특질, 교육투쟁 주체들의 조건 등을 고려하며 향후의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 최근 대학 구조조정 양상의 의미
정권은 특정 대학과 학과에 대한 지원과 집중을 강화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해체시키고 있고, 이전과 다른 점은 전체 대학과 대학인의 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지난 6월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 11월에 ‘부실 사립대’ 30여 곳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런 대학들을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것의 근거는 고교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4%에 육박하는 현재,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신입생 충원율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20여 곳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ㆍ학과 간 경쟁과 함께 퇴출되지 않는 대학의 유사학과와 통폐합을 유도하고, 2010년부터 사립대학 법인을 해산 할 때 잔여재산으로 공익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국공립대학의 변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오던 대학들을 줄이며 운영 체계를 재편하고 통폐합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1일 제주교대가 제주대와 통폐합 되었고, 지난 4월에는 교대가 인근 국립대와 통폐합 할 경우 25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지역의 교대를 자기 대학에 유치하려는 국ㆍ공ㆍ시립 대학들의 경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정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울산과학기술대학교를 법인으로 새로 설립하였다. 인천대는 인천전문대와의 통합을 추진하며 인천 송도캠퍼스로의 이전이 마무리된 상황이고, 서울대는 2011년 3월까지 법인화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국회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기 대학 구조조정 양상의 하나로 ‘대학설립 자율화 정책’과 대학-대학인의 수가 급증한 것을 살펴보았다. 현재 대학인의 수를 감소하려고 하는 교육정책의 내용이, 신자유주의적 교육 양상과 다른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똑같다. 즉 대학 및 학과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성격의 재편 중 하나가 학부제의 폐지와 학과제로의 전환이다. 학부제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과 자치 공동체 파괴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연세대는 2010년 바로 학과제 전환이 이루어지며, 건국대ㆍ경희대ㆍ고려대ㆍ서울대ㆍ한국외국어대ㆍ한양대 등에서도 학과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부제 전환 이후 교수집단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학과제로의 재전환 요구가 있었지만, 최근의 변화가 이런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학과제로 전환하는 목적은 학과마다 합격 평균 점수와 지원자 수를 비교하여, 그것이 작은 과일수록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이는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 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하고 경쟁을 유발하여, 학과 구조조정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학 자체가 기업의 운영과 목적에 닮아가는 현상과 대학에서 생산한 지식이 자본의 이해에 걸맞은 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현상이다. 물론 이 두 가지 현상은 따로 떨어뜨릴 수 없다. 전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은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설립이다. 대학에서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대학 내에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연구성과를 직접 활용하여 수익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이후, 많은 대학에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하고 있다. 작년 2월 한양대의 ‘HYU홀딩스’가 첫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8년 삼육대의 ‘SU홀딩스’, 서울대의 ‘서울대기술지주주식회사’, 서강대 ‘SGU홀딩스’ 등이 대학기술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에서 자본금 100억 원을 들여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미 대학은 산학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노골적으로 제휴를 강화해왔고,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이 버젓이 학교에 들어오거나 각종 연구소가 대학 안에 설립되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과 기업 연계의 심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후자의 경우에서 대표적인 것은 대학 안에서는 계약학과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기업 혹은 정부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실무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된다. 계약학과는 학생선발부터 커리큘럼 개발, 강사진 운영과 졸업생 채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한다. 성균관대 대학원 과정에 있는 '초고층·장대교량학과'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는 계약학과의 사례이다. 서울대 역시 첫 계약학과인 ‘E-MBA’를 경영전문대학원 안에 신설하였다. 학부과정에서도 2009년 로스쿨로 법대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 이후에 ‘자유전공학부’ 등을 신설하여,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각종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지식의 상업화 경향은, 사회과학ㆍ인문과학에도 더욱 침투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다른 분야에 통폐합되거나, 더욱 기업의 입맛에 맞추는 지식을 생산하게 된다. 한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지구에 캠퍼스가 설립됨에 따라, 연세대에서는 2010년 3월 개교를 인천대는 전체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송도캠퍼스에 이전하려는 주요한 목적은 규제조치가 덜한 곳에서,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약학과나 BT 계열의 특정학과를 설립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현상이 나타나며 민중들은 자신들이 지녀야 할 지식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단 한번도 ‘진리의 상아탑’인적이 없었지만, 최소한 시민들이 가져야 할 권리를 알려줬고,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노골적으로 기업에 연계하면 할수록 시민들을 위한 교육의 내용은 사라져가고, 모든 교육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교육으로 대체되어 간다. 현재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지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본래의 의미가 아닌, 학벌과 빈곤 그리고 계층을 재생산하는데 모두 맞춰져 있다.
 
○ 불안정노동과 빈곤은 대학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대학은 현대의 어느 조직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구성원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의 운영과정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국사회의 경향인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양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우선 1989년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정책이 실시된 이후, 해마다 치솟은 등록금은 대사회적인 문제로 되었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등록금을 비롯해 교재비ㆍ생활비ㆍ사교육비 등을 합해 연평균 1000만원에 이른다. 현 시기 대학의 등록금이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경향 속에서 대학의 운영이 ‘자율’에 맡겨지고, 대학자금에 대한 운영과 수익관리가 주요한 항목으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생긴다면 가장 쉽게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등록금이다.
등록금 마련을 보조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제도는, 오히려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해 2009년 1만 38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켰다. 이에 정부에서는 7월 30일 친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2010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이후 재학기간 동안에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없이 학업에 전념하게 하고,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대출금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권의 생색내기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기초수급자 및 소득 1~7분위(연간 가구소득 인정금액 4839만 원 이하)에 적용되는데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 교육원칙에 따르고 있으며, 그간 기초수급 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제공되던 무상장학금의 지원이 중단된다. 그리고 취업 후 상환이라는 명목으로 등록금을 인상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다. 한편 연평균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한데, 어디에서 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에 우리는 미국에서 부동산 시장에 몰렸던 금융자본이 새로운 투자처의 하나로서 학자금대출에 집중 투자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학자금대출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장학재단’으로 일원화 되는데, 이는 금융자본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편 노동정책이 변화하게 됨에 따라 나타나는 대학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가에서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IMF 이후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받았던 직종은 공무원이었다. 교원 역시 일종의 공무원이고 교원을 양성하는 교/사대에 대한 경쟁률이 높아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인턴교사제를 시행하여 16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교원임용의 경쟁률을 높이는 한편, ‘교원 평가제’를 실시하여 취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평가 시스템을 가동시키겠다고 하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사대의 대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현실이 아니다. 청년인턴제가 공공부문에서 점차 민간 기업에 확대 시행되면서 한시적 일자리만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던 전문 직종 학과의 학생들에게도 해당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에서는 전문 직종 학과의 학생들이 인턴을 하는 등 직종경험을 쌓는 것을 필수 커리큘럼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는 예비적 인력들을 활용하여 임금을 낮추고 취업노동자와 예비노동자들을 분할시키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한국사회의 실업률을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학사 후 과정(Post-Bachelor Program)'이 점차 증가하며, 예비실업자를 학교에 묶어놓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민중에 대해서 적용되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41개 대학을 선정하고, 학교당 1억 원 이상 총 5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대학들은 여성 재취업ㆍ청년 실업자 취업ㆍ소외계층 창업 등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이수하여도 청년인턴제ㆍ희망근로프로젝트의 확대 속에 불안정 노동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 대학본부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방식
대학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대학은 변화에 저항하는 구성원들을 배제하거나 포섭한다. 대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구성원들을 통제하는데, 경쟁 이데올로기를 통해 졸업준비요건ㆍ필수과목지정ㆍ학칙 등 학사과정의 엄정화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서 자치권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학내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고, 재계약을 위한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구성원들 간의 적대와 분할을 조장한다.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이 이루어지며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널리 사용한 방법은 대학 당국이 앞장서 학교발전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대학 구성원들이 이를 내면화하게 함으로써 가능했었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하여 ‘마녀사냥’에 가까운 공격을 당했고, 대학인들의 자치권은 점차 파괴되어 갔다. 학내 공간과 게시판 사용이 제한되었고 ‘정치적 색깔’을 가진 모든 행사는 불허통보가 내려졌다.
이런 모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대학당국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어만 간다. 그런데 지난 김대중-노무현의 인민주의 정권 시절과 달리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는, 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학내 게시판을 비롯한 언론에 대한 통제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입을 막고, 학교에 대해 명예훼손을 하면 학생들에게 징계까지 내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8월 중앙대에서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린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예술종합대학은 정권에서 직접 커리큘럼에 개입(이론 수업의 축소)하고 총장 선임과 같은 운영에도 개입하고 있다. 한예종의 사례는 대학 전체의 기업화ㆍ상업화 경향으로 포괄할 수 없는 것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적 방식과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내 노동자들에게는 해고의 위험으로 이들을 통제하는데 명지대 행정조교의 대량해고 사태, 고려대학교에서는 88명의 비정규 강사를 해고한 사건 등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학 당국의 통제력이 증가하는 것에 맞서 학생 자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은, 단지 교육부문의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운동세력들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대학의 변화가 무매개적으로 대학의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위와 같은 통제력의 증가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정권의 통치방식이 대학의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3. 2010년 교육투쟁의 방향과 과제

대학의 변화에 대해 섣불리 찬반의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면 대학ㆍ대학인의 수가 줄어들고, 학과제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추진되는 최근 움직임에 대해 섣불리 찬반의 입장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대학의 변화가 민중들의 삶과 지식 그리고 노동과정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이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민중들이 고통 받는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투쟁 속에서, 우리의 교육투쟁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교육투쟁의 큰 틀과 방향은,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을 막아내기 위해 내걸었던 바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세적 조건을 고려하며 어느 부분에 맞추어 알려낼 것이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대학인들의 요구안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현재 대학의 기능과 변화에 대해 비판하고 교육투쟁의 주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과제들을 찾아보자.

○ 교육비용 민중전가 저지: 등록금 인하, 취업 후 상환제 반대
2009년 금융-경제 위기 아래에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였지만, 2010년에는 경기회복설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전면시행으로 등록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교육비용의 상승은 교육에 대한 접근 자체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수다한 교육의 문제 중에서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되고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조건 속에서, ‘지배계급의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비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교육투쟁의 주체들을 조직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높은 교육비용 그 자체에 대해서만 발언하기 보다는, 그런 교육비용이 책정되는 원인과 맥락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맞설  수 있는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심화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외에 다른 곳에 대한 투자ㆍ사용이 증가하고, 여기에서 생긴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다.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심해지는 과정이 오히려 등록금이 올라가는 중요한 기제라는 것을 설득시켜내자. 한편 대학에서 등록금을 올리며 사용했던 주된 논거는 교육의 질을 높여 대학과 개별학생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대학-학과를 나와도 불안정 노동을 피해갈 수 없고, 높은 등록금은 낮은 임금 및 해고위험과 함께 민중들을 착취하는 기제로 함께 활용될 뿐이다. 이렇듯 등록금이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며, 교육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저지: 민중의 지식권 쟁취, 대학기술지주회사 반대, 대학의 금융투기 중단, 기만적 기본이수 과목 재정립, 졸업인증제도 전환 촉구
고등교육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며 여기에 걸맞은 노동력을 수급하기 위한 과정에서 확대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민중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장하고, 시민적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식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게 되었고, 고등교육이 대중들에게 확대되었다. 현재 대학의 운영과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의 내용이 기업화-상업화 되어가며, 대학이 자본의 이해에 더욱 긴밀하게 편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에서 발전이데올로기와 같은 지배계급의 공세가 거세이지면서 대학의 구성원들 역시, 대학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있다. 학우들이 내면화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전변시키며, 대중들의 지식권ㆍ교육권을 확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대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는 대학의 기업화-상업화가 대학인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학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확장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자.
대학운영이 자본의 이해에 종속되는 것은 대학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혹자는 대학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학에서 수익을 창출하여 발전을 위하여 쓴다면 무엇이 문제일 것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곧바로 각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등치할 수는 없다. 자본의 운영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은 곧 대학 안에서부터 차별과 배제의 원리가 내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것은 학과 통폐합이나 학사과정의 재편과 같은 집단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동반하게 되며, 대학을 다니는 것이 계속 불안정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자기 과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한편 대학자금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쓰는 것은 대학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교육비용의 증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려내도록 하자.
대학 운영과정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을 야기한다. 이는 지식이 대학에서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되고,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과 관련된다. 그런데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의 기업화-상업화 경향을 막아내자는 설득을 하는 것은, 운영과정의 기업화-상업화를 비판하는 것보다 좀 더 어려운 일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기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면 좋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특히 가치중립적인 지식이라고 여겨지는 이공계열에서는 기업 기술로 바로 쓰일 수 있는 지식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사회에서 대학이 어떠한 역할을 했고,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민중들이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착취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지식을 배움으로서 가능했고 이를 배울 수 있는 공간 역시 대학이라는 점을 설득하자. 대학이 ‘테크노크라트’적 기술수련 기관이 되며 기업에서 체득해야 할 지식을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업이 지불해야 할 교육비용을 대학에 전가한다는 것을 알려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화-상업화 된 지식이 과연 전 민중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질문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공학분야에서 개발하는 GMO 관련 지식이, 오히려 초민족적 농업 자본에게만 이득이 될 뿐이고, 생태를 파괴하는 메커니즘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지식의 기업화-상업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기본이수 과목 재지정ㆍ수업에 대한 개입과 같은 것을 대학본부에 요구하며, 대학이 자본에 편입되어가는 현재의 경향을 제어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불안정노동 경향을 제어할 수 있는 교육투쟁
우리는 교육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대학이 한국사회의 전체 변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살피고, 이에 적합한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를 위해 대학인들이 습득하는 지식과 삶의 모습; 대학의 모습이, 졸업 후 그/녀들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대학의 교육비용이나 기업화-상업화 현상에 대해서도 좀 더 설득력 있게 비판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전체의 불안정노동 경향이 심해지고,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인들이 인턴과 같은 한시적인 일자리를 거쳐야 하는 것은 필수가 되어간다. 대학이 아무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업에 들어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런 식의 구조조정을 위해 등록금을 아무리 높인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 전체의 불안정노동은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대학이 금융화 양상에 걸맞게 변해가면 갈수록 불안정 노동은 더욱 심화되어 간다.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이 기업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가면서, 취업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갱신하기 위한 '평생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직종과 이를 보장해주는 학과도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우리는 위에서 '4개월짜리' 인턴교사가 대폭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호텔경영학부와 같이 전문직을 보장해준다고 여겨지는 학과를 나온다 하더라도, 청년인턴과 같이 한시적 일자리로 취업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한편 대학과 불안정노동의 관계는 단지, 대학 안에 있는 대학인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문제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언급하고 있듯이 사회에서 지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것을 유념한다면,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은 민중들의 불안정노동과 빈곤을 정당화하고, 더욱 많이 착취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지식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은 항상 그 지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동반해야 한다. 특히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과 생활관습들이 어떻게 사회적 노동으로 전화되는지를 살펴봐야 하며, 지식에 대한 권리는 항상 노동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가운데에만 온전하게 습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자. 현재 대학의 지식과 노동 문제가 가장 대표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인, 청년실업과 정부가 뉴딜정책이랍시고 내놓는 한시적 일자리 정책들을 매개로 교육투쟁의 요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노동에 대한 권리가 급격하게 파괴되고 20대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식권과 교육권을 연결하는 활동들을 만들고, 대학과 대학인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대학인으로서 ○○○한 노동'을 하기를 원한다는 구체적인 요구나,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체 노동자ㆍ민중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을, 대학인들의 삶과 연결 짓는 '의식적'인 노력이 좀 더 많아야 할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민중들의 이데올로기를 전변시켜내는 활동은, 당연하게 3~4월이라는 기간을 넘어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4. 나가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 우리들은 대학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대학에 다니는 의미나, 대학의 본질을 잘 알고 학교를 마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모습이란, 실제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과나 단과대에 한정된 특수한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학인들은 자신이 어떠한 처지에 처해 있고, 대학이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언어화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바꿔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며, 사회와 대학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살아가기 쉽다. 교육투쟁의 구체적인 계획과 발언의 얼개를 세우고, 함께 지식에 대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도록 하자. 한 순간 실리를 따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지배계급에게 점유당하고 있는 대학과 지식을, 민중들의 손으로 되찾아 올 수 있는 교육투쟁을 만들자!

Posted by 행진

2009/11/24 12:56 2009/11/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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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st 2010/01/02 21:15 # M/D Reply Permalink

    울산과기대는 신생 국립대학교입니다. 울산대학교는 사립대학이고 울산과기대와는 전혀 상관 없는 학교입니다.

  2. 행진 2010/01/03 15:29 # M/D Reply Permalink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