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회의보다 세계사회포럼의 개최국이 되고 싶다!


 지난 9월,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한국유치가 결정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까지 열며 이를 크게 선전했다. 야당과 언론에서 ‘과잉홍보’ 라며 이를 경계했지만, ‘G20' 회의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논의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명박이 어떤 일을 해도 비꼬는 댓글만이 달렸던 웹사이트에서도 ’이것은 잘했으니 인정해주자‘며 넘어갔다. 'G' 가 붙은 정상회의에 작년 금융위기 전까지 끼지도 못했으며, 언제나 TV를 통해 선진국들이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책방향이 결정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시민들로서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국제회의를 우리나라에서 한다니! ‘ 라는 놀라움(혹은 감격!!)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듯하다.


G20, 어떤 회의인가?

  G20은 작년 11월,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체제로서 출범하였으며,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지구촌 최대 규모의 정상급 국제회의’ 혹은 ‘세계유지들의 회의’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G20개최 보도를 언급하는 언론의 설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다. 그러나 G20의 성격과 문제점을 알기 위해서는 G20이 등장한 맥락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련 해체 이후, 언론은 세계 국가들의 협력체에 편의상 ‘G’라고 이름 붙였다. G는 ‘Group'의 줄임말로, G8은 8개 국가들의 그룹, G20은 20개 국가들의 그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G20은 방금 언급한 G8이 확대된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유럽연합(EU) 대표부가 추가되었다. G8도 처음부터 8개국이 모였던 것은 아닌데, 1975년 세계 경제대국 6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으로 시작하여, 1976년 캐나다가 가입해 G7이 되었으며, 1998년 러시아가 가입함으로써 G8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G8전에, ‘G'가 붙은 또 하나의 그룹이 먼저 생겨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G77으로, 이미 G8의 전신이 생기기 훨씬 전인 1964년, 유엔 개발위원회(CNUCED)에서 결성된 개발도상국 협력체를 가리킨다. (현재는 130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왜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그룹을 형성하고, 협력을 꾀했을까? 당연히도 국제회의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제력, 군사력 등이 우위에 있는 국가들의 이익은 종종 개발도상국들과 상충한다. 그런데 이런 큰 나라들 마음대로 국제질서가 만들어진다면, 개발도상국은 더더욱 빈곤과 지적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이에 맞서 자신들의 권익을 제대로 주장하기 위해 힘없는 국가들은 단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개발도상국의 연합에 맞서 몇몇 국가들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감독 하에 스스로 부여한 권한으로 국제적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G8이었다. G8은 실제로는 초민족(초국적)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비난의 표적이 되어왔다. G20 역시 여전히 이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바로 이 G20에 한국이 포함되었고, 영광스럽게도 개최까지 결정된 것이다.


개최국으로서의 이익?
  G20의 일원으로서 또한 개최국으로서 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세계경제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은 사실일까? 우선 G20 정상회의는 세계금융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기구’로, 집행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 집행력은 IMF, IBRD 등 미 재무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기구들이 가지고 있어 G20은 중상위 국가들을 포섭하기 위한 미국의 상징물 정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회의 내에서도 G2가 실질적인 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2’는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근에 언론에서 만든 말 중 하나다. 2년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중-미간 전략적 경제대화’라는 이름의 회담이 열렸는데, 최근에는 이것이 ‘중-미 전략경제대화’로 이름을 바꾸며 강화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중요 사안들이 이제 두 강대국(G2)의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이며, G2가 합의하면 G20은 별 반대 없이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강대국들의 회의에 낀다고 해서 이 테이블에서 동등해질 수 없으며, 오히려 강대국들의 회의테이블이기 때문에 이런 위계는 더욱 심할 것이다.
  개최국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은 어떨까? 전례를 보면서 예상을 해보자.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미국 피츠버그에서의 G20회담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땠을까? 피츠버그에 살고 있는 한 한국학 학자가 쓴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면 (데니스 하트,「모처럼 돈 벌 기회, 시위로 망치지 마」, 9월 24일), 시내의 호텔이란 호텔은 모두 만원이고 음식점들도 크게 붐볐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회담기간 동안 시내 중심가는 완전히 봉쇄되어, 가게들은 문을 닫고, 버스도 다니지 않았으며 도로와 교량도 폐쇄되었다. 보통은 900명이었던 피츠버그의 경찰력을 3100명으로 증강, 펜실베이니아 주 경찰 1천명을 따로 투입, 주변에 있는 주방위군 2000명 경계 태세 돌입, 도심에 인접한 강을 경비하기 위해 해안 경비대까지 출동... 이렇게 해서 회담장 경비에만 1950만 달러가 들어갔다. 보안문제 외에도 회담 전후로 도시를 정비하고, 도로와 보도를 수리하고, 낙서를 지우고, 빌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의 비용과 도심에 있는  비어있는 가게를 임시로 예술품 전시나 홍보용 공간으로 대체하면서 든 비용, 예산 부족으로 2006년부터 고장이 난 채로 두었던 시내 중심가의 분수 수리비.. 이 모든 비용을 합치면 2500만 달러에 달한다.
  해외 사례 말고, 2005년 겨울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사례는 어떨까? 개최 전 부산발전연구원의 지역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4,021억 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부산지역 연간 지역총생산은 45조였고, 취업자는 159만 명에 달하고 있었다. 즉,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전체 부산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 회의 전부터 지적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APEC회의 당시 북구 만덕로와 서면, 해운대 일대의 생계형 노점상들은 쫓겨나고, 슬래브 지붕으로 이루어진 주택가와 고물상, 공단 등은 공사용 가림막으로 가려진 것이 9시 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떠나 한국이 G20의 일원이건 아니건, 개최를 하건 안하건 이 회의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G20의 기본적인 성격, 바로 세계 부자국가들과 거대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명백한 정치적 성향이 이 회의에 있기 때문이다.


G20의 제일 큰 문제는 이거야!

  G20은 현재 세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나 ‘금융화’의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 1차 회의 때부터 주된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가 위기의 원인이었던 파생금융상품 시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첫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는 여러 학자들과 운동세력들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위기를 넘어설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첫 회의가 끝난 후에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G20은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모델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2009년 6월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세계 금융경제 위기와 그 영향에 관한 유엔회의’가 조직적으로 보이콧을 당한 사례이다. 이 회의는 유엔 가입국인 192개국이 참가하는 회의였고, 매우 중요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또한 G20 회원국들의 참석을 위해 회의 개최를 3주나 연기하기까지 했지만, 주요 지도자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의가 보이콧당한 이유는 조지프 스티글리츠라는 온건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보고서를 기초로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들에서 점증하고 있는 소득 불평등’이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와 노동 수입의 감소(임금 디플레이션)에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가 대규모의 가계 부채, 특히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양산했다. 즉, 국경을 넘나드는 서브프라임 대출의 ‘증권화’가 자산 거품을 키웠으며 금융기관들은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해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현 세계경제에 최선이라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때문에 한국은 IMF사태를 맞이하였으며, 전 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었으며, 빈곤층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에서는 바로 이것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대안을 상상하기에 반대를 외친다!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는 길은, G20 개최국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논의되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결정되는 정책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GDP의 15%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앞으로의 세계경제정책에 따라 많은 이들의 생존이 좌지우지될 170여국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G20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계속되면 피해를 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안을 상상하기 때문에, 회의를 반대하는 것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회의 개최가 결정된 직후부터 회의장 안 만을 비추고 있고, 회의장 밖의 목소리에 조명을 돌릴 때는 반대 시위자들을 폭도로 몰고 싶을 때밖에 없다는 것을 이들도 잘 안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러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국가의 지도자만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모인다.
  또한 이들은 이러한 회의를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맞서는 포럼으로 출범하여, 2009년 1월 아홉 번째 회의를 진행한 세계사회포럼이 그것이다. G20에 포함되어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베트남전 참전과 같이 개발도상국을 짓누르며 경제발전을 꾀한 역사를 반성하고 민중의 대안을 논의할 회의장을 내 줄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은 헛된 걸까? 우리는 세계 유지들이 모여 자신의 부를 어떻게 유지하고, 불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거부한다! 우리는 민중들의 모여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는, 그런 회의 자리를 환영하고 싶다!


* 참고한 글
- 데니스 하트,「모처럼 돈 벌 기회, 시위로 망치지 마」, 9월 24일, 오마이뉴스
- 베르나르 카상,「신자유주의에 매료된 ‘G’그룹의 착각」, 10월 6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김석준,「"아펙 효과 모호하고 추상적, 희망사항만 나열"」, 2005년 11월 14일, 참세상,
-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회,「 G20 정상회의와 국제금융질서 개편 논의」, 2008년 12월 2일, 사회화와 노동 413호

Posted by 행진

2009/10/15 21:59 2009/10/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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