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_발간사] 최근 세태에 대한 단상

 전국학생행진 뉴스레터가 약 한달 만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한국사회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일들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우선 눈에 띄는 뉴스는 9월 취업자가 7만 1천여 명이 증가하여 10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한국이 수출 호조세를 보이며 곧 경기회복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이 곧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전히 비경제활동인구와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고 있고,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 역시 정부에서 제공하는 임시직이 많습니다. 경기 회복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의심스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빈곤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 사회의 빈곤의 문제, 학생운동이 반빈곤 운동과 연대하는 이유를 담은 글을 실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은 지난 9월 50%를 넘었다고 집계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설과 국민 대통합 이데올로기, 그리고 ‘적’이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기용한 것이 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운찬 총리의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잡음들이 드러났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방송인 김제동 씨와 손석희 씨가 방송사로부터 퇴출을 당한 것에 대해, 정권의 비민주성이 비난 받는 사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명박 정권은 높아진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난 9월 25일에는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확정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더욱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0호 뉴스레터를 통해 G20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 회의가 가져다 줄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난 이후에, 한국 사회 전체의 관심을 끄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계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상반된 두 가지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행태는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9월 22일 전국공무원노조, 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의 세 단체가 단일 노조로 통합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다시금 ‘민주노총 죽이기’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중도-실용 노선’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경훈 위원장이 당선되자,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치파업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했습니다. 위와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향후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는 이번 호에 싣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자 운동 죽이기’를 시도하는 보수언론의 행태를 비판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실으려고 합니다.

 역시 최근에 가장 많이 화두가 되었던 사건은 각종 아동 성폭력 사건입니다.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12년의 형량을 받은 가해자 조두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형량이 너무 낮다며 반발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법정 최고형량을 적용해야 한다거나, 화학적 거세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성보장인권위원회’라는 방송프로가 버젓이 등장했고, 연애인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명칭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들을 보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페미니즘의 자리는 비어 있고, 각자의 사건은 그저 개별적인 일들로만 남아 있습니다. 모두다 ‘남보원’이 재미있다고 하는 지금, 우리는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이런 행태에 딴지를 걸려고 합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시각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짧은 단상을 실으려고 합니다.

 많은 일들이 한국사회를 지나갔지만 대학은 조용하게만 있습니다. 대학은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토론되지도, 어떤 행동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취업 학원’으로만 남아 있는 것일까요? 최근 전국학생행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그것의 역사와 쟁점을 되짚어보고 대학 안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행동을 만들기 위한 ‘대학인, 민주주의를 말하다’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뉴스레터에 당일 포럼의 이모저모를 담아보았습니다.

 이렇듯 30호 뉴스레터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단상,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틀을 담은 글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30호 뉴스레터부터 연재되는 서평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10월 11일 있었던 레인보우 운동회에서 이주노동자 자원활동가와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대학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무관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대학에서 다시금 논쟁과 행동이 살아날 수 있는 정치를 복원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하겠습니다. 30호 뉴스레터 잘 읽으시고, 점점 추워지고 있는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해요. ^^

Posted by 행진

2009/10/15 22:00 2009/10/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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