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우려되는 현재의 산별노조 재편



지난 2월 25일 개최된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는 500명이 넘는 대의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15만의 산별협약쟁취 중앙교섭 돌파” “가자! 투쟁의 중심 금속노조”라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올 해 금속노조가 핵심 투쟁과제를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 가장 단적으로 알 수 있었던 이 자리에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2008년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을 중앙교섭에 참가시키고 산별교섭을 확보하기 위해 운명을 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자동차 완성4사는 대공장 자본들은 작년 확약서를 이행하고 산별교섭에 응해서 정상적인 산별시대 노사관계 확립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7월 11일, 금속노조 지도부는 GM대우 사측과의 대각선교섭을 통해 <의견접근안>을 발표하였고, 7월 16일 새벽 1시 10분경에 금속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 의견접근안>을 합의한 후, ‘새로운 파업지침’을 발표하였다. 전체사업장에 내려져 있던 부분파업을 철회하고 중앙교섭에 불참하는 사업장에 한해서 부분파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자 금속노조 지도부는 급히 <해설안>과 <문답자료>를 냈지만, 비판 여론은 가시지 않았다.
그 5개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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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재편, 지난 경과들

      <전노협>시절부터 꾸준히 쟁점이 되어 왔던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산별노조)’건설은 여기에 숨어 있는 쟁점은 무수히 많고, 무엇보다 시기별로 그 양상이 조금씩 달라져 왔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다 검토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만 최근의 경과들을 살펴보면, 1995년에 <민주노총>의 창립과 더불어 ‘산별 현실론’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게 되고,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맹․전국자동차총연맹․민주금속연맹의 통합을 통해 98년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연맹)이 출범하였다. 금속연맹은 2000년 4월에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자동차 완성4사(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의 총파업을 기획하기도 하는데, IMF 이후에 더욱 강화된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1년 2월에 4만 명 규모의 <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출범하게 된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2003년부터 성사되기 시작하였지만, 금속노조 출범 당시부터 상당수의 대기업노조가 불참한 약 4만 명 규모의 반쪽짜리 산별노조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산별중앙교섭에 참가하지 않은 대기업 사용자측과 벌이는 ‘대각선교섭’을 병행하는 등 대기업 사용자들과 대기업노조를 산별교섭˙산별노조에 참가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결과 2006년 국내 최초의 사용자 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출범하였고, 2007년에는 <산별 중앙협약>을 마련하고 대기업 사용자들에게 ‘2008년부터는 산별교섭에 참여하도록 노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더불어 2007년의 자동차 완성 4사 노동조합에 이어 올 해 3월에는 4-5천 명 규모의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금속노조에 가입함으로써 약 240개 지회, 약 15만 명 규모의 산별노조라는 외양을 갖추는 데에 성공한다. 



08년 금속노조 산별교섭

     금속노조는 올 해의 산별중앙협약에서 GM대우 사측과 “2009년의 중앙교섭을 노․사공동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는데, “작년 중앙교섭 합의안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작년에 대부분의 대기업 사측과의 대각선교섭을 통해 “2008년에는 산별 중앙교섭 참여를 위해 노사가 산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해”본다는 합의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 지도부가 “올 해에는 GM대우가 의견일치안을 낸 것이 성과”라는 자평한 것은 작년에 맺은 모호한 수준의 중앙교섭 참가약속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을 성과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비판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즉, 애초에 08년 금속노조 투쟁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를 “중앙교섭 성사 그 자체”로 상정했던 것에 대한 진지한 반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분

요구안

합의안

조합활동

조합원 교육시간 연 24시간 이상간부교육시간 연 40시간 이상
(대의원, 상집, 현장조직위원 이상)

연 8시간
지회 상집 이상만 연 24시간
(조합원 교육시간 제외하고 16시간)

노동시간

10월까지 실행위원회 구성

2009년 2월 실행위원회 구성

노동안전

작업량, 인원, 시간, 내용 노사합의
안전보건담당 1인 유급
(주1일 이상)
산재불승인 시 치료 및 보상

안전중대영향 있을 시 노사협의
100인 이하 월 2일
300인 이하 월 3일
없음

비정규직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사내하청 처우 개선
비정규직 매년 5% 정규직화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 보장
하청변경폐업 시 고용˙단협 근속승계

관계법령
없음 (현행유지)
없음
고용유지 노력
승계되도록 노력

불공정거래

50억 이상 표준하도급계약서 작성
단가인하 임률고정 금지

70억 이상
없음

임금

최저임금 99,4840원
기본금 134,690원

시급 4080원(월950,000원)
없음(사업장에서 논의)


     위 표에 나와 있듯이, 금속사용자협의회와 체결한 <중앙교섭 합의안>은 요구안에 한참 미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사용자협의회와 합의한 직후인 7월 16일에 발표한 새로운 파업지침에서 “중앙교섭에 참여한 사업장에는 ‘파업자제’라는 인센티브를 주고,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에만 한해 ‘부분파업’을 개시한다”는 전술을 결정한 것은 사업장을 넘어서는 공동투쟁의 의미를 살린다는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의 대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었다.

     올 해 금속노조 산별중앙교섭에서의 우려되는 현상들은 다수 지도부를 비롯한 노동자 운동 내부의 산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금속노조가 3월에 발표한 <산별시대, 노사교섭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산별 교섭 및 사회적 합의체제가 없는 가운데 국가와 자본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이 지속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노동조합은 자본과 국가와의 교섭보다는 총파업 등 투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지점은 지난 몇 년 동안 강화되어 온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인한 노동유연화(신축화)․구조조정의 안착화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그에 적합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점이어야 한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노동자운동은 지배세력과의 힘의 관계에서 현저하게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섭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을 위한 교섭’ 또는 ‘교섭을 위한 투쟁의 배치’는 올바른 전략일 수 없다. 그 단적인 예는 금속노조가 자동차 완성 4사 등 대기업의 중앙교섭을 촉구하기 위한 갖은 방도를 썼음에도,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협의회의 2008년 첫 중앙교섭테이블 열리기 바로 전 날인 4월 14일에 자동차 완성 4사가 일방적으로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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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쟁점들


주간 2교대제

      올 해 중앙교섭이 종료된 이후에 시작된 현대자동차 지부교섭에서 쟁점이 된 것은 ‘주간 2교대제’였는데, 이는 금속산업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금속노조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체결된 현대자동차 주간 2교대제 관련한 합의안의 핵심내용은 지금까지 주야 맞교대로 10시간-10시간으로 시행되던 노동시간을 8시간-9시간(8시간+1시간 연장근로)으로 바꾸어 주간에만 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10시간-10시간 노동시간 때의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함께 합의되면서 “오히려 노동강도의 살인적인 증가가 뻔하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사측은 노동안전교육시간, 중복휴일, 각종 공휴일․휴가 등을 제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단체협약 개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눈에 보이려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이렇듯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노동조건과 관련된 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중앙교섭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지부교섭으로 넘어가도록 했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산별노조˙산별투쟁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했다.


비정규직

     위의 표
에서 봤듯이, 이번 중앙교섭 합의안에서 비정규직 관련한 조항들은 거의 ‘법령에 따름’이거나 ‘방안을 마련’이라는 식으로 치부되어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 스스로 “비정규직 등 전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의 틀을 넘어야 한다”고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효과는 거의 발휘하지 못 했던 것이다.

     비단 중앙교섭 뿐 아니라, 실제로 대부분의 대공장들은 원청과 하청이 제각각 교섭을 진행하였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생산량’(Just In Time)이라는 자동차산업의 특성 상, 하청업체들 역시 주간 2교대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하청 간의 불공정거래 등 하청업체의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에서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훨씬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의 수 자체가 증가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형태가 자본의 입맛에 따라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보자. 현재와 같은 산별노조˙산별투쟁이 계속 된다고 했을 때, 과연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에 걸맞은 노동자 주체 조직은 과연 가능할까?

 

 

Posted by 행진

2008/11/10 15:20 2008/11/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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