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그리고 그 이후...
2004년 11월~2005년 3월까지 5개월간 실시된 불법체류자 단속 때 무려 8명이 숨졌다. 4000여명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단속을 피하다가 노상에서 얼어 죽었다.
- 경향신문, 2월 13일

심지어 화재 참사 이후에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의 강도는 여전하다. 여수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12일 현재,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재 구금된 생존자 22명은 그처럼 엄청난 사건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돌볼 틈도 없이 출국 당했다. 또한 얼마 전, 필리핀 여성노동자 레티는 임신 7개월의 상태에서 출입국 직원들에게 붙잡혔고, 그 과정에서 3일 동안이나 구금당해있어야 했다. 그뿐 아니다. 3월 7일 청주보호소는 현재 남아있는 여수 화재 사건 피해자들 중 여성 2인에 대해 강제 격리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여러 끔찍한 사건 이후에도 정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에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30층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다친 몽골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 네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라졌다. 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로, 신분이 드러났을 때 입을 피해를 우려해 치료마저 포기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보호소 안팎 모두가 ‘감옥’인 것이다.
“둘이 같이 아픈 마음 위로해주면서 형제처럼 견디어 왔는데 3월 7일 갑자기 갈라지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은 불안한 상태고 두려워 떨고 있는데 우리 제발 같이 있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안 떨어지려고 껴안고 있는데 남자 직원 열 명 정도가 들어와서 억지로 갈라놓으려고 폭행하고 결국에 홍매 옷이 다 벗겨지고 저는 옷이 다 찢어지고... 한 남자는 발로 차고 하니까 힘이 없는 홍매와 나는 결국 떨어져서 홍매는 쓰러진 상태여서 남자 4명이 팔, 다리 각각 쥐어서 옆방으로 강제로 끌고 옮겼다.”
- 청주 보호소에 재수감된 장**씨의 진술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인가?

한국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적대에서부터 동정적 시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또 국적, 성별, 언어, 인종등에 따라 이중 삼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운동사회 내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은 억압받는 민중들 사이에서도 서로간의 다양한 적대를 유발하는데, 노동자들 내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누고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로 분할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주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모든 노동자 그리고 모든 차별받는 이들의 문제이다. 이주노동자투쟁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