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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정리



이스라엘의 학살과 지금

지난 해 12월 27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을 시작한 이후 22일, 2009년 1월 18일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였다. 지금껏 이스라엘은 유엔의 휴전 제의를 줄곧 무시해왔고, 오히려 유엔시설을 폭격하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한편 이집트의 중재로 열리게 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테이블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협상에 대해 2008년에 맺은 휴전협정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언제라도 하마스의 로켓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간헐적으로 공습이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60여년의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지역을 전쟁에 휩싸이게 했고, 미국과 시오니스트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은 더욱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정책과 이스라엘

미국에게 중동지역은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석유 자원의 풍부함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며, 냉전 이후 친미 국가들을 선별적으로 포섭하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포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9/11이후 불량 아랍 국가와 테러 단체를 지목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더욱더 초민족적 자본의 수탈과 중동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침략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헤게모니 장악과 미국 주도의 여러 차례 평화협상은 이스라엘을 이 지역의 온전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 속 유대인 생활 근거지를 통해 종교, 종족 갈등을 불러일으켜 양 민족 간의 공존이 불가능함을 인식시키고, 팔레스타인인의 국가창설에 대한 정당성과 가능성을 무력화시켜왔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불법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원주민을 추방하고, 고립장벽을 쌓아 왔으며, 수십 년간 중동지역의 분쟁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에 팔레스타인/아랍민중의 저항(인티파다)이 국제사회와 이스라엘/미국을 통제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고 (인명피해/경제파탄/정치의 붕괴)파괴만 심화/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대부분의 아랍정권 또한 지역안정을 위해 정치적인 입장을 제출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에 대해 더욱 강력한 경제봉쇄를 시도하며 패권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제는 전면전이다!”라는 전쟁의 정의/시작/휴전/협상 모두 누구의 의지대로 만들어져 왔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항해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세계 각국의 반응은 폭발적이고, 미국과 전 세계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추앙받고 있다. 과연 오바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하여 중동지역의 평화를 안겨다 줄 수 있을까? 지금 그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결코 그렇지 않다. 미첼 특사를 파견하여 중동지역의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총선을 통해 의회를 차지한 하마스와는 대화를 하지 않고 압바스 수반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하마스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예방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위기가 발생하는 지역에 ‘전쟁과 파괴’로 사회 전반을 무너뜨리고 책임지지 않았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테러’라는 이름으로 막아 세우고 있다.

또한 우리는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 시절 연설했던 내용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될 것이며, 절대 분리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미 이스라엘의 영토임을 분명히 해놓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오바마도 중동패권에 대한 중요성과 이스라엘과 동맹관계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취임 직후 세계적 통치 안정화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을 중단시켜 경제위기 속 전쟁비용 증가를 막고, 당분간의 봉쇄정책을 풀어 하마스의 저항을 저지하는 방법 수준이 될 것이다. 이는 갈등의 증폭을 키우며 분쟁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손을 놓은 채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안 된다.


반전평화운동의 요구와 저항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인 학살, 그리고 주요국들의 침묵으로 인해 파괴/마비되어 버린 팔레스타인 영토와 시설의 복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다시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구현하겠다는 유엔의 무기력함과 주요국들의 배신/기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 분쟁지역을 바라보는 입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유엔 휴전 결의안의 기권과 반대표를 던지고, 학살과 파괴를 묵인했다는 점은
최소한의 인권 유린사태를 넘어 중동지역의 패권 인정과 배제된 지역에 관여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동의 화약고는 미국과 시오니스트, 주요국들의 지원 아래 언제나 터질 가능성을 남겨둔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지경이다.

전 세계의 반전평화운동이 이스라엘의 침략/학살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더욱더 전쟁과 폭력이 짙어지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요구는 더욱 면밀하게 전쟁의 성격을 분석하고, 분명하게 외쳐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어느 누구의 힘도 닿지 못하고 있기에 전 세계 반전평화운동만이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호흡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철수하고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봉쇄를 풀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이동할 수 있게 불법 점령지를 떠나야 한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대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테러 전쟁’과 중동패권전략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전쟁은 전투의 시작과 끝으로 협소하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즉, 몇 명의 사람이 죽고, 얼마나 도시와 시설이 파괴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숫자와 파괴력으로만 읽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점령과 충돌의 요인을 밝히는 것에서 반전평화운동은 시작되어야 하고, 전 세계의 분쟁과 갈등이 왜, 어떻게 드러나는가가 지금의 전쟁성격을 분석하고 대응하는데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전쟁과 무기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에겐 “반전/평화”라는 구호만큼 공세적이고, 지배계급에게 위협되는 것은 없다.

Posted by 행진

2009/02/08 23:10 2009/02/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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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후기
                _[홍익대 생활자치도서관] 상해



원래 서울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던 빈활이 그것의 특성상 이번 용산사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면서, 사실상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홍익대에서는 (부분참가자 포함) 총 5명이 빈활 일정에 참가했다.

‘2009년 겨울 반빈곤연대활동 실천단’(이하 ‘빈활단’)은 용산 참사 현장 앞에서 대대적으로 발대식을 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각계, 정당, 사회단체 인사들의 격려를 받으며 빈활단은 서울 지역 내 뉴타운-재개발이 한창인 왕십리로 출발하였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허름한 건물과, 행여나 용역깡패가 깨부술 것을 대비해서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창문이었다. 그곳에서 과일과 과자 등 세대위 분들의 대접을 받으며 꽤나 겸연쩍어지기도 했다. 한창 지역현황을 소개받고 마을의 거리로 나가 선전활동을 벌였다. 중간중간 용역들의 시비가 무섭기도 했지만, 소리통으로 그리고 재치 있는 락카칠로,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사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 후 순천향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물론 그 후 일정에도 계속 이어지지만) 벌여냈던 지하철 선전선동은 너무나 생소했던 순간이자, 동지들의 격려를 받으며 가장 자신감을 드높였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로 즐겁게 웃음을 나누며 도착한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우리들의 입을 싹 다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용산사태가 있은 지 대략 2주가 지났음에도, 간담회에 앞서 상영한 영상물을 보면서 유족들은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으신지, 연신 소매를 적시셨다. 간담회가 끝나고는 경찰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위한 병원 규찰이 있었다. 첫날이라서 그랬는지, 피곤한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샜다.

다음날 아침에 빈활단은 ‘쪽방촌’ 동자동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사회활동을 벌이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사전 교양을 받는 동안에는, 밤사이의 피곤이 몰려오는 바람에 난처했다. 점심식사는 그곳에 있는 공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떡국을 먹는 것이었는데, 원래 주민들과 안면을 틔워보려는 계획이 그 떡국 맛만큼 맛깔나게 진행되지는 못한 듯싶다. 이후 쪽방촌 주민과의 심층면접 시간에는 2인1조로 나뉘었고, 나는 기대 반 두려움 반 속에서 어느 한 주민의 장구한 인생사를 꼼짝없이 듣고야(?) 말았다. 그날 너무나 길었던 평가시간에는, 이틀간의 일정 속에서 쌓인 고민들이 속속 터져 나온 시간이었다. 특히 일상 속에서의 여성주의의 실천에 관련해서는, 당장에는 해결할 수 없는 아득한 문제들이 많아 고민과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급기야 단원들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야 말았다. 어떻게 식사를 했는지도 모른 채 용산 현장으로 이동해 간담회를 가졌다. 그 후 용산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조별로 나뉘어 출발했다. 도중에 만난, 옷가게를 하시던 한 주민 분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음엔 한창 규탄집회가 진행 중인 용산 구청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제 준비한 재치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그 참사의 기억이 사무친 분위기는 너무 어둡고 냉랭했다. 집회가 끝난 후 용산 구청 담장에 있는 몇 억짜리(?) 조감도에 각종 예술을 펼쳐낼 때에는 느낌이 꽤나 통쾌했다. 바로 종로로 이동하여 추모집회 전에 선전전을 벌여내는 와중에, 이 몰상식한 공권력은 우리 앞에서 무력행사를 하고 불법으로 채증을 하는 등 각종 미친 짓을 자행했다. 이어진 추모집회에서도, 모임을 겹겹으로 3면을 둘러싸는 등 너무나 비인간적인 행위는 계속되었다. 안타까움과 분노를 뒤로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뜨거운 만두와 고기 그리고 각종 안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뒤풀이에 앞서, 단원 한명한명의 이번 빈활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한 동지가 눈물을 흘리며 해준 이야기는, 또 다시 내 마음을 너무나 안타깝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물론 뒤풀이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참여했던 빈활 일정 속에서, 생소함에 두려웠기도 했고 위축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자신감과 도전의식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동지들의 칭찬과 격려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너무 좋았다. 서울과 지방 각지에서 나와 같은 뜻을 갖고, 그것을 펼쳐내어 보려는 同志들이었다. 서로 비슷한 고민 속에서 힘들어 하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것이 감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쌓여만 가는 피로 속에서, 그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다들 수고했다 고 말해주고 싶다. 이런 외부활동이 끝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어서 다음 빈활이 왔으면 좋겠다!



두번째 후기
                _[연세대학생행진] 현승



며칠 전 술자리에서 친구가 교회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을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 해주더군요. 시골에 사는 가난한 농부들을 보면서 자기 처지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고요.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각하며 살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식의 단순한 구제활동이 그들 삶의 근본적인 어떠한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친구의 말이 안타깝게 들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번 ‘2009 겨울 서울 재개발지역 반빈곤 연대활동’은 굉장히 뜻 깊은 활동이었습니다. 철거민, 쪽방촌 사람들. 말 그대로 단어 그 자체의 뜻으로만 이해되던 그들의 삶이 저에게 직접 와 닿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 체험을 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투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남았습니다.

첫째 날, 10시에 모여 일정을 공유한 뒤 11시에 용산 참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 뒤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 뉴타운까지 가는 동안, 지하철 선전전을 가졌습니다. 비록 미온한 반응들이었지만, 시민들에게 정부와 투기자본의 악랄한 행패들을 알려낼 수 있다는 것이 뜻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학업에 대해서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아주신 몇몇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도 차암 감사드립니다.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지역에 도착해서는 허름한 건물에서 철거촌 주민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철거촌 주민분들은 저희를 배후세력이라고 하시면서 정말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그 분들은 얼마 전까지 정말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집이 헐린다는 통보를 듣기 전 까지는요. 그리고 이들은 이제 ‘폭도’입니다. 경찰세력을 동원해,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강제 해산 시켜야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시민과 폭도, 정부에게 이 개념들은 그 잘난 ‘국익’을 위해 마음대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 용어들인가 봅니다. 지도부 분들은 재개발 관련법들에 대해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부를 제외한 분들은 자세하게는 아시지 못한 것 같아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쿠바 혁명에서 체 게바라가 읽고 쓸 줄 모르는 병사를 받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투쟁이 일부 식자층 지도부가 이끄는 투쟁이 아니라 대중이 주체가 되는 투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 지정 구역을 한 시간 가량 돌아본 뒤 선전전을 마치고 순천향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곳곳에서 모인 개발지역 철거민 주민들과 함께 개발정책 문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는데, 간담회 시작에 앞서 십분 남짓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영상은 재개발로 인해 내몰린, 심지어는 죽임까지 당한 철거민들에 대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을동화라는 드라마로 울고 난 이후에 스크린을 통해서는 눈시울을 적신 적 없었던 저의 대기록이 깨질 뻔 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전철연 분들을 호위하기 위해서 3교대로 병원 규찰을 돈 뒤, 약간은 피곤한 몸으로 동자동에 갔습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만나기 전 사전 교양을 학습했는데 놀라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떡국을 끓여먹고 2인 1조로 구성 되어 쪽방에 들어갔습니다. 쪽방의 환경은 정말 암담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만 남아있을 것 같았던 풍경이 서울 중심에서 재연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쪽방 할아버지께서는 평생 직장을 가져보지 못한 자신의 처지와 쪽방촌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서 진솔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매우 체념적이셨습니다. 자신의 삶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더 좋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 분의 생각이었습니다.

면접내용을 공유한 뒤, 몇몇 동지들이 활동가 분들과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사이 동자동 근처 봉사기관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주로 종교단체 차원에서 이들 노숙인들을 돕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선교의 목적을 지닌 기관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노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접해 들었습니다. 순천향 병원에 다시 돌아가 전체 평가를 가진 뒤 다시 규찰을 돌고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사정으로 인해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아쉬움이 남네요.

요번 빈활을 통해서 만난 분들과 둘러본 곳들은 전국적인 범위로 봤을 때 매우 작은 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빈곤층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빈곤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감상에 젖는 것으로 멈춘다면, 앞서 말한 봉사 활동을 갖다온 제 친구와 아무런 다른 점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되는 것이 정념으로만 가득 찬 투쟁이 아닌 과학적인 투쟁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좀 더 공부해 나가고 좀 더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결의를 다져 나갈 때, 반 빈곤 연대활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장선상에 있을 것입니다.



세번째 후기
                _[서울대학생행진] 동렬


안녕하세요. 동렬입니다. 反빈곤 연대활동을 다녀오게 되었어요. 지루하니 구구절절하게 일정을 늘어놓지는 않을게요.^^  고민들을 좀 늘어놓으려고 하는데, 고민은 회의 때 나오는 고민들에 대한 것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고 학번 분들도 인정하는 ‘현장활동’ 최대의 이슈인 ‘성별분업’과 ‘연대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인데요. 

밤에 규찰(프락치들 못들어오게 지키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도중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전철연의 집중집회를 나가려면 부부 중(흠 전철연의 구성원 중 대부분이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여서요.) 한분만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보통 남성분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시고, 여성분들은 투쟁과 재생산을 담당하시고요. 물론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노동이 가치를 잘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든지 하는 것 말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은 명백히 고착화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이런 상황을 긍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계속(최소한 현장활동 때라는 아주 극히 짧은 시간이라도 하여도) 개입을 하고 그런 언어들을 발굴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때까지의 그런 개입들과 실험들이 축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좀 아쉽네요. 그래서 나온 고민이 자꾸 나오고 해결책도 두루뭉수리하게 나는 것같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런 실험들을 기록하고 축적했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많은 실험이 이루어져도 하나도 새겨지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하잖아요? 사실 후배들은 우리들의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한 5~6년 쯤 지나면 우리들의 글밖에는 안 남겠지요 --; 한 가지 제안하자면 이번과 같은 상황(용산참사라는 정세 하에서 급히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투쟁하는 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려하는 그런 상황)에서는 힘들었겠지만 여름 빈활 또는 농활 같이 9박10일 또는 그 이상의 시간으로 가는 현장활동에서는 재생산 노동을 일정에 추가했으면 좋겠네요. 작년 여름 빈활 같이 한조를 취사 준비와 설거지를 담당하게 한 것을 일정표에 글자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만으로 어떤 효과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래도 조그마한 효과는 있지 않을까요?? 

그 다음이 ‘연대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에 관한 이야기에요. 저는 사실 이런 활동에는 어느 정도 강조점을 찍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깐 조직적 목표와 정치적 목표중 하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 될 수 있겠죠. 무엇에 방점을 찍느냐는 그 상황에 대한 정세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인데 저는 이번 빈활에서 방점을 찍은 부분은 투쟁하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함께 대시민 선전전을 하는 것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평가회의 때 제가 제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었나.(규찰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몸은 힘들었지만 동지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고, 12시간씩 두 조로 하시는 동지들의 일부라도 쉴 수 있으셨던 것은 어느 정도 힘이 되셨을 거니까요.)나 빈활에서 만들고자 한 흐름이 잘 만들어졌나? 그렇다면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주어진 일정에 수동적으로 결합했다. 라는 것은 ‘연대’라는 말을 좀 소극적으로 해석된 측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기획단계부터 모든 사람이 모여서 회의하는 것은 어느 정도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람이 능동적이 되는 것도 아닌 거 같거든요. 빈활에 능동적으로 연대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행동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빈활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 목적을 공유한 후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구체적이지 않은 ‘수동’이라는 단어만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이 빈활의 어떠한 부분이 빈활의 목적에 맞았나. 또는 그 취지에 맞지 못하고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우리가 제대로 ‘연대’ 했는가를 아는 척도가 된다고 생각해요. 능동/수동은 일정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구요.

Posted by 행진

2009/02/08 23:06 2009/02/0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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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2주기 추모]에 부쳐...


경제위기를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이명박정부 규탄한다!

이주노동자와의 연대로, 노동자민중이 단결하자!





2년 전 여수에서는 외국인보호소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지난 10일, ‘여수참사 2주년 간담회’에서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관계자들은 화재참사 이후 변화한 점을 설명하였다. 보호소 시설 면에서 몇몇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정부 차원의 살인적인 단속과 추방이 계속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위한 정책전환이 요원한 것은 여전히 문제이다. 또 보호소에 수감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구조는 여전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인권보장은 제자리걸음에도 못 미치고 있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증오를 부추기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2008년 12월 19일 한나라당은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토론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축출해 일자리 창출하자고 하였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은 건설업, 중소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축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쿼터축소, 불법취업자의 색출 및 추방, 방문 취업제 규모제한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규모를 줄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를 내국인, 특히 청년층에게 제공하여 청년들이 ‘인턴제(직장체험)’을 하게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주노동자가 필요할 때에는 남한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경제를 살리는 산업 역군으로 활용하던 것이 바로 정부였다. 역대 정부는 산업연수제 등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싼값에 이용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그/녀들이 사업장을 이탈하여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방기해왔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미등록노동자들이 양산되는 것을 눈 감아 온 것이다. 상시적인 임금체불, 산업재해, 언어폭력, 성폭력 등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이들을 사회적 위험이라 보고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자리 잡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주변국의 경제가 파탄나서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의 현실은 보지 않고 사업장이동 금지, 정치활동 금지 등의 조항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권리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억누르는 제도이다. 이에 더하여 수습기간을 늘려 임금을 줄이고, 숙식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등의 조치까지 취하려 하고 있다.

위기가 닥치니 정부는 위기를 전가시킬 변명거리를 찾고, 언제든 맘대로 쓸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를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정책들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유래 없는 탄압과 단속추방을, 한국의 핏줄을 재생산하는 결혼이주민에게는 ‘출산’을 전제로 남한의 문화를 교육시키며 한국의 아내/며느리로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갈등하게 하고, 주변국의 여성들을 활용하며 위기를 지연시키는 것이 바로 지배계급의 전략이다. 지배계급은 ‘인종의 차이와 무관하게 인간이 가져야 할 권리’조차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속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는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결혼이주민은 각종 가정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반대한다.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10명을 죽여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지속될수록 노동자민중 내 분할을 부추길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자신의 동료로 생각하고, 대학생들도 그/녀들이 다시금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도록 하자. 그럴 때만이 우리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민중들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현대판 인간사냥 강제단속 중단하라!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수용 중단하라!
외국인 지문날인 실시 반대한다!
출입국관리법 개악시도 중단하라!
미등록 이주자 전면 합법화하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한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평등 - 자유 - 연대로 나아가는
전국학생행진(건)


 

Posted by 행진

2009/02/08 23:05 2009/02/0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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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2009 전국대학생대회에 초대합니다!


"등록금을 동결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다시 과외와 알바사이트를 뒤져야만 합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지고, 초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의 기억은 씁쓸하고 아련하기만 합니다. 포탈사이트에서 정치권을 교묘히 놀리는 댓글에 잠시 웃음을 지어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등록금 동결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등록금과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둘 다 문제라고,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엔 나의 논리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한쪽이 죽어야 한쪽이 살아남을 세상에 살고 있는건가요? 혹시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만한 어떤 대안은 없는 건가요? 우리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는 당신,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가 변하기를 꿈꾸는 당신, 전국대학생대회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전국학생행진(건)의 '2009 전국대학생대회'가 정말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새해 들어 지배계급들도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각종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 편으로는 고통분담, 즉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전개하며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대응방향을 모색하려는 각 단체의 토론회가 하루걸러 하루씩 개최되고 있을 만큼 지금의 위기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긴박한 위기'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회원들의 고민이 전국대학생대회 등의 자리에서 수렴되고 그 수다한 토론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더 진전된 전망을 가지고 다시금 대중운동의 계획을 실물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뉴스레터 23호>는 이름 그대로, 전국대학생대회를 참가하기에 앞서 각 대학 행진 혹은 개인의 사전 학습/토론을 위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교육]에서는 대학생대회 페미니즘 마당에서 기간의 반성폭력운동에 대한 논의를 함에 앞서 꼭 읽어보아야 할 신상숙의 글 <성폭력의 의미구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딜레마>를 실었습니다. 두번째 [토론]에서는 '메인토론:09년 대중운동의 전망'과 연관된 자료로서 경제위기-위기 손실의 전가라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진보진영의 대응을 정리하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것인지를 사전에 토론하는데에 있어 참고가 될 자료를 수록하였습니다. [뉴스클리핑]의 뉴스기사들을 읽으면서 최근 정세동향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을거리]에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스라엘 항의집회 등으로 드러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한 몇 가지 읽을거리를 소개해놓았습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실관계를 획득하길 바랍니다.


 ※ 애초에 기획했던 [읽을거리2]전국학생행진(건)의 문제의식에 대한 글을 사정상 수록하지 못하였고 발간이 다소 늦은 점에 대해 양해말씀 올립니다.

Posted by 행진

2009/01/15 16:06 2009/01/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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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대회 페미니즘 마당을 위한 사전학습:

신상숙 『성폭력의 의미구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딜레마』


신상숙씨의 글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반성폭력 운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이 되기까지의 논쟁과 중요성에 대한 글입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개인적인 것의 정치’를 말하며 사적인 주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반성폭력 운동을 만들어왔던 과정들 속에서 성폭력의 의미가 확장되고, 예전에는 쉽게 말하지 못하던 것들을 운동으로서 제기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90년대의 반성폭력 운동을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성폭력의 정의가 과연 피해자의 성적 자율성을 신장하는 유효한 방향으로 자리매김 되어왔는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면서 여성이 성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진정한 여성해방이라고 말하는 자유주의의 함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시민으로서, 온전한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서 살기 위해 제기된 성적 자기결정권이 오히려 여성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던 것을 보며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운동을 통해서 획득되어야 하는 권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운동들이 필요할까요? 그건 대학생대회때 열심히 토론해보도록 해요!

그리 짧은 글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열심히 읽고 대학생대회때 만나요!


『성폭력의 의미구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딜레마』다운로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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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5 16:06 2009/01/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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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1] 이스라엘, 침략을 중단하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역사를 살펴보면서 전쟁의 성격을 밝히고 요구안을 도출하자.

1> 이스라엘에 엄청난 액수의 자본과 무기를 지원해 온 미국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비난하고 있는데도 상‧하원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UN안보리 휴전결의안에 대해서는 기권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이유는 무엇인지, 냉전/탈냉전 시기에 중동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정책을 펼쳤는지 알아보자.

2> 중동 국가들의 세력관계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최근 상황에 대해 조사하자.

 ① 벨포어선언(1917), 이스라엘 건국(1948) 이후 중동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알아보자.

 ② 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 87년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 93년 오슬로 평화협정 ▶ 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 ▶ 00년 2차 안티파다 ▶ 05년 압바스(파타당) 취임 ▶ 06년 하마스의 총선 승리(하마스가 06년 총선에서 압승한 정세적 배경은 무엇인가?) ▶ 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정책 및 휴전 종료 선언에 걸친 과정들을 알아보자.

 ③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정책은 가자주민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④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이스라엘은 서안과 가자지구에 어떻게 통치성을 유지하려 하는가?


3>
수 백 명의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전쟁은 민중들 스스로의 정치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비극과 야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항을 통해 전쟁을 중단시키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생존권, 평화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금의 반전운동은 어떤 요구를 내걸어야 하는가? 또한, 우리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4>
언론의 침묵과 무관심 속에서, 한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토론하고 실천하자.

 

읽어볼 거리!!

-홍미정, '국제 사회와 팔레스타인 영토 분쟁'(<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 자료집 中) 다운로드: 클릭!

-경향신문, "2005년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당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091806345&code=100203

-프레시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피'를 원하는 까닭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81228183029&section=05

-[경계를 넘어] "참세상 기고-이스라엘은 뭘 노렸나?"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renewal_col&id=1519&page=1

 

Posted by 행진

2009/01/15 16:05 2009/01/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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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발간되는 이번 뉴스레터 22호에 "송년호(送年號) "라는 별칭을 붙이고자 합니다. 행진 회원을 비롯하여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수많은 독자들께서도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며 반성, 평가 그리고 새로워진 내년을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말 말 그 이상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시작하여 물가인상과 오뤤지 파동, 촛불의 기억과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끊임없이 유포되고 강요되고 있는 '고통분담'과 '선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올해 대중운동은 많은 난점과 그만큼의 다양한 쟁점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런만큼 평가를 딛고 2009년 대안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현 시점에서의 최소한의 실천태로서 뉴스레터를 발간하고자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고 새로운 이념과 운동으로 조직할 여러분의 강고한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뉴스레터 22호는 "2008년 한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대중운동을 준비하자!"는 기획에 따라 구성되었습니다. <입장/성명> "2008년 대중운동의 쟁점들"에서는 '사회운동'에 복무하는 선도적인 학생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해 대중운동을 평가하며 내년 대중운동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평가가 단지 평가로 그치는 것이 아닌 2009년에는 더 잘하기 위한 계획의 근거로서의 평가임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세전망> "등록금 동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서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대학들이 대거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한 일련의 발표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지배계급에 대한 반대'의 맥락에서 대학 입장에서 등록금 동결은 하나의 교두보이기에 결코 환영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 비판하며 09년 교육투쟁을 어떻게 전개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과 제언을 담았습니다. <정세동향1,2>에서는 최근 최저임금법을 개악과 관련된 정세와 투쟁을 쟁점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서울시가 지하철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여행' 프로젝트를 비판합니다. 기간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와 언어를 지배계급이 마치 자신들의 공로인 마냥 떠들어대는 모순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2009년 첫 뉴스레터가 될 23호부터는 격주발간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만큼 신속하게 동시에 풍부하게 정세적 입장을 제출하고자 합니다. 달라진 뉴스레터의 위상과 목적에 맞게 각 캠에서는 '월례포럼' 등의 교육/토론의 자리에서 긴요한 자료로서 활용해주시고, 여타 독자들께서도 자신의 입장을 보다 체계화/구체화시키면서 자기 (대중운동)공간에서 논쟁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전국학생행진(건) 뉴스레터 '송년호'를 발간합니다. 다시금 내년에 대한 뜨거운 결의를 세우며 올 겨울 건승(健勝)하기실 빕니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57 2008/12/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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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09년 대학 등록금, 동결 동결 동결 …

  성신여대, 고려대, 상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11월 속속 내년도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등록금 동결’은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 국립대인 서울대 뿐만 아니라 지방의 주요대학들도 동결 선언에 가세했다. 이는 대학들이 발표한대로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여건을 고려한 조치로서 미발표 대학들 또한 내년 등록금은 동결 혹은 동결은 아닐지라도 인상폭 최소화와 장학금 확충 등이 실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따뜻하지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각 대학들은 경쟁하다시피 등록금 인상을 추진해왔고 이에 반대하는 대학생, 국민들에게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혹은 ‘(남는 돈이라 폄훼되는)적립금은 그 나름의 용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에 사용할 수 없다’며 냉대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손병두 대교협회장(서강대 총장)이 등록금규제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주요대학들 또한 09년 등록금인상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등록금 동결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니 주머니 사정상 희소식일지라도 찜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말 많고 탈 많은 09년도 대학 등록금 동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등록금 동결의 배경이 하반기에 폭발한 경제위기였다는 점을 상기하며,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경제위기의 폭발, 책임과 비용은 민중에게로

  지난 9월 가시화되었던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침몰시켰고, 한국에서도 실업의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배계급은 이에 대해 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데, ‘고통분담’ ‘선(先)경제발전’ 등의 이데올로기전과 동반하여 노동자민중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자 하는 법안들을 상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이에 따르면 기존 수습기간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 수준의 임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6개월로 연장하는 등 마치 임금을 낮춤으로써 일자리를 더욱 많이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침체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인턴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노동유연화를 의도하는 정책들은 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눈가리개’일 뿐이며, 노동자의 고용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주류 언론들은 ‘기업입장에서는 고용유연성이 떨어지는 정규직의 채용이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확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유연화가 이뤄져야만 한다’며 노골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를 갈라치기 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강권하는 현 상황은 노동자 내부의 각종 분할을 극복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향모색이 중요한 시점임을 지시한다.

09년 교육투쟁을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배계급에게 묻는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09년도 교육투쟁 역시 전체 정세에 대응하는 전체 전략/전술의 구상 하에 배치되어야 하며 그것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배계급에게 묻는 대학생들의 저항’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투쟁을 통해 ‘위기 비용의 민중전가 반대’라는 맥락에서 ‘등록금 인하’를 외칠 수 있고, 지배계급이 우리에게 떠넘기는 책임과 위기비용에 반대하는 구호들을 외치며 투쟁의 요구들을 모아나가야 한다.

등록금 동결과 맞교환(swap)된 것은 무엇인가?
  다시 돌아가, 등록금 동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학입장에서도 자기 딴의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단순히 한 발 물러선 것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동결 선언은 경제위기라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08년 하반기 경제위기 국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정위기를 맞이한 미국, 호주, 한국 등 전 세계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결책은 구조조정이라는 사실이다.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대학들이 ‘오히려 체질개선의 기회’라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각 대학들이 재정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를 구체적으로 예상해보자.

등록금 동결을 거래조건으로 묵인되는 대학의 상업화/기업화에 반대하자!
  우선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등록금넷, 한대련 등의 단체가 주축이 되어 동결을 넘어 “등록금 인하”를 주요 구호로 하여 09년 ‘등록금 대항쟁’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학생회 선거 당시에도 소위 운동권/비운동권이 공통적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기에 “등록금 인하”라는 구호는 좌우를 막론하고 공동의 요구로 외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싼 등록금 깎자!”의 동의지반으로 구성된 투쟁이기 때문에 함께 투쟁에 나서는 주체 내에서도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이견 - ‘합리적 대학경영을 위해서는 학과통폐합도 가능하다’, ‘산학협동 강화를 통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록금이 싸지려면 교직원 등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 등 - 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굳이 반대하거나 선긋기를 할 필요는 없으나, 등록금/교육비용의 문제로 협소화되는 교육투쟁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각 캠별 지형과 상황에 근거하여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편 경제위기 상황은 (적어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대학이 적극적인 이익창출을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의 경우 법인화를 위한 각종 절차를 밟고 09년 2월말까지 서울대 법인화의 큰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서울대 기술지주 주식회사’를 출범하고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매출 1조원 목표’의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며 서울대 이름/로고 등 상표 등록도 하는 등 대학의 ‘(이윤획득 가능한)법인화=기업화=SNU.com’에 최선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쟁점화될 예정에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대를 매개로 법인화 투쟁이 기존의 상층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떻게 대중투쟁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등록금 동결의 위한 교직원 임금삭감?
  특히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학생의 ‘교육권’과 교직원의 ‘노동권’을 부당하게 대립시키는 대학본부의 도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대학 예산 삭감으로 초빙교수, 강의교수 등은 줄이고 대신 시간강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원을 확대하거나 대학시설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당한 대립과 해결방식에 맞서 ‘위기 비용의 민중전가 반대’라는 목표에 수렴되도록 하는 투쟁방향과 구체적 대응형태가 각 캠별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법 개악과 관련시켜 학내 시설관리노조와의 연계를 통한 기획(ex. “등록금Down!임금Up!” 문화제 등)일 수도 있고, 3.8 여성의 날을 경유하며 여성노동권의 제기와 결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과 맞바꾼 각종 위기 모면책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함께 대응하기 위한 학내구성원들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구상하며 실험을 전개하자!

청년인턴제 등 청년실업 해결의 기만성을 폭로하자!
  새삼스럽지만 ‘청년실업’ 문제와 대학 5~6학년생 증가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26세 이상의 대학생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전체 대학구성원 중 4학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청년실업 대책으로 청년 인턴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청년인턴제’를 내놓으며 위기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청년인턴제’에 대한 비판을 가시화하여, 과잉교육과 과잉인구의 창출이라는 현 정세를 실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알려낼 필요가 있다. ‘청년인턴제’에 대한 정세적인 비판을 통해 정부의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명확히 묻자!

Posted by 행진

2008/12/30 10:52 2008/12/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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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최저임금개악법 저지하고,

인간다운 삶 보장하는 생활임금 쟁취하자!


0. 들어가기

  시리도록 추운 연말. 경제 위기의 폭풍과 물가 오름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08년의 겨울은 더 추운 것 같다. 이 추위를 강타하는?! 따스함을 전하는 손길이 곳곳에서 후원금과 나눔 행사로 한창이다. 정말로 따스한 마음을 모아 이땅에 함게 살아가는 내 이웃에게 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술책이나 이제껏 팔리지 않은, 남은 물품들을 나누어 주는 행사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차디찬 겨울을 녹일 따스한 나눔을 하고, 그래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질 것처럼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거리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생계는 더욱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기준을 결정하는 한국사회의 빈곤선은 열악한 최저생계비 수준에 머물고 있고 빈곤선이자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기준선으로 작동하는 최저생계비는 가구의 수가 늘수록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그 위기를 가족에게 전가하는 식의 한계적 임금결정 방식이고, 노동자들의 최저한도의 임금기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4,000원, 월 836,000원(주 40시간 기준)이라는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절대적 빈곤율과 상대적 빈곤율 모두 증가하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좌초된 현실을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겠다고 하고 있으나, 부유층에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의 감면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는 지난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대표발의로 한나라당-민주당이 함께 최저임금제도 개악법을 제출하였다.

  물가 폭등,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정부와 자본, 보수정당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또 다시 가장 약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과 민중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 98년 IMF때 온 국민의 금모으기로 위기를 극복하려던 시도, 08년 숭례문 화재 때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숭례문을 재건하자던 이명박 대통령의 막말도 그랬다.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제도 개악법이 다시 경제위기의 상황을 민중에게 전가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 역시, 해고나 생계의 위협을 느끼면서 근근히 버텨왔던 노동자들, 고령자, 장애인, 청년신규취업자, 이주노동자 등 민중 전반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1. 최저임금제도란?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주고 노동자 내부의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것,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고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이 정도 이상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최저 수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최소한의 생활수준’은 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가능한 수준임을 의미하며 최악의 생활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의미한다.

  남한에서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당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당시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운용하지 않고 있다가 70년대 중반부터 지나친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행정지도를 해왔으나 저임금이 일소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저임금의 제도적인 해소와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 제도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판단되는 1986년 12월 31일에 최저임금법을 제정, 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부터 실시하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2008년 10월 국제노동기구의「1928년 최저임금결정제도 협약, 제26호」를 비준한 국가는 103개이며 「1970년 최저임금결정 협약, 제131호」를 비준한 국가는 51개국이며, 최저임금제도는 협약 미 비준 국가를 포함해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은 지난 2001년 12월 27일 위 두 협약을 모두 비준하였다.

  [국가가 노 ․ 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서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여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지속적인 상승으로 근로자의 소득향상에 기여했고, 최근금융위기로 중소기업에 부담이 가중되어 최저임금법 위반과 취약계층의 고용기회의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여,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취약계층의 고용기회 확대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던 한나라당 김성조의원의 발의문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법이며 여전히 부족함을 토로하는 제도였던, 최저 임금제도를 개악함으로 해결 가능하단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2. 남한의 최저임금 수준과 적용범위

  남한의 최저임금 수준과 적용범위는 전체 노동자 임금 총액 및 평균임금 대비는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31~35% 수준이며 임금 총액의 20~25% 수준이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풀타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OECD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하고, 제조업 생산직의 시간당 보수비용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로 스페인과 함께 가장 낮다. 또한 최저임금 영향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인턴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종사 노동자가 매우 많으므로 실제로 법정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위반이나 적용제외로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11.6% 중 정규직은 5.3% 이고 비정규직은 94.8%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혼자인 여성은 49.6%, 고졸이하가 89.8%, 55세 이상이 29.2%, 25세 미만이 21.5%로 기혼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어리거나, 나이가 많을 수록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법정 최저임금의 수혜자는 4.5%이고 나머지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이거나 최저임금법 위반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며,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 중 기혼자가 무려 73.2%, 35~54살 인구가 40.1%, 55살 이상은 28.9%이다. 이는 실제로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미혼 단신 근로자가 아니라 부양할 가족을 둔 청, 장년기 노동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최저임금제도 개악법

1) 최저임금 감액적용 확대 및 적용제외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법 감액적용 대상으로 3개월 이하의 수습노동자, 감시단속 노동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자단체와 한나라당 등에서는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를 감액 대상에 포함 하였고, 수습노동자의 감액기간을 6개월로 연장 및 감액율 상향조정, 감시단속 노동자 적용제외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고령을 이유로한 최저임금을 감액. 더군다나 현재의 고령인구 대부분이 국민연금 수혜대상자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고령인구를 최악의 빈곤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특히 OECD 발표상 우리나라의 상대적 노인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한 고령자 가구)은 2006년 45%로 OECD 국가 중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2005년 OECD 평균 상대적 노인 빈곤율이 13%인 점을 볼 때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감시단속 노동자(경비원)들이 대부분 고령의 노동자라는 점을 감안 한다면 최저임금의 목적이 ‘최소한의 생계임금 보장’이라고 했을 때, 연령 등을 이유로 감액․ 적용제외 대상을 확대할 경우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정부는 2005년 최저임금법 개정 당시 스스로 ‘연소자, 양성훈련생, 수습노동자 적용제외’를 ‘수습노동자(3개월 미만)감액적용’으로 단일화했었다. 당시 정부는 생산성과 업무숙련도의 차이를 이유로 한 감액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연령 또는 훈련생 여부가 아니라 수습기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었다. 그러나 그 3개월도 모자라 6개월이나 연소자, 수습, 훈련생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불안정한 노동을 야기시키도록 사용자들 편에 서서 감액기간을 조정하게 합법적으로 배려해주는 정부가 노동자들에게선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피눈물을 흘리게 할 것 같다.

2) 상여금 숙식제공 (현물급여) 포함
 현행 최저임금법은 상여금과 각종수당, 현물급여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사용자 단체와 한나라당은 상여금과 숙식제공과 같은 현물급여를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숙식비는 ‘임금’이 아닌 ‘복리후생비용’으로 보는 것이 노동부의 행정적 해석이다. 최저임금에 ‘임금’ 이외의 항목을 포함하자는 것은 특히, 숙식제공의 대상자가 대부분 이주노동자라는 점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정부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공안 탄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체불과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는 필요에 의해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이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다. 아울러 이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및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ILO 제111호 협약)> 위반하는 것이며 중소기업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고임금’이 아닌 ‘인력난’의 차원에서 수요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이 같은 조치는 이주노동자의 취업유인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부족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3)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사용자 단체와 한나라 당은 각 지방자체단체 별 혹은 도-농 간 최저임금액을 차등해 적용할 수 있는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을 요구, 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은 최저임금이 높은 특정지역으로의 노동인력 집중현상을 보이며 지역간 - 도 - 농간 불균형 발전을 부채질 할 것이다. 게다가 여전히 지역에서는 사용자들이 암묵적으로 최저임금 이하나 근근히 최저임금을 맞추는 정도로 임금체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위태로워질 것이란건 불보듯 뻔하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호주, 캐나다, 중국, 브라질 등 국토 규모가 연방 수준으로 넓어 지역 간 노동인력의 이동이 어렵고 경제적 격차가 큰 일부 국가에 한해 도입되고 있는 것을 볼때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불일치하며, 예외적인 사례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에도 1978년 이후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4) 최저임금결정체계
 사용자 단체 등은 현행 노-사-공익 각 9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 체계를 ‘노-사 배제, 공익위원 결정 체계’로 전환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결정제도는 각국 실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임금위원회(심의회), 중재재판소, 의회, 단체협약 효력확장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는 임금위원회(심의회)와 단체협약 효력확장 방식이며, ILO 역시 대표성 있는 사용자단체 및 노동자단체와의 충분한 협의(협약 제4조 2호), 사용자단체 및 노동자단체의 대등한 참여(협약 제4조 3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익위원이 노 - 사의 이익을 모두 대변하며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수도 없거니와 현재와 같이 공익위원 선출의 민주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사 배제’는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 자체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 보여지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위원회 결정의 공신력을 낮추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4. 나가며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 받아야 할 제도였던 최저임금제도가 입법취지를 잃고 새로운 개악으로 거듭나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바로 눈앞에 도래했다. 정부와 자본은 최저의 삶을 보장하는 제도마저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최저임금개악으로 선제 공격을 날렸다. 이제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들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선, 저임금 불안정 노동구조에 대한 분석을 대중운동과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임금격차의 현상을 폭로하고 임금결정의 사회적 기준이 어떠한 문제점을 지니는가를 폭로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계비 문제와 연관된 임금 현실화 최저생계비 등 빈곤선을 끌어올려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여론화, 의제화를 지역사회 내에서 형성하여 공동의 실천과 토대를 마련해 가야 할 것이며, 세 번째로는 노동자 조직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비단 최저임금개악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 개악이 통과되면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기준선들이 무너져 복지는 바닥으로 내려않을 것이며 소득격차를 완화하는 입법취지를 잃은 최저임금개악법은 더욱 많은 비정규직과 차상위계층, 들을 만들어 내며 그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았던 사람들 마저 거리로 내몰리고 말 것이다. 뼈빠지게 일하면서 근근히 먹고사는 사회가 아니라 최소한의 현실적인 생활임금을 받고 살수 있는 사회! 생활임금이 현실화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금 거리로! 투쟁의 깃발을 올려야 할 시기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50 2008/12/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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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다?

허구적인 ‘여행(女幸)’을 넘어 전면적인
‘여성권’을 제기하자

!


  거리로 나가면 오고가는 버스마다 ‘여자를 울려라’는 광고를 누구나 봤을 법 하다. 이는 서울 특별시에서 2007년 7월 부터 추진되었던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 줄여서 “여행(女幸)”프로젝트의 광고이다. 지하철 역 광고판을 통해서도 ‘길 등 설치, 보도 블럭 개선, 보육도우미제도’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여행(女幸)”프로젝트는 도시 생활 전반에 걸친 서울시의 새로운 여성정책명인데, <돌보는 서울․ 일있는 서울․넉넉한 서울․안전한 서울․편리한 서울> 이렇게 다섯 가지 분야에서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돌보는 서울’에서는 영․유아 플라자 설치, 급식도우미제도, 노인돌보미 바우처 제도 강화․확대 등의 정책들이 있으며 2010년까지 90개소의 공공보육시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있는 서울’ 은 여성들을 위한 창업스쿨,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활성화 계획 등이 있으며, ‘안전한 서울’에는 여성친화적 뉴타운 건설과 콜택시 운영 등, ‘편리한 서울’에는 공공시설의 여성화장실 변기 수 확충․편의시설 개선, 여성 우선 주차구획 설치 등 총 90여개의 사업들이 기획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특별시 여성가족 정책관(http://women.seoul.go.kr/)을 참고하시라.
 

여성의 일자리 창출! 바우처제도 강화?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여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여자를 울려라’프로젝트가 선뜻 반갑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여성의 현실은 실행력 있는 여성정책, 예산, 정책 대상의 확대 등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기륭투쟁, 이랜드 투쟁, KTX 투쟁을 통해서 우리가 목격해온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성착취를 등에 업고 자라온 신자유주의가 이미 내재하고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여성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확대, 직장과 가사의 양립을 위한 보육정책 강화와 같은 직접적인 지원책을 아무리 덧댄다고 해도 근본적인 여성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또다시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실제로 ‘여행프로젝트’중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해주겠다는 다양한 정책들은 가부장제에서 비롯되는 여성억압(성별분업이데올로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없이 육아휴직 활성화, 노인 돌보미바우처 바우처(이용권)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계층에 대해 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일종의 전표로서,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구매력을 높여주는 소득지원의 한 형태(보건복지부a, 2007)
, 아이돌보미 바우처 제도 등을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둘째치더라도, 그간 사회서비스 시장화전략 속에서 우리가 밝혀왔던 바우처제도에 대한 비판, 더욱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바우처제도는 사회서비스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과 서비스 제공기관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도입한 사회서비스 지원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바우처제도는 기업 간 경쟁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저소득층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게 된다. 서비스 제공기관의 경쟁은 결국 기관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공대위 ‘사회 서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과제’ 참고.
 
  이렇게 노인·아이돌보미 바우처제도를 더욱 확대·강화하겠다는 ‘여행’의 계획은 2006년부터 실시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육아, 간병, 노인요양과 같이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담당하던 것들을 복지수급자들이 이용권(바우처)을 주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했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을 서비스부문으로 확충하면서 사회서비스를 시장화 할 뿐이고, 노동자에게는 저임금을 강제할 뿐이다. 특히 사회서비스 부문은 여성이 가정에서 손쉽게 하는 일이라는 인식 아래,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을 정당화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경제위기의 부담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여성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척’해도 빈곤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조금도 나아질 수 없다. 전사회적 이슈인 비정규직의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 본질을 밝혀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는 ‘눈가리고 아웅하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시혜가 아닌 여성의 권리로!
 
  ‘그 남자에겐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 여자에겐 가슴이 조마조마한 길입니다.‘

  여행프로젝트 광고 중 ‘길등’편에 나오는 대사이다. 어느 여성이든 으슥한 골목을 지날 때면 한번쯤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여성의 심리를 잘 읊은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에 대한 극단적 폭력인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두운 골목길에 길 등을 설치해준다니 ‘이 정도도 감지덕지지.’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운동으로서 제기되었던 반성폭력의 언어나 페미니즘이 광범위한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변모되어가는 것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지배계급은 신자유주의로 비롯된 정치의 위기와 대중의 불신 속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정치개혁의 담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여성 친화적 뉴타운 개발’이라는 계획에서도 드러나는데, 무수한 서민들을 내쫓으며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 개발에 대한 비판을 ‘여성이 행복한 주거환경’이라는 이미지로 포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두운 골목길에 길 등을 설치하고, 하이힐이 끼기 쉬운 도로의 보도 블럭을 교체하고,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들이 여성을 위한 권리로서 말해질 수 있는 것들인가. 여기서 우리는 페미니즘이 지배계급의 ‘도덕적 의무’로써의 시혜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폭로할 수 있는 언어임을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마치 서비스 센터처럼 여성의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써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여성 상위시대’라고 하는 여성발전담론이 사회전반에 걸쳐 착취 받고 있는 여성 일반의 현실을 은폐시켰던 것과 비슷하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기만적인 행정일 뿐이다. 여성의 복지를 위한 서비스 일괄은 좋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여성의 발본적인 권리를 발굴하고 제기하지 못한다면, 페미니즘의 언어는 신자유주의적 통치로 흡수되어 이중 착취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만을 ‘관리’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맞서, 대안 이념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어떠해야 하며, 누구에게 돌려주어야 할 언어인지를 명확히 하자.

누가 위기를 해결하는가

  다양한 여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남발하는 지배계급을 보면, 이제 여성주의 혹은 페미니즘이 운동하는 주체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피해갈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일정부분 페미니즘운동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을 방패막음 삼아 발전해온 신자유주의가 이제 더 이상 여성의 현실을 모른 척 하고는 그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한다.   
  착취 받고 있는 이 땅의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난관들이 많다. 자본주의 경제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지배계급에게 반드시 활용되어야 할 ‘가족’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여성들의 발을 묶어두며 재생산 노동을 여성의 몫으로만 유지시켜 왔다. 재생산의 수단으로서 여겨지는 여성의 몸은 오직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지배계급의 시혜 속에서만 구원이 가능하며, ‘노동의 유연화’를 달성하고자하는 각 기업들은 여성들을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현실로 내몰면서 이윤을 창출해왔다. 
  즉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야 할 주체이자, 많은 자녀를 낳아 출산율을 유지하고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해 애써야 할 주체로서 이중 삼중의 역할을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폭로하지 않고서 온갖 화려한 수사들을 동원한 ‘여행’프로젝트가 진정 여성을 행복하게 하기에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더 이상 참아낼 수 없는 여성의 현실에 대한 폭로였으며,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가는 흐름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녀들이 투쟁할 수 밖에 없었던 진실들, 어떠한 법과 정책도 담보해주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을 기만하며 여성 종속의 자본주의 원리를 은폐시켜버리는 일련의 무수한 여성정책들에 더욱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자! 여성의 이름으로 점점 더 세련되어지는 지배계급의 위기극복 전략에 맞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여성들의 권리를 사회에서 갖추어야할 보편적인 권리로 제기할 수 있는 페미니즘과 그 실천들이 절실한 때이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47 2008/12/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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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서부지역 빈활을 제안합니다!

경제위기, 심화되는 빈곤에 맞서 희망의 연대로-!

2009 겨울 서울서부지역 反빈곤연대활동을 제안 드립니다.



1. 경제위기에서 벌어지는 빈곤의 폭발적인 증가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매일 들려옵니다. 미국의 큰 은행들이 파산했고,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망해가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결되고, 반면에 물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에게는 최저임금이 높다며 최저임금을 내리려 하고, 노동유연성이 덜 보장 되었다고 비정규직 기간도 늘리려 하며, 부자와 기업을 위해서는 법인세, 소득세를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시켜줬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하는 서비스인 사회공공성 영역마저 사유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이들의 삶이 힘들어지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이들은 한국 사회 1000만에 육박한다는 빈곤층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녀들의 일자리인 비정규직도 많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희생이 되었던 빈곤층, 그리고 빈곤층의 희생 속에 이루어지는 빈곤의 보편화, 그렇기에 바로 지금 이들 빈곤층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것은 단지 이들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2.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새롭게 ‘가난해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주목이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10월 초에 빈곤사회연대, 민중의 집, 진보신당 마포, 서부지역 학생행진의 활동가들은 성산동 임대아파트에서 최저임금 / 최저 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실천으로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비록 많은 집을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실태조사를 통해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고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생활수급액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녀들이 제대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임금과 생계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장되어야 했습니다. 단지 일회성의 실태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곳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이들과 함께 향후 거센 공격이 들어올 사회복지적 측면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 곳곳에의 뉴타운 붐은 서부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주택들을 건립하여,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뉴타운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신촌 아현동에도 뉴타운이 건립 중입니다. 세를 들어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용역 깡패들에 의해 위협을 받으며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지만 실제로 건설되는 그 주택들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 많은 빈곤 계층이 거주하고 있는 동자동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초생활비가 끊길까봐 처우가 나쁜 비정규직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그/녀들에게, 개발의 광풍은 곧 생을 포기하라는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3. 서울 서부지역에서 반빈곤운동을 만들어가려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올 겨울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서 거리로 내쫓겨날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서민들을 집 밖으로 내쫓고 생계 활동을 막아버리는 깨끗한 주거공간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열심히 일해도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안은 무엇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는 기초생활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위기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을 이번 2009 겨울 서부지역빈활을 통해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듯이 단순하게 2박 3일 일정의 빈활을 만들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빈활이라는 하나의 사업으로 서울서부지역에서 반빈곤운동의 방점을 찍고, 빈활 앞 뒤로 다양한 사업들을 배치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함께 만들어갈 분들이 필요합니다. 서울 서부지역에서 정세적으로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반빈곤운동을 고민하고 만들어가고자 하는 분들을 아래 자리에 모십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차기 기획단 회의가 1월 9일(금) 오전 11시 민중의 집에서 열립니다.

 

[2009 겨울 서울서부지역 反빈곤연대활동]

- 서부빈활기획단(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민중의 집, 전국학생행진(건), 연세대학생행진, 홍익대학생행진)
- 일시 및 장소 : [가안] 2월 4일(수) ~ 6일(금) 2박 3일간, 서울 서부지역 곳곳
- 연락 : 연세대학생행진 수진) 010. 2977. 9699

Posted by 행진

2008/12/30 10:36 2008/12/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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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성명] 2008 대중운동의 쟁점들

08년 대중운동을 돌아보며

 

2008년을 마무리하고 2009년을 맞이하는 지금, 1년의 대중운동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이미 많은 캠행진과 단위들에서 대중운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고, 하지 못한 단위들이 있다면 빠르게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동지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해서 엄밀히 작성된 글은 아니며, 평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글이다. 이 글은 전국학생행진(건)(이하 ‘행진’)에서 주되게 이야기해왔던 입장을 정리하고, 대중사업들이 그에 걸맞게 진행되었는지를 평가해 보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09년의 과제들을 도출하고, 더욱 가열찬 대중운동을 만들어 가자!!

 

1. 08년 정세와 행진의 입장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던 조건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로의 깊숙한 편입과 관련되어 있다. ‘IMF 환란 극복’이라는 수사를 내세우며 등장한 김대중 정권과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권은,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한국사회를 금융축적에 적합한 구조로 바꾸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였고, 이에 따르는 불만을 인민주의적 통치 형태를 통해 봉합하려고 하였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에 대한 불만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앞세운 이명박, 즉 지배계급 내 보수분파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배세력 내의 개혁분파이든 보수분파이든 장기화된 불황과 같은 ‘특정한 정세’에서 어느 분파가 집권하더라도 대중들이 보내는 지지의 토대는 취약하다. 노무현과는 또 다른 방식의 인민주의적 요소를 동원하여 당선된 이명박 역시 조직된 지지세력을 대규모로 규합할 수는 없었고, 본격화된 경제위기의 심화 속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의 폭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진영은 이명박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나 정서적 반대를 넘어, 그 객관적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했다. 하지만 경제-정치의 위기와 함께 운동의 위기가 촉발하였고, 운동 세력들은 각개약진하며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합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주의ㆍ상층력 중심의 교섭력 강화라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몰정세적 전략은 전체 운동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것은 소위 ‘종북파’ 논쟁을 거치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로 드러났다. ‘주류’ 당-노조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총자본 대 총노동의 싸움을 강조하는, ‘현장주의’ 세력들이 등장하여 계급정당 건설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과제로 보고 있지만, 이런 행보가 정세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지배계급의 재민주화 전략과 함께 공격을 받았던 학생운동 역시, 전체운동의 위기와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다. 90년대 초중반 지배계급으로부터 도덕성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받은 학생운동은, 보편적인 저항정신의 상실 속에서 학생사회의 해체라는 상황으로 끊임없이 침잠할 뿐이다. 위기에 대응하여 학생운동의 과제를 등록금 투쟁과 같이 학생들의 사안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하고, 노동자 운동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세력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학생사회를 규정하는 다양한 심급의 조건들에 분석과, 운동의 위기라는 상황에 대한 엄밀한 정세 판단이 없이는 학생운동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학생대중들의 상태를 선험적으로 규정하거나 예비노동자로서만 간주하는 편향은, 대중들을 움직이게 하는 구체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 채 위기를 그저 체험하게 된다.

2008년 행진은 운동의 위기라는 상황에 대응하며, 다시금 보편적인 이념과 전망으로 운동을 ‘재건’할 것을 밝혔다. 이는 사회운동의 재건에 복무하는 학생운동이라는 말로 정식화되었다. 이를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정세적 계기들 속에 운동주체들을 형성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정세적 계기들로서 공공성 투쟁ㆍ불안정노동 철폐 투쟁ㆍ민중생존권 쟁취 투쟁 등에 주목하였다. 특히 이명박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에 대한 분석과 투쟁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전국학생투쟁위원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강화하여 지역운동을 활성화하자’를 주요한 투쟁방향으로 밝히고, 지구별 차없서 등의 사업에 결합하며 학생운동 세력들과의 연대투쟁을 도모하였다. 물론 지역운동이라는 과제는 08년 상반기에 갑자기 도출되지 않았다. 그것은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다종다기한 분할과 착취전략이 생산과 재생산 영역 전반;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관철되는 방식을 살피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실내용을 밝혀내는 과정이었다. 또한 운동의 위기를 넘어, 아래로부터 운동 주체형성을 도모하는 거점으로서 지역을 사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운동이라는 과제를 밝히는 과정에서 지역은 생산 현장에 대비되는 일종의 생활 영역으로 인식되며 부당한 쟁점이 형성되었다. 또한 캠이 속해 있는 지역의 민중운동과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식되기도 하였고, 캠이나 단위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운동은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이나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에 대한 오해도 계속해서 존재했다. 행진은 공공성이라는 것이 국가와 자본의 대립 속에서, 국가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님을 밝히고, 또한 공공부문을 국가와 자본을 벗어난 시민사회 영역으로 보는 제 3섹터론 역시 비판하였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공공성 쟁취 투쟁과 등치될 수 없음을 밝히고, 정세적ㆍ전술적 계기로서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민중의 통제권을 높이는 투쟁으로서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회공공성 투쟁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민중 통제권’ 쟁취와 같이 원론적인 수준의 인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 지속되었다. 물론 이는 전체 운동의 연대-연합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 촛불 정국과 같이 우발적인 정세들로 인해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었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 역시 비정규직 사업장에 연대하며, ‘비정규직 철폐’의 사안으로 한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불안정노동의 심화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금융우위의 축적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민중들의 삶 전반이 통제당하는 것을 가리키며, 따라서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반대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즉 노동유연화의 결과에 대한 투쟁이 아닌 원인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것이며, 인간학적 차이를 타고 들어오는 분할 착취전략에 맞서 이주노동자ㆍ여성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계급주체를 발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에는 그간 밝혀왔던 입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정정하고, 가장 큰 정세였던 ‘촛불정국’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운동의 과제를 밝혀나갔다. 촛불정국은 ‘금융위기와 대안좌파의 과소결정’이라는 현 정세를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정세였고, 시민들의 저항으로 이명박 정권의 구조조정 공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촛불정국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전열을 다진 지배계급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다시 발동시키며, 한미 FTA 체결 촉구ㆍ공공부문 선진화 방안 등을 내세웠다. 이에 행진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와 대결하고 사유화/시장화 저지투쟁을 통해, ‘反 MB’ 정서를 ‘反 신자유주의’ 연대 운동으로 전화시킬 것을 결의하였다. 이와 함께 대안세계화 운동에 복무하는 학생대중운동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복구하고 대중운동의 경로를 창출할 것을 결의하였다.


2. 2008년 대중운동을 돌아보며

2008년은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 개혁분파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찰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이명박 정권의 첫 집권기였다. 또한 금융위기라는 형태로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되었던 한 해로서, 한편으로는 운동의 위기가 비가역적으로 드러났던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행진을 포함한 운동진영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08년을 보냈어야 했다.

정권은 집권하기도 전에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였고,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자사고 설립/영어 몰입교육 등 교육부문은 그 시작이었다. 2008년 교육투쟁은 시장화/사유화 저지 투쟁의 전초전이었고, 한해를 관통했던 전술 또한 공공부문에서의 투쟁을 주요한 정세적 계기로서 삼으려 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은 해당 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 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복지부문을 포함한 재생산 영역 전반에 걸쳐 있는 것으로, 민중의 삶 전반에 걸쳐 통제를 강화하는 시도였다. 행진은 이 중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에 주목하여, 재생산에 대한 통제가 여성들의 불안정 노동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밝히려고 하였다. 이런 문제의식을 ‘여성운동 네트워크’ 등과 함께 공유하고 ‘3.8 여성의 날’ 투쟁을 함께 진행하며, 사회서비스 시장화 문제를 알려나갔다. 불안정 노동과 성차화된 착취에 주목하면서, 꾸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를 진행하며 여성노동권을 알려나갔다. 특히 2008년은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고 장기 투쟁사업장이 늘어났던 한 해로서, 기륭/홈에버/재능/대학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해왔다. 또한 민중의 삶 전반에서 빈곤의 문제가 나타남을 인식하고, 주거권-노점 등 생존권 문제에도 주목하였다.

2008년 전국학생투쟁위원회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대사회적으로 알려나가기 위한 투쟁이었다. 행진은 단독으로 ‘허세욱 열사 1주기 투쟁’을 기획하며, 07년을 관통했던 한미 FTA 정세를 알려내었고, ‘4.20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과 ‘빈곤과 차별없는 서울 만들기’ 등의 사업에도 결합하며 투쟁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전학투위는 각 학생운동 세력 간의 인식차이를 극적으로 드러낸 투쟁이었는데, 투쟁 방향으로서 ‘지역운동’이라는 언명에 대해 지역과 현장을 부당대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 역시 고용형태로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제로 협소하게 인식되었는데, ‘총자본 대 총노동’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인식한 세력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 속에서, 당면 투쟁 과제를 ‘단사에 대한 연대투쟁’으로만 한정하였다. 또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의 경우에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운동진영 내에서 재생산 영역/여성노동권과 같은 의제들이 거의 인식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간 행진의 문제의식을 아우르며 결성했던 ‘전국학생투쟁위원회’는 당면 정세를 대중들에게 알려내는 선도적인 투쟁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인식차이를 좁히고 논쟁을 만들어 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메이데이 바로 다음 날인 5월 2일 시작되었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개월간의 ‘촛불정국’을 만들어 냈다. 신자유주의의 경향으로서 궁핍화와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과잉결정되며 생성된 ‘촛불정국’은, 운동진영들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나타나는 계기이기도 했다. 촛불정국 기간 동안 계속해서 ‘시민과 노동자’ 혹은 ‘시민과 운동권’을 나누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해 왔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을 무조건 찬양하고 조직된 운동진영들의 투쟁을 폄하하거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운 운동의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행진을 비롯한 각 운동진영은 이런 촛불정국의 형세에 뒤늦게(?) 결합하였고, 개입하는 행동 역시 일정한 혼란이 있었다. 물론 시기별 정세에 따라 초반에는 ‘깃발을 숨기고’ 대중들 속에 산개되어 분산된 단위로 선전-선동을 하기도 했으며, 점차 학내의 대중들과 함께 집회에 결합하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와 떨어질 수 없는 한미 FTA 체결 반대와 반신자유주의의 내용을 알려냈다.

촛불정국에서 행진은 의미있는 투쟁을 벌여냈다. 촛불집회에 헌신적으로 결합하였고 학내에서 동맹휴업을 주도하며 대중들과 투쟁을 함께 만들어갔다. 또한 ‘미국 농업체계와 광우병’을 주제로 강연회 등의 교육사업을 벌였으며, 광우병 문제의 본질을 알려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름에 진행된 ‘대안세계화 학생포럼’과 ‘반신자유주의 촛불 선봉대’ 역시 촛불정국에 대한 개입으로 진행되었으며, 촛불을 전국적으로 퍼뜨리고 노동자 투쟁과 만나는 촛불을 선동하였다.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너르게 퍼져있는 ‘反 MB’ 정서를 ‘反 신자유주의’ 투쟁으로 바꾸어내기 위해 시도했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지구별로 주경복 선본에 결합하며, 이명박 정권의 시장화/사유화 정책을 저지하는 흐름을 만들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조직적ㆍ정치적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의 지점이 있다. 특히 주경복 선거와 같은 경우 선거에 결합하는 정세적 근거는 무엇이며, 주경복 선본이 유의미한 연대체였는지, 지역-지구 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이와 함께 촛불정국 속에서 행진은 예를 들면 회원수의 증가 등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였다. 물론 단기적인 양적확대가 운동의 성과로 소급될 수는 없을 것이며, 정치적 목표였던 ‘反 신자유주의’ 전선 형성에 행진의 개입이 어느 정도로 유의미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여타 운동진영에 비해 정세에 빠르게 대응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선전단’의 역할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정세에 대한 바빠른 대응이라는 과제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촛불정국을 거치며 잠시 주춤했던 정권의 시장화/사유화 전략은, 촛불이 사그라들기 무섭게 재개되었다. 8월말부터 정권은 ‘선진화 방안 로드맵’을 발표하며 민영화를 위한 수순을 밟아나갔으며, 비정규직 개악한 확대 시행 및 한미 FTA 체결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新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촛불네티즌과 운동진영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사이버 모욕죄’와 ‘집회ㆍ시위 구역 설정’ 등 반동적인 법안들을 상정하려 시도하였다. 하반기 행진은 지배계급의 공세에 맞서는 투쟁에 결합하며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에 연대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들에 동참하며 유의미한 연대-연합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9월 성신여대에서 벌어진 대학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며, 학내에서 대중들을 설득하고 투쟁을 승리로 만든 것은 모범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성신여대에서의 투쟁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결합과 시기시기의 전술 수립 속에서 유의미한 대중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었고,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 값진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 행진은 ‘서울 사회공공성 연석회의’ 등의 투쟁에 함께하며, 운동의 연대-연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이런 연대체를 통해 일제고사 거부 투쟁 등을 함께 했으며, 최근에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관련하여 공정택 퇴진운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하반기를 강타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지배계급들의 허구성을 알려내기 위한, 회원모임-월례포럼-강연회와 같은 일상적인 교육사업을 지속하였다.

물론 행진에서 펼쳐낸 1년의 대중운동이 위에 서술되어 있는 것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1월 전국대학생대회와 총회, 5월의 광주순례단, 7월의 빈곤철폐 현장활동과 문예운동게릴라캠프/교육캠프, 여성행진의 사업들을 진행하였다. 물론 행진 활동가들이 학생회/동아리/문예패/생자도 등 대중단위를 통해서 활동을 벌여나갔으며, 대중과 융합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들을 하였을 것이다. 하반기에 진행한 학생회 선거 평가는 다음 글에서 평가를 할 것이다.


3. 2009년 학생회 선거 평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미국발 경제위기 등의 영향을 받아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했다’는 분석이 들려온다. 건국대ㆍ경희대ㆍ고려대ㆍ국민대ㆍ숙명여대ㆍ한국외대ㆍ충남대 등 올해 비운동권 학생회가 수권하던 곳에서 한대련 계열의 선본들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회 선거를 둘러싸고 학교 당국의 개입ㆍ부정선거ㆍ세칙에 근거하지 않은 무원칙적인 행위 등이 난무했던 올해, 우리는 학생사회가 일련의 사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잃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총학생회 중심의 학생대중운동을 벌여내었던 이전의 상황과 같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과반학생회ㆍ단과대 학생회ㆍ각종 위원회 등 총학생회와 톱니를 맞춰야 할 대중단위들은 급속도로 해체되었고, 그 위상 또한 복지를 담당하는 기구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 폭발적인 대중운동의 성과를 학생운동의 자산으로 구조화할 수 있었던 80년대와는 다르게, 지금의 학생대중운동은 촛불 정국으로 터져나온 정권에 대한 불만 등 정치적 쟁점들을 확장하거는 데에 일정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단편적인 분석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위 비권 학생회라고 부르는 단위들에서도 ‘등록금’과 ‘촛불’에 대해 발언하며, 동맹휴업을 함께 하고 거리에 나섰으며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구분이 허구적임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학생회 선거 시기에 행진에서 내었던 입장들은 얼마나 유효했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풀 수 있었는가?

행진에서는 ‘학생회 선거의 의의와 목표’를 통해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경제/정치/운동의 위기 속에서 학생운동 역시 대중과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현재 학생운동이 서 있는 조건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간의 학생회운동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운동/학생회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인들의 삶을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통치로 이끌기 위한 학생운동의 혁신을 지체 없이 단행하는 장(場)으로 만들 것을 결의하였다. 이를 위해서 1) 학생회라는 공간을 어떻게 대중운동의 경로로, 대안세계화 운동의 거점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을 결의하였다. 이는 금융화에 대한 비판을 전면화하고, 대중교육을 비판하면서 지식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페미니즘을 저항의 언어로 재구성하자는 등 신자유주의 비판을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2) 학생회라는 공간이 대안세계화 운동의 이념에 걸맞는 조직체계를 갖도록 개조하는 목표를 세웠다. 학생운동을 포함한 전체운동의 위기 속에서 각 운동들은 독자적으로 구조화되어 상호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고, 대중운동 없는 대중조직의 분열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안세계화운동의 주체형성에 가장 중요한 물적 토대로서 '지역'을 사고하고, 지역에 기반한 사회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전체 운동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3) 셋째로 학생회라는 공간을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훈련하는 장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 과정이 만들어내는 폭력과 기본적 권리의 박탈에 맞서 분절화-개별화 되어 있는 대중, 그/녀들간의 상호갈등과 적대로 표상되는 대학사회에서 대학 내 제 구성원들이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고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한 직접행동에 나서기 위한 공존과 연대의 원리를 밝힌 것이다. (행진 뉴스레터 선거 특별호 참고)

이런 내용을 담아 ‘위기에 맞서 연대로, 당신은 리얼리스트!’라는 모토를 내걸고, 학생회-학생사회/불안정노동/교육/페미니즘 각론을 제출하였다. 제출된 모토와 각론이 선거지형에서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냈는지를 평가할 때에는 두 가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특히 미국 발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후 ‘금융위기’와 ‘연대’라는 화두가 대중들을 설득하고 주체화시킬 수 있었는지가 평가되어야 할 것이고, 두 번째는 대학의 대중의식지형과 운동주체들의 주체적 역량이 더 열악해진 시점에서 ‘선거의 의의와 목표와 모토, 각론이 선거 공간을 통해 쟁점화 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토론되어야 한다. 이는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학생회 선거의 물질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엄밀하게 따져보는 것과도 연관될 것이다.

모토가 ‘바른 말’로 남는 것이 아니라 대학인들에게 행동양태를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많은 경우 행진의 모토가 추상적이고 바른 말로 남아버렸다는 평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는 결국 위기가 사람들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포착하고, 대중들의 의식이 존재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을 하게하고 ‘연대’의 실천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풍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성신여대처럼 미화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이 있었던 곳은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모토를 풀어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투쟁의 경우 학내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서로의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하기에 좋은 조건이기도 했지만 학생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선전선동하고, 학생들이 동참하고 지지할 수 있는 실천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수정이들의 싸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교육과 계몽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종다기 한 전술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대중들이 위기에 처한 자본의 속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설 수 있는 다양한 실천, 저항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문제이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것은 조선일보도 알고 있고, 지배계급부터 모든 운동진영에 이르기까지 ‘위기’를 말하고 있다. 행진이 발전시켜 온 금융・군사세계화에 대한 분석은 정세적인 투쟁 속에서 지배계급의 위기담론과 변별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행진은 그간 학생회 선거에서 ‘친근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강박당하며 복지 공약을 남발하거나, 은연중에 학내/외를 가르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정책을 낸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였다. 학생회 선거를 진행한 각 단위에서는 이주노동자한글학교/대학 비정규직 권리찾기 Project/리얼포럼/펀드 브레이크/빈곤 없는 **대 만들기 등의 공동 공약은 이런 고민에서 제출한 것이다. 즉 소박하더라도 학생사회의 재구조화에 기여하고 대중들과 함께 하며, 신자유주의가 파괴하는 권리들을 되찾기 위한 대중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공약들은 2009년에 각 학생회와 대중단위에서 활용될 것이고, 대중정책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물론 복지공약을 남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선본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것’, 입장만을 ‘남발’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사회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중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선거를 진행했다면, 대중들과의 융합을 위한 끊임없는 활동태를 고민해야 하며, 싸이클 속에 들어있는 소위 ‘조합사업’에 대한 재정비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선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선거는 대중운동에 대한 긴장감과 실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며, 학생사회의 재구조화라는 과제는 하염없이 축소될 것이다. 또한 추후의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진행하는 선거라고 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쟁점과 단위의 정세적인 사건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편향은 정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빠르게 대응을 하며 선거 시기의 논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 학생회 선거라는 열려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행진에서 제출한 각론과 대중정책들은 학생회 선거뿐만 아니라, 각 단위에서 진행한 자치학교나 ‘금융위기 해결 실천단’과 같은 사업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내었다. 대중정책들을 풀어내기 위해 진행된 사업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대중운동에 대한 긴장감을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었는지 꼭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평가를 통해서 08년도 대중운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힘찬 대중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4. 남겨진 과제들

연말연초! 현재 계급투쟁의 핵심대립지점은 어디이며, 우리의 대중운동은 어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가? 경제위기는 실물경제로 이어져 인천-부평의 GM 자동차 공장이 휴업에 돌입하였고, 공장 공동화 현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감축이 예상된다. 대학가에서는 새삼스럽게 청년 실업과 교육연한의 증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청년인턴제’의 도입 등을 통해 문제를 봉합하려고 하고 있다. 정권에서는 우선 금융분야에 대한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데,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swap에 이어, 얼마 전 한-일ㆍ한-중 통화swap 체결을 통해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또한 실물경제의 심각한 타격에 대한 정책으로서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에 대한 20조원 기금 조성을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자동차ㆍ건설부문을 선제적으로 하는 이른바 실물경제에 파급되고 있는 위기의 폭이 예상을 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정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듯이, 지배계급은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민중들을 공격하는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역별/연령별(60세 이상) 최저임금 차등부과 및 숙식비 공제 한도를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최저임금을 낮춤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또한 기간제와 파견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연장하고, 32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업무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크게 개악될 예정이다.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를 기간제 근로자 사용계약에서 제외했지만, 개악안에서는 20시간 미만으로 적용 제외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반적인 노동유연화 기조와 연관된 이러한 정책들은 자본을 지원하기 위한 ‘눈가리개’일 뿐이며, 노동자의 고용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예정이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예산안에서는 기초수급생활자의 수를 대폭 줄이고, 의료급여의 혜택 역시 축소하고 있다. 복지영역에 대한 공격은 이명박 정권의 큰 기조인 시장화/사유화 흐름과 맞물려, ‘예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속적으로 민중들에게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을 퍼뜨리며 이데올로기전을 퍼뜨리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언론 장악 시도에서 보이듯이 민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운동진영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진보연대 등은 최근 민주당과 함께 ‘민생민주국민회의’를 꾸리고, 사안별 연대를 통한 광범위한 ‘반이명박 정선’을 추동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안별 연대라는 명목으로 원칙없은 조직확장에만 주력하는 것이 운동의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고, 당면정세에 대응한 합력창출마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원론적으로 다시 강조를 하면 현재 중요한 것은, 운동의 위기를 넘어 다시금 운동을 ‘재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념과 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학생운동 역시 ‘사회운동의 재건’이라는 과제에 복무할 수 있는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는 정세적 계기들 속에서만 확립될 수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반 신자유주의 전선’을 형성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른 말이 아니다. 행진에서는 촛불정국을 거치며 확산된 ‘반 MB 정서’를 ‘반 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시장화/사유화 저지투쟁이나 촛불 정국 등을 그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투쟁의 계기들을 찾아나가며 구체적인 언어로 대중들에게 말해야 하며, 구체적인 대중정책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강의실ㆍ자치공간을 돌아다니며 선전선동을 단행하고, 목표와 과제를 잘 설정하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한글학교/학내 비정규직 권리찾기/월례포럼/빈활과 같은 실험들을 해나가야 한다. 대중운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캠 행진의 위상과 임무를 잘 설정하고 활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운동을 활동가들끼리 진행하며 자족한다거나, 투쟁 동아리화가 되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편향이다. 행진의 강화는 행진 활동가들의 강화로, 이는 다시 대중운동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지금까지 08년 행진의 입장과 대중운동들을 간략하게 돌아보고, 현재의 정세와 09년도 대중운동의 과제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다시 한 번 언급하듯이 이 글은 평가를 위한 하나의 자료일 뿐이며, 엄밀하고 구체적인 평가는 동지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연말연초의 설레는 기분에 들떠 부유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난 시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평가와 결의를 하기를 권한다. 09년도 풍성한 대중운동을 결의하며 글을 마친다!!

Posted by 행진

2008/12/30 10:35 2008/12/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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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위기는 어디로?

 [21호 발간사]

붕뜬 시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앞으로!



2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입니다. 11월에 진행했던 학생회 선거와 대중사업들에 대한 평가도 모두 진행하셨을 것이고, 현재는 굵직한 일정없이 기말고사를 보고 있는 동지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에도 정세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각종 경제전문단체들에서는 우울한 2009년의 경제전망들을 내놓고 있으며, 더 많은 일자리를 더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개악된 최저임금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발표하며 고통분담을 한 것처럼 생색내고 있고, 교육부는 전교조와 ‘좌파’ 교과서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정세도 일정도 없는 것이 요즘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어떤 곳에서 계급투쟁이 터져 나올지 모르고, 일상적인 대중운동이 중요한 만큼 매일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험이라는 학사일정과 연말이라는 들뜬 분위기에 갇혀 페이스를 잃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긴장감을 회복하고 방중 대중운동을 만들어 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붕뜬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잘 사는 겨울방학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21호 뉴스레터는 긴 시야에서 조망해 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주로 다루었습니다. [정세동향]에서는 지난 11월에 열린 람사르 총회 등을 통해, 현재의 생태위기에 대한 지배계급들의 대응을 살펴보는 글입니다. 현재 건강문제나 생태문제를 둘러싸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우리에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정세전망]에서는 오바마의 당선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글입니다. 섣불리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인민주의적 통치 스타일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맞서 인민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길이 될 것입니다. [기획연재]에서는 ‘2008, 한국현대사를 만나다: 1960년대’ 편입니다. 발전주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박정희 정권 시기에 대해 살펴보며, 당시의 경제성장과 계급투쟁 지형에 대해 살펴봅니다.


21호는 글이 적고 발간도 많이 늦어졌습니다. 좀 더 풍부한 대중운동의 무기를 담아, 2008년이 가기 전에 다시 발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치열한 마음 놓지 않고 ‘학기 말’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행진

2008/12/08 11:58 2008/12/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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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미국, 오바마는 미국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8년만의 공화당 정부가 끝나고, 232년의 백인 대통령 시대가 끝났다. “CHANGE” 와 “Yes, we can.”을 외치던 버락 오바마는 첫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써 온 몸으로 ‘무언가 변하리라’ 는 것을 증명했다. 대공황에 비견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어떻게 움직일지, 부시 대통령 시절 끊임없었던 군사개입은 축소될 것인지, 세계의 시선은 미국으로 쏠려있고 오바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정치적인 행보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미국인들이 이렇게 ‘변화’를 외치고 실제로 지금의 자본주의의 모습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도저히 미 헤게모니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꿈을 투영하고 있는 오바마의 미국 정부 하에서 앞으로 과연 무엇이 얼마만큼 변할 것인가? 


무엇인가 변하긴 할 것이다. 


  반전운동을 비롯한 미국의 시민운동, 미국 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은 이번 2008년 대선에 '올인'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식코(Sicko)'의 마이클 무어 감독도 오바마를 지지했을 정도다. 이들은 모두 오바마의 정책에 100퍼센트 만족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어쨌든 오바마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미국의 운동세력이 믿었던 것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는 올 것 같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억울한 죽음 하나도 호소하기 어려웠던 흑인 중에 대통령이 나왔다는 사실은, 브래들리 효과를 두려워한 흑인들이 오바마 선본에 급진적인 요구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도 여러 흑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인종문제’ 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떤 방식으로든 각인된 것도 확실하다.

  또한 부시와 네오콘이 주도해 온,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대외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라크에서의 미군철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라크 전쟁도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공화당보다 군사행동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당이니 말이다.

   앞서 언급한 '식코(Sicko)'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오바마의 정책은 단일 보편적 보험체계가 아니다. 모두를 포괄하지도 않고, 비영리의 성격도 아니다. 여전히 수십만 달러를 보험기업과 제약기업의 손에 넘길 것"이라고 지적하긴 했으나, 오바마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의료보험 혜택을 전 국민에게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직장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현재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을 위한 전국의료보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25세 이하 미국 시민들은 부모의 보험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노동 분야에서 오바마는 노동자자유선택법안(Employee Free Choice Act)을 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다수의 노동자가 서명을 통해 지지할 경우 사용자는 노조결성 요구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개입이 심해서 실제로 노조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참고로 한국은 2인 이상 사업장에서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 물론 회사와 국가에서 노조를 깨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하여 결성된 노조가 유지되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는 미국보다 열려있는 셈이다.) 노동자자유선택법안이 통과되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노조 결성을 지지한다.’ 는 카드에 서명하기만 하면 되므로 노동조합 결성이 이전보다 쉬워진다. 이 법안은 2003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원에서 발의됐지만, 상원과 백악관이 처리를 미루고 있었는데,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법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부유층을 위한 감세제도의 폐지도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당 최저임금은 9.05달러로 인상시킨다는 것도 공약 중 하나이다.


오바마, 미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그러나 미국인들이 '변화'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던 그 날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암울했다. 위기는 이미 실물경제에 파급되어 제조업을 크게 강타했다. 9월 공장주문은 한 달 전에 비해 2.5% 하락했으며, 자동차와 항공기 부문을 제외하면 하락률은 3.7%로,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지난 9월 6.1%로 상승해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무부는 금융업계의 전망을 종합해 2009회계년도에 전체 재정적자가 1조 4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으며, 한 비정부기구는 같은 기간 재정적자가 무려 2조 6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전에는 내년 1월 20일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당일 경제 회복과 예산 지출 법안에 바로 서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보통 대통령 취임 2주전은 의회가 열려도 휴식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번엔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중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느냐보다, 재무장관을 비롯한 경제팀 인선이었다. 이를 보더라도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경제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호화 인선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이 경제팀이 어떻게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총집중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미국에서의 변화가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까지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바마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학을 가지고 있든지, 그는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고,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9회말 2아웃까지 온 미 헤게모니 하 자본주의의 구원투수이다.


  올해, 금융이 지배하는 경제구조로 인한 위기가 파괴적으로 드러나기 전에도 미국의 경제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해 온 이들은 있었다. 이 중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뒤메닐과 레비가 미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를 살펴보자. 이들은 미국이 효율적인 제국주의 국가로서 나머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이 점점 더 외국자산에 종속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국의 우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 해 왔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미국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모순의 장기적 과정은 오른쪽과 같은데, 이 고리가 무한정 연장된다면, 미국의 자본가계급은 점차 소득과 부를 빼앗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 자체의 힘도 침식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의 미래가 이렇게 될 것 같지는 않으며, 이 말은 곧 새로운 궤적이 추진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미국 경제와 사회가 새로운 국면,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단계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거대한 자본소득(세계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유입을 통해 커졌다)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화정책

부유계급의 소비증가

경상수지 적자 확대

외채 증가

외국으로의 거대한 소득 유출

국내 자본소득의 감소


  현재 미국경제의 구조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1) 부유층 가계의 지출 축소, 2) 국내 시장을 향한 수요의 방향 전환, 3)국내적으로 조달되는 더 큰 축적률이다. 이러한 경로설정은 가능하지만 그 길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이 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기업 내의 이윤 유지는 부유층 가계의 소득을 줄이고 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적 방식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더 낮은 이자율과 더 적은 배당금 지급을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영자와 소유자 중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의 근본목표와 모순된다. 둘째로, 국제수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엔, 유로, 위안화 등의 평가절상을 통한 달러가치 하락을 조장하는 것은 이를 위한 수단이긴 하지만 이는 미국의 금융적 지배나 효율적 제국주의 권력으로서의 역량과 모순된다. 또 다른 수단으로서 무역장벽도 가능하겠지만, 이것은 외국이 보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세계적 지배의 양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바마는 이전부터 부시 행정부의 시장근본주의가 위기의 뿌리라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부시정권의 실정의 문제로만 소급될 수 없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 대통령이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비롯한 자유무역이 확산되었고, 글래스 - 스티걸법 폐지하여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자율화하는데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하였다. 오바마의 경제정책 방향과 경제팀의 면면을 보았을 때, 현재로서는 이러한 클린턴의 유산, ‘루비노믹스’를 뛰어넘기가 힘들겠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루비노믹스는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의 정책노선을 가리키는 말로, 균형 예산,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개입, 자유무역, 금융규제 완화, 강한 달러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오바마 경제팀의 투 톱인 서머스와 가이트너가 바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루빈과 함께 일했던, 이른바 ‘루빈 사단’이다. 루빈은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를 초유의 성장과 안정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에겐 루비노믹스는 악몽처럼 기억되기도 한다. 외환위기를 틈 타 아시아 각국의 산업ㆍ기업이 미국 자본에 속속 넘어갔던 경험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루비니스트를 중심으로 강력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면 주변국은 금융ㆍ의료ㆍ서비스 등 시장을 더욱 열어젖히도록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새로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의 상황이 90년대식의 루비노믹스를 그대로 재현하기엔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균형 예산이 아니라 적자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융화의 방향을 크게 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기본적으로 강력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부담을 외부로 수출하는 부분에서는 기존의 루비노믹스를 그대로 재현할 듯하다. 강력한 금융규제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계획이 필요함에도, 미국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방향을 틀고 이를 실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록 오바마가 불참하고 부시가 참가하긴 했지만 G20에서도 미국은 빠르고, 광범위하고,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길 원했던 유럽의 입장과 다르게 시간을 가지고 더 조정된 정책 개입을 원했다. 결국 미국은 그 헤게모니를 관철시키기 위해 앞서 ‘부유층 가계의 소득을 줄이고 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더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오바마, 전쟁을 종식시킬 것인가? 


  이번 대선에서 경제문제 다음으로 유권자의 주목을 받았던 문제는 이라크 전쟁이다. <CNN>조사결과 응답자의 10퍼센트가 이라크 문제를 관심사로 꼽았다고 한다. 2001년 9월 11일 테러에 대한 응징이었던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은 최근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함께 미국의 대외적 지도력과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고, 부시 행정부와 여기에 이은 공화당 매케인 후보의 패배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바마는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새로운 미 정부는 예전보다는 군사행동을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이라크 문제와 대북정책 등 대외정책에서는 항상 공화당보다 민주당에게 많은 희망을 걸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약속한 7대 외교안보분야 정책목표 중 하나는 ‘알카에다 분쇄 및 테러리즘과의 투쟁’이다. 베트남 전쟁영웅인 매케인조차도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애국심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듯, 오바마 역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미 곳곳에서 “관리 스타일만 바뀔 뿐이다.” 라는 냉소적인 시각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타임>은 미국이 오바마의 철군 시간표에 따라 이라크에서 철군을 하겠지만, 2009년까지 이라크에 배치할 두 개 여단을 아프간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진보 저널 <카운터펀치>의 알렌산터 콕번 편집자는 "만약 그(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아프간에서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꼬집고,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해외에서 가장 즉각적인 결과는 아마도 무뚝뚝한 제국의 재확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는 반테러전쟁의 중심전선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고, 여기에 전력을 집중하여 알카에다를 분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전략적 관점에 근거해서, 이라크전은 오히려 반테러전쟁의 역량을 분산시킨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을 재배치하여 중심전선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서의 군사행동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부통령으로 당선된 조지프 바이든은 오바마는 최대 약점인 대외정책에 대한 경험부족이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정된 파트너 이며, 이는 대외정책에 대해서 상당부문 바이든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바이든은 부통령 당선인은 2002년 이라크전 개전에 민주당 당론과 달리 찬성표를 던진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의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했고, 당시 군사적 개입을 주저하고 있던 클린턴 행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인종문제를 미국에 대한 애국심 혹은 민족주의 - 인종과 일치하지는 않는, 그래서 일반적인 ‘민족주의’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메리카적 생활방식에서 비롯되는 민족주의 - 로 해결하려 들 것이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콜린 파월은 NBC-TV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서 오바마를 공식 지지하기 위해 나와 이렇게 말했다.

  “전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 ‘오바마는 무슬림이야’라고 말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정답은? 그는 무슬림이 아닙니다. 기독교인입니다. 항상 그랬어요. 그러나 진짜 옳은 대답은, 만약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무슬림인 것이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답은 '노'입니다.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미국이 아닙니다. 7살짜리 무슬림계 미국 아이가 앞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믿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중략)…이런 식의 행동을 우리가 미국에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목이 메인 채로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고도 한다. 

  “잡지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때문에라도 특히 이 부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 중인 군인들에 대한 포토에세이였어요. (버지니아의) 알링턴 군인 묘지에 있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무덤 비석에 머리를 묻고 있었습니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비석의 머릿말이었는데, 자주색 하트와 동색 별이었어요. 이라크에서 죽었다는 뜻이죠. 20살이었는데, 그 다음 사진이 뭐였냐면 비석의 제일 윗 부분인데, 그것은 기독교의 십자가도 아니고 이스라엘의 다비드별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초생달과 별로 되어있는 이슬람교도의 표시였어요. 그 병사의 이름은 카림 라샤드 술탄 칸. 그는 미국인이었습니다. 뉴저지에서 태어났고 9·11 당시 14살이었는데 군대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답니다. 그리고 목숨을 바쳤지요. 자, 지금 우리는 이런 식으로 우리 스스로를 분열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감동했을 미국의 흑인이나 무슬림들이 미국을 지킨다는, 혹은 세계를 구원하고 “악”과 싸우겠다는 명분으로 다시 파키스탄으로, 팔레스타인으로, 이란으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오바마의 애국심은 파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결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인민주의자 오바마와 정치의 주체로서 인민 사이에서


  오바마가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낫다, 조금이라도 개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라고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오바마가 얼마만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에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해서 답하는 것으로는, 실은 아무것도 변화할 것이 없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답은 정치를 그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전제 하에 나오는 대답이기 때문이다. 

  대공황 당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들끼리의 출혈적인 경쟁을 하기보다 파업과 쟁의로 맞섰고, 길고 긴 베트남 전쟁을 끝낸 것은 미국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난 반전운동 때문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금융세계화에 맞선 대안세계화 운동과, 전쟁에 맞선 평화운동이 아니라 오바마의 일거수 일투족에 기대를 품는 것은 정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인민들이 무지하고,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고자 하지 않을 때 인민주의는 발호한다. 그가 이룩한 작은 변화를 보고 감동하는데 그친다면, 우리는 탁월한 인민주의자를 또 한 번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가 이룩한 작은 변화에 만족한다면, 우리의 현실적인 대안은 오히려 점점 더 이상(理想)으로만 남아 저 멀리 가버릴 것이다. 초국적 제약기업과 보험회사를 통제하지 못하면 하다못해 오바마가 약속한 국민의료보험제도도 본래의 안보다 훨씬 축소될 수 있으며, 미국 사회 내 흑인운동이 침묵한다면 실업에서 의료보험까지 모든 측면에서 불평등이 명백히 남아있는데도 많은 미국인들, 많은 백인들이 인종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는 문제라고 점프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대안세계화 운동은 이미 구체적인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3)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이므로 국제 금융ㆍ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세계 모든 정부와 시민사회 ․ 시민조직 ․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유엔 주최 국제회의를 열자, 모든 통화와 금융상품들은 반드시 금융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자, 세계적 기업이나 부유한 개인들이 자국의 세금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를 제공하는 조세피난처를 폐쇄하자, 등등. 이러한 대안은 운동 없이 관철될 수 없다. 오바마는 한시도 자기 스스로와 자신의 정권이 미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 흑인역사를 연구한 매러블 교수의 이 말을 빌려올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도전은 오바마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불편하고 보기 드문 상황에 있다”

  스스로 뛰어들어 변화를 꿈꾸고, 요구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사회운동이 아니라, 60억이 넘는 인구의 운명을 오바마의 정책 방향에 우선 맡겨버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역사가 앞으로의 4년을 인민주의자 오바마의 시대로 기록할지 정치의 주체로서 인민들을 기록할지,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Posted by 행진

2008/12/08 11:56 2008/12/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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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스코프스키 2008/12/15 01:57 # M/D Reply Permalink

    그림이 안 보이네요... 처리 부탁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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