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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녹색덧칠을 걷어내자!


○ 이명박의 야심작
 작년부터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저탄소 녹색성장’이 본격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구온난화 심화와 환경재난이 겹치면서 환경, 기후에 관한 주제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권은 ‘녹색성장’이 환경보호와 더불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신(新)성장 동력이라며 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안과 4대강 정비 사업 계획이 기후 변화와 환경파괴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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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에서 가물막이 공사를 하는 모습



탄소배출권 거래시장과 금융투기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은 학계와 환경단체가 분석한 것처럼 심각한 환경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건설자본을 위한 무분별한 땅파기와 22조원의 세금투입으로 민중의 피와 땀, 생활환경마저 뒤엎겠다는 불도저 이명박이다. 또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안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시책, 녹색산업 투자회사 설립과 지원,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으로 새로운 이윤통로와 금융투기 거품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일정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권리를 말하는데, 이를 주식, 채권과 같이 거래소 또는 장외에서 매매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은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초과 배출이 필요할 시 다른 기업에게 배출권을 살 수 있고, 반대의 경우 팔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배출권 가격 예측모델을 만들어 석유, 석탄 등 상품가격과 강수량, 기온 등 기상 데이터의 상관관계로 가격을 책정하고 작동한다. 여기에 투기거품이 늘어난다면, 탄소배출권 거래는 또 하나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낳을 것이다.

 EU 국가들과 미국은 이미 유럽기후거래소, 시카고 기후거래소 등을 운영하며 수익을 획득하고 있고, 시장규모는 1263.5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포스트 교토체제의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환경보호와 친환경으로 포장된 사업들은 투기와 환경지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 녹색덧칠을 걷어내자!
 돌이킬 수 없는 환경 기후의 변화, 그리고 계속되는 파괴는 명백히 자본과 정권으로 발생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환경, 기후를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투기를 조장하고, 지배하려 들고 있다. 사라져가는 삶의 터전과 생태계에 녹색페인트를 붓는다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오히려 이 녹색덧칠 페인트가 마지막 남은 곳마저도 집어삼킬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요구한다. 국내탄소배출권 거래제-국내발행 배출권이 해외시장에서 거래되고 해외시장의 배출권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환경파괴거래제-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자본과 정권은 녹색덧칠을 중단하고, 조건 없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한다!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투기자본을 위한 green(달러를 의미)성장 막아내자!

Posted by 행진

2009/11/09 15:06 2009/11/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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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전하는 이야기, 학생운동을 만나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민영이고, 전국학생행진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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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민영


Q
 이번 주말에 노동자대회가 열리죠. 예전에는 ‘노동자대회 참가단’을 대학에서도 꾸려서 많이 참가했었는데, 요즘 대학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언론이나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있듯이, 대학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대학에서는 ‘노동자대회에 가서 연대하자’라는 말이 나오면, 학우들한테 올바른 일로 여겨져 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예전에는 ‘대학생, 지식인으로서 사회문제나 노동자들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는 논리가 받아들여졌는데, 요즘은 ‘우리가 나선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이 있느냐. 그런 활동이 의미 없진 않지만 내가 하려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예전보다 소수이긴 해도 학생들이 노동자대회 참가단을 꾸려 나오기도 하구요, 저희는 보통 학생회 선거 기간 중간에 노동자대회가 열려서 함께 선본활동을 하는 친구들과 교양을 진행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Q 최근에 ‘88만원 세대’를 비롯해서 행동하지 않는 20대, 혹은 불행한 세대로서 20대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지금 20대들은 단군이래로 최고로 공부도 많이하고 영어도 능통하고, 컴퓨터도 잘하는 세대라지만 취업난의 공포를 다들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요즘 '난 잉여다'는 자조적인 읊조림이 유행하듯 스스로를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실제로 많습니다. 반면, 학교에서 “함께 싸워서 무언가 쟁취한다!”는 경험 자체를 해보지 못한 세대기도 해요. 대학가 학제개편이나 행정조치에 의해서라도 자치 활동이 차단되고 빡빡한 생활이 강제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대학 내 교육 사안을 개선하려고 해도 학생들한테 서명 받고 학내에서 집회하고, 대학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나 토론하면서 바꿔내려고 했다면, 요새는 총학생회가 학교와의 테이블에 가서 잘 협상해주고 나왔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이상적으로 그리던 대학시절과는 다른 생활을 하면서, 혹은 아무리 봐도 비상식저인 사회를 되돌아 보면서는 "이렇게 사는게 잘 사는걸까"하는 갈등도 느끼기도 하지요. 바로 그런 계기들을 만들고 확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요. "생각대로 해~"하는 통신사 광고가 심금을 울린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그게 대학생들의 마음안에 갇혀있는 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저는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먼저 노동자가 된 선배들로부터 너희는 불쌍하다는 말을 들으면 "20대 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로 힘들지 않나, 노동 운동보다 힘들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웃음). 저희는 나름대로 지금 시대의 조건에 발을 딛고, 선배활동가들이 남긴 긍정적인 부분은 이어가면서도, 남한운동의 신세대로서 혁신해야 할 부분들을 고민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요즘 학생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나요?

A 올 한해 했었던 몇 가지 활동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우선 상반기에는 ‘경제위기에 맞선 공동행동’을 꾸려서 활동을 했었어요. 요즘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한 거잖아요. 경기회복의 기준도 다 주가나 환율을 기준으로 하지, 실업률이나 임금 같은 것이 기준이 되지는 않잖아요? 이런 실상을 밝히면서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려 평택으로, 용산으로 찾아갔습니다. 2학기 들어서는 ‘민주주의 포럼’이라는 것을 했는데, 노무현이 죽고 민주주의에 관심 갖게 된 대학생들은 늘어났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기도 했죠. 그래서 진짜 ‘민주주의’가 뭐냐, 시민들 모두가 주인이 되는 사회인데, 왜 노동자들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나, 이런 내용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연속 포럼을 전국에서 10개 대학에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저희 대학은 요즘 잠잠하지만, 서울대는 법인화 문제가 있고 중앙대는 경영대, 의대 등을 남기고 인문대, 자연대 등을 다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대학구조조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움직임이 다 대학을 기업화하는 과정인데, 대학이 점점 이렇게 되면 학생들 역시 소위 말하는 'ceo 마인드'만 가지거나,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단 한 번 생각해 보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갈 게 아니겠어요? 이런 흐름에 맞서서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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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동자운동과 학생운동의 연대와 관련해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A 도장 공장 침탈을 앞둔 쌍용차 공장앞에서 너무나 안타깝더라고요. 학생운동이 규모있던 시절에는 이럴 때 큰 역할을 했을텐데. 지금은 그런 것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학생운동의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투쟁의 장에 달려가야 하는 과제도 있고, 한편으로는 점점 민중연대를와 멀어지는 대학 전반을 돌려세우고 대학생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자본의 전략이 민중들의 연대를 가로막고 경쟁을 부추기는 거잖아요. 올해 공기업등지에서도 고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대입초임을 깎는 등, 경제위기 속에서 세대간의 갈등이 불거질 공산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대학생들의 이해를 방어하는데 중점을 둔 학생운동의 전략들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싸울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웃음) 어쨌든 학교를 생각해보면 노동절 집회 와보고, 노동자대회 와봤던 사람들과 아닌 채로 사회로 나가는 사람은 나가서도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최근에 말로만 ‘진보’ 나 ‘좌파’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저는 한국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보지 않고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운동과 연대하는 기풍을 20대의 운동 전반에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저도 이후에 또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열심히 살고, 투쟁하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09/11/09 15:02 2009/11/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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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_발간사] 최근 세태에 대한 단상

 전국학생행진 뉴스레터가 약 한달 만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한국사회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일들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우선 눈에 띄는 뉴스는 9월 취업자가 7만 1천여 명이 증가하여 10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한국이 수출 호조세를 보이며 곧 경기회복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이 곧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전히 비경제활동인구와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고 있고,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 역시 정부에서 제공하는 임시직이 많습니다. 경기 회복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의심스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빈곤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 사회의 빈곤의 문제, 학생운동이 반빈곤 운동과 연대하는 이유를 담은 글을 실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은 지난 9월 50%를 넘었다고 집계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설과 국민 대통합 이데올로기, 그리고 ‘적’이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기용한 것이 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운찬 총리의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잡음들이 드러났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방송인 김제동 씨와 손석희 씨가 방송사로부터 퇴출을 당한 것에 대해, 정권의 비민주성이 비난 받는 사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명박 정권은 높아진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난 9월 25일에는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확정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더욱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0호 뉴스레터를 통해 G20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 회의가 가져다 줄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난 이후에, 한국 사회 전체의 관심을 끄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계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상반된 두 가지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행태는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9월 22일 전국공무원노조, 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의 세 단체가 단일 노조로 통합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다시금 ‘민주노총 죽이기’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중도-실용 노선’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경훈 위원장이 당선되자,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치파업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했습니다. 위와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향후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는 이번 호에 싣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자 운동 죽이기’를 시도하는 보수언론의 행태를 비판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실으려고 합니다.

 역시 최근에 가장 많이 화두가 되었던 사건은 각종 아동 성폭력 사건입니다.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12년의 형량을 받은 가해자 조두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형량이 너무 낮다며 반발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법정 최고형량을 적용해야 한다거나, 화학적 거세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성보장인권위원회’라는 방송프로가 버젓이 등장했고, 연애인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명칭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들을 보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페미니즘의 자리는 비어 있고, 각자의 사건은 그저 개별적인 일들로만 남아 있습니다. 모두다 ‘남보원’이 재미있다고 하는 지금, 우리는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이런 행태에 딴지를 걸려고 합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시각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짧은 단상을 실으려고 합니다.

 많은 일들이 한국사회를 지나갔지만 대학은 조용하게만 있습니다. 대학은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토론되지도, 어떤 행동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취업 학원’으로만 남아 있는 것일까요? 최근 전국학생행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그것의 역사와 쟁점을 되짚어보고 대학 안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행동을 만들기 위한 ‘대학인, 민주주의를 말하다’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뉴스레터에 당일 포럼의 이모저모를 담아보았습니다.

 이렇듯 30호 뉴스레터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단상,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틀을 담은 글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30호 뉴스레터부터 연재되는 서평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10월 11일 있었던 레인보우 운동회에서 이주노동자 자원활동가와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대학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무관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대학에서 다시금 논쟁과 행동이 살아날 수 있는 정치를 복원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하겠습니다. 30호 뉴스레터 잘 읽으시고, 점점 추워지고 있는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해요. ^^

Posted by 행진

2009/10/15 22:00 2009/10/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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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회의보다 세계사회포럼의 개최국이 되고 싶다!


 지난 9월,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한국유치가 결정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까지 열며 이를 크게 선전했다. 야당과 언론에서 ‘과잉홍보’ 라며 이를 경계했지만, ‘G20' 회의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논의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명박이 어떤 일을 해도 비꼬는 댓글만이 달렸던 웹사이트에서도 ’이것은 잘했으니 인정해주자‘며 넘어갔다. 'G' 가 붙은 정상회의에 작년 금융위기 전까지 끼지도 못했으며, 언제나 TV를 통해 선진국들이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책방향이 결정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시민들로서는 ’이러한 어마어마한 국제회의를 우리나라에서 한다니! ‘ 라는 놀라움(혹은 감격!!)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듯하다.


G20, 어떤 회의인가?

  G20은 작년 11월,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체제로서 출범하였으며,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지구촌 최대 규모의 정상급 국제회의’ 혹은 ‘세계유지들의 회의’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G20개최 보도를 언급하는 언론의 설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다. 그러나 G20의 성격과 문제점을 알기 위해서는 G20이 등장한 맥락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련 해체 이후, 언론은 세계 국가들의 협력체에 편의상 ‘G’라고 이름 붙였다. G는 ‘Group'의 줄임말로, G8은 8개 국가들의 그룹, G20은 20개 국가들의 그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G20은 방금 언급한 G8이 확대된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유럽연합(EU) 대표부가 추가되었다. G8도 처음부터 8개국이 모였던 것은 아닌데, 1975년 세계 경제대국 6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으로 시작하여, 1976년 캐나다가 가입해 G7이 되었으며, 1998년 러시아가 가입함으로써 G8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G8전에, ‘G'가 붙은 또 하나의 그룹이 먼저 생겨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G77으로, 이미 G8의 전신이 생기기 훨씬 전인 1964년, 유엔 개발위원회(CNUCED)에서 결성된 개발도상국 협력체를 가리킨다. (현재는 130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왜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그룹을 형성하고, 협력을 꾀했을까? 당연히도 국제회의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제력, 군사력 등이 우위에 있는 국가들의 이익은 종종 개발도상국들과 상충한다. 그런데 이런 큰 나라들 마음대로 국제질서가 만들어진다면, 개발도상국은 더더욱 빈곤과 지적 차이를 좁힐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이에 맞서 자신들의 권익을 제대로 주장하기 위해 힘없는 국가들은 단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개발도상국의 연합에 맞서 몇몇 국가들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감독 하에 스스로 부여한 권한으로 국제적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G8이었다. G8은 실제로는 초민족(초국적)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비난의 표적이 되어왔다. G20 역시 여전히 이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바로 이 G20에 한국이 포함되었고, 영광스럽게도 개최까지 결정된 것이다.


개최국으로서의 이익?
  G20의 일원으로서 또한 개최국으로서 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세계경제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은 사실일까? 우선 G20 정상회의는 세계금융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기구’로, 집행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 집행력은 IMF, IBRD 등 미 재무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기구들이 가지고 있어 G20은 중상위 국가들을 포섭하기 위한 미국의 상징물 정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회의 내에서도 G2가 실질적인 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2’는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근에 언론에서 만든 말 중 하나다. 2년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중-미간 전략적 경제대화’라는 이름의 회담이 열렸는데, 최근에는 이것이 ‘중-미 전략경제대화’로 이름을 바꾸며 강화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중요 사안들이 이제 두 강대국(G2)의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이며, G2가 합의하면 G20은 별 반대 없이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강대국들의 회의에 낀다고 해서 이 테이블에서 동등해질 수 없으며, 오히려 강대국들의 회의테이블이기 때문에 이런 위계는 더욱 심할 것이다.
  개최국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은 어떨까? 전례를 보면서 예상을 해보자.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미국 피츠버그에서의 G20회담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땠을까? 피츠버그에 살고 있는 한 한국학 학자가 쓴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면 (데니스 하트,「모처럼 돈 벌 기회, 시위로 망치지 마」, 9월 24일), 시내의 호텔이란 호텔은 모두 만원이고 음식점들도 크게 붐볐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회담기간 동안 시내 중심가는 완전히 봉쇄되어, 가게들은 문을 닫고, 버스도 다니지 않았으며 도로와 교량도 폐쇄되었다. 보통은 900명이었던 피츠버그의 경찰력을 3100명으로 증강, 펜실베이니아 주 경찰 1천명을 따로 투입, 주변에 있는 주방위군 2000명 경계 태세 돌입, 도심에 인접한 강을 경비하기 위해 해안 경비대까지 출동... 이렇게 해서 회담장 경비에만 1950만 달러가 들어갔다. 보안문제 외에도 회담 전후로 도시를 정비하고, 도로와 보도를 수리하고, 낙서를 지우고, 빌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의 비용과 도심에 있는  비어있는 가게를 임시로 예술품 전시나 홍보용 공간으로 대체하면서 든 비용, 예산 부족으로 2006년부터 고장이 난 채로 두었던 시내 중심가의 분수 수리비.. 이 모든 비용을 합치면 2500만 달러에 달한다.
  해외 사례 말고, 2005년 겨울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사례는 어떨까? 개최 전 부산발전연구원의 지역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4,021억 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부산지역 연간 지역총생산은 45조였고, 취업자는 159만 명에 달하고 있었다. 즉,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전체 부산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 회의 전부터 지적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APEC회의 당시 북구 만덕로와 서면, 해운대 일대의 생계형 노점상들은 쫓겨나고, 슬래브 지붕으로 이루어진 주택가와 고물상, 공단 등은 공사용 가림막으로 가려진 것이 9시 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떠나 한국이 G20의 일원이건 아니건, 개최를 하건 안하건 이 회의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G20의 기본적인 성격, 바로 세계 부자국가들과 거대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명백한 정치적 성향이 이 회의에 있기 때문이다.


G20의 제일 큰 문제는 이거야!

  G20은 현재 세계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나 ‘금융화’의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 1차 회의 때부터 주된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가 위기의 원인이었던 파생금융상품 시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첫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는 여러 학자들과 운동세력들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위기를 넘어설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첫 회의가 끝난 후에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G20은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모델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2009년 6월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세계 금융경제 위기와 그 영향에 관한 유엔회의’가 조직적으로 보이콧을 당한 사례이다. 이 회의는 유엔 가입국인 192개국이 참가하는 회의였고, 매우 중요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또한 G20 회원국들의 참석을 위해 회의 개최를 3주나 연기하기까지 했지만, 주요 지도자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의가 보이콧당한 이유는 조지프 스티글리츠라는 온건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보고서를 기초로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들에서 점증하고 있는 소득 불평등’이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와 노동 수입의 감소(임금 디플레이션)에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가 대규모의 가계 부채, 특히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양산했다. 즉, 국경을 넘나드는 서브프라임 대출의 ‘증권화’가 자산 거품을 키웠으며 금융기관들은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해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현 세계경제에 최선이라는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때문에 한국은 IMF사태를 맞이하였으며, 전 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삭감되었으며, 빈곤층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에서는 바로 이것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대안을 상상하기에 반대를 외친다!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는 길은, G20 개최국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논의되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결정되는 정책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GDP의 15%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앞으로의 세계경제정책에 따라 많은 이들의 생존이 좌지우지될 170여국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G20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계속되면 피해를 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안을 상상하기 때문에, 회의를 반대하는 것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회의 개최가 결정된 직후부터 회의장 안 만을 비추고 있고, 회의장 밖의 목소리에 조명을 돌릴 때는 반대 시위자들을 폭도로 몰고 싶을 때밖에 없다는 것을 이들도 잘 안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러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국가의 지도자만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모인다.
  또한 이들은 이러한 회의를 직접 개최하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맞서는 포럼으로 출범하여, 2009년 1월 아홉 번째 회의를 진행한 세계사회포럼이 그것이다. G20에 포함되어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베트남전 참전과 같이 개발도상국을 짓누르며 경제발전을 꾀한 역사를 반성하고 민중의 대안을 논의할 회의장을 내 줄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은 헛된 걸까? 우리는 세계 유지들이 모여 자신의 부를 어떻게 유지하고, 불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거부한다! 우리는 민중들의 모여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는, 그런 회의 자리를 환영하고 싶다!


* 참고한 글
- 데니스 하트,「모처럼 돈 벌 기회, 시위로 망치지 마」, 9월 24일, 오마이뉴스
- 베르나르 카상,「신자유주의에 매료된 ‘G’그룹의 착각」, 10월 6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김석준,「"아펙 효과 모호하고 추상적, 희망사항만 나열"」, 2005년 11월 14일, 참세상,
-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회,「 G20 정상회의와 국제금융질서 개편 논의」, 2008년 12월 2일, 사회화와 노동 413호

Posted by 행진

2009/10/15 21:59 2009/10/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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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빈곤철폐투쟁에 날에 함께 합시다!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UN은 2000년 총회에서는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통해 2015년까지 절대빈곤과 기아를 대폭 감소할 것을 결의했지만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 10억명, 전 세계인구의 1/3에 가까운 27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빈곤은 저개발 국가 뿐만 아니라 소위 G20에 들어가 있는 한국에서도 존재하는 현실이다. 남한에서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인구가 10%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위소득 50% 이하인 상대빈곤인구는 15%에 달한다. 결식아동의 숫자가 10만 명을 넘고, 노인빈곤율은 OECD 30개 국가 중 최고에 달해 노인가구 두 가구 중 한 가구꼴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으며 여성의 빈곤 역시 심하다. 저개발국가의 식량이 빈곤의 최대화두라면, 남한에서 생겨나는 빈곤이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삶을 만들어내는 것은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빈곤을 전가하고 빈곤의 나락으로 사람들을 밀어넣고 있는지 1017빈곤철폐의 날을 통해 알고, 이에 저항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남한의 빈곤의 심화와 불평등의 악화는 96-97년 IMF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사회구조적으로 정착되어 나라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더라도 빈곤인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실업과 해고, 구조조정은 노동의 유연화로 비정규직의 양산과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되게 만들었고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한 노동자(working poor)'가 생기는 악순환의 고리는 20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불황 이후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불황의 여파는 빈곤층에게 더욱 고통스럽게 영향을 끼쳐 실질소득이 떨어지고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었고 남한은 그 수치가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경제불황과 사회적 안정망의 부족으로 일자리가 줄고, 청년, 중년, 노년, 이주노동자, 정주노동자, 남성, 여성, 장애인, 비장애인이고 할 것 없이 전반적인 계층의 서민들의 삶은 빈곤의 사슬과 고리에 얽혀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활성화란 명목으로 부자에게 감세하고, 개발을 통해 건설자본과 땅투기꾼들의 배를 불리며,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을 펼친다고 보금자리주택과 취업후 등록금상환제, 미소금융 등의 저소득신용대출사업을 정책으로 만들었지만 국민들의 고통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라 밑지지 않는 선에서 돈벌이로 활용하는 것과 다름아닌 정책들을 만들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4대강사업을 추진한다면서 22조나 되는 예산을 쓰지만 정작 서민들에게 필요한 복지예산은 축소하고,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급비와 노동연계복지로 불안정하고 한시적인 희망근로 일자리를 정책이랍시고 내놓으면서 점점 거꾸로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또한 대학인의 삶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다.등록금이 1000만원을 웃돌면서 가계엔 자식을 교육시키는 것이 큰 부담과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 취업 후에 등록금 갚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를 정책으로 내놓고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어 갚게 하면서 희망으로 움틀 청년들의 시작을 빚으로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해고와 실업이 넘치는 시기에 청년들의 일자리를 청년인턴제로 대체하면서 청년의 노동과 일자리를 보호하기는 커녕 비정규직, 한시적 일자리로 실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전민중의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며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10월, 가난한 사람, 점점 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서민들에게 닥친 현실은 희망적이지 않다. 더구나 가을의 차디찬 바람을 따라 희망은 저절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희망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스스로 권리를 말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을 가열차게 만들어가자!

학생운동의 실천은 전체 운동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전체운동에서 반빈곤 운동은 신자유주의 하에 구조적인 문제들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점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사실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모든 싸움은 넒은 의미에서 반빈곤 투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에  한 실천 역시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으로 정세를 구성하는 투쟁과 맞물리면서 반빈곤운동에 결합하고 전체운동으로의 흐름을 만들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빈곤의 문제를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세계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빈곤을 뛰어넘는 반빈곤운동이 이 투쟁에 함께하는 학생운동의 의의라 하겠다.

○ 용산 투쟁과 개발 
경제위기의 초입에 가장 먼저 봄을 잃은 채, 숨 막히는 투쟁의 여름 그리고 가을이 지난다. 지난 1월 20일 용산 한강로에는 살인적인 진압과 그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다. 기나긴 투쟁은 해결의 기미는 커녕 점점 시간만 갉아 먹으며 9개월이 되어간다.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발생한 용산참사에 대해 검찰은 모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가하였다.또한 검찰이 경찰 간부 및 용역 회사 직원들의 진술이 담긴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고 용산참사의 해결 역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자본가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온 나라를 뒤엎고 서민들일 짓밟는 개발로 온 나라를 삼키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과 하나가 되어 나라를 팔아먹기 시작했다. 올 해부터 시작된 개발,10월 9일 시작된 디자인 올림픽, 그리고 더욱더 극렬히 진행될 4대강 정비사업까지 기업들을 배터지게 하려는 정권의 행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땅에 누울자리 하나, 집 없는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를 빈곤의 나락으로 빠뜨렸던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에서 오뎅과 오이를 먹으며 서민경제에 힘쓰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갈길을 잃은 산화하신 철거민과 주거와 생존의 권리를 잃은 세입자, 노점, 영세상인들의 삶은 정권의 개발정책의 찌꺼기로 탄압받고 있다. 

○ 기본생활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지 10년,벼룩의 간을 내어먹는 공무원들의 복지급여 횡령과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침으로 수급자를 줄이기 위한 용산구청의 의료급여1종 수급자를 2종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 등 덜도 아니고, 더 복지의 문제점들이 폭발한 한 해였다. 98년 IMF 경제위기 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면 법으로 저소득 빈곤층의 생계를 지원해주겠다며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작용하여 수급권자의 권리 무시, 일방하달식 복지행정의 만연한 것이 수급자의 동의없이 복지급여 횡령이나 수급의 강제 전환을 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자신에게 어떠한 수급의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제도의 오류의 행정상의 실책으로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공공의 정책이기에 책임지지 않고 수급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또한 2010년 최저생계비가 물가상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 2.75%를 보이며 1인 가구 50만 4344원, 4인 가구 132만 6609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최저생계비 결정은 2000년 도입 이래 최저치의 인상률을 보였고,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예산 짜맞추기로 권리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우겨넣듯이 구석에 쳐박혀 있다. 또한 빈곤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아닌 개인과 가족에게 있다고 떠넘겨 빈곤으로 인해 가족 관계가 파탄나는 등 빈곤층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의 요소가 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의 방기가 사람들의 삶을 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 사회서비스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사회정책을 가미한 것으로 새로운 대안 국가모델이라고 칭송받는 사회적 투자 즉, 사회투자국가론은 복지를 생산요소로 보고 이에 투자하여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론이다. 사회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부족과 경제 활동을 가중시키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사회적서비스를 이를 통해 채우는 방식으로 빈곤과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초로 바우처 서비스가 등장했다. 사용자가 돈을 지불에 복지를 사고, 일정한 교육을 받은 저소득층 및 가사노동자인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것을 강화하며 집 안에서 가사노동자로, 사회에서 시급제 비정규직 임금노동자로 살아가도록 하는 정책으로 유효인력을 확충하여 사회가 힘쓰지 않고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하며 여성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남겼다. 허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정책을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자본들이 투자하여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에 복지예산은 줄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예산은 축소되었고 나머지 예산을 민간자본에게 투자하면서 돈벌이로 만든 차고 넘치는 양성기관들이 생겨났고 정작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은 복지로부터 더 멀어지게 되었다. 현재 사회서비스 정책은 복지는 권리가 아니라 물건이 되었고 그 안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서비스가 아닌 민간자본들의 먹이감이 되어버렸다.

○ 생활임금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는 복지예산이 사상최대로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8.6% ,추경예산에 비하면 0.7%로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터무니없는 예산 인상이다. 게다가 천원 오른 장애인 연금과 보금자리 주택사업이나 청년인턴제, 희망근로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였지만 정작 급하게 필요한 긴급복지지원이라던가 저소득층의 장학금을 삭감하였다. 특히 경제위기에서 복지 예산을 늘려 서민들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불안정하고 한시적인 일자리 대책을 우회하고는 서민들의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지금의 복지는 근로연계의 ‘조건부 수급’ 조항을 두고 있어 사회권으로서 의무로 자활사업에 참여하거나 직업훈련을 받게하고 이를 핑계삼아 기초수급을 탈락시킨다. 권리를 권리로서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노동력이라도 갖춘 사람들은 수급을 주지 않으려 수급자에게 조건을 부과한다. 더불어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거나임금도 수급을 받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저임금인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수급자들이 노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고 싶어도 노동의 현실은 수급과 비수급의 사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있을 뿐이다. 자본가들 스스로 만들어낸 경제위기, 그리고 과도한 투기로 불러온 금융의 위기는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과 해고, 실업으로 홍수처럼 밀려들어왔다. 더불어 점점 비정규직화 되고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팽배하는 지금, 복지의 확대가 곧 서민생활의 안정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더욱이 노동의 권리에 대한 보장 없이 절대 복지의 확대가 서민과 수급자의 삶과 권리가 향상 될 수 없다.

꿈꾸지도 못했던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넘치고 넘치는 생산량을 만들어내고 전세계 인구가 단시간 노동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와있다. 하지만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과 강도 높게 장시간 지속되는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엔 공식적인 노예로 백인에게 흑인이, 어른에게 아이가, 남성에게 여성이 함께라는 이름에 숨겨져 수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비공식적인 자본가의 노예인 노동자에게 다시금 경제위기 속에서 함께 살자고 이야기하고있다. 함께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쌍용자동차가 그랬고 거리로 쫒겨난 철거민들도 그랬다. 경기회복이 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연일 빵빵 터지는데 우리네 삶은 어떠한가? 물가는 더 치솟고 너무도 비싼 등록금, 벌어도 벌어도, 노동하고 또 노동해고 사는 것이 더 팍팍하다. 구조조정으로 해고와 실업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픽픽 쓰러져 가는데 누군가의 아파트가, 누군가의 세금이, 누군가의 주머니는 불어간다.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이젠 저들만의 잔치에서 우리의 삶을 되찾아 와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성별, 나이, 인종, 국적, 장애, 성정체성 등의 차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꿈조차 꾸지 못했던 미래를 되찾아오자. 안정된 일자리와 적정한 소득, 살만한 집과 풍요로운 배움, 건강하게 살고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저항과 연대를 통해, 이제 함께 외쳐보자! 

Posted by 행진

2009/10/15 21:56 2009/10/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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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이봐요, 그런 건 개그 아니에요.

이봐요, 그런 건 개그 아니에요.

-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호소'에 대한 쓴소리 -

바야흐로 개그의 시대다. 별로 안 웃긴 내 친구는 ‘웃긴 것도 권력인 것 같아’라고 푸념을 할 정도다.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센스가 넘치는지 웬만한 건 전부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을 욕해도 그냥 안 하고 우스운 별명을 지어주거나 사진을 합성하거나 해서 반드시 웃음의 소재로 삼고야 만다. 점점 살기 팍팍해지니 뭐든지 웃음으로 승화시켜보려는 노력 같은 걸까?

나 또한 개그욕심 충만한 요즘 사람인지라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것들은 기어코 찾아보고야 만다. 요즘 뜨는 개그 코너가 있다고 해서 뭔가 하고 찾아봤다. 모 개그프로에 나오는 ‘남성인권보호위원회’라는 제목의 코너다. 이 코너에서는 연애관계에서 벌어질법한 상황들을 제법 세세하게 묘사한다. 예를 들면, 여자는 생일에 남자에게 명품 백 사달라고 하면서 남자 생일 때는 정성들인 선물이랍시고 (아무 짝에 쓸모없는)십자수를 준다거나, 같이 여행가자고 해놓고 남자가 기름 값 내면 양심적으로 톨게이트 비는 여자가 내야하는 것 아니냐, 여자들은 그 돈 아끼면 살림살이 나아지냐 뭐 이런 내용이다. 사람들이 연애하면서 충분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 불만 쯤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게 생긴다. 저기서 무슨 권리를 보장하라는 거지? 여자보다 돈 덜 쓸 권리 말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권리’가 뭐지? 그냥 웃고 넘어가라고 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아서 그냥은 못 넘기겠다. 아무리 모든게 웃음의 소재가 되는 시대라고 해도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리는 1차적인 자극들에 무조건 웃음으로만 반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좀 꼬장꼬장해져볼까? 

이 코너는 어떻게 웃음을 유발하는 걸까? 아마도 남녀관계에 있어서 여성에게만 용인되는 것들이 사실은 남성의 ‘권리’를 빼앗고 있단 말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 근데 이런걸 권리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남성인권보호위원회.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내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하면서 남성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가만히 있지 말고 다 같이 일어나서 외쳐야 한다고 선동(?)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코너가 끝날 때쯤에 무대 위의 배우들은 남성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함께 구호를 외친다. 배우들은 진정한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면서 구호를 외치지만 여성이 데이트비용 더 많이 내고 남성이 돈 덜 쓰는 게 평등일까? 개그 프로에 뭘 그런 것까지 바라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실제로도 사람들이 남녀평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데이트비용 문제나 군대문제인걸 보면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방송에서 ‘평등’을 이런 식으로 쓴다는 것은 달갑지가 않다. 방송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여기에 사람들이 보내는 반응을 보면 사회가 남녀평등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만 할 것 같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불평등을 만드는 것이 무언가 더 요구하는 여성들, 그에 비해 점점 빼앗기고 있는 남성들의 싸움은 아닐 것인데 왜 이것을 소재로 삼는 코미디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까? 남녀평등으로 나아가는 사회라고 하는 우리 사회가 ‘평등’을 어떤 가치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그냥 웃고 즐기면 되지 따박따박 말대꾸 한다고 짜증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다간 뭐가 정말로 지켜져야 하는 가치인지를 구분 못하고 감각적으로 재미있는 것들에만 반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건 정말 무섭지 않은가? 실제로 인터넷으로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이 코너에 대한 비판이나 불편함에 대한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떤 기사들은 풍자로서 손색이 없는 코너라고 하던데 내 생각에 진짜 풍자는 이런게 아닌 것 같다. 진짜 코미디는 사람들이 불만이라고 느끼는 것을 정확히 꼬집어서 웃음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코너는 풍자를 하려는 건지 말장난을 하는 건지 잘 구분이 안 간다. 진지한 풍자를 하려거든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왜 남성들의 권리와 부딪히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풍자’는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권리’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것이, 남성의 권리가 여성의 권리와 대치되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남성들에게 더 이상 빼앗기지 말자며 웃음을 유발하는 방송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 열렬한 호응을 보내서 그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순간의 웃음 뒤에 조금의 찜찜함이라도 남아있었다면 함께 이야기해볼만 한 것 아닌가? 인터넷 상에 그 찜찜함을 털어놓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해보자. 도대체 그 찜찜함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Posted by 행진

2009/10/15 21:49 2009/10/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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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지환 2009/10/20 11:11 # M/D Reply Permalink

    2008년 9월 10일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무거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남성은 여성보다 더 무거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는 남성에게 여성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여성을 보호할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은 전국학생행진 게시판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즉 남성이 더 무거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남성의 가족부양의 책임과 마찬가지로, 여성주의자들이 ‘가부장제’라 부르는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의 잔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중간에 “배우들은 진정한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면서 구호를 외치지만 여성이 데이트 비용 더 많이 내고 남성이 돈 덜 쓰는 게 평등일까?” 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진정한 양성평등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비롯한 경제적인 책임을 균분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남성에게도 여성들처럼 경제적인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코미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남성인권보호소>에서 말하는 ‘권리’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어째서 ‘권리’인지 이해를 못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귀하께서는 남성이 더 무거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시려는 것인가요? 만약 전통적으로 여성이 데이트 비용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을 ‘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남성이 전통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비롯한 돌봄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도 ‘권리’가 아니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입니다. 전통사회에서의 남성 억압과 여성 억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주의자들이 보다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남성인권보호소>를 보며 언짢아하기에 앞서, 왜 지금껏 남성 혼자 더 무거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왔으며, 어째서 많은 이들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왔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2. 아다리 2009/10/20 20:05 # M/D Reply Permalink

    저또한 한지환씨 의견에 공감합니다. 왜 이러한 코메디가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스스로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약한존재, 보호받아야할 존재로 만든점은 없는지 ,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적은 없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치있고 존중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찜찜하다고 표현하셨는데. 저희도 여성들이 그러한 말하면 찜찜합니다.

    1. 보다가 2009/10/29 20:31 # M/D Permalink

      저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남/여의 권리가 충돌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분명히 써있지 않나요? 이런 말 할 수 있겠다고.(두번째 문단에 있습니다) 지금 이 글에서 제기하는 것은 '권리'나 '평등'이라는 것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기하는 것 아닙니다. 군 가산점을 성별 갈등으로 치환하고 데이트 비용을 성별 갈등으로 치환하는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런 코메디가 왜 나왔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그런 행동을 긍정하지도 않습니다. 이건 사회적 현상이고 이 원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상이 그래왔기 때문이겠죠.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청순이 바로 그거 아니었나요? 이 사회가, 남성들의 시선이 여성들을 그렇게 키워왔겠죠. 평등이나 권리라는 말은 이런 지점에서 사용이 되어야 하는 말 입니다.
      저는 남성들에 의해 보호받길 원하지 않는 여성입니다. 군대에 의해서도 경찰에 의해서도 당신들에 의해서도 보호받길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사회의 동등한 공동체로서 말이죠. 당신들이야말로 그럴 준비가 되어 있나요? 무거운걸 드는 여자를 보고, 추운 날씨에도 씩씩한 여자를 보고 '그러고도 여자냐'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었는지 자문해보시길 권합니다.
      아, '여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더 물리는건 남성 차별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동시에 '예쁜여자가 그런다면 참을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보기도 권해드리죠.

    2. 한지환 2009/10/30 21:37 # M/D Permalink

      “남성들의 시선이 여성들을 그렇게 키워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 하에서 남녀 모두는 강압적인 성역할만을 요구받아온 피해자임과 동시에 수혜자였으며,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비롯한 경제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분명 그들에게 주어진 ‘면책권’, 즉 권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성별 이원체계 하에서 여성이 누렸던 배타적인 권리를 생각하지 않은 채, 여성이 일방적인 피해자였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절름발이 페미니즘에 근거한 편협한 태도인 것이지요.
      진정한 양성평등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면책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면책권’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성별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분명한 비판이 가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인권보호소>가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매도한 전국학생행진 측의 태도는 합리적이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귀하의 말씀처럼 “남성들의 시선이 여성들을 그렇게 키워왔기 때문에” 여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라면, 가사와 육아를 비롯한 돌봄 노동과 관련해 남성들이 누려온 ‘면책권’을 논함에 있어, ‘사회로부터 성별 이데올로기를 일방적으로 주입받은 남성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통사회에서의 남성 억압과 여성 억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성별 이데올로기를 비판하셨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통적인 성별 이데올로기를 포기하지 않은 채 상대 이성(異性)에게 고정적인 성역할만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귀하께서는 그러한 성별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말씀하시지만, 귀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여성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아하니 귀하께서도 양성평등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군요. 시간 나실 때 제가 쓴 에세이「한국 여성에게 고하는 글」을 한 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귀하와는 이야기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http://blog.daum.net/pipaltree/17181029).

    3. 아다리 2009/12/30 14:25 # M/D Permalink

      보다가님의 글을 이제사보는군요. 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고 하면 변명으로 들릴수밖에 없는 논리의 오류를 펼치시고 계시는데. 이것이 곧 남성=잠재적 성범죄자의 이미지를 덧씌워 버리는 상황인것을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자기수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본능입니다. 사회의 동등한 공동체로서 살고싶은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비판하는 방향은 아까도 이야기한 이미지를 가지고 호도하는 논조 의 문제 인것입니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가 나온이유나 전국학생행진이 이를 비판하는 논조모두 별반 차이가 없는 헐뜯기에 가까운 논조는 색안경을 낀 사람의 눈에 모든것이 그 색깔로 보이는 격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3. 후후 2010/02/16 23:20 # M/D Reply Permalink

    재밌는 토론이군요. 근데 댓글들 달린지가 두달이 다되어가는데 행진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으시네요.

[30호] 레인보우 스쿨 운동회 후기

레인보우 스쿨 운동회 후기
 

자면서도 중얼거릴 수 있는 우리말이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생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성신레인보우스쿨 자원활동가 - 호랑 -


10월 11일 레인보우스쿨 운동회에 참여 했습니다. 세미나를 제외하면 한글교실에 참석한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인데, 앞으로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 도착해서 치즈타임 케이크로 함께하는 **쌤의 생일파티도 하고, 팀을 표시하는 끈도 묶고 12시가 조금 넘어 운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른 지역 선생님들과도 만날 수 있었고 다섯명의 이주노동자분들도 뵈었습니다.

 약식 국민체조, 단체줄넘기와 3인 4각, 피구 로 진행된 운동회의 두번째 순서인 3인 4각을 서래쌤, mns씨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이주노동자분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이해하셔서 놀랐어요. 저는 외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관계로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있는 말' 사이의 고민이 얼마나 큰지, 답답한지 그분들만큼 절박하지는 않겠지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태어나서 20년을 써온 언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수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지극히 간단한 문법에 대해 물어보신다 해도, 제대로 답해드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은 배우는 것은 쉽지만 한국어가 얼마나 어려울지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 것에 맞춰 조금이라도 선생님 답도록 한글 공부도 조금씩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고 식사시간이 파하기 직전에 이주노조분을 통해 집중단속 얘기를 듣자마자 뭔가가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는 도중 들었던 생각들. 사실 이 한글교실에 참가하기를 결정하면서부터 이어져온 고민과 갈등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행위. 난폭하고 비인도적으로 느껴지지만 체류기간이 끝나고도 머무는 것이 ‘적어도 법적으로는’ 정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단속은 정당한가? 라고 했을 때 단속 역시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단속이 정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단속 과정에서 ‘그들 역시 법을 어기기 때문’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미리 고지하고 단속을 한다고 해서 옳게 느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는 왜 그들의 행동에 반감을 느끼는 것일까?
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법을 가지고 고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분들이 계속해서 머물 수 있고 권리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단지 그분들께 끌리는 인정 때문이라면- 너무 위태로운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고민이 드는 걸까요? ‘행동’하는 것이 겁나서 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글교실을 하면서 더욱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지, 명확한 신념- 거창하게 신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글교실을 통해서 이러한 갈등과 고민을 뛰어넘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행진

2009/10/15 21:46 2009/10/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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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한 "서평 아카이브"

* 아카이브 _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

전국학생행진의 <서평 아카이브>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서점에 가보면 여전히 새롭게 출판되는 책들은 넘쳐납니다. 이 책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다른 세계의 전망을 밝혀줄 책은 무엇일까요? 여러 학교의 필진들이, 교양서, 학술서, 신간소개, 절판되었지만 꼭 읽으면 좋겠는 책들을 간추려 서평 형태로 소개합니다. 매 뉴스레터마다 소개되는 책들을 눈여겨보고, 직접 찾아 읽으면서 대안 세계로 향한 힘찬 한 걸음을 내딛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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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춤을 추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모습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시대를 꿈꾸었던 <프라하의 소녀시대>


같은 땅을 딛고 서있지만 다른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그녀들의 삶에 대하여 호기심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 연대의 감정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작은 남한에서 태어나 경기도 부천시의 작은 동네가 전부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말을 하며 살아가는 이국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가 없고, 교통질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길거리가 곧 집인 베트남에 갔을 때 이곳이 ‘제 3의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도 바로 이 자체로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바로 내 옆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숨쉬고, 먹고, 자고,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뚜렷한 자아가 형성되기 전 까지 십 수 년 동안 받아온 교육의 힘이란 실로 거대하다. 대한민국에서 초중등 교육을 이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생각, 국가와 민족에 대한 생각이 비슷비슷하다. 우리는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배우며 자란 소년 소녀들의 삶은 어떠할지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 아마도 그러한 삶이 있다는 것부터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마음을 좁게 먹는다. ‘지금’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지 않는다. 돈에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이 세상에 잘 적응하기 10개월짜리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을 만나기가 훨씬 쉽다.

책은 다른 삶을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1980년대에 태어나 한국 사회에서 자라온 20대라면 만나보지 못했을 네 여성1)의 삶을 통해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의 아버지는 각 나라 공산당의 이론 정보지인 ≪평화와 사회주의 제문제≫의 일본 공산당 대표로 선발되어 가족 모두가 프라하에서 지내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5년간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일본에 돌아가서도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을 잊지 못하던 저자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동구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친구들이 무사히 살고 있는지 걱정스러워 결국 1995년, 특히 친했던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30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각자 조국의 운명처럼 너무도 다른 날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저자와 친구들의 소녀시절 이야기와 현재가 교차되며 등장한다. 저자가 5년간의 프라하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겪었던 공산주의 사회와 자본주의 사회 간의 차이에 대한 혼란스러움, 그리고 급물살처럼 흘러간 동유럽 친구들의 살아온 날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글의 전개는 논픽션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책에서는 공산주의 사회가 어떠한 지 그 어떤 교과서나 영화보다도 실감나게 말해주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일본에 돌아온 저자가 프라하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는, 같은 시기, 다른 두 사회를 살아가는 중학생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자유’가 더욱 빛을 발하는 공간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 공산주의 사회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곳도 자본주의 사회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뚱뚱하거나, 키가 작거나, 얼굴에 주근깨가 많은 것도 모두 개인의 다양성이라면, 진정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는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이 아니라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였다. 우리는 단지 화려한 쇼윈도에 진열된 패션상품들에 현혹되어 진정한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시 프라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인해 상품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지만 지금의 남한 사회보다 더욱 다양한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는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끔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것이 모두 문화인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문화의 범위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오늘날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대중문화’라 칭하는데, 이것은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프라하에서 저자와 친구들은 사흘에 한 번은 연극이나 오페라, 콘서트에 갔다고 한다. 주말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람회에 가는 것이 당연했고. 하지만 2009년의 대한민국에서는 극소수만이 사흘에 한 번 연극이나 오페라를 즐길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이 창조하는 모든 것이 문화일 텐데 우리는 지금 문화예술에도 귀천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문화’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자.

글을 맺기 전에 이 책이 픽션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책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책에 등장하는 그/그녀들의 가치관이 결코 ‘억지로’ 주입된 것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이라는 점이 책 속의 한 줄 한 줄에서 더욱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필연이라고 믿었던 지금 이 곳에서의 삶의 모습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게 녹아내리는 얼음동상과도 같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물로 또 다른 멋진 얼음동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저자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으로 60억 지구인들의 60억 가지 이야기를 모두 느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좁은 생각 속에서 자라 왔는지를 뜨겁게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며.

ps.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삶을 보기 위해 곧바로 배낭 메고 세계 일주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함께 다른 세상을 배우고, 만들어 갈 ‘소돌프’2)들이 넘쳐날 테니, 그 마주침 속에서 시작하자.

1)  작가가 찾아 떠나는 친구는 세 명이지만 이 과정에서 작가 자신의 삶 또한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작가를 포함하여 네 여성이라 하였다.
2) ‘동지’를 뜻하는 체코어. 즉, 혁명가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인데, 이미 10월 혁명이 반세기가 지난 당시 소련에서 ‘동지’라는 말은 상당히 일상용어로 자리 잡고 있었다. 책 속 저자와 친구들에게도 익숙한 단어.

Posted by 행진

2009/10/15 21:42 2009/10/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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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소 2009/10/28 04:47 # M/D Reply Permalink

    제, 제목에 심대한 오타가.... @_@;;

[29호_발간사]

2009년 상반기,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들

  수천억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사람 목숨도 아깝지 않은 건설자본과,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특공대를 투입한 정부가 다섯 명의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산참사. 그렇게 MB집권 2기는 시작되었다. 수수료 30원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너무나 버거웠던 ‘아름다운 기업’ 금호 아시아나 소속 대한통운은 문자로 노동자들에게 해고통보를 날렸고, 이것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화물노동자 박종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 측은 화물연대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2009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민주노조 사수!’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의 여름은 잔인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가족대책위 분들의 투쟁이 여름 내내 전개되었다. 스티로폼을 녹일 정도의 최루액을 매일같이 뿌려대고, 온갖 악선동을 퍼붓는 경찰과 사측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고자-비해고자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서로를 믿으며 싸웠다.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수사와 사측의 노조파괴공작 속에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2mb시대, 민주주의를 추억하는 사람들

  김대중, 노무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집권했던 시간을 두고 누군가는 진보정치 10년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사실 그들을 대통령을 만든 것은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보였던 ‘저항하는’ 삶이었다. 독재정권에 맞서고,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던 그들에게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꿈을 맡겼다. 그러나 그들이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IMF= I‘m fired.”라는 씁쓸한 농담이 오고갔던 97년 이후 두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언제 빠질지 모르는(먹고 튈지 모르는!) 투기 자본을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해외 금융자본의 투기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진보’, ‘정치’에 기댈 것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실용주의’ 이명박 정권을 택했다. 이념보다는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노무현과 김대중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녀들이 되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녀들이 추억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이명박이 해도 너무하다는 사람들의 분노는 어디로 어떻게 수렴될까.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기억은 제대로 해야 한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흘렸던 눈물이 청계천을 만들고, 한강르네상스를 만든 것 아닌가. 우리에게는 미화된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안이 필요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남한을 휩쓸었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환율이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빈곤율과 실업률은 치솟고만 있다. 국민연금은 연기금으로 1조 규모의 펀드투자를 한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부동산/금융 투기열풍이 되살아나고 있다.
신종플루에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타미플루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특허 유예를 ‘강제실시’하지 않는 이상, 현재 스위스의 로슈사가 독점 생산하는 타미플루의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특허로 인한 고비용도 문제다. 건강의 문제에 있어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뉘고 있다.
  ‘국민의 방송’ KBS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비정규직 200여명을 해고하거나 자회사로 전환시켰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후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한 것이다.


  정부는 덩샤오핑과 마가렛 대처처럼 규제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연일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를 무작정 밀어붙이면서 사업 홍보에만 20억을 쓰는 정부다. 셋 이상 모이기만 해도 불법집회 운운하고, 5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몇 백 명의 전경들이 둘러싸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 정부가 ‘서민의 정부’를 표방하려고 애쓰고 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지하철 광고 문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이 달라졌구나, 하고 안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을지언정, 이마트/홈플러스의 SS마켓(SSM; 슈퍼 슈퍼마켓)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고용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있던 일자리마저 잃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통제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부유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네이버 메인에 뜨는 무수한 가십 기사들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해고는 살인이다”, “용산참사 살인진압 책임지라”는 절규는 무겁다 못해 우리를 짓누른다. 이럴 때일수록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이번 행진 뉴스레터 29호에는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Posted by 행진

2009/09/15 18:06 2009/09/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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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_시사1] 신종플루의 진정한 해결책

 지난 8월 15일 신종인플루엔자A(H1N1, Influenza A virus subtype H1N1, 이하 ‘신종플루’)로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에, 9월 16일 여덟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미 9월 초에 5,000명을 넘어선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9월 20일 현재 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신종플루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감염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현재 3500여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더군다나 신종플루의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사례를 보이는 H275Y 돌연변이체가 발견되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염성이 강한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신종플루의 치사율은 독감보다 낫다. 게다가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국가들이 겪고 있는 말라리아의 공포 등에 비하면, 신종플루의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점, 세계적 유행병이 된 배경, 치료제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생태를 둘러싼 문제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대 보건의료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인류가 감염성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어떤 세균이 나타나더라도 과학기술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후 더욱 강력한 내성과 복잡한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들이 출현하였고, 인류는 지난 10년간 10차례나 세계적 유행성 질병으로 공포를 겪어야 했다. 우리는 이런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개인적인 예방책에서 시작하여 일국적인 대응 방식, 자본주의의 이윤추구 과정을 연결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사회와 자연이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찾도록 하자.


○ 개인적인 예방책
 신종플루는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노인층이 신종플루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신종플루로 인한 치명률(감염자 중 사망자 비율)은 계절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약 0.1%로 알려져 있다. 신종플루의 잠복기는 1~7일로 추정되며, 발열과 기침ㆍ인후통ㆍ콧물ㆍ호흡곤란이 주요한 증상이다. 심해지면 근육통ㆍ관절통ㆍ피로감ㆍ구토 혹은 설사가 동반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인의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중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신종플루는 증상발현 이후 7일까지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에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것처럼, 우선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재채기나 기침을 할 경우에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화장지를 버린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으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사람과는 접촉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감염증세가 일어나면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Zanamivir, ‘릴렌자’)가 신종플루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군을 제외하면 확진검사와 항바이러스제 투약은 불필요하며, 충분한 휴식과 수분 및 영양 섭취를 통해서 치유가 가능하다고 밝혀졌다.

 개인적으로 예방을 잘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는 모든 세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에 계속해서 새로운 특징과 강력한 내성을 갖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 신종플루 역시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위험들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미플루



○ 보건의료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의무를 갖고 있으며, 신종플루와 같이 국가적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신종플루에 대응하기 위해서 병원은 격리 병동이나 음압 시설과 같은 특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윤이 낮고 일정한 규모의 시설이 필요한 전염병 관리 시설을 민간의료기관에서는 마련할 유인이 없지만,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국가가 지원 및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신종플루 사태를 보면서 국가의 보건의료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WHO는 2000년대 초부터 신종플루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해 경고했지만, 정부는 설정한 목표량인 인구비율 20%에 훨씬 못 미치는 5% 수준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점병원의 준비 및 교육, 격리병상과 격리중환자실을 마련하는 것 까지 준비사항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에서야 실질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건소와 국립 5대 의료원은 처음에는 신종플루를 막을 수 있다고 호언하였지만, 사태가 커지자 민간병원에 넘기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신종플루가 대유행으로 들어섰다고 판단되자 (반강제적으로) 치료거점병원과 거점약국을 지정하여, 고위험군ㆍ중증환자에 대한 집중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치료거점병원의 지정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폐렴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기준으로, 시ㆍ군ㆍ구별 1개소 이상을 선정했으며 현재 464곳이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거점 병원은 대부분 민간의료 병원으로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할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이러 인해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부실한 시설로 인해 최근에 21개 병원은 거점 병원에서 퇴출되었다. 게다가 초기에는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 병원은 격리 병동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였고, 보건소는 단지 의심환자를 거점병원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였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전염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들이 모여 있는 거점병원들은 대형병원들이라, 격리 병동이 없이 신종플루 환자의 1차 진료를 담당하게 되며 중증 질환자가 더욱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신종플루로 인해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우선 의료 공공성의 수준이 아주 낮은데 보건의료자원의 개발 및 공급이 현재 거의 90%가 민간투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정부에 의한 공공투자는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또한 1ㆍ2ㆍ3차로 나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거의 부재한 상태이며, 사실상 1차 의료기관이 고가의료장비와 병상을 갖추고 2ㆍ3차 병원과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과잉진료로 인해 병원비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신종플루의 대응 체계에서도 확진 검사ㆍ항바이러스제와 격리입원치료에 대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던 것을, 항바이러스제를 제외한 확진 검사와 치료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비용의 일부를 환자에게 부담시켰다. 결국 체계적이고 공고한 공공의료체계의 부재로 신종플루의 책임을 민간/민중에게로 넘기는 가운데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공공의료체계가 거의 부재한 멕시코나 미국에서 신종플루의 감염자 수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위험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올해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는 의료채권법ㆍ경제자유구역법ㆍ보험입법ㆍ의료법일부개정안 등의 의료민영화 법들이 다루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외국자본의 국내 병원 투자가 가능해지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 행위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위협을 일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의료 민영화를 막고 좀 더 체계적이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의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초민족적 제약자본의 횡포를 막자!
 전염병은 그 전파에 위생과 영양 상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일수록 확산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에 ‘빈곤병’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이런 실태를 보여주는 보도가 있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작성한 ‘신종플루 치료제 처방 현황’을 분석해보면, 신종플루 치료를 위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고소득층이나 강남 3구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까지 신종플루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모두 4139명이었는데, 10분위와 9분위에서 처방받은 사람은 1,215명으로 전체의 29.4%인데 반해, 1분위와 2분위 합계인 356명으로 전체의 8.6%에 불과했다. 신종플루를 통해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는 현상은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적재산권과 특허권을 독점한 초민족적 제약자본과 이를 비호하는 국제기구 때문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신종플루는 민중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이지만, 초민족적 제약회사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05년 WHO가 신종플루에 대비하는 치료제와 백신확보를 권고하였으나 정부는 오히려 관련 예산을 삭감하였고, 이후 위험이 확산되자 질병관리본부장이 백신을 구하러 외국 제약회사를 방문해야 했다. 정부는 최소물량만 제약회사가 부르는 값으로 사올 수 밖에 없었고,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구입에만 약 3000억 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미플루는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로슈홀딩(Roche Holding)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데, 공장을 최대한으로 가공한다고 하더라도 타미플루의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각종 백신은 초민족적 제약회사가 부르는게 값이 되고 있고, 이는 비단 신종플루의 치료제에 대한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지적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의 배타적 권리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는 강제실시에 대해 묵묵부답이고, 오히려 강제실시 주장을 약화시키는 가격인하나 기금마련 등으로 당장의 문제만을 해결하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초기에 여행 제한 조치, 경보수준 격상 등을 주요 강대국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실행시키지 못하였다. 실제로 강제실시가 이루어지는 곳은 미국ㆍ영국ㆍ캐나다와 같은 주요 중심부 국가들 뿐이고, 초민족적 제약회사가 일국 정부에 행사하는 압력도 상당하다. 게다가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은 의약품 제조과정과 의약품 자체에 대한 특허권을, 출원한 날부터 20년 동안 독점할 수 있다고 명기해 놓아, 초민족적 제약회사들의 이윤추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제약회사들의 몸짓을 키우고,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때 마다 큰 이윤을 챙겨주고 있다. 그들은 제조원가의 수백 배 혹은 수천 배에 달하는 비용으로 판매를 하더라도 지적재산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의 위험보다 민중의 건강에 훨씬 큰 위험을 가한다. 전 세계적 전염병이었던 천연두는 개발한 사람이 특허권을 포기하고 백신을 싸게 공급함으로서 사라지게 되었다. 각종 감염성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을 민중의 손으로 가져오고, 과학이 발견한 연구성과를 제약회사들이 독점하게 만드는 현재의 체제에 저항해야 한다. 이것은 신종플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이다.


○ 진정한 해결책: 사회-생태의 변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우리가 신종플루에 맞서는 방법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를 생산하고 이를 민중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우선 화학-생물 분야에서의 과학기술 발전을 전제하는 것으로, 어떤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하든 이를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백신을 만들어 처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로부터 좀 더 안전할 수 있는, 원인 자체를 최대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염병은 세균들이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에서 발발하는데, 같은 종의 생물이 특정한 면적에 얼마나 군집해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흑사병이나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은 도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창궐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축산업의 사육화에 따라 각종 가축이 밀집하게 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복제를 통해 전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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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신종 플루가 최초로 발생한 멕스코 베라크루즈주의 라글로리아 지역은, 스미스필드푸드사의 95만 마리의 돼지 사육 공장으로부터 8.5km 떨어져 있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사람ㆍ돼지ㆍ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고, 이 때문에 돼지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운반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1993년부터 돼지사육두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돼지들이 원거리 이동을 하며 바이러스가 퍼졌으며, 대규모 백신접종은 오히려 새로운 질병에 대한 돼지의 내성을 약화시켜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되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 신종 플루를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로 불렀고, 이는 감염의 원인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종플루A(H1N1)는 최소한 10년 이상 돼지농장을 떠돌고 있다가, 2009년 2월 이 지역에서 집단적인 감기 및 발열 증상이 발생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떠돌던 신종 바이러스가 왜 이 시기에 창궐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돼지농장의 노동자들, 돼지 도축장의 노동자들, 농장주들과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돼지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의사들도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전염원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진 멕시코에서 제때에 바이러스를 잡지 못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퍼지게 되었다.

 축산의 산업화로 인해 돼지나 닭의 생산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대규모 백신접종과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해 내성에 굉장히 약해진다. 대표적으로 폐쇄동물 사육시설에는 수천 마리 이상의 동물이 폐쇄된 공간에 집중되어 해로운 물질이 공장 밖으로 방출되는데, 대규모 축산시설은 보통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의 인근에 위치한다. 하지만 도시라는 공간은 각종 폐기물과 노폐물이 순환되어 정화되는 공간이 아니며, 일방적으로 농촌에 해로운 물질들을 배출하며 사회-생태적으로 자연을 착취해 간다. 축산업의 공장화와 대규모 사육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농식물에 대한 대규모 단종경작과 생태적 종의 감소, 그리고 유전자 변형 식품 등의 출현은 전염성 바이러스의 경로가 식물을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사회와 자연 사이에 이루어지던 신진대사를 파괴하고 있고, 전염성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급격하게 창궐할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본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영역에라도 들어가고 있으며, 생명공학산업(BT)이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서 보이듯 먹거리와 환경은 이윤추구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의 이윤추구과정은 민중의 건강, 생태적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신종플루는 자본의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고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신종플루를 근본적으로 막아내는 방법은, 인간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물질적 신진대사를 복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계관을 확립하고 자본주의적 농업-축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신종플루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해보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위생적인 생활을 하고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좀 더 합리적이고 민중적인 보건의료체계의 확립, 제약회사가 무한히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저항,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사회의 관계를 민중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단지 개인적인 예방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신종플루를 포함한 각종 전염성 질병에 대해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과 질병에 대한 사회-생태적 인식을 강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가운데서만, 우리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9/09/15 18:05 2009/09/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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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_시사2] 취업후상환학자금제 비판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무엇인가?


  지난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일명: ‘학자금 안심 대출’, 이하 ‘취업후 상환제’)”를 2010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모든 대학생에게 대학등록금 실소요액 전액을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하여 상환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부모나 학생 모두 학자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하게 하고, 상환 부담으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만드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의거하여 스스로의 상환능력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고, 이 제도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아닌 미래의 성장 잠재력인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라는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친 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몇 년간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고액등록금 문제에 대한 정책을 마련했다. 한편 ‘취업후 상환제’는 성장동력으로서 개인에 대한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서 한 치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도 자료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제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제도의 수혜범위는 기초생활보장자를 포함하여 소득 1~7분위(연간 가구소득 인정금액 4839만원 이하)까지 적용되는데, 기존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던 450만원 무상장학금과 차상위계층에게 지원하던 105만원의 무상장학금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거치기간 이자 지원(현재, 소득 분위 1-3분위 전액 이자 지원, 4-5분위 4% 지원, 6-7분위 1.5% 지원)이 사라지는 대신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학기당 2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 1~3분위에 대해서는 200만원 생활비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 9~10등급 학생에게도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C학점 이상을 맞아야만 수혜가 가능하다. 이렇게 된다면 수혜 대상은 전체 대학생의 절반에 달하는 100만 명에 이르게 된다. 대출금의 상황은 일정소득 이상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시행되고, 최장 25년간 동안 상환이 가능하다. 그 액수는 9월 말에 결정이 될 예정인데, 현행 4인 가구의 1년 최저생계비인 1,596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후 상환제’에 대해서 ICL 제도(Income Contingent Loan, 미래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라고 하여 호주나 영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실시하는 제도는 학자금 대출로서, 호주나 영국 등이 실시하는 소득연계형 졸업세 제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교과부는 ‘취업 후 상환제’ 도입으로 연평균 2010-14년까지는 1조 5천억 원, 2015-19년까지는 2조 9천억 원, 2020-24년까지는 2조 5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 많은 예산은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가? 9월 말에 좀 더 세부적인 정책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 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학자금 대출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장학재단’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7월 30일 정부에서 내놓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 Q&A”에는 재정 확보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고, 다만 이를 통해 내수 및 저축률 진작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주장하는 데로 제도가 실시된다면 학자금대출로 인해 발생한 연 1만 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소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대학을 다니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환영하였으며,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진보적인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우선 환영한다’는 논평을 실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낮아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친 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리고 대선 후보 시절 주요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에서 크게 후퇴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리고 제도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에도 ‘취업 후 상환제’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등록금을 비롯해 교재비ㆍ생활비ㆍ사교육비 등을 합해 연평균 100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2008년 경제위기의 여파로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이 동결되기는 했지만, 그간 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의 3~4배에 달하며 서민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시민ㆍ사회단체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높은 교육비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 학자금 대출제도만을 수정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즉 많은 대학인들이 제도의 혜택으로 당장 대학을 다닐 수는 있어도, 최장 25년간 학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레드 캣’이라는 단체에서 한 학기에 400만원씩 8학기를 대출받은 학생이 금리 5.8%로 25년간 상환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금액이 원금과 이자 그리고 취업전 이자를 합쳐서 약 7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취업 후 상환제’ 실시 이후 대학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시킬 명분이 생기며, 이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만 할 뿐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국.공.시립대학의 법인화(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대학의 등록금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다.


  위에서 예산 마련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학자금 관련 재정투자액인 5천억원에서 5천억원만 추가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발행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추가 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바로 대출금 회수의 문제 때문인데,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국의 대졸자 고용률은 75%로 계산된다. 따라서 ‘취업후’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대출금 회수율은 90%에서 70%로 낮아지게 되고, 현재의 대출금 미회수율이 10%라는 점을 고려하면 MB식의 '취업후 등록금후불제'로 인한 대출금 회수율은 70%를 넘어서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매년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7500억 원이 아니라 그것의 3배인 2조 2500억 원이 된다. 최근 4대강 유역 정비 사업 등으로 다른 부분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는 정부가, 그 많은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선 지금까지 기초수급 생활자에게 제공되던 450만원의 무상장학금, 차상위 계층에게 제공되던 105만원의 무상장학금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 그리고 1~3분위에 적용되던 거치기간 중 무이자, 및 4~7분위에 제공되던 거치기간 중 이자 지원이 중단하게 된다. 즉 기초수급 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에게는 이 제도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갚아야 할 원리금은 오히려 늘어나게 되고, 회수율이 낮아질 경우 대출이자율이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학자금 대출을 관장하는 학자금신용보증기금의 부실화로 인하여, 학자금 대출금리가 2006년 6.6%에서 2008년 7.8%로 급등하기도 하였다. 정부가 최근 말하고 있는 ‘중도 실용’ㆍ‘중산층 강화’ 등의 수사들이 의미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감소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 현행 정책과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비교 (7월 30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정부의 현행 제도(~2009년)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2010~)

비교

기초생활수급자

- 무상장학금 : 450만원

- 초과분 대출: 무이자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거치기간 이후

- 무상 장학금 : 지원 중단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 이자는 대출과 동시에 발생. 상환의무만 취직이후에 생김

무상장학금 손해/무이자 손해

차상위계층

- 무상장학금 : 105만원

- 초과분 대출: 무이자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거치기간 이후

- 무상 장학금 : 지원 중단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 이자는 대출과 동시에 발생. 상환의무만 취직이후에 생김

무상장학금 손해/무이자 손해

1~3분위

- 이자지원: 거치기간 중 무이자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거치기간 이후

- 거치기간 중 이자 지원 중단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 이자는 대출과 동시에 발생. 상환의무만 취직이후에 생김

무이자 혜택 손해

4~5분위

- 이자지원: 거치기간중 이자 4.0% 지원

- 원리금 상환: 거치기간 이후

- 거치기간 중 이자 지원 중단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 이자는 대출과 동시에 발생. 상환의무만 취직이후에 생김

이자 4.0% 손해

6~7분위

- 이자지원: 거치 기간중 이자 1.5% 지원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거치기간 이후

- 거치기간 중 이자 지원 중단

- 원리금 상환 및 이자발생 : 이자는 대출과 동시에 발생 하고 이자 상환도 해야함.

이자 1.5% 손해



한국 사회 전체 구조 변화와 연결된 비판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은 단지 교육비용 문제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제도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는 가운데, 그것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기관인 대학의 변화를 염두에 두며, ‘취업 후 상환제’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대학은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취업 학원’으로서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고, 대학인들뿐만 아니라 전 민중에 대해서 취업을 위한 평생학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 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얻기 되더라도, 희망 근로, 인턴제와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청년인턴제의 경우, 올해 초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처음 시행된 이후에, 사기업에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600여개 상장 기업의 ‘2009년 채용계획’을 살펴보면, 인턴사원은 2008년보다 약 4000도 늘어날 것이지만 정규직 채용은 40% 감소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에 인턴제 교사 확대시행에서 볼 수 있듯이 사범대, 교대와 같은 특수목적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 후 상환제 같은 제도로 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편입될 뿐이다. 게다가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만 발생하면 상환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부족한 소득에도 불구하고 상환을 하며 채무의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 Q&A’를 살펴보면, 제도를 시행함으로서 부실한 대학을 지원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이에 대해 대학선진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마이스터 교육 등 교육의 다양성, 선택성을 확대하는 교육 정책적 접근에 의해 해결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취업 후 상환제’는 대학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는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올해 11월에 부실사립대학 30여 곳을 발표하여 퇴출을 유도한다고 밝혔고, 대학들 간의 통폐합 역시 추진하고 있다. 전체적인 대학과 대학인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과 차원에서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여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향후 학과 간 취업률이나 상환 금액 회수율 등이 대학 구조조정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학자금 상환이 가능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학과’만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2008년 가을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무리하게 투자를 한 금융자본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불러일으켰던 금융자본이, 부동산 시장의 부실화가 심화되자 다른 분야로의 투기를 시작하였다. 이에 소비자 대출 분야가 주요한 투자처로 떠오르며 학자금 대출이 주요 대상이 되었고,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개발되었다. 다시 한 번 금융위기가 폭발한다면 그 직접적인 원인은 학자금 대출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자금의 부실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채권을 통해 1조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학자금 대출에서 금융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으며, 학자금대출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가 보증하는 ‘한국장학재단’이 금융자본의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렇듯 한국사회의 금융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취업 후 상환제’가 한 몫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불안정 노동의 심화, 대학 구조조정, 한국사회의 금융화와 같은 문제들이 ‘취업 후 상환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취업 후 상환제가 이러한 경향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궁여지책(窮餘之策) 제도 마련을 넘어, 진정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굳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국가의 교육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의 내용ㆍ운영방식ㆍ체계가 초중등을 포함한 전체 교육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대학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대학관련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고, 특히 고등교육비용을 해결하려는 정책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취업 후 상환제 역시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서, 현 정권이 대학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자 제시한 작품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학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며, 대학인들은 불안정한 미래에 저당잡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업 후 상환제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취업 후 상환제가 모든 교육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책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의 주된 논리였던 ‘수요자 중심 교육’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즉 교육정책의 핵심을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또한 무상장학금ㆍ무이자 대출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하며 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취업 후 상환제는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사회구조와 교육제도 자체가 개인들의 불안정화를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어떠한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일시적이고 내용이 부실한 궁여지책(窮餘之策)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목적과 위상은 무엇인지,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진정으로 교육받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교육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취업 후 상환제의 내용을 검토하고 그것의 한계를 되짚어 보는 것이, 진정으로 교육권을 쟁취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행진

2009/09/15 18:04 2009/09/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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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자동차 점거파업 투쟁이 48일째를 지나가고 있다.

먹튀 자본의 행태, 대량해고, 노-노 갈등 유발..

자본의 책임전가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쌍용차 투쟁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이후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계획과 비정규악법으로 인한 해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싸움은 ‘해고에 맞선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옥쇄파업 50일차가 가까워져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결의 높게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다. 이 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해고에 맞선 목소리를 확산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쌍용자동차에서는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량해고라는 비극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존의 압박감에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로 들리지 않는다. 공장 안팎에서는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노-노 갈등으로 사태를 최악으로 치닫게 했고, 공장을 철저하게 봉쇄 하고 단수조치를 자행했다. 최근에는 15~20개 중대를 투입하고 경찰청장이 마음껏 법집행하라며 독려하는 등 계속적인 충돌을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 지배계급은 쌍용차 대량해고가 노조와 외부세력 때문이라며 악선전하고, 파업중인 노동자들을 철저히 고립시켜 ‘투항’하게 만들 작정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자!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분명히 자본과 정권에게 있으며,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없이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다방면으로 해고에 맞선 여론을 확산하면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 공적자금투입을 요구하고 ‘회사회생’이 아닌 ‘일한 죄 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살리는’ 문제임을 적극적으로 알려내자. 뿐만 아니라 공장 앞 투쟁 결합과 기동적인 선전-선동으로 평택 공장안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지지 엄호할 수 있도록 하자!

한편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거부하고 있어 파산위협이 커져가고 있다는 상황은 양보교섭이나 자구안에 대한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본질과 투쟁 기조를 놓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각 지역에서의 연대를 확산하고, 기동적으로 쌍용차 공장으로 모여 연대투쟁을 벌이자!


이렇게 결합합시다!

★ 최대한 집중날을 잡아서 최소 1주일에 1회 이상 평택에 결합
    : 기본일정은 1박2일입니다.

★ 7.11(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철회!공권력투입반대!공적자금투입! 976인 하루 단식 농성”

★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온라인 선전

★ 이후 평택 지역 선전전을 비롯한 서울지역 지하철 일제 선전전 등이 공지될시 기동적으로 결합합시다!

[뉴스클리핑] ●   ●   ●   ●   ●   ●   ●   ●   ●   ●   ●   ●   ●   ●

"쌍용차 사태, 어떻게 되나..." [YTN FM]
"공장 다시 에워싼 경찰에 두려움 '오싹'
 지금은 공권력 대신 공적자금 투입할 때"...[오마이뉴스]

“쌍용차 용역 동원, 프랑스선 있을 수 없는 일”...[참세상]


Posted by 행진

2009/07/09 15:39 2009/07/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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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1 19:41 2009/06/1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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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우리가 요구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차악이 아닌‘대안이 필요한 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전 국민적인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임 시절 내내 논란이 되었던 그의 말과 행동들이 이제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은 “모두 이명박 탓이다.”라는 말로 바뀌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추모의 열기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또 다시 허망함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무능력하다’고 평가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차악’으로서 국민들은 ‘실용주의 경제대통령’ 이명박 정권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발견하고 있는 당신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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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자유, 평등,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이야기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우리 삶과 미래를 ‘책임’지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당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직장 동료들 간의 눈치경쟁이 심해지고,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낮아지고, 언제 어떻게 해고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지만 우리를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뿐입니다. 점점 더 팍팍해지는 세상
,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만 같은 이 세상에서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을까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또 다시 ‘차악’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되어서는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대안이 됩시다.

<구조조정 · 해고반대! MB악법저지!>
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합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경제위기라고 하지만 소수의 재벌들과 투기꾼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건당 수수료 30원을 올려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대한통운은 문자로 78명을 해고했고 박종태라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부실기업 쌍용자동차는 부실운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며 26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해고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은 바로 그 날, 회사의 협박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쌍용자동차의 한 노동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결국 26일 오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도 가릴 수 없는 수많은 죽음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을 확산하면서 저항할 권리마저 빼앗을 MB악법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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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을 수놓은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가장 위력적인 투쟁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틀에 가두어지지 않는 것, 누구에게 대신 맡길 수도 없는 것입니다. 더 많은 권리를 다수의 민중들이 쟁취해온 역사, 그 자체가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요구는 무엇이 되어야 합니까? 민주주의의 전제 중에서도 기본 전제인 생존권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명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 ‘민주공화국’이라 자처하는 국가가 정말로 노동자-민중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오늘 우리가 외쳐야할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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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진

2009/06/01 13:51 2009/06/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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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Tracked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6 17:28 Delete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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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9/06/04 20:52 # M/D Reply Permalink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중간점(·)이 네모(ㅁ)로 깨진 채로 그냥 올라올 때가 종종 있더군요. 한글에서 쓴 글을 바로 웹으로 옮길 때 그렇게 되는 건데, 한글에서 작성할 때부터 중간점을 유니코드 문자표의 그것으로 쓰든지 아니면 아예 쉼표로 처리하면 안 깨진다더군요. 그냥 아주 조금 거슬려서 얘기해둡니다^^;;

[27호]가려져서는 안 될 죽음들

가려져서는 안 될 죽음들



수사기록 3000페이지 공개하라!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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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5명의 철거민이 살기위해 오른 망루에서 죽어 내려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1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수사 기록도 밝히지 않은 채 열사의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는 정권과 서울시의 막가파 개발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더 돈 많고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사람을 도시로 ‘유치’ 하기 위해 가난한 세입자의 주거권, 생존권, 상업권은 무시 되어도 좋습니까? 용산 참사 이후에도 용산 4구역의 철거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의 다른 개발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제 2, 3의 용산 참사가 되풀이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도시 개발은 용산 참사의 유가족들의 눈물겨운 투쟁위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용산 참사 현장을 에워싸고 유가족을 수차례 위협하고 있으며 열사를 위한 추모 미사도, 문화제도, 심지어 기자회견도 막았습니다. 지난 4월 30일, 참배를 위해 자리를 찾은 대학생 30여명을 연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경제위기 해법은 노동자 해고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3천여명 정리해고한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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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자동차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삼천여명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운영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는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시켜보려는 속셈입니다. 지금 2천여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해고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던 사측은 매일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파업대열에서 나오면 당신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회유와 협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이러한 회유와 협박, 임금체불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한 노동자는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끝내 사망에 이르기도 하였습니다.

 

더 이상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인간답게 일하며 살고 싶다, 대한통운 박종태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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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배송’ 인터넷 쇼핑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빠른 배송을 위해 밥도 잠도 주말도 거르는 택배 기사들이 있습니다. ‘대한통운’이라는 거대 택배 업체에서 발이 부르트게 하루를 뛰어다니는 택배 기사들이 받는 임금은 운송 건당 920원. 계약서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택배 분류 작업과 작업복, 테이프 값, 고객과의 핸드폰 전화비, 심지어 대한통운 마크를 오토바이나 차에 그려 넣는 도색 작업마저도 개인 돈으로 채워야 합니
다. 4대 보험이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 지난 1월, 대한통운은 건당 30원 인상을 약속 했으나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기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故박종태 열사는 화물 노동자들의 삶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요구와 최소한의 협상의 의지도 폭력으로 막아서는 사측과 정부를 비판하며 산화하였습니다. 지금 화물 노동자들은 故박종태 열사를 눈물로 기억하며 지금의 비인간적인 삶,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삶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투쟁하고 있습니다.

 

생존권의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이 목소리 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시다!

지금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경제 살리기는 노동자 민중 살리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노동자의 숨통을 막아 단기적인 기업 이윤만을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자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최초의 방어선입니다. 이 노동자들의 파업이 좌초되고 패배한다면 제일 먼저 이 노동자들이, 그 뒤엔 다른 노동자가, 그 이후엔 내가 해고될 것입니다.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해고와 빈곤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철거민의 싸움에 모두 함께 응원을 보냅시다!

Posted by 행진

2009/06/01 13:44 2009/06/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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